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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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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일반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지각변동이 감지되면서 ‘빅4’ 자산운용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부터 ETF부문 수장들의 교체 움직임까지 일며 ETF 점유율 지키기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 21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69조3039억원, 점유율은 38.26%를 기록했다. 업계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 35.81%(순자산 총액 64조8769억원)과는 3%포인트(p) 이내로 좁혀진 상황이다. 삼성자산운용이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기는 했지만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두 회사의 ETF 시장 점유율 격차는 지난 2020년 3월 말 30%에 달했다. 몇 년 새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온 셈이다. 사실상 업계 1위 자리가 위태해진 삼성자산운용에서는 대대적인 수장 교체 움직임이 포착됐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대표이사와 ETF사업부문장을 모두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ETF 1위 수성’이라는 중책을 안고 삼성자산운용 신임 대표이사에 오른 인물은 전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인 김우석 부사장이다. 김우석 신임 대표는 지난해 12월 4일 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공식 취임했다. 김 대표는 삼성화재, 삼성생명을 거치며 경영관리·기획·자산운용 등을 다양하게 경험한 금융전문가다. 삼성자산운용의 ETF시장 수성과 글로벌 운용 인프라 확장이 김 대표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ETF사업부문장에 박명제 전 블랙록자산운용 한국법인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 박명제 신임 부문장은 지난해 12월 임기가 끝난 하지원 부사장 후임으로 삼성자산운용의 ETF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하 부사장은 삼성자산운용의 100% 자회사인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신임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부합하는 신규 상품을 적시에 공급하는 데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며 “시장 변화와 투자자들의 관심사를 신속히 반영하며, 신뢰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과 성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리브랜딩·상품 차별화 노력 지속 삼성자산운용과 달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수장 교체 움직임이 없었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부문은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가 이끌고 있다. 1977년생인 김 대표는 삼성자산운용에서 ETF 운용팀장으로 일하던 삼성 공채 출신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9년 김 대표를 ETF운용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김 대표는 2년 만에 상무를 거쳐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ETF시장에서 매서운 성장세를 달성한 주요 배경으로 혁신적인 상품 출시가 꼽힌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 대표지수 ETF인 ‘TIGER 미국S&P500 ETF’와 ‘TIGER 미국나스닥100 ETF’ 2종은 각각 아시아 최대 규모에 등극했다. 해당 ETF 2종의 순자산 총합은 12조원을 돌파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상장한 ‘TIGER 미국필라델피아 AI반도체나스닥 ETF’도 눈에 띈다. 이 상품은 같은 해 9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가 협업해 산출한 ‘미국AI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ASOX)를 추종한다. 국내 운용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만 이 지수를 활용한 ETF를 사용할 수 있는 독점 계약권을 얻었다. 커버드콜 ETF 시장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개척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다.ETF 시장 3위와 4위 다툼은 더 치열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의 순자산총액이 KB자산운용 ETF를 추월하며 연초부터 3위에 올라섰다. 이날 기준 한투운용의 순자산총액은 13조8406억원이며, KB운용은 13조8309억원으로 집계됐다. 양 사의 점유율은 각각 7.640%, 7.635%로 불과 0.005%포인트(p) 차이로 초접전 상태다. 한투운용은 지난해 12월 27일에도 단 하루지만 KB운용을 추월했다. 한투운용은 2023년 초 점유율이 4.89%였지만 2년 새 성장을 거듭하며 KB운용을 맹추격해 왔다. 한투운용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주역은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다. 배 대표는 최근 3연임에 성공하며 2026년 3월까지 회사를 이끌게 됐다. ‘ETF 아버지’로 불리는 배 대표는 삼성자산운용 재직 시절인 2002년 국내 최초의 ETF 상품인 ‘KODEX200’ 출시를 주도했다. 2022년 한투운용 대표로 취임한 이후 그는 회사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어 왔다. 배 대표는 2022년 9월, 한투운용이 14년간 사용해 온 ETF 브랜드 ‘KINDEX’를 ‘ACE’로 전격 교체하며 “ETF시장의 에이스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다만 최근 김승현 한투운용 ETF컨설팅담당이 사의를 표명하며 자리가 공석인 상황이다. 김 담당은 한투운용에서 ETF 마케팅을 총괄했는데, 하나자산운용의 ETF사업부문 총괄로 영입됐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적임자를 찾고 있는 단계로 급하게 자리를 채울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ETF시장 3위 자리의 위협이 커진 KB자산운용도 최근 ETF 수장을 교체했다. KB자산운용은 최근 노아름 ETF운용실장을 ETF사업본부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1982년생인 노 본부장은 2007년 삼성자산운용, 2021년 키움투자자산운용을 거친 ETF 전문가다. 앞서 김찬영 전 ETF사업본부장이 ETF사업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회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KB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KBSTAR’에서 ‘RISE’로 리브랜딩을 마치고도 오히려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회사 내부에서는 초기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한 전략으로 준비해 리브랜딩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시장을 선도하는 차별화된 상품과 이해하기 쉬운 마케팅, 안정적인 운용으로 개인·연금투자자들에게 다가가려고 한다”며 “향후 개인·연금 계좌에서 많이 거래되는 ▲해외주식형 ▲미국대표지수 ▲국내외 배당 관련 상품들을 새롭게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5.02.05 07:00

4분 소요
'사상 최고가' 승승장구 가상화폐…시총 3조 달러 돌파

정책이슈

비트코인 가격이 파죽지세로 치솟으며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3년 만에 3조달러를 돌파했다.'친(親)비트코인 대통령'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성공에 가상화폐가 주류 자산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선물과 옵션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베팅도 늘고 있다.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2개의 전쟁'과 긴장된 무역관계 등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가상화폐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3년만에 3조달러 돌파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11일 미 동부 시간 오후 6시 20분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11.47% 급등한 8만9642달러(1억2천389만원)에 거래되며 사상 처음 8만9천달러선을 넘어섰다.비트코인 가격은 대선 직전 6만8천달러대에서 움직이다가 대선 다음날인 6일 7만달러, 10일 8만달러를 차례로 돌파한 뒤 이날 9만달러에 육박하는 수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같은 시간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도 6.12%, 솔라나는 5.13% 각각 뛰었다. 대선 기간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도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띄우는 도지코인도 20.19% 폭등했다.이에 따라 가상화폐 데이터 제공업체인 코인젝코의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가상화폐 시가총액도 3조달러(약 4천203조원)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1월 초 이후 3년만에 처음이다.가상화폐 시가총액은 미 대선일인 지난 5일 이후 약 25% 급등했다. ◇ 비트코인 ETF에 돈 몰려…선물·옵션시장선 '10만달러 간다' 베팅 이같은 비트코인 가격 급등세의 배경에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이 있다.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총운용자산 측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금 현물 ETF를 넘어섰다.팩트세트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비트코인 현물 ETF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 총운용자산이 지난 8일 현재 약 343억달러(약 48조원)로, 330억달러(약 46조2천억원) 아래인 금 ETF '아이셰어즈 골드 트러스트'(IAU)를 웃돌았다.지난 한주 IBIT에는 약 10억달러(약 1조4천억원)가 순유입됐다. 지난 1월 ETF가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순유입된 자금은 270억달러(약 37조8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승인하면서 같은 달 11일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가 뉴욕증시에서 거래를 시작했다.가상화폐 옵션 거래소 데리비트의 데이터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 연말까지 1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에 베팅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분산형 금융투자 프로토콜 데리브의 설립자 닉 포스터는 "미 대선 이후 몇 가지 중요한 움직임을 보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다음달 27일 만료되는 10만달러 콜옵션에 큰 베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11일 런던 아침 시간 기준으로 다음달 27일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가 될 것이라는 베팅에 약 7억8천만달러(약 1조90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 9천635개가 미결제약정으로 집계됐다.블룸버그는 옵션시장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기관의 관심이 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CME 선물시장에서도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미결제약정을 포함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선물과 옵션시장 모두에서 레버리지 거래가 급증해 공격적인 투자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특히 비트코인 헤지펀드가 현물시장에서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장기 선물을 매도해 두 가격의 차이를 고정하는 이른바 베이시스 거래로 이익을 추구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그러나 투자자들이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크립토퀀트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자금조달 비율이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조금씩 상승했지만 여전히 올해 최고치보다 훨씬 밑돈다. 시장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이 계속되고 중국과의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가상화폐에 얼마나 집중할지 불확실하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 "비트코인 전량 비축하겠다"…비트코인 랠리 불붙인 트럼프 워싱턴포스트(WP)는 가상화폐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는 우선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포함한 금융규제 기관에 집중돼 있다고 보도했다.트럼프의 보좌진이 현 규제기관 수장들, 전직 연방정부 관리들, 금융업계 임원들을 요직에 기용하는 것을 고려했는데 이들 다수는 가상화폐 찬성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인사들이라고 정통한 소식통 5명이 전했다.다만 이들 소식통은 인선이 아직 초기 단계로 후보자 목록이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유세 기간 가상화폐에 친화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지난 7월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는 "미국이 지구의 가상화폐 수도이자 세계의 비트코인 슈퍼파워"가 되도록 하겠다면서 가상화폐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친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하거나 미래에 획득하게 될 비트코인을 100% 전량 보유하는 게 내 행정부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연방정부가 현재 보유한 비트코인이 21만개에 육박해 전 세계 공급량의 1%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또 비트코인 대통령 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산업 전체에 도움이 되는 투명한 규제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강한 규제로 비판받아온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도 해임하겠다고 했다.온라인 이코노미스트

2024.11.12 10:34

4분 소요
‘장수 CEO’는 옛말···자산운용업계, 세대교체 '칼바람'

