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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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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일반

최근 몇해간 디지털 마케팅에서 벌어진 젠더 갈등이 이번에는 LG생활건강에서 발생했다. 젠더 이슈성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지 않았지만, 관련 인플루언서와 광고를 펼치면서 해당 사안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사건은 LG생활건강이 SNS 인플루언서 '진수'와 자사 제품 '발을 씻자' 광고를 진행하면서 시작했다. '진수'는 '발을 씻자' 제품 사진을 올리고 홍보용 글을 올리며 광고임을 알리는 해시태그 '#광고'를 나타냈는데, '진수'가 과거 남성 혐오 논란이 있었던 인플루언서였기에 이 글을 본 남성들이 광고를 진행한 LG생활건강을 비판한 것이다. '진수'는 과거 “키 160대 남자는 인간적으로 여소(여자 소개) 받지 말자’는 발언을 하며 온라인상에서 젠더 갈등을 나타낸바 있다. 이에 LG생활건강은 해당 인플루언서 광고글 빠르게 삭제했는데 이 또한 갈등의 씨앗이 됐다. 남성 혐오 글을 삭제한 것은 여성을 무시한 것이라는 반발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특히 LG생활건강 제품의 주요 고객층은 여성으로, 주요 고객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SNS 상에서는 불매 운동까지 펼쳐졌다. 또 이번 사태를 씨앗으로, LG생활건강의 또 다른 제품 '퐁퐁' 관련 젠더 이슈도 함께 불거졌다. 과거 네이버 웹툰 ‘이 세계 퐁퐁남’ 논란이 일던 당시, 일부 여성들이 LG생활건강에 제품 ‘퐁퐁’이 웹툰을 통해 여성 혐오 표현으로 사용되는 것에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냐고 묻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은 사실이 함께 퍼지면서, 더욱 이번 갈등에 불을 붙였다. LG생활건강이 여성 소비자 문의에는 답 하지 않았으면서, 남성 소비자 비판에는 빠르게 대응했다는 것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LG생활건강 측은 “당사는 어떠한 형태로든 사회적 혐오, 편견, 차별로 갈등을 조장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고, 이후 SNS를 통해 “놀란 마음에 해당 계정과 협의한 후 광고를 삭제했다”는 형태의 사과문을 올리며 이번 사안에 대해 설명했다.이번 갈등은 SNS인 X(옛 트위터)로부터 퍼져, LG생활건강의 ‘발을 씻자’ 공식 X에는 비난글이 동시다발적으로 게시되고 있다. 또 팔로우도 급격하게 줄었다. 팔루오 7만명 이상을 보유하던 이 계정은 14일 오후 기준으로 4만여명 대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2025.02.14 18:01

2분 소요
김이나 여혐 표현? '여자 3일에 한번…' 일베 논란, 계엄령 물어보니

정책이슈

작사가 김이나가 여성 혐오 표현 사용과 관련해 사과했다.김이나는 9일 자신이 진행하는 MBC FM4U 라디오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김이나는 방송 말미에 “주말, 그리고 오늘까지 안 그래도 힘든데 우리 부엉이들(청취자들)은 더욱 마음이 시끄러웠을 것 같다. 나도 다 보고 있었다”며 “그 논란은 당연히 나는 너무나 아니다. 처음에 이걸 어디에서 접해서 어떤 맥락에서 쓴 거고 이런 얘길 처음엔 하고 싶더라. 너무 당황스럽고 그러니까”라고 말했다.이어 “그런데 생각해 볼수록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그런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해서 큰 심려를 끼쳐드린 일이니까 그 부분에 있어 죄송하다. 앞으로는 어떤 상황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결코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김이나는 그러면서 “텍스트로 적으니까 전달이 잘 안 되는 거 같아서 이곳에서 말씀드리고 싶다”며 “오늘 많이 추운데, 밖에 계시다 들어오신 분들도 많을 것 같다. 주말 동안 다 보았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이나가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삼일한’(여자는 3일에 한 번씩 때려야 한다는 뜻) 등 극우 커뮤니티인 일간베트스에서 사용하는 비하 단어를 쓴 사실이 조명되며 논란이 불거졌다.이에 한 누리꾼은 김이나의 SNS에 “계엄령 어떻게 생각하세요? 탄핵 찬성 하시나요?”라고 댓글을 통해 물었고, 김이나는 “일베(일간베스트)에 들어가 본 적도 없고 저는 아직도 그 출처가 일베인지 알지도 못한다”고 해명했다.일간스포츠 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12.10 11:55

