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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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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룩 입고 자유분방하게…팔색조 소녀들 정체는

정책이슈

성공적인 데뷔 활동을 전개 중인 그룹 이즈나가 다채로운 청춘의 비주얼을 선보였다.지난 11일 이즈나(마이, 방지민, 윤지윤, 코코, 유사랑, 최정은, 정세비)는 공식 SNS 채널을 통해 첫 번째 미니앨범 ‘N/a’의 재킷 촬영 비하인드 포토를 공개했다.단체 비하인드 포토 속 이즈나는 푸른 들판을 향해 뛰어가며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낭만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한데 모인 이즈나 일곱 멤버들의 모습이 이들이 써 내려갈 찬란한 서사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이어 공개된 개인 비하인드 포토에서 이즈나는 다채로운 콘셉트를 완벽히 흡수하며 팔색조 면모를 입증했다. 각양각색 스쿨룩 스타일링을 선보인 ‘iz’ 버전에서는 청순함을, 반전된 무드가 돋보이는 ‘na’ 버전에서는 자유분방하면서도 시크한 에너지를 자랑했고, ‘naya’ 버전에서는 스포티하면서도 러블리한 매력을 드러냈다.이즈나의 데뷔 앨범 ‘N/a’는 지난달 25일 발매와 동시에 전 세계 14개 국가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톱10 진입, 일본 애플 뮤직 케이팝 앨범 랭킹, 라쿠텐뮤직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즈나는 각종 음악방송과 유튜브 콘텐츠는 물론, 라디오까지 휩쓸며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타이틀곡 ‘이즈나’의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5천 6백만 회를 육박, 7인 7색 앨범 재킷 비하인드 포토까지 공개하며 글로벌 상승세에 불을 지필 전망이다.일간스포츠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12.12 17:53

1분 소요
신인 걸그룹 맞아? 귀여운 외모 뒤 '이것' 진하게 묻어나…

정책이슈

전 세계 어딜가든 우리만의 이름으로 정의를 내린다. 이름부터 신입답지 않은 포부가 느껴지는 이즈나가 가요계에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Mnet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2’로 선발된 이즈나는 25일 데뷔 미니음반 ‘엔에이(N/a)’ 발매를 앞두고 서울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 데뷔 쇼케이스를 가졌다. 멤버들은 정식 데뷔를 앞두고 ‘아이랜드2’보다 성장했다고 자신했다. 특히 과반수가 키 170cm 이상으로 모델 같은 비주얼을 자랑했다. ‘아이랜드2’ 방영 당시 남다른 춤 실력으로 화제가 된 최정은은 “데뷔 준비하면서 빨리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설렜다”고 말했다. 강아지 같은 귀여운 외모가 눈길을 끄는 유사랑은 “자신감이 느껴지는 타이틀 곡부터 사랑스러운 수록곡까지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당부했다.이즈나는 ‘아이랜드2’로 결성된 팀으로, 마이·방지민·윤지윤·코코·유사랑·최정은·정세비 등 7인조로 구성됐다. 그룹 이름에는 언제든, 어디서든, 무엇이든 곧 ‘나’(N/a)로 정의된다는 자신감을 담았다. 이즈나의 데뷔곡 ‘이즈나’는 중독적인 후렴구와 미니멀한 비트가 인상적인 힙합곡으로,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키겠다는 자신감이 담겨있다. 이즈나는 뮤직비디오에서도 지구본을 케이크 삼아 먹으며 전 세계를 씹어먹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세련된 비트의 데뷔곡 ‘이즈나’는 ‘아이랜드2’부터 호흡을 맞췄던 테디가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했다. 테디는 투애니원, 빅뱅, 블랙핑크 등 세계적인 K팝 아티스트 히트곡을 배출한 프로듀서다. 지난 9월에는 그가 프로듀싱하는 신인 걸그룹 미야오가 데뷔하기도 했다. 이즈나 역시 테디의 색이 진하게 묻어나는 그룹인 만큼 미야오와 다른 차별점이 필요하다. 정세비는 “우리 멤버들은 각자 다양한 매력이 있다. 이 매력들이 합쳐지면 더 강력한 시너지가 나오는데, 이게 이즈나만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이즈나’의 포인트 구간은 간단하지만 중독성있었다. 멤버들은 “주문을 외우듯 ‘댓츠미’라고 세 번 나오는 구간이 있는데 속삭이는 듯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가사의 의미를 안무에 그대로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수록곡 ‘타임밤’(TIMEBOMB)에도 테디가 작사, 작곡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타임밤’은 신나지만 아련한 분위기의 이지 리스닝 댄스곡. 청량한 사운드와 이즈나의 따뜻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사랑스러운 매력을 극대화한다.이 외에도 앨범에는 ‘아이랜드2’ 미션곡이었던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 ‘드립’ ‘페이크 잇’까지 총 5개의 트랙이 수록된다.이즈나는 정식 데뷔 전부터 글로벌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22일에는 일본 교세라 돔 오사카에서 개최된 ‘2024 마마 어워즈’에서 데뷔 무대를 선공개했다. 신입답지 않은 퍼포먼스와 라이브실력을 자랑, 해당 영상은 공개된 지 이틀 만에 조회수 100회를 훌쩍 넘겼다. 또 선주문량 25만 장을 돌파하며 남다른 화력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이즈나의 목표는 ‘무대 천재’라는 수식어를 얻는 것이다. 멤버들은 “우리는 무대 위에서 빛이 나는 그룹이다. 무대 천재라는 수식어와 신인상을 앞으로의 포부로 하고 싶다”고 전했다.신인 걸그룹 이즈나는 25일 데뷔 미니음반 ‘엔에이(N/a)’를 발매한다.일간스포츠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4.11.25 17:17