증권 일반

자산운용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운용사들은 최고경영자(CEO) 교체 주기를 맞아 전문성과 현장 경험이 풍부한 ‘실무형’ 인사를 일제히 수장으로 선임해 경영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부터 11일까지 주요 증권사 4곳의 CEO가 교체됐다. KB·신영·우리·DB자산운용 등이다. 먼저 KB자산운용이 5년 만에 CEO직을 교체하며, 세대교체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는 1969년생으로 한성고등학교와 미네소타대 경제학 학사, 템플대 경영학 석사를 졸업했다. 이후 1996년부터 삼성생명 채권운용매니저로 금융투자업계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2002년부터 2014년 3월까지는 삼성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을 역임했고 이후 공무원연금공단 해외투자팀장을 거쳐 2016년 12월 KB자산운용에 합류해 글로벌운용본부장(상무)와 연금·유가증권 부문장(전무)을 역임했다. 김영성 신임 대표는 자산운용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시장 전문가로 특히 해외투자와 채권분야에서 상품 다양성을 강화하며 ETF시장 경쟁력 강화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신영자산운용도 8년 만에 CEO직을 교체했다. ‘가치투자 1세대’이자, 국내 가치주, 중소형주 투자의 산증인으로 명성이 높은 허남권 대표가 사임하면서 엄준흠 전 신영증권 부사장이 신임 대표로 자리하게 됐다. 엄 신임 대표는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으로 수원대학교에서 금융공학 석사를 전공했다. 이후 신영증권의 SP(Structured Products)팀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팀을 이끌다 2011년부터는 파생상품본부장을 맡아 신영증권의 ELS 운용을 진두지휘했다. 2010년대 초만 해도 신영증권은 대형사인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에 비해 헤지운용 북 규모가 작아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팀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면서 2016년 홍콩 H지수 급락 사태에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신영증권의 파생상품본부 기틀을 닦은 인물로 알려져 있어, 신영자산운용에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주목된다. DB자산운용은 12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다. 2012년부터 DB운용을 이끌어온 오재환 대표가 물러나면서 정경수 LDI 부문 대표가 새로 지휘봉을 잡게 됐다. DB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LDI 부문을 신설하고, DB손해보험에서 자산운용 부문을 총괄하던 정 대표를 영입했다.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말 DB운용이 그룹 품에 안기면서 감지됐다. DB운용은 최대 주주인 DB금융투자의 지분(55%)에 더해 DB손해보험이 시중 및 지방은행들의 DB운용의 지분(44.67%)을 인수하면서 이후 운용자산(AUM) 42조원의 중대형 운용사로 거듭났다. 우리자산운용도 신임 수장으로 최승재 전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를 낙점했다. 최 대표는 1976년생으로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국제경영학 학사와 금융공학 석사를 취득한 후 2006년 미래에셋증권(舊 대우증권) PI부에서 금융 업무를 시작했다. 2016년 멀티에셋자산운용으로 옮겨 대안투자팀장, 글로벌대체투자본부 상무 등을 거쳐 2021년부터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풍부한 대체투자 및 글로벌 분야 경력으로 우리자산운용의 시장 지배력 강화와 전통자산과 대체투자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우리자산운용은 지난 1월 통합법인 출범으로 업계 10위 종합자산운용사로 거듭났다. 이번 운용사의 세대교체 바람은 업계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운용업계는 핵심 사업인 상장지수펀드(ETF)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자 시장점유율 쟁탈전에 나서고 있다. ETF 순자산 총액이 13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이 기세라면 연내 ‘200조 돌파’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 운용사들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오기 위해선 실무에서 경험이 풍부한 수장으로 교체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전문성과 의사 결정이 중요해 각자 대표 체제가 많은 게 증권업계의 특징으로, 바뀐 시장 상황에 따라 수장들도 전문성을 갖춘 새 인사가 임명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4.03.11 18:23

3분 소요
“투자 시장 新먹거리는 ‘AI’”…증권·운용사 CEO, 美CES 참관차 총출동

증권 일반

국내 증권사·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4’에 방문한다. 금융투자 업계 대표단이 단체로 글로벌 IT 전시회에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산업 동향을 파악하고 신성장 부문을 탐방하기 위해 해당 기업분석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소규모로 참석했을 뿐이다. 대표단은 이번 CES 2024와 실리콘밸리 방문을 통해 기술과 미래에 대한 안목을 높이고 투자 시장의 새로운 기회 발굴에 나서는 한편, 투자 영토를 넓혀나간다는 구상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과 키움증권과 토스증권,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증권·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벤치마킹트립 대표단 15명은 이날부터 오는 12일까지 CES 2024 참관과 실리콘밸리 탐방을 통해 자본시장의 신(新)성장동력을 모색하고자 미국을 방문한다. CES 2024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다. 이번 CES 2024에는 국가와 업종, 산업 분야를 초월하는 각국 글로벌 비즈니스 관계자 1만5000명이 참석한다. 행사는 기술을 중심으로 세계적 위기를 돌파하자는 의미를 담은 ‘올 투게더, 올 온’(All Together, All on)을 주제로 오는 9일부터 나흘간 개최된다. “미래에 대한 안목 높인다...IT 트렌드 파악 중요”대표단은 올 CES의 핵심 테마인 인공지능(AI)이 자동차, 인프라, 의료, 스마트홈, 교통 등 다양한 산업의 어느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우리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를 중점 점검한다. 금융투자 업계 수장들은 이번 CES에서 AI 기술 적용과 활용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AI는 투자·기업분석,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자산관리(WM) 부문 활용을 넘어 AI 애널리스트까지 등장해 리서치 부문에서도 활약을 보이는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고객이 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UX)과 환경(UI)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부회장)는 올해 신년사에서 모든 사업부문에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 전반을 혁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들은 “AI를 적용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시장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며 “WM은 AI 자산관리를 통해 고객의 다양한 투자 수요를 적시에 해소하고 모든 고객이 희망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AI 트레이딩도 중장기적 과제라고 언급했다. 또 금투업계 대표단은 사전에 조율된 VIP 투어를 통해 혁신과 투자 이슈를 선도하는 국내·외 기업들과 심도 깊은 참관 및 토론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특히 CES 주최 측이 올 CES의 키워드를 ‘AI와 한국’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500개 이상의 국내 기업이 참가하고 이 중 143개 기업(전체 수상기업의 46%)이 혁신상을 수상할 정도로 기술의 한류도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표단은 코트라, 서울경제진흥원, 창업진흥원, 각급 지자체, 대학 등을 통해 CES에 참가한 600여개의 국내 스타트업이 운영하는 다채로운 부스를 찾아 K-스타트업의 기술력과 잠재력을 확인할 예정이다. CES 참관에 앞서 대표단은 8일과 9일에 실리콘밸리 투자생태계 탐방에 나선다. 먼저 테슬라 전기차 공장을 방문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자율주행 체험 등 관련 기술의 발전상황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또 초대형 로펌인 ‘쿨리’(Cooley), 벤처투자사인 ‘ACVC 파트너스’(ACVC Partners), 유전자치료제 개발사 ‘젠에딧’(GenEdit) 관계자들을 차례로 만나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 투자동향과 투자환경, 미국 내 외국인 투자위원회(CFIUS)의 규제 현황, 그리고 유전자 치료기술과 의료과학 산업 전망을 점검한다. 아울러 국내에 곧 도입될 증권형 토큰시장 개막에 대비하기 위해 증권형토큰 발행 플랫폼 기업인 ‘업사이드’(Upside) 설립자를 만나 토큰 발행과 매매 관련 시장 현황 및 기술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진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참가 CEO들은 CES와 실리콘밸리 탐방으로 혁신 기술 미래를 직접 확인해 지속가능한 투자에 영감을 얻게 될 것”이라며 “나아가 글로벌 기업들과의 교류로 한국 금융의 투자 영토를 넓히고 도전 정신을 고양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1.08 15:29

3분 소요
희비 갈린 증권계 CEO…증권사 ‘승진’ 자산운용사 ‘교체’

