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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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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공백 vs 보험금 편취’…문턱 높인 ‘발달지연 실손보험금’ 어쩌나

헬스케어

서울 은평구에 사는 이모(37)씨는 지난해 말부터 아들과 함께 지역 내 발달센터를 찾고 있다. 의사로부터 아들이 ‘발달지연’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이씨의 아들은 병원 부설 센터에서 언어치료와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 병원에 소속된 센터이기 때문에, 이씨는 아들의 발달치료에 대해 보험사로부터 실손의료보험금을 받아 왔다.그러나 이씨는 최근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내용을 통보받았다. 보험사가 놀이치료와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으로 실손의료보험금을 대거 청구하는 등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일부 발달센터를 솎아내면서, 모든 병원 부설 센터를 대상으로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씨의 아들이 이 센터에서 치료받기 시작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올해 5월 벌어진 일이다.“놀이치료 등에 보험금 못 줘”…속타는 부모들현대해상이 발달지연과 관련한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에 실손의료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일선 발달센터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그동안 병원과 연계한 발달센터 등에서 놀이치료나 미술치료, 음악치료를 받으면 보험사에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는데, 현대해상이 정상적으로 센터를 운영해 온 병원에도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병원과 센터, 부모를 중심으로 “보험에 가입하고도 보험사기로 몰려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다.경기 김포에서 발달센터를 운영 중인 한 소아과 전문의는 “현대해상이 지난달 중순 놀이치료와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에 대해 실손의료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발송한 뒤,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부모가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할 때 (보험사에) 치료 일지와 치료사의 이름, 자격증 사본 등이 포함된 서류를 매번 제출해야 하는 등 청구 절차도 복잡해졌다”고 했다. 현대해상이 지급심사 강화라는 강수를 둔 건 일부 병의원과 발달센터가 결탁해 실손의료보험금을 편취하고 있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실제 부산에서 언어발달센터를 운영하던 한 소아과는 보험사기 혐의로 올해 초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센터를 닫았고, 이 센터에 비용을 미리 지불했던 아이와 부모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갔다. 이들은 의사로부터 면허만 빌려 소아과를 여럿 개원해 발달지연 아동을 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진료는 형식적인 절차였고, 한 언어재활사가 발달지연 아동을 대상으로 치료 계획과 재진, 처방 등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병원 부설로 문을 연 발달센터를 통해 19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병원과 연계한 발달센터에서 놀이치료나 미술치료를 받은 아이와 부모가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가 별다른 심사 없이 지급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현대해상에 따르면 이런 악용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 회사가 발달지연과 관련해 지급한 실손의료보험금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700억원에 육박했다. 2018년 98억원에서 2019년 156억원, 2020년 221억원으로 천천히 늘어나던 것이 2020년에는 479억원으로 1년새 2배 수준 이상 급증했다.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등 다른 손해보험사가 지급한 발달지연 관련 실손의료보험금을 합하면 지난해에만 1000억원 이상의 금액이 빠져나갔을 것으로 보인다.어린이보험 1위 기업인 현대해상은 유독 타격이 크다. 실손의료보험금의 청구 건수와 지급 규모가 늘어나면서, 새나가는 보험금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내 발달센터 10여 곳에 따르면 언어치료나 놀이치료 등을 받는 아동은 절반 가까이 현대해상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대해상은 태아보험 시장에서 8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발달지연은 영유아 때 많이 진단받기 때문에 현대해상이 발달지연과 관련한 보험금 지급 이슈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달지연 아동의 수도 실제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영유아 3명 중 1명은 발달에 어려움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또래와 소통하며 성장해야 할 아이들의 사회 활동이 줄어든 영향이다. 항상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다 보니, 상대방의 입모양이나 표정을 보지 못해 언어 발달에 문제를 겪는 경우도 많았다. 병원에서 발달지연 검사를 받으려면 비용이 만만찮은 탓에, 영유아를 대상으로 발달지연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자체도 생겼다.“의료법상 의료인 아냐” vs “사실상 보험금 지급 거부”현대해상이 놀이치료와 미술치료, 음악치료를 받은 아동에게 보험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의료법과 의료기사법에 따라 의료인이나 의료기사가 발달치료를 하면 보험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의료기사에는 임상병리사와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이 포함된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은 의료행위에 대해 지급하는 것으로, 당연히 의료행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수행해야 한다”며 “발달센터에서 진행하는 치료는 작업치료사의 업무로 확인돼, 작업치료사의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에 대해선 보험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했다.문제는 병원 부설 센터와 민간센터 등에서 일하는 작업치료사는 30% 정도라는 점이다. 작업치료사라고 해도 놀이치료나 미술치료, 음악치료와 업무 영역부터 자격 요건까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영애 숙명여대 심리치료대학원 교수(놀이치료학과)는 “작업치료와 놀이치료는 각각 기능적, 발달·심리적 측면을 다루고 있고, 학사과정부터 자격 규정까지 완전히 다르다”며 “작업치료사가 놀이치료를 하는 것이야말로 무자격 행위”라고 역설했다. 또한 “(현대해상은) 보험금 지급 심사를 단순히 강화하는 걸 넘어 한 영역의 전문성을 폄하하고 있다”며 “현재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의료계에서는 치료사가 발달지연 아동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놀이치료와 미술치료 등을 의료행위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가 발달지연 아동을 진찰하고 치료 과정을 지시, 감독한다면 의료행위로 판단할 수 있어서다. 미술심리치료사 등의 치료 행위를 의료행위로 보는 판결도 있다. 앞서 현대해상은 미술심리치료사와 언어재활사 등 9명을 상대로 4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언어치료, 행동치료 등은 의료법상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재판부는 당시 현대해상이 문제 삼은 치료 행위에 대해 “다양한 영역의 발달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학적 전문 지식을 기초로 한 경험과 기능으로 수행된 치료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보험금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은 문제” 금감원 나섰지만…파장이 커지자,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 현대해상과 만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사태 파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대해상에 실손의료보험금 지급을 일률적으로 중단하지 말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문제가 된 발달센터를 골라내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이런 이유로 모든 발달치료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현대해상이 발달지연 아동과 부모가 직접 치료사의 자격 증명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도록 하는 데 대해서는 “보험사가 스스로 조사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현대해상이 현행법상 의료인이나 의료기사가 아닌 치료사가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을 수행할 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은 의료진이 ‘의료행위’를 수행할 때 지급된다”며 “자격에 대한 기준은 없고, 의료행위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 행위가 의료행위인지는 의료 분야 전문가들이 판단할 사안”이라며 “분쟁이 들어오면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현대해상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 질의한 결과 의료인이나 의료기사가 아니라면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는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의료진이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치료사는 현행법상 의료기사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치료사 측에선 학회에서 발행하는 자격증이 (일선 현장에서) 인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이런 자격증은 ‘치료사’ 자격증이 아닌 ‘상담사’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23.06.20 06:59

5분 소요
'오감초격차' 경영 바디프랜드, 안마의자 시장 독보적인 장악력

산업 일반

- 5년간 528억 연구개발비... 근본이 다른 메디컬 기술력 - 연구개발비 안 쓰는 후발주자와 격차 더 벌어질 듯 최근 안마의자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바디프랜드는 유독 내실을 더욱 단단히 하며, ‘넘사벽’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바디프랜드는 지난 5월, 월 매출 600억 시대를 열며 창사 이래 월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업계에서는 이를 메디컬R&D센터를 주축으로 한 독보적인 기술력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한 안마의자 시장 전문가는 “최근 안마의자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바디프랜드의 존재감은 더 커지며 ‘넘사벽’이 된 모양새”라며 “전문의들과 의료 전문가들을 포진시킨 메디컬R&D센터를 통해 새로운 헬스케어 기술력을 선보이고, 임상시험으로 안마의자의 건강 증진 효과를 입증해 가고 있는 것이 다른 후발업체와의 근본적인 차이점”이라고 분석했다.실제 바디프랜드 메디컬R&D센터에는 정형외과, 신경외과, 내과, 정신과, 이비인후과, 치과, 한방의학과, 비뇨기과 8명의 전문의를 포함해 뇌공학자, 물리치료사, 음악치료사 등의 의료 전문 인력이 상주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특히 지난 2년 동안에만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역량을 보유한다는 ‘오감초격차’ 경영 전략 하에 약 300억원의 연구개발비로 각종 임상시험을 비롯, 메디컬 신기술, IoT, 인공지능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실행해 왔다.최근에는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안마의자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인 건강 데이터를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한 클라우드 업체와 제휴를 맺는가 하면, 비뇨의학과 전문의를 추가 영입하는 등 인재확보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연구개발의 격차는 헬스케어 업계 최고 수준의 지적재산권에서도 드러난다. 2020년 현재 특허, 상표권, 디자인 등 총 2,413건을 출원했고 이 중 1,354건이 등록됐다. 특허청의 분석에 따르면 유수 대기업과 대학을 제치고 치료 보조기기 분야 특허출원 1위로 꼽히기도 했다.바디프랜드는 향후 매년 2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가까운 미래의 청사진도 ‘넘사벽’이다. 바디프랜드는 집 안 안마의자에서 생체데이터를 모니터링 하고, 센서와 IoT 기술로 건강 지표를 빅데이터로 축적하며, AI 질병 예측 알고리즘으로 건강을 관리해주는 헬스케어 로봇기업으로 혁신을 거듭해 간다는 구상을 현실화하며 하나씩 실행에 옮기고 있다.‘新 필수가전’으로 떠오르는 안마의자 시장의 성장으로 유사한 브랜드도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저마다 유명 연예인들을 앞세워 기술력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광고와 실상은 다르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다.일례로 지난해 휴테크의 연구개발비는 매출의 0.6%인 3.7억원에 불과했다. TV광고에서 말하는 ‘압도적 기술력’이 무색한 수준이다. 반면 광고비는 110억원을 넘게 썼다. 매출의 17%에 이르는 비용이다.실제 휴테크에는 정식 등록된 기술연구소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휴테크의 매출은 제조과정을 거쳐 판매하는 '제품'이 아닌 중국에서 이미 제조돼 있는 제품에 상표와 포장만 바꿔 박스갈이 한 '상품'으로 봐야 함에도, 사업보고서에 매출액 대부분을 '제품 매출'에서 발생한 것으로 계상해 빈축을 사고 있다.또 다른 업체인 코지마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19년 코지마의 연구개발비는 매출의 0.4%에 불과한 4.3억원이다. 반면 광고비는 51억원을 썼다. 연구개발비의 12배에 이른다.업계 관계자는 “치열해진 안마의자 시장 상황을 틈 타 진실되지 못한 마케팅과 도덕적 해이에 가까운 무리한 운영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0.06.22 16:10

