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8

中 BYD, 테슬라 제치고 전기차 판매 1위…현대차는 6위

산업 일반

중국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가 테슬라를 밀어내고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자동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판매량 1위에 올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6위에 그쳤다. 13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총 1083만1000대로 전년 대비 61.3% 증가했다.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버스 등 상용차 판매량을 모두 합산한 수치다. SNE리서치는 전 세계 구매자에게 인도돼 각국 당국에 등록된 전기차 판매량을 기준으로 통계를 낸다.1위는 비야디로 전년 대비 판매량이 204.6%나 증가한 187만대를 기록했다. 1990년대 중반 설립된 비야디는 배터리 제조업체로 시작해 2000년대 초 자동차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비야디가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에 오른 것은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테슬라는 전년 대비 40% 성장한 131만4000대 판매량으로 2위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2018년부터 4년 연속 1위를 지켰지만, 작년에 비야디에 밀려 1위자리를 내주게 됐다. 이어 ▲3위는 중국 상하이자동차(97만8000대) ▲4위는 폭스바겐그룹(81만5000대) ▲5위는 중국 지리차그룹(64만6000대)이 차지했다. 상위 5개 기업 중 중국 기업이 3개나 이름 올렸다. 이는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작년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총 655만8000대로, 전체 판매량(1083만1000대)의 60.5%를 차지한다. 유럽과 북미 지역은 전년 대비 증가율이 각각 11.2%, 49.8%에 그치며 중국과 점유율 차이가 점점 벌어졌다.현대자동차그룹은 2021년(36만3천대)과 비교해 40.9% 증가한 51만대를 판매해 6위를 기록했다. 다만 북미·유럽 등에선 유의미한 점유율을 달성하고 있어 선진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유럽 전기차 시장점유율 10%를 기록했고, 미국 시장에서는 테슬라(65%)와 포드(7.6%)에 이어 점유율 7.1%를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현대자동차그룹에 이어 ▲7위는 스텔란티스(49만9000대) ▲8위는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46만8000대) ▲9위는 BMW그룹(41만2000대) ▲10위는 메르세데스-벤츠(31만3000대)로 조사됐다.SNE리서치는 “올해 전기차 인도량은 1478만대에 달할 것”이라며 “지난해보다 36%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다만 SNE리서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등 대내외 영향을 언급하며 올해 중국 전기차 시장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3.02.13 23:16

2분 소요
볼보·벤츠 이어 르노까지...中 길리, 국내 車 시장도 삼키나

산업 일반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그룹인 길리(Geely)가 르노코리아자동차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볼보자동차 인수, 다임러 지분 투자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길리차의 국내 입지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르노코리아에 따르면 중국 길리그룹 산하의 길리 오토모빌 홀딩스(Geely Automobile Holdings)는 최근 르노코리아 지분 34.02%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길리는 그동안 간접적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매년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독일 3사(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의 뒤를 추격하고 있는 볼보자동차가 대표적인 사례다. 길리는 볼보자동차 지분 100%를 소유 중이다. 2016년부터 6년 연속 국내 수입차 시장 1위를 차지한 메르세데스-벤츠와도 관련이 있다. 길리는 2018년 다임러 지분 9.69%를 인수하며 한때 최대 주주 위치에 오른 바 있다. 이후 베이징자동차그룹의 다임러 지분 9.98% 인수로 최대 주주가 변경됐다. 올해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폴스타도 있다. 폴스타는 볼보자동차와 길리가 합작해 만든 전기차 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지난해 한국 법인을 설립했으며, 올해부터 폴스타 2로 본격적인 국내 영업에 나섰다. 길리가 르노코리아 지분 참여에 나섬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코리아와 르노그룹 및 길리그룹은 한국 시장을 위한 친환경 하이브리드 신차 등 합작 모델을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 연구개발 및 생산해 오는 2024년부터 선보일 계획이다. 합작 모델 개발을 위해 길리 측은 스웨덴 연구개발 센터에서 개발한 CMA 플랫폼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제공한다. 르노그룹에서 차량 디자인을 맡고, 르노코리아 연구진들이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도록 첨단 기능을 탑재한 새로운 제품으로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다. 스테판 드블레스 르노코리아 CEO는 "길리그룹의 이번 지분 참여 결정은 한국 시장의 높은 잠재력을 기반으로 르노코리아의 합작 모델 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의미"라며 "르노코리아는 르노그룹의 일원으로서 르놀루션(Renaulution) 경영 계획 강화와 길리그룹 합작 모델의 성공적인 준비에 일조할 수 있는 자구노력도 함께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완 기자 lee.jiwan1@joongang.co.kr

2022.05.10 09:51

2분 소요
[IT 공룡과 완성차업체의 ‘합종연횡’ 속도전] ‘움직이는 스마트폰’ 애플카·바이두차 나온다

자동차

전기차 시장 초기 성장 불확실성 해소… 단순 OEM 완성차사 급증 전망도 ‘굴뚝산업’ 1번지로 불렸던 자동차산업이 정보기술(IT)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 기술의 부상 속에 이른바 IT 공룡으로 불렸던 글로벌 IT기업들이 완성차업체와 협력에 나서는 등 자동차회사로 전환에 나서면서다. 올해 초 나온 애플과 현대자동차 간 ‘애플카’ 협력설은 시작이었다. 바이두, 소니 등 중국과 일본 IT기업까지 전기차 시장에 진출했다. 이호중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미래차 시장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현재 미국, 중국, 일본 등의 대형 IT기업들은 미래 자동차 시장 선점을 염두에 두고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당장 애플이 2024년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출시 계획을 내고 현대차 등 완성차업체와 협력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선 이미 글로벌 IT기업이 완성차업체와 손잡고 전기차 시장 진출을 이뤘다. 지난 1월 전기차 사업 진출을 밝힌 중국 IT기업 바이두는 “지리자동차와 합작해 ‘바이두차’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 전기차 도전장 낸 IT기업… 투자·합종연횡 적기 최근 IT기업의 전기차 시장 진출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일본의 소니는 1월 11일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1’에서 전기차 ‘비전 S(Vision S)’ 시제품 주행 영상을 공개했다. ‘비전 S’는 소니가 지난해 ‘CES 2020’에서 공개한 첫 전기차 모델이다. 또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올해 자율주행 전기차 기반 로보택시 상용화를 밝혔고, 중국 인터넷 공룡 알리바바도 상하이자동차와 함께 설립한 전기차 제조사 ‘즈지차’로 연내 전기차 신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IT기업들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지금이 투자와 합종연횡의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전기차는 오는 2030년 세계 완성차 시장 점유율 약 3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배터리 전기차가 2030년까지 세계 시장의 31%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5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한 노르웨이에서는 지난해 이미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량을 넘어섰다.2040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점유율이 60%에 다다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세계 각국이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은 2035년 일반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금지한다. 일본도 2030년대 중반까지 순수 내연기관은 퇴출한다는 방침이다.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전기차 시장 육성에 나섰고, 미국도 2050년 탄소 배출 제로를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테슬라의 성공도 IT 업체들의 자동차 시장 진출 배경으로 꼽힌다. 2003년 설립한 테슬라는 전기차 개발과 생산, 판매를 모두 직접 꾸리면서 2019년까지 8조원 상당의 누적 적자에 시달리다 2년 전 첫 흑자를 냈다. 이호중 책임연구원은 “전동화(전기차)와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자동차산업 전환 초기의 불확실성이 테슬라의 성공으로 사라졌다”면서 “자본력, 브랜드 인지도, 개발·생산 역량을 갖춘 IT기업들이 완성차업체와 손잡고 단기간 내 시장 진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특히 IT기업은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가 자동차보다 전자장비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실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전기를 쉽게 활용할 수 있어 전자장비와 안정적인 전력·통신 운영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내연기관차 중심의 자동차산업에서 완성차업체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혔던 엔진과 변속기 등 생산 기술도 필요 없다. 이호근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전기차 경쟁력은 자율주행 수준, 전자기기 등 편의사양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완성차업체는 일단 IT기업과 합종연횡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래 자동차가 이동 자체는 자율주행 기술에 맡기고 휴식을 즐기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는 만큼 IT기업과 협업이 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9월 LG전자와 손잡고 개인 맞춤형 공간을 강조한 미래 전기차라는 이름의 콘셉트카 ‘캐빈’을 선보였다. 캐빈에는 의류관리기, 신발관리기, 커피머신, 냉장고까지 설치됐다. 현대차는 “캐빈은 고객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들어줄 공간으로써의 자동차”라고 설명했다.일찌감치 인공지능 부문 대규모 투자를 이뤄온 IT기업이 상당한 자율주행 기술을 갖췄다는 것도 완성차업체에 이익이다. 예컨대 바이두와 지리차가 합작한 바이두차에는 바이두가 2017년 ‘아폴로’라는 이름으로 일궈 온 자율주행 기술이 고스란히 장착될 전망이다. 지리차가 차체 등 자동차 하드웨어를 만들면 IT기업 바이두의 소프트웨어를 얹는 식이다. 실제 바이두는 “축적한 인공지능 기술과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미래 모빌리티의 혁신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완성차업체들은 서둘러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내놓고 있다. 엔진과 변속기가 빠진 자리에 배터리 등을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전기차 효율 등 상품성을 올리고, IT기업과의 협업 가능성도 키우기 때문이다. 앞서 애플이 현대차에 건넨 애플카 협력 제안의 뒤에도 지난해 12월 나온 현대자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자리했다는 분석이다. E-GMP는 ‘스케이트보드 구조(배터리를 바닥에 두고 차체를 올리는 구조)’로 생산 효율이 높고 차종 다변화에 유리한 장점을 갖췄다. ━ 플랫폼 경쟁 나선 완성차… ODM 전락 우려도 커져 현재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갖춘 곳은 현대차를 포함 테슬라·GM(BEV)·폴크스바겐(MEB)·도요타(e-TNGA) 등 5곳 정도다. 실제 폴크스바겐은 MEB 플랫폼을 공개한 2019년 독일 전기차 스타트업인 e.GO모바일에 MEB 플랫폼 공급계약을 밝히는 등 전기차 전용 플랫폼 판매에 나섰다. 다만 일각에선 전기차 경쟁력이 자율주행, 편의장치 등으로 변하면서 완성차업체 역할이 플랫폼을 제공하고 전기차를 만드는 위탁생산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LG전자와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사를 설립한 마그나의 경우 재규어 전기차 I-페이스를 제조자설계생산(OD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완성차 사업부의 영업 이익률은 2018년 1.1%, 2019년 2.1%에 불과할 정도로 수익성이 매우 낮다. 이호중 책임연구원은 “향후 완성차업계는 IT기업이 가진 소프트웨어 역량 내재화를 추구하고 IT기업들은 완성차업계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 할 것”이라며 “협력과 경쟁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2021.01.23 15:43