증권 일반

연말 인사시즌을 맞은 증권업계와 자산운용업계의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올해 주식투자 열풍으로 호황을 누린 증권사 수장들은 승진과 연임 소식이 잇따르지만 자산운용사 수장들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ETF 전문가로 교체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3월 사이에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연임에 성공한 건 KB증권과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4개사 수장이다.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를 딛고 올해 큰 폭의 실적 성장을 이뤄낸 점이 연임에 주효하게 작용했다. 우선 올해 말 ‘2+1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던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 대표는 각각 1년 임기를 더 부여받았다. KB증권이 지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5433억원으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달성한 덕분이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60.5%에 달한다. 특히 자산관리(WM) 부문을 맡은 박정림 대표는 증권업계 유일한 여성 CEO로 금융지주 내 입지가 탄탄하다고 알려져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라임펀드 사태 관련 ‘문책경고’ 중징계(금융권 취업 3~5년 제한)를 통보받아 연임이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금융당국이 CEO 제재 최종 결정을 미루면서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금융계열사 CEO 중 연임 유일 올해 국내 증권사 최초 순이익 ‘1조 클럽’에 입성한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대표도 1년 연임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 정 대표 취임 후 매년 최대 실적 경신 랠리를 이어왔다. 지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204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86.2% 성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6월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팝펀딩 등 판매책임 이슈가 불거진 사모펀드에 대해 투자금 전액 보상을 결정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통해 탄탄한 고객 신뢰를 구축한 점이 연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도 1년 더 임기를 이어간다.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과 라임펀드 사태 이후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 조직·인력 쇄신 등의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신한금융투자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6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1% 뛰었다. 내년 금융시장이 낙관적이지 않아 CEO 연임으로 안전성을 추구하려는 금융투자업계 분위기도 이 대표 연임에 영향을 미쳤다. 이외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가 올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자리를 지키게 됐다. 삼성화재와 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CEO들이 물갈이 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장 대표는 이번 연임 성공으로 임기가 2024년 3월까지 늘어나게 됐다. 삼성증권의 지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8217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74% 증가했다. 승진한 CEO도 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는 내년 1월 1일자로 미래에셋그룹 회장 직위에 오른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최현만 신임 회장 승진엔 전문 경영인이 회사를 이끌어 가는 역동적인 그룹을 만들겠다는 박현주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 삼성·한투운용, ETF 점유율 확대 위해 대표이사 교체 자산운용업계는 분위기가 증권업계와 반대다. CEO 교체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최근 국내외 증시 변동성 확대로 간접투자 시장인 상장지수펀드(ETF)에 돈이 몰리는 상황이 CEO 인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순자산총액은 70조6000억원에 달한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2조7000억원으로 코스피 거래대금의 23%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 거래액의 4분의 1이 ETF 거래액인 셈이다. 이에 시장 점유율을 둘러싼 자산운용사 간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국내에 ETF를 처음 전파한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을 새 수장으로 내정했다. 외부 수혈로 CEO를 영입한 것은 처음이라 ETF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파격적 인사라는 평이 대부분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현재 ETF 시장 내에서 약 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ETF 시장의 양대 강자인 삼성자산운용(약 42% 점유율)과 미래에셋자산운용(약 30%),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진 KB자산운용(약 9%)에 이은 네 번째 순서다.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도 최근 서봉균 삼성증권 세일즈앤드트레이딩(Sales & Trading) 부문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서 신임 대표는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골드만삭스(한국 대표) 등 외국계 금융사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다. 삼성자산운용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자사의 ETF(상장지수펀드)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운용 인프라 확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올 들어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7% 이상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미래에셋자산운용 신임 대표이사로는 최창훈 부회장과 이병성 부사장이 선임됐다. 내년 초 신한대체투자운용과 통합해 종합 자산운용사로 거듭나는 신한자산운용은 조재민 전 KB자산운용 대표를 전통자산 부문 신임 수장으로 영입했다. 대체자산 부문은 기존 김희송 신한대체투자운용 대표가 맡는다. 강민혜 기자

2021.12.22 17:05

3분 소요
[고란 코인도란] 2억원에 팔린 '토끼 그림'…NFT에도 세금을 매길까

전문가 칼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적격 투자 대상 자산에 비트코인이 들어가는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코인 관련한 투자 정보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500만 ‘코인러’를 위한 핵심 투자 정보를 정리해 드립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한화 2억원 정도 븐브(BNB)에 올렸는데 팔렸습니다.” 7일 오후 6시 9분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Nft갤러리’에 올라온 글이다. 약 한 시간 전인 오후 5시. 바이낸스스마트체인(BSC) 기반의 탈중앙화거래소(DEX) 팬케이크스왑이 토끼 이미지의 NFT(대체불가능토큰)를 1만개 발행했고 판매 몇 초만에 물량은 동이났다. 디시인사이드에 글을 올린 이는 운 좋게 NFT 매수에 성공했고, 더 운이 좋게도 매수한 NFT는 희귀성 정도가 0.01%에 해당했다. 그는 곧장 NFT 마켓플레이스에 자신이 받은 NFT를 400BNB(당시 시가 기준 1BNB=약 445달러), 약 17만9000달러에 내놨다. 그리고 팔렸다. 약 2억원짜리 복권에 당첨된 꼴이다(※진위 여부에 대해서 논란이 있기는 하다). 여느 토끼 이미지의 그림 파일과 다를 바 없는 것이 2억원에 거래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이라는 인증서 형태로. 왜일까. 프랑스 철학자 부르디외가 말한 ‘구별짓기’이자, 또 다른 철학자 장보드리야르가 말한 ‘기호의 소비’를 위해서다. 현대 소비활동의 궁극적 의미는 타자와의 차별화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NFT는 차별화의 ‘끝판왕’이다. ━ 국내에선 무슨 일이=“과세 인프라 구축”, 진짜? 더디기는 하지만, 코인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서서히 올라가기는 하나보다. 국정감사장에서 비트코인이 아닌, NFT라는 말이 등장했다. NFT가 이름 그 자체로 보면 ‘토큰’이지만, 가상자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명확한 정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7일 “국제적으로 NFT에 대한 (개념) 정의와 규제 방향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상황이고 국내에서도 이런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며, 특히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도 NFT가 가상자산에 해당하는지,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해야 하는지 등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NFT가 가상자산이라면 당장 내년부터 세금 이슈가 생긴다. NFT를 거래해도 20%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NFT는 가상자산이 아니라는 게 현재 정부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6일 국정감사장에서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이어 “NFT는 아직까지 가상자산 범주에 포함되는지 여부 자체가 논란”이라고 덧붙였다. 뭔가 이상하다. 홍 부총리는 코인 과세가 내년부터 시행될 거라고 말했다. 유예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논란이라니…. 논란이 있는데 어떻게 내년부터 시행할 수 있을까. 홍 부총리는 “과세 인프라가 구축이 안 돼 있는데 정부가 어떻게 과세를 할 수 있겠느냐”며 “준비를 해왔고 지난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의해 실명계좌 거래로 과세 파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의 코인 시장 이해도를 보여주는 답이다. 코인은 개인 간(P2P) 거래가 가능하다. 거래소를 통한 거래야 특금법으로 정부 관리를 받는 거래소만 남겨둠으로써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P2P 거래는 어떻게 할지…. 파악이 불가능하다. 과세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다. 게다가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해외 거래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규제에서 벗어난 DEX를 통한 거래에는 어떻게 세금을 물릴 수 있을까. 