3분 소요
세계가 주목하는 K-패션, 진화는 시작됐다[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패션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자신 만의 정체성, 즉,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느냐다. 무수한 대체재들이 과공급 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이 만든 브랜드(제품)를 선택하게 하려면 다른 브랜드에게 없는 유니크함이 필요하다. 이런 유니크함이 정체성을 형성하고 대체 불가능성을 만든다. 하나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나면 소비자들은 이 제품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대체 불가능성을 만드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과거에는 다른 곳에서 구하기 어려운 진귀한 고급 재료나 제품을 만드는 장인의 솜씨가 중요했다. 하지만 요즘은 제품 자체에 가미돼 있던 대체 불가능성이 ▲소비자의 패션 룩(Look) ▲브랜드가 가지는 세계관과 이미지 ▲입고 보고 경험하는 모든 라이프스타일에 입혀지는 분위기다. 대체 불가능성, 어떻게 만들어 낼까대체 불가능성은 나 홀로 이뤄낼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팔리지 않는 독단적인 길은 패션 산업이 추구하는 길이 아니기도 하다. 우선 해당 브랜드를 만든 디자이너의 문화권과 시대의 흐름 등을 살펴봐야 한다. 예컨대 프랑스나 영국, 미국의 디자이너는 자국의 문화, 제반 산업 등의 큰 틀 속에서 비슷한 기반을 가진 주변과 구별되는 자기만의 정체성을 만들어 간다. 자신의 문화권을 배반하고 타자화시키려 해도 특정 문화권이라는 배경이 출발점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또 시대의 흐름도 중요하다. 자원을 아낌없이 쓰는 것이 현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환경 파괴적'이라는 비난을 듣는다. 친환경 산업은 이 시대가 원하는 흐름이다. 우연적이지만 거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시대에 지나치게 순응하면 흔하고 평범할 뿐이다. 적당한 균형 속에서 사람들이 동경하는 패션을 내놔야 한다.꽤 오랫동안 사람들이 동경하는 패션의 출처는 할리우드(Hollywood) 영화, 팝(POP) 뮤지션, TV 시리즈였다. 패션 스타와 화면이 결합된 유럽과 미국의 문화 재생산을 바라보며 우리는 그들을 동경하고 따라했다. 잡지에 실리는 패션 디자이너의 컬렉션과 패션 모델, 화보는 이를 증폭시켰다. 미디어의 강력한 힘은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다만 소문을 듣고, 잡지로 보고, 실제로 이 패션을 만나게 되는 속도에는 시간적 간극이 있다. 결국 이 간극은 '패션의 자국화'라는 변형을 만든다.이제는 유튜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미디어를 대체하고 있다. 사람들은 인플루언서나 SNS 스타의 친숙하고 멋진 모습을 보고 따라 한다. 잡지보다는 인스타그램 위의 룩북과 짧은 동영상을 통해 새로운 트렌드를 지켜본다. 이런 미디어를 통해 시간적, 공간적 간극이 옅어지고 있다. K-문화는 이런 변화에 아주 잘 적응하고 있다. K-영화나 K-드라마 그리고 K-팝 등은 전통과 최첨단이 혼합돼 있는 우리만의 유니크한 특성을 활용하면서 쉼 없이 흘러가는 트렌드를 주도했고 이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주목받기 시작한 K-패션K-패션은 오래 전부터 해외 진출을 시도해 왔다. 제조 분야에서는 예전부터 해외 유명 브랜드의 아웃소싱 생산을 해왔다. 그렇지만 정작 자체 브랜드를 달고 수출을 시작했을 때는 '한국 산'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딱히 장점이 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패션 쪽에서는 1992년 이신우, 이영희 디자이너가 한국 최초로 파리 컬렉션에 참가한 이후 해외 진출이 꾸준히 이어졌다. 좋은 평가를 얻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주로 일시적인 이슈였고 한국의 패션 디자이너들이 주류 자리까지 오르기는 어려운 현실이었다.세계적인 국내 패션 디자이너의 부재 속 K-팝 등 패션을 많이 활용하는 쪽에서는 최신 글로벌 트렌드를 찾아내 접목시키고 믹스해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 내는 데 몰두했다. 이런 이유로 K-패션은 한동안 패션 디자이너보다는 스타일리스트를 중심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최근 패션 쪽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류 덕분에 한국에는 문화 강국 이미지가 생겼다. 이 같은 왕성한 문화 생산 이미지는 K-패션 성장에 좋은 배경이 됐다. K-스타들을 앞세운 마케팅도 글로벌 인지도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만 K-패션이 무조건 한류 특수를 누린 것은 아니다. 그들은 과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좋은 기회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K-패션은 세상에 보여줄 것이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K-패션의 성장은 유망한 국내 디자이너들이 이끌 수 있다. 이미 몇몇 국내 디자이너와 브랜드들은 해외 시장에 진출하며 여러 성과를 내고 있다. 우영미와 준지는 해외에서 자리를 잡은 대표적인 한국 디자이너다. 해외의 명성을 통해 이들 브랜드들은 한국으로 역수입돼 MZ세대 등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으며 '신명품'으로 불리고 있다.우영미는 1988년 ‘솔리드 옴므’(Solid Homme)를 론칭하며 패션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2002년 파리에 진출하면서 브랜드 ‘우영미’를 만들었다. 브랜드 우영미는 섬세함과 개성 있는 디자인, 성별의 경계를 허문 젠더리스 스타일이 특징이다. 데뷔 이후 파리패션위크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2011년 파리의상조합의 정회원이 됐다. 2020년에는 파리에 있는 르 봉 마르쉐 백화점에서 남성관 입점 브랜드 중 매출 1위를 기록하면서 국내 인지도가 크게 늘기도 했다. 최근 파리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고, 런던의 해로즈 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전 세계에 4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정욱준은 1999년 가로수길에 ‘론 코스튬’을 오픈했고 서울 패션위크를 통해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2007년 ‘준지'(juun.j)를 론칭하고 파리패션위크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정교한 테일러링을 바탕으로 클래식과 아방가르드 등을 적절히 혼합한 패션 스타일은 ‘준지 스타일’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우영미에 이어 2013년 파리의상조합 정회원이 됐다. 우영미와 준지는 K-문화의 인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해외 시장을 차곡차곡 개척해 가며 단계별 성장을 한 케이스다. 그만큼 그들이 자신들의 브랜드를 알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K-패션의 미래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K-패션은 자체적으로 해외 진출을 위한 많은 노력을 이어왔고 이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K-문화 인기는 K-패션 성공에 큰 힘이 됐지만 그저 K-팝이나 K-드라마 인기에 편승하는 정도에서 한국 패션의 성장이 제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또한 국내에는 좋은 퀄리티의 원단 등 부자재 생산 업체가 많은 덕분에 K-패션 업체들은 국내를 생산 거점으로 글로벌 활동도 가능하다. 젠더리스나 지속 가능성 등 최근의 이슈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이 많은 것도 장점이다. 디자이너와 브랜드는 자신만의 아이덴티티 확립이 매우 중요하다. 외국에서 유행하고 잘 팔리는 옷과 비슷한 걸 내놓는 일은 경쟁자도 많고 메리트도 없다. 외국 사람들이 굳이 한국의 패션쇼를 보러 한국을 방문하고 룩북 영상을 찾아 보며, 한국의 패션 상품을 관세와 배송료를 내가며 구매하는 이유는 '한국에만' 있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테일러링과 소재, 만듦새 등 패션의 기본적인 요건을 잘 갖춰야 한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정부나 기관의 노력도 필수적이다. 패션이 비즈니스라는 이유로 정부 도움 없이 '개개인의 힘으로 성공하는 분야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문화의 판매는 정부 등 기관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유럽의 수많은 패션 협회나 대학, 기업 중심의 단체들도 여전히 가능성 있는 신인 디자이너를 찾아내고 성장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 패션위크를 개최하는 서울시와 서울 디자인 재단, 신인 발굴과 지원을 위한 한국패션협회의 K-패션 오디션 등 여러 행사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현재 이런 이벤트들은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또 국제적인 인지도도 떨어진다. 이런 행사들이 자기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거시적 관점의 방향 설정과 정교하고 현실적인 지원 등에서 더 큰 발전이 필요하다. 글로벌 스탠다드도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패션 산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라면 사이즈 종류를 그렇게 많이 생산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인들의 체형은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사업을 영위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더 다양한 사이즈를 생산한다는 것은 비용 상승을 의미하고 결국 제품 가격이 오르게 된다. 환경 및 지속 가능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직물이나 부자재 등 생산의 초기 단계부터 염색과 봉제, 포장 등 최종 단계까지 점점 더 구체적인 친환경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현대사회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부분이다.K-패션은 오랜 성숙기를 거쳐 이제 비상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 패션계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톱 레벨의 국내 패션 디자이너가 등장하는 일이다. 그리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더 큰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만한 시점이다. 박세진 패션 칼럼니스트 박세진 패션 칼럼니스트는_패션에 관한 글을 쓰고 번역을 하며 사이트 '패션붑'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패션 vs. 패션』, 『레플리카』, 『일상복 탐구: 새로운 패션』, 『패션의 시대 : 단절의 구간』를 썼고 『빈티지 맨즈웨어』, 『아빠는 오리지널 힙스터』, 『아메토라: 일본은 어떻게 아메리칸 스타일을 구원했는가』 등을 번역했다. 이외 다양한 매체에 기고를 하고 강연, 자문, 전시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국내외에서 활약하는 국내 디자이너 및 브랜드 최유돈 디자이너는 국내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다 영국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Royal College of Art, RCA)로 유학을 떠나 새로 도전한 케이스다. RCA에서의 졸업 컬렉션을 도버 스트리트 마켓이 바잉(Buying)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고 2009년 '유돈초이'(EUDON CHOI)를 론칭했다. 박소희 디자이너의 '미스 소희'는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패션으로 카디 비나 마일리 사이러스 등 세계적인 스타들에게 의상 협찬을 하면서 글로벌한 명성을 쌓아 왔다. 김나연 디자이너의 '나욘'(NAYON)은 2021년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의 디자인 스콜라 어워드에서 수상한 후 론칭한 브랜드다. CFDA의 공식 초청으로 뉴욕 패션위크에 참여하고 있다. 박상연 디자이너는 2021년 뉴욕에서 '애슐린'(ASHLYN)을 론칭했다. 동양의 패턴 메이킹과 서양의 드레이핑 테크닉을 결합한 우아한 룩을 선보인다. 또한 자투리 없는 재단과 생산과정에서의 폐기물 최소화도 목표로 하는 등 지속가능성 부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패션대전, LVMH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인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 2022년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수상을 하기도 했다. 규리김(GYOUREEKIM)은 김규리 디자이너의 브랜드로 2022년 도쿄 컬렉션을 거쳐 2023년 런던 패션위크에 참여했다. 창의적인 레이어드와 실루엣을 기반으로 한 로맨틱 세미쿠튀르 컬렉션을 선보이고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간직하고 싶은 옷을 제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재고 소재, 중고 원단, 쓰고 남은 원단을 업사이클해 활용하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외에도 프랑스의 LVMH 프라이즈나 미국의 CFDA 스콜라 어워드 등 해외의 신인 디자이너 등용문을 통해 수상하고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는 국내 디자이너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최근의 중요한 흐름이다. 특히 2024년에는 2NE1의 씨엘(CL)이 LVMH 프라이즈의 심사위원으로 합류하기도 했다. 김민주 디자이너는 2013년 H&M 디자인 어워드에서 대상을 받고 2014년에는 LVMH의 영 패션 디자이너 프라이즈 준결승에 진출했다. 그리고 2015년 자신의 브랜드 민주킴(MINJUKIM)을 런칭하게 된다. 환상적이고 동화적이고 우아한 분위기의 패션을 선보이는데 특히 2020년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글로벌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넥스트 인 패션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다. 2022년에는 가회동에 한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플래그십을 오픈하고 최근에는 세컨 브랜드 파쿠아를 런칭하기도 했다. 디자이너 황록은 2016년 런던을 기반으로 ROKH를 런칭했다. 타임리스, 원시적, 감각적인 디자인을 표방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을 정교하게 해체해 재구성하는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2018년 LVMH 프라이즈 후보에 올라 2위 특별상을 수상하고 2019년 파리 패션위크에 진출하게 된다. 최근에는 H&M과의 협업 컬렉션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PAF)는 임동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정수교 디자이너 등의 팀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2018년에 런칭했다. 조형의 요소를 기반으로 공예적, 기능적으로 완성된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PAF는 설립 초창기부터 SNL에서 켄드릭 라마가 입고 나오는 등 주목을 받았는데 2021년에는 LVMH 프라이즈에서 세미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 아라리오 갤러리에서의 전시나 버질 아블로와의 협업 컬렉션 등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김준태 디자이너는 런던과 서울을 기반으로 2021년 준태킴(JUNTAEKIM)을 런칭했다. 한국에서 여성복을 공부하고, 런던에서 남성복을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남성복과 여성복, 과거와 현재의 요소들을 병치할 때 나타나는 새로움과 로맨티시즘을 만들어 내는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로코코, 바로크 시대 여성복의 실루엣을 남성복에 접목시킨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2023년 LVMH 프라이즈에서 세미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조기석 아트 디렉터는 원래 포토그래퍼로 활동을 했는데 2016년 쿠시코크(KUSIKOCH)를 런칭하며 패션으로 영역을 넓혔다. 실패할 권리라는 슬로건을 앞에 내세우고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김준태 디자이너와 같은 해인 2023년 LVMH 프라이즈에서 세미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 김지용 디자이너는 2021년 브랜드 지용킴(JiyongKim)을 런칭했다. 자연광에 오랜 시간 노출한 선 블리치드 방식을 특징으로 하는데 햇빛에 천천히 그을린 원단은 화학 염료를 이용해 순식간에 변색시킨 섬유보다 훨씬 깊이감 있는 색을 낸다. 2023년 SFDF에서 1위를 했고 2024년에는 LVMH 프라이즈에서 세미 파이널리스트로 선정이 되었다. 룩북과 전시 등의 방식으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이외에도 아더 에러, 앤더슨 벨, 젠틀 몬스터, 혜인 서, 강혁, 오호스(OJOS)등등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 만의 패션으로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컬렉션이나 팝업 스토어를 열고, 국내를 찾아온 사람들이 매장을 찾아오게 만들고 있다.ㄱ