2분 소요
빗썸 관계사 주가조작 관여혐의…원영식 초록뱀그룹 회장 구속

가상화폐

원영식 초록뱀그룹 회장이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의 관계사 주가조작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됐다.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상전담 부장판사는 29일 원 회장에 대한 영장심사(피의자 심문) 결과 “증거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채희만 부장검사)가 지난 27일 자본시장법 위반 및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로 원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초록뱀그룹은 사업가 강종현 씨가 실소유한 빗썸 최대주주 비덴트와 관계사 버킷스튜디오가 발행한 전환사채(CB)에 1000억원 넘는 돈을 투자해 큰 이익을 봤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사실 상 원 회장이 강 씨의 주가조작에 자금을 댄 ‘돈줄’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씨 역시 지난 2월 자본시장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바 있다. 강 씨는 2021년 빗썸 관계사에서 CB를 발행하고 호재성 정보를 유포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띄워 35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강씨가 CB를 다시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을 저가에 양도함으로써 회사에 320억원 규모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2023.06.29 22:57

1분 소요
“롯데리아도 남혐논란”…디지털 마케팅의 젠더갈등 비화, 왜?

유통

유통업계 디지털 마케팅이 ‘젠더갈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 일환으로 자사 소셜미디어 네트워트 서비스(SNS)에 올린 몇몇 게시물들이 남성혐오, 여성혐오 등을 의미하는 일명 ‘남혐 ‘ ‘여혐’ 논란을 일으키면서다. 최근에는 롯데리아가 남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7일 롯데리아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햄깅 캐릭터 작가와 협업한 디지털 마케팅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게시물 공개 후, 햄깅 작가의 2년 전 남성혐오 관련 그림들이 문제 제기되면서, 온라인상에서 롯데리아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롯데리아 측은 바로 관련 SNS 게시물을 모두 삭제하며 논란 수습에 나섰다. 이 같은 논란은 앞서 GS25, 무신사 등에서도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GS25는 소시지를 집는 집게손가락 그림과 극단주의 페미니즘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의미하는 영문 알파벳 ‘MEGAL’을 조합한 이벤트 포스터를 SNS 게시물에 올리면서 문제가 제기됐다. 당시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커지면서 GS25 불매운동까지 펼쳐지기도 했다. 결국 GS25는 “캠핑 경품 이벤트를 안내하는 과정에서 디자인 일부 도안이 고객에게 불편을 줄 여지가 있는 이미지라고 판단해 즉시 디자인을 수정했다”며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남혐 반대 경우, 여혐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유통기업도 있다. 지난해 F&F가 전개하는 패션브랜드 MLB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수십장의 여성 모델 사진을 올리며, ‘모자로 쌩얼(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을 사수하자(가리자)’ 등의 문구를 올려 비판을 받았다. 당시 ‘여성은 집 근처를 가볍게 외출할 때조차도 화장해야 하냐’는 항의 글이 빗발쳤다. ━ 빠른 속도 중시하면서 ’검증 시스템’은 부재 잊을 만하면 또다시 불거지는 젠더 갈등은 왜 일어나는 걸까. 전문가들은 마케팅, 홍보의 디지털 전환시대에 겪는 고충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마케팅 콘텐츠에 대한 성숙한 전문가가 많지 않고, 기업 내부적으로는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검증부서 등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논란 속 기업들은 관련 게시물에 대해 ‘문제가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입장이다. GS리테일은 “디자인 요소에서 사회적 있는 부분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하며, GS25의 논란 게시물을 제작한 디자이너를 인사 발령하는 등 징계를 내렸다. 롯데리아 운영사인 롯데GRS 측 역시 같은 주장이다. 롯데GRS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 관해 묻자 “햄깅 작가의 2년 전 남혐 논란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롯데리아가 올린 햄깅 작가의 그림에는 남혐 문제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 같은 논란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문제 소지를 파악하자마자 게시물을 빠르게 삭제했고, 작가와의 협업 역시 모두 무산시켰다”고 해명했다. 시대적 흐름에 맞춰 디지털 마케팅을 운영하지만, 콘텐츠 선발에 있어서 진통을 앓는 셈이다. 허태윤 한신대 교수(IT영상콘텐츠학과)는 “디지털 마케팅 시대가 되면서 콘텐츠 올리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콘텐츠 관련 의사소통, 최종 결정 등이 간소화되고 빨라지면서 이와 같은 논란 이슈가 계속 일어나는 것”이라며 “전통 미디어 광고는 노출 전에 광고자율 심의기구 등을 통해 윤리적, 사회규범 문제를 확인받지만, 디지털 마케팅 콘텐츠는 중간 검증처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