홍 부총리가 말한 ‘준비’라는 것이 업비트ㆍ빗썸 등 중앙화 거래소(CEX)를 통한 거래에만 한정된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디파이(탈중앙화금융)란 단어도 등장했다. 정 원장은 국감장에서 “디파이를 새로운 금전소비대차(금융업)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파이를 금전소비대차로 본다면 공식적으로 가상자산 자체를 화폐로 인정하는 다른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화폐 인정 여부를 떠나 디파이를 단순히 코인을 맡기고 다른 코인(주로 스테이블코인)을 빌리는 대차업무로만 한정할 수 있을까. 디파이는 수신과 여신 업무를 하는 은행인 동시에, 코인 거래가 가능한 증권사인 동시에, 기대 수익이 높은 곳에 코인을 굴려 최대 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이기도 하다. 금융수장들 입에서 NFT나 디파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건 환영할 만하지만, 그 이해도는 한참 아쉽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업비트 고객확인인증(KYC)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접속 폭주에 따른 약간의 딜레이만 견디고 난 뒤 인증 화면으로 넘어가면 순식간에 끝난다. 인증 절차를 마치지 않으면 13일 0시 이후에는 업비트에서 그 어떤 거래도 할 수 없다. 반드시 그 이전에 인증을 마무리해야 한다. ━ 해외에선 무슨 일이=SEC “미국은 중국과 다르다” “우리(미국)의 접근 방식은 매우 다르다. 중국의 선례를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정부의 초점은 가상자산 업체들이 투자자 및 소비자 보호 규칙과 자금세탁방지 규정 및 세법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개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발언이다. 그는 지난 5일(현지시각) 하원에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코인 시장에 대한 입장은 금지가 아니라 규제다. 이미 2조달러 규모로 커버린 코인 시장과 산업을 이제와 어떻게 금지할 수 있겠나. 8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날 “디지털 자산이 랜섬웨어 같은 범죄에 악용되는 일을 막는 방안을 살피기 위해 NSC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가 부처 간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이 같은 움직임의 일환으로 행정명령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안보ㆍ경제혁신ㆍ금융규제 등과 관련해 암호화폐 분야 연구, 자문을 연방기관들이 담당케 하는 것이 행정명령의 구체적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을 앞세워 코인 시장을 탄압하는 게 아닌가 싶었던 겐슬러 SEC 위원장은 앞서 “금지하지 않는다”는 발언에 이어 코인 시장이 환영할 만한 행보를 잇달아 선보인다. 지난달 말 그는 의회 청문회에서 “해당 부서가 비트코인 ETF를 검토하고 있다”며 “검토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주려는 듯 SEC는 최근 테슬라ㆍ페이팔 등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들로 구성된 ETF를 승인했다. 명칭은 ‘볼트 비트코인 레볼루션 ETF(BTCR)’다. 펀드 자신의 80% 이상을 비트코인에 투자한 미국 및 해외 기업, ETF 등에 투자한다. 특히 마이크로스트래티지에 최대 25%를 투자할 수 있다고 정했다. 이번 ETF의 승인을 시장에서는 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에 한발짝 다가섰다고 해석한다. 어쨌든 금지는 하지 않는다는 미 규제당국의 원칙에 기관들은 한숨 놓는 분위기다. 코인 시장에 우호적인 보고서가 쏟아진다. “비트코인은 사기”라거나 “바보들의 금”이라고 연일 폄하하는 회장(제이미 다이먼)의 의중과는 반대로 JP모건은 6일(현지시각) 고객에게 보낸 비트코인을 언급한 리서치 노트를 보냈다. 노트에는 “인플레이션 헤지수단로서의 비트코인의 매력이 기관투자자를 암호화폐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2020년 4분기부터 2021년 초까지 대부분의 기간 동안 금에서 비트코인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이 있었고, 최근 몇주 간 이 같은 현상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시티은행도 비트코인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높은 수요를 언급하며 비트코인에서 나아가 디파이 등 암호화폐 금융상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 회사 글로벌외환총괄은 8일(현지시각) ‘토큰(Token)2049’ 컨퍼런스에서 “코로나19 기간 동안 비트코인에 주목했던 기관투자자들은 이제 빠르게 더 넓은 암호화폐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우리는 테슬라가 아니다”고 콕 집어 말했다. 암호화폐 시장이 더 많은 기관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규제 준수와 서비스 안정성을 꼽았다. 비트코인에 대해 비관적 입장을 드러냈던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도 돌아섰다. 소로스의 개인투자회사인 소로스 펀드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이 회사 CEO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약간의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며 “암호화폐는 이제 주류가 됐다”고 인정했다. 앞서 8월에도 소로스 펀드가 비트코인에 투자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투자 사실을 공식 인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 위클리 코인=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시바이누(SHIB) 밈 코인의 원조 도지코인은 장난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탄탄한 커뮤니티에 ‘우주 최강’ 셀럽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지지에 힘 입어 시가총액 10위권 코인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아류 코인도 탄생했다. 이들 코인이 규모가 좀 되다 보니, 주식으로 치자면 업종 분류에 해당하는 성격의 코인 카테고리가 생겼다. 바로, ‘밈코인’이다. 6월 도지코인이 급등했을 때 코인판은 그야말로 개판이 되기도 했다. 시장이 진정되면서 원조는 살아남았지만, 아류는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그나마 아류 가운데선 첫째가 최고다. 지난해 료시(Royshi)라는 가명을 쓰는 인물이 만든, 도지코인을 하드포크한 시바이누(SHIB) 코인이 대표적이다. 아직까지 살아남아 지금은 시총 20위권 코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코인의 홈페이지에는 “활기찬 생태계로 진정한 탈중앙화 밈 토큰”이라는 설명글이 게시돼있다. 대놓고 밈 코인임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 5월 말 0.000002달러에도 못 미치던 가격이 코인 시장이 광기에 휩싸이면서 거의 열흘 새 20배 가까이 치솟았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특별한 호재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 올랐던 터라 내려오는 속도도 가팔랐다. 고점 대비 80% 넘게 떨어졌다. 그렇게 물렸다고 생각하던 중 폭등이 다시 찾아왔다. 첫 번째 트리거는 코인베이스가 당겼다. 지난달 15일 코인베이스 프로에 시바이누가 상장됐다. 장난처럼 만든 코인을 베껴 또 장난감을 만드냐는 지적에도 코인베이스 프로 상장‘빨’로 지난달 17일, 가격이 장중 한때 30% 넘게 뛰었다. 이후 횡보하다 최근 다시 급등했다. 7일까지 일주일 새 4배 이상 올랐다. 두 번째 트리거는 머스크가 당겼다. ‘도지 아빠’를 자처하는 그는 3일 저녁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시바견 사진과 함께 ‘플로키 프렁크퍼피(Floki Frunkpuppy)’ 라는 짧은 문구를 올렸다. 블룸버그는 이 트윗이 지난 6월 “내 시바견은 '플로키'라고 이름 지을 것”이라는 글과, 지난달 ’플로키가 도착했다(Floki has arrived)’는 글에 이어 시바이누 코인 가격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했다. 급등은 급락을 낳는다. 8일 시바이누 코인 가격은 급락하며 전날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오르는 데 이유가 마땅히 없었던 것처럼 내리는 데도 마땅한 이유는 없다. 급하게 많이 올랐기 때문에 급하게 많이 내리는 거다. 이쯤에서 하락을 멈출지, 아니면 대세 상승 이전 가격으로 돌아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경험상 이런 종류의 자산에 투자해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덕목은 무심함이다. 코인 가격이 오를 때 사는 게 아니라 장기간 횡보할 때 사서 묻어두면, 어떤 이유에서든지 언젠가 폭등하는 날이 올 수 있다. 다만, 그런 날이 올지 안 올지, 오더라도 혜택이 나에게 돌아올 지는 미지수다. 혹여나 투자해 보겠다고 마음을 먹었어도 전체 자산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도만 투자할 것을 권한다. 자칫하단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할 수도 있다. ━ 이번 주는 뭘 봐야 할까=드디어 나올까, 비트코인ETF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최근 자산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다행(?)이라면 코인 시장만 디커플링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도 시장 불안은 잠재적 리스크 요인이다. 불안의 이유는 2가지 법안(부채한도 유예 법안·인프라 투자 법안)이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협상이 이뤄진다면 시장은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에 대해선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경고한 미국 정부의 디폴트 데드라인이 18일이지만 이전에 어떤 식으로든 타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제지표 측면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확인할 수 있는 9월 소비자물가가 중요하다. 13일 발표된다. 7~8월 수준과 큰 차이가 없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이번 주는 코인 시장 내부 변수가 훨씬 중요하다. 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 여부 결과가 줄줄이 나온다. 18일 프로셰어, 19일 인베스코, 25일 반에크, 11월 11일에는 갤럭시디지털이 신청한 ETF에 대한 심사결과 발표가 예정됐다. 이날까지 발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지 이날이 발표일은 아니다. 마감 전인 이번 주에 발표할 수도 있다. SEC는 ETF 승인 여부에 대한 결정을 최대 240일까지 연기할 수 있다. 이번에도 연기가 예상되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승인에 대해 얼마 정도는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필자는 알고란(알기 쉬운 경제뉴스 고란tv)의 대표이자, 유일한 기자이자, 노동자다.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경제 뉴스를 해석하는 능력(어려운 말로 ‘미디어 리터러시’)을 키워주는 유튜브 채널 ‘알고란’을 운영하고 있다. 코인ㆍ주식ㆍ부동산 등 가릴 것 없이 모든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다. 최근 시장 무서운 줄 잊고 레버리지로 투자하다 큰 손실을 본 후, 생계형 기자 모드로 전환했다(독자분들도 신용 거래는 조심하셔라. 여기 반면교사가 있다). 구독ㆍ좋아요ㆍ알림설정은 사랑이다. algorantv365@gmail.com 고란 기자 algorantv365@gmail.com

