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10

유동성 경색과 부채의 역습의 그림자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전문가 칼럼

“유럽이 경기 침체에 빠져 있고 미국이 6-9개월 뒤에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의 이 말을 비웃기로 하듯 주식시장이 단기 랠리를 세게 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도처에는 경기 경고등이 켜져 있고 경기침체를 쉽게 피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오랜만에 우리 시장에 온기가 돌고 환율이 급락했지만,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여전히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현재의 2.1%에서 1%대로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채권 금리를 대표하던 LIBOR(London Interbank Offered Rate, 런던 은행간 금리)가 2023년 7월 사라질 운명에 처해있다. ━ LIBOR가 말하는 경기침체 위험과 재정건전 중요성 은행 간 자금시장이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담합해 금리를 낮게 조작한 사건으로 LIBOR의 한계는 드러났다.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의 일이고 한때 전세계 기축통화로 군림했던 영국 파운드화는 재원마련 대책 없는 감세정책으로 달러대비 환율이 1.03달러까지 가는 수모를 당했다. 영국발 금융위기까지 경고 되는 상황에서 세계는 양적완화의 어두운 그림자를 목격하고 있다. 그래서였나? 양적완화와는 다르지만 정부가 지정한 돈으로 발행한 정부 채권은 부도가 날 수 없고, 정부는 독점적으로 화폐를 공급하기 때문에 언제라도 화폐를 발행하여 빌린 돈인 채권을 갚을 수 있다는 현대화폐이론(MMT, Modern Monetary Theory)은 쑥 들어가 버렸다. 재정건전성이 만능이 아니지만 재정건전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이 세계적으로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키고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시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평상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앙은행이 통화(금리)준칙을 따르고 있는 것처럼 정부 역시재정준칙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고령화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만큼 사회보장 부담 등으로 인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보다 정부부채 비율이 상대적으로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중장기 재정 건전성 관리 방안 마련이 긴요하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와중에 부채의 역습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유동성 미스매치(Liquidity Mismatch)와 신용경색이 시장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 시스템 위기까지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더라도 금융불안에 정부는 회사채 시장과 단기 금융시장의 불안심리 확산과 유동성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시장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50조원 플러스알파 규모로 확대해 운영하는 결정을 내렸다. 나아가 5대 금융지주회사가 자금시장의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95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자금조달의 안정성이 낮을수록, 자산의 현금화 가능성이 낮을수록 유동성 불일치는 커지게 되고 해당 리스크는 증가한다. 레고랜드(강원도 지방채 쇼크), 흥국생명(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권 행사여부) 사태는 일단락되었으나 그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투자자의 신뢰 약화와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단기 자금시장은 물론 공사채와 회사채를 포함해 장기 자금시장까지 흔들리고 있다. 자금시장 경색은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고 자칫 금융 위기에 준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저축은행의 재무건전성 지표가 약화되고 중소형 증권사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의 자산과 부채 간 만기 불일치 심화와 유동성 하락 위험을 심각하게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가계·기업·정부 부채 급증, 위기의 한국경제 지난해 말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는 106.1% 수준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제시하는 가계부채 비율 임계수준(80%)을 크게 웃돈다. 가계부채가 임계수준을 넘어서면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와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의 현실에서 복합위기 요인 중 가장 우려되는 것이 금리 상승과 가계부채이다. 전체 가계부채 중에서 2030 청년층의 빚이 차지하는 비중이 치솟고 있는 점도 문제다. 자산 규모가 청년층보다 큰 40대·50대는 가계부채 비중이 줄고 있는 점과 대조적이다. 2020년 주식 가격이 폭락 후 급등하는 과정에서 청년층 사이에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가 늘었고, '영끌' 주택 구매도 나타났다. 2030 세대의 전세자금 대출과 주택구입자금 대출이 계속 늘고 있다. 60대 이상 연령층의 가계부채가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는 것은 고령화 현상으로 60대 이상 인구가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의 빚 증가 속도가 베트남에 이어 2위인 것으로 조사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35개 조사 대상 주요국 가운데 1위였다. 1년 전 105.2%보다 낮아졌지만 가계가 국가경제 크기보다 많은 빚을 진 나라는 한국뿐이다. 비금융 기업들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홍콩 싱가포르 중국에 이어 35개국 중 4위지만 비율은 117.9%로 역시 GDP보다 많다. 기업들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뜻이다. 채권시장이 얼어붙어 새로 채권, 기업어음을 발행해 만기가 된 빚을 갚는 것조차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주택관련대출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56.8%다. 주택관련 대출을 보유한 차주의 신용대출을 포함할 경우 주택시장과 연계된 가계대출 비중은 67%까지 상승한다. 주택 관련 대출 보유 차주의 채무상환부담 정도를 보면 LTI(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가 2021년말 기준 346.4%로 해당 대출이 없는 차주(152.0%)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DSR(소득 대비 총부채원리금상환 비율)도 주택관련 대출 보유 차주(47.6%)가 미보유 차주(25.9%)보다 1.8배 높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 자금 대출을 모두 보유한 차주의 DSR은 80% 수준에 달한다. 부채상환부담이 늘면 소비성향이 하락하고, 주택보유 차주는 소득감소나 금리 상승 등 거시경제 충격에 더 취약하다. 주택가격 하락 지역의 대출 연체율이 크고 주택가격 조정 직전 차입으로 주택을 구입한 경우 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올려야 하는 운명에 있다. 이래저래 시름이 높아지는 한국경제가 이 고난의 시기를 제대로 된 여야 협치로 잘 넘겨야 할 역사적 사명에 놓여 있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2022.11.19 14:00

4분 소요
인플레이션 경계태세 강화하는 연준이 몰고 올 후폭풍?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전문가 칼럼

11월 1일 (현지시간) 4번째 자이언트 스텝(0.75%p)을 밟는 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위원회(연준, Fed) 의장의 입은 단호했다. “금리 인상 중단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의 말은 그동안 베어마켓 랠리로는 지나치게 오른 주가를 눌러버렸다. 12월 빅스텝(0.50%)을 밟더라도 내년도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한다고 생각해보자. 이번 결정으로 4.0%가 된 기준금리는 최종적으로 5%이상이 될 확률이 매우 높아졌다. 현재로서는 2023년 금리인하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고용지표는 여전히 강하다. 달러는 다시 강해졌고 채권 금리는 튀어 올랐다. 세계적으로 채권 시장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유동성 불일치(미스매치)는 점점 실제화 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시스템 리스크가 채권시장에서 가시지 않았다. 10월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석유기업, 금융업 등의 호황에 힘입어 46년만에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신재생에너지를 사랑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입장은 석유재벌에 횡재세를 물리고 싶었다. 14%의 월간 상승폭은 1976년 이후 46년 만의 최대치다. 다우지수의 높은 상승률은 애플, 넷플릭스를 제외하고 호실적을 내지 못한 빅테크 주식이 산재한 나스닥 상승률(4.0%)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채권시장의 성적표는 어떨까? 작년 말 다우지수는 36,338.30이었다. 10월 31일 32,732.95였으니 9.92% 하락이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작년말 1.498%에서 10월 31일 4.077%로 마감했다. 채권 가격은 족히 20%가량 하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에 채권 손실율은 0.44%였다. 채권시장은 지금의 인플레이션으로 대학살을 당한 것이다. 미 국채는 만기 1개월~30년까지 있다. 10년물은 중간 정도로 경기나 물가 전망을 가장 잘 반영한다. 미국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 글로벌 채권 금리와 잘 연동돼 움직인다. 환율, 주가와 상관관계가 민감한데 이번 파월의 발언으로 안정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세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한 채권의 추억이 떠오른다. 2020년, 2021년 연달아 외환보유액 확충을 위해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채권)가 유로화 채권시장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됐다. 당시 마이너스 금리를 실시한 유로 지역은 투자가가 액면가에 웃돈을 얹어 주고 채권을 사는 격이었다. 예를 들어 만기에 100원하는 것을 웃돈을 주고 102원으로 샀다는 의미다. 지금 생각하면 세계 경제가 어떻게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었는지, 채권 시장의 버블이 얼마나 심했는지 쓴 웃음이 나온다. 더 문제는 유동성이 낮은 장기·저신용 채권까지 많이 샀다는 점이다. 채권 시장 환경이 취약하다면 채권을 매각하는 게 어려워 출구를 찾는 펀드 투자자를 쉽게 패닉 상태로 몰고 갈 수 있다. 위기가 발생할 경우 유동성 미스매치에 의한 채권투매위험이 존재한다. 채권시장의 ‘펀드런’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잠재울 무기가 필요하다. 팬데믹 이후 막대한 자금이 미국 채권시장에 몰렸다. 개방형 채권펀드의 운용 규모는 2008년 말 9158억 달러에서 2021년 말 5조6000억 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배가량 확대했다. 양적 긴축과 금리 인상으로 시장 유동성 부족이 발생하면 환매 압박이 커질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 부동산 시장 그 폭락의 서두에서 30년 모기지 금리가 7%가 넘은 상황에서 신규 주택 구입은 언감생심이다. 주택 가격이 내리고 있지만 임대료에 반영되는 속도는 매우 더디다.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 (GDP)도 생각보다 높은 2.6%(전기 대비 연율)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개인소비지출이 호조이다. 금리인상기에 채권과 주식 시장이 폭락했는데도 미국 가계가 잘 버티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비결은 초과저축에 있다. 2020년 3월에서 2021년 8월 사이 미국 가계는 2.2조 달러의 초과저축을 기록했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이중 0.7조 달러를 사용했다. 여전히 1.5조 달러라는 초과저축은 미국 가계의 소비여력이다. 그러나 이제 시장은 달라졌다. 끝까지 버티던 미국 집값이 지난 7월 3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수요가 감소하면서 중소 주택담보대출 업체 중에는 파산하는 곳도 생겼다. 블룸버그는 현 주택시장이 15년 전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 이후로 최악의 수준이 될 수 있다고까지 했다. 9월 미국의 주택 가격은 이미 2009년 주택 부동산시장 붕괴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을 기록했다. 10월 미국 주택건축 업체들의 신뢰도가 거의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주택 시장을 강타한 2020년 봄을 제외하고는 2012년 8월 이후 거의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년까지 계속 이어질 금리 인상 전망과 고금리는 주택 시장 위축과 매수 감소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두가 약한 경기 침체를 소망하고 있을 뿐이다. 만일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 집값 하락폭은 10~15%로 훨씬 더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가계는 자산시장 침체의 영향을 받고 미국의 성장률은 낮아질 것이 분명하다. 각국의 채권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금융위기 이후 대혼란으로 향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우리 시장을 바라본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계속된다면 자국 통화 방어를 위해 중국과 일본은 언제든 미 국채를 던질 준비를 할 수 있다. 혼란스러운 자산 시장에 제대로 대응할 준비를 잘 해결하고 있는 지 제대로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모두가 피할 수 없는 경기침체가 우리를 옥죌 수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대폭 인상하면서, 한미 양국의 격차는 다시 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 소비자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과 보폭을 맞춰야하는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남은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래저래 주식·부동산·채권 시장에서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증가했다. ※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이자 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글로벌산학협력센터장)