2022.06.18 09:30

2분 소요
'젖소로 변하는 여성'에 '몰래카메라'까지…서울우유, 시대착오적 광고로 뭇매

유통

서울우유가 여성을 젖소로 비유하는 내용의 우유 광고를 게재해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의 영상은 지난달 29일 서울우유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52초 분량의 자사 유기농 우유 제품을 홍보물이다. 서울우유는 해당 영상을 본 뒤 댓글로 감상평을 남기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지급하는 행사도 동시에 진행했다. 해당 영상에선 탐험가 복장의 남성이 카메라를 들고 숲속을 걷는 모습과 함께 '강원도 철원군 청정지역, 마침내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것에 성공했다'는 자막이 뜬다. 이어 흰 옷을 입은 여성과 남성들이 개울물로 세수하거나 나뭇잎을 이용해 이슬을 마시고, 풀밭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탐험가 남성은 “청정 자연의 깨끗한 물을 마시고 친환경 유기농 식단을 고집하며 쾌적한 환경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그들”이라고 표현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해보기로 한다"라고 언급한다. 이후 남성이 그들을 향해 카메라를 들자 모두 젖소로 변한다. 소비자들은 여성을 젖소에 빗댄 광고가 부적절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탐험가 남성이 카메라를 들고 몰래 촬영하는 것은 불법 촬영이 연상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부 SNS에서 이용자들은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이런 광고를 만드는지 모르겠다", "불쾌하다"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일각에선 "여성만 젖소로 변하는 게 아니다"라며 "남성도 같이 변하는데 이게 왜 여혐 광고인지 모르겠다"는 시각도 나왔다. 남녀 논란을 떠나서 해당 광고의 의도를 전혀 모르겠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부 소비자들은 "대체 사람이 왜 젖소로 변하며 그것이 친환경, 유기농과 어떻게 연관되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남녀 문제가 아니라 '몰카' 문제만 두고 봐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광고다"는 점도 지적됐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우유 측은 8일 해당 광고 동영상을 삭제하고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서울우유 측은 사과문을 통해 "지난달 29일 서울우유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된 우유 광고 영상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셨을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앞으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세심한 검토와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lee.hyunjung3@joongang.co.kr

