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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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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 실무자, 새 정부 노동 정책에 관심…긍정 평가 多

산업 일반

많은 기업이 새 정부의 기업 정책에 대해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인사·노무 실무자 조사 결과 34.9%가 새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이 전반적으로 기업 경영과 고용 창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이 같은 조사는 전경련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한 결과다. 부정적인 의견은 9.3%로 조사됐다. 응답자들은 새 정부가 우선해서 다뤄야 할 노동 현안으로 ‘근로시간 유연화’(27.9%)를 꼽았다. ‘중대재해처벌법 보완’(24.0%), ‘균형 잡힌 노사법제 마련’(21.7%),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16.3%), ‘최저임금제 개선’(10.1%)이 뒤를 이었다.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해서는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정산기간 1년으로 확대’ 의견이 55.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별연장근로 사유(해외 사업장 등) 확대 및 절차 간소화’(20.9%),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18.6%), ‘전문직 직무, 고액연봉 근로자에 근로시간 규제 적용 제외’(3.9%), 기타(0.8% 주 52시간 완화 또는 해제 등)를 꼽은 응답자도 있었다. 최저임금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34.9%)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자제’도 32.6%로 높았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 보완’(기업 지불 능력 등 고려)이 21.7%, ‘주휴수당 폐지’가 7.8%, 기타 3.0%로 조사됐다. 전경련은 “실업난이 지속하고 일자리 질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고용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최저임금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부분은 ‘안전·보건의무의 구체적 기준 마련’(34.9%)이었다. ‘종사자 안전 수칙 준수 의무화’(15.5%), ‘과도한 처벌 수위 완화’(14.7%), ‘의무주체 명확화’(11.7%), ‘원청책임 범위 명확화’(11.6%), ‘기업인 면책 규정 신설’(9.3%)도 기업에서 중요하게 보는 사안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비용을 대폭 들여 안전관리에 투자하고있지만, 법령상 안전보건 의무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경영이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며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라도 기업들이 지켜야 할 의무를 명확하게 제시해주면 기업 경영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재해 예방의 실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코로나19 장기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많다”며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불합리한 규제들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2.04.1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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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새 정부 노동분야 과제 1위는 중대재해처벌법”

산업 일반

경제계는 올해 첫 발을 내디딜 새 정부가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노동과제로 이달 말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을 지목했다.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인사·노무 실무자를 대상으로 조사(105개사 응답)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올해 대선을 통해 들어설 새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노동 과제로는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이라는 답이 28.6%로 가장 많았다. ‘근로시간 규제 완화’(23.8%), ‘최저임금제 개선’(21.9%), ‘기간제·파견법 규제 완화’(11.4%)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 당시부터 모호한 법률 규정과 과도한 처벌 수준으로 논란이 됐다”며 “법률의 모호성을 해소하고, 과도한 처벌 수준을 완화해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마련되고 해설서가 배포됐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여전히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응답 기업 60.0%는 한국의 노동법제가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20.9%, 별로 부담이 없다는 응답은 19.1%에 그쳤다. 최근 몇 년간 추진된 노동정책 중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제도로는 가장 많은 52.4%(복수응답)가 주52시간제를 꼽았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44.8%), 중대재해처벌법(41.9%) 등의 순이었다. 전경련은 “주52시간제가 지난해부터 규모별·산업별 구분 없이 획일적으로 시행하면서 산업 현장에서 충격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2018~2019년 최저임금이 29.1% 상승하는 등, 단기간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대기업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노사현안 이외에 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외부 변수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71.4%(복수응답 포함)로 가장 많았다. 이어 ‘ESG 확산’(35.2%), ‘탄소중립’(33.3%), ‘공급망 불안정’(32.4%)로 뒤를 이었다. 한편 기업들은 올해 인사·노무 분야의 중점방향으로 ‘유연근무제 확산’(46.7%)을 최우선으로 지목했다. ‘노사관계 안정화’(42.9%)와 ‘신규인재 확보’(32.4%)라는 답도 많았다. 응답 기업의 21.0%는 작년 노사관계를 불안하다고 평가했으며 21.9%는 내년 노사관계도 불안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2022.01.1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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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노동자탄압·임금억제로 물가 안정…조작사건도 많아