2022.11.03 10:15

4분 소요
[조재영의 초저금리 시대 자산 증식법] SCF 채권 금리 연 7% 수준

전문가 칼럼

배송까지 완료된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 자금 융통하면서 높은 수익률도 기대 소셜커머스 업체를 통해 컴퓨터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고 있는 A씨는 매월 중순만 넘어가면 통장 잔고를 하루에도 몇번씩 들여다 본다.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 공과금 등이 매월 말일에 고정적으로 나가야 하지만 물건을 판매한 정산대금이 언제 입금될지 몰라서다. 돈이 필요한 시점과 돈이 들어오는 시점의 차이, 자금 조달시점의 미스매치 때문에 고민인 것이다. 소비자들이 소셜커머스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더라도 A씨 계좌에 정산대금이 입금되기까지는 2~8주 정도 시간이 걸린다. 자금 여유가 충분히 있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유동성이 거의 없는 A씨는 어쩔 수 없이 대부 업체 등을 통해 고금리를 감수하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 P2P 업체의 연체율 급증 B씨는 연 2.0%에도 못 미치는 저금리에 대한 대안으로 개인 간 거래(P2P·Peer to Peer) 투자를 시작했다. P2P 투자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6개월 안팎의 짧은 투자기간에도 10%대의 고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점점 P2P 투자 자금의 규모를 키우려던 차에 한 P2P 업체로부터 원리금을 제때 받지 못해 곤욕을 치렀다. P2P 업체의 대응과 P2P 관련 법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금융소비자로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을 알고 난 후 더 이상 P2P 투자를 하지 않게 됐다.두 사람의 상황은 각각 다르지만 둘을 모두 만족시켜줄 수 있는 투자 상품이 있다. 바로 SCF(Supply Chain Finance) 채권이다. SCF 채권은 물건이 판매된 후 배송까지 완료된 매출채권(정산대금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을 말한다. 소셜커머스에서 소상공인들이 물건을 팔면, 그 정산대금(소셜커머스 업체와 합의 하에)이 입금되기 전에 소상공인 업체에 미리 대출을 해주고, B씨와 같은 투자자는 그 매출채권(정산대금채권)에 투자하는 것이다. A씨는 자금 조달이 쉬워지고, B씨는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P2P 투자는 은행의 금리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연 15% 안팎) 수익률과 짧은(약 6개월 전후) 만기, 그리고 간편한 가입 절차 등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일부 투자처에서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연체율 급등으로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이 커진 상태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P2P 업체의 평균 연체율은 6.82%로 1년 전 수치인 2.34%에 비해 약 3배 수준으로 증가했다.대부분의 P2P 대출이 부동산과 연계돼 있는데,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출 연체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많은 투자자가 고위험·고수익 상품인 P2P 투자보다 수익률이 좀 낮더라도 안전한 구조의 상품을 찾고 있는데, 그 대안 중 하나가 바로 SCF 채권 투자인 것이다. 현재 SCF 채권의 투자수익률은 연 7.0% 안팎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런 구조의 금융상품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으나 미국에서는 상당히 활성화돼 있으며, 이베이와 같은 업체에서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지난해 1월 소셜커머스인 티몬·위메프와 손잡고 SCF 채권 상품을 선보인 피플펀드의 SCF채권 누적 취급액은 300억원을 넘어섰다. 피플펀드는 카카오페이를 통해서도 SCF 채권 상품을 선보였는데, 카카오페이를 통해 선보인 21개 상품이 ‘완판’됐다. 같은해 2월 SCF 채권 상품을 출시한 어니스트펀드는 최근 100호 상품을 출시했다. 어니스트펀드도 티몬·위메프와 손잡고 관련 상품을 내놨는데 현재 누적 모집금액은 280억원에 달한다.SC F채권 상품은 금리단층을 해소하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상생 금융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한 중소상공인들은 기존 비금융권 고금리 대출 대비 약 40~50% 이상 이자를 절감한 것으로 조사됐다.연 7% 안팎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투자하기 전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현재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중이다. 쿠팡·위메프·티몬·11번가 등은 덩치를 키워가고는 있지만, 실적은 좋지 않다. 쿠팡은 지난 2015년부터 3년 간 누적적자가 1조745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63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적자상황에도 이들 업체들은 시장점유율 늘리기에 전략을 다하고 있다. 당장의 수익보다 미래 성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셜커머스 업체가 도산하면 해당 소상공인들도 대금 정산이 어려울 수 있다.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소상공인이 어느 업체와 거래를 하고 있는지, 매출이 어느정도 규모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 원리금 보호 받지 못하고 중도 인출도 불가능 또 소비자들이 소셜커머스에서 상품 구입 후 ‘대량 반품 또는 대량 취소’를 하는 경우도 있다. ‘대량 취소 또는 반품’을 하게 되면 소상공인들은 업체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마지막으로 SCF 채권은 금융사의 금융상품과는 다른 투자 상품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B씨와 같이 P2P 대신 SCF 채권에 투자한다고 해도 두 상품은 예금자보호를 받지 못하는 금융상품이다. 관련 법도 미비해 원금을 돌려받지 못해도 투자자 보호도 받을 수 없다. 특히 은행의 예·적금이나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머니마켓펀드(MMF) 등의 상품처럼 중도 인출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필자는 현재 금융교육컨설팅회사 웰스에듀(Wealthedu)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삼성생명 FP센터 팀장, NH투자증권 PB강남센터 부장을 지냈다.

