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문동 일대'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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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래미안 첼리투스와 성동구 트리마제는 강북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바꾼 대표 건물로 통한다. 성냥갑 아파트 대신 시원하게 뻗은 현대적인 건축물이 한강변을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두 개 단지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에서 사퇴하기 전인 2009년 부지 25% 이상을 기부채납하는 정비사업에 대해 최고 50층 건립을 허용했던 당시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이들 아파트는 지금까지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를 기치로 내걸었던 오 시장 정책을 상징하는 곳으로 꼽힌다.2019년 4월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장이 바뀌었을 때 시장에서 기대했던 변화 역시 이 같은 높이규제 완화에 집중됐다. 한정된 땅에 집중된 주거와 업무 수요를 충족하는 방식은 공간을 위로 확장하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답답했던 도시 미관을 ‘글로벌 선도도시’라는 야심에 걸맞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해 발표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은 이 같은 기대를 웃돈 수준이었다. 그동안 경직된 ‘관(官)’의 불가침 영역으로 취급되던 용도지역, 용적률 규제가 대폭 완화된 것이 골자다. 제목 그대로 2040년까지 완성을 목표로 추진되는 이 기본계획에 따라 뉴욕, 싱가포르 등 세계적인 금융 허브에서 볼 수 있던 독특한 디자인의 초고층 건물을 미래 서울에서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초고층 빌딩 숲’ 되나이 같은 높이 규제완화의 결과가 가장 극대화할 곳은 용산 철도정비창과 종로 세운지구가 될 전망이다. 첫 주자는 ‘비운의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용산 철도정비창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철도정비창에 조성되는 용산국제업무지구를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해 법적 상한 용적률을 1500% 이상으로 높이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용적률 상한이 1500%를 넘길 경우 국내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높이 555m)보다 높은 건물이 들어설 수 있다. 롯데월드타워 용적률은 800% 가량이다.
서울시는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비욘드 조닝은 건축물의 용도 및 용적률, 층수 등을 제한하던 기존의 ‘용도지역’ 제도를 전면 완화하는 개념으로, 용도지역에 따른 법적 용적률에 더해 조례로 이중 규제를 하던 서울시의 도시계획 방향이 완전히 전환된 셈이다. 기존 토지용도와 상관없이 건물을 주거와 상업 등으로 복합 개발할 수 있어 한정된 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고밀개발에 적합하다. 한국철도공사가 보유한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는 서울 한강변 중심에 있어 서울의 전체적인 스카이라인을 바꿀 뿐 아니라 규제완화 정책의 테스트베드로서 쓰일 전망이다. 용산은 물론 종로 세운지구에도 이 같은 개념이 적용할 계획이다.‘글로벌 스탠다드’에 한 발, 난개발 우려도 나와 비욘드 조닝 등은 용산 개발계획 발표에 앞서 같은 해 3월 공개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기본계획의 중요한 지침으로서 수립된 2040년 서울의 미래상은 ‘살기 좋은 나의 서울, 세계 속에 모두의 서울’이다. 서울시는 ‘살기 좋은 나의 서울’을 실현하는 대표적 방안으로 주거·업무·여가 기능을 통합해 일상생활을 도보 30분 내에서 향유하는 ‘보행일상권 강화’를 계획하고 있다. ‘세계 속에 모두의 서울’은 중심지 기능 고도화를 통한 ‘중심지 기능 혁신’을 통해 실현될 전망이다. 특히 개발 영역에서뿐 아니라 경제·산업적인 측면에서 규제완화, 창업지원 역시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다. 지난 1월 2040서울도시기본계획이 원안대로 확정 공고됨에 따라 실현에 한 발 다가선 상태다. 2월 9일 오세훈 시장은 해당 계획을 기초로 한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성냥갑 아파트 퇴출 2.0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번 혁신방안에서도 특색 있고 상징성 있는 건물 디자인을 위한 규제개혁 및 행정지원 개선이 핵심을 차지했다. 