3분 소요
[50·60 IT 선물 - 바디프랜드 ‘파라오Ⅱ COOL’] 차별화된 디자인·기능으로 소비자 사로잡다

산업 일반

면역력 화두에 안마의자 관심 증폭 바디프랜드의 안마의자가 50~60 세대 추천 선물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바디프랜드 안마의자의 차별화된 디자인과 기능이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평가다. 윤현철 롯데백화점 생활가전팀 치프바이어는 50~60세대 추천 선물 1위로 바디프랜드 안마의자를 꼽으며 “부모님 효도 선물 1등 브랜드”라고 말했다.바디프랜드는 기술, 디자인, 품질, 서비스, 고객만족 등 5개 분야에서 추격할 수 없을 정도의 격차를 만드는 ‘오감 초격차’ 전략으로 제품의 질을 대폭 향상시켰다. 그만큼 제품에 대한 고객 만족도도 높다. 실제 한국리서치가 1월 17일부터 4주간 바디프랜드 안마의자를 사용한 성인 남녀 3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복수응답)의 92%가 “사용 후 건강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바디프랜드 사용 후 건강이 좋아졌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중에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됐다”고 답한 비율은 81%에 달했다. “산후조리에 도움이 됐다(최근 2년 이내 임신 경험자)”는 81%, “목·어깨·허리 등 통증이 줄었다”는 71%로 집계됐다. 또 “정신적 스트레스가 줄었다(54%)”, “잠이 잘 오고 불면증이 개선됐다(52%)”, “두통이 줄었다(40%)”, “소화가 잘 됐다(37%)”, “각 신체부위의 붓기가 잘 빠졌다(37%)”, “신체 유연성이 향상됐다’(37%)”는 응답도 많았다. “기억력, 집중력 등 두뇌 인지기능이 개선됐다(30%)”, “지병(성인병, 우울증, 암 등) 관리에 도움이 됐다(29%)”는 응답도 있었다.코로나19 사태로 면역력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바디프랜드 안마의자의 면역력 향상 기능도 주목받고 있다. 바디프랜드 안마의자의 ‘림프마사지 프로그램’은 특수한 형태의 에어백과 림프집중부를 주물러 림프 순환이 원활하도록 돕는다. 림프절 주변으로 림프액이 정체되지 않도록 심장에서 먼 부위부터 마사지하는 점이 특징이다. ‘온열마사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온열마사지는 열선을 통해 온도를 최대 섭씨 60도까지 올리는 기능으로, 이를 통해 체온 상승과 혈액순환을 돕고 몸을 이완시킨다. 이에 따라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자연히 면역세포의 활동도 활발해진다.바디프랜드의 ‘파라오Ⅱ COOL’은 냉·온풍 시스템을 통해 허리, 옆구리, 엉덩이 부분 시트의 구멍에서 시원하거나 따뜻한 바람을 내뿜어 최적의 체온을 유지하도록 한다. 안마의자 양쪽 스피커 부분에 있는 버튼으로 냉·온풍을 각각 3단계까지 작동시키면, 최저 16도에서 최고 50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바디프랜드는 기술연구소, 디자인연구소, 메디컬 R&D(연구·개발)센터 등 3대 R&D 조직을 중심으로 헬스케어 대표 품목인 안마의자의 기술과 디자인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메디컬R&D센터에 근무하는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한방재활의학과, 내과, 정신과, 이비인후과, 치과 등 전문의들을 비롯해 뇌공학자, 물리치료사, 음악치료사 등 30여명의 의료 전문 인력들은 단순 안마의자를 넘어 종합적인 건강관리를 돕는 안마의자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지난해에는 람보르기니 안마의자 2종(모델명 LBF-750, LBF-520)을 출시하면서, 이른바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관심도 끌고 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2020.05.03 10:37