2019.03.10 12:09

4분 소요
[한국 경제 침체에 빠지나?] 투자·소비·수출 삼각기둥 모두 흔들려

산업 일반

기관마다 성장률 전망치 잇단 하향 조정… 구조개혁·노동개혁 등 절실 2019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어둡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9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3%포인트 낮은 2.6%로 예상했다. OECD는 2.8%로 예상하며 2018년 9월 전망 때보다 0.2%포인트 낮췄다. 무디스는 이보다도 더 낮은 2.3%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예상이 현실화하면 2012년(2.3%)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 무디스 “2019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2.3%” 국내 연구기관들도 성장률 전망치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춰 잡았다. 한국은행 2.7%, 한국개발연구원(KDI) 2.6% 등이다. 산업연구원 역시 2019년 2.6%로 예상했다. 산업연구원은 불과 5개월 전까지만 해도 2017년 3.1%에 이어 2년 연속 3% 성장을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경제 여건을 따져본 결과 이같은 전망이 불투명해졌다고 판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전망치는 2.5%다. LG경제연구원도 2019년 경제성장률이 2.5%로 떨어진다고 봤다.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는 2.3∼2.7%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2.3%, 메리츠종금증권이 2.4%, KB증권과 현대차증권이 2.7% 수준이다. 정부나 연구기관의 전망치와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이다. 자본시장의 대표적 참여자인 증권사가 2019년 경제를 더 어둡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국내외 기관의 최근 전망치를 종합해볼 때 2019년 한국 경제는 2%대 중반의 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진 것은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투자와 소비, 수출이 모두 흔들리기 때문이다. 수출 외에는 성장동력 자체가 부재하며, 실질소득이 정체돼 소비도 가라앉고 있는 총체적인 둔화 양상이다. 고용유발 효과가 크고 후방산업 영향이 큰 자동차나 디스플레이 같은 산업의 부진으로 국내 경기 부양 효과가 줄어든 점도 문제다. 자동차의 경우 글로벌 수요 감소 영향으로 2018년(-1.8%)에 이어 2019년에도 수출 규모가 0.2% 줄어들 거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성장률 전망치가 3% 아래로 내려간 이유에 대해 “고정 투자와 고용 하강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실제로 국내 설비투자는 생각보다 빠르게 조정받고 있다. 2018년 1분기까지 7.3%의 증가율을 보였던 설비투자는 2분기 -3.0%, 3분기(속보치) -7.7%를 기록하며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2018년 반도체 외에 나머지 투자 계획이 상반기에 조사했던 것보다 상당히 지연되거나 취소되면서 전반적인 투자가 예상보다 더 줄었다. 기업 실적 부진으로 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2019년 하반기에 숫자가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예상해볼 수 있지만, 2018년 위축됐던 투자가 2019년에도 비슷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부진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건설투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산업연구원은 건설투자 증가율 전망치를 -0.4%에서 -2.7%로 내려잡았다. 지방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 주거용 건물건설이 감소세를 보인 데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감축 기조 등으로 토목건설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급기야 2018년 3분기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8.6% 역성장했다. 감소폭은 1999년 1분기(-8.8%) 이후 최악의 수준이었다. 2019년 역시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 등의 영향으로 2018년에 이어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소비도 맥을 못추고 있다. 민간소비는 2018년 2.8% 늘어나지만, 2019년에는 증가율이 2.4%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상반기에는 민간소비 증가율이 성장률을 상회하는 모습이었다. 과거의 4∼5년 트렌드를 보면 민간소비 증가율이 성장률보다 높았던 적이 흔하지 않다.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증가율이 둔화했다. 2019년에도 소비 증가세가 감소하는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지출 증가로 전체 소비는 늘지만 민간부문에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부채 상환부담과 주가 등 자산가격 하락으로 소비 여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의 경우 연간 수출 증가율이 2018년 6.4%에서 2019년 3.7%로 축소되면서 ‘수출에 기댄 성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 반도체에 대한 지나친 수출의존도도 악재가 될 수 있는 요소다. 2019년 반도체산업의 수급상 불균형이 완화되고 수출 단가가 하락한다는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전체 수출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1%를 넘어섰다. 미·중 무역분쟁 등 보호무역주의의 확산도 불안 요소다. 주요 교역국들의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교역과 세계 경제 성장 둔화로 국내 수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이런 가운데 우려를 더 키우는 건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만큼도 성장하지 못할 거라는 우려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가 소유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이룰 수 있는 최대치의 성장률이다. 이론적으로 실질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돌면 경제활동이 활발하다는 뜻으로, 물가 상승 등 과열 양상을 보인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생산요소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해 생산활동이 저조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보통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면 불황으로 판단한다.기관마다 잠재성장률 수치는 조금씩 다르다. 한은의 경우 2016~2020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8~2.9%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DI는 2.7~2.8%의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8~2022년 잠재성장률이 2.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각 기관이 전망하는 실질성장률은 이에 못 미친다. 한은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향후 잠재성장률은 (2.8~2.9%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KDI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 1.8%, 2035년 1.4%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조적 장기 침체를 걱정할 때 나왔던 고령화와 구조개혁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 KDI, 2030년 한국 잠재성장률 1.8% 전망 이처럼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현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거시경제 정책을 이용한 경기 부양이다. 재정지출 증가와 조세 감면 등의 재정 확장 정책과 금리 인하, 유동성 공급 등의 통화 확장 정책이다. 실제로 2019년 정부예산안을 보면 2018년보다 9.7% 증가한 대규모의 재정 확장 정책을 계획하고 있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이 당장 2019년의 성장률 수치는 좋게 만들지 몰라도 체질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재정 확장 정책은 장기적으로 투자를 구축할 뿐 아니라 정부 부채를 늘려 장기적인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지속적인 통화 확장 정책은 장기적으로 가계부채를 증가시키고 집값 버블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인플레이션율을 상승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경제성장률 하락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의 성장 여력을 끌어올려 잠재성장률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구조개혁, 노동개혁, 재정투자 확대 등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방법이라는 게 국내외 기관,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 수출도 제동 걸리나 - 수출 증가율 3%에 그칠 듯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무역 규모는 전년 대비 8.7% 증가한 1조1440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2018년 수출은 전년 대비 5.8% 증가한 6070억 달러(약 685조9000억원)로 예상돼 사상 첫 6000억 달러 돌파가 확실하다. 미국·독일·중국·일본·프랑스·네덜란드에 이은 세계 7번째 기록이다. 이같은 기록은 소재·부품 무역수지 흑자가 1000억 달러를 웃돌면서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데다 반도체 수출이 30% 이상 증가한 데 힘입은 바가 크다. 일반기계와 석유화학 수출도 500억 달러를 웃돌면서 최대치를 달성할 전망이다. 지역별로는 인도·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러시아 등 신남방·신북방 시장에서의 선전이 돋보였다.2019년 수출액 역시 6000억 달러는 넘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9년에는 대내외 통상 환경 악화 등으로 수출입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제무역연구원은 ‘2018년 수출입 평가 및 2019년 전망’을 통해 2019년 우리 수출이 3%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이 2017년 15.8%에서 2018년 5.8%로 뚝 떨어진 데 이어 2019년에는 3%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2019년 수출이 2018년(6.4%) 성장률보다 낮은 3.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물량 기준 수출 증가율에 대해 2018년 하반기에 5.1%로 정점을 찍은 후 2019년 상반기 4.0%, 하반기 3.4%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최근 수출 증가율은 점차 둔화되는 양상이다. 수출 증가율은 2017년 3분기 24%를 정점으로 2018년 4~5월 중 5.5%까지 둔화됐다.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수출에 타격을 입거나, 반도체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가장 큰 대외 하방 위험이다. 산업연구원은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물량이 소폭 증가에 그치고, 반도체 가격 하락과 국제유가의 횡보 전망 등으로 수출단가 하락 압력도 커질 것으로 봤다. KDI는 반도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산업별 격차가 확대되고 있고, 수출 증가율이 세계 교역량 증가율을 밑도는 등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적 리스크에 한국 경제의 내부적 취약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나마 희망적인 지표를 보여주는 것은 신산업 수출이다. 2018년 1~9월 누계 기준 유망 신산업 수출 증가율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6% 늘어난 590억 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 증가율(4.7%) 대비 3배 이상인 수준이다. 품목별로는 전체 8개 품목 가운데 전기차·바이오헬스·첨단신소재·에너지신산업 등 7개 품목(항공우주 제외) 수출이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10대 주요 지역 가운데 중남미를 제외한 9개 주요 지역에서 수출이 증가했다. 수출 품목 다변화와 고부가가치화가 진전되고 있는 모양새다.- 한정연 기자 ━ 2기 경제팀, 일자리 늘릴 수 있을까? - 정책 대전환 없이는 일자리 창출 공염불 일자리 부족 문제의 원인을 짚어보자. (서로 연계된) 다음의 요인들이다. 첫째는 노동수요측 요인으로 경제 성장의 둔화다. 경제성장률 저하는 인건비 상승, 중국의 부상에 따른 기업 경쟁력 저하, 생산가능인구 증가의 둔화, 기업 투자의 감소 등에 기인한다. 경제 성장에 따른 고용 증가폭을 나타내는 고용계수도 기술 진보로 하락했다. 투자의 경우 국내 투자가 감소하는 한편으로 대규모 직접투자 순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5년 간 순유출 규모는 884억 달러에 이른다.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된 것이다. 투자의 감소와 순유출은 주로 국내 경영환경 악화에 기인한다. 기업을 질식시키는 규제, 반기업 정서, 대기업에 대한 적폐몰이, 최저임금 인상과 인건비 상승, 강성 노조에 의한 경영 자율성 제약 등이 원인이다. 둘째는 노동시장 경직성이다. 우리 노동시장은 기능적 유연성, 임금 유연성, 수량적 유연성 모두 낮다. 기업은 직원들의 전환배치를 자유롭게 하기 어려우며, 보수체계는 생산성을 반영한 임금 설정이나 노동수요 변동에 따른 임금 변화를 어렵게 한다. 고용 보호도 OECD 국가 중 강한 편에 속한다. 셋째는 70%를 넘는 대학진학률이라는 공급 측 요인이다. 대졸자들은 보수와 직장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 등에 취업을 원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선망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15%도 안 된다. 대졸 취업난의 상당 부분은 고학력화에 따른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라는 말이다.그러나 위의 요인들은 외환위기 이후 계속 진행된 것이며, 그 와중에서도 고용은 매년 30만 명 이상 증가해왔다. 최근의 고용 감소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고용 문제의 네 번째 이유, 그리고 최근의 고용참사를 부른 가장 큰 요인은 정책 실패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워 과격하게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정책은 기업이 인력 감축, 자동화, 해외 이전, 폐업 등을 하게 만들었고, 이것이 근래의 고용 감소를 유발한 주요인이 됐다는 말이다. 다섯째는 노조 권력의 강화다. 지금 강성 노조는 우리 사회의 요직을 차지하고 노동정책을 독점하고 있다. 주요 기관을 점거하는가 하면 공권력의 방조 하에 사측에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일자리 가로채기도 광범위하게 전개하고 있다. 단체협약 체결기업의 30%에는 고용세습이 명시돼 있으며, 공기업에서도 변칙적인 고용세습이 이뤄졌다고 한다. 특히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캠페인을 고리로 정부의 암묵적 지원 하에 세를 확장하고 있다.2기 경제팀이 고용대란을 수습할 수 있을까. 필자의 답은 단연코 ‘아니오’다. 위에서 지적한 요인 중 어떤 것도 완화되기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넷째 요인이 강해지면서 고용 사정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2기 경제팀은 소득주도성장 등 이전 경제팀의 정책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포용적 성장이 강조되기도 하지만 뜯어보면 내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노조가 정책독점을 하는 상황에서 노동개혁은 꿈도 못 꿀 형편이다. 정책 전환을 통해 지금까지의 정책실패를 되돌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류재우 국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18.12.30 15:24

