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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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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610선 보합권서 등락 반복…방산주 탄력

증권 일반

코스피가 18일 상승 출발해 2,610선을 중심으로 보합권에서 등락 중이다.이날 오전 9시 22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5p(0.02%) 오른 2,611.07을 나타냈다.지수는 전장보다 2.83p(0.11%) 오른 2,613.25로 출발한 뒤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1390억원, 기관은 42억원을 순매수 중이다. 외국인은 1425억원의 매도 우위다.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3원 오른 1,442.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전날 미국 증시가 '대통령의 날'로 휴장한 가운데 앞서 5거래일 연속 상승한 코스피는 좁은 폭에서 상승세를 유지하며 방향을 탐색하는 모습이다.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2배를 기록하며 작년 10월 29일 이후 가장 높아 밸류에이션 부담 논란이 발생할 수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급격히 조정됐던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되는 것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급격한 가격 조정이나 숨고르기 장세의 장기화 가능성은 낮게 가져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 이날 개장 전 자사주 소각 및 추가매입 공시를 한 삼성전자(0.54%)를 비롯해 KB금융(0.12%), 메리츠금융지주(0.25%), 하나금융지주(0.33%) 등이 오르고 있지만 상승폭은 크지 않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12.48%), 두산에너빌리티(7.90%), 현대로템(5.25%), 풍산(5.22%), 한국항공우주(4.24%), LIG넥스원(3.03%) 등 방산주가 UAE 아부다비에서 진행 중인 방위산업 전시회를 계기로 주가에 더욱 탄력이 붙는 모습이다.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주가가 급등했던 티웨이항공(-19.94%), 티웨이홀딩스(-18.40%) 는 관련 가처분 취하와 지분인수 협상 소식에 급락 중이다. 코스닥 시장의 대명소노시즌(-12.78%), 예림당(-2.49%)도 내리고 있다.업종별로는 의료정밀기기(2.20%), 기계장비(2.23%), 운송장비부품(1.64%), 건설(1.08%), 금속(0.66%), 전기전자(0.60%) 등이 오르고 있다. 보험(-1.67%), 제약(-1.11%), IT서비스(-0.71%), 종이목재(-0.62%), 섬유의류(-0.48%), 일반서비스(-0.29%) 등은 약세다.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0.13p(0.02%) 내린 768.35다.지수는 1.45p(0.19%) 오른 769.93로 출발한 뒤 상승과 약세를 오가며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가 641억원, 24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개인은 772억원을 순매수 중이다.알테오젠(-1.25%), 리가켐바이오(-1.20%), 펩트론(-3.00%), 보로노이(-3.54%) 등 제약주와 레인보우로보틱스(-2.01%), 신성델타테크(-3.51%) 등이 내리고 있다.엔켐(3.20%)은 오르고 있으며 HLB(0.70%), 파마리서치(0.35%), 에스엠(0.11%)이 소폭 오름세다.

2025.02.18 10:13

2분 소요
‘더쿠’를 위한 SM엔터 경영권 분쟁 설명서 [허지은의 주스통]

증권 일반

주식 시장에선 오가는 돈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뉴스가 생겨납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인 여의도 증권가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2400여개 상장사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허지은의 주스통’(주식·스톡·통신)에서 국내 증시와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다양한 소식을 전달합니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이 본격적인 대결 구도를 드러냈습니다. #카카오를 2대주주로 끌어들인 SM 이사회와 이를 지지한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3자 연합’을 형성한 가운데 이에 반대한 창업주이자 최대주주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그의 지분을 사들이기로 한 #하이브가 연합 전선을 구축했습니다. 1989년 SM기획으로 출발해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사로 성장한 SM엔터테인먼트의 행보에 투자자는 물론 국내외 수천만 아이돌 팬들의 시선이 모입니다. 하이브가 경영권을 인수하면 SM엔터테인먼트는 어떻게 될까요? ‘내돌’의 거취는 어디로 갈까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면면을 들여다봤습니다. ①지금 상황 쉽게 설명 좀 'SM(이사회)+카카오+얼라인파트너스' vs '이수만+하이브'. 현재 경쟁 구도는 이렇습니다. SM과 카카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손을 잡았고 최대주주 이수만 총괄과 하이브가 손을 잡은 형태입니다. SM 이사회는 지난 7일 SM 지분 9.05%를 매각하고 카카오를 2대 주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습니다. SM이 3자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123만주 규모 신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 인수를 통해 114주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는데요. 카카오가 지분 매입을 마치고 나면 최대주주 이수만 총괄과의 지분 격차는 10% 내로 좁혀집니다. 카카오는 오랫동안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의 보유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지만, 이 카드는 버리고 3자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매입 방식을 택했습니다. SM이 진행하는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SM에 직접적인 자금 수혈이 가능합니다.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인 전환사채도 SM이 발행해 SM으로 자금이 들어갑니다. 한마디로 카카오 입장에선 “이수만 총괄에겐 한 푼도 줄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SM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던 얼라인파트너스도 “SM과 카카오의 전략적 제휴는 이상적이고 전략적인 파트너십이라고 평가한다”이라며 “이수만 총괄의 독점 프로듀싱 체계에서 벗어난 새로운 멀티 프로듀싱 시스템 ‘SM 3.0' 비전에도 동의한다”며 카카오와 SM의 동행을 지지했죠. 하루 아침에 최대주주 자리가 불안해진 이수만 총괄도 가만히 있을 순 없었겠죠. 이수만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는 지난 8일 카카오의 지분 매입을 막기 위한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총괄이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하면 SM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이 막혀 카카오는 SM 지분 인수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10일) 하이브는 이수만 총괄 지분 매입 계획을 밝히며 최대주주로 등극하겠다고 밝혔죠. 하이브는 위기에 몰린 이 총괄에게 하이브가 사실상 ‘백기사'(M&A에서 경영진이나 최대주주의 경영권 방어에 우호적인 주주)로 등판한 셈입니다. ②하이브에 지분 안 판다던 이수만, 왜 팔았을까?사실 하이브가 SM 지분 매입을 희망한다는 얘기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공공연한 사실이었습니다. 하이브는 이수만 총괄의 지분 매각설이 처음 불거진 2020년 말부터 물밑 접촉을 시도했고, 2021년 초엔 하이브가 먼저 지분 매입을 제안했으나 이 총괄 측에서 거절했다고 알려져 있죠. 당시 이수만 총괄은 이미 기획사 시스템이 구축된 하이브 내에서 자신의 입지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하이브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전해집니다. 이수만 총괄은 하이브를 배제한 채 카카오, 네이버, CJ ENM 등과 협상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 했습니다. 이 총괄 지분이 처음 매물로 나온 2021년 그의 지분가치는 6000억~7000억원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적정 매각가 선정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설상가상으로 카카오는 이 총괄이 아닌 SM 경영진을 선택하고 말았죠. CJ ENM은 영업이익이 뒷걸음질 쳐 여력이 없고, 네이버도 SM과 카카오가 손잡으면서 지분인수 후보군에서 밀려났습니다. 이수만 총괄로서는 하이브가 최선의 선택지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수만-하이브 연합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최대주주 이수만이 SM-카카오-얼라인 연합과의 지분 경쟁을 위해 우군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라며 “최근까지 이수만이 하이브로 본인의 지분을 매각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으나 SM-카카오-얼라인 연합의 압박으로 인해 결국 하이브와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이브는 이수만 총괄 지분 14.8%를 주당 12만원, 총 4300억원에 인수하고 동일한 가격에 공개매수를 3월 1일까지 시행해 25%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입니다. 하이브가 지분 매입을 마치고 나면 약 40%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해지는 상황이죠. ③하이브는 왜 이수만 지분을 살까?하이브 입장에선 SM 2대 주주로 올라설 카카오를 견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죠. 지난 7일 SM과 카카오가 공시한 내용을 보면 SM 지분을 매입하는 건 카카오지만, 향후 권리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넘길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사우디로부터 투자받은 1조2000억원의 잔금이 아직 다 들어오지 않아 현금 여력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모기업이 우선 지분을 매입해 나중에 카카오엔터에 넘겨주는 구조를 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상장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SM을 품은 카카오엔터가 향후 상장에 나설 경우 단숨에 엔터업계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이브가 엔터주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견제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④하이브가 최대주주가 되면, SM엔터테인먼트 사라지나? 하이브는 그간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사를 인수하며 사세를 확장해왔습니다. 2019년 쏘스뮤직(르세라핌), 2020년 플레디스(세븐틴·프로미스나인), 2021년 미국 이타카홀딩스 등을 잇따라 인수했고, 9일에는 릴베이비, 미고스 등이 소속돼 있는 미국 QC미디어홀딩스도 인수했습니다. 지난해엔 산하 레이블 어도어를 통해 신인 걸그룹 뉴진스를 데뷔시켰죠.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마치면 SM엔터테인먼트는 하이브 계열사로 편입돼 운영될 전망입니다. SM 소속 아티스트들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⑤이수만 총괄은 어디로? 이수만 총괄은 2010년 SM 등기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경영권에서 이미 손을 뗐습니다. 이 총괄이 회사 내에서 맡고 있는 직책이 없다보니 연봉도 당연히 받지 않았고요. 대신 이 총괄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 SM이 맺은 계약을 통해 음원·매니지먼트 수익을 로열티 명목으로 받아갔지만, 이 계약도 지난해 12월 31일자로 끝났습니다. 이 총괄에게 남은건 최대주주로서 쥐고 있는 SM 지분 뿐이었습니다. 작년 3분기 기준 18.46%, 카카오 지분 희석을 고려하면 16.8%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그런데 하이브는 이번에 이 총괄 보유 지분 전량이 아닌 14.8%만 사들인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기업결합을 위한 사전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지분 한도가 15%여서로 추정됩니다. 증권가에서는 이 총괄의 남은 2% 지분도 종국에는 하이브가 가져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이브가 이 총괄에게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을 부여했거든요. 이 총괄 입장에선 경영권에 이어 이번에 지분 처리까지 마치게 되는 셈입니다. ⑥위버스·버블 통합될까? 가능성은 있습니다. 현재 팬덤 플랫폼으로 하이브는 위버스, SM은 자회사 디어유를 통해 버블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위버스엔 BTS, 블랙핑크, 르세라핌, TXT, 세븐틴, 엔하이픈 등의 아티스트가 입점해 있고 버블엔 SM 소속 아티스트 외에도 젤리피시, #JYP Ent., WM, TOP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입점해 있습니다. 위버스와 버블이 통합할 경우 국내 K-POP 아티스트의 90% 이상을 보유하게 된다고 합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위버스와 버블의 통합으로 팬덤 소비와 메신저까지 모든 ‘덕질’을 하나부터 열까지 끝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해외 아티스트 영입도 수월해져 최초가 아닌 글로벌 1위 팬덤 플랫폼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23.02.10 11:20