4분 소요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쌍용차] 지분 매각 난항에 투자자 찾기도 ‘깜깜’

Check Report

2016년부터 13분기 연속적자… “고비용 구조부터 개선해야” 지적 쌍용자동차의 경영 위기 돌파구 찾기가 난항에 빠졌다. 대주주 마힌드라가 쌍용차에서 발을 빼겠다는 입장을 정했지만, 지분 매각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쌍용차 인수 관심 기업 첫 손에 꼽혔던 지리홀딩스가 “쌍용차 관심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리홀딩스는 중국 지리자동차와 스웨덴 볼보자동차의 모회사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적자를 계속해온 쌍용차는 산업은행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 대상에서도 배제됐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차량 판매 등 쌍용차 경쟁력이 살아나야 하는데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현재 지분 매각 대신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쌍용차는 앞서 삼성증권과 유럽계 투자은행 로스차일드를 매각 주간사로 선정, 새 주인 찾기에 나서는 듯했지만 일단 유상증자로 한 발 물러섰다. 유상증자는 추가로 발행한 주식을 신규 투자자가 사도록 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유상증자 규모는 200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통해 새로운 투자자가 참여하는 방식이 현재 논의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 경우 약 75%인 마힌드라 지분율은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마힌드라, 지분 매각 보류하고 유상증자 추진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매각이 여의치 않자 투자자 물색으로 급선회했다는 분석이다. 당초 마힌드라는 쌍용차 매각을 추진했다.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 6월 12일 인도 현지 매체에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하다”며 “투자자가 나오면 마힌드라가 대주주로 남아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부터 마힌드라를 이끌 아니시 샤 부사장은 “새 투자자가 나타나면 자연스레 마힌드라의 지분율은 감소하며, 새 투자자가 우리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하지만 쌍용차 매각 협상은 쉽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마힌드라가 경영권 포기를 시사했을 때 중국의 지리차를 비롯해 비야디(BYD) 등이 쌍용차의 새로운 주인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지리차는 “쌍용차와 관련해 어떤 경쟁 입찰에도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BYD는 관련 입장 밝히기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최근 자동차 산업의 불황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완성차업체들의 고민이 깊은 상태”라면서 “쌍용차 경영 상태를 고려할 때 인수자를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쌍용차는 2016년 4분기 이후 지난 1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분기에는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5700억원 이상 초과해 외부감사인(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 판정을 받기도 했다. 특히 올해 초 쌍용차의 경쟁력 제고와 신차 개발을 위해 2300억원 투자를 예정했던 마힌드라가 코로나19가 터지자 지난 4월 투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쌍용차 자금난은 심각해졌다. 지난 3월말 기준 쌍용차 자본잠식률은 71.9%까지 높아졌고, 올해까지 갚아야 할 빚만 25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마힌드라는 400억원만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문제는 유상증자에 참여할 기업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쌍용차가 예정한 유상증자 2000억원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자금난 타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쌍용차 유상증자 참여는 사실상 투자와 다를 바 없는데 투자금이 쌍용차 자금 경색 회복에만 쓰이는데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 쌍용차가 유상증자를 예정한 2000억원은 쌍용차가 산업은행에 기안기금으로 요청한 규모와 거의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은 쌍용차가 코로나19 이전부터 자금난을 겪어왔다며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유상증자가 쌍용차 경쟁력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선 유상증자 규모를 키워야 하지만, 이조차 쉽지 않다. 쌍용차는 마힌드라를 통해 BNP파리바, JP모건 등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2000억원가량 단기 자금을 빌렸는데 은행들은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51%를 초과해 보유한다는 조건을 걸고 있다. 2000억원은 지난 6월 23일 쌍용차 종가(3685원) 기준 마힌드라 지분이 51% 이상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말 기준 마힌드라는 쌍용차 전체 발행 주식(1억4984만2주) 중 1억1185만5108주(74.7%)를 보유하고 있다.여기에 더해 쌍용차의 투자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 판매량이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들어 5월까지 내수와 수출로 총 3만9206대의 완성차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2.4% 감소한 수치다. 2015년 선보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가 인기를 끌면서 청신호가 켜졌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경쟁사들이 줄줄이 SUV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2010년 인수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7000억~8000억원을 투자했던 마힌드라마저 인수 10년이 지난 현재 5000억~6000억원대 손실을 기록 중이다.쌍용차의 차량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차입금 등 자금난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완성차업체로서의 본원적인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쌍용차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가 ㎞당 97g으로 전년(140g/㎞) 대비 강화됐지만, 쌍용차 상품군 중 가장 작은 차인 티볼리조차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당 143~145g(가솔린 모델) 수준으로 규제 기준치를 넘어섰다. 2021년부터 이산화탄소 규제의 벌과금이 부과되면 쌍용차 적자는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OEM 기지 전환’ 가능성도 대두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상품군이 없는 곳은 쌍용차가 유일하다. 국내·외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 출시를 통한 이산화탄소 배출 등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해 왔다. 쌍용차는 현재 전기차 신차 개발 계획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신차 개발을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한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해당 신차 역시 전기차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쌍용차는 2021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J100’이라는 프로젝트명의 신차 개발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J100은 정통 오프로드형 차량인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일각에선 쌍용차가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완성차 생산기지로서의 경쟁력이 있는 만큼 지분 매각 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지 전환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마힌드라는 포드의 SUV 모델을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생산하고, 쌍용차 모델에 포드 엠블럼을 붙여 판매하는 방안을 협의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쌍용차는 60년 전통의 완성차업체”라면서 “원가율이 99%에 달하는 고비용 구조지만, 노사협력으로 임금 구조만 개선해도 경쟁력은 있다”고 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2020.06.28 10:17