민간개발에 대해 공모를 통한 혁신 건축 디자인 제안을 할 경우 높이, 용도 등 규제완화와 법정 용적률 120% 상향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일각에선 규제완화의 부작용으로 서울시가 난개발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드슨야드 같은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지만, 홍콩 아파트촌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2021년 정부가 도심 주택공급을 위해 역세권 용적률을 700%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내놨을 때부터 이 같은 우려는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와 정부는 규제완화가 제한적이므로 난개발 우려는 기우라는 입장이다. 최진석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현재 서울의 주거지역은 너무 주거지역스럽고, 업무지구는 너무 업무지구스럽다”며 “쌍문동처럼 생활편의시설이 부족한 주택밀집지역을 비욘드 조닝을 통해 복합용도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라고 풀이했다. 때문에 “특정지역에 주거와 상업시설이 동시에 들어가도 난개발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3.03.1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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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북구 수유동 170일대가 지난해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됐다. 8일 서울시 및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수유동 170일대는 강북중학교 남측 1만2124㎡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토지 등 소유자는 139명이다. 면적이 작고 소유자가 적어 세대수가 큰 아파트 단지는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사업지 인근에 아파트를 찾아보기 힘들다. 수유동 170일대는 7층 높이 규제가 적용된 2종 주거지역으로 다가구·다세대·상가주택이 밀집해 있다. 이로 인해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꽤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상가건물 등 소유주들이 임대료 수익을 포기하기 쉽지 않아서다. 인근 주민들의 의견도 엇갈리는 분위기다. 일대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직 (신통기획) 선정만 됐을 뿐이다”며 “상가 건물이 많아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뜻에 따르는 거지만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거의 다 된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 사이 일대 부동산 가격도 2배로 올랐다. 주변 빌라 시세가 약 일억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물건이 많지 않고 거래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서 2년간 실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1월 2일부터 이 일대 면적 1만2124㎡, 101필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사업 진행에 있어 기대해 볼 만한 요소는 우이천이다. 우이천변 건너에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된 도봉구 쌍문동 724일대와 시너지효과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쌍문동 사업지 역시 면적이 작고 세대수가 적은 점은 단점으로 꼽히지만, 오세훈 서울 시장이 추진하는 ‘지천 르네상스’ 사업과 맞물려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제기된다. 아울러 7층 높이 제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2종 일반주거지역의 7층 높이 제한 규제를 푼 덕분이다. 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높이 제한을 적용받는 지역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거나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공동주택(아파트)을 건립하는 경우 2종 일반주거지역과 동일하게 최고 25층까지(공동주택 기준) 건축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유리하지 못한 입지적 측면 등 사업 진행 시 성패는 갈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수유역 인근이 먹자 상권이라 주거지로 좋은 곳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번 사업지 인근 ‘강북종합시장 정비사업’이 추진됐던 곳도 주변 노후시장 부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오래된 상가나 빌라들이 둘러싸여 있는 등 주변 환경이 열악한 편이었다. 