정책이슈

대한민국 제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 전 대통령이 향년 90세로 23일 사망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한국 현대사를 굴곡지게 만든 장본인이어서 각계 평가가 엇갈린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한국 경제에 남긴 명암을 짚어봤다. 전두환 정권의 철권통치 대상엔 노동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를 불순분자로, 그들의 파업·집회를 사회혼란으로 여겼다. 정권에 대항하는 노동운동가들을 삼청교육대에 강제수용하는 등 인권유린은 다반사였다. 심지어 근로자 임금 인상 억제를 강제해 국가 차원에서 물가 안정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했다. 전두환 정부(1980년 9월~1988년 2월)는 앞서 박정희 정부가 수립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1996년 총 7차) 중 5차(1982~1986년)에 해당하는 시기였다. 경제개발 계획은 5차부터는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으로 이름을 바꿨다. 1960~1970년대에는 먹고 사는 생존이 중요한 과제였다면, 1980년대엔 자유·문화·복지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던 시기였다. 전두환 정부는 경제개발 계획을 이어나가 박정의 정부를 잇는 적통 정권임을 알리는 동시에, 사회 변화를 반영해 신군부에 대한 저항감을 줄이고 정권의 안착을 도모했다. 그 예로 국풍81 축제, 한국프로야구·축구 창설, 야간통행금지 해제, 학원 두발·복장 자율화 등을 진행했다. 사회·근로·연금·의료 관련 복지제도도 개선해나갔다. 도시화와 산업화로 농어촌을 떠나는 이농과 대도시 집중화가 심화하고, 소득불평등과 도시빈민이 증가하던 사회구조 변화도 복지 확충의 한 배경이 됐다. 근로복지 분야에서는 1984년 최저임금제 시행 방안, 1986년 의료보험 전국민 확대 방안과 국민연금제도·최저연금제 도입 방안, 1986년 최저임금법 제정, 부당 노동행위 처벌을 담은 노동조합법 개정 등을 발표했다. 최저임금제는 1953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근거를 마련했으나 기업주들의 반발과 사회여건 부족으로 보류됐다. 그러다 전두환 정부가 들어서 1986년 국민복지 증진의 일환으로 도입을 결정, 그 해 연말에 법을 만들어 정권 말기인 1988년 시행에 들어갔다. 최저임금제를 통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도록 강제성을 못박았다. ━ 사회복지망 확충으로 도시빈민·소득불평에 대응 전두환 정부는 사회복지제도도 확충했다. 당시 산업화를 좇아 농어촌을 떠난 사람들 대부분이 도시의 하층민을 형성하면서 소득불평등과 고령인구·도시빈민 증가, 도시화·핵가족화 확산, 부모부양의식 퇴조 등으로 사회보장 수요가 급증하던 때였다. 대책의 하나로 국민의 절반에 머무르던 의료보험 혜택을 모든 국민이 받도록 하는 ‘전 국민 의료보험 조기 정착’ 방안을 1987년에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의료보험을 1988년 농어촌으로, 이듬해엔 도시 전역으로 확대했다. 국민복지연금도 1986년 법 개정을 거쳐 수혜 폭을 넓혔다. 18~60세 미만 모든 취업연령층으로 확대,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우선 실시, 사용자와 근로자 균등 분담, 정부가 제도운영관리비 부담 등의 내용으로 개선했다. 1987년엔 근로자의 주거 안정과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법도 만들어 이듬해 시행했다. 정권 마지막 해인 1987년엔 노동관계법·노동조합법·노동쟁의조정법 등을 개정했다. 이를 통해 행정관청의 재량권 남용 축소, 노동조합 요건 축소와 설립 자유화, 단체교섭권한 위임절차 간소화와 사후신고, 노사 간 세력 균형을 위한 근거 마련 등의 조치를 취했다. 같은 해에 노후생활 연금신탁제를 도입하고 남녀고용평등법을 만들어 여성차별 철폐 기반도 마련했다. 이렇게 전두환 정부 때 기틀을 마련한 사회·근로 복지정책들은 신군부 차기 정권인 노태우 정부 때도 계속 이어졌다. ━ 정권의 폭압에 청년 노동자들 분신자살 잇따라 하지만 전두환은 국민에게 철권통치를 휘둘렀다. 12·12 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잡자마자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로 정당·정치활동 금지, 국회 폐쇄, 영장 없는 구금 등을 강행했다. 정권 말기에 각종 복지제도 확충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려 했지만 항거하거나 민주화를 요구하는 노동자의 파업과 시위는 철저히 분쇄했다. 산업·재벌을 앞세우고 노동·인권을 묵살하던 박정희 정권과 닮은꼴이었다. 옛 노동부(현 고용노동부)의 노사분규 통계를 살펴보면 1985년에는 노사분규 265건, 노사분규참가자 2만8700명, 노동손실일수 6만4300일 수준이었다. 하지만 정권 말기인 1987년엔 3749건, 126만2300명, 694만6900일로 급증했다. 전두환 정권의 폭압에 노동자·학생·시민들의 민주·자유 열망이 폭발한 것이다. 이렇게 억눌렸던 민심은 대통령직선제와 정당·언론 자유화를 추진한 차기 노태우 정부 때 봇물처럼 표출됐다. 이 때문에 전두환의 철권통치 때 적지 않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잇따랐다. 부산에서 상경한 김종태씨는 1980년 서울 신촌역 부근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학살 사건을 알리고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했다. 김씨는 앞서 2년 전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가르치는 야학을 운영하다 정부 감시에 걸려 강제 해산됐다. 1984년엔 택시운전사 박종만씨, 1985년엔 건설노동자 홍기일씨, 1986년엔 금속노동자 박영진씨 등이 노조탄압 규탄, 근로기준법 준수, 노동3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분신 자살했다. 이 밖에도 노동운동을 하던 수많은 대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의문사·행방불명·행려병자 등으로 사라져갔다. 당시 정치인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 연금,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등 온갖 박해가 이어졌다. ━ 조작사건·경제정책에 희생되고 강제 수용되기도 전두환 정권은 정치범수용소라 할 수 있는 삼청교육대를 운영해 국가폭력과 인권유린을 자행했는데, 수많은 노동운동가들도 이곳으로 끌려갔다. 또한 1987년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강민창 치안본부장의 일화로 유명한 박종철 고문치사 비극을 낳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은 집권 초기 1980년 12월에 ‘제3자 개입 금지’ 규정을 추가하는 등 노동조합법과 노동쟁의조정법을 개악했다. 제3자 개입 금지는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설립이나 노동운동 전개를 외부 세력이 돕지 못하도록 원천 금지한 조항이다. 제3자 개입 금지는 정부와 기업이 노동계를 탄압하는 주요 수단으로 악용됐다. 이후 정권이 바뀌고 일부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그 잔재는 20여년동안 이어졌다. 결국 시민단체와 노동계의 반발로 2005년 노사관계선진화 방안에 채택돼 2006년에 결국 폐지됐다. 전두환 정권은 노동자 임금 인상 억제를 물가 안정 정책의 하나로 악용하기도 했다. 집권 초기 1980~1981년에 유가와 물가가 급등하자 인상을 부추기는 나쁜 심리를 내쫓자며 ‘부정적 심리 추방운동’을 벌였다. 그 대상 중 하나가 노동자 임금이었다. 국가 차원에서 임금 동결을 선언하며 노동자 임금 인상을 통제했다. ☞ 전두환 향년 90세로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31년 경남 합천 출생으로 1955년 육군사관학교 졸업, 베트남전에 참전하는 등 육군대장까지 지냈다. 유가족으로는 배우자 이순자(82)씨를 비롯해 아들 재국·재용·재만씨와 딸 효선씨가 있다. 1961년 박정희 육군 소장의 5·16 군사구데타 때 육사생도 지지시위를 주도하고 국가혁명위원회에 가담했다. 1979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10·26 사건을 조사하면서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군부를 장악, 신군부 정권을 출범시켰다. 1980년 신군부 퇴진과 계엄령 철폐를 요구하던 전남도민들을 유혈진압했다. 간선제로 1980년 11대 대통령, 1981년 12대 대통령에 취임해 1988년 2월까지 집권하며 철권통치를 휘둘렀다. 대통령직 퇴임 후엔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군사반란·내란죄, 광주시민 학살, 비자금 조성 등의 죄목으로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1.11.24 10:00