5분 소요
[대변혁 기로에 선 자동차 산업] 모빌리티 혁명 앞으로 3년 남았다

자동차

차량공유·자율주행·로봇택시·5G 등 기술·시대상 격변...도요타+소프트뱅크 등 이종 업종 이합집산 활발 130년 역사의 자동차 산업이 대변혁의 기로에 서 있다. 공유차 플랫폼의 잇단 등장에 전기차·자율주행차·5G 통신 기술이 더해지고 자동차에 대한 소유 개념이 바뀌면서 자동차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뿌리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 판매가 아니라 운행 과정에서 수익을 올려야 할 수도 있다. 다양한 기술의 발전과 시대상의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독불장군식 경영으로는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자동차 회사가 반도체 칩 제조사나 통신사, 공유차 회사 등과 손을 잡는 배경이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진출에 반대하는 택시 업계의 시위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국내와 달리 해외 정부와 기업은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의 틀을 갖춰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대변혁에 정면으로 마딱뜨렸다. 미래의 이동(모빌리티)을 만들어가는 기업들과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싹 텄다.”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지난 10월 4일 일본 도쿄에서 소프트뱅크그룹과의 공동 출자회사 ‘모네(MONET)테크놀로지스’의 설립 기자회견에서 ‘서비스로서의 이동성(Mobility as a Service·MaaS)’ 기업과의 협력을 강조하며 이 같이 밝혔다. MaaS란 차량공유·자율주행·로봇택시 등 최근 이동수단으로서 자동차의 개념이 바뀌면서 나타난 비즈니스 개념을 뜻한다. 차량 인증과 예약, 결제 등으로 사업 분야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인공지능(AI)을 통해 이동성을 규명하는 시대가 두 회사를 만나게 했다”며 “AI의 연장선으로서 자동차 사업을 펼쳐온 도요타와 만나게 됐다”고 화답했다. 모네테크놀로지스는 초기 자본금이 20억엔(약 202억)에 불과한 작은 회사다. 그럼에도 일본 최대의 완성차 제조사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수장이 직접 나서 결의를 다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자동차 산업이 크고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 130년 역사의 자동차 산업에 변혁의 물결 1888년 칼 벤츠가 최초의 내연기관 상용차를 내놓은 이래 130년 간 융성한 자동차 산업에 거대한 변혁의 물결이 일고 있다. 초고속통신과 AI 기술의 발달, 소유 개념의 변화, 친환경 자동차의 대두 등 기술·시대상의 트렌드 변화가 일으킨 파도다. 미래의 자동차 산업은 이미 MaaS, 모빌리티 산업 등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이에 미국의 우버와 리프트, 중국 디디추싱, 동남아시아 그랩 등 공유차 업체들을 중심으로 제너럴모터스(GM)·다임러벤츠·도요타 등 유수의 완성차 제조사들이 발 빠르게 연합전선 구축에 나서고 있다.현재 자동차 산업의 변화의 양상은 공유차 업체들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자동차 산업이 단순 제조·판매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로 진화하고 있어서다. 자동차를 바라보는 시선도 소유에서 공유 개념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세계 최대의 공유차 업체인 우버의 경우 현재 차량 소유자가 자신의 차를 택시처럼 활용할 수 있는 ‘우버 X’, 카풀 서비스 ‘우버풀’, 프리미엄 자동차 호출 서비스 ‘우버 블랙’, 자전거·오토바이 등으로 음식 배달을 대신해 주는 ‘우버 이츠’, 콜택시 서비스 ‘우버 택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이동에 불편이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우버의 목표다.우버 서비스는 한국에서는 불법이라 다소 거리가 느껴지지만 이미 65개국 600여 개 도시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는 하루 이용자 수가 38만3533명(1월 기준)으로 옐로캡(28만2565명)을 앞설 정도로 보편화 됐다. 택시보다 저렴하고 바가지요금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 사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앞으로 공유차 서비스가 더욱 확대되면 아예 택시·버스 등이 자취를 감출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우버풀을 사용하는 운전자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목적지가 같은 탑승객을 경유지에서 태워 함께 이동할 수 있다. 운전자는 그 대가로 운임을 받고, 탑승객은 택시보다 싸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동승자가 많을수록 요금은 낮아진다. ━ 공유차 플랫폼 갈수록 확산 서울시 등록 승용대수는 300만대에 육박해 서울시 개인택시 등록대수 4만9240대의 60배 수준에 이른다. 일반 승용차가 우버 풀 서비스에 나설 경우 적지 않은 대중교통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출·퇴근 시간에 집중되는 만성적인 택시 수급 불균형 문제도 일부 해소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소유자로서는 자동차를 부가가치 창출에 활용할 수 있고, 급히 자동차가 필요한 사람으로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어디에서든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공유차 업체들은 마치 인터넷 포털사이트처럼 이런 수요와 공급을 묶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런 공유차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30년엔 2850억 달러로, 2017년 대비 8배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택시 업계가 ‘카카오 카풀’ 서비스 진출에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런 파급력을 우려해서다.이런 가운데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이 공유차 확산을 재촉하고 있다. 공유차 서비스는 자동차 소유자가 직접 차를 운전하는 시간 외에는 공유차로 활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자율주행 기술 발달로 주차장에 잠 들어 있는 차량을 24시간 공유차로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배달 서비스에 가장 먼저 도입될 전망이다. 미국 포드는 세계 최대 피자 배달 업체 도미노 피자와 손잡고 올초부터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자율주행차 배달 서비스 테스트에 나섰다. 포드는 테스트에서 얻은 정보를 2021년 판매할 자율주행차에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는 운전자가 탑승했지만, 내년 중에는 운전자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 배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GM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런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2019년 자율주행차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글 자동차 웨이모(Waymo)는 이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자율주행차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배달 업체로서는 자동차를 이용하면 오토바이보다 많은 양의 피자를 운반할 수 있다. 또 배달에 자율주행 공유차를 이용하면 자동차 구입비와 배달원 인건비 등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자율주행 공유차는 앞으로 배달뿐만 아니라 학교·병원 등의 셔틀 차량으로 이용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승용차가 도심 곳곳을 누비는 간선 대중교통이 되는 셈이다. 미국·중국·인도 등 도심 대중교통망이 잘 갖춰지지 않은 나라들에서 먼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 ‘판매 →운행 과금’으로 … 자동차 산업 밸류체인 변화 도요타자동차도 물건 판매는 물론 피자 배달, 차량 공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율주행 전기자동차(EV) 콘셉트카 ‘e-팔레트’(e-Palette)를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 아마존과 피자헛, 중국 디디추싱, 일본 마쓰다 등 5개사와 함께 2020년께부터 미국에서 실증실험을 시작한다. 도요타는 이 차량을 매개로 자동차의 단순 제조·판매에서 종합서비스 회사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우버의 대주주이자 디디추싱·그랩(싱가포르)·올라(인도) 등 주요국 공유차 회사에 투자한 상태다. 앞으로 공유차 업체가 모빌리티 플랫폼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며, 그 가운데 소프트뱅크가 가장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이런 사업 구상은 자율주행 기술의 급진적인 발전 덕에 가능해졌다. 2015년 우버가 구글과 결별하고 카네기 멜론대학과 자율주행차를 공동 개발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적지 않은 사람이 의구심을 품었다. 공유차와 자율주행차 간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또 2016년 테슬라 자율주행차가 트레일러를 하늘로 인식해 사고를 냈을 때만 해도 자율주행 기술은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도 제기됐다.그러나 최근 2~3년 새 자율주행 기술의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반도체 제조사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등장 등 센서의 사물 인식과 처리 속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상황이 바뀌었다. 이전보다 정교해진 센서와 라이더를 통해 실시간 삼각측량으로 수많은 사물 위치를 인식하는 한편, 오차 범위도 센티미터 수준으로 줄였다. 또 이미지센서는 초당 1000프레임을 처리해 교통신호와 표지판, 자동차 번호판 등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향상됐다. 