이 부지에 들어선 ‘칸타빌수유팰리스’는 전체 216가구 중 198가구가 미계약 물량으로 나오면서 이달 11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기도 했다.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전용면적 59㎡ 일부 주택형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하는 등 고양분가 논란이 퍼진 데다, 소규모 아파트 단지라는 점에서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으로 풀이됐다. 이번에 나온 무순위 공급 물량 198가구는 당첨 부적격 사유로 인한 물량 없이 모두 계약 포기로 인한 미계약 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대상지가 좁고 역과 거리가 있는 데다 일대에 특별한 개발이 있지 않다”며 “정비되면 당연히 좋아는 지겠지만, 파급효과가 그렇게 크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해 강북구에서 신통기획을 신청한 곳은 총 5곳(▶번동 2-1구역 ▶삼양동 소나무협동마을 ▶수유동 170번지 ▶수유동486 빨래골 ▶수유동 인수마을)이다. 이중 수유동 486 빨래골 주민들도 지난 2월 공공재개발 공모 및 다음 신통기획 선정을 위한 동의서를 걷는 등 재개발 열망을 이어가고 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2.05.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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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배경지인 서울 도봉구 쌍문동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됐다. 지정된 구역은 724번지 일대다. 30일 서울시 및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쌍문동 724번지는 총 1만619㎡로 후보지 총 21곳 중 면적이 가장 작다. 토지 등 소유자는 135명이다. 면적이 작고 소유자가 적다보니 세대수가 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어렵고 역과 거리가 먼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실제 이 일대 아파트들은 세대수가 적은 단지들이 대부분이다. 2002년에 준공된 ‘쌍문삼성래미안’은 407세대로 구성됐다.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59㎡는 현재 매매가가 7억원 선이다. 2006년에 준공된 ‘쌍문브라운스톤’도 155세대뿐이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96㎡은 8억5000만원~9억원 선에 올라와 있다. 그나마 1986년 준공 된 ‘쌍문한양1차’가 824대다.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79.2㎡은 8억8000만원에서 9억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 작은 면적에 세대 수 적어…기존 재개발 사업과 갈등도 특히 눈여겨 볼 곳은 1981년 준공된 ‘백조 아파트’다. 이번 사업지에 속해 있는 백조아파트는 총 104세대다. 쌍문동 724번지 소유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신통기획에 선정되기 전 후로 가격대도 올랐다. 한국분동산원 기준 이 아파트 전용면적 77.06㎡은 현재 4억1000만~4억8000만원 선에 올라와 있다. 지난해 신통기획 후보지가 발표되기 두 달 전인 2021년 10월에만 하더라도 같은 면적이 3억8000만~4억4000만원 선이였다. 724번지는 재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등 심했던 곳이다. 재건축사업 추진파와 가로주택정비사업파가 나눠져 갈등 및 반목이 심했다. 쌍문동 724번지 민간재개발사업 추진위원회(가칭)에 따르면 해당 개발 면적이 1만㎡을 초과 하는 것이 가장 큰 현실적인 문제점으로 꼽힌다. 724번지 민간재개발사업 추진위 관계자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상 1만㎡ 미만은 가로주택 정비사업 대상지이고, 1만㎡ 이상‘은 신통기획처럼 민간재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과거 6~7년간 서울시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거해 정비구역지정을 단 한 건도 한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신통기획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742번지 일대에는 40년이 넘은 아파트도 있고, 대부분 주택의 노후도·호수밀도·접도율 등이 심각하다”며 “향후 용적률이 잘 적용되고, 분담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724번지 일대의 입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자연환경은 큰 장점으로 꼽힌다. 도봉구 50~60%가 녹지인데, 산세권이 입주민의 삶의 질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특히 쌍문동 724 일대가 우이천과 맞붙어있어 오세훈 서울 시장이 추진하는 ‘지천 르네상스’ 사업과 맞물려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 자연환경 입지 강점…도봉구 교통·개발 호재도 긍정적 오 시장은 지난해 9월 제2의 한강 르네상스격인 지천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지천 르네상스는 지역의 문화·관광·경제 등 다양한 자산을 활용해 수변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까지 도모한다는 게 서울시의 목표다. 