2분 소요
‘불안의 시대’에서 뇌를 해방시켜라

산업 일반

불안증에는 뇌의 여러 신경회로가 복합적으로 관여해 부작용 없는 표적 치료제 개발에 시간 걸릴 듯… 마음챙김과 운동도 증상 완화에 도움 우리는 지금 불안의 시대에 살고 있는가?미국 뉴욕대학의 신경과학자 조지프 르두 교수는 우리가 만약 불안한 시대에 산다고 생각한다면 중세의 삶이 어떠했겠는지 한번 생각해보라고 제안한다. 2015년 베스트셀러가 된 책 ‘불안(Anxious)’의 저자이며 공포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 중 한 명인 르두 교수는 내게 “중세는 살기에 아주 좋지 않은 시대였을 것이고 질병과 빈곤 같은 삶의 스트레스가 엄청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르두 교수가 자신의 저서에서 주장한 내용과 같았다. 어느 시대나 사람들은 아주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르두 교수는 “우리는 우리가 가진 불안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불안이 우리의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불안이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불안의 본질이 그렇다. 불안은 온 마음을 다 빼앗는다. 내 마음이 불안으로 가득하다면 다른 사람도 자신의 삶에서 나처럼 이렇게 불안하게 느낄 수 있다고 상상하기가 어렵다.”적절한 지적이지만 완전히 납득할 순 없었다. 나는 인터뷰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그의 사무실에 도착했기 때문에 그를 기다리는 동안 내 스마트폰을 열어 봤다. 다음과 같은 뉴스가 떴다.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우림이 불타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600포인트 떨어졌다. 미국에서 최근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이 2건이나 발생했다.”이런 뉴스가 우리 자녀와 지구, 나의 퇴직연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걱정하는 동안 내 기사를 담당하는 뉴스위크 편집자의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불안에 관한 기사를 한 주 일찍, 그러니까 사흘 뒤에 끝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뭐라고? 어떻게 사흘 만에…바로 이런 것이 ‘불안의 시대’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한 가지는 르두 교수가 확실히 옳았다. 현재를 살아가면서 미래의 두려움과 씨름하는 사람이 분명히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지난 5월 발표된 미국정신의학협회(APA)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년 연속 미국인 3명 중 2명은 자신의 건강과 재정 상태, 자신과 가족을 안전하게 지키는 문제에서 ‘극도로 또는 다소간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문제가 가장 심각한 연령층이 18~34세였다. 그들의 70%는 재정과 가족 부양에서 불안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또 그들의 3명 중 2명은 부부나 파트너와의 관계에서도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55세 이상 연령층에선 그 비율이 40%였다). 또 그들 중 약 20%는 불안증 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여러 조사에서 특히 대학생과 대학을 갓 나온 연령층에서 불안증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을 조사에서 어느 세대보다 Z세대(1996년 이후 출생)가 정신건강이 나쁜 것으로 밝혀졌다. 그들의 91%는 우울증과 불안증 등 스트레스와 관련된 신체적 또는 정서적 증상을 느꼈다고 답했다. 한편 대학생의 60% 이상은 전년도에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을 겪었다고 말했다. 교내 상담센터를 찾은 대학생도 2009~2015년 30% 이상 증가했다.많은 연구자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이런 추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저술가이자 불안증 치료사인 제니 타이츠는 “끊임없이 뉴스를 접하고 뉴스 사이트에서 지속적인 새 소식 알림을 받는 것이 아주 큰 스트레스를 주며 공황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선 총기난사 사건, 저기선 절도 사건 같은 정보들이 쏟아지면 위험이 우리 마음의 가장 앞쪽을 차지하게 된다. 일어나는 모든 나쁜 소식을 손가락 하나 미는 것으로 다 알 수 있다면 어떻게 느긋하게 쉴 수 있겠는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자 르두 교수도 지금 우리가 “유난히 복잡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전 세대는 인터넷을 모르고 살았다. 인터넷은 생물의 한 종으로서 우리 인간에게 일어난 가장 좋지 않은 일 중 하나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다행히도 우리 사회의 불안증 증가는 뇌과학 분야의 놀라운 발견이 이뤄지는 시기와 맞물렸다. 뇌영상을 비롯해 근년 들어 여러 기술과 기법의 발달로 우리는 불안증의 신경학적인 근거를 더 많이 알게 됐고, 그에 따라 거의 모든 사람이 이 분야의 미래를 낙관하게 됐다. 과학자들은 불안이 복잡한 뇌 신경세포 회로의 종합적인 활동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들은 그런 뇌 신경회로를 하나씩 찾아가면서 새로운 치료제와 치료법의 표적을 밝혀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소크 생물학연구소의 신경과학자 케이 타이 박사는 “첨단기술의 발달 덕분에 지금 우리는 정신건강 치료의 혁명이 시작되는 시점에 있다”고 말했다. “아주 흥분되는 시기다.”하지만 우리 다수에겐 그 혁명이 늦은 감이 있다.공포와 불안의 이해를 넓히는 분야에서 르두 교수만큼 많은 기여를 한 과학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가 1980년대 그 문제를 연구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학계는 감각적 자극이 우리 뇌에서 사고를 담당하는 영역인 신피질을 먼저 통과한 다음 뇌의 감정처리 부위가 작동한다고 믿었다. 감정적 반응은 자극보다 나중에 나타나며, 특정 상황에 관한 우리의 의식적인 사고에 의해 촉발된다는 뜻이다.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년)는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무의식적 요인’의 개념을 정립한 업적으로 잘 알려졌다. 그러나 르두 교수가 연구에 나서기 전까지는 그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었다. 르두 교수는 실험쥐를 연구하면서 의식적인 사고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뇌의 새로운 경로를 발견했다. 그로써 그는 감각의 자극 신호가 편도체로 알려진 뇌 부위로 직접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편도체는 감정을 지배하는 원시적인 뇌 부위다. 르두 교수의 발견은 의미가 매우 컸다. 이성적인 사고를 어떻게 감정이 압도할 수 있는지, 우리가 왜 가끔 비이성적인 공포에 사로잡히는지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1990년대 과학자들은 실험용 쥐를 연구하면서 직접적인 위험이 아닌 ‘모호한 위협’을 다룰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뇌의 작은 부위를 발견했다. 분계선조침대핵(BNST)으로 불리는 이 부위는 해바라기 씨 정도의 크기로 편도체 바로 곁에 위치한다. ‘투쟁이냐 도피냐’의 반응을 활성화할 때는 주로 편도체가 사용되지만, 우리가 미래의 모호한 위협을 두고 초긴장 상태를 유지할 이유가 있는 상황에선 BNST가 개입한다(불확실성에 직면하면 호르몬의 작용으로 우리 몸이 바짝 긴장한다). 르두 교수는 “편도체가 두려움과 관련 있다면 BNST는 불안과 연관됐다”고 설명했다.미국 켄터키주에 있는 루이빌대학의 신경영상 실험실에서 브렌던 E. 드퓨 심리학 교수는 실험용 쥐에서 발견한 그 경로가 사람에게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줬다. 드퓨 교수는 학생들을 한 명씩 기능성 뇌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에 앉힌 뒤 그들에게 무시무시한 얼굴 사진을 보여주거나 비명을 들려줌으로써 공포의 조건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냈다. 또 모호한 위협의 조건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그는 학생들에게 빈 화면만 보여주며 언제든 무시무시한 얼굴이 나타나거나 비명이 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다른 한편으로 또 언제든 평범한 얼굴이나 커피점의 웅성거리는 잡담 소리도 들릴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런 조건 아래서 무서운 얼굴이나 비명이 나타나면 누구에게서든 편도체가 활성화됐고, 모호한 위협에서는 BNST가 좀 더 활성화됐다.드퓨 교수는 “불안증을 호소하고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사람 대다수는 공포 자극에 대한 반응과는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그들이 불안을 느끼는 것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의 예감으로 고통받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그런 예감이 떠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그 결과 환경에 대한 만성적이고 부적응적인 경계와 긴장이 생겨난다. 그런 증상은 편도체보다 BNST의 작용 때문일 수 있다.”그러나 편도체와 BNST가 촉발하는 호르몬 분비는 이 수수께끼의 한 조각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근년 들어 새로운 기법의 등장으로 연구자들은 뇌의 신경세포 회로를 더 세밀하게 추적하면서 뇌의 서로 다른 부위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그에 따라 이 분야의 관심이 크게 높아져 더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2011년 이래 소크 생물학연구소의 타이 박사는 유전자 변형 감광 단백질을 사용해 신경세포의 활성화와 비활성화를 유도하고 공포와 불안에 관여하는 여러 뇌 부위 사이의 연결을 체계적으로 추적했다. 그 결과 편도체와 BNST 이외의 다른 뇌 부위도 불안을 느끼는 메커니즘에 관여한다는 증거가 발견됐다. 전전두엽, 해마, 대상회 등이 그 부위에 포함된다. 타이 박사는 “뇌 전체를 우리 세계로 보고 신경세포를 각각의 사람이라고 가정할 때 정보가 세계 전체로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어떤 사람은 ‘누군가가 어디에 사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누구에게 메시지를 전하는지, 누가 그 메시지를 듣고, 들은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다시 말해 그 메시지가 뇌의 서로 다른 부위에 어떻게 보내지고 걸러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이제는 편도체나 심지어 BNST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시대에 뒤졌다는 뜻이다. 편도체의 중요성을 입증한 업적을 인정받는 르두 교수도 그런 지적에 동의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불안증과 관련된 뇌 신경회로 연구에서 편도체와 BNST보다 더 높은 단계의 부위가 담당하는 역할에 관심을 돌리도록 동료 연구자들을 설득했다. 편도체와 BNST만이 아니라 그 부위들이 뇌의 어떤 다른 부위와 상호작용하는지가 궁극적으로 더 효과적인 불안증 치료제를 찾는 데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르두 교수는 불안증의 진정한 이해가 신경과학에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는 가장 복잡한 문제 중 하나의 탐구에 달렸다고 믿는다. 의식의 속성을 말한다.편도체나 BNST는 호르몬 분비를 촉발함으로써 우리 몸이 방어적으로 반응하게 하지만 우리 마음(뇌에서 더 높은 차원의 처리 부위)은 우리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한다.