과거 자율주행 기술은 프로그래머가 모든 주행 상황을 일일이 입력해줘야 했으나, 딥러닝 기술의 발전으로 AI가 스스로 자율주행 기술의 오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운행을 시작해 데이터 축적량이 늘어날수록 자율주행 기술은 더욱 발전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5년 후면 운전자가 아닌, 탑승자로 개념이 바뀔 정도로 자율주행 기술이 성숙해질 전망”이라며 “스마트폰 등 디바이스를 이용해 사용자가 있는 곳으로 자율주행차를 소환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더디던 자율주행 기술 급진전 이미 자율주행 기술은 트럭 운송 분야에서 활용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독일 물류 업체 DB 쉥커는 지난 2월 트럭 메이커인 만 트럭으로부터 군집주행이 가능한 파일럿 트럭을 인도받아 물류운영을 위한 시험 주행을 시작했다. 예컨대 5대의 트럭이 화물을 운송할 경우 가장 앞차에만 실제 운전사가 타고 나머지 4대의 트럭은 자율주행 기술로 선행 트럭을 뒤따르는 식이다. 화주로서는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당장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이탈 방지 기술만으로도 일부 구현이 가능한 모델이다. 이에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바이두·다임러·테슬라·페덱스 등도 뛰어들었다. 트럭 운송 사업의 대대적인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전기차의 확산도 자동차 산업의 변화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앞으로 모빌리티 산업은 완성차 판매에 따른 부가가치 창출보다는 많은 주행 거리와 사용자 수에 따른 수익 발생으로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많은 사람을 오랜 시간 태우는 것이 수익성을 좌우하게 된다. 전기차는 이런 목표에 특화됐다. 배터리와 모터로 주행하기 때문에 엔진룸이 필요한 내연기관 차량과는 달리 보닛이 없다. 주행·제동 등에 필요한 복잡한 기계장치를 전자신호로 대체하기 때문에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최대 5명이 탈 수 있는 중형 세단을 박스카 형태의 전기차로 생산할 경우 최대 11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최근 전기차들이 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박스카로 개발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모빌리티 업체로서는 많은 인원을 수용해 수익을 늘릴 수 있다. 오일류를 교체할 필요가 없고 부품 마모가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공유차 플랫폼에서 자율주행 기술로 전기차를 구동시키면 24시간 운행할 수 있다. 벤츠·BMW·아우디 등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생산 비중을 대폭 늘리기로 한 점도 이런 변화에 대비한 포석이다. 전기차 소유주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충전기를 공유해 전기차 네트워크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전기차의 확산 덕에 영화나 만화에서나 볼 수 있던 하늘을 나는 플라잉카 프로젝트도 최근 구체화되고 있다. 플라잉카는 제도적 문제와 소음 등으로 페이퍼플랜 수준에 머물러왔다. 그러나 전기차 기술을 도입해 프로펠라를 모터로 작동시켜 소음 문제를 해결했다. 최근에는 드론을 띄우기 위해 제작된 3차원 지도가 정교해지면서 공중에서도 사고 없이 운행할 수 있게 됐다, 에릭 앨리슨 우버 항공사업 대표는 10월 11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세미나에서 “세계 각국 도심은 극심한 교통 혼잡에 시달리고 있지만, 우버에어를 이용할 경우 서울 관수동에서 경기도 안산까지 12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며 “2020년 우버에어의 시범 운영을 시작해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 모터쇼에 자동차 제조사는 줄줄이 불참 우버는 우버 주차장 건물 옥상을 플라잉카의 이착륙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차량 본체와 날개 부분을 분리할 수 있게 제작해 도로 주행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처음 상용화에 나서는 나라는 교통체증이 심한 미국·일본·인도·브라질·호주·프랑스 등이다. 도요타 역시 올해 안에 플라잉카 시제품을 제작해, 2020 도쿄올림픽의 오프닝 세레머니에 선보일 계획이다. 중국 지리자동차도 지난해 미국의 플라잉카 스타트업인 테라푸지아를 인수하며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이런 모빌리티의 혁신적 변화는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가 도래하면서 구체화되고 있다. 차량이 자율주행으로 달리며 공유차 및 전기차 네트워크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오차 없이 실시간으로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 LTE 통신 환경에서는 한계가 있었지만 5G 통신은 기술 구현이 가능하다. 5G 통신은 최대속도가 20Gbps로 LTE보다 최대 속도가 20배가량 빠르고 처리용량도 100배 많다. 통신 지연시간이 1000분의 1초에 불과해 모빌리티 네트워크 구축에 적합하다. 통신기술의 발달과 공유차 플랫폼의 확산, 전기차 공급 확대, 자율주행 기술 발전 등이 맞물려 모빌리티 혁신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때문에 특정 분야의 기업이 단독으로 이런 거대한 변화에 대응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최근 자동차 제조사와 ICT 기업들이 전방위 동맹체제를 구축하며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있는 배경이다. 벤츠·아우디·포드·도요타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자율주행 택시를 개발 중이다. BMW·피아트크라이슬러(FCA)·콘티넨탈·델파이는 인텔과 손잡고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섰다. 혼다는 GM의 자율주행차 부문 자회사 크루즈홀딩스에 27억5000만 달러(약 3조원)를 투자하기로 하고 공동 대응에 나섰다. 라이벌 관계인 벤츠·BMW·아우디는 이미 2015년 컨소시엄을 구성해 노키아가 보유하고 있던 디지털 지도 서비스 회사 ‘히어(HERE)’를 공동 인수하기도 했다. 중국 지리차는 올초 벤츠를 보유한 다임러AG 지분 9.69%를 약 10조원에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차는 카메라는 물론 센서, 초고속통신, 초고정밀지도 등 수많은 과학 기술의 총아로 각 분야 기업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번 기술 표준이 세워지고 플랫폼 연합이 구축된 이후에는 합류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 간 연합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글로벌 자동차 업체가 대부분 참가한 데 비해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재규어·랜드로버·포르셰·마쓰다 등이 굵직한 브랜드가 불참했다. 올해 파리 모터쇼에 독일 폴크스바겐이 빠졌고, 벤츠·BMW·아우디 등도 내년부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 범죄노출, 개인정보 유출, 대량 실업 등 과제 이런 가운데 공유차 업체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승자독식이란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상 동맹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의 발로이자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포석이다. 도요타는 지난 6월과 8월 그랩과 우버에 투자하는 등 공유차 회사와의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번 소프트뱅크와의 공동출자회사 설립도 도요타가 먼저 제안할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이다. GM은 공유차 브랜드 ‘메이븐’을 출범한 데 이어 미국 공유차 서비스 업체 리프트에 5억 달러를 투자했다.공유차 업체 간에도 협력이 벌어지고 있다. 로밍 서비스를 통해 국경을 넘어도 공유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예컨대 평소 우버만 사용하던 미국인이라도 중국에서는 디디추싱, 동남아시아에서는 그랩을 통해 공유차 서비스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앞으로 모빌리티 플랫폼은 공유차 업체가 대중의 수요만큼 제조사들에게 차량 생산을 위탁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율주행차는 수많은 라이더와 센서로 무장했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 개인이 구입하기 어렵다. 현재 경기도 판교에 다니고 있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 ‘제로셔틀’의 경우 가격이 13억원 정도다. 비싼 자동차 가격에 보험료·세금·수리비 등 부대비용을 고려하면 앞으로 개인의 자동차 구매 유인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공유차 서비스는 개인 간 거래보다는 차량을 많이 확보한 기업 혹은 동맹이 교통망의 주요 공급자가 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완성차 제조사로서는 플랫폼으로의 진출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 사고 발생 책임 소재, 개인정보 유출 등 문제 모빌리티 기업들의 시계침은 이미 3년 후로 맞춰져 있다. 자율주행차 상용화와 5G 통신이 보급되는 2021년부터 본격적인 산업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에서다. BMW와 피아트 크라이슬러(FCA), 구글, 콘티넨털, 델파이는 또 다른 ICT 업체 인텔과 손을 맞잡았다. 이들도 자율 주행차를 2021년까지 출시하겠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뭉쳤다. 도요타·혼다·닛산·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들은 2020년 상용 자율주행차를 출시할 계획이며, BMW·FCA도 2021년을 목표로 뛰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2021년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상용화시킨 후 2030년에는 상용화된 완전 자율주행차를 출시할 계획이다.다만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범죄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점과 자율주행차의 사고 발생 때 책임을 누가 지느냐 등의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택시·트럭·렌터카 등 기존 산업의 대량 실직 등 사회적 반발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도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김필수 교수는 “기존 산업의 반발과 생존권 주장이 거세지만 앞으로 모빌리티의 변화에 한국이 도태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8.10.21 08:49

