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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편’ 아닌 ‘내 편’인 손해사정사 없나요[보험톡톡]

셀프 손해사정 여전, 자회사 위탁율 90%
소비자 '직접 선임' 가능한데...제도 활성화 언제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직장인 박모(50)씨는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이용 중 사고를 당해 해당 시설 관리업체A에 배상을 요청했다. A업체가 가입한 보험사는 이번 사고의 손해사정을 자회사인 B손해사정업체에 맡겼다. A업체 과실이 명백하다고 생각한 박씨는 신속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B손해사정업체는 보상범위 협의를 구실로 손해사정을 계속 지연시켰다. 결국 박씨는 본인 부담으로 치료비를 계속 지출하는 상황이 되자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보험소비자들이 보험금 청구 과정에서 보험사들의 ‘셀프 손해사정’으로 여전히 피해를 입고 있다. 손해사정업체들이 보험사에 유리한 손해사정을 진행하다보니 보험금이 삭감되거나 아예 지급되지 않는 사례들이 발생한다.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밀한 손해사정이 필요한 보험금 청구건의 경우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임하는 ‘독립 손해사정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관련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독립 손사’ 활용 50여건 불과...제도 개편되나

손해사정이란 보험금 지급 과정의 첫 단계로 사고 발생시 원인과 책임관계를 조사하고 적정 보험금을 산출하는 업무를 말한다. 대체로 보험금은 서류심사 후 3일 안에 지급되지만 손해액에 대한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 손해사정이 진행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금 청구건 중 손해사정이 필요한 지급건은 전체의 약 3~5% 수준으로 알려져있다.(자동차보험 제외) 보험금 청구건 90% 이상은 서류만으로 3일 내 보험금이 지급되지만 일부의 사례들은 손해사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는 손해사정인이 보험금을 청구한 해당 보험사의 자회사 업체 직원이라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에 유리한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접수된 손해사정 관련 민원은 총 954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손해사정 지연’ 민원이 전체 민원의 73.6%인 702건으로 가장 많았다.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수익자에게 ‘보험사와 협의 권유 또는 협의 강요’를 한 민원도 15건이나 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손해사정 업무 진행 순서.[제공 금융감독원]

현 보험업법상 보험사는 자회사로 손해사정업체를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형 보험사들은 대부분 자회사로 손해사정업체를 두고 운영 중이다. 또 상당수의 손해사정 업무를 자회사에 위탁하고 있다.

각사 자료에 따르면 생명보험업계 빅3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2021년 자회사 손해사정업체 위탁율은 각각 89.8%, 99.7%, 97.4%에 달했다. 2개 이상의 손해사정 자회사를 운영 중인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수수료 지급률도 70~80%대에 달했다. 대형사들의 손해사정 업무는 대부분 자회사에서 처리한다는 얘기다.  

물론 보험소비자 스스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수도 있다. 보험업법상 보험소비자는 보험사의 동의를 얻는다는 조건으로 독립 손해사정법인의 손해사정사를 따로 선임할 수 있다. 손해사정 비용도 보험사가 부담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험소비자가 독립 손해사정제도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등 7개 대형사에 접수된 독립 손해사정 요청건은 총 59건에 불과하다. 2020년 65건보다 오히려 6건 줄었다.

금융당국도 손해사정 문제를 인지하고 2018년부터 법 개정에 나섰다. 2021년 5월에는 보험사의 독립 손해사정제도 설명을 강화한 개선안도 내놨다. 또 소비자가 손해사정업체 선정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손해사정업 공시 의무도 확대하려 했다. 

당시 추진한 개정안은 올해 현실화 되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당국은 2분기 내로 대형 보험사들이 자회사 손해사정법인에 업무를 맡기는 비중을 50%로 제한하는 ‘손해사정 업무위탁 및 손해사정사 선임 등에 관한 모범규준’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각 보험사에 안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독립 손해사정제도 활성화를 위해 보험사의 손해사정사 선임 동의기준 개선에도 나선다. 현재 소비자가 선임한 손해사정사를 보험사가 거부할 경우 손해사정 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당국은 동의기준을 명확히 해 원칙적으로 소비자가 선임한 손해사정사를 보험사가 받아들이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사정업체가 보험사 눈치를 보는 손해사정을 진행하면 공정한 보험금 지급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독립 손해사정이 활성화되면 불공정한 손해사정 민원도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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