2021.12.09 11:14

2분 소요
무신사‧MLB‧GS25도 욕 먹었다… ‘젠더갈등’ 커지는 이유

유통

패션‧유통기업들의 광고 게시물이 ‘남성 혐오(남혐)’, ‘여성 혐오(여혐)’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들 기업들이 남혐을 내포하는 광고를 게시했다는 데 분노했고, 해당 기업들은 대부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부분’ 또는 ‘불편한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사과를 표했다. 논란이 된 광고에 대해 의도가 없었고, 우연의 일치 일 뿐이라는 게 기업들의 공통된 해명이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건 편의점 GS25의 ‘감성 캠핑 이벤트’다. GS25가 한 달간 ‘캠핑가자’ 이벤트를 진행한다며 공개한 포스터에 있는 손 모양과 소시지 일러스트가 남혐 표현이라는 게 논란의 시작.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손모양이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남성을 혐오할 때 표현하는 손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감성 캠핑 필수 아이템 영문의 마지막 글자를 거꾸로 읽으면 ‘메갈(megal)’이라는 해석도 이어졌다. 메갈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성 혐오자’를 뜻한다. 끝에는 소시지 일러스트가 있어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 손 모양과 소시지는 왜 남성을 저격하나 GS25는 부랴부랴 수정된 포스터를 내놨지만 이마저도 비난을 샀다. 포스터 하단에 그려진 달과 별 3개 모양이 서울대학교 내 여성주의 학회인 ‘관악 여성주의 학회’ 마크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수정 포스터에 대해서도 항의가 빗발치자 GS25는 관련 모양과 표현을 모두 삭제했다. GS25는 결국 사과문을 올렸다. 지난 2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캠핑 경품 이벤트를 안내하는 과정에서 디자인 일부 도안이 고객에게 불편을 줄 여지가 있는 이미지라고 판단해 즉시 디자인을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영어 문구는 포털사이트 번역 결과를 바탕으로 표기했으며, 이미지 또한 검증된 유료 사이트에서 ‘힐링 캠핑’ ‘캠핑’이 키워드인 디자인 소스를 바탕으로 제작됐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해명글이 올라갔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여전히 “반성의 기미가 없다”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식의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성차별 논란에 휩싸인 건 GS25만이 아니다. 패션 온라인 플랫폼 무신사가 현대카드와 최근 진행한 이벤트를 알리는 포스터 사진에도 일부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 역시 카드를 잡은 손 모양이 GS25의 포스터와 같이 메갈리아 로고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무신사는 올 초 여성고객 유치를 위해 여성에게만 쿠폰을 지급하면서 남성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무신사는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한 남성 고객 계정을 60일 이용 정지하면서 문제가 더 확산됐다. 비난 여론이 일자 무신사 측은 한 차례 입장문을 냈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F&F의 MLB는 여혐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모자로 쌩얼(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을 사수하자(가리자)”는 취지의 광고 화보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성차별 논란을 빚은 것. 이미지는 단순 MLB 의류와 모자를 착용한 여성 모델 모습이었지만 문제는 MLB가 올린 광고 문구였다. MLB 측은 화보를 올리면서 “런드리샵 가기 좋은 오후, 쌩얼은 좀 그렇잖아? 모자는 더 깊게, 하루는 더 길게” “해지는 저녁이라고 방심하지 마! 쌩얼 사수! 모자는 더 깊게, 하루는 더 길게”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광고 의도는 MLB 대표 제품인 볼캡으로 맨 얼굴을 가릴 수 있다는 콘셉트였지만 여성은 집 근처를 가볍게 외출할 때조차 화장을 해야한다는, 화장을 하지 않으면 얼굴을 잘 가려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항의가 빗발쳤다. ━ 여자만 쿠폰 지급? 쌩얼 사수?…끝없는 논란 업계에선 잇따른 성차별 논란에 대해 ‘MZ세대의 영향력’을 배경으로 꼽았다. 과거 세대들은 이런 광고에 노출된 것을 크게 불쾌해하지도, 불편하더라도 문제 삼아오지 않았지만 큰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들은 다르다는 것이다. MZ세대는 ▲젠더 감수성 ▲역사 왜곡 ▲약자 비하 등의 이슈에 크게 분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기업이 이런 내용을 광고 문구 등에 게재했을 경우 불매운동을 넘어선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20대 남성은 “이번 포스터는 그간 쌓였던게 점점 폭발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불평등하게 차별받아온 건 4050 부모님 세대다. 정작 차별받았다고 외치는 건 딱히 어느 한쪽이 차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살아온 젊은 사람들”이라고 짚었다. 이 남성은 20대에게 이런 상황은 조금 더 현실적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취업과 결혼·육아 등 모든 삶에서 작용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이런 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세상이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 젠더 감수성에 분노하는 MZ세대…취업 등 현실 탓 전문가들도 최근 몇 년 사이 MZ세대의 소비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고객 항의로 기업이 중단시킨 광고도 대략 40건이 넘는다. 유니클로의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 광고와 무신사의 ‘속건성 책상을 탁 쳤더니 억하고 말라서’는 역사왜곡 광고가 대표적이다. 오세조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경영학과)는 “MZ세대는 성별이나 나이 등 전통적인 가치관에 젖어 있는 것들을 조금 더 수평적이고 다양성 있게 바꿔나가려는 가치관이 강하다”며 “젠더 문제에 대한 이슈를 끄집어내서 알리고 새로운 판을 짜는 데 더 큰 문제의식과 의미를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05.03 16:07

