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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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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은 탈출이 답?”...‘글로벌 증시 훈풍’서 소외된 韓 증시, 향방은

증권 일반

“국장(국내 주식시장) 떠나겠습니다.”글로벌 증시가 연일 상승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게걸음하고 있다. 증시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자 미국 등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며 국내 자본시장의 기반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올해 들어선 이후 한국의 주가지수는 주요국 증시에 비해 크게 부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22일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72포인트(0.03%) 내린 2723.46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0.79포인트(0.09%) 하락한 845.72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2021년에 기록한 3300선은 물론, 지난 3월 말 기록한 연고점(2779.40)도 뚫지 못한 채 2700선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다만 국내 증시와 달리 해외 증시는 기업 실적 호조와 금리 인하 기대가 쌍끌이로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기록적인 강세장이 진행되고 있다. 코스피의 연초 이후 상승률은 2.59%인데 반해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지수는 12.13%, S&P500지수는 11.56% 상승했다. 일본 니케이225지수의 상승률은 16.38%에 달한다.특히 최근 들어 대만 증시와 한국 증시 간 차별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만 가권지수는 올해 들어 18.4% 상승했다. 대만과 한국 간 주가상승률 차별화도 눈에 띄는 부분이지만 대만과 한국 간 시차총액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팬데믹기간 중 대만 시가총액이 한국 시가총액을 일시적으로 상회한 적은 있지만 최근처럼 대만 시가총액이 한국 시가총액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격차를 확대한 사례는 없었다.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미국 증시는 물론 유럽 주요 증시와 함께 대만 증시도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며 “연초까지 극도의 부진을 보이던 중화권 증시 역시 강한 반등 랠리를 보여주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예외”라고 말했다. 韓 증시 저평가 해소 언제쯤…K-증시 떠나는 개미들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올해 5월 20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코스닥 주식 9조69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이 사들인 해외 주식은 57억4000만 달러(약 7조8000억원)에 이른다. 개인의 국내 증시 이탈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 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세율은 20~25%다. 당초 지난해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2025년으로 시행이 2년 유예된 상태다.내년 금투세 도입이 예정된 상황에서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다만 야당은 조세 형평성을 위해서 합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금투세 도입 유무를 장담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민감해하는 공매도 역시 조만간 재개될 조짐을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5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6월 하순이 되기 전 공매도 재개 여부와 방식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재개할 수 있다면 하고,그렇지 않다면 이른 시일 내 정상화할 방안에 대해 말씀드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이 원장이 공매도 재개 뜻을 밝히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공매도 전면 금지를 선언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불법 공매도 차단 시스템 구축·글로벌 투자은행(IB) 전수조사’를 약속했다. 개인투자자들은 아직 무엇 하나 제대로 마무리된 게 없는 상황에서 공매도 재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감도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된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으로 기업가치 제고 노력과 주주 환원 정책을 골자로 한다. 개인 투자자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강제성이 없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 소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부의 제도 개선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며 “반면 미국 등의 해외 증시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국내보다 해외 투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해외주식 투자가 쉬워지며 투자자 입장에서도 굳이 국내 주식만 바라볼 필요가 없어졌다”며 “향후 투자자 이탈이 빨라질 경우, 기업들도 자금 조달이 수월한 해외 증시로 옮겨가며 국내 자본시장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하반기 국내 증시는 ‘피크아웃’(고점 찍은 뒤 하락) 우려에 따라 지수에 하방 압력이 가중되는 리스크 국면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현재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강화되고 있으나 하반기에는 피크아웃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며 “하반기에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전반적인 수출 증가율과 경제 성장률 둔화 조짐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 했다.

2024.05.27 05:00

4분 소요
中 관련되면 죄다 ‘우수수’ 급락...차이나 리스크 언제까지

증권 일반

중학개미(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부동산 위기 등으로 장기적인 저성장 늪에 빠지면서다. 5년 만기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로 낮추는 등 중국이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펴면서 중화권 증시가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도 일부 나오고 있지만 암초는 곳곳에 산적한 상황이다. 올 들어 중국 증시는 부동산 위기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 300개 중국 기업으로 구성된 CSI300지수와 중국 본토의 대표 주가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SSEC), 홍콩 항셍 지수는 각각 19%, 11%, 27% 떨어졌다. 하락세를 이어가던 중국 증시는 정부의 개입으로 지난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 직전인 이달 5~8일 1년 3개월 만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하락 폭을 좁혔다. SSEC는 최저점을 찍었던 2월 5일부터 20일까지 8.1% 뛰었다. CSI300지수도 같은 기간 7.2% 올랐다. 두 지수는 춘제 연휴(10~17일)를 전후해 각각 5거래일,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홍콩 증시도 상승 전환했다. 홍콩 항셍지수와 홍콩(H)지수도 같은 기간 각각 8.3%, 10.1% 뛰었다.하지만 여전히 변수는 남아있다. 우선 경기 침체 속 가파른 외화 유출이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중국에서 외국으로 빠져나간 돈은 687억달러(92조원)에 달한다. 중국의 자본 순유출은 2018년(858억 달러) 이후 5년 만이다. 정부 부채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은 300%에 육박하면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국의 거시 레버리지 비율(명목 GDP 대비 총 비금융 부채비율)은 287.1%로 전년 대비 13.5%포인트(p) 상승했다. 이 기간 중국의 지방 정부 채무는 40조7400억 위안(7564조원)을 기록했다. 한해 채무 증가액이 5조6800억 위안(1055조원)에 달해, 목표 한도인 4조5200억 위안(839조원)을 1조 위안(186조원) 이상 초과했다. 中 경기 부양책에 증시 반등..."변동성 확대 장세 반복"중국 정부는 증시를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치고 있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은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기존 연 4.20%에서 3.95%로 0.25%p 인하했다. LPR는 사실상 중국의 기준금리로 평가된다. 인민은행이 LPR를 조정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이로써 중국의 5년 만기 LPR를 제도 도입 이래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현지에서 5년 만기 LPR를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만큼, 금리 인하는 침체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로 해석된다. 또한 앞서 지난 2월 5일에는 당국이 지급준비율 인하를 통해 1조 위안(185조원)을 시장에 투입하기도 했다. 3월 4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에서 당국이 예상보다 높은 5%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부양책을 쏟아낼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이후 증시 상황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단기적이지만 증시 상승에 촉매제가 될 것이란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추가 부양책이 없을 경우 경기 불안감과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 조짐 등 악재를 뚫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하 타이밍이 뒤로 밀리고 중국 소비가 생각보다 괜찮으면 중국의 통화정책 완화 속도가 느릴 수도 있겠지만 이는 후에 따져 볼 문제”라며 “당장 지금부터 이어질 부양책 관련 기대는 중국 및 국내 주식시장에 단기적으로나마 긍정적인 영향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중국 증시가 회복세로 전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부양책의 구체성 결여와 더불어 증시 부양책이 주로 대형주에 집중될 것이라는 예상으로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한 거센 투매가 증시 급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내다봤다.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주식시장은 당분간 장중 급락 후 구원투수(국가대표팀 자금) 등장 이후 낙폭을 축소하는 변동성 확대 장세가 반복될 것”이라며 “증권거래소의 기관 매도 금지 조치 해제와 저성장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는 연속성이 있으며 높은 강도의 부양책 시행 등 춘절 이후 신뢰 회복을 위한 정부 움직임이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4.02.27 06:02

3분 소요
연매출 279조 삼성전자…최대 실적에도 주가는 하락세

산업 일반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가 따로 움직이고 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반면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27일 삼성전자는 2021년 연결기준 매출액이 279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51조63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4분기에만 76조5700억원의 매출액과 13조87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국내 1위 기업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는 2020년 실적과 비교해도 괄목할만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2020년엔 236조26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35조9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년 만에 매출액은 18%, 43% 늘어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증가와 반도체 사업 호조에 따른 결과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인텔을 제치고 3년 만에 반도체 시장 1위 기업으로 뛰어올랐다. 가트너는 2021년 글로벌 반도체 매출 5835억 달러(약 695조4153억원) 가운데 삼성전자의 매출 비중은 13.0%, 액수로는 759억5000만 달러(약 90조5324억원)이다. 인텔은 731억 달러(12.5%)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이런 조사 결과는 삼성전자나 인텔이 발표한 실제 실적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삼성전자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결과가 바뀌지는 않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 매출액이 94조1600억원, 인텔은 790억2000만 달러라고 각각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5세대 이동통신(5G)용 대량판매 모델 등 시스템온칩(SoC) 라인업을 강화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파운드리는 1세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양산을 통한 기술 리더십 확보와 글로벌 고객사 공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7일 진행한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1분기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모든 공정에서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며 “지난해 4분기부터 크게 증가한 첨단 공정 비중이 더욱 늘어나는 만큼 첨단 공정 수율 개선에 주력해 고객 수요의 안정 증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2021년 초 8만3000원이던 주가는 7만3300원까지 하락 문제는 주가가 실적만큼 따라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실적 발표 전날인 1월 26일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는 7만3300원을 기록했다. 올해 초(1월 3일) 7만86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7% 떨어진 수준이다. 주가의 하락세는 비단 올해 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초(2020년 1월 4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8만3000원이었다.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9만원을 웃돌 것을 예상하며 ‘9만전자’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등락을 거듭한 끝에 결국은 주가 하락의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미국의 돈 풀기 정책 중단과 금리 인상, 반도체 기업들의 잇따른 주가 조정과 원자재·물류비용 상승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현재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일 보고서를 통해 “2022년 메모리 업황은 '상저하고' 패턴이 전망된다”며 목표주가를 9만5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실적 전망도 밝은 편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친환경 반도체와 폴더블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며 “고객사와 중화권 거래선을 중심으로 출하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2.01.31 08:00

2분 소요
코스피에 힘 실어준 중국 시장…관련 화학, 철강기업 주목 [이종우 증시 맥짚기]