9분 소요
Check! Report

Check Report

━ 산은경제연구소 |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 올 2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전기 대비)은 0.6%를 기록하면서 마이너스 국내총생산(GDP) 갭 축소세가 지속됐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올 1분기(1.1%)보다는 부진했지만,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각각 0.5%)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4분기 1.5%에서 올 1분기 2.1%로 올랐지만 2분기에는 1.9%로 소폭 하락했다. 물가상승률이 소폭 하락한 가운데 마이너스 GDP 갭 축소로 올 2분기 적정 기준금리는 전분기(0.96%)보다 0.01%포인트 상승한 0.97%로 추정된다. 적정 기준금리가 1%에 근접하고 있으며 한국은행 또한 통화정책이 충분히 완화적이라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어, 당분간 기준금리는 동결 기조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잉 가계부채 해소 등의 차원에서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130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어 금융시장의 안정성은 물론 소비활동의 활력이 저해될 우려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8·2 부동산 대책과의 정책공조 측면에서도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커졌다. 다만 펀더멘털 측면에서 여전히 기준금리 인하 압력이 지속되고 있어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시장금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긴축 기조, 북·미 간 군사적 긴장고조, 기준금리 인상 기대 등을 반영해 6월부터 빠르게 저점을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저물가 현상으로 미국과 유로존 등 주요국 통화정책의 긴축 속도가 더뎌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준금리 또한 당분간 동결 또는 한 차례 인상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시장금리의 추세적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 한국금융연구원 | 주택담보대출 없는 가구 점차 줄어 2016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없이 순수 자기 자금으로 주택을 구입·보유하고 있는 가구는 전체의 57%다. 주담대가 없는 가구의 비중은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많은 가구가 자가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주담대가 없는 가구의 비중은 57%로 높은 수준에 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가구들이 자가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는 기존 가계부채 안정화 대책의 효과·성과는 별개로 주담대 총량이 증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순수 자기자금 주택보유 가구들은 주담대를 받은 가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소득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은퇴 후 소득이 부족한 자가주택 보유자들이 주택을 유동화시키는 방식으로 생활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자가주택 자산만으로 노후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저소득·고령 가구들이 자체적으로 주담대를 받으면, 이자 비용 및 수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안정적인 소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주담대 취급시 소득심사를 강화해 소득이 낮은 고령 가구들은 주택연금 가입을 통해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반면, 자산과 소득에 여유가 있어 주담대를 받고 있지 않은 가구의 경우에도,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이 지속되면 자가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추가로 구입할 유인이 생기기 때문에 정부는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완화하는 데 정책 목표를 둘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역사적으로 주택투자가 안전하면서도 수익률이 높다는 인식이 존재하는데, 향후에는 주택가격 급락으로 금융시스템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정부의 인위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정책은 자제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도 있다. ━ 현대경제연구원 | 중국 고급 소비재 시장 적극 공략해야 중국 고급 소비재 수입 시장은 지난 10년 간 약 5배, 연평균 17.4% 증가하며 고성장세에 있다. 특히 중국 전체 수입 시장이 최근 2년 간 역성장했는데도 고급 소비재 수입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고급 소비재 수입 시장은 2020년 약 37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2016년 중국 고급 소비재 수입시장 1위 품목은 패션의류, 2위는 뷰티상품, 3위는 패션잡화로 나타났다. 이 중 뷰티상품은 지난 5년 간 연평균 성장률 28.3%, 시장점유율 10.1%포인트 증가 등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2011년 시장점유율 1위와 4위였던 쥬얼리와 시계는 지난 5년 간 오히려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순위가 4위와 6위로 하락했다. 2016년 중국 고급 소비재 수입 시장점유율 1위 국가는 홍콩, 2위는 스위스, 3위는 프랑스 순으로 5년 전과 동일한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상위 3개국의 시장점유율은 2011년 86%에서 2016년 67.7%로 하락하면서 시장 지배력이 약화되는 모습이다. 2011년 점유율 4.2%로 5위에 머물던 한국의 중국 고급 소비재 시장점유율은 2016년 7.8%로 성장하면서 점유율 4위로 부상했다. 그러나 한국은 고급 소비재 수출 중 뷰티상품의 비중이 73.5%로 매우 높아 수출 구조의 집중화가 분석 대상 10개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고급 소비재 시장 공략을 통해 중국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또한 패션의류·패션잡화 등 다양한 고급 소비재 품목군의 경쟁력을 강화해 뷰티상품에 치우친 수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류 현상을 마케팅과 홍보에 적극 활용하고, 한국 고급 소비재 상품의 명품 브랜드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한·중 간 경제적 우호 관계를 강화하고 기업들의 중국 시장에서의 다양한 CSR(사회적 책임) 활동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 국제금융센터 | 북한 잇단 도발에 외국인 투자자 불안 북한이 8월 29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 해외에서는 이번 북한 도발은 이전에 비해 수위가 높아진 것으로 보며 이에 따라 지정학적 위험이 재차 고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해리티지 재단은 지난주(8월 26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대화를 위한 제스처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29일 추가 미사일 발사로 인해 이러한 해석은 순진한 기대에 불과했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이번 도발은 외교적 해결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잇단 도발로 최근 이어진 한반도 긴장완화 국면이 재차 긴장 고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오랫동안 일본 영공을 통과하는 도발은 자제했으나 이번 발사는 매우 큰 변화고, 일본의 강경 대응으로 미·일 간 외교적 공조에 난항이 예상된다. 또한 이번 발사는 미국 및 동맹국과 북한 간의 대치상황을 더욱 격화시킬 소지가 있고, 한반도 긴장완화에 대한 희망은 더욱 희미해졌다는 것이 해외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와 관련, 외국인 투자자들은 북한의 도발 지속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할지 우려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북한 관련 뉴스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엔화의 반응은 미국과 일본 시장이 닫힌 시점의 엷은 거래 유동성 등으로 인해 과거 대비 다소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CNBC는 이번 미사일 발사로 미국 주가지수 선물 하락, 일본 엔화 강세, 한국 원화 약세, 아시아 증시 하락 등 4개 시장이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이번 미사일 발사를 통해 사흘 만에 도발 수위를 높이면서 북한 관련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는 것이 해외의 시각이다. 