4분 소요
[후박사의 힐링 상담 젠더 갈등 극복] 차이를 인정하고 차별에 눈 떠야

전문가 칼럼

남녀는 다른 성(性)이 작용… 가정·학교·사회에서 함께 풀어가야 그녀는 30대 초반의 회사원이다. 그녀는 회사가 어렵다. 정확하게는 남자동료와 어울리는 게 힘들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1년 사귄 남친에게, 이미 5년 사귄 다른 여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부터다. 충격과 배신감에서 조금 벗어날 즈음, 아무 상관없는 남자들이 그와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남자들과 대화가 어려워졌다. 대화가 안 되니 피하게 됐고, 피하는 게 일상이 될 무렵 왜 내가 그들을 피해야 하는지 의문과 짜증이 생겨났다. 왜인지 모를 화가 내면에 계속 자리 잡고 있다. 남자동료와 대화할 때면 사소한 것에도 말투에 날이 선다. 이유 모를 분노가 누그러지지 않는다. ━ 누그러지지 않는 이유 모를 분노 불편함이 어려움으로, 어려움이 메스꺼움으로 바뀌면서, 남자란 참 어리석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무슨 말을 해도 바보 같다. 동기들은 물론, 상사나 후배들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일을 잘 해내도 그들은 칭찬은커녕 매번 그녀만 탓하는 듯하다. 그들과는 대화조차 싫지만, 사회생활이려니 하며 넘긴다. 이젠 이런 감정을 갖기 전 자신이 어땠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이전에 어떻게 그들과 소통했는지 정말 모르겠다.친구를 만날 때면 남자들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데 정신이 없다. 그날도 회사 일로 스트레스가 쌓여 친구에게 그녀의 생각을 마구 쏟아냈다. 그런데 친구는 더 이상 공감이 어려운 듯했다. 친구는 그녀가 직장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게 아니라, 남자동료와 얽히기만 하면 과민반응을 하고 쉽게 빈정 상한다고 했다.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했지만, 마음을 들킨 것 같아 깜짝 놀랐다. 회사에서 남자들과의 접촉은 피할 수 없다. 그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런데 잘 안 된다. 어떻게 해야 속내를 들키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까 머릿속이 복잡하다.한국 사회는 젠더 갈등으로 뜨겁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남녀갈등이 70%를 넘었다. 이념갈등·세대갈등보다 압도적이다. 젠더 갈등은 남녀 간에 극한 혐오로 나타난다. 최근 3년 간 미투·몰카·폭력 사건을 계기로 촉발됐다. 특히 2030세대에서 심각하다. 남성의 취업난과 군대, 여성의 범죄공포, 페미니즘 교육이 한몫한다. 젊은 세대는 의사표현이 활발하다. 양극단 커뮤니티인 일베와 워마드를 통해 과격한 의견·행동을 표출한다. 남녀 분업의 파괴, 일자리 감소, 장기 경기 침체 등 구조적인 문제가 깔려 있다. 직업 전선에서 여경 무용론과 남간호사 불신론까지 번지고 있다.젠더는 사회적 성(性)이다. 젠더 갈등은 사회 갈등이다. 성(性)에 대한 혐오라기보다 성역할에 대한 혐오다. 사회 갈등은 개인 갈등과 다르다. 일상에서 남녀혐오는 잘 안 나타난다.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도 남자를 좋아한다. 온라인에서 남녀혐오는 과장된다. 숨겨진 욕망이 드러나고, 억눌린 불만이 터진다. 온라인에서 사람들은 익명으로 소통한다. 가짜와 이기주의가 판치고, 군중심리가 작동한다. ‘남자는 다 그래’라고 싸잡아 비난하는 과잉 일반화가 작용한다.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라고 생각하는 흑백논리도 작용한다. ‘거봐 내 말이 맞아’라고 보고 싶은 대로 보는 확증편향도 작용한다.여성혐오(Misoginy)는 여성에 대한 혐오·멸시·편견이다. “여성은 본래 나약하고 열등하다.” 성차별·폭력·성적대상화 등을 포함한다. 여혐은 뿌리가 깊다. 