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23

CJ ENM, 4분기 영업이익 587억원…전년 대비 788%↑

IT 일반

CJ ENM은 한국채택국제회계(K-IFRS) 연결기준으로 2023년 4분기 매출 1조 2596억원, 영업이익 587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공시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음악 부문의 고성장과 美 스튜디오 피프스시즌(FIFTH SEASON, FS)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2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으며, 커머스 사업은 원플랫폼 전략에 힘입어 수익성을 회복했다.CJ ENM 관계자는 “피프스시즌과 티빙 등 신성장 사업의 이익 개선과 음악 사업부문의 고성장에 힘입어 턴어라운드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2024년에는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를 통한 티빙 경쟁력 제고, 피프스시즌의 프리미엄 콘텐츠 딜리버리 확대, 신규IP 기반 글로벌 음악사업 가속화를 통해 수익성 극대화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다만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146억원으로 전년(영업이익 1374억원)과 비교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은 4조3684억원으로 전년 대비 8.8% 감소했다. 순손실은 3996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부문별로 보면 미디어플랫폼 부문은 유료 가입자 확대와 해외 콘텐츠 판매 호조를 보인 티빙 효과에 힘입어 2분기 연속 흑자를 시현, 4분기 매출 3,271억원과 영업이익 2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채널ㆍ플랫폼 공동 편성 전략 강화로 콘텐츠 상각비 부담이 완화되고 채널·OTT·디지털 間 통합마케팅이 강화되며 비용도 감소했다.영화드라마 부문은 4분기 매출 3,001억원, 영업손실 5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그러나 미국 작가ㆍ배우 파업으로 중단됐던 피프스시즌의 딜리버리가 재개되며 인기시리즈 ‘도쿄바이스 시즌2’, ‘스트라이프 시즌1’을 비롯해 다수 영화와 다큐멘터리가 글로벌 OTT에 공급됐으며,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와 반짝이는 워터멜론, 예능 어쩌다 사장3과 출장 소통의 신-서진이네 편등 킬러 콘텐츠들의 글로벌 판매가 지속 확대되며 3분기 대비 적자 규모가 축소됐다.음악 부문은 자체 아티스트의 선전과 라이브 투어 및 콘서트 확대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증가한 2,567억원, 영업이익은 354억원으로 집계됐다. 데뷔 앨범부터 2개 앨범 연속으로 '더블 밀리언셀러'를 달성한 K팝 최초의 그룹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의 미니 2집은 2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보이그룹으로 성장한 은 일본 교세라돔 콘서트를 시작으로 상해·자카르타·대만 등 아시아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또한 지난해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MAMA AWARDS’는 역대 최다 관객을 운집시키며 컨벤션 라이브 매출의 호조를 이어갔다.커머스 부문은 TV와 모바일, 모바일 라이브커머스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원플랫폼 전략을 통해 신상품 단독 론칭 채널로 자리매김하며 유의미한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반영된 일회성 수익을 제외하면 실질적 성장을 일군 것이다. 계절적 성수기 효과로 더엣지, 셀렙샵 등 자체 패션 브랜드의 판매 호조, 브티나는 생활 등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성장이 수익성 회복에 기여했다.CJ ENM은 2024년 핵심 사업의 수익성 강화를 통해 이익 턴어라운드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우선 최정상급 크리에이터가 참여하는 콘텐츠 제작을 강화하고 오리지널 앵커IP를 지속 발굴해 콘텐츠 명가로서 초격차 콘텐츠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음악사업은 신규 걸그룹을 론칭하는 등 글로벌向 휴먼IP를 지속 발굴하고 해외 라이브·컨벤션 기반을 넓혀 글로벌 음악 엔터테인먼트 사업자로서 경쟁력도 확대할 예정이다.티빙은 국내 OTT 최초로 광고형 요금제(AVOD)를 도입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을 예고하고 나섰다. 또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강화해 가입자와 트래픽을 모두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커머스 부문은 2024년 모바일 중심의 원플랫폼 2.0 전략을 실행하며 대형 브랜드사와의 협업 확대를 통해 신상품 첫 론칭 채널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유튜브 등 외부채널 확대, 모바일향 상품 육성 등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확장을 본격화하며 모바일 커머스의 취급고 성장을 일구겠다는 목표다. 또한 브랜드 자회사 ‘브랜드웍스 코리아’를 통해 전개 중인 락포트, 브룩스브라더스, 오덴세 등 단독 브랜드 성장에 드라이브를 걸어 수익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2024.02.07 17:09

3분 소요
[얼마예요] 뿔테안경·여성복 수트…지드래곤 ‘사필귀정룩’ 뭐길래

유통

마약 혐의를 받고 있는 그룹 빅뱅 출신 지드래곤(GD)이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연예계 대표 패셔니스타인 지드래곤은 첫 경찰 출석 착장까지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가 타고 온 차량에서부터 안경, 신발, 수트, 반지까지 착장에 대한 정보가 온라인으로 퍼져나가며 그의 마약 투약 혐의 만큼 관심을 모았다. 온라인상에서는 그의 패션을 두고 ‘지드래곤 경찰 출석 패션’, ‘사필귀정룩’이라고도 한다. 또 이번 이슈를 통해 그가 입은 착장이 유행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드래곤은 지난 6일 오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와 관련한 경찰 조사를 위해 인천 논현경찰서에 출석했다. 이날 지드래곤은 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모습을 드러냈다. 해당 차량은 BMW ‘i7 xDrive 60’으로, BMW의 한정판 모델이다. 지드래곤은 지난 3월 BMW 코리아의 초고성능 스포츠액티비티차(SAV) '뉴 XM'의 공식 앰배서더로 선정된 바 있다. 해당 차량은 지드래곤을 앰버서더로 발탁하며 내놓아 일명 ‘GD차’로 불리기도 했다. 가격은 2억2500만원대다. 지드래곤이 착용한 뿔테 안경은 품절 사태를 빚었다. 프랑스 디자이너 제롬 자크 마리 마지가 2014년 미국에서 론칭한 ‘자크마리마지’ 제품이다. 럭셔리 안경의 끝판왕이라고도 불리는 브랜드로 ‘개성은 양보할 수 없는 권리’라는 브랜드 모토를 지니고 있다. 각 모델당 200~500개 정도의 극소량만 생산, 일본 장인들이 수가공으로 모든 제품을 만들어 각 제품에는 생산 넘버가 각인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모델은 한정판 제품으로 가격은 약 127만원대다. 네이비 컬러의 스트라이프 패턴 수트 셋업은 국내 여성복 브랜드 ‘르하스’(L’H.A.S) 제품이다. 클래식한 더블 브레스티드의 정교한 테일러가 특징인 이 수트 셋업은 라펠과 포켓의 스티치가 포인트다. 오버사이즈 핏의 제품으로 여성복이지만 지드래곤이 착용했다. 재킷은 45만8000원, 슬랙스는 29만8000원이다. 지드래곤은 자신이 앰버서더로 있는 명품 브랜드 ‘샤넬’의 반지를 착용했다. 지난 2016년 아시아 남성 최초 샤넬 앰버서더로 발탁된 지드래곤은 평소 샤넬 제품을 자주 착용하기로 유명하다. 지드래곤이 착용한 반지는 샤넬의 코코크러쉬 제품이다. 퀼팅 모티프가 특징으로 다양한 소재와 굵기로 출시됐다. 제품을 레이어드 할수록 매력이 돋보이는 반지로, 지드래곤은 스몰사이즈와 다이아몬드가 박힌 미니사이즈 코코크러쉬를 레이어드해 착용했다. 가격은 각각 430만원, 598만원이다. 투톤 컬러가 돋보이는 지드래곤의 로퍼는 미국 뉴욕 기반의 패션 브랜드 ‘블랙스톡 앤 웨버’ 제품이다. 포르투갈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됐으며, 색상은 총 20가지로 선택 가능하다. 가격은 약 49만원대다. 한편, 경찰이 지드래곤을 상대로 진행한 마약 간이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 경찰은 지드래곤의 소변과 모발을 채취, 국립과학수사대로 보내 정밀 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다. 지드래곤은 같은 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쓰인 이미지를 올리며 관련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2023.11.08 07:45

2분 소요
신한카드, 글로벌 결제사업 진출한다…美 ‘스트라이프’와 맞손

카드

신한카드가 미국의 글로벌 금융 인프라 플랫폼 기업 ‘스트라이프(Stripe)’와 글로벌 지불결제 서비스 사업 추진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양사는 안중선 신한카드 라이프 인포메이션그룹 부사장과 크리쉬난 라자고팔란 스트라이프 아시아 태평양 본사 파트너십 헤드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을지로 신한카드 본사에서 제휴 조인식을 이날 진행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신한카드와 스트라이프는 양사가 보유한 지불결제 솔루션과 제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울 예정이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스트라이프는 인터넷의 생산 가치 증대를 목표로 수백만 회사들의 결제와 성장을 도와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높은 스타트업으로 평가받았다. 현재 미국과 아일랜드에 본사를 두고 싱가포르, 호주, 일본,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을 포함해 전 세계 50여 개국에 진출해 있다. 신한카드는 국내 유망 스타트업이 북미, 유럽 및 아시아 국가의 해외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서비스를 판매할 경우, 스트라이프와의 협력을 통해 편리한 글로벌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한금융그룹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퓨처스랩과도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번 업무 협약이 세계적인 기업인 스트라이프와의 협력 관계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혁신적인 지불결제 서비스를 지속해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2022.10.19 14:09

1분 소요
[주요국 핀테크 고도화 경쟁] 빠르게 뿌리 내리는 핀테크로 ‘현금 없는 사회’

테크

규제 풀고 클러스터 조성해 활성화 유도… 화폐 분리로 IT 플랫폼 독립국 가능성도 #“신용카드는 부자를 위한 것이고, 모바일 결제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2019년 1월 24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모바일 결제가 다른 결제 수단보다 우월하며, 당위적 우위에 있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실제 중국에서 모바일 결제가 신용카드 결제를 제압함으로써 이를 증명했다는 취지로 말했다.마윈의 말마따나 실제 중국은 QR코드의 나라다. 스마트폰 인증과 같은 보안 수단임은 물론이고 페이서비스 등 여러 지급·결제에 사용된다. 편의점·자판기·공유자전거, 심지어 노점상들까지 QR코드 단말을 갖고 있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 규모는 9300조원(2017년 기준)으로 전체 거래의 60%나 차지했다. 독일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미 중국에서 벌어지는 대부분 소매 거래가 모바일 페이서비스에 락인(Lock-in) 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동남아시아의 1위 승차공유 업체 ‘그랩’은 지난해 말 싱가포르에 인터넷은행을 설립했다. 그랩이 말레이시아·필리핀 등 동남아 8개국에서 얻는 많은 양의 결제는 그랩페이를 통해 이뤄지고 있고, 축적된 자본과 데이터는 신용관리·대출·보험 등 금융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그랩의 은행업 진출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관측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그랩은 승차공유를 넘어 핀테크까지 아우르는 온·오프라인 플랫폼 유니콘으로 거듭난 셈이다.세계적으로 핀테크 조류가 신속하고 거칠게 흘러가고 있다. 플랫폼으로 발전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e커머스·배달·음악·영화 등 다양한 콘텐트에 자신의 페이서비스를 심어 사용자를 늘려가고 있다. 이들 사용자를 대상으로 투자·보험·대출 등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간결한 유저인터페이스(UI)와 함께 지문인식·QR코드 등 새로운 형태의 보안·인증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과거 데이터와 업무 관행, 거래 방식을 중시하던 기존 상업은행들은 경쟁과 진화에서 밀리는 모양새다. 이에 핀테크 도입에 지지부진하던 뉴욕과 런던·홍콩·싱가포르 등 국제 금융 중심지에서도 핀테크 기업 투자를 늘리는 한편,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 미 FDIC, 핀테크 기업에 첫 ‘은행 면허’ 부여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3월 18일 모바일 결제 및 금융회사 ‘스퀘어(Square)’에 은행 업무 면허를 부여했다. 스퀘어가 은행업 면허를 신청한 지 4년 만이다. 미국의 핀테크 기업이 은행업 면허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자산 규모가 작고, 대출채권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형태로 제한되지만 엄연한 은행 면허다. FDIC가 핀테크 혁신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기반 은행 등 핀테크의 필요성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페이 기업들은 소매점 결제에 대해 일부 수수료를 받는 한편, 재고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정부는 3500억 달러(약 430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대출 지원에 나서기로 하면서, 페이팔·스퀘어 등 비대면·간편 결제 서비스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이에 비해 JP모건·씨티그룹 등 기존 금융 대기업들은 경기 악화로 대출 회수에 어려움이 생기며 대손충당금 증액 등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현금과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한 미국에서는 그간 페이 등 핀테크 기업이 자리를 잡지 못했으나, 앞으로 입지가 확대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하면서 수익의 균형을 맞추는 데 고삐를 좨야 한다”며 “코로나19로 핀테크 기업 없이는 미국 금융이 성립하지 않는 것을 알게 됐다. (핀테크가) 미래 금융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월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경제학적으로도 이런 핀테크 도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미국 재무부장관을 역임한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2013년 국제통화기금(IMF) 연설에서 중앙은행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저금리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인구 증가 속도의 둔화와 저성장, 투자성향의 감소, 저금리로 저축이 늘어나고 자연이자율이 떨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이는 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제자 앨빈 한센 하버드대 교수의 구조적 장기침체이론에서 비롯된 분석이다. 구조화된 경기침체와 노동력의 감소는 현재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처럼 경제체제의 심각한 위기를 부른다. 이는 곧 거래 방식을 간소화·효율화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자극한다. 새로운 정보통신기술과 비즈니스모델은 필연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이에 주요국들은 규제개혁을 통해 이런 전환을 가로막는 허들을 제거하고 있다. 미국은 아직 사용자들이 전통적 금융시스템에 길들어 있지만, 그간 규제개혁과 막대한 투자로 산업의 성숙도는 높다. 페이팔·애플페이 등을 통한 모바일 간편결제 시스템이 구축돼 있고, 찰스슈왑 등은 로보어드바이저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자랑한다. 미국은 금산분리, 일반인의 크라우드펀딩 금지 등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금융 규제를 가진 나라다. 다만 핀테크에서는 규제의 비용편익분석 등을 통해 비합리적 규제를 완화하고 있고, 규정상 금지하지 않은 비즈니스라면 허용하고 있다. 열린 규제 환경에 투자도 활발하다. 피치북에 따르면 2018년 미국 핀테크 기업 투자액은 같은 해 중국과 영국을 합한 것과 비슷한 500억 달러(약 61조원)에 달했다.중국 역시 핀테크 규제가 희박하다. 중국 정부는 탈세 등 지하경제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스마트폰 보급률 상승과 더불어 페이서비스의 확대를 유도했다. 정부는 시장 간섭을 최소화함으로써 알리바바 등 사업주들이 자유롭게 생태계를 넓힐 수 있도록 도왔다. 중국 인민은행은 안정적 지급결제망 구축을 위해 리스크 예방, 채널 다변화, 관리·감독, 생태계 개선 등 관리 능력 강화에 정책 주안점을 두고 있다.영국도 금융행위감독청(FCA)을 중심으로 2014년 일찌감치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다. 더불어 핀테크 전략 분야 발굴, 기술 표준을 잡기 위한 해외 기업과의 협력 강화, 소규모 핀테크 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공동 플랫폼 개발 등에 나서고 있다. 또 영국의 금융 중심지 카나리 워프에 유럽 최대 핀테크 클러스터 ‘레벨 39’를 조성해 HSBC·바클레이즈 등 대형 금융회사와 핀테크 스타트업 간에 협업을 지원하고 있다. ━ 신흥국 “탈세·금융소외 막자” 금융 규제에 철퇴 몸이 가볍거나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자리하지 못한 신흥국들은 선진국보다 공격적으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싱가포르통화청(MAS)은 가상은행 면허 5건을 발급한 상태며, 2021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나선다. 또 새로운 금융서비스의 빠른 테스트 및 도입을 위해 샌드박스 익스프레스 제도를 2016년부터 운영했다. 새로운 금융 서비스 승인 과정을 21일로 줄여 혁신 기업의 등장을 촉진하고 있다. 베트남도 2016년 비현금 결제 시스템 구축 계획을 밝히고, 국민의 비현금 결제를 장려하고 있다. 이를 위한 결제시스템과 사용자 보호를 위한 효과적 메커니즘 개발에 나서는 한편 부정부패와 금융 관련 범죄를 방지할 계획이다.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보고서에서 “정보보호 규제는 모호한 표현과 조항이 많고, 복잡한 솔루션으로 사용자 경험을 저해할 수 있다”며 “정보보호를 위한 과도한 프로그램은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에 악재로 작용해 전체적 산업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핀테크가 발전하면 앞으로 화폐 자체가 전자화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온라인 경제 생태계 확산과 세계화 가속, 핀테크 기술의 침투가 깊어지면 앞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초국가 화폐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1년 매출이 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거대 기업이 많은 파트너를 확보해 글로벌 시장에서 페이 서비스를 도입해, 독자적 경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 준비 중인 암호화폐 ‘리브라’가 대표적이다. 구글·애플·아마존 등도 잠재 후보로 거론된다. 실제 국내에도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거나 자동결제를 연동해 놓는 사용자가 늘고 있다.다만 이런 시나리오는 국가의 화폐발행권에 도전하는 행위라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영역으로 남을 수도 있다. 리브라도 페이팔·비자·마스터카드·스트라이프 등 강력한 파트너사를 확보했지만, 미국 정부의 반발에 부딪히며 현재 다수의 파트너사가 이탈한 상태다.이런 가운데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들도 암호화폐 등 전자화된 화폐 발행에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면 화폐의 시뇨리지(주조차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화폐의 유통 경로를 탐색함으로써 통화 정책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이에 중국 인민은행은 이르면 올 상반기 중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내놓는다. 선전과 쑤저우에서 시범 운용하며,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가 아닌 디지털 통화다. 텐센트·알리바바 등 공룡 IT 기업들을 사업자에 넣어 실제 유통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런 조치는 중국이 미국의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낳는다.한편 한국은행도 CBDC 발행을 검토 중이다. 블록체인 방식 도입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화폐 거래와 관련한 정보의 무결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유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20.04.25 13:41