때문에 주요국 움직임과 국내 금융시장 영향 및 외국인 시각 변화 여부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자본시장연구원 | 벤처투자 회수, IPO 의존도 높아 2017년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 규모는 9926억원(576개사)으로 투자금액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9750억원) 1.8% 증가했다. 한편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새 정부의 강한 의지에 힘입어 지난 7월 22일 모태펀드 추경예산 8000억원이 국회를 통과해 추경을 포함한 총 8700억원의 출자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모태펀드 출자를 바탕으로 하반기 약 1조3000억원의 벤처펀드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자금 모집과 투자뿐 아니라 회수의 기능이 매우 중요하며, 벤처투자의 선순환 체계 유지를 위해 향후 회수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벤처투자의 회수 유형으로는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프로젝트, 장외 매각 및 상환 등이 있는데, 실제 성공적인 투자 회수는 IPO와 M&A 방식을 의미한다.국내의 경우 IPO를 통한 회수가 90% 내외로 IPO 의존도가 높다. 반면 M&A는 10.5%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M&A를 통한 투자 회수 비중이 같은 기간 93.7%로 집계됐다.또한 벤처캐피털 투자기업의 IPO 소요 기간은 2015년 기준 평균 12.9년으로 최근 10년 간 벤처펀드 평균 존속기간인 7년과 비교할 때 회수시기와 투자기간의 미스매치가 존재한다. 이와 관련, 최근 코넥스시장의 상장 및 거래 활성화 방안 마련과 K-OTC PRO(비상장주식 장외 거래시장)의 개설 등 모험자본의 회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확대되고 있어 향후 회수에서 재투자로의 선순환 구조가 견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 한국수출입은행 | 주요국 경제 완만한 성장세 지속 미국 경제는 생산·물가지표는 다소 부진하지만 소비가 개선되고 고용·수출 등은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7월 산업생산은 자동차 생산 감소 영향 등으로 증가폭(0.2%)이 둔화됐지만 7월 제조업지수는 10개월 연속 기준선(50)을 웃돌았다. 7월 소매판매는 7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0.6%)을 기록했다. 또한 6월 미국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 증가했고, 같은 달 수입은 4.6% 감소해 무역적자가 감소했다. 7월 실업률은 전월 대비 0.1%포인트 감소한 4.3%로 2001년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1.7% 상승에 그치며 여전히 금리 인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로존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6%(전기비) 상승하는 등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유로화 강세에 따른 수출 둔화 및 물가 부진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6월 유로존 산업생산은 유로화 강세가 수출 업계에 악재로 작용하며 전월 대비 0.6% 감소했으나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증가하며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고, 실업률은 전월보다 0.1%포인트 감소한 9.1%를 기록했다.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다. 일본은 내수 증가에 힘입어 2분기 실질 GDP가 1%(전기비) 성장하며 10여년 만에 최장기 확장세를 기록했다. 일본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8로 12개월 연속 기준선(50)을 상회했다. 7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6월 실업률은 2.8%로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다만, 7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0.4% 상승해 저물가가 지속됐다. 중국은 생산·소비 등 거시지표 증가율이 전월 대비 둔화했으나 안정적 성장세를 지속했다. 중국의 7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6.4%로 증가폭이 둔화(6월 7.6%)됐다. 소매판매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0.4%로 증가폭이 둔화(6월 11%) 됐다. ━ 에너지경제연구원 | 하반기 국제유가 상반기 수준 머물 듯 국제 원유가격은 두바이유 기준으로 2017년 1분기에 평균 배럴당 52.99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1분기 이후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2분기 들어서는 배럴당 평균 49.7달러로 하락했다. 2017년 상반기 중 유가를 상승시킨 요인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의 감산 이행, 세계 석유 수요의 견고한 증가세, 달러화 가치의 하락 등이다. 반면, 유가 하락 요인으로는 미국의 원유생산 증가, 감산 면제국인 리비아·나이지리아의 원유 생산 증가, 지난 3년 간의 공급 과잉으로 누적된 석유 재고 등을 들 수 있다. 2017년 하반기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50.19달러, 2018년 상반기엔 51.81달러로 전망된다. 올 하반기 유가는 산유국의 감산 기간 연장과 석유 수요의 계절적 증가에도, 미국 및 감산 면제국의 원유 생산 증가와 누적된 석유재고의 영향으로 상반기(51.47달러/배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이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3.5%를 기록하고, 세계 석유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150만 배럴 증가하고, 유로화 대비 달러화 환율이 1.12달러를 기록하는 것을 주요 전제로 한다. 2018년 상반기 유가는 계절적인 수요 감소와 산유국들의 감산 기간 종료로 공급 초과가 예상되지만, 석유시장이 미국의 원유생산 증가세 둔화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올 하반기보다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OPEC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 기간이 종료되는 2018년 3월 이후에도 러시아와 협력해 석유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 포스코경영연구원 | 4차 산업혁명 대비 정치·경제·교육정책 바꿔야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고 일자리의 질이 양극화될 수 있다는 경고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미국 일자리의 47%, 독일 일자리의 42%가 자동화로 인해 20년 이내에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숙련·저숙련 고용률은 큰 변화가 없지만, 단순 반복적이고 자동화되기 쉬운 중숙련 직업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의 양적 확대 여부는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와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는 속도 간 경쟁의 결과로 결정될 것이다.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보고서에서는 2015~2020년 7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 개가 새로 생겨 결과적으로 50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을 앞서 준비하고 있는 독일은 정치·경제·교육정책 등을 통해 ‘디지털화를 가속하는 경우(Accelerated digitalization scenario)’ 생산력이 급속도로 상승해 약 25만 개의 일자리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마트 팩토리에 기반한 리쇼어링, 블루칼라·화이트칼라의 경계를 넘어선 뉴칼라 일자리 확대 등이 필요하다. 또한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직무의 고부가가치화, 기술적 실업 최소화, 새로운 고용형태에 대비한 보호체계 정비 등을 추진해야 한다. 즉 국가적 차원에서 정치·경제·교육정책 등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기업 차원에서도 직원들의 역량을 함양시키고 기술혁신을 도모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는 고용 없이도 당장의 성장이 가능하다면, 그 길을 택할 수도 있는 만큼 더 큰 성장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 안목으로 꼭 필요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나가려는 의도적 노력이 요구된다.