2021.10.1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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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장기집권’] KB금융·하나금융, 누가 그들에게 권한을 주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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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회사로 국민연금이 최대주주… 외풍 막고 지속성장 VS 소수 지분으로 ‘셀프 연임’ #1. “탄생년 끝자리가 ‘5’보다 높으면 신한금융, ‘5’ 이하면 하나금융에 가야 한다.” 금융업계에 취업한 직장인들 사이에서 농담처럼 전해지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는 국내 은행계 금융그룹 회장들이 10년간 군림하는 구조가 고착화되다 보니 역대 회장들의 탄생년 끝자리가 비슷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실제로 국내 은행계 금융그룹에서는 유일하게 4연임에 성공했던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1938년생, 한동우 전 회장은 1948년생, 조용병 회장은 1957년생이다. 모두 취임 시기가 10년 정도 터울이 있다. 하나금융지주에서는 김승유 전 회장이 1943년생, 김정태 회장은 1952년생으로 ‘금융그룹 회장 10년 주기설’을 뒷받침하고 있다.#2. 지난 11월 20일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윤종규 회장의 3연임 안건이 통과되면서 ‘금융그룹 회장 10년 주기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1955년생인 윤 회장이 세 번째 임기를 무사히 마친다면 KB금융지주에서도 강산이 한 번 바뀌는 기간을 보낸 첫 수장이 된다. 공적자금 투입과 민영화 과정을 거치며 2019년에야 다시 금융지주 체제로 돌아온 우리금융그룹, 금융지주 회장 위에 농협중앙회장이 있는 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한 국내 금융그룹 빅3 모두 회장 장기 집권 체제를 마련한 셈이다. ━ ‘윤종규 장기 집권’ 들어간 KB금융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성공에 국내 은행계 금융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전임 회장 모두가 불명예 퇴진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KB금융그룹에서도 드디어 회장 장기집권 체제가 마련되어 지속성장의 기대와 함께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3연임이 일반화됐다는 비판이 쏟아진다.윤 회장의 3연임에 대한 금융업계의 기대감은 ‘외풍에서 자유로운 KB금융’이다. 2008년 지주사 체계를 갖춘 KB금융그룹에서는 역대 회장들이 진퇴 과정에서 항상 구설수에 올랐다. 황영기·어윤대 전 회장은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에 ‘낙하산 인사’가 논란이었다. 임영록 전 회장은 재정경제부 제2차관 출신 관료라는 점에 ‘모피아’ 논란이 일었다.KB금융그룹의 역대 회장들은 퇴진 과정에서도 불명예 기록을 갖고 있다. 황영기 전 회장은 우리은행 재직시절 1조원대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 사태로 인해 1년 만에 직무 정지 상당의 징계를 받고 퇴진했다. 이어 회장 직무대행을 맡은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도 부실대출과 투자손실 등의 이유로 금감원 경고를 받았고, 2010년 취임한 어윤대 전 회장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에 미공개 정보를 건넨 혐의로 금융당국에서 주의를 받았다.2013년 취임한 임영록 전 회장은 KB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사고와 경영진간 내분을 겪은 탓에 2014년 이사회에서 해임안이 통과되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윤 회장은 이미 두 차례 임기를 무사히 마쳤다는 점만으로 KB금융지주 역사상 이름을 남긴 셈이다. 윤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하면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조직 안정’을 성과로 꼽은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선우석호 KB금융지주 회추위원장은 “윤종규 회장은 지난 6년간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KB를 리딩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 시켰다”며 “KB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윤 회장이 조직을 3년간 더 이끌어야 한다는 데 회추위원들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KB금융그룹의 전임 회장들에게서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로는 지배구조가 꼽힌다. 국내 금융지주 대부분이 외풍을 겪었지만, KB금융은 유독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라이센스 사업인 금융업은 태생부터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며 “신한금융그룹에서 가장 먼저 강력한 회장 중심의 장기 집권 체제가 마련될 수 있었던 이유도 설립 단계부터 자본금을 투입한 일본계 주주들이 있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국내 은행계 금융그룹들 가운데 가장 먼저 금융지주사 체제를 만든 곳은 우리금융지주다. 그러나 당시 우리금융그룹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상태로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였다. 예금보험공사는 자금 회수를 위해 그룹 내 증권사·자산운용사·지방은행 등을 쪼개 팔다 보니 우리은행만 남게 됐고, 지주사는 지난 2014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어 2019년 다시 우리금융지주가 상장하면서 손태승 회장이 2019년 1월부터 회장에 취임했다.신한금융과 하나금융에서는 이미 3연임 이상 성공한 회장을 배출했다. 신한금융그룹에서는 초대 회장인 라응찬 전 회장이 3연임을 넘어 4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2005년 지주사가 출범한 하나금융그룹에서는 김승유 전 회장과 김정태 회장이 나란히 3연임에 성공했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국내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장기 집권이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그러나 비판도 만만찮다. 일단 지분율 0.01~0.02% 수준에 불과한 회장들이 너도 나도 장기 집권 체제에 돌입한다는 비판이다. 여기서는 국내 금융업계 특유의 ‘주인 없는 회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회장 장기 집권 체제를 마련한 금융지주 3곳은 모두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은 KB금융지주 지분 9.96%를 들고 있고 하나금융지주는 9.94%를 보유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재일교포 지분 합계가 10~15%로 추정되지만, 단일주주로는 국민연금이 9.86%로 가장 많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주인 없는 회사라 현직 회장들이 연임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거수기’ 사외이사들이 회장후보 추천 국내 금융지주사의 회장 선임 과정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회장 후보를 평가한 뒤 단독 후보를 선정하면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을 처리하는 식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에서는 모두 회장후보추천위원을 사외이사들이 맡고 있다. 문제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지주회장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점이다.국내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오래 전부터 ‘거수기’라는 불명예를 쓰고 있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올해 이사회에서 단 한건의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하나금융지주에서는 지난 4월 24일 이사회에서 백태승 사외이사가 그룹내부통제규정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이 유일하다.회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사외이사들이 회장후보추천위원이 되고, 그들이 다시 회장을 추천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현직 회장의 연임 때마다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실제로 윤 회장의 3연임을 앞두고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에서는 회장 후보 선출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 관계자는 “3년 전 윤 회장이 첫 연임에 나설 때도 윤 회장을 포함해 총 3명을 최종 후보자군을 구성했지만 윤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이 고사하면서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며 “이번 후보 선정 과정에서도 평가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등 투명성과는 거리가 먼 셀프 연임”이라고 지적했다.연임 성공한 회장들은 재임기간 중 파벌 문제가 불거져 나오기도 했다. 최대주주인 오너가 회장 자리를 맡아 그룹 전반을 좌우하는 산업계와 달리 소액주주 수준의 지분으로 연임 체제를 이어가야 하는 금융지주 회장들은 내분에 취약한 상태다. 실제로 국내 금융권 첫 4연임 회장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2인자였던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과의 내분이 벌어졌고, 일본 주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며 서로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으나 결국 두 사람 모두 물러났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과 내분으로 동반 퇴진했다. 연임을 원하는 회장이라면 ‘내 사람 챙기기’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금융지주 회장들의 ‘내 사람 챙기기’는 계열사 대표 인사로 요약된다. 지주사 이사회 내에 그룹 계열사 인사를 좌우하는 위원회를 설치하고 여기에 회장이 참여하는 식이다. 실제로 KB금융에서는 윤 회장이 계열사대표이사후보 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고, 하나금융지주에도 김정태 회장이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이름을 올렸다. KB금융 회추위에서 회장후보자 숏리스트 4명에는 윤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등 KB금융 그룹 계열사 수장을 포함했을 때 노조에서 ‘요식행위’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 연임 목표로 ‘내 사람 챙기기’ 공 들여 이번 회장후보자 숏리스트 4명에 포함된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은 당시 연임을 기다리던 상황이었다. 이후 허인 행장은 윤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받으며 사실상 3연임에 성공한지 한달 여 만인 지난 10월 20일 계열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로부터 차기 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을 받았다. 이어 윤 회장과 함께 11월 20일 이사회에서 확정됐다.윤 회장이 첫 연임에 도전하던 2017년에도 회장후보 숏리스트 3인에는 윤 회장 외에 김옥찬 당시 KB금융지주 사장과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양종희 사장은 계열사 수장들이 한번만 연임했던 전례를 깨고 3연임에 성공해 지금도 KB손해보험을 이끌고 있다. 더구나 그룹 내에서도 윤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4연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KB 노동조합협의회 관계자는 “윤 회장의 첫 연임 당시 계열사 수장들은 모두 심층 평가를 위한 인터뷰를 고사하며 사실상 ‘기권’했기에 당시에도 요식행위 논란이 커졌다”며 “이렇게 구색 맞추기에 동원된 계열사 대표들 일부는 연임에 성공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회장 후보 추천 과정은 요식행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2020.11.2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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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떨고 있니’ 라임 사태 후폭풍에 긴장하는 금융권] DLF·라임 연속타에 우리금융 이미지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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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화된 라임자산운용 관련 제재… ‘우리은행 행장·부행장 로비설’까지 1조6000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에 책임을 묻기 위한 금융당국의 징계 절차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금융권 전반이 긴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에 대해 고강도 제재를 결정한 데 이어 해당 상품을 판매사들에게도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일부 증권사 대표이사들을 상대로 이미 직무정지 권고 통보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라임 사태 후폭풍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관측이다.금융감독원은 지난 10월 20일 라임 사태와 관련한 첫 번째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등록 취소를 결정했다. 금융 당국이 금융사에 제재를 내릴 때는 5단계로 구분되는데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록·인가 취소’ 순서로 수위가 높아진다. 등록 취소는 라임자산운용에 주어진 자산운용사 라이센스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사회적으로 중요 사안인 점이 고려됐고, 운용사 측과 검사국의 진술 설명을 충분히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 라임자산운용에 최고 수위 제재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제재와 함께 핵심 경영진에 대한 제재도 이어졌다. 원종준 대표와 이종필 전 부사장 등 라임자산운용 핵심 인력에 대해 해임 요구가 결정됐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구분되는데 해임권고는 가장 높은 수위다. 이외에도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의 남은 펀드를 웰브릿지자산운용으로 이관하기 위한 사전 조치인 ‘신탁계약 인계명령’도 함께 결정했다. 일종의 배드뱅크인 웰브릿지자산운용은 라임운용의 환매 중단 펀드 및 정상 펀드들을 이관 받아 투자금 회수 작업을 진행한다. 이번 제재안은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라임자산운용의 제재는 사태 초기부터 예상되던 일이었으나, 금융당국이 최고 수위의 제재를 결정하면서 금융권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이미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수장들에게 ‘직무정지’ 등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대신증권 등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 3곳이 그 대상이다. 이번 통보는 10월 29일로 예정된 라임자산운용 사태 관련 두 번째 제재심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다만 이들 증권사 대부분이 판매 당시 대표들이 자리를 떠난 상태라는 점 때문에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펀드 설정액 기준으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판매가 가장 많았던 신한금융투자(3200억원)에서는 판매가 한창이던 지난 2017년~2019년 사이에 김형진 대표와 김병철 대표가 재임 중이었다. 그러나 김형진 대표는 2019년 2월, 김병철 대표는 2020년 3월 자리를 떠났다. 1000억원 가량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판매한 대신증권에서는 당시 나재철 대표가 재임 중이었으나 2019년 12월 자리를 떠났고, 현재는 금융투자협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약 680억원 가량을 판매한 KB증권에서는 2017년 1월부터 대표이사를 맡았던 윤경은 대표가 2018년 12월 물러나고, 2019년부터 박정림 대표가 자리를 맡았다.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한 제재에 불안감이 커지는 곳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이다. 더구나 금융당국에서는 이미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손실액을 전액 배상하도록 권고한 상황이라 은행권 수장들 역시 금융당국의 제재를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국내 대형은행 가운데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가장 많이 판매한 곳은 우리은행이다. 지난 2019년말 기준으로 우리은행은 3577억원 가량의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판매했다. 이어 신한은행이 2769억원 가량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은 가장 많은 금액을 배상해야 하는 처지다. 더구나 금감원에서는 이미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해 우리은행등 판매사 4곳에 손실액 전액 배상 권고를 내렸다. 우리은행은 650억원 가량을 배상해야 한다. 권고에 앞서 금감원은 지난 6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상대로 현장검사를 진행했다.금융업계에서는 일단 증권사보다는 은행들에게 내려질 제재 수위가 다소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제재의 원인은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를 판매한 판매사들이 이해관계자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의사 결정 구조상 증권사들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할 책임이 대표이사에게 있는 반면 은행들은 관련 본부장들에게 책임이 있다. 실제로 라임자산운용 사태 전 제재가 결정된 파생결합증권(DLF) 사태와 관련해 은행권 수장들은 직무정지보다는 한 단계 낮은 문책경고를 받은 바 있다. ━ DLF에 라임까지 부담 커진 우리금융 우리은행은 이미 DLF 사태로 제재 결정을 반든 전력이 있어 라임 사태와 관련한 제재 부담이 클 전망이다. 금융당국에서는 라임 사태에 앞서 DLF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결정했고, 우리은행에는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와 과태료 197억1000만원을 부과했다. 문책 경고를 받으면 3년간 금융권 임원으로 재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손 회장은 징계효력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법적 공방에 돌입했다. 따라서 라임 사태와 관련한 제재가 결정되더라도 손 회장은 DLF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법적 공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과 관련한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 등은 개인 차원에서 진행하는 일이라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우리금융 입장에서는 DLF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인한 부담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악재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부정 채용 비리와 관련해 질타를 받은 데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옥중 서신을 통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판매 재개 관련 청탁을 위해 우리은행장과 부행장 등에 대한 로비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우리은행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진위 여부를 두고 검찰 수사는 진행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라임펀드 관련 피의자가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을 로비했다고 적시한 내용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2020.10.25 10:22