2024.09.21 09:00

9분 소요
카카오게임즈 신작 ‘아키에이지 워’ 장기 흥행 가능성은?[서대문 오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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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게임업계는 그 어떤 산업군보다도 변화의 속도가 빠릅니다. 흐름을 한번 놓치면 적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 이런 흐름을 정리해준다면 한결 이해하기 쉬울 테죠. 서대문 오락실에서는 지난 한주간 IT·게임업계에서 이슈가 됐던 일들과 그 비하인드까지도 정리해줍니다. 서대문 오락실만 잘 따라와도 흐름을 놓칠 일은 없을 것입니다. 카카오게임즈의 신규 MMORPG ‘아키에이지 워’가 초반 흥행에 성공한 모습입니다. PC와 모바일에서 모두 즐길 수 있는 크로스플랫폼 MMORPG인 아키에이지 워는 일본과 러시아, 북미 유럽, 중국 등 64개국에서 약 2000만명에게 사랑 받은 PC MMORPG ‘아키에이지’ IP를 활용한 신작으로, 원작 대비 짙어진 전쟁과 전투 요소가 특징입니다.이용자는 광활한 대지를 배경으로 박진감 넘치는 필드전과 공성전, 드넓은 바다를 무대로 한 해상전 등 다채로운 전투 콘텐츠를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게임 내 주요 세력 및 지역을 포함해 원작의 향수가 느껴지는 스토리와 캐릭터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아키에이지 워는 원대륙 소멸 후 대 이주를 마친 종족들이 누이아 대륙에 정착을 하면서 겪게 되는 세력 간의 알력 다툼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용자는 아키에이지의 세계관이 서대륙과 동대륙으로 나누어지기 이전의 세상을 이번 아키에이지 워를 통해 체험할 수 있습니다.게임에 등장하는 주요 세력은 ‘초승달 왕좌’, ‘이즈나 왕가’, ‘마리아노플’, ‘안델프 공화국’까지 총 4곳으로, 서대륙의 패권을 쥐려는 ‘이즈나 왕가’와 이를 저지하려는 ‘초승달 왕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합니다.아키에이지 워의 전투는 빠른 속도감을 바탕으로 한 호쾌한 액션이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양손검’, ‘한손검’, ‘활’, ‘단검’, ‘지팡이’까지 총 5종의 무기가 준비돼 있습니다. 착용한 무기에 따라 이용자가 구사할 수 있는 스킬과 공격 범위 등이 다르게 구현돼 한 층 다채로운 전투를 즐길 수 있습니다.여기까지가 이번 게임에 대한 소개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유저들의 평가를 살펴보겠습니다.일단 앞서 말했듯이 아키에이지 워의 초반 성적은 나쁘지 않습니다. 엑스엘게임즈가 개발한 아키에이지 워는 지난 21일 출시 후 약 5시간 만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출시 3일 만인 지난 24일 구글플레이 매출 2위에 올랐습니다. 25일 오전 기준으로도 매출 4위를 기록 중입니다.하지만 출시와 동시에 일각에서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과 ‘너무 비슷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캐릭터 외형이나 전반적인 UI 등에 있어 리니지2M과 비슷한 부분이 많이 보이는 상황입니다. 물론 아키에이지 워 자체가 소위 ‘리니지라이크’ 방식의 게임이라는 점에서 결국 기존 리니지 게임들과 비슷할 수 밖에 없는 숙명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이와 관련해 카카오게임즈 측은 “아키에이지 워는 코어 MMORPG 성인 이용자층을 타깃으로 한 게임이다. 그러다보니 UI 등은 현세대 트렌드에 맞춰 이용자들이 빠르게 게임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며 “아키에이지 워만의 개성이 부족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업데이트 등을 통해 해당 부분의 개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고, 업데이트 관련 정보는 공식 카페 등을 통해 사전에 안내할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현재 커뮤니티 등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또 다른 콘텐츠는 바로 ‘해상전’입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아키에이지 워를 출시하며 “원작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던 해상전은 ‘아키에이지 워’가 다른 게임들과 구분되는 주요 콘텐츠 중 하나”라고 강조했습니다.아울러 “아키에이지 워의 해상전은 전략성을 높이는 다양한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방향성 투사체인 어뢰를 활용해 동료와 연계해 적을 집중 공격하거나, 자신의 배를 이동시켜 아군을 향하는 적의 어뢰를 대신 맞아주는 플레이도 가능하다”며 “이동 속도 증가 기술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거나 적을 추격하는 등 다채로운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하지만 레벨 40을 어렵게 찍은 이후 열린 해상전 콘텐츠에 대한 유저들의 초반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임 출시 초반인 점을 감안해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지 않고 해상전 역시 사실상 배를 타고 자동사냥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줬기 때문입니다.이와 관련해 카카오게임즈 측은 “해상전의 경우 출시 이후 지속적인 시스템 업데이트로 더 재미있는 PvE와 PvP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물론 아직 출시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게임을 평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업데이트가 가능한 게임 콘텐츠 특성상, 향후 변화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입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딘’이라는 신규 IP를 통해 국내 모바일시장 왕좌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리니지M’ 등을 넘어선 저력을 가지고 있는 게임사입니다.다만 장기 흥행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외형이나 과금 모델 등에 있어 기존 리니지 IP 게임들과의 차별성이 어느정도 필요해 보이는 상황입니다.

2023.03.26 08:00

4분 소요
‘아키에이지 워’ 선보이는 카카오게임즈, ‘오딘’ 흥행 재현할까

IT 일반

최근 서브컬처 게임을 연달아 선보였던 #카카오게임즈가 신규 MMORPG ‘아키에이지 워’로 돌아왔다. 원작 ‘아키에이지’가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이번 신작 역시 출시 전부터 유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아키에이지 워가 카카오게임즈의 장기 흥행작 ‘오딘’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아키에이지 워는 PC MMORPG 원작 ‘아키에이지’의 IP를 활용한 PC·모바일 크로스플랫폼 대작 MMORPG다. 언리얼 엔진4를 활용한 고퀄리티 그래픽, 모험 및 생활 콘텐츠 중심인 원작 ‘아키에이지’ 대비 필드전 및 해상전 등 대규모 전투 콘텐츠를 강조한 점이 특징이다.특히 아키에이지 워는 지난 11일 사전 예약을 시작한지 5일만에 예약자 수 1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출시 예정인 게임 중에서는 이례적인 속도라는 평가다.카카오게임즈에 따르면, 아키에이지 워에 등장하는 주요 세력은 ▶초승달 왕좌 ▶누이아 왕가 ▶마리아노플 ▶안델프 공화국 등 총 4곳으로, 누이아 대륙(서대륙)의 패권을 둘러싼 2차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초승달 왕좌는 대륙에 세워진 최초의 국가로 왕위가 혈통으로 승계되지 않고 ‘미로의 시험’을 통과한 자만을 왕으로 섬기는 곳이다. 바다의 수도인 ‘이즈나 왕가’는 엄중한 요새와 같은 성으로 유명하다. 마리아노플은 ‘트리스테’, ‘노르예트’, ‘위어드윈드’ 등 세 가문이 일시적으로 단합한 세력이며, 안델프 공화국은 완고한 고집불통, 의심 많은 회의주의자들로 가득한 곳이다. 아직 구체적인 배경이 나오진 않았지만 4개 세력을 중심으로 게임 내 치열한 전쟁이 예상된다.현재 카카오게임즈는 ‘우마무스메’, ‘에버소울’ 등 서브컬처 신작을 앞세우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서브컬처 게임을 출시해 온 서브컬처 명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매출에 있어서는 서브컬처 게임보다는 MMORPG가 1인당 결제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아울러 장르 다변화 차원에서도 이번에는 MMORPG 장르 신작을 준비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1세대 대표 게임 개발자로 과거 ‘바람의나라’, ‘리니지’ 등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키에이지 워의 원작인 아키에이지도 높은 자율성 등으로 출시 당시 큰 주목을 받았던 게임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020년 엑스엘게임즈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킨바 있다.아울러 엑스엘게임즈는 아키에이지 워 뿐만아니라, 아키에이지 정식 후속작인 ‘아키에이지2’도 준비 중이다. 올해 1분기 출시 예정인 아키에이지 워와 향후 출시 예정인 아키에이지2를 통해 아키에이지 세계관을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게임업계에서는 이번 아키에이지 워가 얼마나 흥행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출시돼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오딘’의 경우, 카카오게임즈의 예상치를 넘어섰던 게임이다. 당시 오딘은 4년 넘게 모바일게임 매출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아울러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지금도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장기흥행에 성공했다.신규 IP 게임인 오딘이 흥행에 성공한 상황속에서, 기존 인기 IP를 바탕으로 한 아키에이지 워에 카카오게임즈가 거는 기대 역시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기존 원작인 아키에이지 역시 극한의 자율성을 추구하며 기존 MMORPG와는 궤를 달리 했던 작품인 만큼, 이번 신작 역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는 유저들이 많은 상황이다.게임업계 관계자는 “원작 아키에이지의 경우, 출시 당시 엄청난 주목을 받았던 게임”이라며 “다만 유저 자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운영 능력 등으로 인해 장기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신작의 경우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맡게 됐고 엑스엘게임즈도 그간의 운영을 통해 노하우를 충분히 쌓은 만큼 원작과 같은 운영 미흡 이슈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23.01.25 17:41