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가 ‘공포’와 ‘불안’이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 의식의 발현이다. 르두 교수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효과 있는 불안증 치료제를 찾으려면 행동과 호르몬 분비를 촉발하는 원시 뇌 부위를 뛰어넘어 경험에 의한 자극이 우리 자신의 인식을 형성하는 것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더 잘 이해해야 한다.우리 모두에게는 불안 ‘기준점’이 있다. 일생 동안 계속 되돌아갈 가능성이 큰 불안 상태를 가리킨다. 그런 기준점은 부분적으로는 유전적으로 결정되지만 경험 때문에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2011년 발표된 연구에서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있는 버지니아커먼웰스대학의 정신과 의사 찰스 가드너와 동료들은 세계 3대륙의 쌍생아 1만2000명에 대한 종단 연구에서 추출한 9가지 데이터 세트를 분석하면서 그들의 삶에서 각각 단계마다 보고된 불안과 우울 증상을 조사했다. 열 살이 된 일란성 쌍생아의 불안 기준점은 서로 같거나 거의 비슷했지만 사춘기를 지나 성인으로 접어들면서 그들의 기준점은 크게 달라졌다. 유전적 소인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하는 내용이다.르두 교수는 개인적인 경험도 ‘마음의 스키마’ 형성을 통해 불안 기준점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두려움이나 불안을 유발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활성화되는 기억 집단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시험을 볼 때 부모가 ‘넌 잘할 수 없어’라고 말했거나 시험이 아주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들었거나 이전 시험에서 낙제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시험에 실패할까 두려워할 수 있다. 그러면 고사장에 들어갈 때마다 불안감을 갖게 된다. 르두 교수는 약물 치료제로 BNST와 편도체를 비활성화할 수 있다고 해도 그런 ‘마음의 스키마’가 시험을 보는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뇌 회로가 새롭게 관심을 끌고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새로운 도구가 속속 등장하면서 실험실의 과학자들이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1980년대에 나온 프로작 같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열이 마지막으로 개발된 불안·우울 완화제였다.보스턴대학 산하 불안장애센터 심리요법·감정연구실 실장인 스테판 호프만 심리학 교수는 “불안증 치료제 개발은 상당 기간 침체된 상태에 있었다”고 말했다. “30여 년 전 SSRI가 거창한 선전으로 시판됐지만 그 이래 새로 개발된 확실한 불안증 치료제는 없었다. 사람들이 이제 새로운 치료제를 기대하지 않는 듯하다.”현재의 불안증 치료제에 관한 불편한 진실은 대부분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한 불안증으로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의 75%는 ‘증세가 상당히 호전됐다”고 말하지만 의학 전문가들은 그런 호전에서 어느 정도까지가 치료제 때문이고, 어느 정도가 위약 효과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 불안증 완화에 효과적인 약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수반하는 경향이 있다. 또 환자의 25%가 어떤 치료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이유도 또 다른 수수께끼다.한 가지 문제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정신장애를 진단하고 분류하는 정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불안증 등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의사의 진단 기준은 거의 70년 동안 정신질환진단통계편람(DSM)이었다. 다양한 정신질환을 분류하고 그에 따르는 증상을 명시한 진단 지침서다. 그러나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이 분야의 많은 전문가는 DSM으로는 환자의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다고 본다.가장 최근의 개정판 DSM-5 작성에 참여한 호프만 교수는 “특정 질환에 따르는 증상이 30~40가지씩 열거됐지만 그중 너덧 가지만 맞으면 특정 질환으로 진단할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울증과 일반 불안장애로 진단받는 증상의 조합이 너무 많다. 결과적으로 광범위한 부류의 환자가 같은 진단을 받는다. 그들은 겉보기에 비슷한 증상이 있는 것 같아도 그런 증상을 나타내는 문제는 아주 다를 수 있다.”호프만 교수에 따르면 대다수 정신건강 전문가는 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합의를 이루고 접근법을 바꾸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릴 수밖에 없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대니얼 파인 박사는 앞으로 유전학·신경과학·신경영상 등의 분야에서 개별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수단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특정 증상을 겪는 환자를 분류하는 좀 더 구체적이고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중요한 첫 단계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뇌의 특정 신경회로나 그 일부를 정확히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신약 개발에 아직 새로운 과학을 적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소크 생물학연구소의 타이 박사는 제약업계가 아직도 대부분 시행착오 접근법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요행을 바란다는 뜻이다. 또 우리 뇌에서 불안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이 너무 복잡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제약회사 다수는 항불안제를 위한 연구개발(R&D)의 지출을 크게 줄였다.타이 박사는 “현재의 약물 치료제는 환자의 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약을 집중적으로 복용하면 순환계에 들어가고 ‘혈액-뇌 장벽’을 통과한다. 그러면 약이 헝클어진 우리 뇌 회로 전체를 적시게 된다.”그에 따라 약이 특정 회로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회로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타이 박사는 설명했다. 정반대 기능을 가진 회로도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그 결과는 두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첫째, 약의 영향으로 서로 반대 효과를 내는 신경세포가 각각의 영향력을 상쇄시켜 아무런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일부 환자에게 약이 듣지 않는 이유가 그로써 설명될 수 있다. 둘째, 표적으로 삼으려는 신경세포와는 완전히 다른 일을 하는 신경세포들까지 약의 영향을 받아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타이 박사는 그런 접근법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대표적인 치료제로 클로노핀(클로나제팜), 자낙스(알프라졸람), 바륨(디아제팜) 같은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을 꼽았다. 벤조디아제핀은 핵심 신경전달물질을 줄여 두려움과 불안을 관장하는 뇌 부위의 활동을 억제하지만 다른 부위의 신경전달물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운동과 호흡이 억제되고 인지 능력이 손상될 수 있다.그런데도 타이 박사는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진 않는다. 그녀는 불안증이나 다른 정신장애에 관여하는 모든 뇌 신경회로가 확인된다면 특정 문제를 일으키는 회로도 쉽게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경우 좀 더 구체적인 신경회로를 표적으로 삼는 약이 개발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뇌 회로 중 많은 부분을 확인하는 데만 5~10년은 걸릴 수 있다.그토록 오래 기다릴 수 없는 환자에게도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있다. SSRI와 벤조디아제핀 계열 같은 약 외에 인지행동요법 같은 정신치료 접근법도 부정적인 행동과 감정을 부추기는 생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운동이 불안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최근 정신건강 분야에서 가장 흥미로운 추세 중 하나는 수천 년 전부터 사용된 기법의 사용이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마음챙김이다. 불교 수행 전통에서 기원한 심리학적 구성 개념으로 현재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수용적인 태도로 자각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처럼 환자가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도록 돕는 기법이 미래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위스콘신대학 공중보건대학원의 잭 니츠케 교수는 “불안의 핵심은 불확실성”이라고 설명했다. “불안은 미래에 일어날지 모르는 일에 관한 우려이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대부분 비현실적이며 시간 낭비인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가장 자주 걱정하는 일 10가지 중 9가지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니츠케 교수는 “미래에 나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한 예감이 들 때 지금 우리가 미래가 아니라 현재 이 방의 의자에 앉아 있으며 그런 먼 앞날을 상상할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일종의 마음챙김”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우리가 어디에 있었고 우리 마음이 어디로 가 있었는지 깨달으면 다시 현시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처럼 걱정이 많은 사람에게 마음챙김은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지금 우리는 첨단기술이 뇌과학 분야의 발달을 이끄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뇌를 다스리는 가장 유망한 기법이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 명상법이라고 생각하면 이상한 느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기술은 우리에게 과도한 정보를 안기고 우리를 현재에서 미래로 밀어내고 있지 않은가?따라서 불안을 확실히 없애고 긴장을 완전히 풀어주는 강력한 신약이 개발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엄습하는 불안에 시달린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TV를 끄고, 현재의 순간에 존재하려고 집중하는 것이다. 주변에서 나는 소리를 들어보라. 사랑하는 사람과 산책하며 얼굴에 와 닿는 햇볕을 느껴보라. 무엇보다 SNS를 보거나 뉴스를 읽지 마라. 물론 뉴스위크는 예외다!- 애덤 피오르 뉴스위크 기자 ━ 뇌는 잘 아는 노래 0.1초 안에 알아챈다 - 초고속 인식회로 작동하는 덕분인 듯… 치매 환자의 음악치료에 활용될 가능성 커 우리 뇌는 자주 들은 노래를 빠르면 0.1초 안에 판별할 수 있다.