5분 소요
‘단군 이래 최대 호황’…풍요 향수 남긴 노태우

정책이슈

26일 서거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향년 89세)이 대통령직을 떠난 지 28년이 넘었다. 하지만 그가 재직 당시 도입했던 경제 정책들은 역대 정부들을 거쳐 지금까지 면면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 국제무대에서 한국이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탈바꿈했다는 칭찬을 받고 있는데, 그 시작점이 노태우 정부 때였을 정도로 당시 한국 경제는 성황을 이뤘다.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누렸다는 노태우 정부의 경제 성과는 앞서 박정희·전두환 정부가 만든 토대에서 나온 과실이라는 시선과, 당시 동아시아의 3저(저금리·저유가·저달러) 흐름을 잘 이용했다는 시각으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국민에겐 생활수준이 크게 향상한 시기로 기억되고 있다. 자가용 대중화, 주식시장 활황, 해외여행 급증, 1인당 국민총소득(GNI) 5000달러 등으로 풍요를 안겨준 정권으로 향수에 남아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대외 국격도 크게 상승해 자부심도 일깨워줬다.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과 군 사조직 하나회를 결성하고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탓에 대통령 임기(1988년 2월~1993년 2월) 내내 박정희·전두환의 바통을 이어받은 군사정권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안으로는 언론 자유화와 부동산시장 개혁으로 사회 분위기를 쇄신하고, 밖으로는 북방 정책과 대외교역 확대로 경제 성장을 이끌어 역대 정부와의 차별을 꾀했다. 2018년 서강대를 정년 퇴임한 손호철 전 정치외교학 교수는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역대 정부들 중 가장 진보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한 지도자”라고 평가한 말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혁신적 부동산 정책들 시도 특히 노 정권이 도입한 부동산 정책들은 오늘날까지 역대 정권들마다 차용했을 정도로 혁신적이었다. 그 중 하나가 ‘토지공개념’ 시도다. 토지공개념이란 토지는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재화지만 동시에 국토의 일부이기 때문에 공공복리와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 국가가 적절하게 규제할 수 있다는 사상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권 초기인 2018년 3월 헌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려 했으나 야권의 공세에 보류한 정책이다. 1987~1988년에 경제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시중의 풍부한 유동 자금이 부동산 투기로 몰렸다. 그 전까지 안정세를 보였던 땅값은 노 정권의 주택 200만 가구 건설 공약, 서울 올림픽 개최, 급격한 도시화·산업화 등의 여파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는 토지 공급 제약, 건축 가능한 대지비율 감소, 소득불균형·불로소득 심화, 물가 불안 등을 부추겼다. 이에 노 정부는 올림픽 직후인 1988년 8월 10일 부동산투기억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때 토지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개발이익환수·토지초과이득세 관련 법)을 꺼내 토지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려 했다. 개인 당 150평을 넘는 집을 갖지 못하게 하는 규제도 시행하려 했다. 건설업이 국가경제를 떠받치던 때여서 경제계와 건설업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도 안 된다”며 격앙했다. 정치권도 크게 반발했다. 이후 토지공개념 법안들은 위헌 결정으로 점차 폐지됐지만 부동산 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단골 정책으로 등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부동산 시장 규제책으로 지난해 12월 꺼낸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도 1989년 노 정부에서 시작한 제도다. 공시지가는 정부가 땅값을 조사해 공시하는 제도로, 오늘날 국가가 국내 부동산을 관리하고 양도세·증여세·상속세·종합부동산를 매기는 중요한 척도로 자리잡았다. 노 정부는 이와 함께 대기업을 향해 5·8 부동산특별조치도 내렸다. 법인들이 토지를 과잉 소유해 막대한 개발이익을 독점하자 대기업들이 갖고 있는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부동산 폭등을 억제하기 위해 주택 200만 가구 공급과 수도권 1기 신도시 건설도 추진했다. 이러한 부동산 정책들은 노 정권 말기 때 부동산 시장의 폭등세를 꺾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차기 김영삼 정권 때도 이어졌다. ━ 중산층 확대 ‘마이카·주식투자·해외여행 시대’ 열어 노 정권은 최저임금제를 처음 시행한 정부이기도 하다. 최저임금제는 1986년 법률로 제정됐으며 노 정권 초기인 1988년부터 시행됐다. 당시 최저임금은 노 정권 초창기인 1988년 약 462원에서 정권 말기인 1993년 1005원까지 올랐다. 상승률이 약 117%에 이른다. 노 정권 시기는 경제 호황 덕에 중산층이 두터워졌다. 저금리·저유가·저달러라는 3저 흐름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한국 경제는 노 정부 임기 때 연 10% 안팎의 고도성장을 누렸다. 국제수지가 국가경제 틀을 갖춘 이래 처음 흑자를 기록했으며 실업률 2%대, 수출 600억 달러 돌파(1988년) 등을 나타냈다. 참고로 한국경제연구원(KDI) 조사 자료에 따르면 현 문재인 정부의 지난해 기준 전체 실업률은 4%, 청년 실업률은 9%를 나타냈다. 이 덕에 당시 국민들은 피부로 느낄 정도로 부를 쌓게 되고 구매력도 증가했다. 자가용을 구입하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마이카 시대가 열렸으며, 주식시장은 종합주가지수가 1989년 1000포인트를 넘고 주식투자 인구도 급증하면서 활황을 이어갔다. 이로 인해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당시 사회분위기는 국민들이 박정희·전두환 때 “우리도 잘 살아보세”를 외쳤다면, 노태우 땐 “나도 잘 살수있다”는 희망을 품었던 시기였다. 국가도 이 때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이르던 외채를 20% 밑으로 감축했다. 이와 동시에 그 동안 남의 나라의 도움으로 연명하던 빚쟁이에서 해외 빈국을 돕는 원조 국가로 탈바꿈하게 됐다. 한편, 국민적 호응을 얻은 민주화 정책은 노 정권의 발목을 붙잡기도 했다. 철권통치를 앞세웠던 전두환 정권과 달리 노 정권 때는 권위주의를 내리고 자율과 타협을 내세우다 보니 사회 곳곳에서 기강 해이, 공권력 훼손, 친인척 섭정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특히 경제민주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노 정권의 경제정책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일이 이어졌다. 또한 공권력을 어지간해선 집행하지 않다 보니 노동계에선 불법 집회와 사건사고 등이 끊이질 않았다. 역대 정부의 억압정치를 갑자기 없애면서 일각에선 사회 혼란을 야기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민간인 사찰 사건도 노 정권의 실정으로 꼽힌다. 국군보안사령부와 국세청을 통해 정계는 물론 경제계와 노동계 주요 정적들을 사찰한 사건이 노 정권 중반기에 드러났다. 이 일로 정권 퇴진 운동이 연일 이어졌으며 국군보안사령부는 기무사로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2021.10.26 20:03