11분 소요
현대차 ‘글로벌3’ 품질을   디자인한다

산업 일반

기아자동차의 중형차 K5의 돌풍이 무섭다. 첫 달 판매에서 11년간 1위(연 기준)를 했던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를 뛰어넘었다. K5는 5월 한 달 동안 1만5782대가 계약돼 1만1393대가 계약된 쏘나타를 월별 기준으로 넘어선 것. 르노삼성의 동급 차종과는 신차 효과와 생산 능력의 차이로 큰 차이를 내며 앞서나가고 있다. 이 돌풍의 한복판에는 정의선 부회장이 있다. K5는 정 부회장이 디자인경영을 선도하며 4년의 개발기간 내내 매월 진행상황을 직접 점검해 왔던 야심작. 지난해 8월 현대차로 옮겨간 정 부회장은 K5의 선전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K5의 돌풍은 역설적으로 기아차라는 브랜드 때문이다. 기아차는 시장에서 ‘품질은 합격, 디자인은 불합격’이란 판정을 받아왔던 브랜드다. 그러나 정의선 부회장이 2005년 대표이사를 맡은 후 포르테를 시작으로 쏘울로 정상궤도에 올라섰다. K7, 스포티지r 등 지난해 말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기아차의 신차 퍼레이드는 디자인과 품질 두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기아차 주가는 18개월 만에 6배나 뛰었다. 특히 K5는 4년 5개월 만에 내놓는 기아차의 중형 세단이기 때문에 이런 선전은 더 극적이다. K5 돌풍의 중심에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기아차가 있는 양재동 현대·기아차 서동 21층에서 현대차가 있는 동관의 18층으로 자리를 옮겼다.기아차 수장을 맡은 지 4년, 기아차 경영에 깊이 관여한 지 6년 만이다. 정 부회장은 디자인 개선과 해외공장 확충이라는 두 숙원사업을 무난하게 해결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 부회장이 기아차로 간 2003년 초에 이 회사 주가는 1만원 미만이었다”며 “불과 6년 만에 기업 가치를 3배 올렸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수한 경영능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경영자의 의무는 무엇보다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결국은 제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다.안 센터장은 “정 부회장의 가장 큰 업적은 기아차의 최대 약점이었던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바꾸면서 이를 오히려 강점으로 만드는 직관을 발휘한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을 보호하는 게 디자인경영 = 정 부회장이 지난해 8월 현대차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그가 현대차에서 어떤 돌풍을 일으킬지에 주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K5’의 정의선이 바꾸어나갈 현대차는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정 부회장의 ‘K5’가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정 부회장은 2006년 아우디를 디자인한 거물급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과감하게 영입했다. 연봉이 상당해 재무부서에서 먼저 반발이 심했다. 기아차 디자인실은 패닉 상태였다. 꼭 외부인에게 맡겨야 하느냐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사내외 반대에도 이를 굽히지 않았다.대개 정 부회장의 디자인경영을 피터 슈라이어 영입 이전과 이후로 단순하게 나누면서 슈라이어 부사장 영입이 디자인경영의 시작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진짜 디자인경영은 2005년 정의선 부회장이 기아차를 맡으면서 이미 시작됐다. 피터 슈라이어 영입에는 1년이 걸렸지만, 왜 피터 슈라이어여야만 하느냐를 궁리하면서부터가 디자인경영의 시작이다.디자인경영은 기아차에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생겨난 조어다. 정의선 부회장에게는 ‘디자인’이든 ‘감성품질’이든 ‘프리미엄’이든 결국 경영의 일환일 뿐이다. 디자인경영의 전제는 기아차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디자인을 향상시키기 위함이지만 그 실체는 외압으로부터의 디자인 독립이었다.승용차 업계는 대단위 투자가 이뤄지는 곳이다. 자동차 업체는 모터쇼에서 상용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사의 브랜드 정체성과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 컨셉트카를 공개한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에 이미 한국인 디자이너가 상당수 포진해 있는 만큼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능력도 기본적으로는 상당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실제로 컨셉트카를 보면 상당한 내공이 느껴진다. 문제는 상용화 단계에서 이러한 컨셉트카의 예리함이 무뎌지면서 평범한 차로 전락한다는 데 있었다. 디자인이 완성되면 먼저 영업부서가 딴죽을 건다. 20대에게만 어필할 것이라든지, 40대 이상만 겨냥한 차를 어떻게 파느냐는 식의 얘기들이 나온다. 이런 단계를 지나도 여러 부서의 임원이 ‘좋은 뜻으로’ 충고를 한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될 가능성이 있는 다른 회사 신차도 참고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초기의 날카로움은 무뎌지고 결국 평범하고 무난한 차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정의선 부회장은 컨셉트카의 100%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최초 디자인의 80% 이상은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러한 사내 외압을 차단했다.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이 기아차에서 패밀리 룩을 완성할 수 있었던 데는 정 부회장의 이런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슈라이어 부사장이 제아무리 혁신적인 디자인을 해도 디자인실을 독립시키고 이 원안이 보호받지 못하면 도루묵이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약속을 했고 이를 지켰다.◇ 소탈한 성격 부드러운 카리스마 = 정 부회장의 디자인경영이 아직도 중요한 것은 그의 경영 스타일이 이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평소 소탈한 성격에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녔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 부산 모터쇼의 깜짝 등장이 대표적이다. 그 자신은 베이징 모터쇼를 앞두고 자연스럽게 찾아간 것이니 놀란 것은 현대·기아차의 직원들이었다.갑작스럽게 방문한 정 부회장은 이에 개의치 않았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정 부회장은 지난 서울 모터쇼에서도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정 부회장은 휴일에 두 자녀를 데리고 현대차 부스를 찾았다. 의전을 담당했던 홍보실 직원 가운데는 정 부회장이 다녀간 사실을 모르는 직원도 있었다.조용히 와서 가족과 함께 공연을 보고 갔다. 행사장이 좁아 관람객과 어깨를 스치는 일도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고 한다. 평범한 가장과 다를 바 없었다. 이런 소탈한 성격은 사내에서도 유명하다. 모든 직원에게 존칭을 쓰고 머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현대·기아차 직원은 여기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이는 정 부회장이 비교적 일찍 현대차그룹에 발을 들여놓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 부회장은 1994년 현대모비스(당시 현대정공) 과장으로 입사했다. 그 기간 일본 이토추상사 뉴욕지사에서도 잠시 근무했다. 이때 그는 평사원과 중간간부의 애환 및 비애를 몸소 느꼈다.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원 MBA 과정을 마친 1997년 그는 현대차 구매실장으로 돌아왔다.이를 시작으로 현대차 전무, 현대카드 전무(2002년), 현대차 부사장(2003년)을 거쳐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그룹 핵심 계열사의 CEO(2005년)에 올랐다. 현대차 부회장에 오른 것은 입사한 지 20여 년 만인 2009년의 일이다. 정 부회장은 여러 보직을 거치면서 소통 방법을 깨우쳤던 것으로 보인다.알게 모르게 형성된 재벌 후계자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버려야 직원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고 여겼다. 정 부회장이 아직도 평사원에게 존댓말을 쓰는 이유다. ‘당신을 존중한다, 당신의 말을 똑같은 위치에서 듣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다. 반면 자신에게는 엄격하다. 정 부회장은 해외출장이 잦은 부친 정몽구 회장이 출장을 갈 때마다 먼저 공항에 도착해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직접 안내를 맡는다.업무량도 무척 많지만 여간해서는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거다 싶으면 자신의 의견을 납득시키려고 노력해 결국 관철하는 뚝심도 지녔다.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 영입이 대표적이다.◇ 쏘울로 미국 시장 공략 성공 = 2008년 기아차는 포르테를 시작으로 로체 이노베이션을 내놓으며 주목을 받았다. 디자인경영이라는 말이 처음 나온 것도 이때다. 이어 호불호가 극단을 달렸던 쏘울이 탄생한다. 쏘울은 기아차의 슬로건을 바꿔 놓은 차다. 디자인 기아라는 말이 나왔다. 이 독특한 스타일의 차를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미국 시장이었다.2009년 쏘울은 국산차 최초로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레드 닷 디자인상을 받으며 논란을 종식시킨다. 쏘울은 자동차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쏘울은 지난 5월 미국 시장에서 6134대가 판매돼 지난해 3월 미국에서 시판된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특히 박스카의 원조로 불리는 닛산 큐브에 내줬던 박스형 차 판매에서 1위 자리를 지난 2월 재탈환한 뒤 4개월 연속 1위에 올랐다. 