5분 소요
토스와 타다 지분 나눠가진 쏘카…3사 기업가치 오를까

증권 일반

모바일 금융 플랫폼 ‘토스’가 ‘쏘카’로부터 모빌리티 스타트업 ‘타다’ 지분을 인수한다는 소식에 3사의 기업가치가 뛸 전망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쏘카가 보유한 타다 운영사 브이씨엔씨(VCNC) 지분 60%를 인수하기로 하고 3사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VCNC(타다)가 발행한 신주를 비바리퍼블리카(토스)에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달 중 주식 인수 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인수로 토스와 타다, 쏘카 등 3사의 몸값은 더욱 오를 것으로 보인다. 우선 토스의 주식 가격이 급등했다.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서울거래소 비상장에 따르면, 토스의 타다 지분인수 소식이 전해진 지난 8일 비바리퍼블리카 주식은 전날(10만4900원)보다 2.57% 오른 10만7600원에 거래됐다. 비바리퍼블리카 주가는 이틀째 상승 중이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주가는 12만1100원(전 거래일 대비 12.55% 상승)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가치도 19조7705억원까지 오르며, 타다 인수 발표 전일(7일) 대비 2조6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서울거래소 비상장 관계자는 “타다 인수 소식에 따른 비바리퍼블리카의 모빌리티 사업 진출, 금융서비스와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 심리가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국내 택시시장 규모는 연간 매출액 기준 약 12조 원에 달하고, 절반 정도가 호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택시 호출 앱인 타다 서비스와 토스의 결제사업 등 여러 금융서비스의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 타다 지분 넘긴 쏘카, 적자 규모 줄어들 듯 토스의 타다 인수는 기업공개(IPO)를 앞둔 쏘카에도 호재다. 이번 인수 계약이 끝나면 타다 운영사 VCNC에 대한 쏘카의 지분율은 기존 100%에서 40%로 감소한다. 지분감소로 VCNC는 쏘카의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분류가 바뀐다. 종속기업은 지배회사 재무제표에 매출과 손익 등을 모두 반영해야 하지만, 관계기업은 손익만 일부 반영(지배회사가 보유한 지분율 만큼 반영)한다. 즉 VCNC가 설령 부진한 실적을 내더라도 쏘카 재무구조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됐다는 뜻이다. 이는 VCNC가 그간 쏘카의 적자폭을 키우는 주요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로 지난해 VCNC는 매출액 60억원, 순손실 112억원의 부진한 성과를 냈다. 그 여파로 쏘카도 매출액 2637억원(연결기준), 순손실 619억원을 기록했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쏘카가 적자 기업인 타다를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정리하면서 자사 적자를 줄이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며 “또한 아직 타다 지분 일부는 보유하고 있으므로 향후 타다가 토스의 투자를 받아 성장하게 될 때 수혜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 타다, 운행 대수 확대 박차…핀테크 서비스 결합도 타다는 토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연말 즈음 새롭게 리뉴얼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해 4월 이른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개정)’을 계기로 존폐 위기를 맞은 타다는 현재 개인·법인 택시 플랫폼 가맹사업 ‘타다 라이트’를 운영 중이지만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진 못했다. 현재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카카오(카카오T)가 사실상 장악한 상태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택시 호출 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카카오T가 1016만명이었고, 우티는 86만명, 타다는 9만명이었다. 이에 토스는 당분간 타다 브랜드와 앱을 그대로 유지한 채 플랫폼의 가맹사업을 확장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서울지역 기준 콜 발생시 5분내 배차를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타다 인수 직후부터 운행 대수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토스 관계자는 “타다가 승차 경험의 질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서비스 질을 유지하기 위해 가맹사업을 늘리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기사와 이용자 모두 기존 업체와 다르다고 느낄 수 있는 혜택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토스와 함께 핀테크와 모빌리티가 결합한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점도 타다의 성장을 점칠 수 있는 요소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선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이 금융회사와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게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사업자인 그랩(Grab)은 2018년 그랩파이낸셜을 설립하며 금융업에 진출, 결제·쇼핑·예약·보험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토스 관계자는 “모빌리티와 핀테크가 결합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며 “2000만 토스 고객과 900만 쏘카 및 타다 고객을 대상으로 확장된 멤버십 서비스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공동의 생태계를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민혜 기자