구조적이고 보편적이며, 일상화되고 합법화되었다. 수천년 동안 남성 중심 사회는 여성을 억압했다. 문명은 가부장제를 전제로 발전했다. 가부장제는 여혐의 원인이면서 결과다. 여혐은 신화·종교·철학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나타난다. 종교적으로 남성 수행자들만 도덕적으로 찬양해왔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여성혐오자라는 비난을 받는다.남성혐오는 남성에 대한 혐오·멸시·편견이다. “남성은 본래 폭력적이고 열등하다.” 남혐은 여혐의 대칭 존재로서 19세기에 등장했다. 여러 페미니즘 이론이 있다. “여혐의 뿌리가 남근 중심성이다.” “여혐은 여성을 엄마와 창녀로 구분하는 성녀·창녀 콤플렉스에서 온다.” 페미니즘은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대항한다. 1세대는 참정권·투표권을 통해 여성평등을 이루었다. 2세대는 여성의 사회적 차별에서 해방이다.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3세대는 계급·인종·성 소수자의 차별까지 확장한다.혐오는 차이에서 온다. 차이에는 가치(思)가 작용한다. 신념에 따라 다르고, 관점에 따라 변한다. 차이는 존중으로 극복해야 한다. 노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알고 보면 추할 수 있다.” 혐오는 차별에서 온다. 차별에는 권력(力)이 개입한다. 강자·약자 논리가 작용하고, 억압이 존재한다. 소수자를 대상으로 갈등의 희생양으로 삼는다. 차별은 평등으로 극복해야 한다. 바울은 이렇게 말한다.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모두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다.”자, 젠더 갈등을 위한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차이를 인정하자. “다름은 아름답다.” 남녀는 다른 성(性)이 작용한다. 공격적이라고 폭력적인 것은 아니고, 수용적이라고 나약한 것은 아니다. 타고난 성(性)을 바꾸기는 어렵다. 남녀는 다른 심리(心)가 작용한다. 이성적이라고 우월한 것은 아니고, 감성적이라고 열등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지능지수(IQ)보다 감성지수(EQ)를 중시하는 시대를 살아간다. 남녀는 다른 가치(思)가 작용한다. 여자도 성공을 추구하고, 남자도 사랑에 매달린다. 우리는 성공보다는 행복을 중시하는 시대를 살아간다.둘째, 차별을 이해하자. 상대 성(性)의 입장에서 생각하자. 생활 속 작은 것으로부터 차별 요소를 줄여야 한다. 성(性)에 대한 가치를 바꾸자. 무의식적인 차별에 눈떠야 한다. 의식화가 필요하다. 의식화를 통해 새로운 신념이 들어선다. 성(性)에 대한 태도를 바꾸자. 무의식적인 관행에 조심해야 한다. 부조화를 감수하자. 부조화를 통해 새로운 질서가 나타난다. 성(性)인지 감수성을 키우자. 무의식적인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불편을 감수하자. 불편을 통해 새로운 변화가 온다. ━ 화해하고 소통해야 셋째, 함께 풀어가자. 남녀는 공존해야할 영원한 동반자다. 젠더 갈등은 사회 통합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가정에서부터 풀어가자. 혐오에서 사랑으로 가야 한다. 존중하는 대화를 배우고, 부드러운 언어를 쓰자. 학교에서부터 풀어가자. 갈등에서 화해로 가야 한다. 배려하는 소통을 배우고, 불편한 농담을 줄이자. 사회 현장에서 풀어가자. 대립에서 연대로 가야 한다. 공감하는 토론을 배우고, 자극적인 발언을 줄이자. 남녀 존중을 넘어서 인간 존중으로 나아가자.※ 필자는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2019.11.1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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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대한민국 페미니즘 어디까지 왔나 - 정치학] 혐오 극복하는 여성운동을 위하여