2017.09.03 15:06

10분 소요
[내게 맞는 주택담보대출은?] ‘장기 고정금리’로 ‘올해’ 받는 게 유리

부동산 일반

‘집을 살까 말까?’ 전세 세입자들의 고민이 점점 더 깊어만 간다. 주택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오르면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은 72.9%를 기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성북구 전세가율은 80%를 넘어섰다. 이처럼 전세가격 상승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차라리 집을 구입하겠다는 세입자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 지난 9월 말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은행 등 6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31조8844억원으로 전달보다 3조9043억원이 늘었다. 지난 2010년 9월 이후 월별 상승폭으로는 최고액이다. 시장에서는 은행의 대출잔액이 더 늘 것으로 본다. 가을 이사철과 강남의 재건축 이주 수요 때문에 전세 수요가 늘어 내년까지 전세가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출 부담을 안고서라도 내 집 장만에 나설 수밖에 없는 세입자들을 위해 내 조건에 맞는 주택자금대출 상품에 대해 알아봤다.직장인 김경민(33)씨는 서울 당산동 원룸(36㎡)에서 준전세(반전세)를 살고 있다. 보증금 7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이다. 오는 11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김씨는 최근 집 주인에게서 월세를 40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월세가 부담된 그는 이 참에 차라리 집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김씨는 “아직 미혼이고 현재 결혼 계획도 없기 때문에 지금이 내 집 장만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1인 가구가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면 한국주택금융공사 상품인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을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 개인 소득 6000만원(생애 첫 주택구입은 7000만원) 이하인 만 30세가 넘는 무주택자는 최대 2억원(주택담보인정비율 7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단 전용면적은 85㎡이하, 6억원 이하 주택이어야 한다. 대출기간은 10·15·20·30년이고 대출금리(10월 7일 기준)는 연 최저 2.3%에서 최고 3.1%다. 본인 명의로 청약저축에 가입했다면 0.1~0.2% 포인트 금리 우대가 가능해 이자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이 상품은 모두 고정금리로 이자와 원금을 분할상환해야 한다. 원금을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은 최대 1년까지다. 만약 디딤돌 대출을 통해 2억원의 대출을 받았는데 추가로 더 필요하다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이용하면 된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충족되면 디딤돌 대출과 별개로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DTI는 60%까지 가능하다. 예컨대 DTI가 60%일 경우, 연봉이 5000만원이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인 3000만원 이내에서 대출 받을 수 있다. DTI는 담보인정비율(LTV)과 함께 주택담보대출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다. ━ 1인 가구는 디딤돌 대출 유리 현재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평균 금리는 3~4%대다. 시중은행이 주로 판매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대개 3~5년 정도 고정금리로 적용되다가 이후에는 6~12개월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금리상품이다. 신한은행 울산금융센터 임기흥 리테일지점장은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디딤돌 대출보단 금리가 조금 높지만 주거래 은행이나 실적 등에 따라 우대금리를 받으면 금리를 1%포인트 이상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1인 가구의 경우 소득에 맞춘 상환계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1인 가구는 외벌이로 대출 상환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만약 결혼 등과 같은 목돈이 들어갈 때에는 유동성 확보가 어렵다”며 “이런 투자자들은 조급하게 상환하는 것보단 10년 이상 고정금리 비거치식 분할 상환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만약 원리금을 빠른 시일내에 갚고 싶다면 1년 또는 3년 단위로 갚아 나가는 게 좋다. 그러나 만약 3년 이내에 원금을 상환할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은행들은 대출의 조기 상환시 수익보전을 위해 3년 이내 기간에 대출을 상환하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받는다. 3년 이내 상환시 수수료는 보통 1.2%다. 만약 1억원의 대출을 1년 안에 상환할 경우 120만원의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대출 금리는 다소 높더라도,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거나 절반 정도만 부담하는 상품을 찾아 가입하는 것이 좋다. 은행권에는 일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상품이 있긴 하지만 대출 금리가 보통 연 2~3% 더 높아 이자 부담이 크다. ━ 생애 최초 구입자는 ‘보금자리론’ 유리 전세난이 심회되면서 생애 최초로 내집 마련을 하는 세입자도 늘고 있다. 지난 9월 결혼한 이지성(36)씨는 신접살림을 차릴 전셋집을 찾아 헤매다 고민 끝에 송파구 문정동의 한 소형 아파트를 샀다. 그는 주택구입을 위해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대출 상품을 이용했다. 주택금융공사에서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들이 저리에 대출 받을 수 있는 대표 상품은 보금자리론과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이다. 그러나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 금리가 보금자리론보다 조금 더 싸지만 부부합산 소득이 연 7000만원이라는 제약이 있다. 때문에 소득이 7000만원을 넘는다면 소득에 상관없이 대출이 가능한 보금자리론 상품을 이용해야 한다. 주택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매입할 때 최대 5억원(주택담보인정비율 70%)까지 대출해준다. 보금자리론은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과 같이 고정금리로 받을 수 있다. 대출기간도 디딤돌 대출과 같이 10·15·20·30년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대출금리는 연 3.15~3.4%다. 상환방식은 거치 기간 없이 대출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야 한다. 3년 내에 원리금을 갚는 중도상환 수수료는 최대 1.2%다.부부의 소득이 연 7000만원이 넘지 않는다면 디딤돌 대출을 이용하면 된다. 30년간 장기대출 고정금리는 연 3.1%로, 자녀 3명 이상의 다자녀가구는 0.5%포인트,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는 0.2%포인트를 추가 우대해준다(중복 적용 불가). 만약 대출금이 부족하다면 시중은행 상품을 이용해 추가로 대출이 가능하다. 단 30대 또는 40대인 경우 자녀들 학비나 생활비 등이 늘어나기 때문에 원리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출기간을 최대한 장기로 설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신한은행 울산금융센터 임기흥 리테일지점장은 “요즘처럼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는 변동과 고정금리 차이가 크지 않다”며 “연말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고정금리 대출을 받으면 나중에 금리가 오르더라도 이자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고정금리로 가져가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최근에는 전세를 끼고 주택을 추가 매입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 부채 부담이 커지는 만큼 이자 비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연봉 7000만원을 받는 40대 직장인 김영식씨는 올 초 서울 강남의 중소형 아파트를 매입했다. 그는 경기도 동탄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지만, 초등학교 진학을 앞둔 자녀를 생각해 큰 마음 먹고 강남 학원가 인근의 아파트를 사들였다. 주택 매입 자금은 현재 거주 중인 동탄 아파트를 전세 놓으면서 확보한 3억8000만원과 강남에 새로 구입한 집을 담보로 받은 은행 대출 3억6000만원을 포함해 총 7억4000만원이 들었다. 김씨는 동탄 아파트를 매입할 때 받은 주택담보대출이 아직 5000만원 가량 남아 있던 상황이라, 새로 받은 대출까지 감안하면 총 4억1000만원의 은행 부채를 지게 됐다. 그는 부채 부담을 덜기 위해 기존 대출을 정부가 운영하는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탔다. 지난 2011년 5%대 변동금리로 받은 대출이라 2%대 고정금리 상품으로 전환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하지만 안심전환대출은 판매가 종료된 탓에 다주택자의 이자비용을 줄여주는 정책상품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더구나 정부의 가계부채 축소 정책으로 내년부터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인 70%까지 대출 받으면 10%는 원리금 분할상환을 즉시 시작해야 하는 탓에 상환 부담도 커졌다. 조금이라도 금리가 더 낮은 은행으로 옮겨 이자 부담을 줄여야 하는 상황. 우선 개인의 신용등급에 맞춰 여러 은행의 대출 상품을 찾아봐야 한다.국내 17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신용등급별로 따져보면, 은행별 격차가 0.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예컨대 국내 시중은행 중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9월 말 기준 신한은행이 2.77%로 가장 낮지만, 1~2등급(CB사 기준)의 경우는 KB국민은행이 2.66%로 신한은행(2.71%)보다 낮다. 9~10등급의 하분위 등급의 경우 KB국민은행이 3.65%인데 비해 IBK기업은행은 3.16%로 0.49%포인트 벌어지는 등 적잖은 차이가 있다. 또한 대출 변경에 소요되는 비용과 이익 중 어느 것이 더 큰지 비교해야 한다. 대출 변경에는 인지세와 담보 설정에 따른 국민주택채권 매입·할인 비용 등이 발생한다. 인지세는 대출액 1억원 이상의 경우 13만~15만원이며, 이중 50%는 은행이, 나머지 절반은 대출자가 부담해야 한다. 국민주택채권 매입·할인 비용은 모두 대출자 부담이다. ━ 중도상환 수수료 없는 상품 찾아야 한편, 주택 구매 계획이 있거나 추가 대출을 받을 생각이라면 올해 중으로 받는 것이 좋다. 내년부터 대출심사 구조가 DTI 방식에서 ‘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상환액 비율(DSR)’ 방식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DTI 방식은 신용대출이나 자동차 할부, 카드론 같은 ‘기타 부채’는 연간 이자 납입액만 계산할 뿐 원금상환액은 계산하지 않는데 비해, DSR 방식은 기타 부채의 원금과 이자를 모두 계산하기 때문에 대출이 까다로워진다. 특히 새로 주택을 구입하기 이전에 보유 중이던 ‘기존 주택’ 대출도 DSR에 포함되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을 추가로 받기 어려워진다. 아울러 사려는 집의 매도자가 대출을 갚고 있는 중이라면 대출 승계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자금 순환 문제로 매도자의 대출을 그대로 인도받고 일부 차액을 현금 지급하는 식으로 집을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재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앞으로 기준금리가 추가로 내려갈 수 있어 기존 대출을 정리하고, 매입할 집을 담보로 대출을 새로 받는 편이 좋다. 주택에 대출 한도가 있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받기 위해서는 매도자의 기존 대출을 빨리 갚도록 종용하거나, 매매 중도금을 지급해 조기 상환을 유도해야 한다. ━ 주택보유 고령층은 주택연금 고려할 만 전세를 끼고 새 집을 장만할 때는 전세 보증금을 받는 날과 잔금 지급일이 맞지 않는 미스매치도 골치 아픈 일이다. 전세금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사할 집에 잔금을 못 주면 오도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대기업 종사자라면 사내의 저금리 직장인 대출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간단하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는 다양한 금융 상품을 찾아봐야 한다. 요즘에는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카드 상품이 많이 이용된다. 이 상품은 일반은행 주택담보대출과는 달리 근저당 설정 없이 마이너스통장식 대출카드를 근거로 2000만원 안팎의 돈을 빌려준다. 사용 기간 중에 발생한 이자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긴급자금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실제로 주택 거래가 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새로 받아 미스매치를 해결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중요한 것은 중도상환 수수료다. 전세금이 들어올 때까지 짧은 기간 대출을 이용하기 때문에 중도상환 수수료를 오롯이 내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대출 금리는 다소 높더라도,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거나 절반 정도만 부담을 하는 상품을 찾아 가입하는 것이 좋다. 보험사들도 마이너스대출(한도대출)의 방식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절반만 부담하는 2~4%대 상품이 있다. 한화생명은 매일 2%씩 누적 차감 후 최대 50%를 깎아주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교보생명·KB손해보험 등은 50%를 즉시 면제해 주는 상품을 팔고 있다.한편 정부가 가계대출을 옥죄기 시작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생활자금으로 활용하던 장년층 하우스푸어들의 자금 융통 방안도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이들은 대출 여력이 줄자 주택을 담보로 한 2·3금융권 대출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삼섬동 아파트 두 채에서 나오는 주택담보대출을 생활자금으로 활용하던 70대 최인철씨의 경우 올 들어 담보한도가 한계에 다다르자 주택을 담보로 한 저축은행 마이너스론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주택을 모두 팔기 위해 내놓은지 오래지만 부동산 거래가 부진한 탓에 주택담보대출 대출과 저축은행 상품 이용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한다. 최근 신용카드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정부의 대출규제, 하우스푸어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이사철을 맞아 은행들이 대출 태도를 신중하게 취하는 등 1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줬다. 주택담보대출의 한계에 몰린 경우라면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성희·김유경 기자 kim.sunghee@joins.com☞ 주택담보인정비율(LTV) -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있는 비율이다. LTV가 70%면 대출 한도는 집값의 70%까지다.☞ 총부채상환비율(DTI) - 연봉 가운데 대출 원리금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2015.10.10 19:59