4분 소요
‘마사지’ 하고 눈치 보다 ‘헛다리’

산업 일반

"1년 전에 한 전망을 가지고 틀렸다고 비난하면 어쩌라는 겁니까?”한 애널리스트의 항변이다. 그의 말 속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전망은 원래 틀릴 수밖에 없다’ ‘누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나’ ‘우리 전망이 정확할 것이라고 말한 적 없다’ 또는 ‘배 째라’ 등등. 매년 가을이 되면, 전문가들은 내년을 전망한다. ‘전망의 계절’은 겨울로 갈수록 농익는다.내로라하는 경제 두뇌들이 모인 집단에선, 저마다 집단 지성과 고급 정보와 노하우와 견해를 버무려 미래를 예측한다. 하지만 익히 알다시피 거의 모두 틀린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전망을 제대로 해서 화제가 됐다는 제도권 경제기관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은 왜 틀릴까? 매번 틀린 전망을 반복할까? 무엇이 문제일까?답안을 찾기 위해선 장기 경제·주가 전망 리포트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알 필요가 있다. 국내 최대 민간경제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SERI)의 예를 보자. SERI의 경우 지난 10월 15일 ‘2009년 세계경제 및 국내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놨다. SERI 측에 따르면 경제전망 보고서 작업은 보통 8월부터 시작해 대략 두 달 정도 걸린다.황인성 SERI 수석연구원은 “본격적인 작업은 한 달 정도 소요되는데, 기획단계부터 따지면 2개월 남짓 걸린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발표시점 3~4일 전에 최종 마무리된다. 이런 프로세스는 국책기관이나 민간경제연구소나 유사하다. 10~11월에 발표되는 1차 보고서는 대부분 8~9월에 만들어지고, 이후 1~2개월 사이에 변화된 변수를 대입해 수정치를 내는 게 경제전망 보고서의 일반적인 절차다.보고서가 작성된다고, 그냥 발표하는 것은 아니다. “전망 작업보다 훨씬 치열한 시간(모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이 기다린다. 전직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이런 말을 했다. “대략 계산을 해서 전망치가 나오면 연구원과 각 실장, 경영진이 모여 정치적 판단을 하게 되죠. 제일 먼저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한국은행,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자료를 참조합니다(올해는 국책기관 발표가 더 늦었다). 이때 전망치가 정부기관과 너무 동떨어지면 고민이 시작되죠. 일반적으로 정부 숫자가 더 높게 나오는데, 그 갭을 어떻게 조정할지 토론을 거쳐 ‘적당히 이 정도로 하지’라고 결론이 납니다.”객관적 분석 외에 소위 ‘정치적인 마사지(어떤 의도나 개입에 의해 전망치를 인위적으로 고치는 것)’가 있었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경쟁 연구소와의 눈치보기도 있다”고 말했다. “경쟁 민간경제연구소의 전망치도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이 때문에 발표 시점이 되면 경쟁 연구소들이 언제 발표하는지, 얼마를 발표하는지에 대한 첩보전 비슷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때론 서로 다른 기관에 있는 연구원들끼리 정보를 주고받기도 하죠. 7~8년 전만 해도 정부에 보다 우호적인 연구소라면 경쟁 연구소보다는 0.1% 정도라도 높게 발표하려는 경향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정부에 밉보이면 안 되니까….”(우연인지 모르지만 올해 LG경제연구소는 지난 10월 14일, 삼성경제연구소는 다음 날인 15일 경제전망을 발표했다).이와 관련해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전망치가 나오면 여러 요인에 의해 마사지를 하나’라는 질문에 “올해는 우리가 제일 먼저 발표했다. 전망이 미칠 파장을 감안해 숫자를 고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주로 거시경제실에서 다루지만, 연구소 내에 경제 상황을 보는 많은 시각 차가 있기 때문에 다른 실의 의견을 듣거나 경영자 의견을 반영하는 수준에서 조정은 있을 수 있을 뿐 정부나 경쟁사 눈치를 보는 등 다른 성격의 마사지는 없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현직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역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마사지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것이 꼭 정부 눈치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파장을 고려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전망치를 발표하면 기관의 신뢰와 직결되는데 함부로 숫자를 조작하거나 하는 일이 얼마나 있겠느냐”면서도 “국책기관은 물론이고 민간연구소가 더욱 충분한 자료와 근거와 식견을 갖고, 편향이나 외부의 영향 없이 제대로 된 전망치를 발표해야 한다는 지적엔 100% 동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경제를 전망하는 데, 정치적 입김이 여전히 작용하는지에 대해 현직 연구원은 대부분 “이제는 달라졌다”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왜 계속 틀리는가? 이에 대해 KDI 출신 한 대학교수는 “예측 능력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경제성장률을 전망하려면, 미리 짜놓은 프로그램에 복잡한 경제수치와 변수를 넣어서 돌립니다. 이때 철 지난 자료나 잘못된 통계가 들어가면 오류가 나겠죠. 그런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국제 정보를 수집하는 능력에도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3개월 전에 발표한 IMF나 세계은행 수치를 넣으면 현 상황을 반영할 수 없죠. 또 전망하는 시점이나 전망 기관의 편향도 오류를 높이는 요인이 됩니다.”올해는 특히 전망치 발표 시점을 고민한 곳이 많았다고 한다. 세계 경제상황이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면서 경제연구소들이 어느 때보다 전망치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이다. KDI가 민간연구소보다 한 달 가까이 늦은 지난 11월 12일 전망치(경제성장률 3.3% 예측)를 발표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익명을 요구한 KDI 관계자는 “SERI와 LG가 10월에 3.6%를 냈는데, 연구원 내에서는 발표 수치를 놓고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털어놨다. 그는 “청와대에서도 2% 얘기가 나오고, IMF와 세계은행이 세계경제 전망치를 대폭 하향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 발표시점을 늦추고, 민간보다 오히려 낮게 전망치를 발표한 요인”이라고 밝혔다(KDI 발표 이후 민간경제연구소도 줄줄이 경제성장률 하향 수정치를 내놨다).이틀 만에 전망치 바꾸기전망 보고서를 스스로 신뢰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보고서를 쓴 작성자조차 전망 보고서와는 다른 얘기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경제전망에 대해 “정부의 선제 대응이 잘 먹힌다 해도 전년 대비 2% 이상 성장을 장담하기 어렵고,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이 경제연구소는 지난 10월 말 2009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을 3% 초반, 하반기를 4% 중후반으로 전망했다가 12월 초 3.1%로 하향 수정했다. 이는 싱크탱크의 수장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각 연구소는 불과 한두 달 전에 공식 발표한 전망을 일제히 바꾸고 있다. 일부는 공식 문서로, 일부는 입으로 바꾼다.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최근 한 포럼에 참석해 “2009년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2.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기존 전망치보다 1.4%나 내린 수치다. 김 원장뿐 아니다. 3.6%를 제시했던 LG경제연구원 김주형 원장은 같은 날 “내년 성장률이 3%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고,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 원장(기존 3.5%)은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2%대, 심지어 그 이하로 성장률이 떨어지는 경우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이들은 한결같이 “생각보다 더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그렇다면 일주일 전, 한 달 전엔 지금 상황을 예상 못했다는 것인가? 이에 대해 한 경제전문가는 “강만수 장관,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대를 언급하고, 11월 말과 12월 초 외국 기관들이 일제히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것을 따라간 것”이라고 꼬집었다.전망 수치 인위적 조정도경제연구소의 거시경제 전망도 신뢰를 잃었지만, 증권사의 연간 주가 전망은 정도가 심하다. 이와 반대로 투자하면 돈을 번다고 할 만큼 엉망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전망이 나오는 구조를 보면 ‘맞히는 것이 이상하다’는 얘기에 공감하게 된다. 종합주가지수 산출은 대단히 복잡하다.유가, 금리, 과거 주가지수, 정부 정책, 경기 상황, 기업 이익 총량, 실적, 산업별 기여도 등 숱한 지수가 합산된다. 산업별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실적 조정치를 전망하는데, 이를 위해선 증권사 이코노미스트가 환율, 유가 등 거시경제 전망 자료를 내야 한다. 환율·유가 전망이 틀리면, 기업 실적 조정치가 틀리고, 엉뚱한 전망치가 나오게 된다.다른 나라의 지수나 경제상황도 반영돼야 한다. 한 달 정도 이런 절차를 거쳐 11월 중순~12월 초 연간 전망을 발표한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 말 국내 증권사들이 낸 올해 주가 전망이 1800~2500대다. 우선 애널리스트들의 변명부터 들어보자. 유명 애널리스트인 K씨의 얘기다. 