6분 소요
[국내 대기업은 왜 국내 유니콘 인수 않을까] 배달·숙박 등 틈새시장 기업 많아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기 쉬워

유통

배민 매각 계기로 높은 해외 자본 의존도 재부각… 국부 유출, 국내 시장 잠식 우려도 우아한형제들의 성공적인 투자금 회수(Exit·엑시트)에 찬사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스타트업이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데 그치지 않고 4조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다는 사실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이런 가운데 매각 대상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라는 사실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 유치나 투자금 유치에서 국내 유니콘 기업의 해외 자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특히 스타트업의 투자금 회수 단계에서 국내 자본과 대기업의 실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4년 국내 1호 유니콘 기업에 오른 쿠팡만 봐도 해외 투자자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은 손정의 펀드로 유명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30억 달러(약 3조5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손정의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쿠팡의 최대주주라고 말하기도 했다. ━ 투자 유치, 투자금 회수 단계에서 외국계 자본 장악 다른 유니콘 기업 사정도 비슷하다. 투자 유치나 투자금 회수 단계에서 외국계 자본이 장악하고 있다. 27일 현재 유니콘 기업에 등재된 국내 업체는 모두 11곳이다. 이 가운데 국내 투자자가 해외 투자자보다 많은 곳은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 크래프톤(구 블루홀)과 전자상거래 업체 위메프 정도다. 유니콘이 아닌 유명 스타트업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야놀자와 더불어 국내 숙박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여기어때는 지난 9월 영국계 사모펀드 CVC에 팔렸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수아랩도 외국계 자본이 인수했다.왜 번번이 이런 일이 발생할까. 무엇보다 협소한 내수시장의 한계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내수시장은 분야를 막론하고 몇몇 대기업이 과점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다 보니 스타트업은 사업모델을 구상할 때부터 대기업이 진입하기 쉽지 않거나 들어오지 않을 만한 시장을 찾게 마련이다. 경쟁을 피해 성장하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다만 투자금 회수 단계에서 국내 대기업이 관심을 갖지 어렵게 된다. 국내 주요 유니콘 기업의 사업 분야는 숙박이나 배달, 패션 플랫폼 등으로 대기업이 진입할 경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부각되기 쉽다. 김영덕 롯데엑셀러레이터 상무는 “국내에서는 규제가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는 데다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스타트업 인수합병으로 성장한 경험이 부족해 인수에 인색하다”며 “투자를 검토하더라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내부 반응에 맞서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할 수 있는 대기업은 드물다”고 설명했다.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자본 의존은 국부 유출과 시장 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배달어플리케이션 시장 1위 배달의민족뿐만 아니라 쿠팡·야놀자·무신사 등은 모두 관련 시장의 선두 기업이다. 이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돈을 벌더라도 결국 대부분 해외 투자자·대주주의 몫이란 시각이다. 특히 국내 의식주 시장의 미래를 빼앗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물론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 잠식보다 더 넓은 시장으로의 확장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시장에 해외 자본이 들어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자본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에 어느 한 면만 보고 손익을 따져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해외 시장은 국내에서 성장 한계에 직면한 유니콘 기업이나 유력 스타트업에 매력적인 대안이다. 예컨대 김봉진 대표의 우아한형제들 지분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 지분으로 바뀔 예정이며 딜리버리히어로와 김 대표는 향후 ‘우아DH아시아’ 라는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 지분을 주고 글로벌 기업 지분을 받는 셈이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국내에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유니콘 기업 등은 산업 간 융합이나 해외 시장 진출을 타진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규제에 발목을 잡힐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 세계에서 가장 비싼 유니콘 기업은 - 중국 바이트댄스 기업가치 87조3000억원 세계 440곳(CB인사이트 집계)의 유니콘 기업 가운데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곳으로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꼽힌다. 중국 최대 인공지능 콘텐트 스타트업인 바이트댄스는 국내에서도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으로 유명하다. 투자 업계에서는 사업 초기 텐센트의 투자 제안을 거절한 회사로 더 유명하다. 바이트댄스는 2018년 알리바바·소프트뱅크·KKR 등으로부터 25억 달러(약 2조8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750억 달러(약 87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로부터 불과 4년여 전인 2014년 6월 시리즈C 투자를 받을 당시 기업가치 5억 달러(약 6000억원)에서 급격히 성장했다.바이트댄스에 이어 두번째로 기업가치가 곳은 ‘중국의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이다. 디디추싱은 2012년 설립 이후 기업가치가 560억 달러(약 65조2000억원)로 급증했다. 중국 차량공유 시장의 90%를 장악하면서 성장 여력이 없다는 의문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난 8월 자율주행 전문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히면서 다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미국 유니콘 기업 가운데 기업가치 선두권 업체는 핀테크 스타트업 스트라이프와 여행·숙박공유 서비스 스타트업 에어비앤비가 꼽힌다. 두 곳 모두 350억 달러(약 40조7400억원)가량의 기업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유니콘 기업들은 증시에 상장하거나 인수합병으로 ‘엑시콘(Exicorn)’ 기업으로 진화한다. 해당 산업에서 국가대표 기업으로 성장한 스포티파이나 샤오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우버와 핀터레스트가 미국 증시에 입성하면서 유니콘 기업에서 엑시콘 기업으로 변신했다. 2017년 말 세계 최대 유니콘 기업이었던 우버는 지난 5월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시가총액 800억 달러(약 92조9000억원)를 기록했다. 핀터레스트의 시가총액은 상장일인 4월 18일 120억 달러(약 13조9000억원)를 넘었다. 이후 두 회사 모두 주가가 떨어졌지만 시가총액은 여전히 수백억 달러가 넘는다.유니콘 기업은 가치가 고평가 받게 마련인 만큼 악재에 민감하다. 기업가치 500억 달러(약 58조2000억원) 평가를 받았던 ‘전자담배 업계 애플’ 줄랩스가 대표적이다. 줄랩스는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 속에 미국 정부와 소송이 진행 중이다. 줄랩스 초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기업가치가 200억달러(약 23조300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비상장 기업인 스타트업들은 지분 거래가 있어야 공식적인 기업가치가 매겨지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추정치일 뿐이다. 공유 오피스 업계 선두 위워크도 급격한 기업가치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위워크를 운영하는 위컴퍼니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가치가 470억 달러(약 54조7000억원)로 치솟았다. 그러나 적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약 11조6400억원)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2019.12.28 17:22

4분 소요
사막의 낭만을 입는다

산업 일반

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카루소, 낙타 털 사용한 원단으로 단열 효과 뛰어난 정장 재킷과 니트웨어 선보여 사람들은 핵전쟁으로 지구종말이 와도 바퀴벌레는 살아남을 거라는 말을 종종한다. 그렇다면 혹시 쌍봉낙타도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북아시아 원산의 혹 두 개가 달린 이 낙타는 고비 사막에 서식하며 개체수가 약 140만 마리로 추정된다. 고비 사막은 시속 56㎞의 강풍이 불고 기온이 영상 50℃에서 영하 40℃를 오르내리는 지역이다. 기후가 너무도 혹독해 핵무기 공격이라도 받으면 오히려 환경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환경에서도 쌍봉낙타들이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단열 기능이 뛰어난 털 때문이다.제1차와 2차 세계대전 사이에 영국에서는 듬성듬성한 낙타 털로 만든 폴로 코트가 크게 유행했다. 남성잡지 에스콰이어에 실린 영국 남성 패션의 역사에 따르면 1920년대 중반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 “어떤 코트도 이 코트의 인기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무심한 듯 걸쳐 입은 낙타 털 폴로 코트는 남성의 당당함을 더해줬다. 처음엔 폴로 선수들이 경기 도중 휴식 시간에 입는 옷으로 인식됐지만 일반 남성이 즐겨 입으면서 매력적인 남성 정장으로 자리 잡았다.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카루소의 CEO 움베르토 안젤리니(64)는 “남성들은 오랫동안 낙타 털에 매료돼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낙타 털로 만든 코트는 너무 무거워서 언젠가부터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코트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갖고 있으면 좋지만 잘 입지는 않는 아이템이라는 뜻이다.”하지만 안젤리니 CEO는 낙타 털에 낭만적인 요소가 있다고 확신했다. “양이나 염소는 낭만적으로 생각되지 않지만 낙타는 다르다. 낙타는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마르코 폴로’ 그리고 모험과 이국적인 땅을 연상시킨다.” 경제학 교수 출신인 안젤리니 CEO는 또 낙타 털이 캐시미어보다 30% 더 저렴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문제는 낙타 털을 어떻게 21세기 라이프스타일에 적합하게 만드느냐는 것이었다.그래서 안젤리니 CEO는 이탈리아의 유명한 섬유 전문가 피에르 루이지(P.G.) 로로 피아나를 찾아갔다. 이탈리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명품 브랜드 로로 피아나는 P.G. 가문의 직조 공장에서 비롯됐다. 요즘도 이 회사는 혁신적인 고급 원단을 꾸준히 시장에 내놓는다. 섬유를 통해서 인생을 보는 P.G.의 천재성 덕분이다. 난 그가 낙타나 개 등 종류를 막론하고 어떤 동물을 볼 때 그 털로 어떤 옷감을 만들 수 있을까부터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안젤리니 CEO는 처음 P.G.를 찾아갔던 때를 이렇게 돌이켰다. “P.G.는 수십 년 동안 최고급 낙타 털을 모아 왔지만 수요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낙타 털의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가벼운 정장용 원단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P.G.는 재미있는 생각이라면서 실험에 들어갔다.”이렇게 해서 탄생한 옷감이 ‘고비 골드’라는 원단이다. 낙타 털로 만든 원단의 특징이었던 투박한 털을 없앴다. 로로 피아나는 고비 골드로 두 종류의 정장용 원단을 개발했다. ‘프린스 오브 웨일즈’ 체크(윈저공이 웨일즈 왕자였을 당시 즐겨 입던 체크 무늬)와 초크 스트라이프(짙은 색 바탕에 그려진 흰색의 가는 줄무늬) 스타일에 적합한 소모사 원단이 그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낙타 털 55%에 슈퍼 170 울 플란넬 45%를 혼합한 단색 원단으로 정장 바지에 이상적인 옷감이다. 또 단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섬유 사이에 공기 층을 끼워 넣은 ‘더블’ 카멜 원단은 외투용으로 적합하다. 이 원단 덕분에 오리지널 폴로 코트의 21세기 스타일과 전통 오버코트의 가벼운 버전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번 실험의 가장 큰 성과는 낙타 털을 이용한 여름용 원단의 개발이다. “낙타 털 섬유에 실크를 혼합하면 광택이 살아나고 린넨을 혼합하면 빳빳하면서도 주름이 잘 생기지 않는다”고 안젤리니 CEO는 말했다. 그는 또 낙타 털을 이용한 다양한 니트웨어도 내놓았다. 내년 겨울엔 낙타 털 벨벳도 선보일 계획이다.낙타 털을 이용한 섬유의 다양성은 그 길이에서 나온다. “낙타 털은 캐시미어처럼 가느다랗게 분리할 수 있으며 길이가 최대 12.5㎝(캐시미어는 최대 4~5㎝)에 이른다”고 안젤리니 CEO는 말했다. “섬유가 길수록 더 많이 꼬을 수 있어 탄력이 좋고 주름이 잘 생기지 않는 옷감을 만들 수 있다. 또 고비 사막에 사는 낙타에서 나온 털이라 열이나 냉기를 차단하는 단열 효과가 좋다.” 고비 골드는 거의 기적적인 성능을 지녔다. 하지만 핵 공격으로 그 성능을 검증받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니컬러스 포크스 뉴스위크 기자