현재 서울시를 흐르는 하천은 안양천, 중랑천, 도림천, 진관천 등 총 75개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의 재당선 여부에 따라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가 다시 부활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오 시장은 지천 르네상스 성공을 통해 자신의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재평가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우이천도 가깝고 정비가 되면 주거환경이 개선될 것이니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간 개발에서 오랜 기간 소외되면서, 노후화된 주택과 좁은 골목길 등이 잔존하며 도봉구의 시계는 멈춰 있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선 이번 신통기획 선정과 함께 도봉구 전체의 변화의 바람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열악한 교통여건이 최대 약점 중 하나였는데, 굵직한 교통개발들이 호재가 될 전망이다. 창동역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이 신설되면 삼성동까지 10분대로 주파가 가능해지고, 창동역 복합환승센터, 우이신설연장선 등도 개발이 예정돼 있다. 또 도봉구의 복합 쇼핑몰 '아레나 X 스퀘어'가 조성되면 향후 영등포역의 롯데백화점, 용산역의 아이파크몰처럼 일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상권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다. 창동역 일대 바이오메디컬 산업단지 육성도 주목된다. 한편 이러한 기대감과 함께 도봉구 내 재개발 움직임도 계속 되고 있다. 지난해 신통기획에서 미선정된 방화1구역은 지난 2월 진행된 공공재개발 공모와 함께 2차 신속통합 민간재개발 동의서 작업을 추진했다. 또 창 3동 일대는 공공재개발에 강한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창2동 주민들도 4개월 전 민간재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2.04.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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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파트 입주 물량 22년 만에 최저, 전세 수요는 여전할 듯 경기도 판교신도시 삼평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임좌배 사장은 요즘 전셋집 집주인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 입주 4년차를 맞은 이 일대는 올 하반기 전세계약이 끝나는 전셋집이 꽤 있다. 하지만 집주인들은 대개 전세 시세가 아닌 월세 시세를 묻는다. 임좌배 사장은 “하반기 계약이 끝나는 전셋집 주인들의 월세 문의가 하루에도 두세 통씩 온다”고 말했다.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없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집주인이 전세 대신 월세나 반전세(보증금+월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이뤄진 임대차 계약의 33.9%이던 월세 비중이 올 상반기에는 38.9%로 5%포인트 높아졌다. 삼평동 봇들 마을4단지(748가구)는 현재 전세 물건이 한 건도 없다. 월세는 10가구 정도 있다.요동치는 전세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전셋집이 없다는 것이다. 집주인은 전세 대신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월세(반전세)를 선호한다. 서울 옥수동 500여 가구의 한 아파트 단지엔 나와 있는 전셋집이 하나도 없다. 5~6월 3가구가 전세로 나오자마자 거래된 뒤 씨가 말랐다.서울 미아동 두산위브(1127가구)도 전세 물건이 1가구밖에 없다. 월세는 9가구가 나와 있다. 기존 세입자들의 재계약이 증가한 것도 전세 물건이 귀해진 이유다. 재계약하면 중개수수료·이사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새로 세입자가 들어오는 것보다 전셋값 상승 폭이 작다. 때문에 서울 잠실동 아파트의 경우 전세 재계약률이 80%에 이른다.전세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집값 전망이 불투명하자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층 조차 전세를 선호한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가 서울·수도권에 사는 소득 상위 20% 이내 고소득층의 자가점유율(본인 소유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을 조사한 결과 2006년보다 6%포인트 떨어진 58.7%(2012년 기준)로 나타났다.