2021.10.12 18:24

3분 소요
[이마트, 스타벅스 새 주인 될까] ‘결별설’ 돌던 20년 지기 ‘쓱(SSG)타벅스’ 되나
신세계그룹, 본사 지분 50% 인수 가능성 타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등 막대한 투자금 마련이 관건 스타벅스코리아의 1호팬을 자처하는 ‘와이제이(YJ)’가 스타벅스의 완벽한 주인이 될까. ‘와이제이’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스타벅스 멤버십 닉네임이다. 신세계그룹이 스타벅스코리아 지분을 100%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1997년 스타벅스 미국 본사와 지분 절반씩을 투자해 스타벅스코리아를 설립한 뒤 20년 넘게 본사와 함께 운영해왔다.정 부회장이 미국 유학시절 경험을 통해 스타벅스를 국내에 들여온 일화는 유명하다. 1999년 스타벅스 이대점 오픈을 시작으로 20년 넘게 이어진 파트너십이지만 지난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신세계가 스타벅스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결별설’이 꾸준히 돌았다. 신세계가 e커머스 사업 확장을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데다 최근 구단까지 창단하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스타벅스 인터내셔널과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다양한 고민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스타벅스 매각설에 힘이 실렸다”고 말했다.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신세계와 스타벅스는 추가 10년의 운영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넘어 신세계가 완전 인수로 입장을 선회한 데는 스타벅스의 견조한 성장세가 한몫을 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16년 최초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이래 지난해에도 매출 1조9284억원을 기록하는 등 2조원대 매출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같은 기간 점포 수도 계속 증가해 지난해 1500개 점을 돌파했다.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에 매장 내 취식이 불가능해지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면서 “지난해엔 매장 확장 등으로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올해는 매출 2조원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현재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은 이마트와 스타벅스 인터내셔널이 각각 50%씩 갖고 있다. 신세계가 미국 스타벅스 본사 보유 지분을 인수할 경우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마트의 100% 자회사가 된다. 이렇게 되면 신세계는 스타벅스코리아에 대한 독자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더불어 이마트·SSG닷컴 등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 “스타벅스 사이렌 로고만 붙이면 뭐든 완판”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이미 SSG닷컴과 함께 스타벅스 온라인 샵을 론칭한 바 있다. ‘그린 스토조 실리콘 콜드컵’을 SSG닷컴에서만 구매가 가능하도록 한정 판매해 5분 만에 5000개를 완판시켰다. 신세계푸드도 지난해 매출 10%를 스타벅스코리아와의 거래에서 올렸다. 스타벅스 카드 론칭 등 타 업종과의 협업도 진행했다. 신세계가 최근 야구단을 인수한 만큼 스타벅스코리아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는 입장이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SSG닷컴의 새벽배송 장바구니격인 알비백을 스타벅스와 컬래버레이션한 디자인으로 선보이니 10만원 이상 결제 시 증정이라는 높은 가격 장벽에도 불구하고, 전량 소진됐다”며 “스타벅스 사이렌 로고만 붙이면 뭐든 완판될 정도로 브랜드 파워가 강력하다 보니 신세계로서는 놓치긴 아까운 파트너인 셈”이라고 말했다.스타벅스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이마트의 재무구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마트는 스타벅스코리아로부터 300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지분을 전량 인수할 경우 배당금은 현재의 2배인 600억원으로 늘어난다. 매출액의 5% 수준으로 알려진 로열티는 인수 후에도 미국 스타벅스 본사에 지급해야 하지만 배당 수익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관건은 가격이다. 앞서 신세계는 2019년 말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매각을 검토할 당시 지분 가치를 1조원대로 평가한 바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성장세가 꺾이긴 했지만 올해 전망을 보면 지분 가치는 더욱 높아졌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생각하는 스타벅스코리아 지분의 적정가가 인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일각에선 이마트가 공모형식으로 회사채를 발행한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지분인수가 구체화 되고 있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4월 8일 4000억원 어치 회사채 발행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발행 예정일은 일주일 뒤로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았다.회사채 발행 목적과 규모를 두고 다양한 설이 돌고 있다. 회사채는 운영 및 차환자금 마련 목적이라는데 올해 이마트 만기가 다가오는 회사채는 4월 11일 1000억 원 규모가 전부다.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흥행시 최대 6000억원까지 발행한다는 계획이어서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인수를 위한 실탄 마련 차원아니냐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는 대비책이라는 풀이도 있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다각적인 검토중”이라면서도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 스타벅스 인터내셔널, 일본·중국시장 직영 전환 앞서 스타벅스 인터내셔널은 중국과 일본 매장을 100% 직영으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왔다. 스타벅스 인터내셔널은 아시아 시장에서 공급계약을 통해 현지 시장에 우선 진출한 후 직영으로 바꾸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중국에서는 합작 파트너로부터 스타벅스 차이나 지분을 2017년 전량 인수해 직영 운영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사자비 리그와 손잡고 진출한 일본 시장에서는 2014년 스타벅스 재팬을 100% 자회사화했다.중국과 일본은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수 2, 3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시장이다. 이 시장을 직접 운영한 선례로 봤을 때 스타벅스 인터내셔널이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분을 매각하기보다는 역으로 이마트가 보유하고 있는 스타벅스 지분 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 한국 역시 매장 수 기준으로 일본과 비슷한 규모인 만큼 중국이나 일본처럼 직접 경영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일 가능성도 충분하다.이럴 경우 신세계가 가격 결정권을 쥐게 돼 ‘값질’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인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가 놓치기엔 아까운 캐시카우긴 하지만 신세계로서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중장기적 투자가 연이어 예고된 만큼 지분 가치를 높이 평가받아 본사에 매각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스타벅스 인터내셔널은 스타벅스 재팬 지분 인수 당시 합작사인 사자비 리그 등에 프리미엄을 더해 인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현지 기업과 손잡고 현지 시장에 연착륙한 다음 성장세가 확인되면 직영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고수해왔다”며 “일본 스타벅스의 경우에도 파트너를 맺은 기업이 지분율을 높이려 하자 직영으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세계가 당장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5조원을 쏟을 계획이라면 스타벅스 지분까지 100% 사들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2021.03.2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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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헌의 경제에 비친 세상 읽기] 불사조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강자 올라설까