2017.01.02 11:54

3분 소요
실리콘밸리가 미움 받는 이유

산업 일반

기술업계 거물들이 세계의 부를 끌어모으며 영향력 행사하고 중산층 일자리 빼앗으면서 반감 증폭돼 실리콘밸리는 현대판 로마다. 카이사르가 군림하던 시대처럼 지금의 세계도 지구 대부분을 호령하는 첨단 ‘도시국가’ 실리콘밸리에 시달린다. 그들은 정복하는 곳마다 기술과 문화를 강제로 주입하고 막대한 재화를 가져간다.우리가 실리콘밸리의 팽창하는 부(富)와 영향력을 혐오하는 데는 피터 틸의 탓도 있다. 그는 페이팔 공동창업자로서 IT 투자자이며 독점주의자이자 대학무용론자로 잘 알려졌다. 그는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이 가십 전문매체 고커(Gawker) 미디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약 1000만 달러를 들여 그를 은밀히 도왔다. 이전에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폭로했던 고커 미디어에 복수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사실이 만천하에 폭로되면서 틸은 우리 같은 보통 사람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실리콘밸리와 그곳의 억만장자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모든 일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 한다는 인상을 각인시켰기 때문이다.비슷한 이야기는 많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보수층이 선호하는 뉴스를 차단한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언론 통제와 검열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한편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누구도 자신의 집 안방을 들여다 볼 수 없게 하려고 주변의 주택 4채를 몽땅 사들여 철거하느라 3000만 달러를 날렸다. 그에 비하면 틸은 구두쇠처럼 보이기도 한다.그 외에도 실리콘밸리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고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는 적지 않다. 인터넷 정보 서비스 업체 세일즈포스의 CEO 마크 베니오프는 지난해 미국 인디애나 주의회에 성 소수자가 차별당할 수 있는 법안이 상정되자 “인디애나 주에서 투자를 철수하고, 직원들을 그곳으로 출장 보내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아 법안 통과를 무산시켰다. 막말을 일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가 그토록 인기 높은 것도 대부분 유권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기술에 분노하기 때문이다.귀족 중의 귀족 특권을 누리는 기술업계 거물들의 아성인 실리콘밸리에 대한 분노는 전 세계의 반발로 이어졌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구글과 넷플릭스 이야기만 나오면 격분한다. 중국은 애플을 떠밀어냈다. 인도는 최근 인도인에게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겠다는 페이스북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허용했다간 무선 인프라 통제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인도 방갈로르 소재 IT 싱크탱크 iSpirt의 샤라드 샤르마 연구원은 “인도가 실리콘밸리의 디지털 식민지가 되지 않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제국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인공지능(AI)·3D 프린팅·블록체인 같은 신세대 기술이 머지않아 보편화되면서 제조와 화폐, 서비스, 심지어 국가의 주권 등 많은 것을 바꿔 놓을 태세다. 2007년 스마트폰·SNS·클라우드 컴퓨팅이 어우러져 지금의 기술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나타난 변화를 두고 머리가 어지럽다고 느낀다면 향후 10년의 변화는 아마도 우리를 까무러치게 만들 것이다.그렇다면 그게 과연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그 대답은 카이사르 시대의 로마 제국에 관해 그렇게 묻는 데 답하는 것처럼 아주 복잡하다. 누구에겐 좋은 일이고 누구에겐 완전히 인생을 망치는 일이다. 장기적으로 인류에게 이로울 수도 있지만 두어 세기는 지나야 확실히 알 수 있을 듯하다.실리콘밸리는 무엇이든 ‘와해’하길 좋아한다. 지금은 세계를 와해시키고 있다. 벤처투자업체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앤 바이어스(KPCB)의 파트너이며 IT 전문가인 메리 미커는 지난 6월 1일 연례 인터넷 추세 보고서를 발표했다. 자세히 검토하면 세계경제에서 실리콘밸리의 위상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예를 들어 미커 분석가는 지난해의 20대 기술업체를 제시했다. 그중 12개가 미국 회사, 7개가 중국 회사, 1개가 일본회사였다. 유럽이나 인도 등 다른 곳의 회사는 하나도 오르지 못했다. 특히 미국 회사들이 20대 기술 업체 전체 시가총액의 76%, 수익의 87%를 차지했다. 미국 회사 12개 중 실리콘밸리가 아닌 다른 지역에 있는 업체는 단 하나였다(코네티컷 주의 프라이스라인).실리콘밸리의 압도적인 위상을 파악하는 다른 방법도 있다. 인터넷 사용자는 세계 어느 곳보다 인도에서 더 빨리 증가한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그 성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인도의 스마트폰 앱 톱3는 페이스북 소유다(페이스북·왓츠앱·페이스북 메신저). 그러니 인도가 페이스북의 잠식을 우려하는 것도 당연하다. 아울러 인도의 스마트폰 거의 전부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iOS 운영체제를 사용한다. 인도의 가장 역동적인 산업에서 상당 부분이 실리콘밸리에 사용료와 로열티를 지불한다는 뜻이다. 북한 같은 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그와 똑같은 현상이 벌어진다.근년 들어 실리콘밸리로 흘러가는 돈이 순수 기술보다는 지금까지 디지털과 무관했고 전적으로 현지에서 이뤄지던 사업으로 이동했다.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가 그 방식을 잘 보여준다. 우버는 개인 운전자가 받는 승차 요금의 20%를 가져간다. 예를 들어 이전엔 프랑스에서 택시 요금의 100%가 프랑스에 머물렀다. 이제 우버가 프랑스 택시 산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 그 돈의 20%가 프랑스 땅을 떠나게 된다. 그런 일이 모든 산업, 모든 나라에서 일어난다고 상상해 보라. 우버로 전 세계의 돈이 몰려가는 것을 보여주는 다른 예도 있다. 사우디 정부의 투자 기관은 최근 우버에 35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아무래도 자국에 유망한 스타트업이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광고 전문지 애드위크에 따르면 구글의 지주회사이자 모회사인 알파벳은 전 세계가 미디어 광고에 쓰는 돈의 12%를 가져간다. 그전까지 어떤 회사도 전 세계 광고 지출의 12%를 주무른 적이 없었다. 게다가 구글은 세계 각국에서 상당한 돈을 거둬들인다. 지난해 구글은 수익 750억 달러 중 54%를 해외에서 올렸다.거시적으로 보면 기술은 세계에서 의미 있게 성장하는 소수의 경제 부문 중 하나다. 미커 분석가가 발표한 데이터는 세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지난 8년 중 6년 동안 평균 아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세계의 성장이 침체되는 상황에서 기술 부문이 부상한다면 다른 부문은 정말 보잘것없다는 뜻이다. 기술에서 창출되는 수익의 대부분은 실리콘밸리의 업체에서 나온다. 따라서 실리콘밸리는 세계의 경제활력 중 많은 부분을 견인한다고 말할 수 있다. 세계는 실리콘밸리에 그 수고료를 지불하는 셈이다.트럼프 후보는 유세에서 계속 미국이 손해 본다고 주장한다. 틀린 얘기다. 미국은 기술 부문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 문제는 미국 땅의 대부분은 실리콘밸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리콘밸리란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너제이 사이 구간일 뿐이다. 미국 안에서도 실리콘밸리는 과거의 로마 행세를 한다. 나머지 지역은 로마의 통치를 받았던 고대 유대와 같은 신세로 전락하기 쉽다.지금 미국은 아날로그 아메리카와 디지털 아메리카로 쪼개졌다. 아날로그 아메리카는 제조·소매·서비스·요식업 등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구식 사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지금 이 아날로그 아메리카가 위기에 처했다. 연방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의 신규 일자리 수 증가폭이 5년 8개월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제조 부문에서 일자리 약 1만 개가 사라졌다. 중산층 임금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소프트웨어에 의한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트럼프 후보 지지자들은 억울하고 화나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무력감을 토로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투쟁을 위해 트럼프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한다.아날로그 아메리카의 반대편엔 디지털 아메리카가 버티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앱을 팔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미국이다. 이 진영의 인재들은 자신의 서비스를 두고 벌어지는 입찰 전쟁을 즐긴다. 디지털 아메리카는 미국 곳곳에서 격리된 작은 공간으로 존재한다. 특히 보스턴·뉴욕·워싱턴·시애틀 같은 곳이 기술업체의 밀도가 높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실리콘밸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솜털도 안 가신 어린 억만장자, 천정부지의 부동산 가격, 전기차가 가득 굴러다니는 도로, 인재를 공급하는 스탠퍼드대학이 있는 곳이다. 그런 실리콘밸리의 더 많은 회사에 더 많은 돈이 흘러 들어간다. 올해 1분기 캘리포니아 주의 회사들(거의 전부 실리콘밸리에 있다)은 벤처 투자금 3억9600만 달러를 유치했다. 뉴욕 주의 1억4900만 달러, 매사추세츠 주의 9000만 달러와 비교되지 않는다. 게다가 실리콘밸리에서 만들어진 부는 그곳에 그대로 머무는 경향이 있다. 주식을 상장해도 미국 전역에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다. 페이스북 주식 소유자 톱40 명단을 보라. 거의 전부 실리콘밸리에 산다. 예를 들어 틸은 페이스북의 지분 2.5%를 소유하는데 그 가치만 20억 달러 이상이다.전 세계의 머리 비상한 사람들이 스타트업을 세우고 싶다면 실리콘밸리로 간다. 콜리슨 형제는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성장했다. 두뇌가 뛰어난 패트릭 콜리슨은 아일랜드를 떠나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동생 존 콜리슨은 하버드대학에 다녔다. 2010년 그들은 디지털 결제업체 스트라이프를 창업했고, 다음해 실리콘밸리의 여러 벤처 투자사로부터 200만 달러를 유치했다. 지금 스트라이프의 기업 가치는 50억 달러가 넘는다. 이 회사는 아일랜드나 보스턴이 아니라 실리콘밸리에 속하는 샌프란 시스코에 있다.실리콘밸리는 갈수록 기세가 등등하다. 그곳의 투자자들은 10∼15년 전엔 중국이나 인도에 가서 유망한 투자 대상을 물색했고 미국 곳곳에 지사를 뒀다. 하지만 지금 실리콘밸리를 벗어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 중요한 스타트업을 세울 인재 대다수는 이미 그곳에 있거나 앞으로 그곳으로 진출할 것이기 때문이다.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경제학 교수 엔리코 모레티는 저서 ‘직업의 지리학(The New Geography of Jobs)’을 쓰기 위해 경제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기술 산업에선 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이 어느 때보다 서로 연결된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직관에 어긋나는 현실이다. 그는 책에 이렇게 적었다. ‘혁신의 측면에서 기술업체의 성공은 직원들의 수준만이 아니라 주변의 생태계 전반에 좌우된다. 그 결과 전통 제조업보다 혁신을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가 더 어렵다.’ 철강이나 신발 같은 산업은 인건비와 원자재가 싼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반면 기술산업은 소수의 장소에서 서로 뭉쳐야 유리하다. 그중 실리콘밸리의 흡인력이 가장 강하다.지난해 언론은 ‘유니콘’에 추파를 던졌다.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 중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업체를 가리킨다. 그러나 가치 평가가 문제되면서 표현의 거품이 생겼다. 실리콘밸리 내부자들도 그에 따른 인과응보를 예상했다. 미커 분석가가 그 모든 표현의 거품을 터뜨렸다. “인터넷 기업의 과대평가가 너무 심하다. 동시에 과소평가된 부분도 있다. 소수의 기업만 승리한다. 승리하는 기업은 크게 성공할 수 있다.”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컨설턴트 3명과 내가 함께 펴낸 책 ‘더 크게 놀아라(Play Bigger)’에서 우리는 그 현상을 달리 묘사했다. 지금처럼 고도로 연결된 시대가 만들어낸 환경에선 한 회사가 독보적으로 성장해 새로운 사업 분야를 지배하는 경향이 있다. 페이스북·에어비앤비·VM웨어 등이 그 예다. 실리콘밸리는 이런 분야의 왕을 만들어내는 면에서 세계 최고다. 거기서 생겨난 새 회사는 다음 세대에서 가장 가치 높은 기업이 될 것이다.앞으로 나올 분야별 왕은 지금의 페이스북과 구글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 AI는 시장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는 기술이다. 지난 5년 동안 나온 클라우드 기반의 앱과 유사한 AI는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발명의 기초가 될 것이다. 예를 들면 AI를 사용한 소형 드론이 건물 주변을 순찰하고 감시하면서 경비원을 대체할 수 있다.3D 프린팅도 정밀성이 높아져 나이키 같은 회사는 아시아에서 신발을 만들어 미국으로 들여올 필요가 없어진다. 미국의 각 도시와 마을에 산재한 작은 공장 수천 개에서 ‘찍어 내면’ 된다.디지털 화폐 비트코인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은 금융산업을 완전 개편할 가능성이 크다. 또 가상현실(VR)은 앞으로 관광·스포츠·병원 진료 같은 분야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바이오테크, 로봇공학 등 수많은 기술이 곧 우리 앞에 쏟아질 태세다.그 충격은 참으로 극적일 것이다. 머지않아 우리는 이 세상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분해한 뒤 데이터와 AI 등 새로운 것을 넣어 다시 결합할 것이다. 물론 그런 배경을 이용하는 회사 중 일부는 실리콘밸리가 아닌 곳에서 나올 수 있다. 요즘 떠들석하게 선전하는 VR 스타트업 매직리프는 플로리다 주에 있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핀테크 업체 중 몇몇 주요 기업은 뉴욕에 위치한다. 그러나 이런 추세를 이끄는 업체 대다수는 실리콘밸리를 거점으로 삼는다. 미커 분석가가 말했듯이 새로운 분야를 지배하는 소수의 스타트업은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해 세계 전역에서 크게 성공할 것이다. 다른 지역에선 따라잡기가 더 힘들어진다.이제 이런 추세가 과연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아보는 문제로 돌아가 보자.스마트폰은 과거엔 사용료를 지불했지만 지금은 무료거나 아주 저렴해진 서비스를 많이 제공한다. 스마트폰에서 무료로 사용하는 카메라와 플래시는 과거엔 돈을 주고 구입했다. 지금은 뉴스도 공짜다. 돈을 주고 신문을 사볼 필요가 없을 정도다. 국제 통화도 스카이프를 사용하면 아주 저렴하다. 음악도 스포티파이에서 무료나 저렴한 요금으로 들을 수 있다.스마트폰은 기술의 세계화가 가져다준 혜택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 기술은 앞으로 더 많은 서비스를 저렴하거나 무료로 제공해 생활비를 낮출 것이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상품에도 적용된다. H&M에서 멋진 옷을 20년 전보다 훨씬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것도 기술과 세계 어디서든 가능해진 제조 덕분이다. 게다가 기술은 이런 추세를 가속화한다. IT 투자사 플러드게이트의 파트너 마이크 메이플스는 우리가 새로운 ‘풍요의 시대’로 진입한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훨씬 저렴하게 훨씬 많은 것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를 말한다. 그러면 더 적은 예산으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러나 모레티 교수의 데이터가 보여주듯 바로 그런 역학이 다른 곳의 일자리를 없애고 임금을 낮춰 중산층을 짓밟는다. 더 많은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거나 저렴해지면 그런 서비스를 만들어내거나 팔아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더 적어진다. 어떤 서비스가 클라우드 기반의 앱으로 간편화된다면 극소수의 인재들만 그 앱을 만들고 판매해 부자가 될 수 있다. 지도를 한번 생각해 보라. 과거엔 많은 업체가 지도를 인쇄했고 많은 가게가 지도를 팔았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지도 회사가 단 하나 있다. 캘리포니아 주 마운틴뷰에 본사를 둔 구글이다. 구글이 지도와 관련된 모든 돈을 가져가면서 그 분야의 일자리는 거의 다 없어졌다.실리콘밸리를 제외한 나머지 세계에선 이런 면이 더 나쁘게 다가온다. 우린 스마트폰과 앱, 저렴한 서비스를 좋아한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소외당하는 느낌은 원치 않는다. 틸이 고커 미디어를 상대로 술수를 부린 것 같은 행동을 보면서 우리는 소수의 엘리트가 모든 영향력을 갖는다는 느낌을 실감한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칼럼니스트인 마틴 포드가 쓴 ‘로봇의 부상(Rise of the Robots)’ 같은 책은 기술이 우리 일자리 대부분을 빼앗아갈 것이라고 말한다.트럼프 후보는 중산층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부추긴다.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후보도 마찬가지다. 다만 샌더스 후보는 월스트리트와 한물간 전쟁을 치르고 있다. 앞으로 자본주의 악당은 월스트리트가 아니라 실리콘밸리를 어슬렁거릴 것이다. 최근 샌더스 후보의 캘리포니아 주 팔로알토 유세에 4000명이 몰려들었다. 부동산 가격과 소득 불균형으로 거부가 아니면 살기 어려운 곳인 데도 말이다.현재의 모든 추세를 종합해 보면 앞으로 실리콘밸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막강한 곳이 되고 다른 곳은 전부 왜소해질 것이다. 실리콘밸리라는 ‘특급열차’를 탈선시키려면 독재에 맞서 근로자들이 들고 일어난 러시아 혁명 같은 것이 필요할지 모른다.물론 실제로 혁명이 임박한 건 아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는 미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무너지거나 정부·운동가·대중의 거세지는 공격에 직면할 것이다. 실리콘밸리 사람들의 악몽은 전기와 통신 산업처럼 규제받는 것이다. 과거 전기·통신 산업은 활기차게 첨단기술을 발명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정부의 규제 아래 활기 없는 관료주의 체질로 변했다.기술업계의 거물들은 그동안 혁신을 일으키고 창업하는 데만 골몰했다. 그러나 다음 단계에선 세계의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번창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터 틸은 언젠가 로마의 네로 황제처럼 주변이 불타오르는데도 자신은 바이올린을 연주할지 모른다.-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