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과학자들은 자원자 22명을 대상으로 1초 미만 길이로 여러 노래의 일부를 들려주는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그중 10명에게 잘 아는 노래나, 선택한 노래와 비슷하거나, 이전에 들은 적이 없는 노래의 일부를 들려줬다. 나머지 12명의 자원자는 그 노래 중 어느 것도 들은 적이 없는 대조군 역할을 했다.연구팀은 노래를 듣는 자원자의 동공 반응(뇌의 정보 처리를 시사한다)과 뇌 활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잘 아는 노래를 들은 자원자의 동공은 노래가 시작된 지 0.1~0.3초 만에 확장했다. 그에 따라 기억과 연관된 뇌 부위도 활발하게 작동했다.연구팀은 뇌가 익숙한 자극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정확히 이해하면 치매 같은 기억 관련 증상과 뇌를 더 잘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한 논문에서 연구팀은 그런 신경퇴행성 질환이 있는 환자도 기억의 다른 부분은 작동하지 않아도 음악은 기억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 논문의 주 저자인 마리아 체이트 UCL 청각연구소 교수는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연구는 잘 아는 노래와 모르는 노래가 섞여 있어도 뇌는 그중에서 잘 아는 노래를 아주 빨리,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길어도 4분의 1초 안에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초고속 인식회로가 작동한다는 뜻이다.”또 체이트 교수는 뇌의 활동이 탐지되기 전에 동공이 먼저 확대된다는 사실도 놀라운 발견이었다고 덧붙였다. “초기의 인식은 대부분 급속 피질하 회로(뇌간 회로)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인 듯하다. 우리는 아주 활발하고 명백한 인식 과정을 입증했다. 이와 똑같은 패러다임이 ‘객관적인 인식 측정’에도 사용될 수 있다. 특정 노래가 익숙한지 생소한지 표현할 수 없는 환자에게서 그런 측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요즘 치매 환자를 음악으로 치료하는 방법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가 사용한 접근법이 그런 환자의 치료에 사용할 노래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올해 초의 다른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절대음감 현상을 탐구했다. 우리 대다수가 색상을 알아보는 것처럼 쉽게 음을 정확히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그런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뇌의 일차청각피질이 더 크다고 결론지었다. 당시 미국 델라웨어대학 생체의학·뇌촬영 센터 소장으로 그 논문의 공동저자였던 키스 슈나이더 교수는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의 일차청각피질이 더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 덕분에 더 넓은 영역대의 주파수를 조율할 수 있는 듯하다. 따라서 음악을 들을 때 그 피질의 더 많은 부분이 활성화된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2019.11.1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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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프리랜서 vs 지는 프리랜서] 메디컬 라이터·코딩 강사...인플루언서 마케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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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추세와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부상…여행 가이드·소설가는 “아, 옛날이여” 의약 분야는 고령화 시대에 산업적 가치가 높아진 만큼 프리랜서에게도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메디컬 라이터(medical writer)’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메디컬 라이터는 특정 질환과 그 치료법,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등에 대한 전문 정보를 가공한 글로써 보건 의료 전문가나 일반 의료 소비자에게 보다 쉽게 전달하는 직업이다. 자사 제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를 희망하는 기업이나, 해당 기업과 계약한 에이전시 등이 주요 클라이언트다. 소속이 정해진 직장인 메디컬 라이터도 많지만, 업무 특성상 프리랜서로 일하기 좋은 직종이라고 종사자들은 전한다. 프리랜서 메디컬 라이터인 이나래(가명·33)씨는 “전문성이 확실히 뒷받침돼야 할 수 있는 일인데, 늘어난 수요 대비 우수 인력 공급이 많지 않아 프리랜서계의 블루오션이라고 부를 만하다”며 “저녁 시간대만 집중해서 일할 수 있어서 능력이 되면 ‘투잡’ 생활까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 하루 네 시간 일하고 월 소득 250만원 이씨의 월 평균 수입은 약 350만원. 그를 좋게 본 클라이언트가 몇 군데 있어서 원하면 일감을 더 얻을 수 있지만, 무리하고 싶지 않아 이만큼만 일한다. 몸이 좋지 않아 하루에 평균 네 시간씩만 일한 때도 있었다. 그때도 월 평균 250만원은 벌었다. 투입 시간 대비 고소득이다. 주로 약사나 간호사 같은 의약 분야 전문직 여성들이 프리랜서로 전환하면서 이 일을 많이 택한다. 이씨도 간호사 출신이다. 아는 만큼만 보이는 직업이라 초기 진입 장벽이 어느 정도 높은 편이다. 단순히 그래서 블루오션일까. 다른 이유도 있다. “오로지 의약을 잘 안다고 해서 이 직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클라이언트 입장에선 메디컬 라이터의 작업물이 ‘마케팅 효과를 얻기 위한 수단’이 확실히 돼야 하는데, ‘아는 것’과 ‘아는 걸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다르니까요.”그래서 최근엔 전문직 출신이 아니더라도 국내외 제약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프로덕트 매니저(PM) 출신 프리랜서가 메디컬 라이터로 두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의약을 두루두루 알면서 클라이언트의 비즈니스를 확실히 이해하고, 이들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나 방향성을 원하는지 한 발 앞서 확인하는데 능해서다. 이씨는 이를 한마디로 ‘통찰력’이라 표현했다. 통찰력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거꾸로 제약사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는 약사나 간호사라도 통찰력이 있거나, 평소 마케팅 콘텐트에 관심이 많았던 경우라면 프리랜서 메디컬 라이터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이씨도 이런 경우였다. 메디컬 라이터는 요즘 프리랜서계의 트렌드처럼 ‘멀티플레이어’다. 번역가처럼 외국어 콘텐트를 번역해 일반인 관점에서 전달하는 데 힘쓰는 틈틈이 PM처럼 직접 마케팅 아이디어를 클라이언트에게 제시하기도 하고, 때론 컨설턴트나 카피라이터 역할도 한다.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뜬 프리랜서 직종도 있다. 의외로 웹툰 작가가 대표적인 경우다. 과거였다면 출판용 만화를 그리는 데만 역할이 한정됐을 직업이지만 직장인 출퇴근길에서나 학생들 쉬는 시간에 짬짬이 웹툰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폰과 ‘타블렛(PC에 연결해 그림 그리는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입력 장치)’ 등 ICT의 발달로, 이 막강한 ‘킬러 콘텐트’를 제공하고 유행을 선도하는 직업이 됐다. 웹툰 작가는 네이버나 레진코믹스 같은 일정한 플랫폼에서 작품이 연재되더라도 대다수가 해당 플랫폼 직원이 아닌 프리랜서다. 플랫폼으로부터 정식 연재 제의라는 ‘발주’를 받기도 하며, 작품 구상 단계에서 일부 조언을 받아 작품에 반영하기도 한다. 아직까진 양극화가 존재하지만 국내 웹툰 시장이 매년 급격히 커지면서 웹툰 작가는 상당한 고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 프리랜서 직종으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에서 유명 웹툰 ‘마음의 소리’ 등을 연재 중인 조석(35)처럼 인기 있는 작가는 월 평균 수입만 7000만원대에 달한다는 소문이 한동안 나돌았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웹툰 작가 지망생이 급증한 이유다. 다만, 이제 대중적으로 워낙 알려지다 보니 시장 측면에선 레드오션이 됐다는 리스크는 있다.ICT 발달로 주목되는 또 다른 유망 프리랜서 활동 분야로는 블록체인 전문가, 코딩(컴퓨터 언어를 통한 프로그래밍) 강사, 인플루언서 마케터 등이 있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거래할 때 해킹을 막기 위한 기술인 블록체인은 해외에 이어 국내에서도 화제의 신기술로 거론되면서 관련 연구·개발에 힘쓰는 업체가 늘고 있다. 그러나 수요에 비해 인재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우수한 프리랜서를 애타게 찾고 있는 곳이 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담론에서 꾸준히 중요성이 제기된 코딩은 올해부터 국내 초·중등학교에서 정규 교육 과정 내 과목으로 도입되면서 교육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지만 강사 인력은 태부족이다. 역시 프리랜서들의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전망이다.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전성시대에 인플루언서 마케터도 주목할 만하다. 인플루언서는 SNS 등에서 영향력 있는 개인을 의미하며, 이들을 통한 마케팅 활동을 전문적으로 기획해 실행에 옮기는 직업이 인플루언서 마케터다. 이 밖에 음악으로 사람 심리와 신체의 치유를 돕는 음악치료사도 프리랜서가 활약하기에 좋은 분야로 꼽힌다. 이 경우는 계속된 웰빙(wellbeing) 열풍과 관련이 깊다. 이들 분야는 웹툰 작가나 BJ와는 달리 공통적으로 우수 인력 공급이 수요를 아직 못 따라가고 있어, 프리랜서 입장에선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큰 블루오션으로 볼 만하다. 클라이언트들이 주로 외부 프리랜서를 통해서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어서다. ━ 웹툰 작가 등 레드오션 우려도 이에 반해 과거엔 프리랜서들이 활동하기 좋았지만 지금은 아닌 직종도 있다. 예컨대 프리랜서 여행 가이드는 여행업의 급성장으로 국내 여행사들 규모가 눈에 띄게 커지면서 ‘갑을’ 관계가 과거보다 심화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행사끼리 시장점유율을 나눠 갖느라 출혈 경쟁에 나서면서 값싼 패키지여행 상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는데, 여기서 발생하기 쉬운 마이너스 마진엔 프리랜서 여행 가이드가 벌충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관행이 자리 잡아서다. 프리랜서 여행 가이드는 기본 월급 없이 100% 수당제로 보수를 받는다. 수입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아예 업계를 떠날 것을 고민 중인 프리랜서가 급증했다는 후문이다. 사양산업의 한복판에 서게 된 소설가도 프리랜서가 많이 활동하는 대표적 분야이지만, 이젠 업계를 떠나는 식의 극단적 방법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프리랜서가 늘고 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2018.09.1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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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TRADITIONAL MUSIC & HEALING - 신노심불로(身老心不老)를 아시는가?