헬스케어

‘여혐’ 미러링으로 ‘남혐’ 확산…맹목적 여성주의 경계해야 지난 7월 불법 촬영과 편파수사에 항의하기 위해 모인 혜화역 집회에 등장한 “문재인 재기해” “태일해” 등의 구호와 퍼포먼스는 한국 여성 시위를 비판의 중심에 서게 했다. 고인을 희화화하는 자극적이고 몰역사적인 표현은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의 활동으로 그 심각성이 증폭됐고, 한국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비판과 논쟁도 가열됐다. 워마드가 사용한 ‘미러링’ 기법은 그간 여성이 받았던 차별과 폭력을 남성에게 가해 인식적 각성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 페미니스트들은 이를 획기적인 페미니즘 운동의 한 방식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워마드의 미러링이 성체훼손, 홍대 몰카 유포, 남아 유괴 예고 등으로 자극성과 불법성의 정도가 사회적 용인의 도를 넘어서면서 한국 페미니즘은 주장의 정당성과 절실함에도 사회적 공격의 대상이 됐다.이런 사회적 비판과 공격에 대해 페미니즘계는 상황의 불가역성과 맥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식적이고 합법적인 수준의 방식과 표현으로 주장했을 때는 여성과 관련된 이슈가 지금처럼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힘을 갖지 못했으며, 여성은 극도의 폭력과 극혐의 상황에서 위협받아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베’ 등 남성 중심의 사이트에서 여성에게 가해진 직·간접적 폭력을 남성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 워마드는 더욱 자극적이고 더욱 과감해야 했다는 것이다.그러나 이런 맥락과 과정을 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워마드 사이트에서 전개된 활동은 용인되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많은 문제점을 갖는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들이 유포하고 확산시키는 ‘극혐’의 문화이다. ‘여혐’에 대한 미러링으로 ‘남혐’을 만들어냈다고 하지만, 결국 우리 사회는 심각한 ‘혐오 사회’가 되고 말았다. 워마드가 남성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로 자기 무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성을 성 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연대 그룹에서 이탈시켜 여성·남성의 기준으로 모든 문제를 인식하기 때문이다. ‘약한 것은 선하다’는 인식을 깨고 ‘약한 남성도 선하지 않다’는 논리적 귀결에 도달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진보의 정치적 입장을 버리고,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를 통한 운동의 방식을 거부하면서 맹목적으로 여성주의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물론 워마드를 한국 페미니즘의 대표로 과대 인식해서는 곤란하지만 중요하게 등장한 경향이라는 점에서 논의의 가치가 있다.이쯤에서 우리는 한국 여성운동의 궁극적인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 과연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을 멈춰 세우는 방법은 무엇인가? 분명한 것은 혐오의 확산은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카롤린 엠케는 에서 “우리가 혐오와 증오에 맞서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불평등과 차별에 맞서야 한다. 혐오에 맞서는 일을 피해자의 몫으로만 떠넘긴다면 그것은 혐오를 방조하는 행위이자 증오에 공모하는 일이 된다”라고 했다. 혐오나 증오는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고, 혐오와 멸시의 행위를 남의 일처럼 방관하는 태도에 의해서 사회적으로 공모되는 것이다. 그리고 혐오 탓에 사회적 긴장이 계속 높아지면, 언제든 통제하기 어려운 집단적 광기와 폭력으로 번질 수 있다. ‘나는 워마드 혹은 일베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 심각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혐오 문화 확산과 상관없는 것이 아니다. 사실 가만히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공모자인 셈이다. 워마드의 문제는 사이트를 폐쇄하고, 관리자를 구속하고, 혐오의 표현과 행위를 처벌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대상화하고 규제하고 처벌해 문제의 싹을 제거하려 할 때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국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정주영 박사는…연세대·동국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연세대 정외과 BK21 연구원, 고려대 아세아문제 연구소 연구교수 등을 역임했다.