2016.09.19 09:27

10분 소요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그룹 회장

CEO

지난 30년, 갖가지 금융위기가 지나가고 승자로 남은 사람은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이다. 320억 달러를 손에 넣었지만, 멈출 생각은 없다. 시장의 주인이 된 월스트리트의 황제를 파헤쳐보자.2015년 3월, 스티븐 슈워츠 먼(Stephen Schwarz-man·69)은 월스트리트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던 전설적 존재 지미 리(Jimmy Lee) JP모건 부회장의 전화를 받았다. 3개월 후 세상을 떠난 리 부회장은 당시 300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상업용 부동산 매각을 돕고 있었다. 전임자 잭 웰치 GE 회장이 오랜 기간에 걸쳐 엄청난 규모로 키워낸 금융서비스 사업이 제프리 이멜트 현재 회장에게는 처치 곤란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신용시장이 동결되면서 GE 캐피탈이 보유한 1010억 달러어치의 기업어음은 부실어음이 됐고, 이는 시장을 호령하던 제조 대기업의 발목을 잡았다. 리 부회장은 슈워츠먼에게 123년 역사의 GE를 부활시키기 위한 이멜트의 혁신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부동산을 매각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멕시코에 위치한 창고부터 파리의 사무용 건물, 호주 부동산 담보대출에 이르는 가지각색의 포트폴리오를 모두 인수할 수 있는 단 한 명의 매수자가 필요했다. 전세계 6개 대륙에 흩어진 부동산과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은 다양한 리스크를 가지고 있었다. 이멜트와리, 키이스 셰린 GE 캐피탈 사장은 3가지 조건을 가진 매수자를 찾고 있었다. 전세계 어떤 자산이든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 신속하게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는 자원 보유, 포트폴리오 전체를 집어삼킬 만한 자본력이었다. 이 3가지를 모두 가진 기관은 블랙스톤밖에 없었다. ━ 지구상에서 가장 큰 힘 가진 금융인 그렇게 해서 블랙스톤 부동산 총괄 조나단 그레이(Jonathan Gray)에게 첫 번째 전화가 왔다. 연락을 받은 그는 지체 없이 맨해튼 록펠러 센터에 있는 GE 사무실로 갔다. 그 곳에서 셰린 GE 캐피탈 사장은 블랙스톤에게 GE 캐피탈 자산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는 독점적 권한을 3주 간 주겠다고 제안했다. 방대한 자산을 전부 살펴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엄청난 기회기도 했다. 그레이는 이에 동의했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도 전에 GE 캐피탈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파헤쳐줄 블랙스톤 부동산 전문가 100명을 동원했다.4주 후인 4월 10일, 이멜트 회장은 블랙스톤이 GE 캐피탈 자산 140억 달러를 인수하고,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90억 달러는 웰스파고가 인수했다고 발표했다.이멜트 입장에서 블랙스톤은 구세주와 다름 없었다. 맥없이 처져 있던 GE의 주가는 소식을 발표한 후 11% 급등했다. 그러나 블랙스톤이 얻은 이익은 더 컸다. GE 캐피탈의 내부 사정을 확실히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에 계약 조건과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을 얻었고, 덕분에 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수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우리 모두에게 완벽한 계약이었다”고 슈워츠먼은 말했다. “글로벌 전역에 있는 자본 자산과 부동산 대출 자산을 모두 매수할 수 있는 기관은 우리 말고는 없다.”맞는 말이다. 2015년 블랙스톤이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실행하고 인수한 이 계약은 수십 년간 최고 금융기관으로 군림해온 JP모건과 골드만삭스가 이제는 왕관을 블랙스톤에게 넘겨주었음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증권사 대신 사모펀드를 꼭대기에 올린 새로운 위계질서가 만들어졌다. 가장 정점에 선 기관은 블랙스톤이었고, 블랙스톤의 회장이자 CEO인 슈워츠먼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금융인이 됐다.월스트리트가 경악할 정도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건 리스크 덕분이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리스크는 금단의 과일이 됐다. 금융거래 시장을 이끌던 골드만삭스는 ‘볼커 룰’ 입법으로 자기자본 매매를 사실상 하기 어렵게 됐다. 원래대로라면 GE 계약에 침을 흘리며 달려들었을 JP모건과 도이치 은행 등 거대 은행 또한 대출 및 종금 서비스가 제한됐다. 권력의 중심은 소위 ‘매수 쪽’에 있는 자산관리기관으로 이동했고, 이들 중 가장 유리한 입장에 놓인 사람은 344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지만 규제에는 구속되지 않는 거대 사모펀드 블랙스톤 그룹(Blackstone Group)의 슈워츠먼이었다. ━ 금융위기 후 자산 4배 증가 “골드만삭스는 아주 잘 경영되고 있다. JP모건과 웰스파고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들은 특정부문에서는 활동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블랙스톤 주주 중 하나인 리버파크 펀드(RiverPark Funds)의 미치 루빈은 말했다. “아마존이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다면 넷플릭스에 참 호재인 것과 마찬가지다.”그렇게 규제기관이 씨티그룹과 UBS, 모건 스탠리 등의 금융기관에서 지불하는 직원 보수를 제한하느라 있는 힘껏 머리를 굴리고 있을 무렵, 슈워츠먼은 행복한 마음으로 2015년 8억 달러의 배당금과 수익을 챙겨갔다. 로이드 블랭크페인(Lloyd Blankfein) 골드만삭스 CEO의 급여 2300만 달러보다 34배가 높고,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JP모건 CEO 급여 2700만 달러보다 30배가 높다. 102억 달러의 순자산을 가진 슈워츠먼은 블랙스톤이 배출한 억만장자 5명 중 한 명이다. 한 곳에서 5명의 억만장자라니, 월스트리트 역사상 어떤 금융기관보다 높은 기록이다.슈워츠먼의 지휘 아래 블랙스톤은 지난 8년간 숨이 막힐 듯한 성장을 계속했고, 시장에서의 비중과 영향력은 엄청나게 커졌다. 금융위기 이후 블랙스톤의 자산은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2070명의 직원 중 2007년 이후 회사에 합류한 직원은 85%에 달한다. 그 동안 회사는 수십 개의 금융상품을 새로 출시했다. 블랙스톤은 힐튼 호텔부터 마이클스 스토어, 베르사체, 라이카 카메라 등 아이콘이 된 브랜드를 포함해 92개 기업에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맨해튼의 스터이브센트 타운과 시카고 윌리스타워, 단독주택을 포함해 부동산 수천 채 또한 보유하고 있다. 특히 단독주택의 경우 블랙스톤은 미국의 어떤 민간기관보다 많은 주택을 가지고 있다. 또한 헤지펀드와 신용사업을 포함해 사업체를 가진 거의 모든 부문에서 시장 리더의 입지를 가지고 있다.핵심사업으로 두고 있는 사모펀드 투자사업의 경우, 처음 펀드를 발족한 1987년 이후 단 한 개의 펀드도 손실을 기록하지 않고 있다. 지난 30년간 사모펀드(19%), 부동산펀드(20%), 신용펀드(14%)의 연평균 수익은 같은 기간 연평균 수익 9.7%를 기록한 S&P 500보다 뛰어나다.“지난 30년간 뛰어난 수익을 올렸으니 31년째에는 수익률 행진을 멈출 거라는 시선이 있다”고 슈워츠먼은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 블랙스톤을 시작하고 5년 후부터 계속 들어온 말이다. 그러나 그럴 일은 없다. 우리에게는 효과적으로 구축된 시스템이 있다.” ━ 월스트리트의 ‘큰 손’이자 자선가 이전에 월스트리트에서 슈워츠먼은 ‘큰 손’으로 유명했다. 파크 애비뉴 3개 층에 걸쳐 있는 방 34개짜리 아파트(이전 소유주는 존 D. 록펠러 주니어)를 소유했고, 팜비치, 이스트햄튼, 자메이카와 생트로페 해변에 별장을 가지고 있다. 앤드류 카네기와 마찬가지로 그 또한 눈에 띄는 방식으로 자선을 베푼다. 2008년에는 뉴욕 공립도서관에 1억 달러를 기부하며 공립도서관 중 가장 대표적인 뉴욕 건물에 자신의 이름을 선명히 새겼다. 지난 해에는 모교 예일 대학교에 1억5000만 달러를 기부해 슈워츠먼 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이 돈은 115년의 역사를 가진 공동생활관(Commons) 건물을 공연장과 식당, 회의실, 전시관을 갖춘 최첨단 복합단지로 개조하는데 쓸 예정이다. 베이징 칭화 대학교에도 1억 달러를 기부해 권위 있는 로즈 장학금(Rhodes Scholarship)을 본 딴 슈워츠먼 장학금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지금은 자신의 전기를 준비하고 있는데 작가들이 잘못된 사실을 적지 않을까 해서 직접 출판사와 내용을 조율하는 중이다. 176cm의 키에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행동, 헐렁하게 맞는 다소 보수적 느낌의 양복을 좋아하는 슈워츠먼은 허세를 부리지 않을 사람이다. 그러나 2007년에는 뉴욕 파크 애비뉴 아모리 미술관에서 로드 스튜어트와 패티 라벨, 마틴 쇼트 등을 초대해 300만 달러짜리 초호화 생일파티를 열어 대중의 공분을 샀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부으려는 듯 이후에는 성과보수세우대(사모펀드의 경우 자본이득에 대해 세율을 부과 해 소득세를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 가장 정당화시키기 힘든 세법상 허점으로 인식된다)를 끝내고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엄포를 ‘나치 침공’에 비유해 사태를 악화시키기도 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모든 대선 후보가 월스트리트를 사정없이 공격하는 요즘 ‘월스트리트의 억만장자 황제’ 자리에 앉은 건 주홍글씨를 가슴에 달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종의 상징, 공격 대상이 된다”고 그는 말했다. “내가 처음 금융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이곳은 위신을 가진 산업이었다.”위대한 부는 위기를 통해 탄생하는 경우가 많다. 1907년 ‘공황’으로 증시가 급락하고 은행 대규모 인출이 줄을 이었을 때 금융시장에 들어와 은행 구제금융을 진두 지휘한 사람은 존 피어폰트 모건(John Pierpont Morgan)이었다. 그 대가로 그의 회사 U.S. 스틸은 루스벨트 대통령으로부터 반독점 규제 면제를 약속받았다. 덕분에 최대 경쟁업체를 탈 없이 인수한 U.S. 스틸은 산업 급성장 시기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성장했고, 모건은 이를 바탕으로 엄청난 재산을 축적했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가 왔을 때에는 J. 폴 게티(Paul Getty)가 현금이 부족한 석유사를 인수해 석유 제국을 향한 발판을 마련했고, 자신 또한 세계 최고 부호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금융위기 또한 마찬가지다. 이번에 엄청난 기회를 얻은 사람은 슈워츠먼이다. 블랙스톤은 월스트리트 격동기인 1985년에 설립됐다. 예금 및 대출 포트폴리오를 마이크 밀켄(Mike Milken)의 위험한 ‘정크본드’가 꽉 채우고 있던 시절이다. 슈워츠먼은 리먼 브라더스에 있던 시절 자신의 오랜 멘토였다가 1983년 공동 CEO자리에서 밀려난 피터 페터슨(Peter Peterson)과 함께 파트너십의 형태로 블랙스톤을 시작했다.리먼 브라더스에서도 둘은 아버지와 아들처럼 함께 일하며 훌륭한 팀워크를 보여줬다. 슈워츠먼보다 21살이나 많았던 페터슨은 닉슨 행정부 시절 상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했다. 반면, 분석능력이 뛰어난 슈워츠먼은 실질적으로 계약을 이루어내는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둘은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빈틈없는 사업계획을 구상했다. 초기 자본금 40만 달러로 합병 전문 컨설팅업체를 세운 이들은 프로젝트 계약으로 충분한 현금흐름을 확보하는데 집중했다. 현금을 확보한 후에는 사모펀드를 만들어 자기만의 방식으로 투자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다른 인수합병 전문사와 마찬가지로 충분한 차입금을 활용해 투자를 했고, 운용보수 2%와 함께 수익률 8% 기준점을 넘을 경우 성과 보수로 수익의 20%를 가져갔다. ━ 2008년 금융위기 때 입지 굳혀 488장의 초청장을 보내는 융단폭격으로 페터슨과 슈워츠먼은 결국 6억3500만 달러를 모집했다. 절묘하게도 1987년 10월 이들이 초기 투자금 모집을 완료한 다음 날, 증시가 폭락했다. 밀켄의 투자 메커니즘이 붕괴했고, 정크본드로 포트폴리오를 가득 채우고 있던 수백 개 저축은행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미 정부 산하 정리신탁공사(Resolution Trust Corporation)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부실자산을 경매로 매각했을 때 풍부한 자금을 손에 들고 있던 슈워츠먼앤코(Schwarzman & Co.)는 매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결국 슈워츠먼은 아칸소나 텍사스 등지에 있는 수십 개 아파트 건물을 저렴한 가격에 낚아챘다. 블랙스톤의 부동산 사업은 ‘저축 대부조합 위기(S&L crisis)’에서 태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0년 뒤 블랙스톤이 기회로 잡을 만한 또 다른 위기가 발생했다. 2000년 IT 거품 붕괴로 인터넷 관련주가 폭락했을 때, 앨런 그린스펀이 이끌던 연방준비제도는 금리를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공모시장에서 빠져 나온 자본은 주식시장에 좌우되지 않는 수익을 약속한 ‘대체투자’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바로 이 시장에서 블랙스톤은 완벽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었다.1990년 이후 블랙스톤은 ‘헤지펀드 솔루션’이라고 하는 자체 투자사를 헤지펀드 매니저 줄리안 로버트슨에게 맡기고 그리 많지 않은 돈을 투자하고 있었다. 그런데 1999년이 되자 블랙스톤과 파트너사의 투자금을 포함한 전체 자본금은 13억 달러로 불어났고, 펀드 가입을 문의하는 고객이 늘어만 갔다. 사업 확장을 결심한 슈워츠먼은 M&A를 전문으로 하는 토밀슨 힐의 주도 하에 기존 클라이언트를 위한 재간접 헤지펀드(fund of hedge funds)를 출범시켰다.‘대체투자’는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심지어 실물경제 분야에서도 대체투자로 돈이 쏟아져 들어왔다. 매도프의 폰지 사기(Ponzi scheme)가 터지면서 덩치 큰 헤지펀드의 안전함을 찾아 밀려드는 투자자가 더 많아졌다. 블랙스톤의 헤지펀드 사업은 2007년 운용자산 269억 달러에서 현재 680억 달러까지 급증했다. 블랙스톤은 지난 수년간 출범한 헤지펀드 중 피터 뮬러가 설계한 PDT 파트너스의 퀀트 슈퍼펀드와 함께 가장 중요한 펀드를 개발하는 금융사로 남아 있다.그러나 월스트리트에서 현재 블랙스톤의 입지를 굳혀준 위기는 뭐니뭐니해도 2008년 금융위기다. 사모펀드 혹은 헤지펀드 운영사의 치명적 약점 중 하나가 바로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없는 자본구조다. 파트너십을 통해 자금을 모집하고 수수료를 받은 후 얼마간 펀드를 운용하다 보면 결국 펀드를 청산해 자본화를 시켜야 하는데 이 운용기간은 보통 7년을 넘기지 못한다.그래서 슈워츠먼은 IPO를 통해 영구자본을 보충하기로 결심했다. 금융위기로 증시가 폭락하기 바로 직전에 내린 중대 결심이었다. 2007년 6월 21일, 블랙스톤은 336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고 41억 달러의 자본금을 모집했다. 인기는 대단했다. 중국 국부펀드는 IPO 이전에 이미 3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하고 의결권을 포기하겠다는 조건도 받아들였다. 슈워츠먼은 지분 23%만을 남기고 4억9300만 달러어치의 주식을 매도했다. 은퇴를 앞두고 있던 페터슨은 남은 지분 대부분을 19억 달러에 매도했다.“마르지 않는 영구자본에 대한 갈증을 가지고 있었다”고 슈워츠먼은 말했다.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예감이 있었다. 시장은 이미 최고치에 도달했다. 핵폭탄이 터진 후 다가올 추운 겨울에 대비해야 했다.” 2년이 지나기도 전에 블랙스톤의 새로운 파트너십 사업부(‘주식’을 뜻함) 가치는 IPO 당시 31달러에서 3.87달러로 폭삭 주저앉았다. “우리와 상관 없는 폭주였다.” ━ 69세의 나이에도 매일 잠은 5시간만 탄약을 든든히 챙겨둔 블랙스톤은 준비가 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적절한 위치도 차지하고 있었다. 위기가 가져온 역풍으로 골드만삭스 등 경쟁업체를 향한 규제기관의 철퇴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슈워츠먼은 M&A팀에게 ‘영리하게, 과감하게 나가라. 그러나 무엇보다 손실을 보면 안 된다’는 지령을 내렸다.이후 대표적 투자 사례는 다음과 같다. 2013년 슈워츠먼은 크레딧 스위스의 스트래티직 파트너스를 인수했다. 