전세점유율은 같은 기간 6.2%포인트 올라 33.9%를 기록했다. 올 7월로 취득세 감면이 끝나면서 주택 구입 대기자들도 전세로 돌았다. 정부가 취득세 영구 인하 검토에 들어간 것도 영향을 미친다.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취득세 인하를 기다리며 전셋집을 찾기 때문이다.서울 동대문구·영등포구 사정 나아이렇게 기존 주택의 전세 물건이 귀한 데다 앞으로 새로 입주하는 주택이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어 당분간 전셋집을 구하기는 쉽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8월 이후 서울·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7100여 가구로 1992년(9만7000여 가구) 이후 22년 만에 가장 적다. 내년 상반기는 3만 가구에 불과하다.서울에선 1만9000여 가구의 새 아파트가 나온다. 지역별로 물량 차이가 심하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포·용산·동대문구 등 도심권에 각각 5000여 가구가 몰려 있다. 영등포구(1700여 가구)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입주 소식이 거의 없다. 강북권은 1800가구에 불과하다.강남권은 5000여 가구 새 아파트가 쏟아지지만 전세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입주 물량이 대부분 보금자리지구에 몰려있다.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거주의무기간(1~5년)이 있어 집주인이 일정 기간 직접 살아야 해 전셋집이 나오기 어렵다. 민간 아파트의 경우 중대형이 대부분이라 전세난 해소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전세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 이주가 하반기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서울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6600가구)가 8월부터 이주를 시작하고 반포동 신반포1차아파트(790가구), 잠원동 대림아파트(637가구)도 이주한다. 잠실동 잠실1번지공인 김찬경 사장은 “이들 단지에서만 8000여 가구의 전세 수요가 쏟아지는데 대부분 비슷한 생활권에 머물기 때문에 또 한차례 전셋값 폭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강북권도 사정이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 아파트가 1800여 가구에 불과하다. 쌍문동에선 코오롱건설이 지은 2개 단지 600여 가구가 9월에, 은평구 불광동에선 롯데건설이 지은 1개 단지 588가구가 9월 입주 예정이다. 이들 지역 평균 전셋값은 3.3㎡당 각각 550만원선, 775만원선이다.도심권은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동대문구에선 전농동 래미안 크레시티(2397가구)가 입주를 시작했다. 대단지의 경우 한꺼번에 매물이 쏟아지기 때문에 전셋집을 싸게 구할 수 있다. 84㎡형(이하 전용면적) 전셋값은 2억3000만~2억4000만원선으로, 입주 3년차 인근 아파트보다 1000만원 정도 싸다.영등포구는 5개 단지 1700여 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어 전세물건이 넉넉한 편이다. 평균 전셋값은 3.3㎡당 800만원선이다. 84㎡형 전셋집을 구하려면 2억5000만원 정도 필요하다. 강서구는 화곡동 강서힐스테이트(2603가구) 등 3400여 가구가 나온다.수도권 전세시장도 불안할 전망이다.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가 수도권으로 몰리면 전세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세난을 해소할 수 있는 새 아파트 공급은 많지 않다. 수도권에서 입주 물량이 가장 넉넉한 지역은 수원시다. 하반기 1만1000가구가 입주한다. 권선구·영통구에 각각 1700여 가구, 4000여 가구가 몰려 있다. 올해 말 서울 강남으로 연결되는 분당선 연장선이 개통될 예정이라 교통 여건이 좋아진다. 1억3000만~1억8000만원이면 전용 85㎡ 이하 중소형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수도권에선 수원에 전세 물량 많아경기 용인시에도 7000여 가구 새 아파트가 쏟아진다. 대부분 기흥구와 처인구에 몰려 있다. 처인구에선 두산건설이 삼가동에 지은 용인행정타운두산위브(1293가구)가 11월 입주할 예정이다. 용인시는 최근 1년간 전셋값이 2.48% 올라 수도권 평균(1.63%)을 웃돌아 전세난이 심했다.수지구 신봉동 신봉공인 관계자는 “새 아파트 입주가 시작돼 수지구 등에 몰린 전세 수요가 분산되면 전세난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는 원흥지구 등지에서 7000여 가구가 나온다. 원흥지구에서 3000여 가구, 탄현동에서 2700여 가구가 모여 있다.
2013.08.13 14:06