산업 일반

도시바 지분 매각 입찰 뛰어들어... 반도체업계에서 위상 높아졌다는 방증 “가슴 아픈 자식 낸드플래시, 이제 확실하게 밀어준다.”2004년 초 당시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 본격진출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미래 먹거리로서 낸드 플래시의 중요성과 성장성에 대한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 끝날 무렵, 까칠한 한 기자가 질문을 툭 던졌다. “그렇게 전망 좋은 사업을 왜 이제 시작하는 겁니까?”분위기가 잠깐 어색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업계 후발주자이기는 하지만 기술력을 기반으로 열심히 뛴다면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도 “그동안 다른 데 눈을 돌릴 여유가 있었겠습니까”라고 항변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하이닉스는 채권단 관리를 받는 워크아웃(구조개선) 기업이었다. 조기 졸업까지 거론되고 있는 워크아웃 모범생이긴 했지만, 신규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만한 여건을 갖추지는 못했다. ━ 영업이익 19%에도 위기 극복 선언 하이닉스가 숱한 위기를 극복해 온 ‘사연’들을 언급할 때 빼놓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2001년의 ‘블루칩 프로젝트’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생산장비와 시설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지속해야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다. 끊임없이 저어야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두발 자전거와 같다고 한다. 그런데 하이닉스에는 여유자금이 없었다. 블루칩 프로젝트는 기존 투자금액의 3분의 1 수준으로 신공정기술을 개발하고 신규장비 구매 없이 구형장비를 개조해 신제품을 생산한다는 고육지책의 전략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 프로젝트 성공으로 원가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이, 하이닉스가 2012년 SK에 인수될 때까지 살아남았던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2004년에는 300mm 웨이퍼 공장 건설자금(1조원)이 없어 2000억원을 투입해 기존 200mm 웨이퍼 설비를 개조한 300mm공장(M10)을 완공한 역사를 하이닉스는 갖고 있다.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해 SK하이닉스로 간판을 바꿔단 것은 2012년 3월이다. 그 해 반도체 시황 악화로 회사는 227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리고 이후 2016년까지 4년 동안 내리 3조~5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며 사상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SK는 한때 쌍용자동차 인수를 검토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 리스크 감내에 자신이 없다며 의지를 접었다. 반도체 역시 SK가 한 번도 해 본 적이 분야다. 리스크 역시 만만찮다. 그런데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하이닉스를 인수한 데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믿음도 있었겠지만, 인적자원과 생존력에 대한 신뢰가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눈물 젖은 빵을 씹던 시절의 이야기는 이제 잊을만한 데도, SK하이닉스 사람들은 아직 그때를 기억한다. 이것이 이 회사의 무형자산인지도 모르겠다. 2016년 1월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황이 좋지않다며 ‘위기 극복 DNA 재가동’을 선언했다. 이 회사는 위기극복 DNA에 대해, 그동안 치열했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을 강한 정신과 혁신으로 돌파해 낸 임직원의 저력이라고 정의한다.시장 상황이 어렵다며 위기 극복을 이야기했던 지난해 SK하이닉스는 매출 17조2000억원, 영업이익 3조2770억원, 당기순이익 2조96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5조3360억원)보다 영업이익이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이익률이 19%에 이른다. 2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조차 위기상황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뒤집어보면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경쟁력에 상당부분 자신감이 붙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 치킨게임 연상시키는 낸드플래시 증설 경쟁 세계 2위 D램 업체이자 5위 낸드플래시 업체인 SK하이닉스는 이제 낸드플래시에서 강자로 부상할 꿈을 꾸고 있다. 지난해 말 회사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충북 청주산업단지에 최첨단 반도체공장을 건설, 낸드플래시 수요 확대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에는 2019년 2월까지 총 2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이달에도 빅뉴스가 전해졌다. 일본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사업을 분사하면서 지분 19.9%를 매각할 예정인데, SK하이닉스가 지분 인수 제안서를 냈다는 소식이다. 도시바 지분 추정가격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낸드플래시에 대한 회사의 과감한 행보에 시장은 우려 섞인 기대를 보이고 있다. 사실 SK하이닉스에 낸드플래시 사업은 ‘안타까운 자식’이었다. 2004년 후발주자로 시장에 본격 진입한 지 불과 3년만인 2006년 낸드플래시 사업은 세계시장 점유율 17%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그러나 이후 회사는 사업을 더 키우지 못했다. 2007년과 2008년 반도체업계 치킨게임과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채산성 낮은 200mm 웨이퍼 공장에서 더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는 없었다. 200mm 라인 생산이 종료되자 2009년 점유율은 10%로 하락했다. 2008년 완공한 청주 300mm 웨이퍼 생산공장(M11) 하나로는 역부족이었다.낸드플래시 제품시장이 단품(SD카드, USB 등)에서 솔루션(스마트폰 내장형 멀티미디어카드, SSD)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성능을 좌우할 수 있는 ‘컨트롤러’ 기술력이 필요했다. 회사는 자금 사정 등으로 이 기술을 완전히 내재화하지 못했다. 쉽게 말해 부모가 여력이 없어 똘똘한 자식의 학업을 더 강하게 밀어주지 못한 셈이 됐다. 다시 낸드플래시 사업에 박차를 가한 것은 SK에 인수된 후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2 공장 가동, 해외 컨트롤러 개발업체 인수 등에 나서며 플래시메모리 글로벌 강자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작업들을 진행했다. 그리고 대규모 국내 투자 단행을 결정하며 플래시메모리 강자인 도시바의 반도체 지분인수까지 고려하는 단계로 진화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전세계 낸드플래시 생산업체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경우 앞으로 공급과잉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그러나 SK하이닉스와 업계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본다. 삼성전자는 2014년 중국 시안과 2015년 화성 17라인에 이어 올해 평택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다. 2위인 도시바는 일본 미에현 요카이치에 구축한 3차원(3D) 전용 팹을 2016년부터 가동 중이다. 이달에는 새로운 공장 착공에도 나섰다. 미국 마이크론 역시 지난해 싱가포르팹을 확장했고, 같은 진영인 인텔도 중국 대련팹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도록 개조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부터 이천 M14에서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한다. 지난해 말 발표대로 올해 청주에 추가 공장 건설에 나서 2019년 6월 완공할 계획이다. ━ 낸드플래시 공급과잉 가능성 작아 이처럼 낸드플래시 업체들이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새 반도체 공장 건설이 곧 생산량 급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때 메모리 산업에서 신규 팹 건설은 곧 생산량 확대로 이어졌고, 이는 ‘공격적 경영’으로 표현됐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우선 공경적 경영이라기보다는 급변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 투자로 보는 것이 더 옳을 것 같다. 또한 지금은 늘어나는 메모리 수요에 비해 공급 증가 폭은 과거에 비해 제한적이다. 지금보다 반도체 기술구현이 어렵지 않았던 시절에는 투자로 출하량 증가 폭을 대폭 늘리는 것이 가능했다. 예를 들어 메모리업계 치킨게임이 한창이던 2006~07년 2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552억 달러 시설 투자가 집행됐다. 출하량 증가율(Bit Growth)은 D램이 2007년 89%, 2008년 66%, 낸드플래시는 각각 170%, 132%에 이르렀다.그러나 지금은 어려워진 기술구현이 생산량 감소를 불러오고 있다. 공정 전환에 따른 생산성 증가 폭이 과거 대비 줄었다. 공정 미세화만으로 수요대응을 위한 생산량 확대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적극적인 시설 투자 없이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요를 맞춰 나가는 것이 몹시 어렵게 됐다. 한편으로 생산에 필요한 장비대수가 늘고 장비 크기가 대형화하면서 한정된 공간에서 생산할 수 있는 웨이퍼 양은 자연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2016~17년 2년 동안 메모리업계 시설투자는 550억 달러로 전망된다. 치킨게임 당시를 능가하는 시설투자다. 그런데도 출하량 증가율은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다. D램이 2016년 31%와 2017년 20%, 낸드플래시는 각각 45%와 44% 정도로 추정된다.이런 점들을 종합할 때 전세계 낸드플래시 시설투자 확대가 공급과잉을 초래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지분 인수에 대해 회사 재무 건전성 저해나 실익 측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회사는 최근 공시에서 “구속력이 없는(Non binding) 제안서를 제출했다”며 최종입찰 여부는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아직은 신중한 입장이다.하이닉스는 SK에 인수된 뒤 2012년 일본 D램 업체인 엘피다 매각 입찰에도 참여했다. 메모리업계의 주요 변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위상으로 성장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도시바 지분을 인수하면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으로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다양한 기회와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도시바 지분 인수에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국내 신규 반도체 공장건설은 계획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청주 낸드플래시 공장 등은 지분 투자와는 무관하게 회사의 자체 생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작업이기 때문이다.필자는 국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미디어&리서치 ‘글로벌모니터’ 대표를 맡고 있다.

2017.02.11 16:17

6분 소요
C-SUITE - 할리우드 넘보는 알리바바

IT 일반

알리바바가 90일 동안 벌어들인 돈이 아마존의 20년 수입보다 많았다. 전자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의 CEO 잭 마의 자랑이다. 그러나 알리바바를 찾는 이용자들이 쇼핑만 하지는 않는다. 볼 거리도 원한다. 마가 10월 말 할리우드에서 인수대상 기업과 파트너를 물색하는 까닭이다.“나는 여기에 배우러 온다. 이런 곳을 방문해 파트너를 찾고자 한다.” 캘리포니아주 라구나 비치에서 열린 월스트리트저널의 WSJD라이브 컨퍼런스에서 그가 말했다. “돈은 많은데 생각에 깊이가 없는 사람들이 많아 걱정된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중국 젊은이들의 행동을 바꾸는 데 안성맞춤이다.”알리바바가 라이온스게이트 지분을 원한다는 소문이다. 마크 라체스키가 회장이자 최대 주주인 영화사다(16억 달러에 상당하는 37% 지분 소유).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오는 11월 그가 물러날 때 내놓는 지분을 인수할 심산이다(뉴욕 포스트 보도). 알리바바는 세계 2위 규모 영화시장인 중국으로 수입할 수 있는 미국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원한다.마가 이끄는 알리바바 경영진이 지난 10월 말 할리우드를 방문했다. TV 프로그램과 영화 배급권 확보와 함께 영화사의 실제 지분인수를 추진하려는 목적이다(테크 타임스 보도). 마 일행은 월트 디즈니, 바이어컴, 파라마운트 픽처스, 워너 브러더스, 컴캐스트, 소니 그리고 물론 라이온스게이트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한 주요 영화사 관계자들과 만날 계획이라고 전해진다. 알리바바는 셋톱 박스(쌍방향 통신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가정용 통신 단말기)를 통해 중국 내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콘텐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라이온스게이트 CEO 존 펠타이머는 회사를 알리바바에 매각할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7월 드라마 ‘매드맨’과 ‘트와일라잇’ 영화 시리즈 같은 라이온스게이트 콘텐트를 스트리밍 공급하는 계약을 논의한 바 있다.“우리는 신중하게 적절한 파트너를 찾으려 한다.” 10월 28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케이블·위성방송협회 연례 회의에서 펠트하이머가 말했다(뉴욕 포스트 보도). “향후 몇 달 사이 알리바바와 함께 라이온스게이트 엔터테인먼트 월드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영화, 프리미엄 TV 시리즈, 독점 영상, 막후 인터뷰, 그리고 기타 특별 콘텐트를 중국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게 된다.”펠트하이머는 라이온스게이트가 중국에서 누리는 성공에 관해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지난 2년간 아주 좋은 실적을 올렸다. 4~5년 전에는 중국 내 컨텐트를 공급하는 사업에서 아무런 수입도 올리지 못했다. 아마 2013년 수입이 이전 5년간 실적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을 성 싶다. 우리는 중국에서 영화 7편을 공개했다. ‘이스케이프플랜’의 중국 흥행실적은 미국보다 나았다. 따라서 우리에게 절호의 사업기회가 온 듯하다.”