산업 일반

“풍류로 음풍농월(吟風弄月)만 했었지. 그건 풍류의 본질은 아니었어. (풍류로 치유하면) 몸은 자유로울 수 없어도, 마음만은 자유로울 수 있다네.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네. 풍류는 이용후생(利用厚生)이야” - 공연 ‘심불로(心不老)’ 중 주인공 강경의 말 지난 9월 16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흥미로운 공연이 열렸다.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2014년 정기공연 ‘풍류로 아름다운 세상’첫날 공연 ‘심불로(心不老)’가 그것으로, 국악의 치유적 기능을 강조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풍류음악(정악)에 스토리텔링이 더해진 음악극 ‘심불로’는 조선 광해군 시대를 배경으로 가상의 인물인 조선 최초의 음악치료사 강경과 기생 유연이 「신노심불로(身老心不老)」라는 ‘풍류의서’를 만드는 과정을 그렸다. 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으로 구분하는 ‘사상의 학’ 체계에 국악기의 8가지 재료를 연결했는데, 체질에 따라서 좋은 음식이 있듯이 특별히 더 좋은 음악도 있다는 메시지다.이 공연은 정재국(73) 국립국악원 정극단 예술감독이 총지휘하고 윤중강(55) 음악평론가가 연출과 대본을 맡았다. 공연 전날 두 사람을 만났다. 정 감독은 “풍류라고 하면 흔히 놀고 즐기는 음악으로 생각하는데 정신적인 음악이고 수신의 음악”이라며 “요즘 시절이 하 수상하고 가슴 아픈 일도 많아 대중의 시름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기획했다”고 말했다. 윤 평론가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전쟁과 당쟁이 많았던 조선 광해군 때로 잡은 것도 현 시대를 투영하기위한 것”이라고 말했다.사상체질에 따라 맞는 국악기 있다공연 첫 장은 풍류를 통해 음풍농월하고 자기 수양하던 남자가 당쟁 과정에서 밀려 낙향하면서 시작된다. 고향에 돌아와 마을 사람의 고단한 삶을 본 그는 대금 연주를 통해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자살하려는 여자를 음악으로 구하고 그와 사랑에 빠지면서 둘은 함께 음악 의 기능성을 담은 치유서를 만든다.윤 평론가는 “예부터 어르신들이 자주 하시던 말씀이 ‘마음이 즐거우면 몸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였다” 며 “풍류치료사라는 상상에서 공연을 기획했지만 문헌을 찾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국악의 치유 효과를 알게 됐고, 이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우리 선조들은 높고 낮음, 빠름과 늦음의 폭이 크지 않은 정악에서 중용을 배우고, 여러 악기가 어우러진 시나위에서 개인의 자유와 단체의 조화를 배웠다. 평소 사상의학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국악과의 접목 부분을 찾기 시작했다.”그는 태양인·태음인·소양인·소음인의 체질에 국악기의 재료(팔음)인 금(金)·석(石)·사(絲)·죽(竹)·포(匏)·토 (土)·혁(革)·목(木)을 접목했다. 먼저 쉽게 화를 내기 쉬운 태양인은 쇠와 돌로 만든 편종이나 편경 연주가 어울린다고 한다. 태양인은 일처리에 있어 막힘이 없지만 자아를 들여다보는 기회는 적다. 지나친 적극성은 몸의 화를 불러오고, 이 화가 강해지면 병에 노출된다. 윤 평론가 는 “편종과 편경은 연주할 때 기다림과 여유가 필요한 악기”라며 “절도 있게 때리는 동작을 통해서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태양인은 귀가 발달했으니 편종, 편경을 두드리면서 그 정확한 음정 자체에 몰입해 감정을 추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소양인은 솔직담백하고 강하며 조급한 성격이다.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성격은 다른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이들은 말을 급하게 해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으니 한 템포 여유 있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악기가 필요하다. 윤 평론가는 “생황이나 훈(일종의 오카리나) 과 같은 악기가 적합하다”고 했다. “생황은 들숨과 날숨의 호흡을 조절하면서 연주해야 한다. 여유 있는 심성을 갖게 하는데 안성맞춤이다. 생황의 화음을 통해서 조화를 배우고, 훈을 통해서 흙의 기운을 섭취해야 성격이 느긋해진다.”이에 반해 내성적인 소음인은 장구나 북이 어울린다. 소음인은 신중함이 지나쳐서 답답한 경우도 많다. 주변 사람이 이런 신중함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한다. 이 경우 느린 연주보다는 비트가 있는 리듬 악기가 좋다. 비트가 빠르고, 소리가 클수록 성격을 고치는 효과는 크다. 타악기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편이지만 한 번 알게 되면 깊게 빠진다는 설명이다.정적이고 화를 잘 참는 태음인에겐 침착한 대금이나 거문고를 권한다. 태음인은 말을 많이 하면 쉽게 피곤함을 느끼기 때문에 화가 나도 침묵으로 일관하는데 이것이 곧 병이 된다. 사람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태음인은 조용히 혼자 연주하는 것이 좋다. 윤 평론가는 “이들은 ‘풍류’가 가장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태음인은 특히 허리가 발달돼서 오래도록 앉아있을 수 있다. 거문고와 대금을 주기적으로 연주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 이 좋다.” 국악은 기업경영에도 도움 된다정 감독은 “정악, 그러니까 풍류음악은 서예, 다도와 잘 어울리며 특히 태교음악으로도 좋다”고 강조했다. 실제 풍류음악은 선비의 인격 수양과 궁중이나 양반가 여인의 태교를 목적으로 쓰였다. 근래에도 병원 등에서 심리치료나 태교음악으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한 방음악치료센터에서는 한방음악으로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간의 기능이 떨어졌을 때는 목(木)의 기운을 가진 음악을 들려준다.윤 평론가는 “정 감독은 실학주의자”라고 말했다. 1972년 명동예술극장에서 국악 사상 첫 피리독주회를 연 것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있으면서 개량 피리를 개발하고 학생들에게 피리 연주의 다양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윤 평론가는 “정 감독은 ‘우리 것은 좋은 것’이라는 단순함을 뛰어넘어 다른 문화 영역과 협업하는 것을 강조한다”며 “호흡악기는 연주자의 생명이 길지 못해 피리의 경우 대개 쉰 살 정도면 손에서 놓는데 일흔 넘은 정 감독이 여전히 연주를 하는 것도 현장에 서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윤 평론가 가 “매 연주 때마다 최고령 피리 독주의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자 정 감독은 “담배 끊고 등산을 열심히 해서인지 아직 멀쩡하다. 병원에서 40대 폐활량이라고 했다”며 웃었다.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유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이 차가 있지만 어느덧 30년 지기다. 군 복무시절 아침마다 라디오에서 흐르던 정 감독의 피리소리에 반한 윤 평론가는 이후 그의 연주를 논하기 시작했다. 정 감독은 직언을 서슴치 않는 윤 평론가를 믿고 공연 때마다 도움을 구하고 있다. 정 감독은 “이 사람이 스물다섯에 평론가로 등단할 때 쓴 평론의 주제가 황병기 선생이었다. 당시만 해도 국악계의 황제로 여겨져 범접하지 못했던 분인데 대단한 용기였다”며 추켜세웠다.국악의 대중화는 정 감독에게도 여전히 숙제다. 그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국악원 정악단 예술감독을 다시 맡은 이유이기도 하다”며 “우선 기업가 등 사회 리더들이 국악을 통해 수신제가하고 이용후생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그는 10여 년 전 만나 지금까지 음악으로 교류하는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을 예로 들었다. 윤 회장은 1998 년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회사가 부도 처리 됐을 때 ‘대금 선율’에 마음을 기댔다. 부친이 세운 회사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죽음도 생각했지만 청명한 대금 선율이 그를 깨웠다. 이후 국악, 문학 등 예술 아카데미를 사내에 설치해 직원들의 마음을 달래고 창의력을 키우는 ‘예술경영’에 나섰다. 현재 국립국악원에는 40여 명의 CEO와 임원들이 모임을 만들어 국악을 배우고 있다

2014.09.30 18:35

5분 소요
culture BOOKS - 400년을 이어가는 ‘허준의 꿈’

북 리뷰

동의보감에 소개된 식물과 약재를 사진과 함께 소개한 책 나와 “이 시대에 허준이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책을 만들 것인가?” 신전휘(72) 대구·경북한약협회장과 아들 신용욱(41) 경남과기대 농학·한약자원학부 교수가 책 ‘약초사진으로 보는 동의보감’(탕액편)을 만든 이유다. 신전휘·신용욱 부자는 허준의 ‘동의보감’이 약재의 이름만 있을 뿐 구별할 수 있는 그림이 없어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이 책은 허준의 ‘동의보감’(탕액편)에 있는 443종의 식물과 743종의 약재를 3000장의 사진과 함께 소개하였다. 동의보감 원저가 출간된 지 꼭 400년만의 일이다.충실한 번역은 물론 원문까지 갖춰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으며, 다양한 사진자료를 더해 산에서 보더라도 쉽게 알아보도록 꾸몄다.식물 생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진의 배경을 없애고 특징을 부각시키는 등 이 책을 보고 약재류 구분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한 저자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이 책을 출간하기 위해 출판사를 직접 차리고 원고 정리부터 편집, 교열까지 모두 도맡아 했다. 전문서적인 까닭에 출판하겠다고 나선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신 부자는 7년간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을 누비며 수만 장의 사진을 직접 촬영해 약용 식물사진을 모았다. 약재명을 중국어 병음으로 병기하여 한의학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했다. 한·중·일 3국에서 달리 보는 기원식물은 라틴어 학명과 색상 기호도 함께 소개해 외국인도 3국의 약초를 쉽게 비교할 수 있게 하였다. 단순한 자구의 번역을 넘어 시대와 지역의 한계까지 극복하려는 시도다.조선시대 한의서와 고증을 기반으로‘쉽게 알 수 있는 한의서’를 만들기 위한 신 부자의 노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에는 세종 시대의 의서인 ‘향약집성방’을 약초도감으로 재해석한 ‘향약집성방의 향약본초’를 발간했다. 이 책은 대한민국학술원 추천도서로 선정되었다.이즈음 한의학계는 500여년 전 약재의 이름만을 가지고 ‘향약집성방’의 약초를 고증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여겼다. 원저의 약용 식물 이름이 한자 음을 빌려 쓴 이두로 표기되어 있는데다 수백 년을 거치면서 언어도 변화를 겪었다는 이유에서다.신용욱 교수는 “약재류를 찾아다니는 것도 힘들었지만 500여년 세월 동안 언어 변천이 심했기 때문에 ‘향약집성방’ 원본의 한자 약재 이름과 현재 사용 중인 약재의 이름을 고증하는 작업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집필을 “흩어지고 묻힌 진주를 캐서 모으고 실로 꿰는 작업”에 비유했다.그런 노력의 결과는 전문가들의 호평으로 보답받았다. 주영승 우석대 한의과대학 교수는 “계절 마다 다른 모습을 띤 약용 식물과 약용부위, 약재로 가공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비전문가도 이 책을 통해 쉽게 약초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며 “동의보감의 집필의도에 가장 부합되는 책”이라고 말했다.박현모 한국학중앙연구원세종리더십연구소 연구실장은 “저자는 ‘향약집성방의 향약본초’에서 융합과 창조의 길을 실천하였고, 이번에 다시 ‘약초사진으로 보는 동의보감’을 통해 컨버전스의 새 지평을 열어 놓았다”고 말했다. 신 부자는 “전통의약이 다시 생활속으로 들어오는 데 ‘약초사진으로 보는 동의보감’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허준의 ‘동의보감’은 지난 2009년 7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세계 최초의 의서로 한의학의 독창성을 증명하는 우리의 소중한 유산이다. 1613년 정식 발간 이후 수백 년 동안 중국과 일본에까지 전해졌다. ‘동의보감’은 의학 뿐 아니라 민속, 문화인류학, 사학, 철학, 국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후속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예방의학적인 측면이 강조되어 피부미용과 약선, 음악치료에 널리 응용되고 있다.