증권 일반

현재 시장에서 가장 관심이 많은 변수는 물가다. 투자 불안 심리가 높은 상태에서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가 6.8%나 올라 1982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나라와 다른 선진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물가 불안이 심해지면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예상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2023년 이후로 점쳐지다가 여름에는 올해 안으로 당겨지더니 지금은 내년 3월에 첫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 연간 금리 인상 횟수가 3회가 될 거란 형태로 전망이 수정됐다. 물가 때문에 연준의 적극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관심을 끌고 있는 변수가 나쁜 쪽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주가가 약세가 됐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반대다. 코스피지수가 단기간에 200포인트나 상승했고, 미국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식시장 내부의 힘이 외부 변화를 압도한 것이다. 코스피에 힘을 실어준 요인이 하나 더 있다. 중국시장인데 11월에 중국과 홍콩 시장이 4% 가까이 오르더니 12월 들어 상승 속도가 더 빨라졌다.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상대국이고, 지역적으로도 중화권 주식시장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나온 결과인데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지난 11월 이후 외국인이 우리 시장에서 4조8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것도 중국시장 상승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 세계 유동성은 주가가 높은 선진국보다 신흥국 쪽에 더 관심이 있는데 우리 시장도 그 영향권 내에 들어가 있다. ━ 낮은 주가와 지준율 인하로 중국 증시 상승 중국 주식시장 상승은 몇 가지 요인이 작동한 결과다. 무엇보다 낮은 주가가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직후 상해종합지수가 2660까지 내려갔었다. 현재는 3700선으로 회복됐으니 1년 8개월 사이 38%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미국시장이 110%, 코스피가 135% 상승한 걸 감안하면 중국시장이 얼마나 지지부진했는지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시장은 하락해도 폭이 크지 않고, 상승하면 빠르게 오를 수 있는 시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대책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지난 6일 중국 인민은행이 지준율 인하를 발표했다. 대형 은행의 지준율을 기존 12%에서 11.5%로 0.5%포인트 인하하는 내용이다. 지난 7월에 지준율을 내린 이후 5개월 만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 인하를 통해 시중에 1조4000억 위안의 유동성이 공급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지준율 인하에 나선 건 경기가 좋지 않아서다. 중국의 제조업 공급관리자지수(PMI)가 기준선인 50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여름 이후 여러 규제와 중국 2위 부동산 기업인 헝다 그룹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면서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인데, 중국 정부는 유동성 공급과 재정 정책을 통해 경기 냉각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했다. 지준율 인하 외에 지방채 발행 독려, 건설 프로젝트, 대도시 부동산 대출 금리 인하 카드도 내놓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정책 대응 의지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가 강한 부양책을 내놓은 건 부동산 가격 하락 등 골칫거리가 해소된 영향이 크다. 중국의 주택가격이 2015년 이후 처음 전월 대비, 전년 대비 모두 하락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경기 둔화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부양보다 부채를 줄이는 쪽으로 나아간 건 기업부채와 지방정부 부채가 부동산과 관련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이 오르는 동안은 부채 증가를 막기 위한 정책을 펴야 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국제 유가와 석탄 가격 하락도 정책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 중국의 10월 생산자물가가 13.5%까지 상승했지만 11월에는 둔화될 걸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 유가 및 석탄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통화정책은 소비자물가보다 생산자물가에 연동돼 있다. 생산자물가가 정점을 지났다는 건 완화 정책이 강화될 여지가 크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유동성을 마냥 늘리지는 못할 것이다.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여서 지준율을 인하한 후 상당 기간 효과를 지켜보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가 불안이 중국 외에서 발생한 부분이 많은데 이는 중국 정부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피할 수 없다. 달러가 강세로 변한 영향으로 대부분의 주요 통화가 약세가 됐다. 원화도 한때 달러당 1190원을 넘었다. 신흥국 통화는 더해 브라질, 멕시코 등의 환율이 약세가 됐다. 오직 중국만이 예외였다. 달러 인덱스가 96을 넘었지만, 위안화는 달러당 6.3위안선에서 후퇴하지 않았다. 3월에 잠시 약세를 보여 달러당 6.6위안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내려갔다가 8월부터 방향이 달라져 지금이 됐다. 올 초에 달러당 6.5위안 초반이었던 걸 감안하면 그동안 위안화가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다. ━ 중국, 중저가 상품 소비 뚜렷해 상품수지 빠르게 개선 위안화 강세가 계속된 건 경상수지 흑자의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이후 대부분 국가에서 서비스보다 재화 소비가 먼저 회복됐다. 그 덕분에 중국은 상품수지가 크게 개선될 수 있었다. 중국이 중저가 상품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19에서 빠르게 벗어난 것도 위안화를 강하게 만든 요인이다. 중국은 지난해 주요국 중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나라다. 제일 먼저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기 때문에 통화가 강세가 될 수 있었다. 중국의 경기 회복과 위안화 강세 그리고 낮은 주가를 감안할 때 중국 주가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재료로서 중국시장의 역할도 커진다. 미국시장은 상승이 계속돼 왔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주는 감응이 많지 않다. 사상 최고치 경신이나 큰 폭의 상승같이 변화가 있을 때만 코스피에 잠시 영향을 줬다 사라지는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시장은 다르다. 주가가 오를 때마다 투자자들에게 새롭게 각인되기 때문에 우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우리 시장에서 중국 관련주가 계속 바뀌었다. 2000년대 중반에는 굴삭기를 비롯한 자본재가 중국 관련주의 대명사였다. 중국이 한창 공장을 짓고, 인프라를 만드는 상황이어서 관련 업종이 주목을 받은 것이다. 2010년대 들어서는 소비재가 중국 관련주의 대명사가 됐다. 중국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소비 여력이 커져 우리나라의 관련 기업들이 각광을 받은 건데 화장품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화학을 비롯한 소재 관련주가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장비 구축을 끝낸 만큼 이제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소재가 필요하다. 화학, 철강 등의 소재 산업에 거기에 해당한다. 화학업종은 지난 1분기에 주가가 고점을 친 후 크게 떨어진 상태다. 지금은 더는 크게 하락할 공간이 없는데 중국시장 강세를 계기로 주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니스트