2014.11.03 15:56

2분 소요
KCC의 에버랜드 투자 -  ‘묘책’인가 ‘실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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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카드 울고, KCC 웃었다’. 12월 12일,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주식 17%(42만5000주)를 KCC에 팔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나온 시장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주식을 너무 싸게 팔았다는 게 이유다. 과연 그런가.삼성카드가 KCC에 매각할 지분은 주당 182만원이다. 금액기준으로 7739억원이다. 이 가격을 두고 증권가에서는 ‘실망스러운 가격’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물론 삼성카드나 삼성카드 주주 입장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삼성카드 측은 “에버랜드의 회사 가치, 환금성이 낮은 비상장주식에 대한 유동성 할인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했다”고 밝혔다.헐값 매각 논란은 설득력 없어에버랜드 1주의 장부가는 214만원이다. 삼성카드가 8월에 에버랜드 주식·부동산 자산을 고려해 반기 보고서에 산정한 것이다. 이번에 결정된 매각 가격 182만원은 장부가 대비 14.5% 낮다. ‘헐값 논란’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따져 볼 게 많다. 에버랜드는 비상장 주식이다. 삼성 오너 일가와 계열사가 86%를 보유하고 있어 시중에 유통되지도 않았다. 주식값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그동안 증권가에서는 에버랜드 주당 가치를 250만~300만원 정도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는 에버랜드가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라는 프리미엄과 향후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둔 가격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다른 요인은 제외하고) 에버랜드의 재무제표만 본다면 이번 거래 가격이 낮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에버랜드는 매출 2조2186억원, 영업이익 1623억원을 기록했다.삼성카드 또는 삼성그룹 입장에서 보면 이번 거래는 협상력이 떨어지는 게임이었다. 삼성카드는 2007년 8월 개정된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년 4월까지 에버랜드 지분 25.6% 중 20.6%를 팔아야 했다. 기한 내에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과징금(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하루 3억원 정도다. 또한 삼성그룹이 2008년 초 4~5년 내에 순환출자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이상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울러 삼성카드는 9월에 지분 매각을 본격화하면서 기업공개 계획이나 주식매수청구권(풋 옵션)을 포함하지 않았다. 이번 KCC와의 거래에도 이 원칙이 그대로 적용됐다는 것이 삼성카드 측 설명이다. 다시 말해 지분을 사는 제 3자 입장에서는 단기간 내 투자 회수가 어렵다는 리스크가 있다. 여기다 다량의 지분을 한꺼번에 파는 블록딜은 대게 4~6%, 많게는 10% 정도의 할인율이 적용되는 게 관례다. 15% 할인이 그리 과도한 게 아니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가격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원한 삼성카드의 한 임원은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가격에 팔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시장이 간과한 요인도 있다. 장부가격은 고정된 게 아니다. 자산 가치에 따라 변한다. 에버랜드 주식의 가치는 삼성생명 주가와도 관련이 있다. 에버랜드는 이건희 회장(20.76%)에 이어 삼성생명의 2대 주주(19.34%)다. 삼성생명 주가는 올 상반기 9만~11만원 사이에서 움직였다. 최근 3개월간 주가는 8만~9만원, 12월 15일 종가는 8만3500원이다. 연중 최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 현성철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상장 이전 에버랜드의 가치는 삼성생명 주식가치와 연동한다”며 “삼성생명 주식 가치가 많이 떨어지는 바람에 장부가보다 많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오히려 KCC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범 현대가인 KCC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 2대 주주가 됐다는 것 자체도 파격적이지만, 시장에서는 ‘왜’라는 의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투자 목적이나 회수 방안 모두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KCC가 무수익 자산에 과도한 투자를 한 셈”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나대투증권 이정현 연구원은 “자기자본의 14.2%, 시가총액의 25.9%에 해당하는 거액을 시너지 효과를 위해 투자한다고 보기에는 이해되지 않는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양사가 밝힌 대로라면 이번 ‘빅딜’은 단순한 지분투자인데, 확실한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이 시장의 의혹을 부추기는 것이다. 12월 14일 국제신용평가사인 S&P(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에버랜드 지분인수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부족하고 인수한 지분에 대한 향후 계획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이번 투자가) KCC의 취약한 기업지배구조를 보여주고 있다”고 일침을 놨다. 다음날 무디스는 “에버랜드 지분 인수는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이고 유동성을 약화시킬 수 있어 KCC 신용도에는 부정적”이라고 밝혔다.KCC가 밝힌 투자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에버랜드 주식의 미래 가치에 대한 수익 기대, 페인트·건자재·카드 등 주력 사업 관련 삼성그룹과의 시너지 효과, 바이오·신재생에너지 분야 진출이다. 삼성그룹 측은 “KCC는 재무투자자(FI)로 보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KCC는 차익은 물론 사업 확대까지 바라본 전략적투자(SI)라는 얘기다. 종합해 보면, 삼성그룹은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으면서 안정적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수 있는 파트너를 고른 것이다. KCC는 단기적으로 삼성그룹과의 사업 관계를 강화하고 에버랜드가 상장되면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윈-윈’이라는 게 양사의 입장이다.에버랜드 1년 동안은 상장 불가향후 시장의 관심은 ‘에버랜드 상장’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에버랜드의 수익성이나 성장성, 그룹 내 위상 등을 감안할 때 지금도 상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평이다. 삼성카드가 보유한 8.6% 지분 중 금산법 적용을 받는 나머지 지분 3.6%를 매각해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25.1%),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사장(8.37%),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8.37%),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3.72%) 등 삼성그룹의 지분율이 67.68%에 달하기 때문에 경영권 유지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또한 범 현대가인 KCC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에버랜드의 2대 주주 지위를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경영권이 없는 대량의 지분을 사들인 KCC 입장에서 IPO 외에는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점도 ‘에버랜드 조기 상장설’를 뒷받침한다. 시장에서는 ‘에버랜드 상장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삼성카드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사장으로 변경됐다. 법적으로 상장심사 청구일 이전 1년 동안은 최대주주 변경이 금지돼 있다. 당분간 에버랜드 상장은 수면 밑에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대 관건은 삼성그룹이 에버랜드의 지주사 전환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추진하느냐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야 KCC의 이번 투자가 ‘묘책’인지 ‘실책’인지 드러날 것이다.