큐브는 5월에 2295대, 도요타 사이언xB는 1879대가 팔려 1위인 쏘울과 큰 격차를 보였다. 정의선 부회장은 디자인경영의 결실이랄 수 있는 스포티지r, K5를 미처 못 본 채 지난해 현대차로 자리를 옮겼다. 정의선의 디자인경영은 지난해 말 그가 기아차를 떠난 직후 절정을 맞은 셈이다. 지난해 11월 중대형 세단 K7이 시장에 안착했다. 대박은 올봄에 터졌다.도시형 SUV인 스포티지r은 디자인의 기아, 호랑이 얼굴을 한 패밀리 룩의 완성판이란 평가를 받으며 4월 출시 직후 1주일 새 4626대를 팔아치우며 크게 주목 받았다. 이어 이달 중형 세단 K5가 나왔다.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신차가 잇따라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크게 늘어났다. 올 1월 28.5%였던 것이 넉 달 새 34.5%로 크게 뛰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의선 부회장은 기아차를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현대차로 이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 애널리스트는 “기아가 부족했던 것 두 가지가 품질에 비해 떨어지던 디자인과 원활한 수급을 위한 해외공장이었는데 이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다”고 평가했다.정 부회장이 디자인경영과 함께 주력했던 부분이 기아차의 해외공장 확보였다. 결국 슬로바키아 공장, 중국 제2공장, 미국 조지아 공장을 잇따라 세우며 기아차가 글로벌 브랜드로 옮겨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든 셈이다.◇ 현대차 -기아차 궁극적 차별화 필요 = 정 부회장이 기아차에서 자신이 주도했던 프로젝트의 끝을 확인하지 않고 떠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조직에 비전을 줘야 하는 2세 경영인이기 때문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기아차의 레벨을 한 단계 높인 시점에서 정 부회장은 소임을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K5의 돌풍을 계기로 ‘아우인 기아차가 형인 현대차를 넘어섰다’는 해석은 그래서 딱 떨어지는 해석은 아니다. 현대차는 현대 엠블럼이 붙어 팔리는 차고, 기아차는 기아의 엠블럼이 붙어 출시되는 차다. 해외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같은 자동차그룹 내의 브랜드라는 점은 전문가 외에는 잘 알지 못한다.현대차와 기아차는 해외시장에서 각기 다른 딜러십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미국의 포드 산하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볼보는 12년 만에 다시 분리돼 중국 지리차에 인수됐다. 하지만 볼보는 미국 차였던 시절에도 스웨덴 차로 인식됐다. 폴크스바겐그룹 산하의 아우디가 폴크스바겐 모델과는 지향점이 크게 달랐다면 포드-볼보, GM-사브는 엇비슷한 수준의 브랜드였다는 차이는 있다.현대차와 기아차도 궁극적으로는 그 지향점이 달라져야겠지만 지금은 과도기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래도 현대차 내부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기아차와 비교되는 것 자체에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정의선 부회장 생각은 어떨까? 그에게는 자신의 손으로 지금까지 키워온 기아차의 선전이 반가운 일일 뿐이다.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한 직후 프로젝트 ‘TF’란 이름으로 4년 5개월 동안 준비한 K5의 론칭을 직접 확인하기도 전에 아쉬움 없이 현대차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재계 한 인사는 “정의선 부회장은 겉치레가 없고 길게 내다보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는 “정 부회장이 기아, 현대를 나눠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그 자리에 맞는 일을 할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센터장은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로 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그룹 후계자로서 경영 전반에서, 예전 기아차에서 크게 승부수를 던져 성공한 것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센터장은 “최근 수입차 판매대수가 늘어나는 것을 주의 깊게 보는 것에서 향후 정 부회장의 행보를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수입차가 전체 판매대수는 적을지 몰라도 고급차 시장만 보면 점유율이 30%나 된다고 설명하며 “정 부회장이 수입차 관련 발언을 몇 번 한 것은 현대차가 내수 고급차 시장에서 밀린다면 해외시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는 생각에서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센터장은 “정 부회장은 현대차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고급차와 해외시장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이라고 강조했다.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는 세계시장에서 일본 빅3와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기아차 경영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며 “해외 주요 완성차 업체와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쪽으로 경영 집중을 할 것이기 때문에 수입차를 다 뜯어보라는 발언도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발표하는 정의선 부회장. ◇ 정몽구 회장 청사진 실행에 주력 = 정 부회장이 기아차를 책임지며 가장 먼저 한 일은 리서치였다. 기아차의 단점과 약점을 파악해 5년 후를 내다보고 단점인 디자인으로 승부수를 던졌다.방점은 ‘디자인’이 아닌 ‘단점’에 찍혀야 한다. 이 경영판단은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그렇다면 그가 현대차에 거는 기대와 승부수는 무엇일까?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아닌 장점을 더 살리는 일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정 부회장은 현대차가 최근 쌓기 시작한 품질에 대한 명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톱5 진입을 가시화하는 일의 선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경제연구소의 임원은 “정 부회장이 강조했다는 감성품질은 제품을 사용하면서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감”이라며 “임원들에게 수입차가 잘 팔리고 있으니 한번 방문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한 얘기도 글로벌 시장에서 감성품질을 높이라는 우회적인 주문”이라고 해석했다.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2008년 12월 “실질적인 품질을 3년 동안 세계 3위로 키우고 소비자가 인지하는 품질은 5년 내에 세계 5위가 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정몽구 회장이 얘기한 ‘소비자가 인지하는 품질’이 바로 감성품질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 같은 부친의 의중을 파악하고 “내리기 싫은 차를 만들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정몽구 회장이 실질품질과 인지품질을 구분한 데서 5년 후 현대차의 해외전략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정 부회장의 역할도 여기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차의 해외전략은 이분화돼 있다. 인도와 중국으로 대표되는 신흥시장에서 현대차는 감성품질을 실천하고 있다. 1996년 출범한 현대차 인도법인은 공장 두 곳에서 매년 60만 대를 생산한다.인도의 전략차종 상트로 판매를 시작한 후 점유율 20%로 단숨에 인도 2위 메이커로 부상했다. 2008년에는 i10, i30, i20과 같은 모델로 인도의 각종 자동차 시상식에서 ‘올해의 차’인 대상을 수상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에서 수출하는 물량은 인도의 전체 승용차 수출물량의 65%에 달한다.중국도 마찬가지다. 2002년 중국에 진출한 현대차는 가파른 매출 신장세를 보이며 2009년 57만 대를 팔아 67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북경현대차는 철저하게 현지화했다. 모든 차종이 중국 도로조건과 중국인의 선호에 맞춰 재가공됐다. 북경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철저하게 조사해 현지인의 취향에 맞게 개발했다”며 “팔리는 시장에서 생산한다는 게 바로 현지화 전략”이라고 말했다.하지만 미국시장 접근법은 다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제네시스와 같은 고급형 모델을 미국시장에 시험 삼아 내놨다”며 “현대차가 렉서스나 BMW 같은 고급 브랜드를 운영해야 하는 때가 오겠지만 아직은 다소 먼 얘기”라며 선을 그었다.중국과 인도 같은 신흥시장에서 점유율을 바탕으로 실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 시장에서는 JD파워, 컨슈머리포트로부터 먼저 실질 품질을 인정받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정의선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큰 그림에 맞춰 2013년까지 인지품질 즉 감성품질을 향상시켜 글로벌 톱5 브랜드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먼저 현대차가 도전대에 설 공산이 크다. 기아차의 디자인경영에서 보여준 정의선 부회장의 직관이 첨예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지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2010.06.14 14:11