2021.12.14 06:00

5분 소요
[일국양제 홍콩의 불안한 미래] 중국의 사회 통제로 경제 활력 떨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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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조례’ 둘러싸고 홍콩 주민 반발 격화… 민주파 총력전에 중국 대응 주목 홍콩에서 6월 9일부터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은 겉으로는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홍콩 입법회(의회)의 12일 심의에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이 1997년 중국에 회귀할 당시 중국이 했던 ‘일국양제(一國兩制)’ 약속을 지키지 않고 홍콩을 중국화한다는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우선 문제의 법안부터 따져보자. 이 법안은 홍콩이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경우에 따라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과 대만·마카오가 포함됐다. 홍콩에 거주하는 민주인사들이 중국의 요구에 따라 송환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홍콩인들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6월 9일의 이 송환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홍콩에서 벌어져 주최 측 추산 103만명, 경찰 추산 24만 명이 참가해 온 거리를 가득 채우며 시위를 벌였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돌아간 후 벌어진 시위로는 최대 규모다. 홍콩의 역대 시위 중에는 1989년 천안문 사건 당시 150만 명이 몰려 벌였던 동조 시위 이후 가장 크다. ━ 2014년 민주화 요구한 50만 시위 이후 최대 규모 지난 6월 4일 홍콩에서 벌어졌던 6·4 천안문 민주항쟁 30주년 추모 촛불집회에 천안문 관련 집회 사상 최대 규모인 18만 명이 몰렸던 것과 비교하면 홍콩인의 이 법안에 대한 거부감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30년 전 중국 본토인 베이징에서 벌였던 천안문 사건에 대한 추모 열기보다 당장 중국이 홍콩 당국에 가하고 있는 정치적 압력, 중국에 송환될 수도 있다는 공포, 홍콩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침해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홍콩인을 더욱 자극한 셈이다.더욱 큰 문제는 홍콩인들이 중국의 일국양제 약속을 근본적으로 불신한다는 점이다. 일국양제는 중국이 사회주의 정치체제 안에서 홍콩과 마카오에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체제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1997년 포르투갈과 영국으로부터 마카오와 홍콩을 돌려받을 때 중국이 현지 주민과 서방권을 안심시키기 위해 내놓은 논리다. 개혁개방의 설계자인 덩샤오핑(鄧小平)이 제시한 개념이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서도 일국양제로 통일하자고 요구해왔다. 일국양제는 중국의 공식 통일방안인 셈이다.그런데 그런 일국양제에 대한 홍콩인들의 불만이 이번 시위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홍콩인들은 시위에서 일국양제와 함께 ‘홍콩인은 홍콩인이 통치한다(香人治香)’ ‘고도자치(高度自治)’의 3대 원칙을 요구했다. 중국이 홍콩 회귀 당시 약속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단순한 법안 하나만 손본다고 홍콩 주민들이 누그러질 태세가 아닌 셈이다.홍콩에서 일국양제를 둘러싸고 대규모 항의 시위와 시민 불복종 운동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4년 7월 행정장관 선거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주최 측은 51만 명, 경찰은 9만8600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홍콩 기본법에 따르면 정부수반인 행정장관은 선거위원회가 간접제한선거를 통해 선출하고 중국 국무원 총리가 임명한다. 국민이 직접 뽑는 지도자가 아닌 것이다. 홍콩 주민은 주민 직접선거를 통한 선출을 요구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럴 경우 홍콩이 준독립국이 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정식 명칭이 ‘홍콩 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인 행정장관은 홍콩의 정부수반이다. 그렇게 높은 자리임에도 현재 주민의 직접 선거가 아닌 간접선거를 통해 뽑는다. 입법회 의원, 구의회 의원, 홍콩에서 선출해 베이징에 보낸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 대표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대표, 38개 직능별 선거위원회에서 선출한 사람 등 1200명으로 이뤄진 선거인단에서 선출한다.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차지하는 직능대표는 친중국계가 대부분이어서 대표 선거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선거인단은 처음 400명으로 시작해 1998년부터 800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2007년 중국 전인대는 2012년 행정장관 선거부터 간접선거 선거인단을 1200명으로 늘리고, 2017년부터는 직선제를 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그런데 2014년 8월 31일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직선제 전환과 관련해 1200명 안팎으로 이뤄진 ‘행정장관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50% 이상이 지지한 사람만 행정장관으로 입후보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추천위라는 장치를 통해 사실상 친중파 인사 2~3명만 입후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앞서 전인대는 “홍콩 행정장관은 반드시 애국 인사가 맡아야 한다”며 친중인사만 행정장관이 되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시민들은 반발했다. 간선제 시절에도 선거위원 8분의 1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 후보로 등록할 수 있었는데 말만 직선제이지 후보 등록부터 제한해 주민의 의사가 더욱 반영되기 힘들게 된다는 항의가 빗발쳤다. 이에 따라 그해 9~12월 청년들을 중심으로 행정장관 선거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거리 시위와 도로를 점거하는 연좌 시위가 벌어졌다. 이는 시민 불복종운동과 수업거부운동으로 번졌다. 비오는 중에도 우산을 받쳐 들고 시위를 벌였다고 해서 ‘2014년 우산혁명’으로 부른다. 그 결과 홍콩 입법회는 2015년 6월 15일 선거제도 개편안을 8대 28로 거부해 선거제는 간선제로 남게 됐다. 중국은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홍콩인들에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후보 추천’이라는 지뢰를 숨긴 제도를 제안하면서 생색만 낸 셈이다. ━ 일국양제는 중국의 홍콩·대만 통인 방안 2017년 7월에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홍콩을 방문해 일국양제에서 ‘일국’을 강조해 일국양제에 대한 홍콩인의 회의를 더했다. 홍콩 입법기관인 입법회 선출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지역구 35석, 직능대표 35석으로 모두 70석으로 구성된다. 지역구 의원은 홍콩 유권자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한다. 하지만 직능대표 30석은 기업을 비롯한 각종 직능단체 회원들이, 나머지 5석은 구의회에서 선출한다. 직능대표는 친중파가 장악하고 있으며 지역구도 현재 친중파 18석, 민주파 16석, 공석 1석의 분포다. 중국이 형식적으로 불가능한 홍콩 내정에 대한 간섭을 실질적으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사실 이 엄청난 정치 사태의 발단은 치정 살인 사건이다. 지난해 2월 17일 대만에서 홍콩인 학생 찬퉁카이(陳同佳·20)가 임신한 여자친구 판샤오잉(潘曉穎·사망 당시 20세)을 치정 문제로 살해하고 암매장한 후 홍콩으로 도주한 사건이다. 판샤오잉의 부친이 딸이 귀가하지 않는다고 신고하자 수사에 들어간 대만 경찰은 CCTV를 통해 찬퉁카이의 범행을 확인했다. 이에 대만 사법당국은 찬퉁카이를 인도 받아 살인죄로 처벌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홍콩은 대만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아 그를 보낼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홍콩 형법은 ‘장소적 적용범위’ 조항에서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홍콩 영역 안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만 법을 적용한다는 이야기다. 실행이나 결과 중 어느 하나라도 영역 안에서 발생하면 형법을 적용하지만 판샤오잉 피살 사건은 여기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홍콩 당국이 그를 살인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대만 사법당국의 연락을 받은 홍콩 당국은 3월 13일 찬퉁카이를 체포해 살인과 암매장 장소를 자백 받았다. 그럼에도 홍콩 당국이 그에게 적용할 수 있었던 혐의는 고작 여자친구의 돈을 훔친 절도와 장물처리 혐의뿐이었다. 홍콩 당국이 수사 과정에서 찬퉁카이가 홍콩으로 도주한 후 판샤오잉의 현금카드로 돈을 인출해 사용한 것을 발견해 이에 대해서만 처벌할 수 있었다. 재판 막바지에 그에게 중범죄에 해당하는 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판 결과 그에게는 29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됐을 뿐이다. 그러자 홍콩과 대만 모두에서 ‘살인 자백하고도 무죄인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대만 검찰은 찬퉁카이를 살인죄로 기소했으며 지난헤 12월 3일에는 그를 대상으로 최장 시효 37년6개월짜리 지명수배령을 내렸다. 끝까지 기다려 그가 송환되면 대만에서 재판을 하고 단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에 따라 홍콩 당국은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올해 3월 29일 ‘범죄인 인도 법안’을 마련하고 4월 3일 입법회 본회의에서 1차 심의를 했다. 공식명칭이 ‘2019년 도주범과 형사사무 상호법률협조(수정) 조례초안인이 법안은 줄여서 도법조례 수정초안으로 불리지만 미디어와 일반인들은 보는 시각에 따라 도주범조례·인도조례·중국송환조례 등으로 각각 부른다.‘중국송환조례’라는 축약어는 홍콩인들이 이 법안으로 인한 민주인사들의 중국 송환과 처벌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홍콩의 민주파와 시민들은 이 법안에 필사적으로 반대해왔다. 중국 정부가 이 법을 악용해 홍콩에 거주하는 중국은 물론 홍콩의 반중국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잡아가면서 홍콩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것으로 우려한다. 사형제도가 유지되고, 영장이나 법원 판결 없이도 사람을 잡아가서 가두거나 가택연금을 하는 중국을 믿을 수 없다는 ‘두려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 홍콩인 학생 찬퉁카이 치정 살인 사건이 발단 더구나 이번 송환법안이 통과될 경우 홍콩의 민주화 지수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국제 NGO 등의 조사를 바탕으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법의 지배’ 항목에서 중국은 126개 국가·지역 중 82위, 홍콩은 16위를 차지하고, ‘부패대책’ 부문에선 중국이 180개 국가·지역 중 87위, 홍콩이 14위다. ‘보도 자유 보장’ 분야에선 중국이 180개 국가·지역에서 177위, 홍콩이 73위, ‘민주주의가 실천되고 있는가’ 항목에선 중국이 167개 국가·지역에서 130위, 홍콩이 73위다. 중국의 낮은 순위, 중국과 홍콩의 격차도 문제지만, 홍콩이 언론과 민주주의 부문에서 상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난 것도 문제다. 홍콩인들이 일국양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중국의 입김이 강해지고 있다고 느끼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최악의 시나리오는 자유방임형 경제체제를 바탕으로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룬 홍콩이 정치적·사회적 비민주화와 불안정, 그리고 중국의 간섭으로 성장동력을 잃는 일이다. 사실 홍콩은 오랫동안 중화권의 경제수도이자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센터 역할을 맡아왔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2018년 홍콩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구매력 기준(PPP)으로 6만4216달러에 이른다. 부자 나라의 대명사인 미국(6만2606달러)이나 스위스(6만4216달러)와 비슷하다. 카타르(13만475달러), 마카오(11만6808달러), 룩셈부르크(10만6705달러), 싱가포르(10만345달러), 브루나이(7만9530달러), 아일랜드(7만8795달러), 노르웨이(7만3456달러), 아랍에미리트(6만9383달러), 쿠웨이트(6만7000달러) 다음이다. 홍콩은 마카오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특별자치구로 주권국가가 아니라 공식순위에선 빠지지만, 비공식으로 따지면 세계 11위의 부자에 해당한다. 명목 금액으로 따져도 4만8517달러로 독일(4만8256달러), 프랑스(4만2878달러), 영국(4만2558달러), 일본(3만9306달러)보다 많다. 경쟁 대상인 싱가포르에 많이 추월당하고 일부 항목에선 밀렸어도 여전히 중국과 아시아의 경제 엔진이다.홍콩이 이렇게 풍요를 누리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하기 좋은 기회의 땅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간섭과 규제가 거의 없다. 홍콩 당국은 경제 문제에선 수동적이다. 일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라 일부러 민간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유방임형 경제체제는 홍콩의 특징이자 강점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1912~2006)은 홍콩을 ‘자유방임형 자본주의의 세계적인 실험장’이라고 칭찬했다. 자유주의적 사상을 전파하는 미국의 카토 연구소도 홍콩을 자유방임형 경제정책의 모범으로 제시했다. 정부의 간섭이 거의 없는 자유방임형 경제체제는 낮은 세금 및 자유무역과 함께 홍콩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기본 요소다. 홍콩이 세계적인 국제금융센터로 성장한 원동력이기도 하다.자유방임형 경제정책은 정부가 규제, 과세, 기부금 등 민간 영역에 대한 간섭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재산권 보호에만 주력하는 경제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이다. 이를 통해 민간의 창의성과 활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자는 의도다. 정부가 무책임하게 방임하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자유주의적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의미에서 적극적인 불개입주의라고도 한다. 물론 주식시장 같은 경제조직을 만들고 관리하는 정도는 개입한다. ━ 홍콩은 ‘자유방임형 자본주의 실험장’ 홍콩은 이런 정책을 바탕으로 경제자유도 지수에서 1995년부터 2018년까지 25년간 세계 1위 자리를 줄곧 유지해왔다. 미국 해리티지 재단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발표하는 경제자유도지수(Index of Economic Freedom)는 영업, 교역, 투자, 금융, 재산권, 노동, 부패영향, 정부 규모와 통화 관리 등 183개 부분을 꼼꼼하게 살펴 정한다. 특히 2018년 지수에서 홍콩은 100점 만점에 90.2점을 기록해 90점 이상을 기록한 전 세계 유일한 나라다. 싱가포르(88.8), 뉴질랜드(84.2), 스위스(81.7), 호주(80.9)가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은 73.8로 29위, 일본은 72.3으로 30위를 각각 차지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물론 세계적인 기업의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가 상당수 홍콩에 위치한 것도 이런 경제 자유의 힘일 것이다. 이는 홍콩이 기업하기 좋은 기회의 땅으로 자리 잡은 가장 큰 이유다.홍콩으로선 경제에 타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시위 사태를 어떻게든 진정시키려고 할 것이다. 이에 따라 홍콩 정부는 인도 대상이 살인·밀수·탈세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국한될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선 사형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홍콩인의 거부감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그럼에도 홍콩 정부 수반인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과 정부, 그리고 친중파 의원들은 홍콩 사법체계의 허점을 방치해선 안된다는 명분으로 이 법안을 계속 밀어붙여왔다. 시민들의 거센 항의 앞에 이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더구나 중국은 미국과 나라의 명운을 걸고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민주주의와 인권과 관련한 가치관에 관한 문제제기를 계속 해온 대표적인 나라다. 홍콩 사태가 미중 대결의 한 부분으로 녹아들어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9.06.1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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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코스피 2000 부근에서는 매수 나설 만