2011.12.20 14:46

4분 소요
국민소득 3만 달러 어떻게.... 이들이 말하는 27가지

산업 일반

‘2010년 1인당 국민소득 2만759달러’(한국은행). 한국경제가 2만 달러 벽을 넘어섰다. 1만 달러대로 떨어진 지 4년 만의 재입성이다. 환율 덕도 있었지만 희소식이 분명하다. 하지만 팡파르를 울리기엔 충분하지 않다. 아직 세계 40위권이다. 이제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을 위해 신발끈을 조여야 한다. 철저한 준비와 혜안을 담은 전략이 필요하다. 이코노미스트가 창간 27주년을 맞아 전문가 27명에게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을 위한 비법’을 물었다.서부 유럽의 작은 나라 룩셈부르크. 면적은 2586㎢로 남한의 5분의 1이다. 인구는 49만 명에 불과하다. 경기도의 25% 수준이다. 자원이 많지도 않다. 1960년대 철 생산지로 명성을 떨쳤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철광석 매장량이 급감한 탓이다. 글로벌 500대 기업도 없다.우리와 비교했을 때 나을 게 없는 이 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하 국민소득)은 7만6710달러로 세계 4위다. 룩셈부르크보다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는 모나코(20만3900달러)·리히텐슈타인(11만3210달러)·노르웨이(8만4640달러)밖에 없다. 룩셈부르크의 부(富)는 서유럽 특유의 지리적 장점 덕분이다. 우수한 노동력도 한몫했다. 룩셈부르크 국민의 상당수는 2개 국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는 다른 유럽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점이다. 룩셈부르크의 풍요를 이끈 진짜 원동력은 정부 전략이다.1960년대 말 철광석 매장량이 크게 줄자 룩셈부르크 정부는 변신을 꾀했다. 유럽의 금융 허브가 목표였다. 1968년 유럽 최초로 달러 표시 유럽채권을 발행했다. 원천징수 면제 등을 내세워 유로채권 발행시장을 장악했다. 개인이 6개월 이상 보유한 채권거래에서 발생한 이득도 면세했다. EU(유럽연합)의 평균은 19%다.룩셈부르크는 ‘채권펀드’의 천국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나라의 투자펀드는 2000개가 넘는다. 유럽채권의 70%를 발행한다. 펀드시장의 순자산액은 1조5259억 유로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펀드에 기반한 룩셈부르크의 금융산업은 경제성장의 발판이 됐다. 금융산업은 전체 노동인구의 12%를 고용한다. 국가세금의 40%, 외화수입의 65%도 금융에서 걷힌다. 룩셈부르크가 ‘유럽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이유다. 룩셈부르크의 펀드천국 전략은 국민에게 ‘천국의 행복’을 줬다. 국가특화 전략이 경제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예다.오스트리아의 국민소득은 4만6450달러, 세계 17위다. 미국(4만6360달러)보다 한 단계 위다. 오스트리아의 경제성장 비결은 중소기업 육성이다. 신생기업의 진입규제를 낮추기 위해 재산세를 폐지하는 극단적 전략까지 썼다. 이 나라의 중소기업 법률시스템은 중기 육성책의 백미다. 오스트리아 법무부는 2004년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유럽국가 법률체계’를 상세히 만들었다. 중소기업의 해외진출 활로를 정부가 직접 만든 셈이다.오스트리아 중기 육성책의 효과는 눈부시다. 제조·서비스 부문에서 중소기업의 비중이 99.5%에 이른다. 전체 노동인력의 65%를 고용한다. 질적 성장도 좋다. 창업 3년 후 생존율이 무려 83%다. EU 평균 70%보다 13%포인트 높다. 한국은 약 75%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선 이처럼 특별한 게 필요하다. 룩셈부르크, 전략 잘 세워 풍요 일궈한국의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2010년 1인당 국민소득이 전년 대비 21% 증가한 2만759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07년 처음 2만 달러를 넘긴 후 4년 만의 복귀다. 이제 3만 달러를 향해 질주하는 일만 남았다. MB정부의 원래 목표는 ‘2013년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이었다. 쉬운 목표가 아니다. 주요 선진국이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진입한 기간은 평균 8.7년이었다. 독특한 전략으로 경제성장을 유인한 룩셈부르크와 오스트리아도 각각 13년, 10년 걸렸다.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13년, 이탈리아는 14년 만에 3만 달러를 돌파했다.한국도 다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연 4% 성장을 계속한다면 2016년 3만 달러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는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현재로선 목표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우리가 하루아침에 3만 달러 국가가 되는 방법은 있다. 환율을 이용하면 된다. 국민소득은 명목 GNI(국민총소득)를 인구 수로 나눈 것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을 적용한다. 지난해 국민소득 2만 달러는 원-달러 평균 환율 1160원을 적용한 것이다. GNI·인구 수 등 다른 조건이 같다고 가정할 때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770원이었다면 우리나라는 3만 달러 시대를 열었을 것이다.국민소득이 2만 달러든 3만 달러든 숫자 그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열쇠는 국가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한지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골고루 발전하면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어야 의미 있다는 얘기다. 이코노미스트가 창간 27주년을 맞아 3만 달러 시대 진입을 위한 전문가 27명의 제언을 들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사회·교육·문화가 균형 있게 발전한 진정한 선진국으로서 3만 달러 시대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전문가 27명은 어떤 해법을 제시했을까.3만 달러 숫자보다 경제 기초체력이 중요전문가들은 절반밖에 열리지 않은 문호를 더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출에만 기댈 게 아니라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우리가 해외로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고 조언했다. 외풍이 불 때마다 휘청거리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계를 이참에 해소하자는 것이다.최홍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국인 근로자를 80만 명 더 늘려 200만 명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원근 KB경제연구소장은 “국내 기업이 그린필드(미개척지) 국가에서 M&A(인수합병), 합작사 설립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한·미 FTA와 한·EU FTA의 조속한 비준을 역설했고, 임양택 아시아경제협력재단 이사장은 동아시아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국가특화산업을 육성해 코리아 브랜드를 널리 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소기업 하면 오스트리아, 펀드 하면 룩셈부르크가 떠오르듯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은 “IT강국이라는 하드파워 이미지에 문화 등 소프트파워를 심으면 코리아 브랜드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이 기술강국 이미지에 아이디어를 덧붙여 ‘아이디어 왕국’으로 변신한 예를 벤치마킹하자는 것이다.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의료서비스를 한국의 상징으로 삼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여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은 “의료산업 개방을 통해 병원 등 의료기관의 경쟁을 촉진하고 더 나아가 의료서비스 수출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의료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정부의 통제정책을 해소해야 한다고 윤 이사장은 지적했다.일부 전문가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3만 달러 진입이 어렵다고 우려했다. 기우가 아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분명한 하락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12~20년 잠재성장률을 2.4%로 예측했다. 2010~11년 평균 전망치 4%보다 1.6%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한국이 국민소득 3만 달러까지 힘차게 도약하려면 추종자 전략에서 벗어나 선도자 전략을 펴야 한다”며 “그래야 융합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시스템반도체 등 핵심 역량을 키우면 2020년까지 연평균 11.8%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IT융합시장을 잡을 수 있다”며 그렇다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려대 전승준(화학과) 교수는 “정부가 눈에 보이는 경제적 효과에 집착해선 안 된다”고 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미래 먹을거리를 담보하는 기초·원천기술 투자에 힘써야 한다는 얘기다. 