3분 소요
[코로나19가 낳은 음모론] 세계는 ‘코로나 피노키오’와 대립 중

산업 일반

전염병 확산할수록 가짜·비과학·작전 뉴스 득실득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이를 둘러싼 비과학적뉴스ㆍ가짜뉴스ㆍ작전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치료제를 발견했다는 뉴스들이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흔히 쓰이는 물질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는 뉴스가 줄을 잇고 있다. 과연 그럴까?4월 4일 호주 모나슈 대학 생의학연구소의 카일리 왜그스태프 박사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구충제인 이버멕틴에 노출하자 48시간 내에 유전물질이 분해돼 소멸했다는 시험관 연구 결과를 학술지인 ‘항바이러스 연구’에 발표했다. 시장은 격하게 반응했다. 이를 계기로 일부에선 주식 투자를 위해 구충제나 원료 생산업체를 찾는 소동이 벌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소멸시키는 약이 드디어 발견됐다고 판단한 것이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회의적이다. 이 뉴스가 주가를 띄우거나 연구소의 명성을 높이고 연구비를 확보하려는 ‘기획성’ ‘작전성’ 발표라는 의심이다. 이버멕틴이 아직 시험관 시험에서만 나타난 단계에서 발표했기 때문이다.이는 약물의 효능·부작용을 확인해 개발로 가는 긴 과정의 첫 단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긴 검증 과정에서 어떤 독성이나 부작용으로 걸러질지 모르는 일이다. 한 마디로 의약품 개발과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전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희망 고문만 한 셈으로 볼 수 있다.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약물 개발은 기본적으로 5단계를 거친다. 1단계가 ‘발견과 개발’ 단계다. 우선 수많은 화학물질에서 후보 물질을 선택하고 이를 ‘실험실 실험(In Vitro Test)’를 통해 확인한다. 1단계에서 어느 정도 효능을 나타낸 물질은 2단계인 ‘사전 임상 연구’로 넘어간다. 여기에선 동물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독성과 대사, 생물학적 이용률 등을 조사해 안전성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정보를 바탕으로 필요한 경우 후보 물질의 분자구조를 바꿔 안정성을 높이거나 부작용을 줄이는 ‘분자 디자인’작업을 거친다. 분자 디자인 작업을 거친 화합물은 다시 실험실 실험으로 넘어가 효능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2단계 동물 실험에서 검증을 통과한 후보 물질은 비로소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임상시험은 1상·2상·3상의 3단계로 이뤄지며 한 단계를 통과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1상은 인체 독성이 있는지를 살피는 과정이다. 동물실험에서는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어도 인체에서는 독성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효과가 있어도 인간에게 독성이 있다면 의약품으로 허가 날 수가 없다. 생명과 건강을 해치는 독극물이기 때문이다.1상을 통과하면 2상으로 넘어가 대사 등 약물 역학을 보면서 기형이나 암을 유발하는지를 확인한다. 태아의 기형을 유발하거나 투여 받은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면 실격이다. 3상에선 기대효과가 기존 제품보다 나은지를 확인한다. 기존 제품보다 나은 게 없다면 허가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3상까지 통과하면 비로소 FDA 심사에 들어간다. FDA는 허가를 위한 수많은 항목을 꼼꼼하게 심사한다. 시장에 출시된 뒤에도 FDA는 계속 부작용을 모니터링 하면서 안전성을 살핀다. ━ 검증 없는 약물 효과 앞세워 이윤 노리는 작전뉴스 이버멕틴은 이제 이 기나긴 검증 단계에서 겨우 시험관 시험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것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새로운 치료제로 인정받으려면 갈 길이 멀다. 임상시험에 가기 전까지 최소한 1년6개월 정도의 동물실험 과정이 필요하다. 더욱 문제는 이버멕틴이 시험관 실험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파괴했는지를 전혀 밝히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깜깜이 실험 결과로는 신약 개발 과정에 들어갈지를 결정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이다.기존에 에볼라 치료제로 사용되던 항바이러스 약물 렘데시비르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적응증에 추가하는 경우는 이 과정이 조금 단축될 수 있다. 이전에 에볼라 치료제로 허가를 받을 당시 1·2상을 거쳤기 때문에 곧바로 3상에 들어갔다. 현재 임상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올해 안에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 백신도 임상 실험에 들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이제 겨우 1상에 들어가 건강한 자원자를 대상으로 독성을 확인하는 단계일 뿐이다. 임상 시험 1~3상을 마치는 데도 1년에서 1년 6개월이 걸린다. 그것도 중간에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다. 이버멕틴 시험관 실험 뉴스를 듣고 아무래도 ‘작전뉴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미국에서 말리리아 예방·치료제로 승인된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을 둘러싼 소동도 비슷하다. 65년 전인 1955년 승인돼 플라케닐(Plaquenil)이라는 상품명으로 시판 중인 이 약은 류머티스 관절염 등에도 사용된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실험적 치료제로 연구 중이다. 하지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약을 코로나19에 바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문가들과 충돌했다.이 약 역시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지도 아직 확인하지 않은 상태다. 말라리아 약으로 쓰는 것은 확실히 효능이 있고,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증명됐다. 이 때문에 늪이 많은 지대에 살거나 그런 지역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복용해 2017년 미국에서 500만 건이 넘는 처방전이 발행됐다.그러나 말라리아 약으로 쓸 때와 코로나19로 사용할 때는 용량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 용량에서 새로운 독성이나 부작용, 기형 유발성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구토, 두통, 시력 변화, 근육 약화 등의 일반적인 부작용과 함께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보고되고 있다. 이런 확인 없이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이 약을 투입했다가 대량 실명이나 알레르기로 인한 생명 위협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약이 독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결과적으로 트럼프는 이러한 과학적·의학적 과정을 제대로 모르고 고집을 피우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말라리아 약의 품절되는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으며, 인도는 말라리아 약의 수출을 금지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검증되지 않은 뉴스의 발신지로서 국민을 희망고문하는 주인공이 됐다. ━ 인종차별·국가대립 부추기는 가짜 뉴스 일파만파 치료제를 둘러싼 논쟁과 함께 코로나19를 둘러싼 다양한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소셜미디어는 물론 일부 주류 언론을 통해 바이러스만큼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19의 기원을 둘러싼 주장들이다. 초기에 나타난 대표적인 가짜 뉴스로 ‘생물학전 무기’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코로나19가 중국 밖으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함께 번져나갔다.이는 중국 여성이 박쥐 수프를 먹고 있는 비디오가 소설 미디어에 퍼지다 급기야 주류 매체에도 등장하면서 신종 코로나가 야생동물 식용 습관에서 비롯했다는 억측으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국영 국제방송인 RT와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인 데일리 메일이 다루면서 전 세계에 퍼졌다. 하지만 중국의 유명 블로거인 이 여성이 박쥐 수프를 먹는 이 장면은 사실은 2016년 인도네시아에서 촬영된 것이다. 다만 일부 과학자들은 박쥐가 새로운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될 수 있으며 동물 숙주에서 인간에게 옮았다고 믿는다.하지만 박쥐 식용은 중국인의 식습관이 새로운 질환의 유행을 가져왔다는 인종차별적인 편견을 불러왔다고 중동 위성 뉴스채널인 알자지라는 지적했다. 실제와는 무관하게 중국인은 지저분하며 이상한 것을 먹는다는 고정관념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더욱 문제는 이런 정보를 접한 사람들이 자신은 그런 것을 먹지 않으니 안전할 것이라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착각은 방심을 낳고 방심을 대규모 전염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여기에 더해 중국 국적자나 중국계는 물론 서양인이 외모만 보고 중국인과 구분할 수 없는 아시아인 전반에 대한 차별과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우크라이나에선 코로나19가 창궐하기도 전에 차별과 공격의 가능성에 불안해하던 중국인들이 집단으로 귀국하기도 했다.일부 국가에선 주류 언론이 대놓고 음모론을 퍼뜨리기도 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월 2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일간지 알와탄(고국)의 보도가 대표적이다. 2000년 사우디 서남부에서 창간돼 15만 부를 찍는 이 신문은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이집트 카이로, 요르단 암만에서도 인쇄돼 배포되고 있는 범아랍권 민영 매체다. 이 신문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 서방 제약사들이 백신을 팔아 이익을 얻으려고 퍼뜨린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당시까지 코로나19 무풍지대였으며 3월 2일 첫 확진자가, 3월 24일 첫 사망자가 각각 나왔다.시리아의 관영지인 알타우라(혁명)는 2월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벌이는 경제전·심리전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1963년 창간된 이 신문은 주로 정부의 정책과 입장을 소개해왔다. 러시아의 관영 페르비카날의 뉴스 앵커는 2월 5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주범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그 근거로 코로나라는 단어가 트럼프가 사회를 봤던 미인대회에서 수여하던 왕관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치인·미디어도 근거 없는 음모론 제기에 앞장 미국에서는 우익 성향 매체들이 음모론 확산에 앞장섰다. 워싱턴타임스는 1월 24일자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의 비밀 생물학적 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실험실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공화당 소속 아칸소주 연방상원의원인 톰코튼은 1월 28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한의 실험실에서 누출됐다며 같은 주장을 했다. 그는 2019년 미국 의회에서 처음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을 경고한 인물이다. 올해 1월 28일 트럼프 행정부에 중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상업 항공편의 중지를 주장했으며, 트럼프는 중국에서 오는 대부분의 항공편을 중단시켰다. 그는 2월 17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선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누출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고백했지만, 3월 이후에도 중국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코튼 상원의원은 하버드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법대를 마친 변호사로, 미 육군에 입대해 보병부대와 공수부대에서 보병장교로 근무한 뒤 대위로 전역한 엘리트다. 2014년 중간선거에서 37세의 나이로 연방상원의원에 당선한 정치인이다. 인류는 그런 정치인이 ‘아니면 말고’ 식의 코로나 바이러스 음모론을 거침없이 입에 담는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런 음모론과 잘못된 정보의 대대적인 확산을 표현하기 위해 정보(Information)와 대유행(Epidemic)을 합쳐 인포데믹(infodemic)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유튜브는 이용자들에게 WHO 같은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정보만 믿으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미국 메사추세츠 앰허스트대의 글로벌 디지털 미디어 담당 교수인 조내선 옹은 “우리는 과거 사스나 신종 플루이 유행하던 당시와는 사뭇 다른 환경을 경험하고 있다”며 “보건의료 관련 가짜 뉴스가 온라인에 범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류는 지금 바이러스와 가짜 뉴스라는 2개의 적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다.영국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으로 하원 국방위원장인 토비아스 엘우드는 2월 29일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신종 코로나와 관련한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우한 생물학연구소의 역할은 무엇인가”라고 공개 질의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월 31일 “인도의 소셜 미디어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정부 지원으로 생물학적 무기로 만들어졌다가 유출된 것’이라는 내용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을 살해하는 내용의 가짜 비디오도 인도에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월 25일 필립 리커 미국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를 인용해 러시아가 가짜 뉴스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리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계정 수천 개를 이용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중국과 경제전쟁을 벌이기 위해 생물학적 무기로 개발한 것’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 과학자들 나서서 “정보 부족으로 생긴 편견” 반박 미국의 국제관계 전문지인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2월호에서 “러시아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만든 것이라는 소문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러시아 국방부가 지원하는 매체인 즈베즈다는 ‘코로나 바이러스: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생물학 무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러시아의 극우정치인인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는 모스크바의 라디오에 출연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은 미국 국방부와 제약회사들의 실시한 실험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EU의 보고서는 러시아가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이런 근거 없는 뉴스를 최소 80차례 시도했다고 지적했다.