4분 소요서울을 중심으로 20평형대 이하 소형 아파트 전세시장이 심상찮다. 지금은 부동산 불황기라 사람들이 부동산에 대한 관심을 많이 끊고 있지만, 전세시장은 언제든지, 그리고 조만간 주택시장의 핫이슈로 떠오를 주제임에 틀림없다. 불황기에 수도권 전세난에 대한 현상, 원인, 전망, 대안을 짚어보는 게 꼭 필요하다. 현재 서울 강북권 등 일부 지역에선 아예 전세물량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당연히 전셋값도 오름세다. 올 9월 실시 예정인 분양가 상한제 이후 값싼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세입자들이 전세기간을 연장해 살던 집에 눌러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전세 만기가 되면 기존 세입자들이 새 집을 사거나 보다 넓은 평수로 전세를 옮겨야 전세시장이 돌아가는데 지금은 동맥경화에 걸린 상태다. 수도권은 아직까지 소형 아파트 전세 수급에 여유가 있다. 그러나 분당·일산 신도시 등 일부 지역에선 소형 아파트 전세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소형은 없고 대형은 남아 돌고 강북 지역에 신혼살림용 20평형대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 위해 한 달간 돌아다녔던 김모(34)씨는 최근 연립주택 전세를 계약했다. 김씨는 “값도 비싸지만 전세로 나오는 아파트 자체가 없어 대안으로 연립주택을 택했다”고 말했다. 강북구 미아동 삼양부동산 조정상 사장은 “미아뉴타운 전체를 통틀어 20평형대 전세는 아예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요즘 소형 아파트 전세가 귀하다”고 말했다. 성북구 돈암·종암동, 노원구 중계동, 중구 신당동, 성동구 금호동, 영등포구 문래동 등에서도 소형 아파트 전세는 씨가 말랐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 문래동 부동산월드 박재욱 사장은 “분양가를 내린 아파트가 나오고 청약가점제로 아파트를 분양받는데 무주택자가 유리해진다고 하니 세입자들이 내집마련 시점을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 재계약을 통해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려는 세입자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전세로 나오는 물량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대출 규제 강화로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딸리는 소형 아파트 전세 세입자들의 운신 폭이 더 좁아진 까닭도 있다. 미아동 로얄공인 이성우 사장은 “집값이 워낙 오른데다 대출받아 집을 사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에 집을 살 엄두조차 못 내는 세입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소형 아파트를 정리한 다주택자들이 많은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금호동 건우공인 김호중 사장은 “다주택자가 줄었기 때문에 전세용으로 나오는 집 자체가 드물어졌다”고 설명했다. 수급이 엉클어지면서 전셋값도 뛰고 있다. 문래동 일대 소형 아파트는 올해 들어 20~30%가량 올랐고, 지난해 가을 1억2000만원선이던 동소문동 한신아파트 27평형도 최근 1억6000만원대로 급등했다. 반면 30평형대는 수급에 큰 문제가 없고 40평형대 이상은 전세 세입자를 못 구해 빈집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돈암동 태영부동산 성기완 사장은 “소형 아파트는 전세 매물이 없어서, 대형은 찾는 세입자가 없어서 각각 전세 거래가 끊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한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2678가구)도 20~30평형대는 전세매물이 소진됐지만 대형 아파트는 절반 이상이 세입자를 못 찾고 있다. 수도권은 서울에 비해 상황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신혼부부 전세 수요가 있는 분당·일산 등에선 쌓였던 소형 전세매물이 빠르게 소화되고 있는 중이다. 분당 서현동 늘푸른부동산 노성훈 사장은 “대형 아파트 전세 적체는 풀릴 기미가 없지만 소형 아파트의 경우 나와있던 전세매물이 거의 소진됐다”고 말했다. 일산 주엽동 하나부동산 김미자 실장은 “소형 아파트 전세는 바로 바로 소화된다”고 전했다. 산본 동서남북공인 김규민 사장은 “소형을 찾는 전세수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지역에선 아직 남아있는 물량이 있어 전셋값은 크게 변동이 없다. 이에 반해 남양주시나 광명시 등에선 아직까지 여유가 많다. 남양주시 평내지구 새롬데시앙공인 이선경 사장은 “이곳에선 소형 평형 전세 구하기가 어렵지 않다”고 전했다. 광명시 하안동 믿음부동산 조원희 사장은 “예년 이맘때에 비해 소형 전세물량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 소형 아파트 전세시장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서울 소형 아파트에 대한 신규 전세 수요는 꾸준하지만 새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 및 기존 세입자들의 눌러앉기 등으로 전세 공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수급 불균형이 전세시장을 계속 뒤흔들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올해 서울의 입주물량은 3만6700가구로 지난해(5만2036가구)보다 30%나 준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늘어나는 종부세 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전세에서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들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전세시장은 더 불안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등기부등본 반드시 확인해야 이 같은 전세난을 피하려는 전세 수요자는 물량이 많지 않은 기존 아파트보다 새로 입주하는 단지나 전세 만기가 집중되는 입주 2년차 아파트를 노리는 게 낫다. 