기존 사모펀드 투자지분에 자금을 투자하기 위해서였다. 거대 스위스 은행은 규제 강화로 90억 달러의 자금을 운영하는 사모펀드 투자사 스트래티직 파트너스를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자금력을 가진 블랙스톤은 인수를 위해 나섰고, 스트래티직 파트너스를 운영자산 190억 달러의 펀드로 키워냈다.헤지펀드 업계에서 블랙스톤은 이미 전 세계에 가장 많은 투자자산을 배분해 투자하는 기관이 됐다. 그러나 기존 헤지펀드가 다시 어려움을 맞는 상황이 오자 슈워츠먼앤코는 다시 한 번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센피나 어드바이저’로 이름 붙인 자체 헤지펀드 운용사업을 소리 없이 키워가며 일으킨 혁신이다.새로 시작한 세피나 어드바이저의 사무실은 블랙스톤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세피나는 펀드 매니저들이 (투자금 모집에 정신이 팔리기보다) 훌륭한 ‘롱’ 투자와 ‘쇼트’ 투자를 선별하는데 집중하도록 돕고 리스크를 통제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블랙스톤은 각 매니저의 매수 한도를 4억5000만 달러로 제한하고 리스크 헤징을 중앙 본부에서 담당하는 한편 보다 장기적인 투자와 집중 투자를 장려한다. 운영자산 20억 달러를 가진 세피나의 매니저는 8명이다. 대부분 지프 브라더스나 시타델 LLC에서 건너 온 투자전문가들이다.파크 애비뉴에 위치한 블랙스톤 본사 건물 44층에는 슈워츠먼의 사무실과 연결된 회의실이 있다. 센트럴파크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이 곳에 언제나처럼 핀스트라이프 화이트 칼라 셔츠를 입은 슈워츠먼이 조용한 틈을 타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었다. 슈워츠먼은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69세의 나이지만 매일 잠은 5시간밖에 자지 않고, 세계 곳곳으로 출장을 다니며 신규 클라이언트와 현재 투자자들을 만나고 외국 고위관료와 정부 수반에 자문을 제공한다. 그러면서도 블랙스톤 각 부서장이 사업 업데이트를 보고하는 월요일 정례회의에는 빠지지 않고 출석한다. 최근에는 슈워츠먼과 다른 최고경영진이 실시간 거래 현황 업데이트를 보고받을 수 있는 아이패드 앱을 개발했다.칠순이 다가오고 있지만, 슈워츠먼은 은퇴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은퇴라니 내 성질에 맞지 않는다. 은퇴할 거란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다”고 말한 그는 “그렇다고 우리 사업이 한 사람에만 의존하는 건 아니다”라고 재빨리 덧붙이며 블랙스톤에 훌륭한 전문가가 많다고 강조했다.2002년 슈워츠먼은 투자은행 도널드슨, 루프킨 & 젠레트에서 일하며 최고 금융 전문가로 명성을 쌓은 귀족적인 해밀턴 ‘토니’ 제임스를 영입해 일상적 투자 활동을 맡겼다. 1992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을 졸업한 후 바로 블랙스톤에 들어와 현재 회사 수익의 60%를 창출해 주고 있는 부동산 황제 그레이에게도 많은 권한을 주었다. 슈워츠먼의 후임으로 크고 있는 그레이는 이사회에서 슈워츠먼, 제임스, 헤지펀드 총괄 톰 힐(67)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신용 사업부 공동 설립자인 베넷 굿맨(59)의 경우 지난 해 2억 달러에 달하는 인센티브와 이사회 자리를 약속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 ‘코어 플러스’ 부동산펀드 출시 “스티브는 죽는 순간까지 회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2008년 블랙스톤에 합류해 2015년 에어비앤비로 나올 때까지 블랙스톤 CFO를 역임했던 로렌스 토시는 말했다. “그러나 (CEO) 승계는 별 사건 없이 조용히 이루어질 거다.”어떤 기준으로 봐도 블랙스톤은 잘 나가고 있다. 지난 12개월 간 모집한 투자금 800억 달러는 KKR이나 칼라일그룹, 아폴로 등을 크게 앞지른다. 초일류 대학교에서 블랙스톤 애널리스트 프로그램의 인기가 치솟은 건 더 인상적이다. 2015년 단 84명을 뽑는 블랙스톤 애널리스트 프로그램에는 아이비리그 학교에서 총 1만 5000명의 학생이 지원했다. 지원자 중 오직 0.6%만이 이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골드만삭스 프로그램의 4%보다 훨씬 경쟁이 치열하다.슈워츠먼의 인상적 업적에 흠이 하나 있다면 아마 블랙스톤의 주가일 것이다. 지난 3년간 수익률 63%를 달성했지만, 주식 거래가격은 아직 IPO 당시 가격에 미치지 못하고 다른 자산관리기관 주가에 비해 몇 배나 할인된 가격에 거래된다.공개시장 주주들이 변동성을 질색하는 게 원인이다. 블랙스톤의 수입은 자산 매각 시기, 시가평가 조정에 따라 달라진다. 3월 31일을 종점으로 한 지난 12개월간 블랙스톤의 실현 수익과 미실현 수익을 모두 합한 EIN(economic net income)은 8억9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 해 전 52억 달러에 비하면 83% 하락한 금액이다. 1분기 동안에는 유가 흐름과 각국 중앙은행 금융 조치로 글로벌 주식 및 신용시장이 롤러코스터처럼 변동성 높은 장세를 이어가며 보유자산 가치가 16억 달러 평가 절하됐다.이렇게 극심한 수입 변동성 문제에 대해 슈워츠먼은 현자 워렌 버핏과 잭 보글의 ‘매수 후 보유’ 전략을 가져와 새로운 해결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여주는 움직임이 바로 ‘코어 플러스(coreplus)’ 부동산펀드 출시다. 수익률 목표를 낮지만 안정적으로 잡고 차입투자 비중을 줄이는 한편, 보유기간을 늘린 개방형 투자상품이다. 이들 상품에는 환매를 제한하는 특징도 있다.코어 플러스 펀드는 날로 증가하는 ‘안전 수익’에 대한 수요를 제대로 활용하는 좋은 방안이다. 사모펀드의 기존 ‘기회 펀드’와 달리 이들 펀드는 1% 선취수수료, 10% 운용보수를 가져가지만, 블랙스톤이 자산을 ‘고정’시키거나 ‘매각’해야 한다는 기대는 없다.2015년 스터이브 센터 아파트 단지를 53억 달러에 매입한 것도 좋은 예다.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 바로 북쪽에 68년 전 지어진 110개 아파트동 단지 ‘스터이타운’은 앞으로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임대 수익을 내기 위해 매입했다. 코어 플러스 부동산 전략은 2016년 1분기에만 4.4%의 수익을 내주었고, 자산 가치도 벌써 120억 달러로 늘어났다.슈워츠먼은 코어 플러스 펀드의 가치가 10년 안에 1000억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가 가장 최근 도입한 이 금융 혁신은 펀드 수입의 변동성을 줄여줄 것이고, 슈워츠먼 또한 이를 통해 금융계 거물 중에서도 자신에게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지위를 갖게 될 것이다.“인출 가능한 기존 펀드 운영은 쳇바퀴 돌리는 것과 같다. 자금을 모집하고 투자한 다음에는 결국 매각해서 자산을 돌려줘야 한다”고 억만장자인 토니 제임스 블랙스톤 사장은 말했다. “그러나 이 사업의 핵심은 자산을 영원히 보유한다는 데 있다.”- STEVE SCHAEFER, NATHAN VARDI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스터·돈의 신: 금융부터 기업 매각, 거래, 인수에 이르는 다양한 부문에서 돈의 세계를 장악한 금융 전문가 40인을 소개한다. 헤지펀드 매니저, 사모펀드 거물, 대출기관 총수 등으로 이루어진 이들은 세계 경제를 오가는 수 조 달러를 쥐락펴락 하며 우리 모두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주고 있다. 돈의 마스터를 찾기 위해 포브스는 고액 금융거래의 매도 및 매수에 모두 관여하는 사업가를 대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돈이 힘이고 명성이기 때문에 순재산과 운용 및 관리 자산, 3년간의 운용 실적, 시장에서의 영향력 등 4개 기준을 적용해 각 후보자를 평가했다. ━ 1. 스티븐 슈워츠먼(Stephen Schwarzman) 블랙스톤 그룹출신지: 뉴욕시순재산: 102억 달러관리 자산: 3440억 달러세계 최대의 사모펀드 수장 슈워츠먼은 자산 가격이 급등한 이후에도 돈을 효과적으로 투자하는 방법을 계속 찾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에서 부동산을 추가 매입하며 주요 도시에 보유한 사무공간을 3000만 평방 피트(278m²)로 늘렸다. “최고가에 근접했을 때 추가로 자산을 매입하는 건 최저가에 매물을 싹쓸이하는 것만큼 신나지는 않다”고 슈워츠먼은 말했다. “어쨌든 중요한 건 항상 시장보다 높은 성적을 유지하는 것이다.” ━ 2. 데이비드 테퍼(David Tepper) 아팔루사 매니지먼트출신지: 마이애미 비치순재산: 114억 달러관리 자산: 180억 달러중국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시장이 완화됐다고 생각한다. “주식시장에 한해 보자면 공정가치를 인정받는 쪽으로 가고 있다. 따라서 ‘브렉시트’나 (이제 그렇게 놀라워 보이지 않는) 놀라운 선거 결과 같은 악재에도 미국 증시는 조금씩 상승을 이어갈 것”이라고 테퍼는 말했다. “문제는 금리 인상 시점이다. 연준위에서는 아주, 아주 인내심을 가지고 임할 거다. 인플레는 통제하는 것보다 만들어 내는 게 훨씬 어렵기 때문에 일단 인플레를 만들어 내고 통제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준위는 여유롭게 금리 인상에 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테퍼는 이렇게 덧붙였다. “연준위는 멀리 보겠다고 수없이 말해왔지만, 인플레를 잡겠다고 나서기 전 어느 정도의 인플레를 만들어야 한다는 연준위 입장을 시장은 이제서야 이해한 것 같다.” ━ 3.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JP모건 체이스앤코출신지: 뉴욕시순재산: 7억 달러관리 자산: 2조4000억 달러미국 최대 은행의 열쇠를 쥔 다이먼은 매일 5조 달러의 돈을 움직이는 금융 기관의 총수다.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을 헤쳐가는 중이지만, JP모건 대차대조표에서 제일 큰 리스크를 차지하는 시대착오적 세법 등 비효율적 정책에 대해 다이먼은 좀더 넓은 시각을 가지고 임하는 중이다. ━ 4.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버크셔 해서웨이출신지: 오마하순재산: 685억 달러관리 자산: 5520억 달러포브스 독자에게 버핏이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명한 투자자(The Intelligent Investor)』를 읽어라”라고 버핏은 말했다. “주요 시장이 하락세를 기록하는 중이라면, 한 번 더 읽어라.” 버핏은 벤자민 그레이엄의 가치투자 원칙을 오래전부터 열렬히 신봉해 왔다. 2016년 투자자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에게 지금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들은 “역사상 가장 행운아”라고 말했다. ━ 5. 로렌스 핑크(Laurence Fink) 블랙록출신지: 뉴욕시순재산: 5억5000만 달러관리 자산: 4조6000억 달러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CEO 핑크는 2월 S&P 500에 포함된 모든 기업 CEO에게 단기적 시각을 버리고 투자자가 참고할 수 있는 연간 전략계획 보고서를 발간해 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 6. 켄 그리핀(Ken Griffin) 시타델출신지: 시카고순재산: 76억 달러6 관리 자산: 250억 달러헤지펀드 매니저로 크게 성공한 그리핀은 미 주식거래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마켓메이커(시장을 조성하고 가격을 정하는 딜러)를 포함한 거대 금융기업을 구축하는 중이다. “위대한 팀은 열정이 넘친다. 이들은 우리 시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꺼이 나서며 승리를 원한다”고 그리핀은 말했다. “그런 팀의 일부가 된 것을 마음 깊이 감사한다.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걸 포착하는 창의력,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확신, 누구보다 빨리 움직이는 능력을 모두 갖춘 팀이다.” ━ 7. 제프리 군드라흐(Jeffrey Gundlach) 더블라인 캐피탈출신지: 로스엔젤레스순재산: 14억 달러감독 자산: 950억 달러에너지 기업이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채권 거래의 제왕 군드라흐는 정크본드에 대해 아직 비관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 금리가 크게 변동하지 않을 거라 보는 그는 중기 채권 펀드 투자를 제안한다. ‘미 증시는 마지막까지 버티는 사람만 살아남는 게임이고 현재 고평가된 상태’라고 믿는 그는 장세에 따라 일희일비하지도 않는다. ━ 8. 칼 아이칸(Carl Icahn) 아이칸 엔터프라이즈출신지: 뉴욕시순재산: 176억 달러감독 자산: 420억 달러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자신이 원하는 재정 정책을 정부에 소리 높여 요구하며 포트폴리오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는 헤징을 하고 있다. 아이칸은 미 기업이 해외 현금을 본국에 송금하도록 유도하는 세금 정책을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회의 교착 상태를 끝내고 필요한 재정 부양책을 만들어야 한다. 연준위 혼자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오래 갈 순 없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그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고 아이칸은 말했다. “저금리 때문에 형성된 거품은 예측할 수 없는 악영향을 끼치고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다.“ ━ 9. 로이드 블랭크페인(Lloyd Blankfein) 골드만삭스출신지: 뉴욕시순재산: 7억 달러관리 자산: 8780억 달러비용 절감과 신시장 발굴을 원하는 골드만삭스는 실리콘밸리의 방식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그는 2월 주주에게 보낸 서한에서 “기술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밑받침”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골드만삭스 트레이딩 고객을 위한 코딩 프로그램 마르퀴(Marquee)를 시장에 선보였고, 온라인 저축은행 서비스도 시작했다. ━ 10. 조지 소로스(George Soros)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출신지: 뉴욕주 카토나순재산: 249억 달러관리: 자산 290억 달러85세의 나이에도 투자시장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소로스는 2016년 아시아 통화 하락에 확신에 찬 베팅을 했다. 최근에는 부채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중국에서 미국 금융위기와 비슷한 방식의 글로벌 위기가 발생할 거라고 했다. ━ 11. 레이 달리오(Ray Dalio)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출신지: 코네티컷주 그린위치순재산: 156억 달러관리 자산: 1500억 달러세계 최대 헤지펀드 창업자 달리오는 2008년과 비슷한 부채 및 경제위기가 다시 발생한다고 주장할 근거가 없다고 믿는다. “그러나 부채가 많은 만큼, 통화 정책으로 경기부양이 가능한 여지가 감소하고 투자자산의 예상 수익 또한 너무 낮기 때문에 부채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 따라서 지난 20년간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세계경제 침체기는 더욱 연장되고 시장은 소폭의 변동성을 꾸준히 겪게 될 것”이라고 달리오는 말했다. “동시에 빅데이터와 빅컴퓨팅, 그리고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생산성이 크게 증가하고, 그 결과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미 상당히 벌어진 빈부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다.” ━ 12. 애비게일 존슨(Abigail Johnson)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출신지: 매사추세츠주 밀튼순재산: 154억 달러관리 자산: 2조 달러존슨은 자금이 패시브 펀드로 몰리는 추세 속에서도 피델리티의 명성을 드높인 액티브 펀드의 강점을 설파하며 지원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액티브 펀드가 훨씬 큰 힘을 발휘한다”고 홍보하는 광고 시리즈를 제작하기도 했다. ━ 13. 호르헤 파울로 레만(Jorge Paulo Lemann) 3G 캐피탈출신지: 취리히순재산: 306억 달러관리 자산: 323억 달러브라질 최고의 부호 레만은 문화적 아이콘이 된 식품 및 음료 회사를 인수해 뼈를 깎는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을 내는 방식에 강렬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 버거킹을 소유한 레스토랑 브랜드 인터내셔널(Restaurant Brands International)과 하인즈를 인수하고 안호이저-부시 인베브(Anheuser-Busch InBev)와 사브밀러(SABMIller)의 합병을 지휘하고 있다. ━ 14. 존 스텀프(John Stumpf) 웰스파고출신지: 샌프란시스코순재산: 2억 달러관리 자산: 1조8000억 달러시가총액 기준으로 미국 최대 은행인 웰스파고의 존 스텀프 CEO는 최근 연례 주주회의에서 저금리 기조가 시장의 일반적 기대보다 더 오래 유지될 수 있으며, 이는 은행 대다수가 이미 겪고 있는 수익 압박을 가중시킬 것이라 말했다. ━ 15. 