4분 소요
2021년 최저임금 8720원

산업 일반

전년 대비 1.5% 인상 그쳐 ‘역대 최저’ 인상률 최저임금위원회가 7월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9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1년 최저임금으로 8720원을 결정했다. 현재 최저임금인 8590원보다 130원(1.5%) 인상으로 역대 최저 인상률이다. 최저임금위는 결정된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며 노동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고시하게 한다. 효력은 내년 1월 1일부터 생긴다.이번에 결정된 8720원은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이를 표결에 부쳤고 찬성 9표, 반대 7표로 의결했다. 표결에는 사용자위원 7명과 공익위원 9명이 참여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최저임금 인상률 1.5%는 최저임금제도가 처음 시행된 198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기록한 2.7% 보다도 1.2%포인트 낮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최저임금제는 1988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고용자가 최저임금제를 준수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 최저임금 내용을 고지하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황건강 기자

2020.07.1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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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의결 그 후] 경영계 “경제활력 제고” VS 노동계 “최저임금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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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 끝에 표결로 사용자안 채택... 역대 세 번째로 낮은 2.9% 인상으로 시간당 8590원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잠정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7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8590원으로 의결했다. 올해 최저임금(8350원)보다 240원(2.9%) 오른 금액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1일 오후 4시 30분부터 13시간에 걸친 마라톤 심의 끝에 이날 새벽 5시 30분께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사용자안(8590원)과 근로자안(8880원)을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사용자안 15표, 근로자안 11표, 기권 1표로 사용자안이 채택됐다. ━ 사용자안 15표, 근로자안 11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0년 적용 최저임금(2.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에서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1998년 9월∼1999년 8월 적용 최저임금(2.7%)과 2010년 적용 최저임금(2.8%)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2018년 최저임금(7530원) 인상률은 16.4%였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10.9%였다. 정부와 여당에서도 여러 차례 제기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이 현실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한다는 현 정부의 공약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도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내년 최저임금 인상 대상 근로자는 최대 415만명으로 추산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에 의결된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137만∼415만 명, 영향률은 8.6∼20.7%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최저임금 의결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현재 임금 수준이 시급 기준으로 8590원에 못 미쳐 내년에 임금을 올려야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고용노동부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와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토대로 내년도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 규모를 추산했다. 지난해 7월 최저임금위원회가 올해 적용 최저임금(8350원)을 의결했을 때, 노동부 추산으로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290만∼501만 명이었고 영향률은 18.3∼25.0%였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10.9%로, 내년 임금(2.9%)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에 영향을 받는 근로자 규모도 그만큼 컸던 것으로 볼 수 있다.내년도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한 금액은 179만531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의 월 환산액(174만5150원)보다 5만160원 많다. 시급 기준인 최저임금의 월급 환산에는 유급 주휴시간을 포함한 월 노동시간 209시간이 적용됐다.최저임금위원회가 진통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8590원으로 의결했지만, 최저임금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의결하면 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기간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불만을 가진 노사 단체는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전국적 규모의 노사단체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등이다.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의 제기에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국내에서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최저임금에 대해 노사 양측이 이의를 제기한 적은 많지만, 재심의를 한 적은 없다. 지난해에도 경영계가 올해 적용 최저임금(8350원)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단체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내년도 최저임금은 노동계의 기대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만큼, 올해는 노동계가 이의 제기에 나설 전망이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은 합리성과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며 “당연히 이의 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사업장의 사용자는 최저임금을 노동자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하는 등 널리 알려야 한다. 현행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은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지만, 가사(家事) 노동자와 선원법의 적용을 받는 선원 등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최저임금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했지만,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빚어진 잇단 파행은 예년과 별 차이가 없었다. 노사가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현행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전망이다.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근로자위원 4명을 포함한 노·사·공익위원 전원이 한자리에 모였었다. 지난해 민주노총 근로자 위원들이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에 반발해 최저임금 심의 과정을 처음부터 줄곧 보이콧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도 노사 어느 한쪽의 집단 퇴장과 불참에 따른 파행을 피하지는 못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사 양측이 팽팽한 대립을 계속하다가 어느 한쪽이 심의 과정에 불만을 품고 집단 퇴장하거나 불참하는 것은 거의 해마다 되풀이돼온 현상이다. 국내에서 최저임금제도를 처음으로 시행한 1988년 이후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표결 없이 합의로 의결한 것은 7번에 불과하다.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표결로 의결한 것은 올해를 포함해 26번이다. 이 가운데 노사 어느 한쪽이 표결에 불참한 적이 17차례나 된다. 경영계가 9번, 노동계가 8번 불참했다. ━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 탄력 받을 듯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저임금위원회를 전문가만 참여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해 전문가들이 정한 구간 내에서 노·사·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 개입을 확대해 노사 협상 여지를 줄인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21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심의부터 적용될 수 있다.한편,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2.9% 인상에 그칠 것이라는 소식에 증시에서 편의점 관련 종목이 강세를 보였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시장 기대치를 반영해보면 3% 이내 인상률은 최저임금 상승의 부담을 받던 대부분 유통 업체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가맹점주 수익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편의점은 이번 의결로 부담을 덜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19.07.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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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스코어 | ‘가족친화’ 기업, 고용·실적도 모범 임직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하는 ‘가족친화 기업’이 일자리 창출과 경영 실적 등에서도 모범적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가족친화 기업은 여성가족부가 주 40시간 근로시간 준수, 임산부 근로 보호, 직장 내 성희롱 금지, 육아휴직 제도 등 13개 항목을 심사해 인증하는 제도로 이를 획득하면 각종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기업 경영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 인증을 받은 148개 기업의 지난해 말 기준 고용 인원은 90만7771명으로, 2016년 말보다 7.5%(6만3370명) 증가했다. 이에 비해 인증을 받지 않은 기업 299곳의 임직원 수는 59만2226명으로, 2년 전보다 4.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2년 사이 고용이 오히려 줄어든 기업 가운데 가족친화 미인증 기업이 96개에 달한 데 비해 인증 기업은 3분의 1 수준인 35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친화 기업은 경영성과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인증을 받은 148개 기업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총계는 각각 1533조7342억원과 151조8842억원으로,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12.9%와 31.1% 증가했다. 이는 299개 미인증 기업의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11.0%, 24.5%)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매출 상위 30대 기업 가운데 가족친화 인증을 받은 곳은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한국전력 등 22개 사였고, LG전자·삼성디스플레이·포스코인터내셔널·국민은행 등 8곳은 인증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 한국 최저임금, OECD 평균 수준 한국 최저임금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최근 ‘최저임금 수준 국제 비교’ 보고서를 통해 “OECD와 독일경제사회연구소(WSI) 최신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올해 최저임금은 6.4유로(8350원)로 OECD 회원국 평균(6.4유로)과 같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순위로는 25개국 가운데 12위다. 2017년에는 29개국 중 14위, 2018년에는 25개국 중 13위였다.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가장 최신 자료인 2017년 기준 41.4%로, OECD 회원국 평균(41.1%)과 거의 같다. 김 이사장은 “2000년대 들어 임금 불평등이 심화해 최저임금에 대한 각국 관심이 커지면서 OECD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2000년 36.5%, 2016년 39.9%, 2017년 41.1%로 높아졌다”고 전했다. 2017년 대비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두 자릿수인 OECD 회원국은 한국(16.4%)·터키(14.2%)·라트비아(13.2%)·체코(10.9%)·슬로바키아(10.4%) 등 5개국이다.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지난해 1위에서 올해 5위로 낮아졌다. 한편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최저임금이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는 OECD 회원국 28개국 가운데 7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최저임금을 GNI와 비교하면 자영업자 비중과 소득 수준, 노동시간, 취업률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OECD 공식 통계는 국가별 시간당 최저임금, 평균임금 대비 비율만 제시한다”고 지적했다. ━ 국민연금공단 | “국민연금 늦춰 더 받겠다” 봇물 올해 들어 국민연금을 늦게 받아 더 많이 수령하겠다는, 이른바 ‘연기연금’ 신청자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와 기대수명 연장 영향으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해 들어 연기연금 신청자는 2월 말 현재 3730명에 이른다. 2개월 새 지난해 전체 연기연금 신청자 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2007년 7월 시행된 연기연금제도는 노령연금 수급권자가 연금수령 시기를 최대 5년(출생연도에 따라 70세까지) 늦추면 연기 기간에 따라 연 7.2%(월 0.6%)씩 이자를 가산해 노령연금을 더 많이 주는 장치다. 급격한 고령화로 100세 인간이란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장수 시대가 도래하면서 연기연금 신청자는 해마다 늘었다. 2012년부터 올 2월 현재까지 연기연금 신청자는 8만4053명(연기연금 신청 기준으로 연기연금 종료 건수도 포함)에 이른다. 2012년부터 2019년 2월까지 연기연금 신청자가 신청한 연기 기간은 4∼5년 이하가 4만9263명(59%)으로 가장 많았다. 1∼2년 미만 1만545명(13%), 1년 미만 9744명(12%), 2∼3년 미만 7508명(9%), 3∼4년 6993명(8%) 등이다. 연기 기간이 끝나고서 불어난 연금을 타는 연기연금 수급자도 해마다 늘고 있다. 연기연금 수급자는 2013년 364명, 2014년 4764명, 2015년 7789명, 2016년 1만2875명, 2017년 2만3061명, 2018년 3만1298명 등으로 증가했다. 이들 연기연금 수급자의 평균 연금액은 월 90만원이었다. ━ 통계청 | 3월 온라인쇼핑 11조원 첫 돌파 미세먼지 영향으로 청정가전 구입 등이 늘면서 국내 온라인쇼핑 월간 거래액이 11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3월 및 1분기 온라인쇼핑 동향’을 보면 3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1조195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6%(1조7591억원) 증가했다. 월간 거래액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5개월 만에 11조원을 뚫었다. 2001년 1월 온라인쇼핑 동향 집계 이후 역대 최대다. 상품군별로 보면 가전·전자·통신기기(3771억원·40.1%), 음식서비스(3255억원·89.8%), 화장품(1885억원·22.6%) 등에서 거래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온라인쇼핑 거래액도 지난해 동기 대비 17.5% 증가한 31조4351억원으로 집계돼, 덩달아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온라인쇼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바일쇼핑 거래액도 지난 3월 7조원을 처음 넘어서며 최대치를 기록했다. 3월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9%(1조5391억원) 증가한 7조486억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판매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45.6% 증가한 1조2065억원을 기록하며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온라인 직접판매액은 중국 1조495억원,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449억원, 미국 327억원, 일본 320억원 순으로 중국이 전체의 87%를 차지했다. 온라인 직접판매액 중 면세점 판매액은 1조707억원으로 60.9% 증가했다.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미혼남녀 “내 집 필요하나 소유는 불가능” 미혼남녀 10명 중 4명 이상은 내 집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집을 갖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8월 31일부터 9월 13일까지 25~39세 미혼남녀 3002명(남성 1708명, 여성 129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 조사에서 ‘반드시 집을 소유해야 한다’는 응답은 45.1%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해 보인다’는 대답도 44.0%로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 답은 10.7%, 기타 0.2% 등이었다. 성별로 보면 ‘필요하다’는 응답은 남성 47.8%, 여성 41.5%로 남성이 많았다. ‘내 집 마련이 필요하지만 불가능해 보인다’는 응답은 남성 42.1%, 여성 46.6%로 여성이 많았다. 부모의 재산상태에 따라서도 자기 소유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컸다. ‘내 집 마련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부모의 경제 수준이 상위인 그룹에서는 53.7%로 높았지만, 중위 그룹은 45.2%, 하위 그룹은 37.7%순이었다. 반대로 ‘내 집이 필요하지만 불가능해 보인다’는 응답은 부모 경제 수준이 하위인 그룹에서 49.8%로 가장 높았고, 중위 그룹 44.5%, 상위 그룹 33.4%였다. ‘(내 집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견해는 취업 여부와 결혼 의향에 따라서도 구분되는 경향을 보였다. ‘내 집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응답은 취업한 경우 46.4%, 미취업의 경우 37.7%였고, 결혼 의향이 있는 경우는 48.3%, 결혼 의향이 없으면 33.1%에 머물렀다. ━ 한국경제연구원 | 10대 기업 지난해 매출 해외 비중 65.9% 지난해 국내 10대 기업이 올린 전체 매출 중 65.9%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매출 상위 10대 기업의 총 매출액은 695조6000억원으로, 이 중 65.9%는 해외 매출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해외 매출 비중이 97.9%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삼성전자(86.1%)·기아자동차(66.9%)·LG전자(63.5%)·현대자동차(62%)·현대모비스(57.5%)·SK이노베이션(50.1%) 순이었다. 한경연은 지난해 매출 상위 100대 기업 중 국내외 매출 구분이 가능한 64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로는 해외 매출 비중이 55%였고, 상위 기업일수록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2014년과 비교 가능한 54개사를 보면 65%에 이르는 35개사의 해외 매출 비중이 늘었다. 이들 기업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14년 평균 41.4%에서 지난해 50.6%로 9.2%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2014년 89.9%에서 지난해 86.1%로 3.8%포인트 하락했지만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55.3%에서 62%로, 기아차는 62.4%에서 66.9%로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82.6%) 분야의 해외 매출 비중이 컸다.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는 90%를 넘었고 삼성전기·삼성전자·삼성SDI는 80%대였다. 지역별로 아시아(43.7%)·미주(31.5%)·유럽(18.7%)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매출 상위 10대 기업이 지난해 국내에서 낸 법인세비용은 18조9000억원이라고 한경연은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1조6000억원과 5조6000억원을 법인세로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또 국내외 매출을 분류하고 있는 64개사는 근로소득세 과세대상 근로자의 5.6%(59만2000명)를 고용하고, 급여 총액은 49조1000억원으로 9.3%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이들 기업 근로자들이 납부하는 근로소득세를 추산하면 전체의 12.8%(4조5000억원, 2017년 기준)이다.