홍순영 경기개발원장은 정부의 정책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기업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선 과감하게 세제혜택을 줘야 한다”며 “지적재산권을 철저하게 보장해 기업의 R&D(연구개발) 욕구를 고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제아무리 전략이 빼어나도 사회 풍토가 성숙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한국사회엔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 많다. 고질병 중 하나는 엔지니어 경시다.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은 “과학기술인을 홀대하는 문화를 없애고, 이공계를 육성하지 않으면 3만 달러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새로운 주장은 아니지만 의미가 있다. 엔지니어 경시문화는 좀처럼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MB정부는 MCT-2012 등 이공계 인력양성책을 강력하게 추진한다. 2009~12년 3만7543명을 육성하기 위해 2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부을 방침이다.그러나 이공계 엑소더스는 계속된다. 2007년부터 올 2월까지 전국 27곳의 국·공립대 이공계 학생 중 1만9695명이 자퇴하거나 비이공계로 전과했다. 엔지니어 홀대 문화가 한국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셈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공고한 산학협력시스템을 구축해 이런 고질병을 뿌리 뽑자고 말했다. 그는 “기업과 대학의 협력은 무척 중요하다”며 “산(産)과 학(學)의 협력을 위해 산학활동에 열심인 교수가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주장했다.노사갈등도 오랜 병이다. 노사갈등으로 생산성이 약해지고 외국인 투자가 막힌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전운배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노사가 분규 없이 잘 지낸다는 점에 만족해선 안 된다”며 “3만 달러 시대를 열려면 노사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국민소득 3만 달러를 돌파한다고 국민 모두의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건 아니다. 국민소득 3만 달러가 곧 선진국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유엔은 다음과 같은 기준을 충족해야 선진국이라고 밝혔다. “일정한 기준의 국민소득(3만 달러)을 넘어야 한다. 여기에 산업구조·기대수명·문명률·교육·생활수준·소득 불평등 정도를 감안해야 한다.” 선진국의 기준을 3만 달러에 맞춰선 안 된다는 얘기다.국가재정 규모 벗어난 복지는 안 돼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바꿔야 할 건 많다. 성장만큼 중요한 건 복지다. 복지시스템을 확충해 소득 불평등 등 양극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국가는 부가 쌓였는데 취약계층의 삶이 팍팍하다면 3만 달러 목표를 달성해도 별 소용이 없다. 10년 전 3만 달러를 돌파했지만 빈곤층이 14%나 되는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효율적 복지가 필요하다. 무작정 복지재원을 늘리자는 건 아니다. 국가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복지는 성장동력을 갉아먹는다. 옥동석 인천대(무역학부) 교수는 “복지정책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이라는 제약 안에서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풀빵식 교육시스템에도 칼을 대야 한다. 창의적 인재양성에 방해가 될 뿐이다. 신종호 서울대(교육학과) 교수는 “학생의 과목선택권을 보장해 배우고 싶은 걸 배우게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과 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부도 개혁해야 한다. 미래 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처럼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질주하는데 정부가 25마일로 달리면’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김관보 가톨릭대(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개혁은 단기 성과에 집착한 일회성 게임이 아니다”며 국가전략원 신설, 행정고시 개혁, 감사원의 국회 이관, 재정감축 방안 등 구체적인 개혁안을 제안했다.존경 받지 못한 부자와 국민의 이중적 부자관도 이젠 변해야 한다.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도덕적으로 성숙한 부자, 부자의 노력을 인정하는 국민 의식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국민소득 3만 달러는 한국경제가 잡아야 할 토끼다. 잽싼 성장 토끼를 잡기 위해 성장페달을 쉼 없이 밟아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려면 또 하나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 복지 토끼다. 그래야 나라가 부자가 된 만큼 국민의 지갑이 두툼해진다. 준비 없이는 어림없는 일이다.전문가 27명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준비와 계획 없이 3만 달러에 진입할 수는 없다. 각종 계획과 혁신전략을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전문가 27명이 말한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의 첫째 비법. 철저한 준비와 과감한 실행이다.■전문가 27명의 3만 달러 달성 비법(가나다순)김관보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국가전략원 신설하고 행정고시제 뜯어고쳐야김정호 자유기업원장/부자는 도덕성 갖추고 서민은 부자 역할 인정해야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과학기술인의 선의의 연구실패 용인하라문규학 소프트뱅크코리아 대표/스펙 중시 풍토가 기업가 정신 후퇴시켜송병준 산업연구원장/부품소재기업과 고급인력 징검다리는 정부가 맡아야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창의력 함양 위해 학생 교과내용 선택권 보장안홍철 KOTRA 인베스트코리아 단장/비거주자 부동산 소득 세율 감면 고려해야양원근 KB경제연구소장/ M&A·지분인수·합작회사 등 해외투자 형태 다양화옥동석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복지정책은 경제의 지속가능성 안에서 추진해야윤여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의료시장 개방해 경쟁 촉진하자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IT 등 하드파워에 문화 등 소프트파워 결합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송도를 글로벌 경제자유구역으로 만들어야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창의적 인재 육성 위해 산학 상호 신뢰 중요이태용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대체에너지산업 육성책 고삐 더 죄야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주력산업 육성형 성장책은 한계 많아임양택 아시아경제협력재단 이사장/한·일 FTA 체결로 양국 산업기술 협력 확대장지종 중소기업연구원장/중소기업 대상별 맞춤형 정책 더욱 강화해야전승준 고려대 화학과 교수/당장 효과 없어도 정부의 기초·원천기술 투자 늘려야전운배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 ‘분규 없이 잘 지낸다’에 만족해선 안 돼정호열 성균관대 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서비스 분야 진입장벽 빨리 제거해야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FTA 만사는 아니지만 3만 달러 가는 추진력 될 것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추종자 전략을 선도자 전략으로 바꿔야 성장 가능최홍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외국인 노동자 200만 명까지 늘려야한구현 한류연구소장/기존 한류 콘텐트에 스토리 넣어야 세계가 감동한범수 한국관광학회 회장/ 관광 콘텐트 개발 주저하면 저가 여행지 전락홍순영 경기개발연구원장/과감한 세제혜택과 지적재산권 보장으로 민간투자 유인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 대기업 우산 안에 있는 벤처기업은 도태이윤찬·김태윤 기자 chan4877@joongang.co.kr