존 그레이켄(John Grayken) 론스타 펀드출신지: 런던순재산: 63억 달러관리 자산: 640억 달러세계에서 부실자산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는 자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집중하는 분야는 부동산이다. 저렴한 가격에 자산을 매입해 최대한 빨리 매각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요즘에는 유럽에서의 계약을 노리고 있다. ━ 16. 스티븐 코헨(Steven Cohen) 포인트72 자산운용출신지: 코네티컷주 그린위치순재산: 127억 달러관리 자산: 110억 달러포인트72는 스티븐 코헨의 개인 재산만 관리하고 있다. 포인트72가 보유한 투자 전문가 350명은 전문 분야를 기준으로 수십 개 팀으로 묶여 활동한다. 코헨은 이들 전문가 그룹을 통해 투자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 17. 제임스 사이먼스(James Simons)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출신지: 뉴욕주 이스트 세타우켓순재산: 155억 달러감독 자산: 290억 달러자신이 설립한 퀀트(양적 헤지펀드) 전문 펀드업체에서는 이미 은퇴했지만, 수학과 컴퓨터, 데이터를 통해 금융시장의 패턴을 파악하려는 트레이더에게 사이먼스의 존재감은 여전히 크다. “우리는 매일 테라바이트급 데이터를 소화한다”고 사이먼스는 말했다. “우선 이상 징후를 찾는다. 이상 징후 하나만 본다면 우연의 산물일 수 있지만, 충분한 데이터를 얻고 보게 되면 우연이 아니라는 걸 알아챌 수 있다.” ━ 18. 레온 블랙(Leon Black)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출신지: 뉴욕시순재산: 48억 달러감독 자산: 1700억 달러신용등급 하락 자산 매수로 유명한 아폴로는 2월 당시 전년대비 50%의 가치가 하락한 자사주 2억 5000만 달러를 환매했다. “아폴로의 현재 주가는 우리 사업모델의 저력과 성장기회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블랙은 말했다. 자사주를 사들인 블랙의 행보를 따라 다른 사모 투자사도 아폴로의 주식을 매입했다. 주가가 이후 25% 상승했기 때문에 현재까지 투자 결과는 좋다. ━ 19. 제임스 고먼(James Gorman) 모건스탠리출신지: 뉴욕시순재산: 5000만 달러감독 자산: 8070억 달러고먼은 금융위기 이후 사망 직전까지 갔던 모건스탠리에 전환점을 만들어내며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허약했던 단계에서 치유, 안정으로 나아갔다가 지금은 성장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고먼은 말했다. 자산관리 사업이 안정되게 운영되는 덕에 2016년 느린 성장 속에서도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 “환경은 변했지만 바퀴는 빠지지 않았다. 아주 긍정적”이라고 고먼은 말했다. 그는 자산관리 예탁금 1500억 달러를 활용해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대출 사업을 계획 중이다. ━ 20. 조나단 그레이(Jonathan Gray) 블랙스톤 그룹출신지: 뉴욕시순재산: 15억 달러관리 자산: 1010억 달러세계 최대 부동산 투자사업을 총괄하는 조나단 그레이는 성숙단계로 들어갔다고 말하지만 끝을 논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경제가 2% 성장하고 신규 공급이 1%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의 공급과 수요는 아직 순조롭다. 그래서 임대료가 상승하고 거주율과 현금흐름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그레이는 말했다. 그는 신규 건설 속도가 인구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단독주택 부문처럼 공급이 가장 부족한 분야를 특히 선호한다. ━ 21. 존 엘칸(John Elkann) 엑소르 스파출신지: 이탈리아 토리노순재산: 8억5000만 달러관리 자산: 141억 달러아넬리(Agnelli) 가문의 상속자 존 엘칸은 가족 사업을 버크셔 해서웨이와 비슷한 지주회사로 탈바꿈 시켰다. 그룹 산하에는 자동차(피아트 크라이슬러)와 기계(CNH), 재보험(파트너리, 미디어 (이코노미스트), 축구구단(유벤투스) 등의 사업이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구축하기 위해 영구 자본을 투자하고, 역량 있는 리더와 글로벌 잠재력을 가진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경영 노하우를 투입한다”고 엘칸은 말했다. ━ 22. 메리 어도스(Mary Erdoes) JP 모건 자산운용출신지: 뉴욕시순재산: 6000만 달러관리 자산: 1조7000억 달러“1980년대와 90년대 투자시장에 진출한 사람들은 다년간 확실한 방향성을 가진 반등세, 혹은 집중적으로 급락하는 약세밖에 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어도스는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1960~70년대와 비슷하다. 특정한 방향성도 없고, 꽤 오랜 기간 동안 낮은 수익이 지속되고 있다.” 그럼 세계에서 6번째로 큰 자산운용사 대표는 무엇을 추천할까? “지속적 자산 배분이 가장 중요한 논의 주제가 될 것이다. 또한, 개별 투자의 안정성 확보, 부문 및 지역별로 투자 금액을 적극 배분하는 액티브 투자가 시장 지수와 연동하는 패시브 투자보다 훨씬 중요해질 것이다.” ━ 23. 헨리 크래비스(Henry Kravis) KKR출신지: 뉴욕시순재산: 43억 달러감독 자산: 1200억 달러헨리는 소비재 시장을 눈 여겨 보고 있다. 크레비스는 상품 가격 하락으로 소비재 시장이 혜택을 보리라 믿고 있다. “소비 패턴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소비자는 ‘물건’을 소유하기보다 ‘경험’을 얻기 위해 소비한다”고 크래비스가 말했다. 그래서 크래비스는 새롭게 가정을 이루는 가구 형성률과 인터넷 보급률, 건강 및 미용 상품을 판매하는 생활용품을 활용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 24. 안드레아스 할보르센(Andreas Halvorsen) 바이킹 글로벌 인베스터스출신지: 코네티컷주 다리엔순재산: 31억 달러관리 자산: 330억 달러전설의 헤지펀드 매니저 줄리안 로버트슨(Julian Robertson)이 키운 ‘새끼 호랑이’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할보르센은 브로드컴(Broadcom)과 아마존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 25. 하워드 마크스(Howard Marks) 오크트리 캐피탈출신지: 뉴욕시순재산: 19억 달러관리 자산: 970억 달러부실채권 인수업체 오크트리 캐피탈의 공동 회장 하워드 마크스는 1995년 50억 달러에 불과했던 오크트리의 자산을 1000억 달러로 늘리며 미국 100대 연기금 중 74개 기금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그가 주고 싶은 투자 자문은 무엇일까. “파트너와 고객은 아주 신중하게 선택하라.” ━ 26. 마크 월터(Mark Walter) 구겐하임 파트너스출신지: 시카고순재산: 23억 달러감독 자산: 2400억 달러성장세를 지속 중인 자산운용사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공동 창업자 마크 월터는 앞으로 많은 경제적 난관이 있을 거라 예상한다. “당연히 기회는 여전히 발견될 것”이라고 월터는 말했다. “특히 인구 고령화, 인프라 재구축과 관련해 기술이 발전하며 기회가 생겨날 것이다.” ━ 27. 장젠칭(Jiang Jianqing) 중국 공상은행 행장출신지: 베이징순재산: 100만 달러 미만관리 자산: 3조4000억 달러세계 최고의 자금력을 가진 중국 공상은행을 총괄하고 있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 속에서도 조금씩 수익을 내줄 방안을 끊임 없이 찾고 있다. 그는 투자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올해 초 회의에서는 “지금까지 발표된 경제지수 전반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세계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건 중국 경제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28. 다니엘 롭(Daniel Loeb) 써드 포인트출신지: 뉴욕시순재산: 26억 달러관리 자산: 150억 달러기업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투자자 다니엘 로브는 백스터 인터내셔널(Baxter International)과 암젠(Amgen)에서 행동주의 투자 원칙을 적용하며 헬스케어 산업에 많은 금액을 베팅하는 중이다. 일본에서도 기업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투자회사 중 하나인 7-일레븐 모기업에서는 CEO 사퇴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변동성 덕분에 훌륭한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롭은 4월 투자서한에서 말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액티브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하다.” ━ 29. 이스라엘 잉글랜더(Israel Englander) 밀레니엄 매니지먼트출신지: 뉴욕시순재산: 50억 달러관리 자산: 330억 달러직원 1800명을 둔 밀레니엄 매니지먼트에서는 현금 투자를 180개 팀에 맡기고 있다. 성과가 좋은 팀은 현금을 더 받고, 성과가 안 좋은 팀은 그대로 ‘아웃’이다. 최근 밀레니엄에서 증권 거래 전문가들이 해고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 30. 윌리엄 콘웨이(William Conway) 칼라일 그룹출신지: 버지니아주 매클린순재산: 25억 달러관리 자산: 1780억 달러사모투자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칼라일 그룹은 현재 큰 그림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콘웨이는 말했다. “천천히 움직이는 화물 열차처럼 미국 경제 또한 저변의 힘과 추진력이 있다. 비록 올해는 1%의 힘없는 성장을 이어가겠지만, 지난 5년간 매달 평균 2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것은 미국 경제에 지구력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콘웨이는 덧붙였다. “연준위는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시사했지만, 우리는 임금이나 상품 가격 등 예상치 못하게 금리 급등을 유도할 수 있는 변수를 면밀히 관찰하는 중이다.” ━ 31. 폴 싱어 (Paul Singer) 엘리엇 매니지먼트출신지: 뉴욕시순재산: 22억 달러감독 자산: 270억 달러아르헨티나와 거액의 채무 협상을 타결한 헤지펀드의 대표 폴 싱어는 전문가 조언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조언했다. “시장의 중요한 전환점은 ‘전문가’나 정책 입안자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예단이 불가능하다는 건 결코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시장과 경제 향방은 모델링이 가능한 과학적 현상이 아니라 인간의 집단 행동에 가깝기 때문에 무엇으로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싱어는 말했다. “그런데도 시장 예측에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예측을 가장 똑똑한 투자자나 트레이더, 논평가들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내가 보기엔 그게 더 놀랍다.” ━ 32. 브라이언 모이니한(Brian Moynihan) 뱅크 오브 아메리카출신지: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순재산: 350억 달러감독 자산: 2조2000억 달러월스트리트에서 알아주는 뛰어난 변호사 모이니한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위기를 해결하고 수백억 달러의 벌금 및 합의금을 지불했다. “사업을 단순화하고 자본과 유동성을 재구축하는 한편, 우리 회사의 역량에 투자하는 전략을 따라갔다”고 그는 말했다. 지금 모이니한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소비 지출이 시작됐고 핵심사업 활동도 활발한 만큼, 우리는 실물경제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입지에 있다.” ━ 33. 우데이 코탁(Uday Kotak) 코탁 마힌드라 은행출신지: 뭄바이순재산: 71억 달러감독 자산: 346억 달러인도 억만장자 우데이 코탁은 뭄바이와 델리 사이에서 확장된 대도시 건설 사업에 대출을 해주면서 엄청난 재산을 축적했다. 그는 인도 시장 투자가 발리우드 영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러닝타임은 길어도 결말은 해피엔딩이기 때문이다. ━ 34. 폴리아나 추(Pollyanna Chu) 킹스턴 증권출신지: 홍콩순재산: 38억 달러관리 자산: 20억 달러억만장자 폴리아나 추가 고향 홍콩에 투자한 돈이 최근 결실을 맺고 있다. 킹스턴 증권은 중국 본토와 새로운 거래 채널을 구축했고, 시장 급락에 겁 먹은 중국 투자자들이 이 채널을 통해 홍콩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이득을 보고 있다. ━ 35. 윙베 슬링스타(Yngve Slyngstad) 노르웨이 국부펀드출신지: 오슬로순재산: 300만 달러관리 자산: 8689억 달러2015년 세계 최대 연기금의 수익률은 2.7%에 불과했지만 슬링스타는 투자 전략을 그대로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겨울 주가가 하락할 때 가진 투자 발표에서 그는 “아직 매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36. 앤드류 빌(Andrew Beal) 빌 뱅크출신지: 댈러스순재산: 105억 달러관리 자산: 70억 달러금융위기 이전과 마찬가지로, 현재 빌은 시장에 대한 우려 때문에 대출 활동을 자제하는 중이다. “각국 금융시장은 이론에 강한 중앙은행 총수의 놀이터가 됐다. 정부가 통제하는 시장이 결국 어떻게 되는 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고 빌은 말했다. “결국 어떻게든 신뢰를 얻었다가 뒤통수를 치는 전형적 전략인데 이런 ‘신뢰 게임’의 끝은 언제나 똑같다. 바로 신뢰의 상실이다.” ━ 37. 로버트 스미스(Robert Smith)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출신지: 텍사스주 오스틴순재산: 25억 달러감독 자산: 200억 달러사모 투자사 비스타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실제 글로벌한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스미스는 말했다. “이는 고객사 네트워크의 실시간 거래 데이터 활용 역량에 따라 좌우된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건 빅데이터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분석에 기반한 상품과 인지적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운용사를 찾아내는 거라고 스미스는 말했다. ━ 38. 조셉 사프라(Joseph Safra) 사프라 그룹출신지: 상파울루순재산: 172억 달러감독 자산: 1500억 달러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은행가가 세운 자산운용사 사프라는 2016년 “훨씬 유연한 투자 접근”을 요구하며 “정치적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각국 증시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셉 사프라 또한 브라질에서 부패 혐의로 기소되는 등 일종의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 39. 데이비드 부스(David Booth) 디멘셔널 펀드 어드바이저스출신지: 텍사스주 오스틴순재산: 14억 달러관리 자산: 4090억 달러지난 수십 년간 부스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유진 파마(Eugene Fama)와 그의 파트너 케네스 프렌치(Kenneth French)를 디멘셔널 펀드의 이사로 임명하고 이들의 자문을 신봉하고 있다. 이들은 시장이 효율적이며, 전반적으로 가치주 수익률이 성장주보다 높고, 소형주 수익률이 대형주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 40. 제임스 쿨터(James Coulter) TPG 캐피탈출신지: 샌프란시스코순재산: 21억 달러관리 자산: 700억 달러세계 최대 규모 사모펀드 중 하나인 TPG 캐피탈의 공동 설립자이자 떠오르는 리더인 쿨터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싶어 한다. “항상 최첨단에 서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능력, 미개척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술과 확신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에어비앤비나 우버 등의 파괴적 혁신기업, 인도 및 스리랑카 등지의 소액대출, 푸에르토리코와 이탈리아의 부실채권, 태양의 서커스와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 STX 등의 콘텐트로 우선순위를 확대했다.”