2019.05.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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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의 도전과 시련] 거침없는 화법·정책 탓에 민심 이탈

정책이슈

대선·총선 압승 후 권위주의적 통치… 경쟁력 회복, 일자리 창출 등 개혁과제 산적 2017년 5월 14일 프랑스 대통령에 오른 에마뉘엘 마크롱(41)이 취임 1년 7개월 만에 위기에 처했다. 그에 대한 국민의 평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지지율은 그야말로 형편없이 추락했다. 마크롱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지지율은 취임 초기인 2017년 5월 조사 결과 최고 66%에서 최저 45%에 이르렀다. 하지만 취임 1년을 맞은 지난 5월 최고 47%에서 최저 33%로 떨어졌다. 지난 11월에는 최고 32%에서 최저 18%로 추락했다. 12월 들어 이뤄진 두 건의 여론조사 결과는 20~23%의 초라한 지지율을 보였다. 반면 그에 반대하는 여론은 74~76%에 이른다. 대중이, 프랑스 국민이 그에게 등을 돌렸다는 사실이 여론조사 결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 취임 1년 만에 여론 등 돌려 사실 마크롱 대통령에게 타격을 준 세력은 좌파도 우파도 극우파도 아니었다. ‘노란 조끼’로 불리는 세력이었다. 노란 조끼 시위는 처음에는 운전기사들이 주도해 시작됐다. 이들은 정부의 잇단 유류세 인상에 항의해 11월 17일 파리를 중심으로 시위에 나섰다. 하지만 유류세 인상은 단순히 운전으로 먹고 사는 기사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름값 인상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서민들도 함께 불만을 토해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불만을 토로하던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시위에 동참했다. 그러면서 노란 조끼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격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12월 1일에는 폭력사태로까지 번졌다. 이날 파리 중심대로인 샹젤리제 주변의 상점이 줄줄이 약탈당하고 여러 차량이 시위대의 화염병 공격으로 불탔다. 개선문에 있는 무명용사의 묘지와 조각상이 훼손됐다. 토요일마다 열려온 노란 조끼 시위는 11월 17일 1차 집회 당시에는 전국적으로 무려 29만 명이 참가했으나, 2차 16만6000명, 3차 13만6000명, 4차 12만 명으로 차차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12월 2일 10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72%가 ‘노란 조끼’ 시위대를 지지했으며 90%는 정부 조치가 사안에 대응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결국 마크롱은 12월 10일 파리에서 생방송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시위대가 주장한 내년 유류세 인상 계획을 백지화하고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전기·가스 요금을 동결했으며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강화도 유예했다. 서민 생활과 관련한 부문에서 사실상 마크롱이 노란 조끼 시위대에 두 손을 든 셈이다. 마크롱은 노란 조끼 시위에서 나온 다양한 요구를 상당수 받아들이고 통치 과정에서 발생한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다. 이날 담화에선 마크롱이 취임 이후 ‘개혁’이라는 이름을 붙여 줄기차게 추진했던 정책의 상당수를 철회하는 내용이 담겼다.가장 눈길이 가는 대목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월 100유로씩 인상하기로 한 부분이다. 프랑스 최저임금은 2018년 기준 9.88유로(약 1만2630원)으로 풀타임으로 일할 경우 월 수령액이 세금공제 전 기준으로 1498.50유로(약 191만5600원)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마크롱이 내년 최저임금을 월 100유로 올리겠다고 한 것은 6.67% 인상에 해당한다. 올해 최저임금이 2017년에 비해 1.24%, 액수로 월 18유로 올랐던 점에 비해 마크롱이 이번에 제시한 인상폭은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지금까지 최저임금은 물가에 연동해 인상돼왔다는 점에서 마크롱이 제시한 최저임금 인상안은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마크롱이 다급했다는 증거다. ━ 유류세 인상 유보했지만 부유세 부활 거부 프랑스에서 1970년 처음 도입한 최저임금제는 줄곧 논란의 대상이었다. 빈곤을 줄이고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인권 보장 장치라는 주장과 고용을 줄어들게 하고 기업 경쟁력을 악화시킨다는 주장이 맞섰다. 최저임금제 옹호자들은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가 대부분 미화원, 유통 업체 근무자, 경비원 등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무관한 일에 종사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게다가 대부분 사회에서 필수적인 직종이라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일자리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반면 반대론자는 최저임금 상승이 노동비용 상승을 불러 이에 압박을 느끼는 기업이 고용을 줄이게 된다고 지적해왔다. 아울러 최저임금이 오르면 사회 전반의 임금 인상을 압박하고 이는 다시 최저임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유발한다고 우려해왔다. 이런 논란 속에 중도 입장을 유지해왔던 마크롱이 물가상승률을 훨씬 넘어서는 최저임금 인상안을 제시한 것은 정책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크롱이 좌파도 우파도 아닌 중도를 지향하며 소외 계층에 따뜻한 눈길을 보여주려고 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그의 노선에 변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이번 사태로 마크롱이 완전히 물러선 것은 아니다. 그는 최저임금 문제에선 양보했지만 시위대가 요구한 부유세의 부활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프랑스에선 1980년대 사회당 정권의 프랑수아 미테랑(1916~1996년, 재임 1981~1995년) 대통령 시절 분배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부유세(ISF)를 만들어 지난해까지 보유 자산이 130만 유로(약 17억원)를 넘는 개인에게 물려왔다. 이는 가장 많은 부자가 해외로 이주한 나라가 프랑스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부자 이민 상황을 보도한 ‘뉴 월드 웰스’에 따르면 프랑스는 2016년 거주 주택을 제외한 순재산이 100만 달러를 넘는 부자 1만2000여 명이 해외 이주를 택해 이 부문에서 달갑지 않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 다음이 9000명의 중국과 8000명의 브라질, 6000명의 인도, 6000명의 터키다. 프랑스는 2015년에도 1만여 명의 부자가 해외로 옮겼다. 특히 사회당 정권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2012년 연소득이 100만 유로를 넘는 고소득자에게 최고 세율 75%의 세금을 물리기로 하자 유명 영화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가 부자 증세에 반발해 프랑스 여권을 반납하고 벨기에를 거쳐 러시아로 이주하기도 했다.마크롱은 부유세를 ‘부동산 자산세(IFI)’로 영역을 축소하고 대대적으로 개편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마크롱의 명분은 여력이 있는 부유층과 외국 부자의 프랑스 진입과 투자를 촉진한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그에겐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반갑지 않은 별명이 생겼지만 마크롱은 개의치 않았다. 규제를 개혁해 프랑스 경제를 되살리는 것은 마크롱의 핵심 공약이었고 그와 과거의 좌우파를 구분하는 기준이기도 했다.사실 젊은 마크롱이 지난해 대선과 총선에서 모두 승리해 강력한 권력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좌·우파와 달랐기 때문이다. 당시를 복기해보자. 2017년 4월 23일(1차투표)과 5월 7일(2차 결선투표) 치러진 대통령 선거는 마크롱의 화려한 대관식이자 유럽 정치사에서 ‘제2의 프랑스 혁명’으로 불릴 정도로 격변을 연출했다. 마크롱은 1차 투표에서 24%(865만6346표)의 득표율을 올려 1위에 오른 데 이어 2차 결선투표에서 무려 66.1%(2075만3798표)를 득표해 압승을 거뒀다. 