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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 갈린 증권계 CEO…증권사 ‘승진’ 자산운용사 ‘교체’

KB·삼성·신한·한투 CEO 자리 지켜…미래에셋 최현만 회장 승진
5개 자산운용사 수장 교체…70兆 ETF 잡으려 전문가 영입 바람

 
 
최근 연임에 성공한 증권사 대표. [사진 KB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연말 인사시즌을 맞은 증권업계와 자산운용업계의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올해 주식투자 열풍으로 호황을 누린 증권사 수장들은 승진과 연임 소식이 잇따르지만 자산운용사 수장들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ETF 전문가로 교체되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3월 사이에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연임에 성공한 건 KB증권과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4개사 수장이다. 라임과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를 딛고 올해 큰 폭의 실적 성장을 이뤄낸 점이 연임에 주효하게 작용했다.  
 
우선 올해 말 ‘2+1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던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 대표는 각각 1년 임기를 더 부여받았다. KB증권이 지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5433억원으로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달성한 덕분이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60.5%에 달한다.  
 
특히 자산관리(WM) 부문을 맡은 박정림 대표는 증권업계 유일한 여성 CEO로 금융지주 내 입지가 탄탄하다고 알려져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라임펀드 사태 관련 ‘문책경고’ 중징계(금융권 취업 3~5년 제한)를 통보받아 연임이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금융당국이 CEO 제재 최종 결정을 미루면서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금융계열사 CEO 중 연임 유일   

 
올해 국내 증권사 최초 순이익 ‘1조 클럽’에 입성한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대표도 1년 연임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 정 대표 취임 후 매년 최대 실적 경신 랠리를 이어왔다. 지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2043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86.2% 성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6월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팝펀딩 등 판매책임 이슈가 불거진 사모펀드에 대해 투자금 전액 보상을 결정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통해 탄탄한 고객 신뢰를 구축한 점이 연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도 1년 더 임기를 이어간다.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과 라임펀드 사태 이후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 조직·인력 쇄신 등의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도 나쁘지 않았다. 신한금융투자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6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1% 뛰었다. 내년 금융시장이 낙관적이지 않아 CEO 연임으로 안전성을 추구하려는 금융투자업계 분위기도 이 대표 연임에 영향을 미쳤다. 
 
이외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가 올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자리를 지키게 됐다. 삼성화재와 삼성카드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CEO들이 물갈이 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장 대표는 이번 연임 성공으로 임기가 2024년 3월까지 늘어나게 됐다. 삼성증권의 지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8217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74% 증가했다.
 
승진한 CEO도 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는 내년 1월 1일자로 미래에셋그룹 회장 직위에 오른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최현만 신임 회장 승진엔 전문 경영인이 회사를 이끌어 가는 역동적인 그룹을 만들겠다는 박현주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삼성·한투운용, ETF 점유율 확대 위해 대표이사 교체 

 
최근 교체된 자산운용사 대표. [사진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한투신탁운용]
자산운용업계는 분위기가 증권업계와 반대다. CEO 교체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최근 국내외 증시 변동성 확대로 간접투자 시장인 상장지수펀드(ETF)에 돈이 몰리는 상황이 CEO 인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순자산총액은 70조6000억원에 달한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2조7000억원으로 코스피 거래대금의 23%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 거래액의 4분의 1이 ETF 거래액인 셈이다. 이에 시장 점유율을 둘러싼 자산운용사 간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국내에 ETF를 처음 전파한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을 새 수장으로 내정했다. 외부 수혈로 CEO를 영입한 것은 처음이라 ETF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파격적 인사라는 평이 대부분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현재 ETF 시장 내에서 약 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ETF 시장의 양대 강자인 삼성자산운용(약 42% 점유율)과 미래에셋자산운용(약 30%),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진 KB자산운용(약 9%)에 이은 네 번째 순서다. 
 
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도 최근 서봉균 삼성증권 세일즈앤드트레이딩(Sales & Trading) 부문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서 신임 대표는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골드만삭스(한국 대표) 등 외국계 금융사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다. 삼성자산운용 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자사의 ETF(상장지수펀드)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운용 인프라 확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올 들어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7% 이상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미래에셋자산운용 신임 대표이사로는 최창훈 부회장과 이병성 부사장이 선임됐다. 내년 초 신한대체투자운용과 통합해 종합 자산운용사로 거듭나는 신한자산운용은 조재민 전 KB자산운용 대표를 전통자산 부문 신임 수장으로 영입했다. 대체자산 부문은 기존 김희송 신한대체투자운용 대표가 맡는다. 

강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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