황당했던 2008년 경제 예측 “내년이면 주가가 3000포인트 정도를 돌파할 수 있을 것” - 이명박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2007년 12월 15일) “원-달러 환율이 2008년 말 880원대로 떨어질 것” - 모건스탠리(2007년 10월 모건스탠리 보고서) “미국 서브프라임은 단기적 위축 요인일 뿐, 내년 경제성장률 5.9% 전망” - 서울증권(현 유진증권) K 이코노미스트(2007년 11월 13일) “내년 한국 경제는 본격적인 호황 국면에 진입할 것 …적정 코스피 지수는 2460” - 현대증권 H 연구위원(2007년 11월 14일)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위기 발생할 가능성, ‘높다 10.1%’” - KDI 경제 전문가 268명 설문조사(2007년 11월 26일) “내년 140억 달러의 무역흑자 기록할 것으로 전망” - 한국무역협회 “실수요자 위주로 매수세가 이어지며 부동산 시장 상승할 것” - 국민은행 12월 보고서 “애널리스트들은 될 수 있으면 낙관적으로 전망하려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고객인 기업과의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리 애널리스트가 기업을 속속들이 분석해도 기업 내부 사람보다 잘 알 수는 없다. 애널리스트가 해야 할 일은 기업 내부 사람의 얘기를 듣고 그게 논리적인지, 합당한지 판단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기업과의 관계를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최선을 다해 전망해도 미래는 불확실한 것이고 그래서 맞히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보면 추세라는 것이 만들어지지만 사실 그때그때 왔다 갔다 하는 거다. 예상 측정에 들어가는 수많은 지표 중 유가 하나만 해도 그에 따른 전망이 얼마나 다양한데 그걸 기반으로 가정을 하면 누가 맞히겠나.”그는 전망의 고충과 한계에 대해서도 말했다.“물론 환율 변동성을 무시했다든지 하는 테크니컬한 것에 대한 오류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스포츠 토토’도 틀리고, 일기예보도 틀리고 미래 예측은 원래 다 틀린다. 미국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기업 실적을 잘 맞힌다. 그 사람들 데려와 한국 기업 실적 맞히라면 잘 못한다. 대표적인 게 환율이다. 올해 기업 실적 전망치가 확 달라진 이유가 환율 때문이다. 미국은 기축통화니까 영향이 적다. 또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개방화가 진전된 나라일수록 해외 경제 변화에 바로 영향을 받는다. 즉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라서 전망을 맞히기 어려운 환경이다. 뭐 그것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비판하면 할 말 없지만….”그는 또 “전망치 범위가 너무 넓다는 비판이 있지만, 사실 실제 시장의 변동성도 생각보다 크다”며 “1년 전에 왜 예측 못했느냐고 하면 황당하다”고도 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히 장기적 예측의 한계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개입된다는 것이 문제다. 차트분석가인 L씨는 “전망이 틀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대부분 애널리스트는 하반기부터는 올라간다는 식으로 전망한다. 장이 빠진다고 전망하면, 시장에서 좋아하지 않는다. 올해의 경우 서브프라임 영향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애써 영향을 간과하고 시장을 좋게 전망했다. 국내만 보면, 작년까지는 기업 분석 결과가 긍정적이었다. 그 추세가 계속될 줄 알았다. 하지만 변수 추정치가 다 틀렸다. 환율만 보더라도 800까지 내려간다는 환율 전망을 보고 주가지수를 예측했으니 그게 맞겠나?”L씨는 “기술적 한계도 있고, 프로그램과 사람의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마다 사이클 변수가 100개는 되는데, 그중 몇 개만 틀려도 결과는 뻔하다. 그래서 최악, 보편적, 긍정적 시나리오 만들어 놓고 내부에서 의논한 다음 적당한 선에서 발표한다. 주가 변곡점은 귀신도 모른다. 그래서 보통 긍정적인 게 나간다”고 덧붙였다.차라리 전망을 안 하는 게 낫다?또 다른 이유도 있다. 중견 애널리스트인 P씨는 “세계적인 기관인 IMF도 전망을 계속 바꾸는데, 일개 한국 증권사 전망이 틀린다고 비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안 맞다”면서도 증권사가 왜 틀린 전망을 내는지에 대한 힌트를 줬다.“솔직히 외압은 분명히 있다. 작년에 동양제철화학이 많이 올랐는데 그 이유가 기업 실적보다도 미래에셋 주력 종목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큰 기관에서 손을 쓰면 애널리스트들이 꺾지 못한다. 또 법인 담당 브로커가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같은 사람들 접대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런 일도 있었다. 최근 주가가 한창 떨어졌을 때 한 증권사에서 B건설사 보고서를 비관적으로 써서 ‘셀’ 전망을 냈다. 하루 내내 주가가 엄청 고꾸라지고 다른 주가까지 움직여서 시장이 많이 죽었다. 그런데 이 일이 있고 난 뒤에 국내 모든 기관이 이 애널리스트에게 오퍼를 안 줬다. 게다가 금융감독원이 부당한 증권거래가 있었는지 가족, 친척까지 조사했다.”애널리스트가 스스로 판단해 목표주가를 정하지만 그만큼 외부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구조적으로 증권사는 투신사를 고객으로 장사한다. 기관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 “기관이 안 좋게 쓰지 말라고 압력을 넣는다”는 증언은 애널리스트들로부터 쉽게 들을 수 있다.‘시장이 죽으면 애널리스트도 죽는다’는 인식도 문제다. 한 애널리스트는 “너무 비싸다 싶은 종목도 팔라고 할 수가 없다”며 “윤리상으로는 분명히 틀린 일이지만, 그게 관행이고, 담당하는 산업이 잘나가면 애널리스트 몸값도 뛰게 마련”이라고 전했다.그러면 왜 귀신도 모른다는 전망을, 그것도 매번 틀린 전망을 반복적으로 내는 것일까. 답은 간단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투자자의 목마름을 달래기 위해서”라면서도 “어차피 적정 종합주가지수나 목표주가를 맞히는 것은 거의 동전 던지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의 틀린 전망은 목마른 투자자에게 소금물을 마시게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경제를 전망하고, 주가를 예측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 경제 전문가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들만의 고충도 있다. 경제전망의 어려움에 대해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이런 말을 했다.“전망이라는 것이 단기간의 것이 아니라, 1년 가까이 내다봐야 하는 것이다. 만약 현재 상황이 너무 안 좋아도 내년 기초여건이 좋아질 것으로 예측되는데, 나빠진다고 보고서를 내기는 어렵지 않나? 특히 현재와 차이가 많은 전망을 낼 때 언론 등에서 공격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설명을 하면 공자님 말씀으로 듣는다. 우리도 시류에 따라가면 편한데, 그렇다면 전망의 의미는 없어지게 된다. 그런 고충이 많다.”전망이 결과적으로 틀렸을 경우 받는 지적에 대해선 “올해의 경우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상황이 급변했는데, 충분한 검토를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결과적으로 엇갈린 전망이 됐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을 많이 하고, 지적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그렇다 해도 전망이 크게 틀렸는데, 똑같은 방식으로 두 번째, 세 번째 전망을 내놓는 것은 문제다.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면, 개선 방법을 찾는 것이 옳다. 기업이나 개인투자자가 경제 전문가에게 기대하는 것도 그런 노력일 것이다. 경제의 불확실성만 탓할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까지 예보해 줄 수 있는 실력을 키우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니면, 차라리 전망 작업에서 손을 떼는 것이 공익을 위해 좋을지 모른다. 인터뷰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전망치 참고만 할 뿐 맹신 말아야” 지난 12월 8일 한 보고서가 증권가에서 화제가 됐다. 제목은 ‘2009년 기업 실적과 관련된 논점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애널리스트의 분석이 실제 주가에 후행한다”고 꼬집었다. 거칠게 표현하면 ‘뒷북 전망’에 대한 반성문이다. 그를 만나 보고서에 담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보고서 내용이 ‘애널리스트의 자기반성’이라는 제목으로 여러 매체에 소개됐다. 전망이 틀린 것에 대한 반성이 맞나?“애널리스트의 전망이 부정확할 수 있다는 것을 투자자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상이 자꾸 틀리는 것에 대해 반성도 해야겠지만 반성한다고 잘 맞히겠는가. 투자자는 전문가의 정보를 맹신하기보다 ‘예측의 한계’를 알고 의사결정에 활용해야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전망치와 실제가 5% 이내 오차를 보인 것은 2년에 불과했다. 왜 전망이 자꾸 틀리나?“아무리 전문가라도 인지적 오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누구나 자기 과신의 오류, 편견의 오류,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오류를 안고 있다.”- 쉽게 설명해 달라.“자기 과신은 애널리스트 스스로 지나치게 믿는 데서 생긴다. 편견의 오류는 지금 아는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또 예전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조스’가 개봉하고 나서 미국 해안가에서 수영하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고 하더라. 사람들은 실제 조스가 나타날 확률은 매우 낮은데도 영화에서 본 현상이 계속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분석 프로그램(tool)에 문제가 있다고도 하는데?“아무리 정교한 툴이라도 과거의 추세를 분석하는 용도이기 때문에 미래를 맞히는 데는 별수 없다. 주식은 정말 별의별 것에 영향을 다 받는다. 최종 결과치보다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근거를 눈여겨봐야 한다. 전망 자체에 이미 많은 가정이 들어가 있다. 과거와 현재는 확실하고 미래는 불확실하며 이 세 부분은 단절돼 있다.”- 아무리 해도 못 맞힐 것이라면 뭣 하러 전망을 하나?“그렇다고 전망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틀릴 수 있다는 한계를 알고 참고만 하지 맹신하지는 말라는 얘기다.”- 올해 종합주가지수를 어떻게 전망했나?“3월부터 약세장으로 판단했고 9, 10월 즈음에 1300~1400 정도가 바닥일 거라 생각했는데 1000이 깨질 줄은 몰랐다.”최은경 기자·chin1chuk@joongang.co.kr