결선투표에서 맞붙었던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가 득표한 33.9%(1065만 3789표)의 배에 가까운 득표다.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 수립 이래 정치·경제·사회 발전 방향을 놓고 끊임없이 경쟁하며 정국을 좌우했던 좌파와 우파 모두 정치적으로 국민에 의해 ‘정리해고’ 당했다. 대선 1차 투표에서 우파 공화당이 후보로 내세운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는 20% 득표에 그쳐 3위에 머물렀다. 좌파 사회당이 내세운 브누아 아몽 전 교육부 장관은 한자리수인 6.4% 득표로 5위에 그쳤다. 당시 사회당 소속의 대통령인 프랑수아 올랑드는 갖은 실정으로 집권 마지막 시기 지지율이 2%를 오르내렸지만 그런 대통령을 몰아세우며 사회당이 새롭게 옹립한 후보도 별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대신 극좌정당인 ‘불복하는 프랑스’ 후보로 나온 장뤽 멜랑송 유럽의회 의원이 19.58%를 득표해 4위에 올랐다. 5공화국 이후 프랑스 대선에서 좌파와 우파, 정확히 표현하면 합리적인 중도 좌파와 중도 우파 모두가 결선투표에 오르지 못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이어 2017년 5월 11일(1차투표)과 18일(2차 결선투표) 치러졌던 총선은 마크롱에게 권력의 ‘절대반지’를 안겨줬다. 프랑스 총선은 대선과 마찬가지로 과반수 득표자가 없는 경우 상위 1~2위 득표자가 결선투표를 치른다. 이 선거에서 마크롱의 ‘레퓌블리크 앙마르쉬!(전진하는 공화국)’는 하원에 해당하는 국민의회 의원 전체 577석 중 단독 과반수인 308석(53.38%)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뒀다. 앙 마르쉬는 42석을 확보한 중도주의 정당 민주동맹 (UDF)과 연합해 모두 350석(60.7%)의 의석을 거느리며 국민의회의 중도연합 집권여당을 이루고 있다. 민주동맹은 2007년 프랑수아 바이루가 창당한 정당으로 좌우에 속하지 않고 중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앙 마르쉬와 공통점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대통령 선거와 마찬가지로 총선에서도 전통의 좌우파가 모두 몰락했다.우파는 충격에 휩싸였다. 직전까지 194석(27.1%)의 의석을 차지했던 공화당은 82석이 감소한 112석 확보에 그쳤다. 1차 투표 득표율은 15.77%(357만 3427표)에 불과했다. 우파연합은 공화당 112석, 민주당-무소속연합 18석을 비롯해 모두 136석(23.57%)의 의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간신히 숨만 쉬는 형국이다. 지난해 초까지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대통령이 몸담았던 집권 좌파 세력은 더욱 초라했다. 직전 국민의회에서 280석(29.4%)을 차지했던 좌파 사회당은 250석이나 줄어든 30석 확보에 그쳐 군소정당으로 전락했다. 1차 투표 득표율은 한자리수인 7.44%(168만 5677표)에 불과했다. 좌파 연합은 군소좌파 정당 소속 12석 등을 합쳐 모두 45석 확보에 머물렀다. 그야말로 처절한 몰락이다.문제는 이런 정치적인 승리가 마크롱의 권위주의적인 통치와 자세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마크롱이 12월 10일 담화에서 자신의 단점으로 지적돼왔던 훈계조의 직설화법을 사과했다는 점이다. 그는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준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라고 직설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했다. 마크롱은 거침 없는 화법과 행동, 정책으로 프랑스에서 ‘마뉴피터’로 불리기도 했다. 마크롱과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최고신 주피터를 합성한 이름이다. 마크롱의 언행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때는 ‘당당함’으로 평가 받았지만 신뢰와 인기를 잃자 비난의 대상이 된 셈이다. ━ 2017년 대선·총선에서 프랑승 좌파·우파 모두 몰락 사실 대선과 총선을 통해 이런 마크롱이 등장한 배경에는 고장난 프랑스 경제가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가 마크롱을 부른 셈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프랑스 실업률은 무려 10%에 이르렀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25.9%나 됐다. 구직자가 600만 명을 넘었다. 일자리는 기근상태였고 실업자는 넘쳐났다. 영국이 4.65%(청년실업률 13.1%), 독일이 3.9%(6.4%)인 것과 비교해도 프랑스의 고용 사정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2016년 경제성장률은 1.2%에 불과해 영국의 1.8%, 독일의 1.9%보다 낮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16년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의 명목금액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2조4632억 달러로 세계 6위다. 미국(18조5691억 달러)·중국(11조2182억 달러)·일본(4조9386억달러)·독일(3조4666억 달러)·영국(2조6291억 달러) 다음의 경제대국이다. 하지만 지난해 인도 다음인 7위로 밀려났다. 이런 열악한 경제가 만든 대중의 불만과 울분이 마크롱을 대통령 자리에 앉힌 원동력의 하나다. 대중은 생활고의 원인이 정파의 이익만 앞세워 정쟁에 몰두했던 좌우 정치인의 기득권에 있다고 보고 선거를 통해 이들을 몰아내고 마크롱을 옹립한 셈이다. 좌파와 우파 모두가 국민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희망도 주지 못하는 ‘정치적 무기력증’에 빠지자 국민이 새로운 정치실험을 요구하는 상황이었다.집권한 마크롱은 자신의 중도 정책을 실천에 옮겼다. 경제 정책에선 다분히 우파적이다. 과거 앵글로색슨 세계의 전유물이던 경쟁력 강화를 대놓고 외쳐왔다. 이는 국민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기반을 튼튼히 하려면 경쟁력 있는 프랑스 기업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사회정책에선 소외계층을 끌어안는, 프랑스적인 온정주의와 사회적 연대를 강조해 왔다. 프랑스 대혁명의 3대 정신인 자유·평등·우애와 일맥상통한다. 사회적으로는 다문화주의를 외치고 이민자와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자고 주장했다. 이런 점에선 좌파나 자유주의자들과 생각이 통한다. 그는 현실적으로도 이민자와 난민이 프랑스의 경쟁력 강화에도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실업난을 이민자 탓으로 돌리는 마린 르펜 같은 극우정치인과는 상극이다. 마크롱은 이런 중도정책을 통해 경쟁력이 우파의 전유물이 아니듯 온정주의도 좌파의 독과점 구호가 아님을 강조한 셈이다. 좌파의 정책이든, 우파의 기획이든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지 받아들이겠다는 점에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던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론(黑苗白描論)’을 떠올리게 한다.마크롱은 이를 위해 국가 예산을 고용을 늘릴 직업교육 등에 전략적으로 투입하는 대신 공무원·준공무원을 12만 명을 줄여 재정지출 축소를 시도해왔다. 규제완화와 국영기업 민영화의 깃발도 올렸다. 우파 신자유주의자와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과거 탄광을 폐쇄·민영화하고 노동조합을 해체하는 사회적 고통을 감내하면서 과감한 개혁을 단행했던 영국의 ‘매거릿 대처형 혁명’을 프랑스에서도 해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런 혁명적인 치료주사를 맞지 않으면 프랑스가 빈사상태에서 회복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실업률을 10%에서 7%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잡고 일자리 마련 정책을 최우선 순위에 놓았다. 그는 개혁하되 함께 앞으로 나가자고 외쳐 왔다. 문제는 그의 이런 정책에 좌파는 친기업적이라고 불평하고 우파는 온정주의라고 비판해왔다는 점이다. 아직 뚜렷한 정책 성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으니 좌우 양쪽에서 십자포화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란 조끼 시위대가 등장하면서 마크롱은 더욱 곤경에 처하게 됐다.프랑스 민주주의 역사에서 마크롱만큼 정치적인 격변 속에 혜성 같이 등장한 정치인이 없었다. 그럼 점에서 마크롱이 겪고 있는 지지율 하락과 노란 조끼 시위 사태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마크롱이 이런 상황을 헤치고 계속 개혁의 깃발을 들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한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