러시아 국영 인터넷·라디오 뉴스 플랫폼인 스푸트니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다양한 음모론을 양산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발트해 국가 라트비아에서 만들어졌으며 중국 공산당이 홍콩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사용했다는 뉴스가 대표적이다. 라트비아는 옛 소련에서 분리돼 지금은 서방 군사 동맹인 나토 회원국으로 러시아에는 눈엣가시다. 스푸트니크는 이 바이러스가 유럽에서 가장 노인인구 비중이 높은 이탈리아에서 노인 숫자를 줄이기 위해 도입했다느니, 프랑스가 반정부 시위대인 ‘노란 조끼’를 대상으로 쓰기 위해 도입했다는 등 근거 없는 뉴스를 쏟아냈다.이란도 못지않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3월 9일 유엔에 보낸 서한에서 “이 돌연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며 “(미국이) 정치적 경제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개발한 생물전 무기”라고 주장했다.코로나19를 둘러싼 황당한 주장에 대해 국제기구와 학자들은 잇따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이런 주장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를 방해한다”며 “우리는 바이러스뿐 아니라 음모론과 잘못된 정보와도 싸우고 있다”고 유행 초기인 2월 8일 말했다. 하지만 중국에 치우쳤다는 비판 속에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WHO의 호소가 제대로 먹힐지는 의문이다.그래서인지 과학자들이 나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공 합성됐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호주·말레이시아를 비롯한 8개국의 과학자 27명은 2월 19일 공개 서한을 발표하고 “이 바이러스에 대항해 전 세계가 협력하는 것을 방해하는 공포, 헛소문, 그리고 편견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과학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마리나 주버트는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고 과학자들도 제대로 답을 할 수가 없어 이런 억측이 발생한다”로 알자지라에 지적했다.미국 이스트 캘리포니아대의 안드레아 키타 교수는 “코로나19를 둘러싼 음모론은 과거 전염병 유행 당시 퍼졌던 것과 경향이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키타 교수는 “과거 에이즈나 신종 플루가 유행하던 당시에도 바이러스가 생물공학적으로 합성된 것이라든지, 음식물이나 위생 습관과 관련된 것이라는 등의 음모론이 나돌았다”며 “사람들은 의료와 방역 요원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과 중국과 이탈리아 도시들이 이동금지령 속에 텅 빈 장면을 보고 공포와 불안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과 공허함이 비과학적인 뉴스, 가짜 뉴스의 근원이라는 이야기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 기자 ciimccp@joongang.co.kr※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0.04.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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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활동은 노년기의 건강과 활력을 상징 … 배우자나 의료진과 성에 관해 솔직하게 대화함으로써 욕구 증진시킬 수 있어 인간은 성적인 존재다. 성적 욕구는 60세, 아니 90세가 되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젊을 때는 노인이 되면 섹스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성적 활동은 노년기의 건강과 활력을 상징한다. 실제로 성적 활동은 계단을 한번에 두 개씩 뛰어 올라가는 것과 비슷하다.일반적으로 성교육과 연구는 주로 임신과 성병, 성기능 장애에 초점을 맞추는 성적 건강의 의학적 모델을 사용한다. 그러나 섹스란 매우 복잡한 개념이다. 성기와 체위를 넘어 성적 정체성, 관능성, 성적 반응, 친밀성, 성을 대하는 긍정적·부정적 방식 등이 포괄적으로 작용한다.우리는 건강하거나 질병을 앓는 노인의 성생활을 연구했다. 그 결과 성기능 장애가 있거나 다른 질병을 앓는 상황과 상관없이 의료진에게 성적 문제를 자주 상담하는 노인이 성적으로 활발할 가능성이 더 컸다. 미국의 경우 노인 사이에서도 에이즈나 성병 감염율이 높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런 대화는 더욱 중요하다.중년이 넘어가면 생물학적·심리적·인지적·사회경제적·종교적·사회적인 요인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우리의 역할과 책임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세월의 흐름에 따른 신체적·인지적 건강의 변화는 분석적 사고와 운동성, 의료에서 상당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또 우리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일자리만이 아니라 사회적·가족적 역할과 책임에서도 변화를 겪는다. 퇴직하고 은퇴 생활을 하거나, 자녀가 성장해 독립하거나, 자녀를 돌보다가 이젠 고령의 부모나 배우자를 돌보게 되는 변화가 그런 예다.이런 변화에 따라 우리의 성적 욕구와 표현, 파트너와 갖는 성적 활동 빈도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나이가 들수록 성적 기능과 활동이 감소할 수 있다. 그러나 친밀한 관계에 관심을 보이는 파트너와 이런 문제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친밀한 느낌과 욕구가 증가하고 성적 활동을 자극할 수 있다.사회적 지원과 활동의 변화에 따라 섹스와 친밀함의 기회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파트너가 사망하거나 떠나갈 수 있다. 또 노인 시설로 옮긴 뒤 새로운 파트너를 만날 수도 있다. 65세 이상 중 3분의 1 이상은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기술을 사용한다. 이런 도구가 성적인 보조 수단과 파트너에 대한 접근성을 용이하게 해줌으로써 그들의 성적 관심과 활동이 증가할 수 있다.노화와 성행위에 관련된 오해와 근거 없는 오명이 가족·친구·의료진과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노인의 능력을 저해한다. 그런 잘못된 정보는 성교육과 의료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노인의 성적 권리를 제한한다.첫 번째의 허구적인 믿음은 노인이 되면 젊은이와 달리 성적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80세 노인이 18세처럼 매력적이진 않다고 해도 동년배에겐 호감을 살 수 있다. 더 중요한 점은 그런 노인이 자신의 젊은 시절보다 성적으로 더 매력적이고 자신감 있게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두 번째의 잘못된 믿음은 노인이 성적 활동에 관심도 욕구도 없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조사는 성적인 관심과 욕구, 행동이 인생의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실제로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57세 이상인 여성 중 80% 이상은 섹스에 관심을 표명했지만 섹스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3분의 2에 못 미쳤고 지난해에 섹스를 했다고 답변한 여성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노인 사이의 보편적인 현상은 결코 아니다. 최근의 다른 조사에 따르면 75~85세의 남성 중 39%와 여성 중 17%는 성적으로 활발하다.또 다른 낭설은 노인이 의학적으로 허약하기 때문에 성적 활동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여러 측면에서 사실이 아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건강한 노인이 섹스를 즐길 가능성이 더 크다. 만성 질환을 앓는 경우에도 성적인 금욕이 기정 사실이 아니다. 예를 들어 2012년 미국 심장협회가 발표한 보고서는 특정 심혈관계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성적 활동과 관련해 금욕보다는 의사와 함께 성행위의 위험을 신중히 평가하고 질병을 관리할 것을 권장한다.심장병이나 당뇨 같은 흔한 질병과 성기능의 치료 관련 효과 사이에 상관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그러나 노인과 의료진은 일상적인 진료에서 성적인 문제를 논의하지 않는다. 그 결과 노인은 성의학의 새로운 치료제와 처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당하기 쉽다. 그런 현실이 그들의 정신과 신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더 큰 문제는 의료진 사이의 노인 차별적인 태도다. 그런 차별이 노인 환자의 성교육과 새로운 기준 적용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그에 따라 노인이 되면 성적 활동에 관심이 없거나 욕구가 떨어져 섹스에서 멀어진다고 믿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다.섹스는 육체 행위가 전부는 아니다. 기존의 연구 대부분은 예측 변수나 결과를 성적 활동과 성행위에 초점을 맞췄지만 대다수 노인은 교제와 친밀함을 갈구한다. 손을 잡는다거나 포옹한다거나 마사지를 해주는 것 등 성행위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친밀한 활동은 성행위만큼 연구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활동이 서로 간의 친밀함을 증진할 수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많다. 노인의 성적 활동에서 비롯되는 신체적·정신적 건강 효과에 관한 연구는 추가적인 혜택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인지력 감퇴나 외로움·우울증이 줄어들 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상태, 신체 기능 등 삶의 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최근의 여러 연구는 또 성적으로 활발한 노인이 의료진에 자신의 욕구와 관심을 전달하고 해결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준 높은 성건강 돌봄을 제공하려면 노인 환자의 성건강 이력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성별과 성적 정체성, 성에 관한 지식·관행과 관련된 직접적이고 긍정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그런 논의는 성병에 걸릴 수 있는 위험한 행위, 신체적·인지적·심리적 노화가 성적 건강과 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이해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노인의 성건강과 성웰빙을 유지하거나 증진하려면 의료진은 환자와의 협력을 위한 안전하고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또 임상 사회복지사와 섹스 치료사, 신체 치료사 등에 필요한 데이터와 참고 사항을 전달해야 한다.- 헤더 오노레 골츠, 매튜 리 스미스※ ━ “배려심 없는 사랑이 관계 망친다” - 미국 데이트 알선 업체 매치의 조사 결과, 보살피는 마음과 열의·숙련된 키스·오르가슴이 필수 ‘형편없는’ 섹스가 몇 차례나 돼야 커플 사이에서 문제가 될까? 미국의 독신자들에 따르면 두어 차례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의 데이트 알선 업체 매치는 올해 데이팅의 현황을 살펴본 연례 ‘미국의 독신자들’ 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한 차례의 형편없는 섹스 후엔 잠재적인 파트너에게 기꺼이 기회를 주지만 오래는 봐주지 않는다. 응답자 5000명 중 약 52%는 형편없는 섹스가 두어 차례 계속되면 관계가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데이트하는 사람의 14%는 한 차례의 그런 섹스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렇다면 ‘멋진’ 섹스란 어떤 것을 말할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려하고 보살피는 마음과 열의, 순조로운 의사소통과 숙련된 키스, 오르가슴이 포함된다. 반면 너무 말이 많고 열정이 없으며 행위 도중 파트너의 움직임이 거의 없으면 남성과 여성 모두 ‘형편없는’ 섹스라고 말했다. 남성의 경우 불을 끄지 않고 ‘사랑해’라는 말을 듣지 못해도 분위기를 망친다고 생각한다. 여성은 성의 없는 키스와 충분한 전희가 없는 경우 섹스에 흥미를 잃는다. 조사에 따르면 최고의 섹스를 경험하는 나이는 여성이 66세, 남성이 64세다.물론 이기적인 파트너를 만날 수도 있지만 대다수 독신자는 상대방을 즐겁게 해주려고 애쓴다. 응답자의 약 80%는 파트너가 오르가슴을 느끼는지에 신경 쓴다고 말했다. 데이트하는 사람은 모두 알듯이 대다수 독신자는 육체적 관계를 가져도 서로에게 헌신하는 관계는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 중 일부는 그런 부담 없는 관계를 위해 규칙을 만들기도 한다. 응답자의 92%에 따르면 가장 중요한 규칙은 피임이다. 또 67%는 그런 친구가 한 명만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했고, 62%는 그런 관계를 비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물론 이 조사는 미국의 독신자가 섹스와 데이팅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일부만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침실 테크닉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연구가 많다. 지난해 연구자들은 이성애자 남성은 거의 언제나 오르가슴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5만 명 이상이 참가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약 95%는 언제나 오르가슴을 느끼지만 여성의 경우는 행위 중 평균 65% 정도에서만 성적 흥분의 절정을 경험한다. 이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여성 오르가슴의 열쇠는 미디어가 말하는 ‘골든 트리오’로 요약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깊은 키스, 손으로 성기 자극하기, 질 삽입만이 아니라 오럴 섹스까지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중요한 초기 데이트에서 남성이 명심해야 할 점인 듯하다.- 멜리사 매튜스 뉴스위크 기자