2016.06.28 16:47

26분 소요
라포 엘칸, ‘와일드’하게 달리는 인생

산업 일반

밀라노의 코르소 베네치아에 위치한 라포 엘칸(Lapo Elkann)의 사무실, 약속 시각이 몇 분 지나 빠르게 걸어 들어온 엘칸이 담배 때문에 거칠어진 목소리로 “미안합니다. 신사 여러분”하며 품위 있는 사과를 건넸다. 곧장 그와 손님을 위한 에스프레소가 들어왔다. 엘칸은 에스프레소 한 잔을 들이켜더니 연이어 또 한 잔을 마셨다. 그리고 말보로 담배 2개비를 피우며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훑어보고, 지시를 내리더니 곧장 옷을 벗기 시작했다. 재킷을 휙 벗어 던지고 신발을 벗더니 바지도 벗었다. 신속한 움직임이었다.이것만은 분명하다. 엘칸은 강력한 회오리바람, 특히 하늘 끝까지 치솟은 지중해의 용오름 같은 사람이다. 원심력으로 치솟는 바람은 무서운 힘으로 이 남자의 주변을 맴돈다. 사람, 아이디어, 펜, 종이, 담배, 안경, 커피, 그리고 또 커피, 유벤투스 축구클럽 라이터(그의 가문은 1923년부터 유벤투스 구단주였다), 휴대전화 두 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은 바지 한 벌이 그가 끌어당기는 힘에 따라 그의 주변을 돌고 있다. ━ 피아트 제국의 상속자 구찌와 협업으로 시작한 맞춤형 ‘캡슐 컬렉션(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 스타일로 개인의 상징적 스타일을 구성해주는 아이템)’으로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딴 ‘라포 워드롭(Lapo’s Wardrobe)’에서 정장을 꺼낸 그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다 입은 모습은 사진으로 찍어 남겨 둔다. 효율성 좋은 홍보다. 그러나 아무리 홍보에 좋아도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나 레슬리 문베스 CBS 사장이 엘칸처럼 사무실을 탈의실로 사용하며 4~5명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태연하게 옷을 갈아입을 수 있을까? 이처럼 엘칸은 아무 비밀이 없는 사람이다. 말 그대로도 그렇고, 비유적으로도 그렇다. 공개되지 않는 비밀이 거의 없다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새로 갈아입은 옷은 더블 버튼의 초크 스트라이프 정장이다. 은행가로 볼 수 있을 만큼 얌전하지만, 스트라이프 간격이 넓어 ‘마피아 룩’같은 느낌도 든다. 그러니까 은행가에게서 엄청난 자금을 취하는 그에게 맞는 패션이다. 복고풍이지만 동시에 미래에서 온 것 같은 세련된 매력이 있다. 1930년대 뉴욕 나이트클럽의 재즈가수 캡 캘러웨이 같으면서도 차기작에 나올 듯한 악당의 모습이다. 정장 안에는 넥타이를 매지 않고 칼라만 있는 하얀색 남성용 테리 셔츠를 입었다. 피카소가 연인 프랑스와즈 질로와 함께 앙티브 해변을 거닐 때 입었음직한 셔츠다. 어디에서 어떤 시간에 보든, 엘칸은 근처에 정박한 요트에서 막 내린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어떤 남자에도 어울리지 않을 법한, 아니 어울려선 안 되는 앙상블도 엘칸이 입으면 타고난 매력과 장난스러움, 반항기, 세상을 알고 지루해진 ‘나쁜 남자’의 거친 느낌과 잘 어우러져 멋진 패션으로 변하고 만다. 2주 뒤 그는 비행기를 타고 상하이로 날아가 라포 워드롭을 홍보할 예정이다. 요트와 브랜드, 파티에 열광하고 허세를 좋아하는 소비자가 넘치는 곳이라 라포 워드롭에는 완벽한 시장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아시아 방문은 일종의 자선 행위로도 볼 수 있다. 남성 패션을 긴급 구조하기 위한 선교 활동이랄까. 상하이 신흥 부유층이 자신의 부와 경험을 내세우며 아무리 자랑해도 그만큼 능숙하고 무심하게 라포 워드롭에서 멋진 스타일을 뽑아내려면 어느 정도의 가르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에스프레소가 접시에 올려져 나왔고, 우리는 다시 미친 듯이 카페인을 들이켰다. 체스판 모양을 한 12피트 길이의 탄소섬유 소재 책상 위에 놓인 커피와 말보로는 마치 아침 식사 같았다. 그에게는 말보로가 페이스트리와도 같을 것이다. 37세의 엘칸은 기업 경영, 마케팅, 자동차 맞춤제작, 글로벌 청바지와 안경 사업, 보드카 생산, 영화 배급, 남성 패션 디자인, 시계 디자인, 그리고 무엇보다 피아트(Fiat) 제국 상속자 등, 어지러울 정도로 많은 커리어를 곡예 하듯 오가며 믿기 힘들 정도로 다채로운 몸짓을 선보이고 있다. 엘칸은 총 8개 기업의 설립자다. 이 중 6개는 이탈리아인디펜던트그룹의 계열사로 증시에 상장됐고(인터뷰를 진행한 곳은 이탈리아인디펜던트 사무실), 여기에 더해 영화 제작 및 배급사 굿필름을 여동생 지네브라(Ginevra)와 함께 공동 소유하고 있다. 굿필름은 여동생이 로마에서 운영 중이다. 8번째 마지막 기업은 이번 3월에 설립된 비상장 기업 가라지이탈리아커스텀즈다. 세계 시장에서 자동차와 비행기, 보트 등을 맞춤제작 하는 최신 유행의 디자인 및 제작 사업이다. 왜 그렇게 다양한 기업을 운영하는지, 그리고 왜 더 많은 기업을 세우려고 노력하는지, 엘칸은 기운찬 목소리로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나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사랑이다. 나는 차를 정말 사랑한다”고 그가 단호히 말했다. 피아트 설립자 지오반니 아넬리를 고조부로 둔 사람답다. “자동차는 나에게 사랑이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모양을 만드는 일을 사랑하고, 자동차가 태어나는 걸 사랑한다. 자동차가 출시됐을 때도 좋다. 소형, 중형, 대형 상관없다. 디자이너, 자동차 기계공과 함께 일하는 걸 열정적으로 좋아한다. 페라리의 맞춤제작 차량과 유일무이한 헌정용 모델을 만들도록 도운 적도 있다. 하지만 이미 덩치가 커져버린 가족기업에서 일하다 보면 항상 원하는 대로 일할 수는 없다. 각자 위치와 처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넬리 가문과 엘칸 가문에 대한 깊은 존경심으로 ‘라포’ 기업을 만들었다. 그리고 엘칸이나 아넬리의 세상이 아닌, 라포의 세상을 만들었다.” 그는 문장으로 말하기보다 단락으로 말하는 사람이었고, 대화에 끌려가기보다 주도권을 갖고 끌고 가길 좋아했다. 주먹 쥔 손에 턱을 괸 그의 모습은 토론에 골몰한 로마 상원의원처럼 보였다. 푸른색 펜 뚜껑을 딸깍대며 두 번 여닫은 그는 이를 시작으로 추억에 젖어 들었다. “외조부와 친조부 두 분에게 많은 걸 배웠다”고 그는 말했다. “당연하다. 그러나 나의 모험에 가족의 돈을 쓰지는 않았다. 나 스스로 내린 결정과 선택이었고, 주체적으로 끌고 가고 싶었다. 내 회사와 가족회사 사이에는 분명하지만 친절한, 꽃으로 장식된 벽을 세웠다. 나는 남동생(존, 피아트 회장), 여동생과 함께 가족기업의 최대 주주 중 한 명이다. 가족기업을 진지하게 생각하며, 나도 이들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상에서는 내 그룹, 내 기업, 내 제국, 내 이야기를 만드는 데 열중한다. 내가 만든 걸 언젠가 내 아이들에게 남겨주길 희망한다.” ━ 자신만의 제국을 신속하게 건설하다 그는 아직 자식이 없다. 참고로 말하자면 아직 아내도 없다. 하지만 결혼해서 자식이 생길 때쯤에는 분명 남겨 줄 유산이 상당할 것이다. 분석을 위한 문학적 재능과 함께 확실한 기업가적 자질을 가진 덕분에 이탈리아 인디펜던트는 2013년 밀라노 증권거래소에서 성공적 IPO를 하며 안정된 시작을 했고, 지난해 매출 3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32.1%나 증가한 금액이다. 모험을 찾아 방랑하는 중세기사의 이미지로 대중의 끝없는 관심을 받았던 이전 모습과 성공한 기업가의 모습은 서로 매력적인 모순을 이룬다. 플레이보이라고? 그럴지도 모르지만, 이 또한 그가 마음대로 입고 벗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옷일 뿐이다. 속을 파헤치면 그는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제국 건설의 재능을 발휘하며 세계 무대를 누비는 기업가에 더 가깝다. 여러 대륙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엄청나게 많은 사업 지시를 내리는 와중에 어떻게 재기와 개성이 넘치는 구찌 셔츠와 정장을 디자인할 수 있는지, 그럴 시간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짓궂은 미소가 떠올랐다. 큰 안경 건너편에 있는 푸른 눈이 똑바로 나를 쳐다봤다. “일단 일에 빠지면 아주 빨리 처리한다”고 그는 말했다. 웃음기가 거의 사라진 얼굴이었다. 두어 가지 면에서 그의 말은 전혀 농담이 아니었다. 우선, 그의 제국은 8년 만에 진행됐다. 2005년 그는 뉴욕 약물중독 재활센터에서 나와 회복 중에 있었다. 이탈리아인디펜던트그룹으로 발전한 사업 아이디어는 훨씬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재활치료를 통한 회복은 이를 현실화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2007년 이탈리아인 디펜던트를 공동 설립했다. 이후에는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에너지로 브라질과 아시아, 아메리카 등 전 세계를 오가며 파트너십과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구축해 나갔다. 어디서든 억누를 수 없는 개성을 가졌고 만화경처럼 다채로운 모습을 항상 유지하겠지만, 죽음 직전까지 갔던 경험은 그의 영혼 깊이 깨달음과 지혜를 새겨주었다. 그래서 지금은 힘들게 얻은 도구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용하는 데 집중한다. “사랑하는 일을 한다는 건 대단하다”고 그는 말했다. “그 중에서도 나만의 공간을 가진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아직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일을 하도록 돕는 게 좋다. 요즘 창의적이 된다는 건 기업가가 되는 걸 의미한다.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리스크는 기회를 포착한 후 감수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건 그냥 위험(danger)이다. “여동생과 영화산업에도 진출했다”고 그는 말을 이었다. “지난해 우리는 과 라스 폰트리에 감독의 , 를 배급했다. 더 좋은 일을 하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았다.” 이탈리아인디펜던트로 아이웨어 산업에 진출한 방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왜 아이웨어로 정했을까?” 그가 물었다. “안경은 무엇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영혼을 지켜주는 방패다. 또한, 우리 이탈리아인이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산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안경은 럭셔리 산업이 아니다. 80달러 정도 하는 안경테가 있었으니까 대중적 명품, ‘어포더블 럭셔리’ 시장으로 분류할 수 있겠다. 나는 이런 시장의 잠재력이 높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온갖 종류의 사람이 소비자가 될 수 있었다. 칼 라거펠트 또한 모피로 장식한 안경테를 썼다.” 엘칸은 사업 아이디어 실행에서만 신속한 게 아니다. 