10분 소요
하루아침에 명품 될 수 있나

산업 일반

▎스웨덴 볼보 본사에서 지리의 리슈푸 회장과 마우드 올로프손 스웨덴 산업자원부 장관, 스테판 오델 볼보 최고경영자(왼쪽부터) 가 ` 볼보 S60 ` 옆에서 회견을 하고 있다 스웨덴 대표 기업 볼보가 결국 중국 지리자동차에 인수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볼보 하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고급 세단 메이커 중 하나로 인식되었지만, 지금은 이름도 낯선 중국 기업 손에 넘어가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지리자동차는 1986년 설립된 신생 기업이다.설립 당시 냉장고 부품을 만드는 조그만 공장에서 출발한 지리는 1994년 오토바이 생산에 이어 3년 후에는 자동차 생산에 뛰어든다. 1998년 지리 브랜드의 차량이 첫선을 보였다. 2001년 중국 민영기업 중 최초로 네 가지 승용차 모델의 생산허가를 받는다. 지리자동차는 저가 소형 자동차를 중심으로 대형 국유기업과 외자기업이 군웅할거하던 시장을 파고들었다.리슈푸 지리자동차 회장은 서민도 살 수 있는 값싼 자동차를 판매해 기존 업계에 대항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초기에는 도요타의 샤리 자동차 플랫폼을 복사해 외관만 약간 변형한 제품을 개발했다. 복사판 차량이 시장에서 크게 인기를 모으면서 지리는 저가 소형차 그룹에서 단숨에 다크호스로 부상했다.하지만 자동차 핵심기술의 부족과 품질관리 미흡, 조직력 부족 등으로 후속 신제품 개발이 정체됐다. 리슈푸 회장은 이때 많은 외국인 기술자 수혈로 돌파구를 모색한다. 지리자동차 연구소에는 한국 출신 기술자를 비롯, 일본인과 독일인 기술자 등이 고용됐다. 그러나 외국인 기술자를 통한 기술이전과 핵심기술 개발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부품조달에 있어서도 부품메이커를 지도하고 관리할 만한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면 일방적으로 부품업체를 교체하기에 급급했다. 차체금형을 자체 제조하지 못했고 현장 기술관리력도 미흡한 상황이었다. 차체금형은 주로 대만계 기업으로부터 조달하고 있으나 정밀도가 낮아 자동차의 문을 조립할 경우 문이 차체에 잘 들어맞지 않아 망치로 일일이 두드려 맞추는 경우도 발생했다.또한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주요 부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범용부품을 저장성 소재 향진기업(농촌소재 기업)에서 조달 받다 보니 납품 단가가 아주 낮은 대신 품질이 불안했다. 지리차는 값은 싸지만 내구성과 품질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시장에서 급속히 퍼져나갔다.지리차를 한 번 택시로 쓴 회사는 두 번 다시 지리를 선택하지 않았고, 엔진 내구성이 부족하고 잔고장이 많다는 입소문이 돌았다. 지리는 중국 내 자동차 판매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게 된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내수경기 부양책과 주민 소득 증대로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지만 지리는 판매신장률이 상대적으로 뒤처진 것이다.리 회장은 급기야 저가차라고 굳어진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문제를 시급히 제고해야 한다고 결심한다. 이에 따라 3년 전 런던 명물택시 블랙캡을 생산하는 망가니스 브론즈와 제휴해 택시를 조립 수출한다. 그러나 블랙캡의 수출만으로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없었고, 결국 해외의 고급 브랜드 인수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때마침 볼보가 매물로 시장에 나왔고, 볼보 인수전에 사활을 건 것이다.망치로 문 두드리던 회사지리자동차 입장에서 이번 딜의 목적은 분명하다. 그동안 지리 하면 생각났던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는 전환점으로 삼는다는 방안이다. 또한 볼보의 해외 판매망을 이용하거나 고급 기술을 활용해 프리미엄 세단을 지리 브랜드로 생산·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사례를 보면 중국 자동차 기업의 해외기업 M&A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독과점적인 지위를 누리면서 온실 속에서 커온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M&A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리의 볼보 인수계약은 이제 첫발을 뗀 것에 불과하다. 리 회장이 말했듯이 앞으로 이를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우선 핵심기술의 확보가 당면 과제다.볼보 인수와 함께 관련 핵심기술까지 제대로 손에 쥘 수 있다면 지리가 원하는 최상의 조합이다. 그러나 1999년 볼보 승용차 부문이 포드에 넘어갈 당시 핵심기술까지 모두 귀속된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언론을 통해서는 핵심기술 확보와 관련해 명확하게 나오는 내용이 없다. 만약 지리가 핵심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이번 인수건은 그 의미가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볼보 내부의 기술이전에 대한 반발도 문제다. 이를 극복한다 하더라도 기술력을 제대로 체화하거나 후속 발전시킬 능력이 있느냐 하는 점도 문제다. 글로벌 경쟁력을 스스로 확보하지 못한 채 단순히 해외 M&A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역량이 부족한 인수자의 입장에서 인수대상 기업을 컨트롤하기가 어렵고, 기술인력 이탈도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이렇게 다국적 기업의 경영에는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지만 지리는 아직 이러한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지리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경영 관리자 층이 30~40대가 주류이며 해외근무 경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중국에서 볼보의 생산기반은 시급하다.위기에 처한 볼보를 구할 구원투수는 리슈푸 회장이라기보다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이다. 2009년 볼보는 승용차 부문에서 6억53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판매량이 10% 감소했지만 중국 시장에서만은 판매가 80% 급증하는 호조를 보였다.볼보 브랜드 이미지 추락할 수도다음으로 브랜드 가치가 낮은 기업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유명 기업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정의 효과가 발생하기는커녕 오히려 유명 브랜드 가치의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005년 레노보가 IBM PC 부문을 인수한 이후 외국 고객들이 대거 등을 돌린 사례가 대표적이다.‘1+1 > 2’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중국 소비자는 중국의 민족브랜드가 외국 회사를 인수하면 외국 브랜드가 아니라 중국 브랜드라는 이미지로 바뀌어 급속히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 발생해 구입을 꺼린다. 기대했던 상승효과 대신 지리의 저가 이미지로 인해 오히려 볼보의 평판에 타격을 줄 수 있다.앞으로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 소비자의 심리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마지막으로 대규모 글로벌 M&A건에는 자금부담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러한 자금부담은 향후 경영에 있어 계속 발목을 잡을 것이며 마케팅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자칫 모기업의 경영난을 초래할 수도 있다.글로벌 경영관리 체제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볼보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15억 달러 정도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리 회장은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2009년 지리의 전체 매출액이 50억 위안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융통의 지속성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오사카시립대학 박태훈 교수는 “지리는 중국을 대표하는 민족브랜드 기업이고 정부의 강력한 지지가 뒷받침되겠지만 만약 볼보 인수가 실패로 끝날 경우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지리자동차는 그토록 갈망하던 볼보를 마침내 손에 넣었지만 앞으로 풀어 나가야 할 숙제가 더욱 많아 보인다.