2018.12.16 17:34

9분 소요
기획 연재 | 조원경의 ‘미래 산업의 소울메이트(SOULMATE)’(4) 노동의 미래(Labor)

전문가 칼럼

경제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일자리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양극화로 가뜩이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일자리마저 줄어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져서다. 과연 노동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독일이 의장국인 주요 20개국(G20)의 올해 주요 이슈는 경제의 디지털화이다. 우리는 세계 어디서나 실시간 정보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인프라 구조에서 산다.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은 단순한 정보 매개체에서 상호 정보공유가 가능한 통신 매개체로 진화했다. 무선네트워크의 구축, 유·무선의 정보 전송 속도의 지속적인 향상, 프로세스 제어용 센서와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상의 인터페이스(interface)가 되는 카메라 공학의 급속한 발전, 개별 부품의 소형화와 부품 가격의 하락이 결합돼 디지털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디지털화라는 용어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에 따라 그 전에도 사용했다. 그러나 최근의 디지털적 변화는 ‘제2의 기계시대(The Second Machine Age)’나 ‘제4차 산업혁명’의 의미로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디지털의 급속한 진전과 일상화로 경제·사회가 파괴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디지털화의 급속한 진전이 많은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 의문을 다는 사람은 그다지 없다는 말이다. ━ 새로운 일자리 늘어날까 우선 디지털화는 인류에게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화와 서비스가 지능형 물체와 접목되면서 미래에는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자원을 이용해 더 나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조직은 이에 맞춰 유연하게 변화할 것이고, 새로운 고용형태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고품질의 다양한 서비스를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할 것이다. 많은 사람이 근로자가 유해하거나 위험한 근로환경에서 해방되고 덜 중요한 업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로봇으로 인건비를 절감한 덕분에 우리가 전례 없던 서비스, 생각지도 못한 싼 제품의 풍요를 누린다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어쩌면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고 연령과 장애요인을 제대로 고려해 더 나은 사회 통합을 이룰 수도 있지 않을까? 인공지능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 섞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많다. 너무 유토피아적인가?고개를 들어 다른 현실을 보자. 무인 매장, 무인 공장, 자율자동차…. 사람의 힘이 필요 없는 자동화 기술은 디지털 경제의 확산과 더불어 우리 삶 속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생각이 드나? 나의 노동을 기계가 대체한다면 나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맥도날드가 선언한 주문받는 직원을 대체할 무인 판매대(키오스크)를 생각하면 최저 임금이라도 벌려고 아르바이트 하는 젊은이들이 안타깝지 않나. 미국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이 완전 무인 매장 ‘아마존 고’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이 외치는 제조업의 첨단화, 중국의 중국 제조 2025, 일본의 로봇 신전략,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전략에 담긴 공통적인 핵심은 모두 인공지능, 로봇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로 인해 일자리가 위협받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의 가치인 노동이 없는 미래는 디스토피아적인 게 아닌가? 그런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것은 인간이기에 당연하다.1차, 2차, 3차 산업혁명은 사람을 도와서 한 사람이 많은 물건을 생산하게 해주고 거기에 따라서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혁명이었다. 노동자의 생산성을 향상시켜 임금 상승을 가져오는 혁명이었다. 그런데 4차는 완전히 다르다는 주장을 많은 사람이 제기한다. 일자리를 없애서 돈을 못 벌게 만들기에 1, 2, 3, 4차가 연속 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1, 2, 3과 4차는 완전히 다르다는 주장이 그래서 제기된다. 물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상당하다. 낮은 가격과 좋은 품질 덕에 매출이 늘어나 기업이 새로이 성장하고, 결국 직원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회 전체적으로 새로운 직업이 더 많이 창출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일반적이다.‘아주 순수한 기계화 경제’에서 기술의 노동 대체로 중산층의 붕괴가 발생한다면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가? 노동이 없다면 누가 임금을 주고 어떻게 생계를 꾸려 나갈 것인가. 상품의 가격이 제로라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발달한 미래의 어느 시점에도 물질이나 에너지, 토지 등은 유한할 수밖에 없다. 상품의 가격은 당연히 제로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공장이 서 있는 토지, 그곳에서 일하는 로봇의 재료인 금속, 로봇을 가동시키는 전기, 상품의 원재료가 공짜가 아니라면 그런 공장이 공급하는 상품의 가격도 제로가 될 수 없다. 혹시 그런 상황에서 어떤 노동자는 지옥 같은 생활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상당수 가계가 노동의 상실로 부를 잃고, 반대로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선점하는 기술기업에 부(富)가 집중될 가능성이 클 수 있다. 하긴 가계가 구매력을 잃는다면 기업도 생산한 물건을 제대로 판매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낙관만은 하기 어려운 사회가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고 생각하니 이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노동 유무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지급하는 기본소득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이 두 가지 현상을 함께 생각하다 보니 문득 한 생각이 떠오른다. 디지털화로 일자리가 줄고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의 경계, 일과 삶과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른바 ‘노동의 탈경계화’가 진행될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분명 확실한 것은 노사가 사회적 동반자로서 공동으로 결정하고 참여해 디지털화 혹은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도전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점이다.정보통신기술의 다양한 응용으로 사람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스마트 공장(Smart Factory)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인더스트리 4.0은 인터넷(빅데이터)을 철저하게 활용해 생산의 비약적인 효율화를 꾀하는 제4차 산업혁명을 일으키고자 하는 것이다. 21세기 제4차 산업혁명으로 독일은 ‘스마트 공장의 실현(인터넷과 사물의 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 공장이란 설계·개발, 제조 및 유통·물류 등 생산 과정에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된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해 생산성, 품질,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지능형 생산 공장을 말한다. 스마트 공장의 실현에는 완전히 미지의 신기술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응용해 연결해 나가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개개의 요구에 따른 세밀한 가공이나 생산의 자동화를 가능하게 하고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모든 프로세스의 변혁을 목표로 한다. ━ 가장 큰 타격은 사무관리직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한 포스코의 스마트 공장은 제조 과정뿐 아니라 설비 관리 업무도 돕는다. 압연기 등에 부착된 공장 내 사물인터넷 센서를 통해 수집되는 수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설비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점검한다. 이 경우 교체 시기를 미리 알 수 있어 설비 고장으로 작업이 중단되는 일이 없어졌다. 안전도 책임진다. 작업장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유해가스·소음·온도 같은 현장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작업자에게 실시간으로 알려 준다.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을 실시간 감지하고 위험물에 접근하면 정보를 제공해 사고를 예방한다. 이러한 예에서처럼 디지털화는 인간의 노동력 사용을 감소시킬 경향이 농후하다. 세계경제포럼은 2016년 1월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던지면서 이로 인한 일자리 영향을 분석한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를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선진국과 신흥시장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지고, 4차 산업혁명으로 21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돼 총 50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가장 큰 타격을 받을 직군은 사무 관리직으로,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을 갖춘 자동화 프로그램과 기계가 일자리를 대체해 앞으로 5년간 475만9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로봇과 3D 프린팅의 위협을 받는 제조·광물업 분야 일자리도 160만9000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영·금융 서비스(49만 2000개), 컴퓨터·수학(40만5000개), 건축·공학(33만9000개) 등의 직군에선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인공지능 로봇이 대부분의 단순 노동자뿐만 아니라 숙련 노동자를 몰아내고 교육받은 사람들의 숙련된 일과 사업을 대체함으로써 디지털화가 노동시장의 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라 예측하는 것은 그래서 무리가 아니다.『인간은 필요 없다』의 저자 제리 카플란(Jerry Kaplan)은 인공지능 로봇이 장거리 트럭운전 기사, 농장근로자, 물류창고 근로자, 성매매업 종사자 등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 오랜 기간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교육·법률·의료 서비스 등 전문가의 지적 노동에도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측한다. 변호사의 예를 보자. 