2013.10.15 17:04

3분 소요
Health - 오음으로 장기 균형 맞춘다

산업 일반

이승현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음악치료센터장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한방음악으로 치료를 한다. 전통음악을 한의학의 원리인 음양과 오행으로 분류했다. 예컨대 간의 기능이 떨어졌을 때는 목(木)의 기운을 가진 음악을 듣는 게 효과적이다. 자신의 의지대로 세상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파도에 쓸려가듯 운명에 이끌리다보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참 얄궂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법도 하다. 때론 피나는 노력이 한순간 물거품이 되기도 하고, 작은 돌부리가 인생을 유턴시킨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강동경희대병원 한방음악치료센터 이승현 교수가 그런 사람이다. 이화여대 성악과 3학년 시절, 그녀는 독일문화원을 다니며 유학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작은 돌부리가 앞만 보고 달려가던 그를 바닥에 꼬꾸라지게 했다. 돌부리는 바로 목에 생긴 결절이었다. 성악을 전공하는 사람에겐 치명타였다.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생각에 몇날 며칠 식음을 전폐하던 그녀는 결국 진로를 바꿨다. 무대가 아닌 강단에 서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음악교육을 전공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대학원은 경희대학을 택했다. 수석입학으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매력이 그를 이끌었다.이듬해인 1990년 초 그녀는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한의대 대학원 행정조교를 맡지 않겠느냐는 제의였다. 한의대생 대부분이 대학에 남기보다 개원을 하다보니 조교 자리가 그녀에게 굴러 들어온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평생 한의학과 인연을 맺으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한 통의 전화는 인생만 바꿔놓은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뿐아니라 세계에도 유례없는 한방음악치료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한 계기가 됐다.“당시 학과장님이 우리나라 원전(原典)학의 대가였던 고 홍원식 교수님이었어요. 어느 날 ‘심심하면 읽어 봐’하며 내민 책이 당신이 번역한 『황제내경』이었습니다.” 중국 최고의 의서로 손꼽는 『황제내경』하면 한의학의 ‘바이블’이 아닌가. 번역을 했다고는 하지만 한자용어 투성이의 한방전공서적을 이해할리 만무했다. 그럼에도 음악전공은 속일 수 없었다. 황제내경 중에 목화토금수와 각치궁상우라는 용어를 찾아낸 것이다.“학부 시절에 부전공으로 가야금을 했어요. 국악에 대한 상식을 가지고 들여다보니 목화토금수와 각치궁상우가 눈에 띄었는데 배열이 바뀌어 있어 실수인 줄 알았지요.” 하지만 그의 의문은 그때 뿐이었다. 그는 ‘독일과 한국 전통 가곡의 음악적 표현 방법 비교 연구’라는 평범한 석사학위 논문을 쓰고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리고 삼육대학에서 서양 음악사와 국악개론 강의를 시작했다. 이것으로 음악과 한방의 접목은 끝나는가 싶었다.운명은 다시 그를 방문했다. 우연한 기회에 한국음악학회에서 개최한 음악치료 세미나에 참석했다. “음악이 치료에 활용된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주제 발표가 끝난 뒤 의문이 생겨 ‘발달장애 환자에겐 어떤 음악을 들려줘야 하느냐’고 질문을 던졌죠. 그런데 아무도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황제내경 음악치료 현대에 구현단지 ‘좋은 음악’ ‘안정과 편안함을 주는 음악’이면 된다는 식의 답변으로는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었다. 그때 그의 머리를 스쳐간 것이 황제내경에 있던 ‘오음’이었다.그는 다시 경희대한의대를 찾았다. “당시 주임교수는 고 박창국 교수님이었어요. 그분에게 대뜸 황제내경을 예로 들며 ‘한방에 음악치료가 있지 않나요’ 하고 물었습니다.그랬더니 교수님이 깜짝 놀라며 자신이 예과시절 그런 의문을 품고 서울음대 국악과와 국립국악원을 찾아가 물어봤지만 속 시원한 해답을 듣지 못했다는 거예요.”그래서 박 교수는 ‘오음은 인체 장부다. 따라서 오음으로 장부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바로 한방음악 치료의 원리’라는 결론만을 내리고 궁금증을 닫았던 것이다.그는 박 교수를 졸라 한의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보답으로 그는 박 교수에게 국악을 지도했다. 갈증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다시 예과 1학년에 들어가 4년을 학부학생들 틈에서 한자와 씨름했다.한방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생기자 그는 전통음악을 한의학의 원리인 음양과 오행으로 분류했다. 목기(木氣)·화기(火氣)·수기(水氣)·금기(金氣)·토기(土氣)음악이 그것이다. 한방에서 목은 간(肝), 화는 심(心), 수는 비(脾), 금은 폐(肺), 토는 신(腎)을 뜻한다.예컨대 목의 기운을 가진 음악은 밝고 경쾌하다. 봄에 싹을 틔우듯 만물을 소생시키고, 촉동하는 리듬을 사용한다. 자진모리나 휘모리 장단 같은 빠른 가락과 밝은 음색의 곡이다. 장부로 말하면 목은 간을 뜻하는 것으로 간의 기능이 떨어졌을 때 이런 음악이 효과가 있다. 반면 겨울의 기운을 보여주는 수기음악은 진양조 같은 느리고 무거운 음색의 곡을 선별해 사용한다.두세 가지 음악을 병용하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사람에겐 간의 화기를 빼 주면서 머리를 맑게 하고(청열), 기를 흩어지게 하는 포산음악을 시행케 한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검증 없는 가설일 뿐이다. 이 교수는 삼육대 원예학과 한상경 교수를 찾아갔다.한 교수는 한국 정원을 대표하는 ‘아침고요 수목원’을 만든 인물이다. 그의 원예실험실에서 발아시험이 시작됐다. 같은 씨를 뿌리고 오행에 따라 서로 다른 음악을 들려준 것이다. 흥미롭게도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목기 음악을 들려준 씨앗이 가장 빨리 발아했어요. 그리고 화기 음악을 들려준 씨앗은 잎이 무성하게 자랐고요.” 가설이 입증되자 그는 욕심을 냈다.이번에는 누에를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한 것이다. 역시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예컨대 목의 음악에 노출된 누에알은 빠르게 부화했고, 토의 음악을 들은 누에군은 가장 무거운 체중을, 수의 음악에 심취(?)한 누에군은 고치 무게가 가장 무거웠다. 그는 이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이후 그는 환자에게 이를 적용했다. 혈액암·뇌경색·비만·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발달장애 환자에 적용한 결과가 논문으로 쏟아져 나왔다. 한방음악치료의 가능성을 여는 세계 초유의 연구결과인 것이다.그는 2006년부터 서울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한방음악치료센터를 운영한다. 환자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다. 중풍이나 암 환자는 물론 수술 회복 중에 있는 환자·소화장애·아토피 피부염 등 환자 층도 두텁다. 치료 시간이 1시간 가까이 되다보니 환자 예약은 항상 밀려 있다.“현대인은 경제적·사회적으로 얽힌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장부의 불균형으로 질병에 걸립니다. 실타래처럼 엉킨 감정을 풀어주고 장부를 조화롭게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한방음악치료라고 할 수 있지요. 한방에서 침·구·약으로 환자를 치료하듯 음악도 엄연히 치료법 중에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황제내경의 한방음악치료를 현대에 구현한 것이다.

2013.08.02 17:32

4분 소요
[Retirement] 은퇴 후 취미·여가도 미리 준비

산업 일반

70대 후반의 김모씨는 은퇴 이후 10여 년 동안 정말 원 없이 여행을 즐겼다. 멀리 아프리카를 비롯해 70여 개국을 여행했다. 김씨가 직접 여행 코스를 개발해 남들이 가보지 못한 곳도 많이 다녔다. 직접 짠 여행 코스를 여행사에 제시한 다음 주변 사람을 모아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다녀왔다. 많은 사람이 부러워할 법도 하지만 막상 김씨는 지나치게 너무 많이 다녔다며 후회했다. 여행이라는 취미 한 가지에만 몰두하다 보니 사회적 관계를 만드는 일에 소홀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여행 역시 처음 몇 년 동안은 만족감이 높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차 그 강도가 떨어져 이제는 무덤덤한 정도가 됐다.은퇴 이후 취미나 여가생활로 막연하게 ‘여행’을 꼽는 사람이 단연 많다. 한번쯤 김씨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자신에게 맞는 취미와 여가활동은 자칫 지루하기 쉬운 은퇴 이후의 삶을 흥미진진하게 만들 수 있다. 은퇴 이후 생길 수 있는 심리적 압박감이나 무기력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른 사람과 취미생활 등을 공유하면서 효과적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확대하거나 유지할 수도 있다. 이렇듯 은퇴 이후 취미나 여가활동은 적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취미나 여가활동을 은퇴 이후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은퇴 이후에 새로운 취미나 여가활동을 시작한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오히려 지금 하지 않으면 은퇴 이후에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거의 맞다. 따라서 취미나 여가활동 역시 은퇴 준비에 중요한 부분이다.최근 조사 결과 많은 은퇴자가 여가시간에 TV 시청을 하며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 서울 서베이 사회상’ 조사에 따르면 노인 10명 중 6명이 주말이나 휴일에 TV 시청을 하며, 하루 평균 TV 시청시간은 3.36시간으로 전체 평균(2.34시간)보다 1시간가량 더 길었다. 만일 TV 시청으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다면 은퇴생활은 끔찍하게 무료할 수밖에 없다.은퇴 이후 적절한 취미나 여가활동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한 가지에만 몰입하기보다는 은퇴 이후 삶의 단계나 난이도 등에 따라 취미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은퇴 이후 활동기, 회고기, 간병기 등의 단계에 따라 취미활동을 나눌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전체를 통틀어 독서를 취미로 삼고 활동기에는 여행을, 회고기나 간병기에는 글쓰기를 각각의 취미로 삼는 식이다.둘째, 취미나 여가활동을 위한 비용은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대부분 생활비에서 비용을 조달하는데 이러다 보면 취미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는 은퇴 이후 취미나 여가활동을 위한 ‘은퇴 축하금’을 만든다. 같은 100만원이라도 60대와 70대에 느끼는 효용이 각각 다르다. 70대에 느끼는 그것보다 60대에 느끼는 만족도가 훨씬 크다. 따라서 은퇴 직후 활동기에 취미나 여가활동으로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금융상품을 활용해 미리 은퇴 축하금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셋째, 이것저것 계속 취미를 바꾸기보다는 한 가지 취미에 대해 전문가 수준이 될 정도로 몰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은퇴자는 취미로 시작한 색소폰 연주로 악단을 만들고 더 나아가 음악치료사 자격증을 따서 노인병원이나 양로원 등을 돌며 음악으로 심리치료를 하는 봉사활동을 왕성하게 벌이고 있다. 이처럼 일정 수준까지 몰입해야 비로소 충분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이것저것 자주 취미를 바꾸면 비용만 많이 들 뿐 별다른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다.