2010.04.13 10:03

5분 소요
“글로벌 경쟁 해외 M&A로 뚫자”

산업 일반

▎윤영각 삼정KPMG 회장. “아시아의 시대가 온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이 떠오른다고 해서 한국이 덩달아 부상하는 건 아니다.”윤영각 삼정KPMG 회장은 “한국이 현재 경제위기를 기회로 잘 활용해야 한다”며 “특히 가격이 낮아진 해외 알짜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할 것”을 제안했다.윤 회장은 “지난해 중국은 해외 기업 인수 건수와 규모를 대폭 늘렸고 일본은 규모는 줄었지만 인수한 기업 수는 약 50% 더 증가했다”고 비교했다.회계·컨설팅 회사 삼정KPMG가 지난 21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연 신년경제포럼에서 윤 회장은 “경기가 회복되다가 다시 주저앉는 더블 딥은 가능성이 낮고 오더라도 그 규모가 작을 것이므로 더블 딥을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윤 회장이 ‘기대를 넘어 대도약으로’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내용.지금보다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기대를 뛰어넘는 성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경을 넘어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 국경 간 M&A 건수는 약 1만2000건으로 전년 대비 8% 늘었다. 거래 규모는 약 1조1110억 달러로 17% 증가했다.중국의 해외 기업 M&A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중국은 해외 기업을 575개 사들였다. 2008년 511개보다 12% 더 많이 M&A했다. 거래액으로는 557억 달러로 전년의 296달러보다 88%나 늘렸다. 일본은 거래 규모는 367억 달러로 전년의 459억 달러보다 20% 줄었지만 거래 건수는 285건으로 전년의 191건보다 49% 많아졌다.일본 기업들 기술력 보완 위해 M&A같은 기간 한국은 M&A 건수가 48건으로 전년의 51건보다 소폭 감소했고 규모는 71억 달러로 전년의 96억 달러보다 25% 줄었다.중국 국부펀드는 금융위기 이후 해외 투자를 확대해 값이 떨어진 매력적인 자산을 사들였다. 중국 은행들은 금융위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했다.이전까지 홍콩 금융계로 주로 진출하던 중국 은행들은 2006년 이후부터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로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금융당국은 미국 내 투자규정을 완화해 중국 금융회사들이 미국의 부실 중소 은행을 더 많이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미국 내에선 140개 은행이 파산했다.중국 자본은 미국 내 아시아계 은행을 우선 인수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인지도를 높이면서 미국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해외의 유수 자동차회사들을 인수함으로써 선진 기술을 획득하고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한다.지리차가 포드의 볼보 브랜드 인수를 타진 중이고 베이징자동차는 GM사브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또 자원과 에너지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2009년 들어 약 32건의 에너지 부문 인수를 완료 또는 진행 중이며 주로 석유·가스, 신재생에너지, 채탄업에 투자하고 있다.일본 금융회사들은 적극적인 해외투자를 통해 선진 금융기법과 해외 영업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세계 44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이와증권은 영국계 종합 금융자문회사인 클로스 브러더스를 인수함으로써 유럽 지역 영업력을 강화했다. 클로스 브러더스는 1853년에 설립된 오랜 전통의 금융회사로 유럽 전역에 폭넓은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국내 기업 중 LS전선 등 주목 일본의 전자·통신회사들은 자사가 취약한 분야의 기술을 해외기업 인수를 통해 획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캐논은 대형 복사기 기술이 뛰어난 네덜란드의 OCE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제약회사 다이닛폰스미토모는 불면증 치료제와 중추신경계 관련 의약품에 경쟁력을 지닌 미국의 세프라코를 사들였다. 다이닛폰스미토모의 기존 주력 제품은 고혈압·협심증 치료제였다.자원과 에너지 분야에서도 일본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약 23건의 에너지 부문 인수를 완료 또는 추진했다. 우리나라 역시 해외 자원·에너지 기업 인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에 비해 거래 건수 및 금액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한국도 27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이 있다.최근 원화 가치가 올라가 외국 자산이 상대적으로 싸졌다. 게다가 아직 해외 자산이 저렴한 상태다. 위기 속에 더 큰 기회가 있다. 이번 경제위기를 맞아 면밀하게 준비하고 투자한 펀드들은 높은 성과를 냈다. 이는 과거 경험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저축대부조합 위기 이후 투자한 펀드는 6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걸프전 이후 투자한 펀드의 수익률은 70%를 넘었다. 인터넷 버블 붕괴 이후 들어간 펀드는 30%를 차익으로 챙겼다. 미국 다우존스 지수 등을 볼 때 현재 시점에서 투자해도 늦은 게 아니다. 더블 딥이 오더라도 움츠리기보다는 오히려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 기업 차원에서도 국경 간 M&A에 능한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긴다.대표적인 기업이 시스코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는 2000년대 들어 89개 회사를 사들였다. 시스코는 이번 경제위기 속에서도 12개 업체를 인수했다. 인도의 철강업체 아르셀로 미탈과 풍력발전 업체 수즐론 역시 국경 간 M&A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국내 기업 중에선 LS전선과 STX중공업이 돋보인다.LS전선은 미국 기업을 인수한 뒤 이를 발판으로 중국 기업을 추가로 사들임으로써 중국 시장 공략에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 LS전선은 2008년 주식 공개매수로 미국 슈페리어에섹스 지분의 94%를 9억 달러에 매입했다. 이를 통해 세계 전선업계 순위를 7위에서 3위로 단숨에 끌어올렸다.LS전선은 이어 지난해엔 중국 홍치전기 지분을 75% 인수했다. 홍치전기를 인수하는 데에는 슈페리어에섹스의 영업망을 활용해 얻은 정보가 도움이 됐다. 홍치전기 인수는 진입장벽이 높은 중국 전력 케이블 시장을 뚫는 기반을 마련한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홍치전기는 중국 정부가 1968년 국가 기간산업 육성 차원에서 설립한 중견 전선업체. 중국 내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LS전선이 자체 기술력과 중국 판매법인인 LSIC의 판매망, 그리고 홍치전기의 고객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면 중국 1위 전선업체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STX중공업은 지난해 네덜란드 풍력발전 업체 하라코잔을 인수했다. 네덜란드는 풍력발전 용량이 우리나라의 10배에 이르는 이 분야에서 앞선 국가다. STX그룹은 하라코잔 인수를 통해 STX엔진·STX엔파코·STX에너지 등 관련 계열사들에 신규 사업을 파생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세계 경제는 무역 규모가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바로 두려움”이라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되새겼으면 한다.

2010.01.25 14:49

5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