동시에 물량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흥정만 잘하면 시세보다 싼값에 전셋집을 구할 수도 있다. 특히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는 첨단 주거기술이 담겨졌기 때문에 살기에도 편하다. 다만 전세 수요가 입주 아파트에 쏠려 입주 무렵에는 물건이 딸릴 수 있기 때문에 목표 단지를 정하고 미리 움직여야 한다. 서울에서는 4~5월에 동대문구 휘경동, 마포구 신공덕동, 도봉구 쌍문동 등에서 소형 평형 아파트가 많은 단지가 입주를 시작한다. 휘경동에선 동일스위트리버 아파트(23~44평형 445가구)가 4월에 입주하고 신공덕동에선 대림e-편한세상(24~41평형 128가구)이 이미 3월에 집들이를 시작했다. 입주 2년차 아파트 중에선 2005년 2월부터 입주 개시한 동대문구 장안동 래미안2차, 강서구 내발산동 우장산 현대타운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꼭 서울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수요자들은 동탄신도시나 과천·광명·하남·고양·의정부시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새 입주 단지를 알아보면 된다. 동탄신도시 시범단지에서는 3월에 이미 금호어울림 등 1700여 가구의 중소형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했다. 또 3월에 새 집주인을 맞이한 광명시 철산동의 두산위브(23~43평형 900가구) 단지도 주목할 만하다. 수도권 입주 2년차 아파트 중에선 남양주시 호평지구 중흥S클래스, 화성시 태안 푸르지오, 파주시 금촌동 주공7단지 등이 대규모 단지다. 전셋집을 구할 때는 조심해야 할 점이 많다. 우선 등기부등본을 떼어 계약자와 등기상의 소유자가 일치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가족이라 하더라도 본인이 아니면 주인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가 첨부된 위임장을 보고 계약해야 한다. 가압류·가등기·가처분 등이 없는지와 지상권·저당권 등이 설정돼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가압류된 집은 보증금을 보장받는 데 불안하기 때문에 피하는 게 낫다. 등기부등본은 계약 때부터 중도금·잔금을 치를 때까지 여러 번 챙겨야 한다. 계약할 때는 관리비·공과금 등을 확실하게 해결해야 하고 도배·장판 등 하자보수 책임에 대해서도 필요할 경우 계약서에 확실히 써둬야 나중에 주인과 불필요한 분쟁을 피할 수 있다. 이사 후에는 바로 동사무소에 들러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둬야 집 주인의 사정으로 나중에 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우선변제권이 주어진다.
2007.04.16 13:21
5분 소요수원 YMCA 여성인력개발센터 체험학습교사 과정을 이수 중인 아줌마들이 힘찬 포즈로 를 표현하고 있다. 조영순 설계사의 하루일과..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식구들 출근 준비를 도와주고 오전 7시 50분께 사무실로 나온다. 출근 직후 옷매무새를 고치고 화장을 한다.(위) 오전 9시에 시작하는 아침조회를 통해 새로운 보험상품 정보를 듣고 영업전략도 준비한다. 오전 10시 반이면 서울 장한평 자동차부품상가에 도착해 고객상담을 시작한다.(위) 오후 6시 자가용 오피러스를 타고 퇴근한다. 퇴근시간은 보험설계사 생활 시작 뒤 16년 동안 지켜왔다. -기혼 여성, ‘아줌마’ 사원들이 곳곳에서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70, 80년대에 시작된 야쿠르트 아줌마, 화장품 외판원, 보험 설계사 뿐만 아니다. 학습지 교사, 제조업체 생산 현장, 백화점 판매사원 등 경제 현장에는 어김없이 주부사원들이 있다. 현장 근무를 꺼리는 미혼 여성과 달리 이것저것 가리지 않는 아줌마 사원을 반기는 기업도 많다. 기혼 여성 경제활동이 국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나 된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기혼 여성들의 활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일하는 아줌마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기혼 여성을 현장에 더 많이 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안녕하세요. 조영순입니다.” 조영순 설계사는 프로급 커리어우먼답게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일단 인사부터 건넨다. 기자가 찾아간 지난 1월28일 이른 아침에도 마찬가지. 인사부터 시원시원하다. 서울 강북구 마아동 신일고 근처 동부화재 종암영업소에서 근무하는 그는 이 회사가 자랑하는 영업 인재 중 하나다. 그는 발군의 실적을 자랑한다. 