8분 소요
‘금리 5%’에 숨은 비밀이 있다

산업 일반

요즘 서울 여의도는 온통 ‘CMA(종합자산관리계좌)’로 도배를 한 듯하다. 눈에 보이는 간판, 홍보물에 CMA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증권사 직원의 통화연결음 대부분이 CMA 광고음으로 시작된다. 지난 8월부터 증권사의 지급결제가 허용되면서 은행과 증권사의 경쟁에 더욱 불이 붙은 것.거기다 증권사들이 특판 금리 상품을 내놓으면서 경쟁은 ‘증권사 vs 증권사’로 번졌다.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 할 수 없는 법이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CMA 과대 광고에 대해 규제와 권고를 내리고 있지만 증권사의 마케팅은 이미 누구 하나 물러서기 어려운 모양새다.계좌 한 개가 아쉬운 마당에 아무래도 상품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물건을 파는 회사로서는 그게 당연하다. CMA는 분명 좋은 상품이라고 많은 이가 입을 모아 말한다. 실제 그렇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최고로 이로운 상품은 아니다. 마치 재테크의 대명사처럼 굳어진 CMA의 빈틈을 알아봤다.이유 1 장기 투자로 적합하지 않다대표적인 단기 금융상품으로 꼽히는 것이 CMA다. 분위기에 휩쓸려 가입해 놓고 그냥 두면 나중에 생각보다 훨씬 적은 수익을 얻게 될지 모른다. 흔히 은행의 대표 상품인 정기예금과 증권사의 대표 상품인 CMA를 비교하는데 정기예금은 장기 투자하기에 좋고 CMA는 단기로 돈을 굴리기 유리하다는 점에서 절대적 비교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말이다.CMA처럼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은행 상품으로 요구불 예금이 꼽힌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역마진까지는 아니더라도 거의 노마진으로 증권사가 ‘머니 무브’ 현상을 노리고 뛰어든 시장이기 때문에 은행이 수익을 올리기 위한 요구불 예금과는 상품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따라서 정기예금과 CMA 중에서 뭐가 더 유리한지 따져보는 것도 좋지만 우선 CMA가 필요한지와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떤 금융상품에 더 적합한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CMA는 단기 운용 자금을 넣어두기에 좋다고 조언한다. 가령 전세자금, 장기 투자처를 찾기 전 대기자금, 비상금, 회비 등 언제든지 출금할 수 있어야 하고 보관용 성격이 강한 돈이라면 은행에 두는 것보다 분명 유리하다.단기로 자금을 굴리기 위해 가입했지만 ‘일정 기간 동안 돈을 찾지 않겠다’는 식의 고금리 약정에 걸려 마음대로 돈을 넣었다 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크게 쓰인 숫자(금리)만 볼 것이 아니라 고금리를 적용 받으려면 어떤 조건을 지켜야 하는지, 어겼을 때 패널티는 없는지 가입할 때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이유2 예금자 보호 안 된다보통 CMA 상품은 종금형, 환매조건부채권(RP)형, 머니마켓펀드(MMF)형, 머니마켓랩(MMW)형 등으로 나뉜다. 가입 시 무슨 유형이고 어떤 대상에 투자한다는 간략한 설명은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언제나 그렇듯 감춰지게 마련이다. 네 가지 종류의 상품 중에서 예금자 보호가 되는 상품은 종금형뿐이다.종금형 CMA는 예금자보호법을 적용 받아 예금보험공사에서 최고 5000만원까지 보장해 준다. 증권사가 망해도 5000만원까지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종금형 CMA를 취급하는 증권사는 동양종금증권, 메리츠증권(메리츠종금), 우리투자증권뿐이다. 그중에서 우리투자증권은 10월에 종금업 면허가 종료되면 종금형 CMA에 신규 가입할 수 없다.주로 RP형의 비중이 큰데 장기 채권에 투자해 단기로 운용하기 때문에 미스매치가 일어날 위험이 있다. 미스매치의 악순환이 계속되면 재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증권사가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또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수익이 하락해 원금 손실이 날 수도 있다.따라서 RP형 CMA에 가입할 때는 투자하는 채권이 뭔지 따져봐야 한다. 안정성과 환금성을 갖춘 국고채나 통안채가 회사채보다 덜 위험하다. 잔액 중 최소 5%는 현금으로 보유하게 하는 등 금감원과 금투협이 재무 안정성을 해치면서 고금리로 경쟁하는 것을 막고 있기는 하다. 역마진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것이다.하지만 현금이 부족해지면 그땐 채권을 팔아야 하고 채권 값이 떨어져 고객의 자금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 규제를 벗어나 금리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증권사가 생각해 낸 방법이 약정이다. 고금리를 적용하는 대신 펀드 자동 이체, 급여 통장 지정, 공과금 자동 납부 같은 조건을 거는 것이다.한 증권사의 홍보 담당자는 “고금리를 내세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최대한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위해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객이 이런 까다로운 조항을 뒤늦게 알았을 때 위에서 말했듯 발목 잡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이유3 집 살 때 불리하다 ▎(각 월 말일 기준, RP형·MMF형·종금형·기타형 합계) 내 집 마련이나 앞으로 고액 대출 계획이 있는 사람은 특히 신중해야 한다. 은행은 보통 고객의 과거 실적에 따라 대출 한도와 이자율을 정한다. 계좌를 은행 통장과 CMA 통장으로 나눠 쓰다 보면 실적이 양분돼 대출할 때 불리하다.은행 통장을 아예 CMA 통장으로 갈아타는 사람은 더욱더 신중해야 한다. 증권사 CMA는 대출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과 제휴해 마이너스 대출을 중개해주는 증권사도 있지만 부가 서비스일 뿐이다.한 은행권 PB는 “은행에 급여 계좌를 개설하면 0.1~0.2%포인트 금리 우대 혜택을 주는데 CMA는 당장은 이득을 보는 것 같지만 한 달에 200만원씩 넣어서 0.1%포인트 우대받는 것이 얼마나 큰 수익이 되겠느냐”며 “주택자금대출 금리 0.1%포인트와 규모를 비교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이 PB는 “고액 투자자는 CMA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일반 샐러리맨은 CMA에 가입해도 입금하는 규모가 적어 수익이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 역시 “뭐라 해도 은행이 제1금융권이기에 대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은행과 관계를 지속하면서 CMA 통장을 따로 만들어 단기 자금을 관리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이유4 ‘금리 5%’에 숨은 비밀이 있다지난달 초 메리츠종금이 업계에서 처음으로 5%대 고금리 CMA를 내놓아 화제가 됐다. 유진투자증권과 신영증권이 뒤이어 5%대 CMA를 출시했다. 메리츠종금은 예상보다 많은 자금(7000억원)이 몰리자 운용하는 데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조건 한도를 더 엄격하게 수정했다.원래 10월 말까지 가입한 고객, 10월 말까지 납입된 금액 모두에 5%를 제공한다고 했다가 9월 4일까지 가입한 고객까지만 5%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 회사 담당자는 5% 이미지와 더 이상 연결되는 것을 걱정하며 이 문제에 대한 말을 아꼈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어떻게 5.1% 금리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채권 운용 능력이 뛰어나고, 1년 이상 예치, 1000만원 한도 내라는 조건을 붙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이 상품은 올해 말까지만 가입할 수 있다. 신영증권 측은 “2개월 동안 300만원에 한해서만 기존 2.5% 금리에 2.5%의 추가 금리가 적용된다”며 “출시를 기념한 한시적인 이벤트일 뿐”이라고 답했다. 결국 정상적인 조건이 아니라 눈길 끌기 혹은 물량공세였던 것이다.한 증권사 마케팅 직원은 “CMA의 정상적인 금리 수준은 2.5% 정도”라며 “4%를 넘으면 회사가 마진을 줄이거나 손해를 감수하면서 고객 유치를 하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5% 금리는 매우 위험한 수준이라고 경고한다. 그만큼 위험이 따르는 고금리 채권을 편입하기 때문에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유5 아직 완전한 상품 아니다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른 증권사의 지급결제로 CMA가 획기적인 상품의 왕좌에 앉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금투협에 전화했을 때도 CMA 문제로 담당자가 모두 회의 중이었다. 유동성, 수익률, 편의성 등 많은 부분이 미완으로 남아 있다.카드사·보험사·통신사·백화점 등 1300여 개 제휴업체 중에서 아직 증권사와 지급결제 계약을 맺지 못한 곳이 500여 개다. 순차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하지만 은행계 카드사와는 제휴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돈다. 수수료, 이체 시간 등 증권사들이 저마다 보완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과거에는 증권사와 은행이 제휴해 가상계좌를 개설해 수수료가 무료였는데 증권사가 소액결제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가상계좌가 없어졌다. 증권사가 고객을 끌기 위해 은행보다 낮은 수수료를 받거나 회사가 부담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어 출금 수수료는 무료지만 입금 수수료는 조건마다 부과 내용이 다르다. 만약 해당 증권사 지점에 직접 찾아가야 수수료가 면제된다면 수수료에 교통비라는 추가 거래 비용까지 발생하는 셈이다.

2009.09.14 15:49

6분 소요
[淸論濁論] 금융인의 책임

산업 일반

"만기연장 프로그램의 핵심은 정부가 국내 금융기관들의 외채를 지급보증해 줌으로써 해외 금융기관들이 안심하고 만기를 연장해 주도록 하는 것이었다. 거꾸로 얘기하면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지 않았으면 만기연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익숙한 문장이 아닌가. 위의 문장은 최근이 아니라 11년 전 외환위기 당시의 상황을 전하는 내용임을 명념할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록한 정덕구 전 장관의 『외환위기 징비록』이란 책에 등장하는 내용이다.저자는 시중은행은 주주가 있는 엄연한 민간기업들인데 국민의 세금으로 민간기업의 부채를 대신 갚아주겠다고 약속하는 지급보증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잘라서 말한다.그러면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되었을까? “나라 경제 전체가 나락으로 빠져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래도 그때는 은행이 할 말이 있었다.기업들 뒤치다꺼리하다가 당한 일, 즉 관치금융 때문이었다고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환란 이후 100조원 가까운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은행들은 정상화의 길을 걷게 되었고 사람들 대부분은 은행들이 모두 튼실하게 변모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또 한 번 환란에 대한 불안감의 단초를 제공하게 된 것은 이번에는 실물 분야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은행 유동성 위기에서부터 불거져 나왔다.과도한 단기 외채를 빌려다가 장기 대출에 해당하는 부동산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은행들의 미스매치 문제가 미국발 금융위기와 맞물리면서 또 한 번 가슴을 쓸어 내리는 일이 발생했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기업이란 당연히 책임을 지면 그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제조업의 경우에는 진실이지만 금융업은 또 다른 측면을 갖고 있다.경제변호사인 찰스 R 모리스는 “금융산업에서는 경영자와 주주에게 고수익이 발생하고 있지만, 손실의 상당 부분은 대개 사회화(손실의 상당 부분이 타인들에게 전가된다는 의미)된다”고 말한다. 금융업에서의 손실을 사회 전체가 부담하게 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감독 당국은 단기 외채 급증에 대해 도대체 어떤 견제나 감시 기능을 해 왔는지 궁금하다.금융시장이 안정세를 찾고 나면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일이라고 본다. 정부가 은행의 해외 차입금에 대해 무려 3년간 지급보증을 하고 선례가 없는 사기업의 채권을 한국은행이 사 주기로 하고 450억 달러나 되는 거액의 외화유동성을 은행에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에 이른 부분에 대해서는 은행 전체가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한편 누구도 앞날을 정확하게 내다볼 수 없는 일이지만 최악의 타이밍에 최대 규모의 대외증권투자로 무려 수십조원을 웃도는 펀드투자 평가손을 보면서 우리 금융업이 과연 제대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 이를 갖추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위기의 한국경제』라는 책에는 급증한 펀드투자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을 두고 “해외증권투자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노하우 그리고 경험도 없이 몰빵 식의 대규모 대외증권투자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하고 있다.학습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대가치고는 너무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예기치 않은 외부 상황에만 원인을 돌리지 말고 금융업 종사자들은 내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성장할 수 있다.