재테크

지난해와 올해 지지력 검증된 지수대... 선진국 시장 안정되면 낙폭 큰 대형주 관심 가져야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일단 결렬됐다. 조만간 추가 협상에 들어갈 거라 얘기되고 있지만 정확한 날짜는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미국은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 인상을 확정했다. 그동안 여기에 부과됐던 관세율은 10%이다. 이미 동일한 관세를 물고 있는 500억 달러을 포함할 경우 25% 관세를 무는 중국 제품 규모는 2500억 달러가 된다. 전체 대미 수출액 5395억 달러의 절반이 좀 넘는 규모다. 징벌적 관세대상이 아닌 다른 수입품도 곧 25%의 관세율을 적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관세를 무는 상품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회담이 일단 결렬됐지만 미국과 중국이 구사하고 있는 단어들을 보면 아직은 어느 쪽도 판이 깨지는 걸 원치 않는 것 같은데, 그래도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 미중 무역협상 하반기에 타결 가능성 무역협상이 갑자기 어려워진 이유에 대해 중국 쪽에서는 말이 없다. 오직 미국의 언급만 나와있다. 중국이 기존에 합의했던 사안 중 최소 6군데 이상을 재협상하자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이번 무역갈등은 미국이 처음 시작했고 진행되는 내내 미국이 협상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걸로 알려졌기 때문에 수정을 요구하더라도 미국이 할 걸로 전망돼왔는데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중국이 재협상을 요구한 게 맞다면 이는 지난 1년 간의 데이터를 근거로 했을 것이다. 올해 1~4월까지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1238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가량 줄었다. 중국의 미국 제품 수입액 역시 556억 달러에서 388억 달러로 30% 넘게 감소했다. 이 차이 때문에 중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 정도 늘었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이런 상황은 중국의 미래 전략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역협상이 결렬돼 미국이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부담의 상당 부분이 미국 소비자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당장에 중국 제품을 대체할 곳을 찾기 어려운 만큼 미국 소비자가 높은 가격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 정치적으로 중국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는 있어도 제품 가격 상승에 불만을 품는 더 많은 사람들을 잃을 위험이 있어 불리한 건 미국이라고 본 것 같다.북미 협상 결렬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걸로 판단된다. 정상회담 이전에 양자간 도달했던 합의가 쉽게 깨지는 걸 본 중국 입장에서는 기존의 합의라도 지키려면 섣부른 양보보다 강공으로 나가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강대강의 싸움이 된 만큼 과거보다 해법이 복잡해졌다.앞으로 미중 무역협상은 셋 중 하나의 경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하나는 관세 부과라는 미국의 압박의 영향으로 한 달 내에 중국과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다. 가장 긍정적인 그림이다. 이 경우 미국이 관세 부과를 시작했지만 협상이 타결되면 다시 낮추는 수순을 밟게 된다. 두 번째는 미국이 예정대로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중국이 보복을 하지 않고 기존의 틀을 유지하는 그림이다. 협상 과정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기 때문에 한달 내에 타결은 어렵고 하반기 이후가 돼야 가능할 걸로 전망된다. 가장 부정적인 형태는 무역협상이 깨지고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응해 중국이 보복에 나서는 그림이다. 이 경우 관세전쟁이 광범위하게 번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서는 두 번째 경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어느 시점에 둘은 합의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그게 미중 모두에게 가장 이로운 그림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망은 일본과 미국의 무역분쟁이 왜 1970년대가 아닌 80년대에 일어났는지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미국의 갑작스런 관세 인상으로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쳤다. 발표가 있던 5월 6일 중국 시장이 5.5% 하락했고 대만·홍콩 등 다른 중화권 시장도 2~3%씩 떨어졌다. 미국과 유럽은 첫날에는 반응이 강하지 않았던 반면 이틀째 되는 날부터 주가 하락이 심해졌다. 처음에는 엄포인줄 알았는데 진행되는 과정을 보니 상황이 만만치 않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국내 시장은 영향이 가장 심해 코스피가 2100밑으로 떨어졌다. 4월 16일 이후 17일 사이에 180포인트가 하락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주가가 이처럼 무역분쟁에 민감하게 반응한 건 지난 넉 달간 협상의 성공적 마무리가 기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90일간 휴전에 합의하고 협상에 들어간 이후 여러 소식이 시장에 전해졌다. 대부분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주가가 이를 반영해 상승했다. 안심하고 있다가 한방 맞았기 때문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협상이 완전히 결렬된다 하더라도 추가 하락은 크지 않을 것이다. 짧으면 하루, 길어도 2~3일을 넘기지 않고 하락에서 빠져 나올 걸로 전망된다. 이미 주가가 많이 내려왔고, 결렬되더라도 추가 협상의 여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코스피가 2000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내려올 경우 매수에 가담하는 게 좋다. 지금 시장 여건이 좋지 않다. 경제가 좋지 않고 1분기 실적도 내세울 만한 게 없다. 앞으로 회복도 빠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주가는 낮아졌다. 코스피 2000은 지난해 4분기와 연초 두 번의 시험을 통해 지지력이 검증된 지수다. 선진국 시장이 크게 하락하는 정도의 재료가 나와야 이 선이 뚫릴 수 있는데,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니다.당분간 시장은 지수와 싸움을 계속할 걸로 전망된다. 그만큼 적절한 투자 종목을 찾기 힘들다는 의미가 된다. 무역분쟁을 둘러싸고 시장이 소란한 동안 자동차와 호텔·레저, 그리고 통신업종이 시장보다 양호한 수익을 올렸다. 은행주도 상승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모두 환율과 연관이 있는 업종들이다. 무역분쟁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에서 투자자들은 다른 업종으로 갈아타기보다 개별 재료를 가지고 있는 이들 업종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큰 등락을 거듭하는 동안에는 위험을 회피하는 게 우선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 경기 부진에 대형주 매력도 커져 상황이 좀 안정되면 그 다음부터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매가 일어날 것이다. 지금 국내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기초 요인이 좋지 않다. 경기 상황이나 기업 실적 모두에서 별달리 내세울 게 없는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믿을 구석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군이 주목 받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에 주가도 내려와 대형주 상승에 따른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다. 대형주 부상에 하나 전제 조건이 있는데, 선진국 시장이 하락하지 않는다는 가정이 성립해야 한다. 지난해 12월에 봤던 것처럼 우리 시장이 먼저 내려와 추가 하락의 여지가 크지 않더라도 선진국 시장이 하락하면 우리 시장도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9.05.1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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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혁신을 일군 아시아의 기업인(10)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