2011.06.13 17:53

3분 소요
비용·서비스·접근성 가장 중요

산업 일반

치매 환자의 출입을 법적으로 금지한 공간은 거의 없다. 그러나 현실은 거의 모든 공공장소에 출입금지 표지판이 붙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사회적 편견 탓에 치매 환자가 서 있을 자리가 없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치매나 중풍 환자가 편안히 요양할 의료·복지시설마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치매가 노화와 관련이 깊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노인 인구가 늘어날수록 치매 환자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2010년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530만 명 가까이 될 것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한국 사회의 급격한 고령사회를 받쳐 줄 현재의 복지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사회적,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신성장 산업’의 하나로 떠오른 실버산업이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사업성이 있는 요양 시설은 현재 삼성 등 대기업 위주로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시설이 바로 삼성의 노블 카운티 같은 ‘너싱홈’(nursing home)이다. 너싱홈은 가정과 병원의 중간 형태로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위한 맞춤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너싱홈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많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양적 증가가 질적 수준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치매나 중풍을 치료하고 노후까지 만족스럽게 생활할 만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게다가 본인이나 가족이 병을 앓는 상황에서도 계속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어느 조직의 책임자라면 조건에 맞는 시설을 찾기가 더욱 어렵다. 그런 시설이 있다고 해도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명망 있던 CEO나 관료 출신 치매 환자 가족들은 요양시설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있다는 것을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거나, 요양 시설에 환자를 방치하며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매는 육체의 노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오는 경우가 많다. 숨기거나 부끄러워할 병이 아니다.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를 위해 과연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일까를 생각한다면 굳이 가정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의료 복지시설은 환자와 가족 모두를 위해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요양 시설을 선택할 때 우선 고려할 것은 비용,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다. 비슷한 비용이라도 접근성과 서비스의 질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꼼꼼히 살펴보고 입주를 결정해야 한다. 입주자가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다면 의료원과의 연계가 물리적 거리를 포함해 유기적으로 되어 있고, 전문적인 간호가 이루어지며, 장기적인 간병 대책이 세워져 있는 곳이 좋다. 삼성 노블카운티 전·현직 CEO 가장 많이 찾는 곳 2001년 5월 9일 문을 연 삼성 노블카운티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에 위치한 도심근교형 전문 요양시설이다. 시설 현황은 지상 20층, 지하 3층의 2개 동으로 총 550가구가 입주할 수 있으며, 너싱홈은 197개 병상을 공급하고 있다. 요양 시설에 입주하고자 하는 사람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된 만큼 접근성도 괜찮은 편이다. 실제로 많은 전·현직 CEO들이 현재 생활 중에 있다. 입주자들의 고립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설 내 어린이집과 생활문화센터, 스포츠센터 등을 지역 주민에게 유료로 개방하고 있다. 너싱홈의 입주 대상은 만 60세 이상으로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어 24시간 간호가 필요한 사람이다. 삼성 노블카운티는 주거와 의료서비스, 문화, 스포츠가 한 곳에서 가능한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전문 요양시설이다. 주거동과 생활보조거실, 너싱홈 등 세 곳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건강 상태에 따라 주거동에서 생활보조거실, 너싱홈으로 옮겨가는 것이 가능하다. ▶전·현직 CEO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에 있는 삼성 노블카운티 내 음악치료실. 주거와 의료서비스, 문화, 스포츠가 한 곳에서 가능하다. 입주보증금은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입주비 원금을 퇴소할 때 전액 반환하는 방식과 입주비의 50%는 퇴소할 때 반환하고, 나머지 50%는 거주기간에 따라 공제하는 방식이 있다.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아주대학교병원, 강남성모병원 등이 연계 병원으로 입주자는 최고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원내 클리닉(내과·외과·가정의학과)이 수시 진료를 제공하고, 신경과·정신과·재활의학과는 삼성의료원이 중심이 돼 진료한다. 다양한 오락 프로그램 및 이벤트를 제공하는 여가활동 서비스와 원예·음악·미술·레크리에이션 등의 치료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되고 있다. 전화 : 031-208-8000 / 홈페이지 : http://www.samsungnc.com/ ▶서울 시니어스 가양타워는 도심에서 가깝고, 완벽한 의료서비스를 보장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서울 시니어스 가양타워 도심과 가까우면서 서비스 좋아 서울 시니어스 가양타워의 소재지는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637-8번지로 도심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전문 요양시설 중 하나다. 서울에 회사가 있는 CEO라면 적극 권장할 만한 곳이다. 또 가족이 찾아오는 데 부담이 적고, 입주자가 외부와 고립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고독감과 소외감을 덜 느끼게 한다. 가양타워는 A동과 B동이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A동은 타인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한 노인이 입주하는 실버타운이고, B동은 치매와 중풍 같은 노인성 질환이 있는 환자가 입주하는 너싱홈이다. B동은 총 104가구를 공급 중이다. 가양타워는 모기업인 송도병원이 2007년에 세운 전문 요양시설로 국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시설인 만큼 비용도 비싼 편에 속한다. 요양 시설을 사업방식에 따라 분류하면 종신 이용형, 연금형, 임대형, 분양형, 회원권형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사설 요양시설은 임대형과 분양형이 다수다. 서울 시니어스 가양타워는 영구 임대형이다. 가양타워에서 제공하는 공급 면적은 총 11개로 구분된다. 가양타워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어떤 곳보다 완벽한 의료서비스를 보장한다는 점이다. 송도병원이 타워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타워 안에서 상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치매와 중풍 같은 노인성 질환은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항시 대학병원급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다. A동에서 생활하다 몸이 불편해지면 B동으로 옮겨가는 게 가능하다. 또 CEO가 간병을 받아야 하거나 혹은 CEO의 배우자가 장기간 간병을 받아야 할 경우에도 부부가 떨어져 지내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부대시설로는 400평 규모의 재활치료센터와 물리치료실, 주간보호센터가 있다. 전화 : 02-2668-2230 / 홈페이지 : http://www.sst.co.kr/   실버릿지 안성센터 주변 풍광 좋아 요양에 ‘안성맞춤’ 2006년 12월에 문을 연 실버릿지 안성센터는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에 자리 잡고 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다. 이동이 부담스럽다면 실버릿지 서초센터를 이용할 수도 있다. 환자가 중증이거나, 회사와 가족이 서울에 있다면 서초센터를 추천한다. 대신 환자가 요양을 더 필요로 한다면 실버릿지 안성센터가 안성맞춤이다. 안성센터는 배산임수 지형이라 자연 친화라는 측면에서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다. 1000여 평 규모에 100석의 병상을 공급하고 있다. 28석의 병상을 공급하는 실버릿지 서초센터는 남부터미널역 근처에 있다. 실버릿지 안성센터는 한국에 너싱홈의 개념이 없을 때인 2000년부터 노인전문 요양시설을 운영해 왔던 유니실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시설이다. 기존에 이용했던 사람들의 소개로 많은 환자가 안성센터를 찾고 있다. 환자와 가족들의 부담을 줄이고자 현재는 보증금을 많이 낮췄다. ▶실버릿지 안성센터는 풍광이 좋아 요양에 안성맞춤이다. 실버릿지 안성센터는 촉탁 의사제를 기본으로 의료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태가 중증인 환자는 서초센터에서 인근 병원과 연계해 진료하고 있다. 맞춤식 치료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물리치료사들이 운동 치료와 통증 치료를 제공한다. 가족 외출이나 여행으로 단기간 보호가 필요한 환자들도 입소 가능하다. 전화 : 031-674-6763 / 홈페이지 : http://www.unisilver.co.kr/

2008.05.2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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