2018.12.31 11:17

6분 소요
[이필재가 만난 사람(14)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상생해야 본사도 살아

전문가 칼럼

가맹점 인테리어로 마진 올리지 않아...“취업 준비 때처럼 치열하게 창업 고민해야” “프랜차이즈 식당 가맹점이 이른바 골목식당보다 훨씬 많이 망합니다. 잘되는 프랜차이즈 식당만 눈에 들어와 사람들이 잘 몰라요. 악덕 프랜차이즈 본사야 규제와 단속을 해야겠지만 잘하는 데를 왜 규제합니까? 건전한 프랜차이즈 식당은 오히려 육성해야 합니다.”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프랜차이즈 본사에 가맹점을 줄이라고 하는데 대형 프랜차이즈의 가맹점주도 따지고 보면 똑같은 식당 주인이고 자영업 하는 개인”이라고 말했다. “음식을 만든 경험도, 조리 노하우도 없는 사람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차리면 점주가 될 수 있습니다. 창업의 꿈을 이루는 거죠.”포털에 기업인 및 요리연구가라고 소개돼 있습니다. 어느 쪽에 더 애착을 느끼나요?“저는 우리나라 외식문화가 발전했으면 하는 외식 기업인입니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 보려 식당을 차렸는데, 가성비가 높다는 칭찬을 듣다 보니 좋은 방향으로 사람이 변해 외식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죠. 앞으로도 시대를 앞서가는 새로운 외식 브랜드를 론칭하려 합니다.”백 대표에 대해, 미식가를 위한 요리가 아니라 합리적 가격의 음식 또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그럴 듯한 요리를 즐기게 하려는 게 목적인 거 같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백종원 브랜드의 음식은 값은 저렴하지만 맛은 뛰어나지 않다는 인식도 있는 거 같습니다. 어떤 브랜드 매장은 대놓고 ‘키치’적인 컨셉트를 구사하는 거 같고요. ‘B급’ 내지는 ‘싼마이’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나요?“B급이 아니라 서로 시장이 다른 거죠. 가격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니까 식당을 레벨로 구분하는 거예요. 편의점(음식), 프랜차이즈 식당, 혼을 담은 개인 식당, 음식을 즐기는 게 목적인 3~4대 가업형 식당으로 범주화할 때 사람들이 이들 식당을 이용하는 목적이 달라요. 고액 연봉자도 때로는 편의점 음식을 찾고,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도 2만원짜리 곰탕집에 갈 때가 있습니다. 가격 말고 음식이 제공되는 속도를 기준으로 식당을 구분할 수도 있고요.”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한 정평 있는 식당을 해볼 생각도 하나요?“그런 꿈도 있지만 스스로 절제합니다. 저까지 그런 식당을 할 필요는 없어요. 아니 저는 하면 안 됩니다. 저는 다른 역할이 있고, 프랜차이즈 식당을 돈을 벌기 위해서만 하는 것도 아니에요. 단적으로 저희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외식비의 ‘저점’을 잡아줘야 합니다. 마지노선이라고 할까요? 우리가 올리면 덩달아 올리기에 나름의 사명감도 있어요.”그는 우리나라 외식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인식을 수긍하지 않는다.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이 많은 데도 아침 식사 시장이 커지지 않는 건 외식 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음식값이 천편일률적이고,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외식 비용은 우리나라가 미국·일본보다도 높아요. 김치찌개 집을 차리면 점주가 원가를 계산해 보지 않고 인근 김치찌개 집에 맞추는 식이죠. 결국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큽니다. 음식값을 내리면 외식 시장이라는 파이를 훨씬 더 키울 수 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밖에 나가 3000원 선에 해결, 외식 비용이 줄어들면 아파트의 구조도 바뀔 것으로 내다본다. “주방의 크기는 간편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을 정도면 되고 냉장고도 지금처럼 클 필요 없어요. 자연히 다른 생활 공간이 넓어지겠죠.”백 대표는 1992년 외식 업계에 진입했다. 대패삼겹살을 선보인 백종원의 원조 쌈밥집을 시작으로 본가·홍콩반점·새마을식당·빽다방 등 11개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가맹점 수는 전국적으로 1400개에 이르고 일본·중국·미국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741억원. ‘성공한 백 대표’에 대해 요식 업계를 장악해 나간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이런 시선을 떠나, 원론적으로 요식업도 생태계의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진행 중인 TV 프로그램 을 통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건 이런 시선도 의식해서인가요?“그런 시선은 의식하지 않습니다. 시선이라기보다 시샘인지도 몰라요. 가격, 서비스 속도 등 여러 면에서 외식 선택의 폭이 더 넓어져야 한다는 생각은 합니다. 생태계가 다양성을 띠려면 무엇보다 외식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먹고살기 힘든데 식당이나 해 볼까’라는 사람들 말고 이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어와야죠. 사람들에게 음식 만들어 먹이는 걸 좋아하든지, 먹는 걸 좋아하든지 하다못해 홀에서 사람 만나는 거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식당을 차려야 돼요. 돈 버는 게 목적이다 보니 식당이 잘 안 되는 거예요. 음식 장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치관이 다릅니다. 많은 사람이 내가 만든 음식을 먹어준다면 돈을 덜 벌어도 좋은 사람들이죠. 그런 사람들이 해야 단 하나의 음식으로 승부를 보려는 식당도 생깁니다.”우리 외식 문화의 문제가 뭐라고 보나요?“음식을 만들거나 서빙 하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존중해 줘야 합니다. 돈이 안 벌리는 것보다 함부로 대하거나 엉뚱한 불평을 하는 손님들 때문에 식당을 접는 사례가 적지 않아요. 특히 젊은이들이 그래요. 외식업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수익이 날 때까지 이들이 나름의 역량을 식당에 쏟을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외식업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높아져야 합니다. 외식문화 발전의 출발점이죠. 말하자면 소비자도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그는 이렇게 역량을 키운 외식업 인재들이 해외로 나가는 게 진정한 한식 세계화라고 주장했다. “저희 회사처럼, 해외로 나가 교민사회가 아니라 현지인을 상대로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그는 방송을 할 때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보여주는 건 외식업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는 노림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자장면이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음식점에서 좀 늦게 나온다고 소리를 지르지 않게 되죠. ‘집밥 백선생’ 같은 데서 한 번 해먹고 버려지는 식재료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식당 가서 사 먹는 게 비싼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그 숱한 아이디어와 따뜻한 감성의 원천이 뭔가요?“소비자의 니즈에 맞추려는 자세죠. 홍콩반점을 론칭했을 때 자장면 없이 짬뽕만 팔았고 메뉴에 탕수육은 있었지만 깐풍기는 없었어요. ‘자장면을 먹어야 하나, 짬뽕을 먹어야 하나’라는 손님들의 고민을 덜어준 거죠. ‘음식 값이 꼭 이렇게 비싸야 하나’라는 생각에 가격은 낮췄고요. 프랜차이즈이다 보니 지역 실정에 맞춰 결국 자장면을 팔게 됐지만 단독 매장이라면 지금도 짬뽕만 팔 겁니다.”맛에 관한 철학이 뭡니까?“맛은 미각으로만 느끼는 게 아닙니다. 미각의 비중은 30%에 불과하죠. 나머지는 시각 등 다른 감각을 통해 맛봅니다. 정갈하거나 때로는 허름한 식당 내부, 친절한 서비스, 손님의 수 같은 것들이죠. 어떤 식당은 손님에게 되레 비키라고 툭 건드리는 아줌마가 입맛을 돋우기도 해요. 이런 맛을 메뉴와 잘 조합하는 게 브랜딩의 기술이죠.”맛을 내는 백 대표만의 노하우가 뭔가요?“어느 프랜차이즈나 최종 목표는 가맹점 간 맛과 서비스의 격차를 줄이는 겁니다. 된장찌개 맛을 균일하게 만들려 된장·고춧가루·마늘 등으로 양념 믹스를 만들고, 파와 호박을 썰어 담아 놓은 봉지에서 계량컵으로 퍼 찌개에 넣게 하는 식이죠. 맛보다 서비스 격차를 줄이는 게 더 힘든데, 지속적으로 점주 교육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그의 집안은 대대로 사학재단을 운영했다. 그도 현재 예산고 이사장을 맡고 있다. 외식업에 진입할 때는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 그래서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외식업에 올인하기 전 그는 수입 건축자재로 집을 짓는 목조주택 사업을 했었다. 한때 잘됐었지만 외환위기 당시 환율이 급등해 말아먹었다. 환율은 불가항력적인 외생변수였다. “주택사업이 잘될 때도 어째 겉도는 거 같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았어요.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죠.” 외식 사업을 벌인 후에도 잘 안 되는 브랜드가 있었다. 그러나 론칭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70~80%가 시장에 안착했다. 경쟁자에 비해 뚜렷하게 큰 성과였다.평소 식당 주인들에게 가르치는 것들 중 정작 본인은 하지 않는 것이 있나요?“거의 없습니다. 훈수를 뒀으면 저도 실천해야죠.”백종원의 프랜차이즈 식당은 가맹점 인테리어로는 마진을 올리지 않는다. 가맹점에 공급하는 식자재·소스의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식자재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공급처와 장기 계약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가맹점 수를 유지해야 하고, 가맹점이 문 닫지 않게 하려면 가맹점을 살려야죠.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의 상생이 본사도 사는 길입니다.”인생 2막에 식당을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주고 싶나요?“인생 1막 시절에 취업 준비를 얼마나 열심히들 했습니까? 그런데 외식업 창업은 왜 그렇게 쉽게들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2막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런 준비 없이, 자신의 적성도 안 따지고 ‘치킨집이나 해 볼까’라고 시작하니 실패하는 겁니다. 치킨집 창업이 얼마나 실패 확률이 높은지는 30분만 따져 봐도 알 수 있어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고를 때도 공부하고, 조사도 해 봐야죠. 등 떠밀려 시작하는 식당 창업은 말이 안 되고 성공 확률도 낮을 수밖에 없어요.”백 대표는 지난해 SBS 연예대상 공로상을 받았다. 그 전 해엔 특별상을 탔다. 공중파 TV에서 을 진행 중이고, 등의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등 11권의 음식 만들기 책을 냈다.연예인 뺨치는 높은 인기가 삶의 활력소가 되나요? 대중의 높은 기대치로 압박감을 느낄 때도 있나요?“압박감 같은 건 없어요. 말을 조심해야 하고, 먹으러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잘 못 다녀 부담은 좀 있죠. 방송을 한 덕에 시야는 넓어졌습니다. 회사는 커졌지만, 어느 면에서는 돈을 벌어들여야 하는 기업의 목표와는 어긋나는 방향으로 왔고요.”만일 ‘백종원의 인생 사용설명서‘랄까 레시피 같은 게 있다면, 거기에 뭐라고 적혀 있을까요?“입 밖에 낸 말은 책임을 지려 나름 노력합니다. 방송에 나가 떠든 말도 뱉었으면 그대로 살아야죠. 그러다 보면 좋은 방향으로 가게 되겠죠.”