전문가 칼럼

미국 포브스 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아시아 최고 부자는 중국 온라인 유통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겸 CEO인 마윈(馬雲)이다. 리카싱 회장은 3위를 차지했다. 홍콩은 '리카싱의 도시'로 불릴 정도로 그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리카싱(李嘉誠·89, 이하 광둥어, 표준중국어로는 리자칭) 회장은 오랫동안 아시아와 중화권 제1의 부호로 이름이 높았다. 2017년 11월 현재에도 그는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인의 한 명이다. 추정 재산이 333억 달러에 이른다. 주가 등에 따라 매일 몇 억 달러씩 왔다 갔다 한다. 미국 포브스 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아시아 최고 부자는 중국 온라인 유통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겸 CEO인 마윈(馬雲)이다. 재산이 435억 달러(약 48조 원)로 세계 14위다. 2위는 인도의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회장으로 재산이 348억 달러에 이른다. 리 회장은 3위를 차지했다. 홍콩 1위에 중화권 2위다. 이렇듯 리 회장은 중화권과 아시아의 대표적인 경영인이다. 특히 홍콩은 ‘리카싱의 도시’로 불릴 정도로 그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홍콩 사람들은 농반진반으로 “홍콩 사람이 1달러를 쓰면 그 중 5센트는 리카싱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그는 거대한 기업제국을 이루고 있다.리 회장은 현재 3가지 직책을 보유하고 있다. 청쿵허치슨홀딩스(長江和記實業)와 청쿵그룹(長江實業集團), 그리고 리카싱재단의 회장이다. 청쿵허치슨홀딩스와 청쿵그룹 모두 지주회사다. 리 회장은 2015년 3월 청쿵실업(長江實業)과 자회사인 허치슨왐포아를 합병하면서 이 두 지주회사를 만들었다. 청쿵실업은 리 회장이 22세 때인 1950년 친척들로부터 5만 홍콩달러를 빌려 플라스틱 회사로 처음 창업한 기업이다. 허치슨왐포아는 리 회장이 1979년 인수한 영국계 글로벌 물류업체다. 두 공룡 기업의 합병 규모는 240억 달러에 이른다. 21세기 기업합병 사상 최대 수준인 ‘세기의 합병’이다. 합병 직전 미화를 기준으로 청쿵실업이 184억 달러, 자회사인 캐나다 허스키에너지가 75억 달러, 허치슨 왐포아가 13억 달러, 허치슨 텔레콤이 1억 7200만 달러, 청쿵인프라스트럭처가 4180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현금과 기타 자산도 30억 달러에 이르렀다.리 회장은 두 공룡 기업을 합친 뒤 비부동산 부문의 지주회사는 청쿵허치슨홀딩스가, 부동산 분야의 지주회사는 청쿵그룹이 각각 맡게 했다. 청쿵허치슨홀딩스는 캐나다 허스키 에너지와 영국 이동통신회사 쓰리, 그리고 전 세계 50여 개 국에 있는 글로벌 자회사를 모두 맡겼다. 청쿵그룹은 과거 청쿵실업과 허치슨왐포아의 모든 부동산 자산을 담당하면서 홍콩 관련 사업을 전담하도록 했다. 영문 약자로 청쿵허치슨은 CKH로 청쿵은 CK를 쓴다. 청쿵실업의 지분 43.24%를 보유했던 리카싱 일가는 합병 이후 청쿵허치슨홀딩스와 청쿵그룹의 지분을 총 30.15% 얻었다. 리카싱의 거대한 제국이다. 당시 합병으로 홍콩증시에서 청쿵실업 주가는 13.5%나 올랐다.장남인 빅터 리(李澤鉅·51)가 청쿵그룹의 부회장을 맡아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리 회장은 지난 6월 90세가 되는 내년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제 보이는 것 너머를 생각하는 완숙의 아시아 경영인이다. 리 회장의 차남 리처드 리(李澤楷·49)는 홍콩 통신회사인 퍼시픽 센추리 그룹(PCG)을 창업해 운영했다. 다국적 정보통신 지주회사인 PCCW(電訊盈科有限公司)의 회장도 맡고 있다. 13세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스탠퍼드대를 다닌 차남은 자립하라는 부친의 지시에 맥도널드에서 일하거나 골프장 캐디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었다. 2세를 제대로 된 경영인으로 키운 것도 리 회장의 업적이다. ━ 22세에 창업해 플라스틱 조화 팔아 리카싱은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빈손으로 출발해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다 근면성과 창의성으로 ‘아시아의 꿈’을 이뤘다. 리 회장은 1928년 광둥(廣東)성 동부의 차오저우(潮州)에서 태어났다. 리 회장은 중국 광둥(廣東)성 차오저우(潮州)사람이다. 차오저우는 상인과 화교로 유명하다. 역사적으로 ‘조주 상인’으로 이름 높았다. 조주 상인은 근면성과 개척정신, 그리고 신용에서 최고로 통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은 물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조선 고종 17년(1880년) 중국 차오저우 상인이 충청도 서부 비인현(지금의 서천군 비인면)에 표류한 기록도 있다. 조주 상인들은 중국 대륙 각지를 오가는 기존 항로에다 이른바 ‘香(홍콩)-星(싱가포르)-暹(태국)-汕(광둥성 산두)’ 항로 네트워크를 추가해 중국과 동남아 전역을 잇는 물자 교역을 활성화했다. 그런 조주 상인의 일부가 중국 북부에 와서 조선홍삼까지 구매해갔던 것이다.1928년생인 리 회장은 이런 차오저우의 선비 집안 출신이다. 할아버지는 청나라 말기 글을 읽는 선비였다. 아버지 리윈징(李雲經)은 교육자로 초등학교 교장을 지냈다. 그런 집안에서 3남1녀의 장남으로 자란 리카싱은 정상적인 교육을 받으며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그의 집안은 1937년 당시 중국의 수도였던 난징으로 이주했지만 그해 중일전쟁이 발발하고 살기가 힘들어지면서 1940년 홍콩으로 이주했다. 따지고 보면 리 회장은 홍콩에 난민으로 들어와 새 출발을 한 셈이다. 하지만 이주 2년 만에 아버지가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는 졸지에 소년가장이 됐다. 학교는 사치가 됐다. 그의 정규교육은 중학교 1학년까지였다. 가게에서 장시간 근무를 하면서도 생활은 빈궁했다. ━ 성실과 개척정신, 신용의 조주 상인 22세가 되던 1950년 그에게 기회가 왔다. 친척들로부터 5만 홍콩달러를 빌려 플라스틱 회사를 차렸다. 조주 상인들은 젊은이에게 세 차례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에서 가장 긴 양쯔강(揚子江, 중국 표준어로는 창장(長江)이라고 함)처럼 길게 가라고 창업한 회사 이름을 청쿵공업유한공사(長江工業有限公司)로 정했다. 창장의 광둥어 발음이 청쿵(長江)이다. 그는 플라스틱으로 조화를 만들어 팔았다. 잡지에서 잘 만든 갖가지 조화의 사진을 보고 반해 장사가 될 것으로 보고 1957년 이탈리아까지 가서 플라스틱 조화 기술을 배워와 이를 사업화했다. 그의 예감은 적중해 사업은 갈수록 발전해 창업 7년 만에 회사를 세계 최대 플라스틱 조화 업체로 키울 수 있었다. 1971년 회사 이름을 청쿵실업으로 바꾸고 이듬해 홍콩증시에 상장했다. 홍콩증시 1호 기업으로 증시 번호가 ‘0001’이다.1979년 업종 다각화 작업에 착수해 영국계 물류업체인 허치슨왐포아를 사들이고 1985년에는 홍콩전력을 인수했다. 허치슨왐포아는 리카싱에 글로벌 기업인이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전 세계 주요국의 항구에서 항만 컨테이너 사업을 벌이고 있다. 1979년 9월 리카싱이 인수한 허치슨왐포아는 전 세계 54개국에서 23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다국적 투자회사로 발전했다. 항만 관련 업무, 부동산과 호텔, 유통, 에너지와 인프라 및 투자, 통신의 다섯 영역에서 사업을 펼쳤다. 홍콩과 중국에 싱가포르와 동남아는 물론 전 세계로 투자와 사업 영역을 넓혔다. 페이스북에 1억20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 0.8%를 확보하기도 했다. 한때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다 2015년 합병으로 다시 태어났다.홍콩과 해외만 상대로 사업을 벌이던 리 회장은 1980년 광둥성 산터우(汕頭) 항만 개발을 시작으로 중국 본토로 영역을 확장했다. 1978년 시작된 덩샤오(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은 그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덩샤오핑은 시장경제 체제인 홍콩에서 기업을 일궈본 리 회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개혁개방에 나선 중국은 그의 경영 노하우와 커넥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개혁개방과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먼저 물류 인프라 구축이 시급했다. 그래서 리 회장을 통해 상하이 컨테이너 터미널, 경제특구의 핵심지인 광저우(廣州)-주하이(珠海) 간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그 뒤 선전 매립지 개발 사업을 시작으로 부동산 사업에도 활발하게 뛰어들었다. 이후 출판·방송·인터넷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 사업 다각화로 아시아 대표 기업인으로 중국은 리 회장에게 기회를 안겼고, 리 회장은 중국 경제발전을 위한 토대 구축을 도왔다. 리 회장은 1980년 리카싱 기금회를 설립해 의료·교육 등 중국의 공익 사업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리 회장은 특히 교육 분야에 많은 기부를 해왔다. 베이징·난징·뤄양·청두·톈진·광저우·시안·충칭·홍콩 등 수많은 대학을 설립하거나 지원했다. 베이징에 동양 최대 규모라는 둥팡광장(東方廣場)을 만들어 국가에 헌납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반가워할 수밖에 없다.주목할 점은 청쿵허치슨홀딩스와 청쿵그룹 모두 기업 등록은 조세 천국인 케이먼 군도에 하고 본사는 홍콩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두고 중국의 간섭이 보다 덜한 나라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리 회장이 홍콩과 중화권을 떠나 글로벌로 사업영역 확대를 본격화하는 신호로 해석하기도 한다.실제로 리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중화권에 대한 투자는 줄이는 대신 글로벌 투자를 계속 늘려왔다. 2013년 이후 중국 수퍼마켓 체인인 바이자(百佳)에서 손을 뗐고 상하이 루자쭈이 오리엔탈파이낸셜센터(OFC)와 베이징의 잉커센터(盈科中心)를 매각했다. 2013년 이후 부동산을 계속 팔아치우는 것은 물론 중국 기업 투자 비중도 조절해왔다. 중국 대기업인 창위안(長遠)그룹의 지분도 팔아버렸다. 반대로 호주와 아일랜드·네덜란드·캐나다 등에서 기업과 각종 자산 매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홍콩의 불안한 정치상황을 염두에 두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손보고 있을 수도 있다.홍콩에선 최근 들어 경제하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입김 속에 홍콩 정부의 기업 관련 규제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신용보장제, 연금 의무가입제, 차별금지법, 정부의 모기지 지원방안 등 새로 도입된 제도가 수두룩하다. 본토 당국의 요구와 기준에 맞추기 위한 움직임이다. 홍콩은 오랫동안 규제를 줄여 일자리를 늘리는 게 빈곤층을 줄이는 최선의 복지정책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제가 없었지만 최근 이를 도입했다. 빈곤층의 최소한도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참고로 싱가포르는 여전히 최저임금이 없다. 홍콩이 새로운 환경을 맞으면서 리 회장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난민으로 출발해 중화권과 아시아권의 최고 경영인으로 우뚝 선 리카싱 회장은 내년으로 90세를 맞는다. 그 나이에도 새로운 경영 환경에 맞춘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이 장렬하다.리 회장은 ‘인간미 있는 경영인’으로 존경받는다. 조주 상인의 후예답게 성실하고 검소한 생활로도 유명하다. 젊어서 세탁소나 가게 점원으로 일할 때 항상 시간을 15분 정도 당겨놓고 거기에 맞춰 살았다. 그렇게 평생을 남보다 먼저, 일찍, 재빠르게 움직여왔다. 낡은 양복과 구두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중국 공산당도 그런 그를 ‘자본주의 세계의 기업인’으로만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덩샤오핑이 그를 개혁개방의 홍콩 파트너로 삼은 까닭일 것이다.리 회장은 그렇게 아낀 돈으로 투자와 기부를 동시에 해왔다. 특히 제조업으로 번 돈으로 홍콩의 목 좋은 부동산에 투자해 돈을 불렸다. 영국 식민지 시절 도시를 확장할 수 없었던 홍콩의 부동산은 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의 예견은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홍콩에서 부동산으로 번 돈을 대륙에 투자해 중국 경제 발전의 초석을 쌓았다. 자신도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윈윈이다. 그와 함께 일한 사람은 모두 그의 덕을 봤다는 이야기도 있다. 심지어 30년간 그의 차를 몰았던 운전기사가 그의 통화내용에서 얻은 부동산 정보를 바탕으로 조금씩 투자를 했더니 노후를 지내고도 남을 이익을 얻었다는 이야기도 전설처럼 전해온다.‘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은 욕심이 많고 인간미가 없는 사람을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라는 그의 조언은 비즈니스의 금언으로 남았다. 갈수록 인간과 이익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경영 환경이 정착하고 있는 요즘 특히 귀 기울일 대목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비롯한 미국과 유럽의 경영대학원에서 아시아의 대표 기업인으로 그를 연구한 이유일 것이다.※ 채인택은… 중앙일보 피플위크앤 에디터와 국제부장, 논설위원을 거쳐 국제전문기자로 일하고 있다. 역사와 과학기술, 혁신적인 인물에 관심이 많다.