가라지이탈리아 사업을 위해서, 또 고옥탄가의 가솔린이 유전적으로 혈관에 흐르는 까닭에 그는 페라리 456GT2로 레이스 트랙 ‘오토드로모디몬자(Autodromo di Monza)’에 재참가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지난 9월 오토바이를 타다가 뼈가 으스러지는 사고를 겪었던 그는 굴하지 않고 시속 240km로 직선코스를 달리며 속도에 대한 열망을 충족시키려 한다. “자동차 산업, 대규모 생산업체는 잠에서 깰 필요가 있다”고 그는 피아트 500 빈티지 엔진베이를 떼어내고 만든 2인용 소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말했다. 누구나 자신의 자동차에서 맘에 드는 부분이 있고, 맘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다. 우리는 모든 걸 바꿔줄 수 있다. 가라지 이탈리아의 맞춤제작 대상은 자동차에 국한되지 않는다. 보트나 제트스키, 모터바이크, 사륜구동, 헬리콥터, 걸프 스트림 비즈니스 제트기에 이르기까지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모두 개조해 줄 수 있다. “이 정도 시장 수준이면 한계가 없다. 사업을 시작한 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일을 거절해야 할 정도로 축복받은 상황이다. 지구상 어느 곳, 어떤 종류의 운송수단도 모습을 바꿔 어디로든 배송이 가능하다. 글로벌 규모의 디자인 사업이다.” 올해 3월 제네바에서 개최된 오토쇼에서 모두의 시선을 잡아끈 업체는 단연코 ‘가라지이탈리아’였다. 엘칸과 15명의 핵심 디자이너 겸 자동차 조립업자들은 50년대 말에서 60년대 초 대유행으로 피아트의 아이콘이 된 딱정벌레 모양의 피아트 500을 흥미로울 정도로 우아하게 디자인해 선보였다. 토리노 생산공장은 디자인에 변화를 주어 매끈하게 잘 빠졌으면서도 편리한 중저가 도심형 주행차량을 선보였다. BMW가 새롭게 선보인 오스틴 미니(Austin Mini)만큼 성공적이었다. 제네바에서 엘칸은 특유의 활기를 가지고 ‘블랙 타이(Black Tie)’ 피아트 500X를 소개했다. 턱시도 직물과 캐시미어, 가죽 테두리 장식이 인테리어로 들어갔고, 블랙온 블랙 스트라이프로 자동차 표면에 ‘랩 페인트(wrap paint)’를 했다. 중저가 모델에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디자인이었다. 엘칸의 의도가 바로 그거다. ━ 기업인의 삶보다 유명인사로 더 조명 “랩 페인팅은 정말 놀라웠다”고 엘칸은 말했다. “우리는 페인트 R&D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지금도 무한대의 색상을 제공할 수 있다. 우리는 계절별로 다른 걸 원한다. 어떤 차는 여름에, 또 어떤 차는 내장을 바꿔 가을에 이용할 수 있다. 옷도 계절에 따라 바꿔 입지 않는가?” 엘칸은 감추는 것이 별로 없다. 아니, 아주 빠르고 노련하게 투명성을 이용한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가라지이탈리아, IPO, 아이웨어 라인의 브라질 및 일본 진출, 아디다스와의 협업, 위블로와 신규 계약 체결까지, 기업인으로서 엘칸의 삶은 그야말로 엄청나다. 그러나 기업인의 삶을 차치하고 유명인사로 사는 삶에서도 엘칸은 초음속의 능수능란함을 보여준다. 그의 행보는 이탈리아 타블로이드 신문과 소셜 미디어, 패션 페이지에 숨 가쁘게 상세히 보도되기 때문에 ‘라포’라는 단어는 그의 이름이라기보다 이탈리아 하늘을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혜성과 같은 현상을 일컫는 단어가 됐다. 경제적 효과로 살펴보면, 엘칸은 자기 회사 밖에서도 수많은 파파라치와 에디터를 먹여 살리는 고용주라 할 수 있다. 베니티페어 이탈리아(Vanity Fair Italia)는 지난 10년간 그의 세계적 연애사를 되짚는 ‘라포 엘칸의 여자들’섹션 웹페이지를 따로 만들었을 정도다. 엘칸은 현재 일정하게 만나는 여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지중해의 여름이 시작된 만큼 그의 뒤를 열렬히 캐고 다니는 유럽 타블로이드 에디터와 카메라로 무장한 행동대장들은 안테나를 잔뜩 세운 채 유럽 전역의 멋진 공항이나 항구, 바, 레스토랑, 리조트 등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 많은 자극적인 보도에도 엘칸은 결코 발끈하는 법이 없다. 언론에 게재된 사진은 좋든 나쁘든 혹은 무관심한 모습이든 상관하지 않고 벽지로 만들어 집무실로 이어지는 복도에 도배해 놨다. 보란 듯이 장식한 건 요란한 반항의 표시다. ‘나한테 한 방 먹였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절대 그럴 수 없지. 그러니 한 번 해보자’란 의미다. 그러나 이탈리아 언론이 그에게 끊임없는 관심을 퍼붓는 데에는 더 큰 이유가 있다. 역사적인 이유다. 이탈리아에서 엘칸은 ‘신의 아들’과 같은 존재다. 19세기 이탈리아에는 거물이라 할 사람이 많지 않았다. 엘칸의 고조할아버지 지오반니 아넬리는 자동차 산업에 투자해 피아트를 설립하고 회장이 됐다. 게다가 그의 할아버지 지아니는 수십 년간 토리노 경제를 지배하며 나이가 들어도 결코 스타일을 잃지 않는 20세기 남성 패션의 아이콘으로 남아 있다. 이탈리아를 현대로 이끌어 준 가문의 자손 엘칸은 기업계의 남신(男神)과 같은 존재로, 이제야 자신의 힘을 실현하는 중이다. ━ 이탈리아에서 ‘신의 아들’과 같은 존재 용무를 보기 위해 가라지이탈리아에서 맞춤제작한 마세라티(Maserati)를 타고 그와 함께 짧은 드라이브에 나섰다. 은백색 핀스트라이프(점선 무늬)로 색상을 칠하고 블랙 소모사 울 핀스트라이프 천으로 시트 커버를 씌웠다. 돌아갈 때는 걸어가기로 했다. 요즘 엘칸에게는 조금 벅찬 운동이다. 수개월 전 오토바이 사고를 겪고 아직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그는 자신이 “뉴욕에서 태어난 프랑스-토리노-나폴리-가톨릭계 유대인”이라고 장난스레 표현했는데, 그 모든 혈통이 정말 다 보인다. 그러나 매부리코를 가진 옆모습과 날렵하고 무심한 듯하면서 완벽한 패션 센스를 보면 전설로 남은 그의 조부 지아니가 떠오른다. 엘칸의 얼굴은 조상의 DNA 특징을 그대로 내보인다. 이탈리아 전 국민은 그의 코와 눈, 얼굴선을 익숙하게 알아본다. 함께 길을 걷는 밀라노 거리는 평일 오전의 분주함으로 꽉 차 있었다. 보도 반대쪽에서 페인트가 묻은 흰색 작업복의 페인트공 2명이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차오(Ciao: 이탈리아식 인사). 라포”, 그들이 잘 아는 사람을 본 것처럼 친숙하게 인사를 건넸다. “차오,” 그가 인사를 받으며 대꾸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50보 정도 더 갔을까, 풍채 좋은 경찰관 2명이 말을 건넸다. “차오, 라포” “차오” 그대로 계속 걸었다면 이렇게 익숙하고 오래된 19세기식 매너로 밀라노 전 시민과 인사를 나눴을 것이다. 그가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얼마나 대중의 인정을 받는지 확실히 보여주는 증거다. 경찰관과 페인트공이 다가와 인사를 건넨 대상은 ‘라포’라는 유명인사가 아니라 자신들의 조국 이탈리아와 산업 발전의 역사였다. “많이 물려받은 걸 부인하진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아름다움을 보고, 추구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울 기회와 호사를 누렸다. 인생에선 자신의 삶을 만들고 이루고자 하는 걸 위해 노력해야 할 순간이 있다. 가족기업 속에서는 내가 원하는 일을 모두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원하는 걸 나만의 방식으로 하자고 결심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 그는 펜 뚜껑을 딸깍거리는 동안 잠시 멈췄던 말을 이었다. “나는 멈추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 GUY MARTIN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15.08.28 09:04

11분 소요
피터 마리노 건축에 남성의 멋이 걸리다

산업 일반

세계적인 건축가 피터 마리노가 설계한 제냐의 컨셉트 스토어가 한국에서 속속 문을 열고 있다. 9월 부산에서 처음 선보인 데 이어 10월에는 서울 롯데 백화점 본점에서도 오픈했다. 이들 스토어에서는 제냐의 철학과 브랜드 스토리를 한눈에 읽을 수 있다. 마리노가 디자인한 글로벌 스토어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도시 20여 곳에 들어섰다. 도쿄·홍콩·두바이를 비롯해 중국 주요 도시에 자리를 잡은 새로운 제냐 매장이 그의 작품이다.마리노는 “제냐의 가치와 역사, 스타일과 퍼스낼리티를 재현한 글로벌 컨셉트 스토어 디자인에 참여한 데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1910년 이탈리아 트리베로에서 탄생한 울 팩토리인 라니피치오 에르메네질도 제냐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을 했다고 설명했다. 제냐 그룹은 마리노와 함께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로마, 밀란 등 유럽의 핵심 매장을 리노베이션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제냐 컨셉트 스토어 외부는 브랜드의 시그니처 패브릭인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장식됐다. 매장 내부는 제냐 특유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로 꾸몄다. 스카이 블루 컬러와 알파인 그린스톤의 자재는 이태리 북부에 위치한 제냐의 환경생태공원인 오아시 제냐를 연상시킨다. 남성적이면서도 자연을 닮은 컬러 팔레트, 자연 친화적인 소재는 환경보호에 심혈을 기울여온 제냐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외벽에는 시즌 패션쇼를 보여주는 거대한 LCD 스크린이 설치됐다.매장에서는 사토리얼 수트 컬렉션을 비롯한 어퍼캐주얼 웨어와 제냐 스포츠, 레더 및 텍스타일 액세서리를 포함한 다양한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매장 내 각 제품을 섹션화 해 고객이 효율적이고 편리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수트 컬렉션을 위한 럭셔리 룸이다. 다양한 종류의 원단을 살펴 볼 수 있고, 제냐의 주요 디자인과 시즌별 색상, 패브릭 매치에 대해 고객에게 팁을 제공한다.자신만의 룩을 완성하기 위해 맞춤복과 레더 제품에 중점을 둔 MtM(Made to Measure)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정장은 물론 캐주얼과 액세서리를 포함한 다양한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수트·셔츠·액세서리·타이·선글라스·향수 등 남성을 위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제냐 스포츠 브랜드는 활동적인 남성의 라이프 스타일을 돕는다.에르메네질도 제냐 그룹 CEO인 질도 제냐는 “지속적으로 스토어를 늘려가며 제냐의 위상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피터 마리노는 제냐의 가치와 역사, 스타일과 개성을 반영한 스토어를 성공적으로 디자인하고 있는 완벽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2012.11.08 17:41

2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