그가 관리하는 1천2백명의 고객을 상대로 거둬들이는 손해보험 수입료는 연간 18억원이 넘는다. 사내 8천여명의 여성 설계사들 중에서 단연 톱이다. ‘일하는 아줌마’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실적이 톱인 만큼 그의 시간은 곧 돈이다. 하루를 분(分) 단위로 쪼개 사용한다. 하루 일과는 새벽부터 시작된다. “매일 새벽 4시 반이면 일어나 아이들과 남편(㈜대명특수벨트 김희수 상무)의 출근 준비를 도와줍니다. 집(서울 도봉구 쌍문동 소재)을 나와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은 매일 아침 7시 50분께지요.” 전담 여자 운전기사가 이른 아침이면 조영순 설계사를 출근시키기 위해 차를 몰고 쌍문동 집으로 찾아간다. 출근 뒤 곧바로 영업 준비를 한다. “수첩에 기재된 스케줄대로 오늘의 방문 거래처를 꼼꼼히 시간별로 체크한 다음 9시 반이면 실질적인 일터인 서울 장안동 장한평 중고차매매센터 일대로 향합니다.” 도착하면 대개 오전 10시 반. 장한평 자동차부품상가가 그의 진짜 일터다. 그의 고객들은 대부분 이 상가에 밀집해 있다. 기자와 동행한 이날도 그는 어김없이 고객관리 차원에서 상가 내 ㈜협성부품상사부터 들렀다. 이곳 이기영 사장이 “최근 중국여행을 다녀왔다”고 운을 떼자 조영순 설계사는 “미리 알았으면 위안화라도 조금 챙겨드리는 건데”라며 친근감 있게 대화를 풀어나갔다. 이때부터 오후 4시까지 고객상담이 정신없이 이어진다. “하루에 보통 20∼30명의 고객을 만납니다. 잠깐 동안 고객들이 근무하는 점포를 찾아가지요. 이 중 40%는 잠재고객이고요. 일이 있든 없든 일단 들러 보험정보도 드리고, 만기 재계약이나 사고처리도 제가 직접 해드립니다.” 오후 4시까지는 모든 업무 처리를 끝낸다. 고객은 수없이 많지만 고객들과 같이 점심이나 저녁을 들면서 보험영업을 하는 일은 없다. 16년간 이 영업을 하면서 지켜온 철칙이다. 경조사를 챙기는 일도 반드시 낮에 한다. 그는 “오늘도 고객들 경조사에 가봐야 한다”며 발길을 서두른다. 고객 경조사에 내는 부조금도 만만치 않다. 보통 한번에 30만원이다. 고객이 점포를 이전할 때는 1백만원도 척척 낸다. 수입의 60%는 이같은 고객마케팅 비용으로 나간다. 억대가 넘는다. 40%가 진짜 그의 수입이다. 물론 이 40%만 해도 연간 억대가 넘긴 하지만…. 참고로 동부화재 설계사들 수입은 평균 월 3백만∼4백만원선이다. 그는 서른살로 접어들던 88년 손해보험설계사가 됐다. “장래에 풍요롭게 살고 아이들을 잘 키우려면 아무래도 돈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지요. 그렇지만 돈보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살고 싶었습니다. 그것도 전문직업을 갖고서 말입니다.” 요즘도 이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지금은 자리를 잡았지만 초창기에는 마음 고생도 많이 했다. 교장선생님 출신인 시아버지와 남편이 “애들도 아직 어린데 왜 일부러 힘들게 나가서 고생하느냐”고 적극적으로 말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굽히지 않았다. 식구들도 결국 그를 도와줬다. 시계바늘이 저녁을 향해 달려가자, 그는 퇴근정리를 서두른다. 퇴근시간은 ‘칼’이다. 오후 4시면 차를 돌려 사무실로 향한다. 귀사 시간은 대개 오후 5시께. 사무실에서는 고용한 여직원 2명과 함께 매일 들어오는 신규 장기보험계약 2∼3건을 처리하고, 기존계약에 대한 중간점검도 잊지 않는다. 오후 6시께 퇴근 준비를 하며 차에 오른다. 귀가하면 1시간 정도 도인체조를 하며 몸을 풀고 내일을 준비한다. 조용순 설계사는 초창기 때에 비하면 기혼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이 늘었지만 주위 기혼 여성들을 돌아보면 아직도 60%는 직업 없이 사는 현실이 아쉽다고 말한다. 실제 90년대 이후 아줌마, 즉 기혼 여성들의 취업은 급격히 늘었다. 90년대 들어 판매·유통·중소기업 등 다양한 분야로 기혼 여성들이 엄청나게 많이 진출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90년대를 ‘아줌마들의 전성시대’로 부르기도 한다. 기혼 여성의 사회 진출을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육아 문제다. 90년대 이후 탁아시설이 대폭 늘어나는 등 사회적인 해결책도 모색되고 있지만, 기업과 가족 등의 협조가 아직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혼 여성 스스로 자신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조영순 설계사는 “어떤 일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진실되고 성실하고 신용을 지키면서 일을 해 나가면, 나이든 기혼 여성들도 어떤 분야에서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영순 설계사는 동네 주부들을 자신의 ‘직장 후배 설계사’로 많이 키웠다. 수십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는 현재 8명의 ‘직장 후배 동네 주부들’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 그는 “보험사업이 남들에게 권할 만한 보람찬 직업인데도 사회적으로 인식이 낮다”며 “우리나라 전체 보험설계사들이 힘을 합쳐 이같은 편견을 불식시켜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4.02.02 00:00
4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