2011.04.18 10:42

9분 소요
해외유전 ‘전격’ 인수 … ‘3년 꿈’ 이룬 야심가

산업 일반

#1. 2009년 5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이민주 회장은 영국의 유전개발회사 스털린PLC의 미국 자회사인 스털링USA 본사에서 대니얼 실버맨 CEO를 만났다.이 자리에서 이민주 회장은 실버맨 CEO로부터 광구 60여 곳의 위치와 매장량 등 자산 상황에 대해 간단한 브리핑을 받고 텍사스주에 있는 광구도 직접 둘러봤다. 모회사인 영국의 스털링PLC 관계자와도 만났다. 이 회장이 스털링USA 인수를 제의 받은 지 불과 1주일 만의 일이다.#2. 2009년 초 서울. 씨앤엠을 팔고 현금만 1조원 이상을 쥐고 있던 ‘큰손’ 이민주 회장은 자신의 자산운용을 맡고 있는 에이티넘파트너스를 통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인도네시아 유전 지분인수를 막판에 포기했다.이민주 회장은 국내 한 대기업 에너지사업부와 함께 이 유전을 인수하기 위해 대부분의 작업을 이미 마친 상황이었다. 당시 높은 환율 수준도 문제가 됐지만 에이트넘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 구성과 관련한 중요 결단이 내려졌을 것이라는 게 이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던 관계자의 전언이다.3년 전 이미 해외 유전사업에 관심#3. 2006년 말 영국. 거대 유선방송사업자 씨앤엠 경영자로 입지를 확실히 굳히고 있던 이 회장은 갑작스러운 출장길에 오른다. 그가 영국에 간 것은 영국 북해의 유전사업에 참여를 타진하기 위해서였다. 이 회장은 영국의 유전을 직접 방문해 보고, 관련 사업자들과도 만났다.하지만 일단 빈손으로 귀국해 이후 2년 가까이 씨앤엠 경영에 전념했다.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10월 16일 미국의 석유개발회사인 스털링에너지USA를 9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지식경제부는 에이트넘파트너스가 12월 2일 인수대금을 완납하자 보도자료를 내 ‘국내에서 처음으로 민간기업이 미국 석유개발회사를 인수했다’고 직접 홍보를 도맡았다.이민주 회장을 현금 1조원 이상을 소유한 큰손 정도로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뜬금없는 소식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민주 회장은 3년 전부터 에너지산업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관련 업계를 분석해 왔다. 에너지산업 전문가들과도 오랜 기간 교류를 이어왔다. 해외 광물산업에는 일부 투자를 하기도 했다.재계 한 인사는 “이민주 회장이 에너지산업, 특히 유전 쪽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던 것”이라면서도 “미국 유전은 리스크는 작지만 수익률도 그만큼 낮아 금융투자 수익률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인데 왜 샀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그가 인수 제의를 받은 후 1주일 만에 현지로 가 직접 CEO를 만나는 등 사실상 투자 결정을 내린 것은 평소 그의 경영철학과 통하는 면이 많다. 이민주 회장은 일단 합리적인 투자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일을 추진한다. 이 회장은 2년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975년 단돈 150만원을 들고 조선무역을 세워 봉제완구 사업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는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직접 제품을 팔았다”고 말하기도 했다.이민주 회장이 인수한 스털링USA는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주 지역에 1900만 배럴 규모의 60여 개 석유, 가스 생산광구를 보유하고 하루에 4800배럴을 생산해 미국 전역에 100% 판매하고 있는 회사다. 유전사업을 탐사, 개발, 생산사업으로 나누는데 이 회사는 현재 매출이 발생하는 생산사업에 속한다.우리가 일반적으로 ‘유전=탐사’로 알고 있었던 데는 국내 대부분의 유전사업이 그동안 탐사, 개발사업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자원빈국인 만큼 탐사사업에 들어가는 돈의 최대 90%까지 대출을 받고 실패하면 상당 부분 감면해주는 성공불융자 제도를 대기업 상사 등이 많이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위험 저수익의 생산사업에 해당하는 스털링USA의 매입가격인 9000만 달러는 적정한 수준일까?금융위기로 미국 자산 급매로 나와이번 거래를 성사시켰고 기술자문사로도 선정된 에너지홀딩스그룹의 신승헌 선임 파트너는 “주식처럼 객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유전개발 역사가 100년이 넘은 미국에는 유전 거래가 시장에서 행해진다”며 “클리어링하우스, RBC 등 유전 전문 브로커리지(중개회사)만 100곳이 넘는다”고 말했다.비슷한 매장량의 유전이 언제 얼마에 팔렸는지 확인이 가능해 한마디로 시장가격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중동과 아프리카의 유전과 가스전 탐사 개발을 주로 하며 영국 증시에 상장된 스털링PLC는 2004년 3억5000만 달러에 스털링USA를 인수했다. 일부 자산이 판매되고 당시 유가와 가스가격이 높았다는 것을 제외해도 에이트넘 구입가격의 4배 이상이다.이 회사가 매물로 나온 지난해 초만 해도 인수가가 2억 달러로 책정됐다.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게 된 건 금융위기 때문이었다. 석유개발회사는 유전개발을 할 때 80% 이상이 대출이다. 영국 본사가 주업무인 중동, 아프리카 광구를 개발하던 중 금유위기로 추가대출은커녕 대출연장도 불가능하게 된 것.문제는 유전개발의 전제조건인 개발 의무조약이다. 이는 개발사가 몇 년도 몇 월까지 시출 몇 공기를 끝내겠다는 개발진행표를 지키지 않으면 광권을 해당국에 빼앗기는 조약이다. 다급해진 영국 본사가 스털링USA를 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번 계약에 관여한 업계 한 인사는 “석유회사는 구입시점이 아닌 그 이전 시점의 생산량부터 인수회사의 매출로 잡는다”며 “에이티넘도 스털링USA가 지난 4월 1일부터 판매한 금액을 보전 받기 때문에 실제 인수가격은 9000만 달러가 아닌 7000만 달러”라고 말했다.신승헌 선임 파트너는 “대규모 해외 M&A에서는 이례적으로 국내 은행이 아닌 에너지업계 전문 대출은행인 캐나다의 뱅크오브몬트리올로부터 3500만 달러 상당의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에이티넘이 부담하는 액수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적다.이 과정에서 이민주 회장이 선택한 절세책도 화제를 모았다.이민주 회장은 사모펀드를 만들어 스털링USA를 인수했다. 이 경우 정상적으로는 배당소득과 금융소득 종합과세 등으로 최대 35%나 되는 세금이 부담된다. 하지만 해외유전회사 인수에 적용되는 조세특례 조항은 2011년 말까지 종합소득 과세대상에서 배당소득을 제외토록 했다.재계에서 이민주 회장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젠틀’과 ‘스마트’다. 이번 인수에서도 직접 미국 내 가스전, 유전을 오랫동안 공부한 그다. 신승헌 선임 파트너는 “이 회장이 미국 내 가스전, 유전 시장에 관해 공부를 무척 많이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구체적인 숫자들도 나보다 더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 놀란 적이 많다”고 말했다.한 관계자는 “이민주 회장은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전체 휘발유 재고량 등을 그대로 외우고 있었지만 통계적 접근이 끝난 후에는 직관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숫자를 보고 시장을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계 한 인사는 “이 회장이 지분투자가 아닌 매출 발생 업체의 인수로 방향을 튼 것이 향후 시장 트렌드를 주도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2년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민주 회장은 외환위기 직후 케이블TV 사업에 뛰어든 이유를 “제조업이 쇠퇴하고 있는 흐름을 읽었다.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맞아 씨앤앰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1년 후, 그는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판다’는 투자 정석을 1조원 이상의 시세차익으로 증명해냈다. 재계가 이 회장의 이번 투자를 예사롭게 보지 않는 이유다.

2009.12.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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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각-英이코노미스트]‘재벌구조·정보 부족이 한국 기업 인수 걸림돌’

산업 일반

설연휴 이후 한국 증시가 매우 큰 폭의 랠리를 기록했다.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한데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간 매각 협상이 급진전됐다는 소식이 주효했다. 기관투자자들은 물론 외국인 매수 주문이 폭주했는데, 해외투자자들의 경우 최근 지속적으로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모건스탠리나 크레디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CSFB) 등 해외투자기관들이 한국 증시를 낙관하는 것은 물론, 미국의 금융 전문 사이트인 CBS 마켓워치도 2월13일 신흥시장 펀드매니저들이 아시아 증시 특히 한국을 선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증시의 투자 비중은 지난해 연초 10%였지만 연말에는 18%까지 상승했다. 신흥시장 펀드매니저들은 아시아 증시 낙관에서 특히 경기순환주의 강세가 돋보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경기회복 기대가 높음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의 경우도 1월중 수출이 10개월래 최소 감소폭을 기록한 것이나 2월 중 기업경기 실사지수가 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점, 제조업 투자와 소매 매출이 상승한 사실 등 주요 지표에서 경기회복이 확인되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낙관은 주요 외신에서 동일하게 확인된다. 특히 파이낸셜 타임스는 2월12일 엔低와 관련 한국이 시장점유율을 뺏길까 우려할 수 있지만, 경상수지나 외환보유고 등 펀더멘탈 상황을 감안할 때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이러한 낙관에는 금리인하 사이클이 마무리됐다는 점도 더해져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은 2월7일 금리동결 결정을 내렸다. 당초 예상대로 5개월 연속 금리동결 방침이 정해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인플레 리스크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타나고 있는데, 특히 블룸버그 통신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절반가량이 연내 금리인하를 전망하기도 했다. 물론 전철환 한은(韓銀) 총재가 나서서 금리인상론에 찬물을 끼얹고 있지만 국내 경기회복 기대감이 확산되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경기회복 기대에 이어 증시 랠리를 부추긴 것은 하이닉스 반도체 매각 협상이 급진전됐다는 소식이었다. 전세계 반도체업계의 판도를 바꿀 뿐 아니라 한국 경제에 결코 적지 않을 파장을 미칠 하이닉스 인수건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마이크론의 40억 달러 제안을 수용하며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고 알려졌다. 전세계 반도체업계 판도를 바꿀 하이닉스 매각 협상을 둘러싼 외신의 관심은 뜨거운데,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우는 하이닉스의 부채 규모와 생산 방식상 차이점을 들어 인피니언 투자자들이 인수 포기를 오히려 반겼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와 달리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대우차 매각 협상에 대해 날카로운 일침이 가해졌다. 비즈니스위크는 2월18일자에서 대우차 매각협상 지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시간을 끌수록 대우차만 황폐해질 뿐이라고 경고했다. 잡지는 대우차 난국으로 한국 정부의 부실자산 매각 계획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높은 가격 요구 △위험자산과 견실한 자산의 분리 거부 등에 질린 외국인 투자자들이 서울은행·한보철강·대한생명보험 등의 지분인수 협상에서 비켜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 인수 과정에서 고충을 겪고 있다는 주장은 「이코노미스트」 2월16일자에서도 나타났다. 잡지는 한국에서 기업 인수가 어려운 요인으로 과거 재벌 구조가 청산되지 못했고, 정확한 정보의 부재,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 문화적 차이 등을 들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대한 관심이 2월17일부터 시작되는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과 정면 배치되는 부시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인식을 놓고 해외 언론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월6일 사설에서 부시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2월7일 미국의 대북 강경책이 한미 관계에 긴장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뉴욕타임스도 2월6일 칼럼을 통해 북한이 이라크나 이란과는 다르다며 부시 대통령이 대북 협상을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2002.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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