2018.11.25 17:39

7분 소요
[CES 2018 수놓은 6가지 미래 기술] TV화면 돌돌 말고 강아지 로봇이 재롱 부리고

IT 일반

일상 바꾸는 스마트시티·블록체인도 집중 조명 … 예년 대비 발전과 진화 거듭해 1월 9~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올해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도 주목할 만한 미래 기술이 쏟아졌다. 크게 여섯 갈래로 요약된다. 주최 측이 행사 주제로 선정할 만큼 공을 들인 스마트시티 분야에선 실시간으로 자연재해 가능성을 알려주고 기후를 측정해주는 기술이 등장했다. ‘가전의 꽃’ TV에선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신기술로 격돌했다.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과는 또 다른 혼합현실(MR)도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모았다.수년째 CES 무대에 오른 자율주행차량 기술 역시 화제였다. 국내외 기업이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였다. 로봇은 이번 CES에서도 진화했다. 강아지를 닮은 서비스 로봇 등이 가족 단위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계적으로 뜨거운 감자인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도 이번 CES를 장식했다.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반의 새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공개하면서다. CES에서 블록체인이 핵심 주인공 중 하나로 떠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1. 스마트시티 - 홍수도 공기 질도 실내에서 확인 2020년 여름, 미국 플로리다주 남부의 한 소도시. 며칠 전 인근에 몰아쳤던 기록적인 허리케인의 여파 때문인지 도시의 강물이 예사롭지 않다. 지방자치단체 연구원들은 당황하지 않고 실내에서 모니터만 주시했다. 곧바로 궁금증이 풀렸다. ‘오전 8시 35분 현재 가까운 강물의 수위는 몇m, 다른 수역 수위는 몇m…. 홍수가 임박했으니 조치가 필요합니다.’ 시민들에게는 자동으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갔다. 대피 장소 마련까지 일사천리 진행된 끝에 홍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CES 2018에서 독일 업체 보쉬가 선보인 디지털 홍수 모니터링 시스템이 바꿀 미래 모습이다. 보쉬는 독일 소도시 루트비히스부르크 인근 네카어강에서 이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시스템은 보쉬의 IoT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전송, 수위의 임계값이 넘어가면 지역 주민들에게 실시간 문자 메시지로 경보를 발령해준다. 홍수가 잦은 인도와 남미 등지의 지자체들이 이 시스템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이번 CES에서 보쉬는 ‘클리모(Climo)’라는 기후 모니터링 시스템도 선보였다. 이산화탄소·질소산화물·온도·상대적 습도 등 공기 질을 좌우하는 12가지 주요 변수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기존 시스템과 비교해 100분의 1 크기, 가격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두 시스템 모두 스마트시티 기술의 일종이다. 스마트시티는 도시의 모든 요소를 IoT로 연결,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미래 도시를 뜻한다. 스테판 하르퉁보쉬 부회장은 “2020년까지 세계적으로 화재·도난 경보기, 전기 계량기와 가전 등 약 200억대의 기기가 서로 연결될 것”이라며 “보쉬 전자 제품을 2020년까지 웹에서 100%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보쉬 측은 글로벌 스마트시티 시장이 해마다 19%씩 성장해 2020년 8000억 달러(약 858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보쉬 외에도 CES 2018에 참가한 기업들은 스마트폰으로 가능했던 인류의 성취가 스마트홈으로, 나아가 스마트시티로 뻗어나가게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나날이 발전 중인 IoT 기술의 연결성을 통해서다. 미국 아마존·페이스북·포드, 중국 화웨이 등도 CES에서 그간 갈고 닦은 스마트시티 기술을 뽐냈다. CES를 개최한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의 개리 샤피로 회장은 “2020년까지 세계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비용만 353억5000만 달러(약 38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 2. TV-마이크로 LED와 롤러블 OLED의 대결 세계 TV시장을 석권한 한국의 맞수 대결이 또 한 번 펼쳐졌다. 삼성전자는 신무기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을 적용해 만든 세계 최초 모듈러 TV ‘더 월’ 146인치 모델을 CES 2018에서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낙점한 마이크로 LED는 칩 크기가 10~100마이크로미터(μm)에 불과한 초소형 LED다. 더 월은 이 소재를 탑재해 광원(백라이트)와 컬러필터 없이도 소재의 자발광, 즉 직접 빛을 발하는 특성만으로 화면을 구현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마이크로 LED 소재 적용시 기존 화면보다 밝기와 명암비, 색의 재현 등 거의 모든 화질 영역에서 탁월해지고 시야각도 개선된다”며 “광원 수명과 소비 전력 등 내구성·효율성 측면에서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에 비해 앞선다”고 설명했다. 또 모듈러 방식으로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제품의 스크린 사이즈나 형태를 자유롭게 조립할 수 있다. 가전 업계는 최근 세계 시장에서 LG전자를 필두로 한 OLED TV 진영에 밀렸던 삼성전자가 마이크로 LED로 명예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마이크로 LED 시장은 지난해 2억5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54.7% 성장해 2025년 199억2000만 달러(약 21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경쟁자인 LG 측은 이에 맞서 LG디스플레이가 신무기를 내세웠다. 세계 최초 65인치 초고화질(UHD) ‘롤러블(rollable) 디스플레이’다. 이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3840*2160 화소의 초고해상도 화면을 두루마리처럼 돌돌 말 수 있도록 설계됐다.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을 땐 말아서 보관할 수 있어 공간을 그만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사용 목적에 따라 최적화한 화면 크기와 비율로 조정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TV에 탑재되는 대형 OLED 패널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들고 있는 기업이다.취재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양측은 두 가지 신기술을 놓고 행사 기간 치열한 장외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우리도 마이크로 LED를 개발하고 있지만 생산성과 비용 문제가 있어 상용화 시점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이크로 LED가 LED 칩을 기판에 전사하는 방식으로 제작돼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LED 칩 하나가 1원이라 해도 UHD를 구현하면 이미 25000만원을 뛰어넘어 일반적인 TV 구매자는 상상도 못할 가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신기술에 여러 한계가 있음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에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은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우리 연구소에서 2년 전 개발해 시연까지 했지만, TV 사용 측면에선 집안에서 안 보이게 하는 것보다 새 부분(강점)을 찾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개발만 하고 출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맞불을 놓았다. 결국 어느 쪽이 웃을지는 다시 소비자들에게 달렸다. ━ 3. 혼합현실(MR)-가상현실의 몰입감, 증강현실의 현실감 삼성전자의 MR 헤드셋 ‘삼성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오디세이’도 CES 2018에서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11월 국내에 이미 출시된 제품이다. MR은 VR과 AR의 장점을 합친 신기술이다. HMD 센서로 적외선을 쏴서 공간을 파악하고, 실제 환경 위에 가상의 이미지를 덧입히는 원리다. 조익환 SK텔레콤 연구원은 “AR의 현실감과 VR의 몰입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기술이 MR”이라며 “다용도로 쓸 수 있을 만큼 확장성이 좋을 것”으로 전망했다. 예컨대 대형 전시나 공연뿐 아니라 의료·교육·제조·건축 같은 전문적인 영역에서까지 활용할 수 있다.세계적으로 태동 단계인 VR이나 AR처럼 MR도 아직 콘텐트가 부족하다는 것이 보완점으로 꼽히지만, 발전 가능성은 크다는 얘기다. 마이크로소프트·델·레노버 등 많은 글로벌 기업이 최근 잇따라 MR 장비를 출시하면서 시장 선점을 노리고 나선 이유다. 다만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려면 콘텐트 다양화 외에 다른 과제도 있다. MR 헤드셋의 가격 경쟁력 확보와 함께 일상에서 무리 없이 쓸 수 있을 만큼 무게를 더 가볍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 4. 자율주행-아이디어와 가능성에서 기술 적용 단계로 CES 2018에서는 자율주행과 관련해 본격적인 개발과 생산을 위한 소프트웨어·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졌다. 완성차 업체는 이들과의 협업으로 더 실용적인 기능을 선보이는 데 주력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자율주행은 이미 지난해에도 주요 이슈로 자리잡은 키워드여서 이제는 개념적 접근이 아닌 업체별로 단계적 기술력 보여주기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지난해 이스라엘 자율주행 솔루션 업체 모빌아이를 153억 달러에 인수한 인텔은 주요 협력사와 함께 수집한 데이터를 자사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에 적용할 계획을 밝혔다.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하려면 맵 데이터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인텔 설명이다. 엔비디아는 키노트를 통해 ‘자비에’라는 이름의 통합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GPU 기반의 강력한 수퍼컴퓨터를 그래픽카드 사이즈로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자동차 업체들의 정밀한 자율주행 테스트에 직접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지원하는 등 한 단계 높은 차원을 구현했다는 평가다.완성차 업체들은 이들과의 협업을 확대하면서 자율주행을 적용한 실제 편의 기능을 선보였다. 도요타는 차세대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e-팔레트’를 세계 최초로 이번 행사에서 공개했다. 전기로 움직이는 완전 자율주행차다. 카 셰어링에서 셔틀버스, 음식 배달 등까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다. 벤츠는 AI 기술이 적용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고, 닛산은 운전자의 뇌와 차량을 연결해 운전자가 핸들을 돌리거나 페달을 밟는 것을 생각하면 차량이 이를 감지해 운전을 돕는 ‘브레인 투 비이클(Brain-to-Vehicle)’ 기술을 공개했다. 현대모비스도 자율주행 중 AI가 운전자 상태를 확인해 차량을 갓길에 멈추는 ‘DDREM’ 기술을 발표했다. ━ 5. 로봇- 반려·생활형 로봇 대거 등장 로봇은 CES 2018에서 관람객의 마음을 훔친 대표 제품군이다. 특히 가사·쇼핑·반려 등 공감·생활형 로봇들이 대거 전시돼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로봇에 AI가 접목되면서 인간과의 교감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국내 로봇 전문가인 송세경 퓨처로봇 대표는 지난 10월 열린 제18회 세계지식포럼 ‘AI, 로봇과 함께 사는 사회’ 세션에서 “이제 로봇은 사용자와 함께 있을 때의 느낌, 즉 교감이 중요하다”며 “이제 소울웨어 시대가 열렸다”고 강조한 바 있다.소니의 AI 강아지 로봇 ‘아이보’는 이번 CES에서 관람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아이보는 주인의 성격이나 집안 환경에 따라 고유의 성격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주변 환경을 탐험하기도 한다. 환경에 익숙해지고 나면 행동에 더 자신감이 붙는다는 면에서는 실제 강아지와 비슷한 점이 많다. 음악을 틀어주면 처음에는 쭈뼛거리다 흥에 겨워 춤을 추기도 한다. 현지의 소니 관계자는 “로봇과 AI에 이미지 센서 기술을 조합해 풍부한 감정 표현을 실현한 것이 아이보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프랑스 로봇 스타트업 블루프로그가 개발한 가정용 로봇 ‘버디’도 이번 CES에 새로운 버전이 발표됐다. 가족들과 대화하고 집안을 모니터링하는 게 가능하다. 음악 청취, 동영상 실행 등도 할 수 있다. 얼굴과 바퀴가 있는 AI 비서에 가깝다. 홍콩 핸슨로보틱스가 제작해 선보인 인간형 AI 로봇 ‘소피아’는 카이스트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의 보행 기술이 접목돼 움직이는 게 가능해졌다. 소피아는 구글 AI 기술이 탑재돼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대중 연설을 할 수도 있다.세계 최초로 AI를 적용한 섹스 로봇이 등장해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미국 성인 로봇 전문업체인 어비스크리에이션이 개발한 ‘하모니’다. CES에서는 부득이하게 하모니의 얼굴만 전시했지만, 일부 관람객과 현지 매체 관계자들은 직접 몸통이 연결된 하모니를 체험했다. 지난해에는 눈썹·눈꺼풀·안구·입술·턱 근육까지 움직일 수 있는 버전이었지만 이번에 공개한 하모니는 AI가 접목돼 사용자와 감성 대화가 가능하고, 얼굴 표정이나 말도 실제와 비슷하게 재현했다. 간단한 질문에 대답하거나 야한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 6. 블록체인-각종 기술산업 재편의 단초 암호화폐 광풍으로 주목받은 블록체인 기술 역시 이번 CES 행사의 중요한 트렌드로 떠올랐다. 단순히 암호화폐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다. 블록체인은 스마트폰과 네트워킹·IoT 등의 부문에서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가전·헬스케어·콘텐트 결제 서비스 등 보다 다양한 영역에 적용된다는 얘기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액센추어의 그렉 로버트 매니징 디렉터는 “블록체인이 앞으로 뛰어난 효율성과 보안성을 내세워 많은 산업 분야에 도입되고 기술산업을 재편할 것”으로 내다봤다.그동안 블록체인과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은 하드웨어 중심의 CES 무대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달랐다. CES 개최 기간에 맞춰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호텔에서 열린 공식 부대행사 ‘더 디지털 머니포럼’에서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이 주제로 다뤄졌다. 블록체인이 IoT와 융합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소니 등 대형전자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IoT 기술을 내놓을 예정이다. 블록체인으로 스마트홈 서비스를 고도화·안정화하겠다는 계산이다.이 밖에 코닥은 이번 CES에서 ‘코닥 원’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사진작가의 이미지 권한 관리를 위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웹에서 무단으로 도용된 이미지를 찾아낸다. 시스템이 자동으로 해당 웹사이트에 라이선스 구입을 권유한 다음, 이를 자체 암호화폐인 ‘코닥코인’으로 결제하도록 유도해서 이미지 저작권자에게 분배하는 내용의 프로젝트다.