2008.11.10 11:29

3분 소요
“금고 비었는데 금리가 문제냐”

산업 일반

금융시장이 돈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달러는 물론이고 원화도 공급이 달리자 은행들은 CD 발행에도 애를 먹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월 14일 ‘가라앉는 느낌(Sinking Feeling)’이란 기사를 통해 한국의 경제 상황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도했다. FT가 한국의 은행에 대해 “자금조달의 12%를 해외시장에 의존하고 있으며, 조달 금리 상승으로 유동성이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 정부는 “국내 은행의 예금 대비 대출 비율(예대율), 원화 유동성, 외채 건전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그러나 이튿날(15일)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다시 불을 질렀다. S&P는 “한국의 은행들이 외화자금 조달 압력에 시달리고 있고,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은행 등 6개 시중은행과 우리금융지주·신한카드를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했다.도대체 은행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정부까지 나서서 편을 들어주고 있는데도 갈수록 평가는 박해지는 것일까? 정부와 은행이 아무리 그럴듯한 말을 늘어놓아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 하나는 은행의 금고가 비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대출이나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채권을 많이 발행했는데 만기가 된 채권의 기한을 연장하거나 다른 채권으로 대신 발행하는 게(차환발행) 어려워진 것이다.급기야 10월 17일 한국은행은 경쟁입찰 방식으로 은행권에 달러를 직접 공급하기로 했다. 게다가 정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거시경제정책협의회를 열고 국내 은행이 해외 은행과 거래할 경우 이에 대해선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국제 금융불안이 지속되면서 은행들의 원화·외화 유동성 부족 사태가 해결되지 않자 비상대책까지 동원되기 시작한 것이다.#돈 가뭄에 시달리는 한국의 은행들10월 15일 신한은행이 2년 만기 은행채 2000억원을 연 7.81%에 발행한 것은 채권시장에선 하나의 뉴스였다. 은행이 은행채를 발행하는 건 의례적인 일인데도 채권시장이 이를 뜻밖의 사건으로 받아들인 건 이달 들어 1000억원 이상의 은행채를 발행한 게 신한은행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양동우 국민은행 자금부장은 “은행채는 물론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조차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채와 국고채 간의 금리차이인 은행채 스프레드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은행채 스프레드(AAA등급 기준)는 2.63%포인트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11월 이후 최대치로 확대됐다.금리 스프레드는 한 달 전만 해도 1%에 불과했지만 이젠 2.5%로 확대된 것이다. 그만큼 은행 채권이 안 팔린다는 뜻이고 이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은 CD도 마찬가지다. 7월 2조5000억원에서 8월 1000억원으로 급격하게 줄었던 은행의 CD 발행액은 급기야 9월엔 3조8000억원어치의 순상환이 이뤄졌다.게다가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상환된 금액이 3조5000억원으로 전체 상환액의 92%에 달했다. CD 발행 여건이 은행채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김만수 산은자산운용 채권운용팀장은 “같은 기일물이라도 통상 CD 금리가 은행채 금리보다 낮은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은행채 금리가 상승세를 타자 그동안 제자리에 있던 CD 금리가 은행채 금리보다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CD 발행 여건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금리라도 좋다, 예금 끌어와라 채권 발행이 힘들다면 은행이 기댈 곳은 예금 수신액을 늘리는 것뿐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국고채 금리는 하락하면서 예금 금리도 내리는 게 정상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예금금리 수준을 조절해 왔다. 그러나 은행은 거꾸로 가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은행들은 예금금리를 내릴 생각조차 않고 있다. 오히려 금리를 올리면서 경쟁적으로 예금 끌어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금융그룹 소속 김인경 선수의 LPGA 생애 첫 우승을 기념해 이달 말까지 만기 6개월 금리 연 7.19%, 만기 3개월 연 6.56%인 정기예금을 1조원 한도로 판매한다. SC제일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7.2%이고 외환은행은 최고 연 7.1%를 제공한다. 국민·우리·신한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7%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의 정기예금 수신은 8월 6조7000억원에서 9월엔 2조원으로 역주행했다. 그나마 ‘리먼’ 파산 이후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며 1조8000억원이 유입돼 효자 노릇을 한 게 이 정도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채권 발행이 어려워지고, 대출 부실화 정도가 높은 비은행 금융회사들이 거액의 정기예금을 인출하면서 정기예금 증가폭이 오히려 8월보다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의 만기는 점점 길어지는 데 비해 정기예금의 경우 1년 이하가 주종을 이룬다. 최근 들어서는 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장기예금을 꺼리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3개월짜리 정기예금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 347조9920억원 가운데 6개월 미만 단기예금이 10.7%인 37조1178억원에 달했다. 6개월 미만 단기예금 비중이 10%를 넘어선 것은 2003년 11월 이후 4년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에 비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만기는 길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약정 만기는 12.7년이다. 이처럼 대출은 길게 주고, 예금은 짧게 받으면서 은행 자금운용의 미스매치(만기 불일치)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단기 고금리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장기 저금리로 운용한다면 답은 뻔하다. 은행의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은행 수익성 향상에 큰 역할을 했던 펀드판매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수입도 올 들어서는 주식시장이 망가지면서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은행 입장에선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셈이다. 이런 은행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좋게 봐줄 리 만무하다. NH투자증권은 최근 5개 주요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3분기 순이익 전망치를 당초 전망치보다 최대 50% 낮췄다. 키움증권은 국민은행의 3분기 순이익이 1년 전보다 31.7% 줄어든 529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는 등 각 은행의 순이익 전망치를 지난해보다 낮춰 잡았다. #풀리지 않는 달러 유동성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달러를 무제한 풀기로 했다. 영국에 이어 미국도 2500억 달러를 투입해 주요 은행들의 지분을 정부가 사들이기로 했다.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을 투입해 정부가 은행의 대주주가 된 한국 사례와 유사하다. 어쨌든 이는 불안에 떨고 있는 전 세계 투자자들에겐 희소식임이 분명했다. 특히 달러에 목말라 하던 국내 은행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변했다.김교성 기업은행 자금부장은 “외화 조달시장에 특기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리먼’ 파산 이후 은행들은 1주일짜리 단기차입도 어려워져 하루짜리 단기 달러 차입(오버나이트)으로 연명해왔다. 그러나 오버나이트 금리도 국제 금융시장의 위기 심화에 따라 1~9%까지 널뛰기를 반복하며 은행 자금 담당자들을 괴롭혔다.오버나이트 시장이 이러니 1년 이하 단기자금 거래가 이뤄지는 머니마켓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상당 기간 지속되고 있다. 김인주 산업은행 외자조달팀장은 “채권을 발행해 외자를 조달하고 싶어도 매수자가 실종된 상태”라며 “현 상태에선 추가로 주는 가산금리가 얼마나 되는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달러 조달을 하고 싶어도 ‘얼마나 어려우면 이런 상황에서 달러를 찾느냐’는 나쁜 인상을 줄까 봐 해외 IR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그나마 달러가 넉넉한 수출 대기업들을 찾아가 외화예금을 늘려 달라고 부탁하고 있을 정도다. 달러를 빌려 주던 은행이 오히려 기업으로부터 달러를 빌리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지난 10월 6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외화자산을 매각해 필요한 외화를 확보할 것을 은행에 주문하면서 은행들의 자산 매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이미 채권과 주식 등 유가증권을 팔아 어려운 살림살이에 보태왔다. 시중은행 자금담당자는 “팔 만한 외화자산은 이미 팔았다”며 “헐값에 마구 자산을 내놓을 수도 없고, 사 갈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결국 애간장이 끓는 건 국내 시중은행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들의 만기 도래 외화부채는 10월 64억7000만 달러, 11월 81억6000만 달러, 12월 42억 달러다. 강만수 장관은 “연말까지 은행들이 외화 부채를 갚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은행들은 “지금으로선 자금 상황이 빠듯하다”고 하소연이다. 물론 외화조달 시장이 조금씩 풀린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정부의 특단 대책이 없으면 만기 상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우리 은행들, 정말 괜찮나10월 16일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홍재형 의원(민주당)은 “은행 스스로 돈을 구하기 힘들어 난리인데 ‘비 올 때 우산 빼앗지 말라’고 해봐야 무슨 소용 있느냐”고 전광우 위원장을 다그쳤다. 이에 대해 전 위원장은 “한은과 협의해 총액대출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포함해 은행 유동성을 확충할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답변했다.결국 정부도 시장에 맡겨선 은행들의 자금사정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의 은행과 달리 국내 은행들이 유동성 때문에 당장 큰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란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 최근 한 은행이 자금부족에 시달리다가 지급준비율을 맞추기 위해 타 은행에 긴급 자금을 수혈 받기도 했다.지표상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안으로 곪아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은행의 자금사정이 빡빡해진 데엔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촉매가 됐지만 은행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강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무한대의 자산 경쟁을 벌였다”며 “그때 뿌렸던 씨앗이 지금 잉태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한국의 은행들이 외환위기의 교훈을 제대로 새기지 못했다”고 비판한 것은 상당 부분 왜곡된 정보에 기초하고 있긴 하지만 큰 테두리에선 그리 잘못된 분석도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는 은행을 둘러싼 악재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가계부채와 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은행의 유동성 확보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08.10.20 13:42

7분 소요
“주식 아직도 바닥 아니다”

산업 일반

재야의 주식 고수였던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이 『주식 투자란 무엇인가』(리더스 북)라는 책을 냈다. 환율이 폭등하고, 주식이 폭락하는 요즘 많은 사람이 ‘주식 투자가 뭐기에’ ‘펀드가 뭐기에’라며 울분과 자조 섞인 한탄을 하고 있는 때다. 주식 투자는 무엇이고 어떻게 요즘 장세에 대처해야 하는지 물었다.

2008.10.13 14:24

1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