2008.12.1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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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면 뭐든 인수한다”

산업 일반

요즘 인수 ·합병(M&A)이 있는 곳에 공제회가 있다. 인수 대상도 제조업부터 금융 ·건설에 이르기까지 무차별적이다. 군인 ·교직원 ·경찰 등 100만 명에 이르는 회원에게 끌어모은 자금이 이들의 무기고. 돈 되는 사업에 직접 몸을 던지는 이유는 간접투자만으로는 약속한 이자를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김승광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요즘 대기업 오너들이나 경제 5단체장과 함께하는 자리가 부쩍 늘었다. 11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 CEO’로서 재계의 돌아가는 사정을 듣기 위해서다. 부동산뿐 아니라 각종 개발사업과 기업 구조조정 영역으로까지 사업을 확대하면서 그를 만나려는 사람들도 줄을 서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수조원대의 자금력이 있어 대형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파트너다. 지난해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JP모건-칼라일 컨소시엄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M&A시장에서의 몸값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계열사 11곳 가운데 7개사를 M&A로 끌어들였다. 금호타이어 ·대한토지신탁 ·대신기업 등이 여기에 속한다. 군인공제회 자산 규모는 약 4조원. 지난 1984년 2월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설립돼 현역 군인들이 1계좌에 5,000원씩 내는 ‘회원급여저축’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20여 년간 흑자행진을 벌여온 덕에 즉시 조달 가능한 현금만도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인공제회가 M&A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지는 꽤 오래 됐다. 지난 87년 덕평CC 운영업체인 덕평관광개발을 인수한 것이 시초다. 덕평CC를 운영한 경험 덕에 국방부로부터 태릉 ·남성대 ·남수원CC의 경영을 위탁받았다. 외환위기 때는 냉장 및 물류창고업체인 고려물류사업소를 인수했다. 학사장교 출신인 채기문 사장이 이 회사를 맡고 있다. 경리담당 대령으로 예편한 그는 금융전문가가 거의 없었던 군인공제회에서 사업관리본부장을 맡아 초기의 기업 인수 작업을 이끌었다. 지난 2001년 군인공제회를 대주주로 맞은 한국캐피탈(옛 중부리스)의 유인완 사장은 군인공제회의 M&A시장 진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본격적으로 민간기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시기는 저금리 기조가 시작되던 2001년부터다. 회원들에게 연 8%대의 복리이자를 주기로 약정을 맺어 은행이자만으로는 역마진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해주던 군납사업의 경쟁이 격화돼 다른 수익원을 찾아나서야 했다.” 군인공제회는 워크아웃 중이던 중부리스의 지분 83%를 2,500억원에 인수한 뒤 상호를 한국캐피탈로 바꿨다. 그리고 한일투신 사장을 지낸 유 사장을 불러 경영을 맡겼다. 순수 금융인인 유 사장은 군인공제회 계열사 사장 가운데 세 사람뿐인 ‘민간인’ 출신이다. 유 사장은 한국캐피탈을 맡은 뒤 군인공제회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우선 경남리스를 흡수합병해 몸집을 불린 뒤 M&A와 벤처투자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부동산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2001년에 180억원을 들여 인수한 대한토지신탁은 장병선 사장이 지휘한다. 한국토지공사 사장을 지낸 장 사장은 30여 년간 부동산 사업에서 한 우물을 팠다. 부동산 투자의 주요 결정은 외부에서 영입된 전문가들이 한다. 필요할 경우에는 전문가 집단에게서 자문을 받기도 한다. 부동산컨설팅 업체 LMS컨설팅 이문숙 대표는 “군인공제회와 대한토지신탁의 투자대상 선정과 마케팅은 전문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국가기관에서 유력 인사들을 영입해 정보와 인맥을 활용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인공제회의 자금운용은 금융과 건설로 나뉜다. 기업 인수 등은 금융투자본부에서, 아파트 건설 등은 건설사업본부가 각각 나눠맡는다. 두 사업부문의 수장들은 전직 군인들이다. 다소 폐쇄적인 조직인 탓인지 외부전문가들을 영입하는 대신 군에서 유사한 업무를 맡았던 인물들이 이끌고 있다. 최정락 전 육군 대령이 본부장을 맡은 금융투자본부에는 12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중 5명이 투자상담사 또는 자산관리사 자격증을 갖춘 준전문가들이다. 최 본부장은 지난 98년 경리담당 대령으로 예편한 뒤 99년 7월부터 금융투자본부장을 맡고 있다. 건설사업본부장은 공병 출신인 황진업 전 육군 대령이 이끈다. 이들은 기획과 경리, 법무 등 엘리트 장교로 복무했던 전직 군인들의 보좌를 받는다. 해외 유학 등으로 쌓은 전문지식과 한국 사회 곳곳에 뿌리 내린 ‘군인 네트워크’가 이들의 최대무기다. 유 사장은 액수가 크거나 중요한 투자건의 경우 김성중 이사와 협의를 거친다. 비상근인 김 이사는 미 플로리다 공과대학원 출신의 유학파로 군인공제회에서 최정락 본부장을 보좌하고 있다. 유 사장은 취임 1년 만에 중부리스를 234억원의 흑자회사로 바꿔놨다. 그는 “현재 금융기관은 고유 업무라는 말이 무의미할 정도로 영역구분이 없어졌다”며 “투자 영역을 더 넓혀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물론 투자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권은 군인공제회 이사회가 갖고 있다. 금호타이어 인수 등 규모가 큰 사업은 국방부 장관의 동의를 받는 절차도 거친다. 하지만 군인공제회는 일단 인수한 회사의 경영권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한두 명을 경영진에 참여시켜 감사 업무만 하는 정도다. 군인공제회가 드러난 큰손이라면 회원 수 65만 명, 자산 규모 10조원의 한국교직원공제회는 ‘보이지 않는 큰손’이다. 아직 언론의 조명을 덜 받았을 뿐 교직원공제회는 주식시장에서만 1조원을 운용해 지난해 29.2%의 수익률을 올렸다. 채권시장에서도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굴리고 있다. 최근에는 민간사업 투자도 활성화하고 있다. 교직원공제회는 자회사와 출자회사를 합해 모두 8개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기존 사업체들은 서울교육문화회관과 제주라마다프라자 호텔 등 대부분이 회원들을 위한 레저 ·숙박업에 치중돼 있었다. 교직원공제회는 자산을 여러 개의 투자자문사에 분배해 운용을 맡긴다. 이 업무는 배재환 교직원공제회 자산운용 팀장이 총괄한다. 그는 10년 넘게 교직원공제회에서 이 업무를 담당해온 베테랑이다. 배 팀장의 주요 임무는 실력있는 자산운용사들을 선택해 공제회기금을 나눠주는 일이다. 그는 코스모투자자문 최권욱 사장을 최고의 파트너로 꼽았다. 코스모는 교직원공제회뿐 아니라 군인공제회 ·국민연금 ·사학연금 등의 대형 자금 운용을 맡고 있는 업체다.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굴리는 인력은 최 사장까지 포함해 모두 5명. ‘한국의 피델리티’를 표방하는 그는 “소수정예인 인력이 운용할 수 있는 규모가 넘어섰다고 판단되면 더이상 자금을 받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업 인수는 저금리시대의 수익원 발굴 차원” 코스모 등을 통해 간접투자에 치중하던 교직원공제회가 최근에는 금융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교원나라상호저축은행 ·교원나라벤처투자 ·교원나라자동차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회원들에게 고금리 혜택도 주고 직접 자산운용에도 나서기 위해서다. 94년 ㈜전방으로부터 인수한 뒤 2001년 이름을 바꾼 교원나라저축은행은 교직원공제회를 통해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한 뒤 그 차이만큼을 예금이자로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회원을 끌어들이고 있다. 덕분에 매년 예수금이 1,000억원 가까이 증가하고 50억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내는 등 어려운 업계 상황에도 선전하고 있다. 온라인자동차보험사인 교원나라자동차보험은 지난해 12월 공식출범, ‘에듀카’라는 브랜드 아래 기존 오프라인 보험사보다 25% 정도 싼 보험상품을 선보이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교원나라자보는 현재 차량을 소유한 45만 명의 교원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금융 외에도 교직원공제회의 손길은 건설 ·종합레저 ·제조업 등 미치지 않은 영역이 없다. 인천 철마산터널 공사와 신공항 하이웨이 ·서울시 신교통시스템 시행업체로 선정된 LGCNS 지분 인수 등에도 교직원공제회의 이름이 빠짐없이 올라갔다. M&A시장에도 진출해 법정관리 중인 뉴코아 인수를 위한 ‘2001아울렛 컨소시엄’에 참가했다. 교직원공제회는 “2010년에 26조원의 자산과 다수의 계열사를 보유한 초일류 그룹으로 성장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양대 산맥인 두 공제회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경찰공제회와 지방행정공제회도 사업영역을 꾸준히 넓히며 손을 키워가는 중이다. 지방행정공제회는 최근 도용환 스틱아이티투자 사장과 손잡고 벤처투자펀드 조성에 나섰다. 8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디지털 관련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타기업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경찰공제회는 자회사를 두지 않고 있지만 120%가 넘는 지급준비율로 공제회 가운데 재무구조가 가장 안정적이다. 경찰공제회의 주된 수익사업은 운전면허 신체검사와 골프장 사업 등으로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부동산 경기 이끄는 공제회 대형 공제회들이 예정 중인 부동산 사업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앞으로 어떤 부동산 상품이 뜨게 될지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공제회들은 자금력과 인적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지난 몇 년간 전국을 달궜던 부동산 열기를 한 발 앞서 주도해왔다. 군인공제회는 주상복합아파트 열기에 불을 지핀 주인공이다. 4조원의 자산 중 45% 가량인 1조8,000억원을 부동산 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주상복합 붐의 효시 격인 ‘경희궁의 아침’을 비롯해 ‘마포 한화 오벨리스크’, ‘여의도 리첸시아’, ‘대우 그랜드 월드’ 등 귀에 익은 이름만도 일일이 거론하기 어렵다. 주상복합 열기가 꺾이고, 신도시 개발이 본격화 될 것을 예측이라도 한듯 군인공제회는 지난해부터 경기도 일대의 아파트 건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공을 민간 건설사에 맡겨 이름이 드러나지 않을 뿐 용인 ·김포 ·화성 등의 신도시 개발은 군인공제회가 없었다면 가능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용인에서만 마북리 현대 홈타운 ·신봉리 동부 센트레빌 ·성복리 경남 ·동백리 동원 등이 군인공제회가 시행사로 나선 아파트들이다. 이 밖에도 고양 풍동 성원 ·김포 사우동 대림 ·화성 동탄(시공사 미정) 등 군인공제회는 신도시 예정 지역에서만 3,000가구가 넘는 아파트를 짓고 있다.

2004.02.0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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