2018.01.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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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로커피 열풍 조짐] 부드러운 목넘김, 커피 홀릭 사로잡은 질소커피

산업 일반

이디야, 자체개발 제품으로 대중화 첫걸음 … 스타벅스 회장 “니트로가 차세대 커피시장 주도” 이디야커피는 3월 1일부터 ‘질소커피(니트로커피·Nitro Coffee) 제품인 ‘이디야 리얼 니트로’를 전국 2000여개 가맹점에서 선보였다.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은 “니트로커피는 기존 커피의 관념을 깨는 획기적인 커피 추출 방법으로 전 세계 커피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1년 간 준비한 끝에 대중화할 수 있는 제조방식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질소커피는 콜드브루 커피에 고압의 질소와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커피다. 질소를 이용해 냉각시킨 커피를 시원한 용기에 보관했다가 탭을 이용해 생맥주처럼 뽑아낸다. 질소가 액체에 닿으면 ‘서징(surging) 효과’가 발생해 거품 폭포가 생성된다. 풍부한 거품으로 잘 알려진 기네스 맥주가 이같은 방식으로 생산된다. 맥주와 마찬가지로 서징 효과로 발생한 미세하고 고운 거품 덕분에 커피 역시 목 넘김이 좋다. ━ 풍부하고 부드러운 거품이 특징 질소 커피는 미국의 3대 스페셜티 커피 회사인 ‘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스’가 2013년 판매에 나서면서부터 주목받았다. 이어 미국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카리부커피’가 지난해 2월 판매에 돌입했다. 미국 스타벅스도 지난해 6월부터 미국 내 500개 매장에서 ‘니트로 콜드브루’ 판매를 시작해 점차 서비스 지역을 늘리고 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니트로커피를 출시하며 “음료가 탭에서 나오며 시원하고 깔끔하다는 점, 칼로리가 적다는 점에서 질소커피는 수제 맥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 세계 커피시장은 니트로 커피가 이끌어 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국내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4월 경 출시 예정이다.니트로커피의 또 다른 강점은 커피 맛의 왜곡 없이 본연의 맛을 오래도록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커피가 산소에 닿으면 산화작용에 의해 시간이 지날수록 신맛과 쓴맛이 증가한다. 반면 니트로 커피는 커피에 질소를 주입하면서 산소가 밀려나 이 같은 산화작용을 지연시킨다. 최정화 이디야커피 R&D팀 부장은 “이산화탄소를 커피에 주입하면 부드러운 거품은 낼 수 있지만 산화작용으로 인해 커피 맛이 변할 수 있다”며 “풍부한 거품을 낼 수 있는 기체로 이산화탄소가 아닌 질소를 선택한 이유”라고 말했다.이같은 장점에도 니트로커피의 대중화에는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 우선 질소 주입에 필요한 혼합가스통과 케그 등의 장비가 수백 만원에 이르는 고가다. 대용량의 케그를 매일 세척하고, 케그와 추출구를 연결하는 고무관에 끼는 커피 잔여물을 제거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때문에 일부 커피 프랜차이즈나 개인전문점에서 니트로커피를 판매해도 가격이 비싸 ‘프리미엄 커피’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높은 가격에도 국내 커피전문점 가운데 질소커피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드롭탑’의 경우 지난해 출시 5개월 만에 10만 잔을 판매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국내 커피시장의 화두는 신메뉴 개발이다. 커피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커피를 주재료로 한 메뉴가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커피 프랜차이즈가 앞다퉈 티(tea) 메뉴를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질소커피가 기존 에스프레소 음료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니트로커피가 포화상태에 이른 커피시장의 돌파구로 떠오르며 기존과 변형된 방식의 질소커피를 선보이기도 했다. 질소 대신 아산화질소로 거품을 만들어 일반 콜드브루 커피 위에 휘핑크림처럼 올리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질소산화물 중 하나인 아산화질소는 액체를 빠르게 고체화하는 특성이 있다. 커피에 직접 주입하면 기포가 많이 생기고, 쫀쫀하지 못한 거품이 만들어진다. 거품있는 커피라는 점은 같지만 니트로커피 본연의 부드러운 거품을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커피와 얼음을 블렌더에 넣고 고속으로 갈아 넣는 방법을 고안하기도 했다. 흑맥주와 비슷한 느낌을 낼 수는 있지만, 커피층과 거품이 빠르게 분리된다는 한계가 있다.변형된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디야는 지난해 4월부터 니트로커피를 매장에서 쉽게 만드는 방법 찾기에 나섰다. 본사 매장에서는 생맥주처럼 탭에서 바로 뽑아 만드는 니트로커피를 즐길 수 있지만 모든 가맹점에 고가의 기기를 공급하기는 어려운 탓이다. 이에 이디야는 질소를 소분한 캡슐을 만들어 추출 기기에 장착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캡슐 한 통을 쓰면 질소커피 두 잔을 만들 수 있다. 신동후 이디야커피 R&D팀 과장은 “기존 커피 기기만으로 만들 수 있어 작은 매장에서도 부담없이 오리지널 니트로커피를 맛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고가 장비 탓 변형된 방식 채택하기도 니트로커피에 최적화된 전용 커피 원액도 선보였다. 니트로커피 원액은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과테말라 원두를 블렌딩했다. 에티오피아 커피의 깊은 단맛을 중심으로 콜롬비아 커피로 밸런스를 잡아 폭넓은 맛과 향이 특징이다. 향과 맛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습도 및 외부 공기를 차단한 무산소 로스팅을 거쳐 고속 냉각했다.투썸플레이스는 2015년 1월 ‘포스코사거리점’을 오픈하며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으로는 처음으로 ‘니트로 콜드브루’를 선보인 바 있다. 최근에는 니트로 콜드브루 취급 매장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회사 측은 니트로 콜드브루 판매처를 현재 서울 포스코사거리점 등 직영점 6곳에서 50여 개 매장으로 늘린 후 전체 점포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6월 출시한 니트로 콜드브루 제품이 지금까지 커피군 매출 톱3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끈 결과다. 여름 성수기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다음으로 인기있는 메뉴이기도 했다.질소커피를 찾는 소비자가 늘자 일부 매장에서는 니트로커피에 우유를 넣은 ‘니트로 콜드브루 라떼’도 내놨다. 이밖에 콜드브루 원액을 그대로 얼린 얼음과 토닉워터·레몬을 넣은 ‘콜드브루 토닉’를 선보이는 등 질소커피를 활용한 메뉴를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커피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콜드브루의 열풍이 올해 니트로커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2017.03.2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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