2017.11.26 15:41

8분 소요
[닻 올린 중소기업특화증권사 제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묘수될까

증권 일반

최근 회사채 시장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조선 3사와 한진해운·현대상선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퇴출되거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기업이 늘어날 거란 우려가 시장을 덮고 있다. 정연홍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저금리 상황에 투자 수요는 많지만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며 “투자자금은 회사 규모가 크거나 우량 등급 위주로 몰리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불리해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채 시장이 양극화하면 벤처·중소기업은 자금 조달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4월부터 중소기업의 자금 압박에 일부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제도가 등장했다. 금융위원회는 4월 15일 벤처·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업무를 중점적으로 할 중소형 증권사 6곳을 ‘중소기업특화증권사’로 선정했다. IBK투자증권·유안타증권·유진투자증권·KB투자증권·코리아에셋 투자증권·키움증권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기술력 있는 벤처·중소기업을 선별해 자금을 조달하고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투자은행(IB)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KB투자증권은 지주회사인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인수함에 따라 향후 1년 안에 현대증권과 합병하면 중기특화증권사에서 제외된다. 이러면 다음 순위인 KTB투자증권이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 ━ 구조조정 여파로 회사채 시장 불안 중기특화증권사는 정책금융기관 등으로부터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게 된다. 우선 2년 동안 중소기업 관련 회사채 발행이나 M&A 전용 펀드 주관사 선정에서 우대를 받는다.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이 보증한 중소기업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시장안정 유동화증권(P-CBO)’을 발행하는 주관사를 선정할 때도 총자산 1조원 이상, 자기자본 3000억원 이상이란 조건 제한을 받지 않는다. 한국성장금융이나 산업은행이 출자하는 중소기업 전용 M&A펀드 운용사 선정에서도 중기특화증권사는 평가 기준 완화 등의 혜택을 얻게 된다. 또 금융위원회가 올해 안에 개설하려고 준비 중인 사모투자펀드(PEF)나 벤처캐피털(VC)의 투자지분 거래시장이 개설되면 중기특화증권사가 전담 중개기관으로 중책을 맡게 될 전망이다. 다만 지정 1년 후 중간 점검을 거쳐 활동 실적이 미흡한 증권사는 중간에 제외될 수 있다. 중기특화증권사는 벤처·중소기업과 중소형 증권사, 금융당국 간의 요구가 맞아떨어져 나온 제도다. 국내 자본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벤처·중소기업은 여전히 소외돼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1년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금융투자회사에 기업 대출 업무 등을 허용하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IB) 제도를 도입했지만 현재까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새로운 자금조달 방안으로 중기특화증권사 제도를 도입했다.중소 증권사 역시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이 제도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금융투자 업계는 자산이나 자본 규모가 증가하고 있지만 50개 증권사 수익의 60% 이상이 주식을 사고팔아 받는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다. 규모나 자본력에 큰 차이가 있는 중소형 증권사까지 이 분야에 의존하면서 증권사 간 제살 깎기 경쟁도 일어난다. 중소 증권사들로선 중기특화증권사가 새로운 생존 전략의 하나가 될 수 있다.중기특화증권사로 선정된 6개 회사는 조직 개편에 나서며 중기특화증권사 업무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IBK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 KB투자증권 등은 중소기업 IB 전담 조직을 최근 신설했다. IBK투자증권은 중소기업 금융팀을 만들고 M&A와 사모투자(PE, Private Equity) 업무에 특화된 독립본부도 세웠다. 배상현 IBK투자증권 기업금융본부장은 “IBK기업은행 자회사로서 비재무적 컨설팅 등 그룹 역량을 활용한 특화 서비스를 기업에 제공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창업부터 주식시장 상장, 그리고 이후까지 성장 단계별로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유안타증권은 IB 사업부문 산하에 중소벤처기업금융특화 위원회를 상설화했다. 또 기존 PE팀을 중기특화전문팀(CF, Creative Financing)으로 바꿨다. 한종윤 유안타증권 CF 팀장은 “모회사인 유안타 그룹의 범중화권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화권 자본 유치에 나설 계획”이라며 “국내 유망 스타트업 기업이 중국 현지 창업지원센터의 지원을 받는 방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증권·자산운용·선물·PE부문의 협업을 통해 기업에게 성장 단계별로 금융 지원을 할 계획이다. KB투자증권도 기업금융본부 주식발행시장(ECM) 본부 내 해외ECM팀을 신성장비즈팀으로 확대 개편했다.이들 증권사들은 증권(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통해 투자자금 확보에도 나설 예정이다. IBK투자증권과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이미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유진·KB·키움도 중개업자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창민 키움증권 IB운용본부장은 “온라인 시장점유율에선 대형 증권사에 뒤지지 않는다”며 “온라인 사업 부문의 강점을 바탕으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투자자금을 확보하고 계열사인 키움 인베스트먼트 등을 통해 성장 단계의 기업들을 통합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자체 활동 대신 협약을 맺은 크라우드펀딩 중개기업 와디즈·인크에 업무를 맡길 계획이다.아직은 중기특화증권사 제도가 금융투자 업계에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한 중형 증권사 관계자는 “앞서 코넥스의 지정자문인 증권사 선정 등에서도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했지만 막상 사업 시작 후 시장 거래량이 크게 늘지 않았다”며 “중기특화 IB 사업이 사업의 외연을 확장할 수는 있어도 당장 큰 수익이 발생할 걸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만일 6개 증권사가 크라우드펀딩이나 벤처·스타트업의 상장주관사 선정 경쟁을 벌일 경우 수수료 인하에 앞다퉈 나서 수익성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증권사들이 중기특화증권사에 제공되는 대출 금리 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받는 데만 집중하고 IB 자금조달 업무에 소홀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업계에선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증권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 우대 효과를 통해 이들 회사들은 연간 수십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중기특화증권사가 전문 인력을 확충하지 않고 기존 중기 업무를 관장하던 조직의 이름을 바꾸고 기존 인력을 그대로 쓴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 발굴부터 투자, 회수 등 스타트업·벤처의 전 단계를 지원하겠다는 사업계획을 써냈지만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 ‘기존 인력에 간판만 바꿨다’ 지적도 중기특화증권사가 적극적으로 IB 사업을 펼치려면 자본비율 규제 완화 등 당국이 보다 나은 유인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중기특화증권사가 자발적으로 IB 업무를 강화하도록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투자할 경우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를 완화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2년의 라이선스 기간 동안 1년마다 중간평가를 통해 라이선스 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방침에 대해서는 금융투자 업계에선 공감과 함께 우려도 나타냈다. 코넥스 상장 주관이나 크라우드펀딩 중개 건수, 사채발행 규모 등 단기적이고 정량적인 실적에만 몰두할 수 있어서다. 한 중기특화 증권사 관계자는 “1년 안에 실적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라며 “기업 성장과 투자금 회수 등 근본적인 부분에 소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2016.05.14 11:59

5분 소요
중국 위안화 기축통화 편입

국제 이슈

중국의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융자 구성통화(바스켓)에 편입됐다. 개도국으로선 처음으로 미국 달러,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 등 기존의 4개 통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IMF의 특별인출권(SDR) 바스켓 편입은 중국에는 정치적 성과일지 몰라도 중국 금융시장의 세계화를 견인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것은 중국 정부가 폐쇄된 채권시장을 외국인들에게 얼마나 개방하느냐에 좌우될 전망이다.지난 11월 30일 저녁 IMF 집행이사회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회의를 열고 SDR 바스켓에 위안화를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위안화가 SDR 바스켓에 포함되는 데 필요한 “모든 기준에 부합됐다”고 IMF는 밝혔다. IMF는 자체 보유통화와 회원국 지분을 파악하거나 회원국들에 대한 무담보 융자용으로 SDR을 사용한다.중국은 재수 끝에 바스켓 편입에 성공했다. 중국은 먼저 2010년 SDR 편입을 시도했지만 위안화가 외환거래에서 널리 사용돼야 하는 요건을 맞추지 못해 탈락했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IMF 통화 편입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위안화의 편입을 두고 “중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시스템 통합 과정에 중요한 이정표”라고 묘사했다.5년마다 재평가되는 SDR 통화구성은 2000년에 마지막으로 변경됐다. 당시 독일 마르크와 프랑스 프랑화가 제외되고 유로화가 추가됐다.SDR 바스켓은 1969년 IMF가 회원국의 외환보유고 보충수단이자 자금상환 위기에 직면한 회원국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준비 자산이다. SDR은 통화도 IMF에 대한 청구권도 아니다. 하지만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통화와교환 할 수 있으며 사실상 통화에 가까운 기능을 한다.SDR은 지난해 글로벌 준비자산의 2.4%를 차지했다. SDR 바스켓의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는 모두 내년 10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용자에게 바스켓 변화에 적응 할 시간을 충분히 주려는 목적이다. 바스켓에서 중국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10.92%다. 미국 달러화가 41.73%로 가장 높고, 유로화가 30.93%로 그 뒤를 잇는다. 