2018.09.0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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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대한민국 페미니즘 어디까지 왔나 - 여성학] 새로운 페미니스트 정치학의 출현

정책이슈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적극적으로 대항 지난 8월 4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는 불법 촬영과 편파 수사에 항의하는 ‘불편한 용기’의 4차 집회가 열렸다. 무채색의 냉장고 바지에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마스크와 선글라스, 모자, 팔토시 등으로 무장한 여성들은 질서정연하게 입장했다. 스태프들은 대열을 배치하고 얼음물을 나눠주면서 응급상황 대처 요령을 안내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의 열기와 소음은 머리를 어지럽게 했지만 참석자들은 끈기 있게 두 시간이 넘도록 자리를 지켰다.집회는 불법 촬영과 디지털 성폭력으로 인해 세상을 등진 여성들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그 후 구호 선창과 상황극, 삭발식, 선언문 낭독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여성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는 국가의 무책임·무능력·위선을 꼬집었으며, ‘유좆무죄 무좆유죄’ ‘여혐민국 땡처리세일 여성인권 단돈 100원’ ‘이런다고 세상이 바뀐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으로 항의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집회가 마무리 되자 여성들은 지하철역으로 향하면서 트위터와 다음 포털 등에 집회 참여기를 올리는 실시간 검색 ’총력공세‘를 펼치면서 디지털 공간에서도 시위를 이어나갔다.8월 4일의 광화문 시위는 최근 수년 간 디지털 공간과 대중문화 그리고 거리와 광장을 통해 확산되고 또 진화하고 있는 페미니스트 정치학의 한 장면이다. 디지털 기술과 감수성이 만들어내는 개인화된 저항들은 ‘여성’이라는 정체성과 만나면서 집합적 저항운동의 언어와 전략을 갖게 되면서 교육·노동·문화·정치의 영역을 가로지르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디지털 하위문화에 익숙한 이 세대는 좀 더 직설적이고 단호하고 전투적인 언어로 자신들의 정치학을 표현하기도 한다.무엇보다도 새로운 페미니스트 정치학의 출현에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자리하고 있다. 강남역 시위와 검은 시위, 촛불광장을 거쳐 혜화역 시위와 미투 집회로 이어지는 여성들의 움직임은 여성이 안전하고 평등하게 살아갈 수 없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발한다.거리와 광장으로 나온 여성들의 손에는 ‘여자라서 죽었다’ ‘살女주세요’ ‘나의 자궁은 나의 것’ ‘덮어놓고 낳다보면 경력단절 못면한다’ ‘페미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등과 같은 구호가 적힌 피켓들이 들려있다. 이 여성들은 다양한 세대, 정치학, 정체성, 경험을 갖고 있지만 여성의 성적 자율권과 시민권을 보장하는 데 무관심하거나 실패하는 사회와 국가에 대한 분노를 공유하고 있다.그리고 높아지는 여성들의 페미니스트 의식에도 여전히 자신의 특권을 놓지 못하는 남성들의 문화와 행동, 여성들의 요구에 무심하거나 혹은 적극적으로 이를 왜곡하는 경찰과 법원 및 행정기구의 행보는 여성의 분노를 부채질 할 뿐이다.디지털 강국이라 자처하는 한국 사회에서 인터넷의 시작으로부터 함께 해온 사이버 성폭력은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해서 여성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지만 경찰과 정부의 반응은 놀랍도록 냉담한 반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여성에 대한 처벌에는 신속하고 단호하다.권력형 성폭력을 판단할 때 ‘위력’이나 ‘성적 자율권’ 어느 것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실패하면서 결국은 교육·노동 현장에서의 하급자에 대한 성적 폭력을 정당화하는 사법부의 결정은 편의주의적이고 무성의하다. 수만의 여성이 거리와 광장으로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은 여성들이 더 나은 삶을 살 권리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려는 것이다.※ 김보명 박사는…한국 여성학회 연구위원회 연구위원이다. 서울대 여성연구소 연구원, 한국 여성학회 연구위원회 간사 등을 역임했다.

2018.09.0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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