위안화의 비중은 엔의 8.33%와 파운드의 8.09%를 뛰어넘는다. 위안화 편입 전 바스켓의 비중은 미국 달러(41.9%), 유로 (37.4%), 파운드(11.3%), 엔(9.4%) 순이다.IMF의 이번 결정으로 각국 중앙은행 준비자금 관리자와 글로벌 자산 관리자들이 위안화를 더 많이 사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위안화의 세계화는 중국 자본시장의 완만한(일부에선 ‘굼벵이 기어가는 속도’라고 꼬집는) 대외 개방을 계속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에 훨씬 더 많이 좌우된다. 중국이 자본시장을 개방해 위안화가 널리 사용되면 오랫동안 미국 달러가 지배해온 국제 통화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된다.투자자들이 통화를 교환하는 목적은 주로 순수한 투기보다는 자국 통화가 아닌 통화로 표시된 자산을 구입하려는 데 있다. 중국의 거대한 자본시장은 외국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지만 대체로 외국인들의 접근이 제한돼 있다. 그런 정책은 통제 불가능한 경제 변수에 주도권을 양보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나타낸다. 하지만 그것은 위안화 수요를 억제하는 역효과도 있다.예컨대 중국 채권시장의 세계화 역사는 13년도 되지 않았다. 중국은 중국 은행들이 지배하는 국내시장을 2002년부터 외국 기업에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 그 뒤로 여러 해에 걸쳐 단편적인 조치들이 이어졌다. 지난 7월에는 중앙은행 같은 외국의 정부 자산 매입 주체가 본토 시장에서 채권 매입에 대한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하는 요건을 폐지했다.외국인들은 한동안 외국계 기업이 홍콩 채권시장에서 발행하는 훨씬 규모가 작은 위안화 표시 ‘딤섬 채권’ 시장을 이용해 왔다. 그러나 위안화의 세계적인 사용은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약 35조9000억 위안(약 5조6000억 달러)에 달한 중국 국내 채권시장에의 접근에 좌우될 전망이다.“채권시장을 통해 중국의 고도 성장에 편승하려는 투자자들은 계속 장벽에 부닥친다. 유통되는 각종 채권이 생소한데다 투자자와 투자방법을 비롯해 기타 중국 채권시장의 여러 측면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골드먼은 최근 리서치 보고서에서 지적했다.위안화의 바스켓 편입은 IMF의 경제적 결정이었지만 정치적인 냄새가 짙게 풍긴다. 2009년 중국 인민은행 저우샤오촨 총재는 IMF의 SDR이 ‘초국적 준비통화’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10월 워싱턴 방문 중 중국의 위안화 편입 노력을 지지해준 미국에 공개적으로 감사 표시를 했다.IMF의 규정에 따르면 통화는 ‘자유롭게 사용 가능해야 한다’. 중국의 경우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조항이다. 중국은 여전히 자본통제를 실시하고 수출 증대 목적으로 통화를 조작한다고 비난받아 왔다. 위안화 거래는 불규칙하게 부상하고 있다. 홍콩이 위안화 거래 중심지 역할을 하고 그 밖의 노력들이 런던에서 탄력을 받고 있다. IMF 측도 위안화가 세계 시장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IMF 집행위에는 그런 결정을 내릴 만한 폭넓은 재량권이 있다고 역설했다.그런 엄연한 경제적 현실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재무장관 출신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IFM 총재가 중국의 요구에 굴복했다고 피터슨 국제경제 연구소의 에드윈 트루먼 선임 연구원은 지적했다. 중국에 관한 한 기축통화 관련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지만 전체 구성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보잘것없다. IMF 통계에 따르면 올해 중반이 11조5000억 달러 규모다.“라가르드 총재가 중국에 SDR 바스켓에 위안화를 편입시키는 정치적인 트로피를 안겨주면서 개인적인 업적을 남기려고 작정한 듯하다”고 트루먼 연구원이 블로그에 기고했다.IMF가 위안화를 SDR 바스켓에 편입시키기로 결정한 다음 날인 12월 1일 중국에선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났다. 중국 경제개방의 주요 이정표인가, 아니면 실질적 의미 없는 상징적인 제스처인가?주류 미디어와 일부 국제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조치가 위안화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평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Global Times)는 “세계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역사적 순간”이라고 묘사했다. 한편 상하이의 동팡자오바오(Oriental Morning Post)는 그 기사로 1면을 도배하면서 SDR 바스켓에서 위안화의 10.92% 비중은 ‘일본 엔과 영국 파운드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일부는 그런 글로벌 통화를 따라잡은 데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온라인 뉴스 사이트 ‘팽배신문망(The Paper)’의 한 댓글은 “그 뉴스를 기다리다 밤잠을 설쳤다. 축하하자”고 썼다. “중국 경제발전을 세계가 인정한다는 상징”이라는 메시지도 올라 왔다.몇몇 국제적인 평론가도 같은 의견이었다. 홍콩 HSBC 은행의 애널리스트들은 리서치 보고서에서 그 조치가 위안화의 국제화에 “주요 이정표”라고 평했다. “위안화는 갈수록 ‘주요 통화’로 자리매김할 것이다.”영국 BBC 방송은 위안화의 편입을 가리켜 가난에서 글로벌 경제의 주축으로 혜성처럼 떠오른 강력한 상징으로 묘사했다. 중국의 SDR 바스켓 편입은 “세계 경제가 얼마나 변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평했다. 중국이 세계경제 성장의 핵심 견인차라는 점은 갈수록 명확해진다. 그 핵심은 “이번 결정이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새로운 방법”이라는 데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직접적인 영향은 당장 눈에 띄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IMF의 결정은 “중국 정부가 나라 안팎에서 다각화된 상품과 적극적인 시장 거래로 중국의 위안화 자본시장이 더 성숙해지도록 지원한다”고 동팡자오바오 신문은 평했다.하지만 일부 반론도 있었다. SDR 바스켓은 환구시보도 인정했듯이 전체적으로 세계 외환 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바스켓에서 중국의 10% 비중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다. 모건 스탠리 아시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애널리스트 앤디시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SDR은 회계단위일 뿐이다. 실생활에선 아무 의미도 없다”고 그는 말했다. 지난 8월 위안화의 갑작스런 평가절하 이후 중국에서 자본이 대거 유출되는 시점이다. 이번 조치는 그런 상황에서 일차적으로 “달러를 매입하지 말도록 중국인을 설득하려는” 의도가 깔린 중국 정부의 깜짝 쇼라는 관측이다.일부 여론도 냉소적이었다. SDR에서 위안화의 비중이 일부 전문가가 예측했던 수준보다 오히려 낮았다고 팽배신문망의 한 댓글은 지적했다. 또 다른 댓글은 위안화가 정말로 “자유롭게 거래 가능하고 교환 가능한” IMF 기준에 부합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우리는 정말 위안화를 해외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가? 제약이 있는 듯하다.” 중국인의 위안화 환전 규모를 연간 5만 달러로 제한한 규제를 가리키는 비아냥이다. 한편 중국 정부는 최근 해외에서 중국인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인출을 제한하는 규칙도 새로 도입했다.환구시보 영어판의 한 기고문도 이번 조치의 의미를 두고 “지나친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세계 외환준비고에서 위안화의 비중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다. 외국 중앙은행과 기타 이해관계자가 한 통화에 투자하느냐의 열쇠는 그 통화, 그리고 통화 발행국 경제의 신뢰성이라고 기고문은 설명했다. “일본 엔화가 SDR에 편입된 이후 준비자산으로서 사용된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다.” “위안화가 글로벌 통화로 발돋움하려면 아직도 더 많은 금융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기고문은 덧붙였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도 이런 점을 이해하고 중국 중앙은행의 성명에서도 그런 입장이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IMF의 결정은 중국이 “경제개혁과 금융시장 개방을 계속 심화하고 가속화”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중국 중앙은행은 평했다.실제로 IMF의 조치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는 일정부분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을 포함한 중국 경제를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하려는 중국 개혁파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있었다. 동팡자오바오도 대표적인 증권사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의 말을 인용해 위안화의 SDR 편입은 “금융 자유화를 향한 돌이킬 수 없는 전진이며 이는 중국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차이나 데일리’는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앞으로 중국의 중앙은행에 “투명성을 확대하고, 국제시장과 소통방식을 개선하라는 압력이 한층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8월 위안화 평가절하의 미숙한 처리로 많은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ANZ 은행 홍콩 지점의 류리강 중화권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보고서에서 위안화의 SDR 편입을 언급했다. “단기적으로 실질적인 자본 유입을 초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해외 투자자들이 위안화 채권에 할당하는 자산액이 늘어나리라고 본다.” HSBC 애널리스트들은 IMF의 결정으로 위안화의 신뢰도와 사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것이 위안화가 가치 저장수단으로서 유동성이 뛰어나고 안정적임을 확실히 보장한다는 인증이 되기 때문”이다.HSBC 보고서는 이번 조치가 중국의 개혁 노력을 촉진하고 “환율을 시장 자율에 맡겨도 되겠다는 더 큰 자신감”을 중국 지도자들에게 심어주리라고 내다봤다. 이것이 IMF의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류리강 이코노미스트는 덧붙였다.HSBC는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의 미국 달러 대비 가치 변동폭을 현재의 하루 +/- 2% 범위에서 약간 더 확대하도록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이 같은 조치가 위안화에 대한 ‘추가적인 평가절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HSBC 보고서는 밝혔다.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안에 금리를 인상할 경우 달러를 매입하는 중국인 투자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에 따라 현재의 달러 대비 약 6.35위안 수준에서 연말에는 약 6.5위안으로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내년에는 “쌍방향으로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더 큰 약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CARTER DOUGHERTY, RACHEL MIDDLETON, DUNCAN HEWITT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2015.12.0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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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중국을 떠나간다

국제 이슈

20년 전 패션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한 유럽 사업가가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무한한 시장성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중국 공장들에 하청을 줘 고급 의류를 생산하는 그의 회사는 단기간에 불같이 일어났다. 곧 현지 직원이 20여 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올가을 어느 날 아침 그 사업가는 자택 거실에 앉아 부동산 중개인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은 게 별로 없는 회사 문을 닫고 유럽으로 회사를 옮길 작정이었다.그는 “여기서 한때 호경기를 누렸지만 이제 떠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익명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한 그 사업가는 환경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사람들이 친절하고 삶이 소박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사람들이 돈에 눈이 멀어 모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집세는 높고 교육비는 비싸다. 오염은 또 어떤가. 이젠 지쳤다. 정말 더는 여기 있고 싶지 않다.”경기둔화로 인한 불안감, 예측 불허의 사업 규제 변경도 영향을 미쳤다고 그가 덧붙였다. 그렇게 느끼는 사람은 그뿐이 아니다. 그는 “집을 내놓는 사람이 많다는 말을 중개인에게서 들었다”며 그중에는 해외 이주를 모색하는 중국인도 있다고 설명했다.정부의 공식 데이터가 중국에서의 자본이탈 추세를 뒷받침한다. 내국인·외국인 할 것 없이 중국에서 자산을 빼돌리는 투자자가 증가하며 속도도 갈수록 빨라진다. 중국 위안화에서 외국 통화로 갈아탄 자본이 올해에만 6000억 달러를 웃돈다. 지난 8월과 9월에는 한 달에 1000억 달러 이상으로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전까지는 자본 유출액이 월 50억 달러에도 못 미쳤다.자본의 중국 이탈을 부채질하는 요인은 많다. 지난 8월 중국 위안화를 갑자기 평가절하한 중국 정부의 결정에 대한 경계심이 한 가지 주요 요인이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당국자들이 밝힌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수출감소, 경제성장 둔화뿐 아니라 지난여름 약 30%나 하락한 중국 증시의 롤러코스터 장세도 영향을 미쳤다.정부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수출품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높일 목적으로 또 한번의 평가절하를 추진 중이라는 소문이 일부 금융 분석가들 사이에 무성하다. 모건 스탠리의 아시아 담당 수석 경제분석가를 지낸 앤디 시에는 1990년대 후반 아시아에서 일어났던 외환 위기에 필적하는 사태를 경고했다. 당시 동남아·홍콩·한국의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일었던 투기 거품이 결국 신뢰위기를 초래하면서 통화가치가 급락했다.“요즘 중국의 상황이 1998년 동아시아와 똑같이 돌아 간다”고 시에가 말했다. “투자를 너무 많이 했고 투기로 인해 설비가 남아돌았다. 실질적으로 이익을 올릴 기회가 없었는데도 자금공급은 계속 증가했다. 그러다 투기가 중단되면서 경제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지만 정부는 금리를 올릴 생각이 없었다. 사람들이 일제히 떠나고 싶어 하면서 통화가 붕괴됐다. 돈이 빠져나가면 혼란만 남는다.”아시아 외환위기 때 통화가치 하락은 경제에 큰 후유증을 초래했다.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고, 인플레가 확대되고, 뒤이은 감원 물결로 대규모 채무불이행이 촉발됐다. 요즘 경제성장의 현저한 감속은 오늘날 중국에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중국 지도부는 최근 국민이 적당한 번영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향후 5년간 최소 연 6.5% 이상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기에 걸린 경제의 앞날을 감안할 때 통제를 벗어난 자본유출 전망은 큰 고민을 안겨준다.하지만 약 20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를 낳았던 환경과 현재 중국의 경제난국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대다수 경제전문가는 본다. 무엇보다 중국의 경제규모, 그리고 3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보유고가 통화가치를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ANZ 은행의 류리강 중화권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 분석으로는 6개월의 수입 수요와 단기 부채 상환 그리고 현지 등록 외국기업의 외환 수요 자금으로 1조 1000억 달러 선만 있으면 된다”며 “그 이상은 없어도 되는 잉여 자금”이라고 말했다.중국의 무역이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흑자다. 최근 통계를 보면 중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 증가율이 다소 반등 기미를 보인다.그러나 정부가 자본이탈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만큼 분명 위험이 도사린다. 오랜 규정에 따라 일반인이 중국 위안화를 외국 통화로 환전 가능한 금액은 연간 최대 5만 달러다. 최근 중국 정부는 그런 제한을 피할 수 있는 채널에 압박을 가했다. 해외 자동입출금기(ATM)에서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하고, 외환거래를 취급하는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높였다. 이 같은 조치가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류리강 이코노미스트는 말한다. 중국 정부는 ‘토빈세’ 부과도 검토 중이다. 투기자본을 규제할 목적으로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이 고안했다.시에는 이 같은 조치를 가리켜 단기적 처방이라고 평가한다. “이 같은 규제는 소시민의 돈만 묶어놓을 뿐이다. 하지만 부자들은 여전히 해외 자산을 매입할 수 있다. 흔히 지배계급이 돈을 국외로 빼돌린 다음 통화붕괴가 일어난다. 요즘 이들 중국인 부자가 외국 기업이든 런던의 부동산이든 해외 자산을 사들이는 현상이 벌어지는데 모두 자본도피다.”외국인의 중국 투자 러시는 수십 년 동안 세계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주요 견인차였다. 요즘엔 중국경제 걱정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시에는 설명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 그렇게 비관적인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들은 중국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있다. 성장이 정체되면서 아주 많은 문제가 일어난다.”위안화 가치 하락은 앞서 언급한 유럽인 사업가에게 특히 큰 타격을 줬다. 그는 “여러 해 전부터 평가절하의 조짐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돌연 이틀 사이에 달러 당 6.1위안에서 6.4위안으로 떨어졌다. 순전히 수출증대가 목적이었다. 명확한 설명도 없이 이런 식으로 평가절하를 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중국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중국시장에 대한 투자가 안전한 건지 그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져갔다. 중국인 정보통 친구들은 향후 2년 사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그 유럽 사업가에게 조언했다. 부동산 시장은 10년여의 호황에 이어 3년의 침체를 거친 뒤 올해 다시 상승했다. 그는 “물론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중국인도 있지만 유럽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고 설명했다.사업비용뿐 아니라 납품가격 상승도 중국시장 철수 결정의 또 다른 요인이었다. 임대료·임금·지가뿐 아니라 높은 수입관세로 인해 큰 폭의 이익을 올리기가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특히 도시 임금이 크게 상승했고 중국의 어느 공장이나 하청비용이 아주 높다. 이런 공장들은 새 장비를 들여놓으면 1년 안에 본전을 뽑으려 한다. 어떤 제품은 남부 유럽에서 만드는 편이 오히려 비용이 적게 든다.”납품업자가 또 다른 스트레스였다고 그는 말했다. 그들은 주문이 계속되자 자만에 빠졌다. “주문량이 너무 적다고 불평하거나 능력 이상으로 주문을 받아 납기일을 맞추지 못했다. 이 문제를 수습하려고 하루 25시간씩 일했는데 이젠 넌더리 난다.” 통화 국외 유출입 규제도 사업에 어려움을 안겨줬다고 그는 덧붙였다.유럽인 사업가의 신뢰 감소는 중국을 떠나는 자본유출의 바탕에 깔린 전반적인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상하이에 있는 중국·유럽 국제비즈니스 스쿨(CEIBS) 국제금융연구소의 류성쥔 부소장은 “중국 주식시장, 시장경제로의 이행, 법치 개혁과 개방에 대한 우리의 진실성에 세계인의 신뢰가 흔들렸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몇 가지 실수가 잇따랐다. 올해 초 중국 관영 매체가 주가 상승을 “아주 무책임하게” 조장한 것을 시작으로 규제당국이 내부자거래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그 뒤엔 하락장에서 주가가 자연스런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 너무 일찍 시장에 개입해 주가부양을 시도했다. “문제의 주범”이 아닌 외국인 투기꾼들에게 책임의 상당 부분을 돌리는 것도 투자 심리를 싸늘하게 식히는 데 한몫했다고 그는 덧붙였다.지난여름의 사건들이 충격을 던져줬다는 데는 조르그 부트케 주중 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가 이 문제를 걱정한다. 중국 지도부가 갖고 있던 무소불위의 이미지가 벗겨져 나갔다. 일 처리가 매끄러운 정책집행 머신으로 간주돼왔던 터라 놀라움이 더 컸다. 엄청난 시장규모의 매력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분명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중국에 이미 자리 잡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부트케 회장은 말한다. 그러나 펀드 매니저 같은 금융업계 종사자들은 훨씬 더 탄력적인 자세를 갖고 있으며 자금을 외부로 유출시킬 수 있었다.“시장과 정책의 아주 큰 불안정성이 투자자 심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미국 소재 한 중국 테마 투자 펀드 매니저도 동의한다.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일부 자금은 원자재 또는 싱가포르의 FTSE A50 중국 주가지수 선물 시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현금을 손에 들고 사태를 관망한다.”시장 변동성 이후 주가지수 선물 거래 관련 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이 시장은 중국 내 투자자들에게 “사실상 닫혔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에 따라 많은 사람이 고대했던 추가적인 금융개혁이 지연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다.경제, 시장, 개혁전망에 대한 불안은 또한 위안화의 추가적인 절하 우려를 부채질했다. 이는 자본도피를 조장하는 중대한 요인이다. 류리강 이코노미스트는 정부 개입 덕분에 위안화가 더 절하되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문제는 서방 투자자들이 볼 때 정부의 신뢰성이 훼손됐다는 점이라고 그는 말했다. “추가 절하 우려가 아직도 남아 있다. 인민은행(중국 중앙은행)이 관리하지 못한다면 더 큰 자본도피가 일어날 수 있다.”올해 홍콩의 부동산·물류·통신 재벌 리카싱은 중국 내 여러 개의 대형 개발프로젝트를 매각해 영국 통신사업자 O2 같은 회사에 약 3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하자 중국 내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언론은 경기가 둔화되는 시기에 발을 뺀다며 의리 심지어 애국심이 부족하다고 비난했다. 그가 정부 지도층 내의 깊은 연줄로 혜택을 봤고 다른 투자자들이 그의 뒤를 따라 움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중국의 친구들도 발길 돌린다 리카싱은 정상적인 사업거래였다고 반박하며 ‘터무니없는’ 공격이라고 비판자들을 비난했다. 류성쥔 부소장은 리카싱의 매각이 부분적으로 은퇴 준비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의 조치가 “현 중국 지도부에 대한 신뢰 결여의 신호”로 비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중국 지도부는 시장개혁과 지속적인 부패단속을 계속 공언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마오쩌둥 시대를 연상시키는 이념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교육과 정치에서 서구적 가치의 날카로운 비판, 주권 재천명, 미디어와 인터넷에서의 표현, 시민사회 탄압 등이다. 이처럼 이념을 강조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경제개혁뿐 아니라 개인의 부와 자산 보호를 약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정부의 변덕이 죽 끓듯 하는 탓에 때로는 중국 내 자산이 묶이기 전에 대책을 강구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최근 중국 기반 사업의 일부를 본국으로 이전시킨 서방 전문직 종사자가가 말했다. “중국은 변동성이 크게 느껴질 수 있는 곳이다. 탄력성을 원한다면 개인의 투자자산을 집중시킬 만한 곳은 아니다.”정치에 관한 우려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시 주석은 반부패 캠페인으로 많은 중국인에게 여전히 인기가 높다. 하지만 그것도 일부 집단에는 개인 자산(나아가 자신과 가족)을 해외로 옮겨야 할 또 다른 동기가 되고 있다.“중국에서 돈을 버는 상당수 특히 부동산 업계 사람은 정부에 줄이 닿아 있다”고 중국인의 유럽 투자에 조언하는 게리 궉 컨설턴트가 말했다. “그리고 그런 연줄을 동원해 돈을 번 몇몇 사람은 부패 단속으로 위태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자산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해 일부라도 해외로 빼돌리려고 한다.”이 같은 문제들은 근년 들어 해외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직접 이주하는 중국인(슈퍼리치뿐 아니라 중산층까지)의 증가를 부추기는 여러 요인 중 최근의 사례일 뿐이다.“사람들은 대체로 두 가지 동기를 갖고 있다. 하나는 재산 일부를 해외로 빼돌리는 것, 또 하나는 자녀를 더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궉 컨설턴트는 설명했다. “그들은 대기오염, 식품안전을 걱정한다. 유럽에선 오염이 심하지 않고 가짜 술도 없다. 우유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다. 서방 교육 시스템 또한 선호한다.”지난 몇 달 사이 중국 주식시장의 거품 붕괴는 중국인 부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궉 컨설턴트는 말한다. “올해 초 주가가 날아오를 때는 많은 사람이 주식투자에 열을 올렸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거품이 터져버리자 주식시장이 불안정하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지금은 해외 부동산을 더 안정적인 투자라고 여긴다.”여러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녹지그룹·완다·완커 같은 회사들)가 영국 런던을 비롯한 기타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부동산 개발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 트렌드가 향후 몇 년 동안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말한다. “이들은 중국에서 유명한 기업들이다. 해외투자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이들 브랜드를 신뢰한다”고 궉 컨설턴트가 말했다.후룬 리포트는 중국의 부자들을 분석하는 상하이의 조사 업체다. 중국인 부자 중 3분의 2 가까이가 외국 여권을 취득했거나 취득을 고려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해 큰 관심을 끌었다. 후룬의 창업자 루퍼트 후거워프에 따르면 그 뒤로 외국 여권 취득 열기는 다소 가라앉았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상당수 서방 국가가 이젠 중국인에게 10년짜리 복수 입국 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과거 중국 여권으로는 불가능했던 수준까지 여행의 자유를 줬다. 일부 해외 주재 중국인은 여전히 중국 본토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고 후거워프 창업자는 평한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 환경은 여전히 많은 사람의 해외 이주를 조장한다고 그는 말한다. “전에는 사람들이 중국의 전반적인 삶의 질에 의문을 품었지만 요즘은 경제성장의 감속으로 아예 ‘호주나 뉴질랜드로 나가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는다.”그리고 해외로 유출되는 자금 규모가 아직 심각한 문제는 아닐지 모르지만 이 같은 트렌드로 인해 중국이 다른 피해를 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류성쥔 부소장은 “중국은 자산뿐 아니라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창업 정신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 자산이 안전하다는 확신이 없어 중국 기업가들이 해외로 이주한다면 큰 문제다. 그들이 마음 편히 기업을 경영하고 혁신할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해 줘야만 기업가들이 장기적으로 확신을 갖고 사업할 수 있다.”비상장 기업에 중국 주식시장의 문호를 개방하면 투자자들이 믿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류성쥔 부소장은 말한다. 류리강 이코노미스트는 외국 자본에 시장을 개방하고 금융 서비스 분야에 외국기업의 전면적인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법률 서비스와 보험 같은 업종에는 외국 기업들이 진입할 수 없고 금융 업종에 대한 제한도 변함없다. 이를 개혁하면 “훨씬 더 많고 안정적인 자본을 중국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중국 내에선 위안화가 예상대로 올 후반에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구성 통화에 편입되면 위안화의 신뢰성이 높아져 자본 유출이 둔화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은 환경에선 불안한 중국의 투자자를 안심시키기에는 그런 조치로는 부족하다. ━ ‘아기 걸음마’ 개혁 중국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최근 수립된 5개년 계획은 법률의 투명성 확대와 외국 투자자본에 대한 문호 개방을 약속한다. 그리고 오는 12월 외국인이 투자 가능한 업종 리스트가 새로 발표될 때 세부사항이 밝혀질 수도 있다. 정부 당국은 또한 상하이자유무역 시범구를 통해 중국인의 해외 금융상품 투자(지금까지는 극히 제한적) 확대를 허용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류리강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이는 “대규모 자본유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본 계정을 추가 개방하려는 의지가 정부에 있음을 보여주는 고무적 신호”다.지난 10월 팡싱하이와 리차오 2명이 중국 증권감독기관의 부주석으로 새로 임명됐다. 모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글로벌한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이 또한 정부가 투자자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의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EU 상공회의소의 부트케 회장은 “예상치 않았던 언론의 탐문과 세계 투자자들의 공격이 정부 당국에 큰 경종을 울렸다”며 “그 자리에 팡싱하이가 임명됐다는 사실은 그들이 뭔가 교훈을 얻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부트케 회장은 중국의 장기적인 개방 전망을 현재로선 낙관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제 내에 여전히 개혁에 대한 저항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2년 전 정부가 자유화를 약속했던 경제분야의 더딘 발전 속도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또한 중국의 인터넷 이용 제한이 상거래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중국 당국이 중국의 해외투자보다 중국으로의 외자유치를 늘리려는 마음이 정말 있다면 “언행이 일치돼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개혁 노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중국이 아기 걸음마하듯 개혁을 해서는 안 된다. 세계경제에 중국만 있는 건 아니다. 우리에겐 선택지가 있다.”- DUNCAN HEWITT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2015.11.2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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