법에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사업체 간에 간단한 계약을 할 때는 변호사의 도움이 거의 필요하지 않거나 아예 없어도 되는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화에 따라 취업업종의 변화나 그 규모가 작든 크든 노동시장에 변화가 발생할 것은 불가피하다.하긴 과학기술이 일자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두려움은 항상 존재했다. 일찍이 케인스는 기술 발전에 의한 실업에 대해 인간이 노동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는 것보다 노동을 절약하는 법을 더 빨리 찾아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의 특징은 산업 분야와 직종의 구분 없이 모든 노동의 본질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다는 것이다. 어떤 자동화 기술이 노동을 대신하게 될지 그 범위를 알 수 없는 데서 불확실성이 크다. 과연 우리의 삶은 해피엔딩일까? 기술 발달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는 새로운 직업을 찾게 되고, 기술이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인데 걱정이다.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인가.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변화되는 업무 프로파일에 맞춰 취업자의 지속적 직업 훈련이 작동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을 직업훈련 시스템 내에 도입해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인더스트리 4.0을 실현하기 위한 열쇠가 되는 것은 ‘인재 양성 지원’이고 이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아카데미큐브’나 ‘소프트웨어캠퍼스’ 등이 있다. 아카데미큐브는 인재의 매칭과 훈련을 위한 종합지원 사이트다. 주로 컴퓨터과학이나 IT,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구인 매칭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구직자에게 일부 부족한 지식을 보충하기 위해 e러닝에 의한 교육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캠퍼스는 산학연계의 고도 인재육성 프로그램이다. 컴퓨터과학이나 IT, 엔지니어링 분야의 특히 우수한 석박사 과정의 학생을 대상으로 미래 임원 후보나 기업가 등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대학의 교원, 연구기관의 연구원 외에 이미 실무에서 활약하는 IT 기업의 간부 등이 멘토가 되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 온디맨드 경제와 노동의 본질 물론 위의 주장과 상반된 이론이 있다. 기술이 일자리를 앗아간다는 이론은 지난 250년 동안 꾸준히 제기됐지만 지금까지는 맞지 않았다. 러다이트 운동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 인류의 일자리 문제는 기우에 그쳤다. 그런 점에서 기술 낙관론자는 과거에 비춰 왜 이번은 다른가에 의문을 표시한다. 그들은 기술혁신이 파괴적일 수는 있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부를 창출해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를 증대시켜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여전히 믿고 있다.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증상을 설명하면 환자의 위치와 교통 상황을 고려해 의사를 보내주는 ‘메디캐스트’를 아는가? 온라인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유사한 상품까지 가져와 마케팅을 펼치는 배달원은 또 어떤가? 레디밀을 넘어 레디투쿡을 통해 고급 레스토랑급 요리를 선사하는 블루 에이프런, 선물 받는 사람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스마트박스까지, 이제 좀 더 간편하고 정확하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차량을 소유한 개인과 차량이 필요한 개인을 스마트폰 앱 하나로 연결한 우버는 미국에서 혁신적인 모델로 꼽힌다. 이를 두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수요 공급의 법칙, 시장의 기능이 가장 충실히 구현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결정판’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온디맨드(On-Demand) 경제란 모바일 기술과 IT 인프라를 통해 소비자의 수요에 즉각적으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온디맨드 경제는 일과 사람과의 관계, 노동을 포함한 사회적 구조와 사람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여기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휴먼 클라우드’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고용주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직의 활동은 구체적 업무와 개별적 프로젝트로 나뉘어져 세계 곳곳의 잠재 노동자가 등록된 가상의 클라우드에 업로드 된다. 즉 휴먼 클라우드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정의에 등장하는 정보를 사람으로 치환한 것이다. 가상의 공간에 노동력 정보를 저장하고 고객이 업무 성격에 따라 필요한 인재를 일시적으로 채용하는 식이다. 언뜻 보면 인력시장이나 구인구직 사이트와 흡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피고용인들이 특정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누구든지 적합한 능력만 갖고 있다면 세계 어디에서나 시간의 제약 없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휴먼 클라우드로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단순하게는 온라인상의 전화번호부 검색, 스프레드시트에 정보 입력 등 단순한 것에서부터 단기 컨설팅 프로젝트 참여, 프로그래밍 코드 입력 등 높은 수준의 업무 능력이 필요한 것까지 매우 다양하다.이 경우 노동자는 더 이상 전통적 의미의 피고용자가 아니다. 특정 업무만을 수행하는 독립형 노동자가 된다. 휴먼 클라우드 플랫폼은 노동자를 자영업자로 분류하기 때문에 기업은 최저임금제와 고용에 따른 각종 세금에서 자유롭다. 이를 두고 두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의 견해는 휴먼 클라우드는 인터넷 연결만 가능하다면 누구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전문 인력의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롭고 유연한 직업 혁명의 시초란 것이다. 다른 시각은 규제가 없는 가상의 노동착취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바닥을 향한 경주의 시작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거리를 전전하며 노동권리도, 단체 교섭권도, 고용안정도 없는 문제가 생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노동력과 진화하는 노동의 본질에 걸맞은 새로운 형식의 사회계약과 근로계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노동시장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고 노동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휴먼 클라우드가 노동력 착취로 이어지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 ━ 미래에도 유효할 모라베크 역설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게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 쉽다는 역설이 있다. 미국의 로봇 공학자인 한스 모라베크가 만들어 ‘모라베크 역설(Moravec’s Paradox)’이라고 하는데, 주로 인공지능과 관련해서 언급된다. 사람이 배우기 어려운 체스나 바둑은 인공지능이 따라 할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걷거나 뛰는 활동은 구현하기 어렵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관계자는 로봇 팔이 바둑판에 바둑알을 얌전하게 내려놓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답한 바 있다.모라베크 역설은 진화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다. 컴퓨터는 천문학적 단위의 수와 복잡한 수식 등 계산과 추론 능력이 뛰어나지만, 인간이 무의식중에 하는 걷기, 듣기, 보기, 인식하기 등의 감각 기능과 운동 기능은 시행하기 어렵다. 인간의 이런 기능은 아주 오랜 시간 진화를 통해 발전한 것으로 아직 모든 원리가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계산과 추론 같은 추상적·논리적 사고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등장했으며 원리에 따라 컴퓨터가 시행하도록 만들 수 있다. 감정과 맥락을 읽는 능력 역시 인간에게는 쉽지만, 컴퓨터는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사람의 기분과 감정을 파악하고 농담과 사회적 활동을 하는 행위도 모두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인간의 뇌를 파악하는 뇌과학이나 신경과학 연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하는 것이다.미래에도 모라베크의 역설을 넘어 분명히 인공지능과 차별화되는 일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더구나 노동의 가치는 여전히 신성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휴먼 클라우드가 보편화 됐을 경우 가장 큰 변화는 근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세계 어디에 있든 인터넷만 연결된 곳이라면 업무를 분담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물리적 사무실은 회의와 토론을 위해서만 일시적으로 사용된다거나 여러 기관과 공유해도 무방한 새로운 기능과 의미를 부여받게 될 것이다. 인력을 소싱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어떻게 생겼고 어디에 살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거주 지역이나 교육 수준, 성, 인종 등의 차별 없이 실력으로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능력에 기반해 채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 부족이나 숙련된 이주 노동자들의 실업 공백을 완화시킬 수도 있다. 휴먼 클라우드는 컴퓨터와 개인의 두뇌, 일을 할 수 있는 와이파이 환경만 갖춰져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에 사람이 생산의 주체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유연한 고용시장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최저 임금, 규제 공백 등의 틈을 파고들어 기업에게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기업에 속해 일을 하는 것보다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일과 삶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고 싶어 한다. 미래의 직업이 소수의 사람에게만 조화를 허용해서는 곤란하다. 그러한 방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고 정책의 지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조원경 - 연세대(경제학과)와 미국 미시간주립대(파이낸스 석사) 를 졸업했다. 현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이 있다.

2017.05.2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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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프리타와 최저임금, 그 비루한 현실

전문가 칼럼

자본주의 세태 풍자한 ... 최저임금도 못 받는 저임금 노동자의 체념적 일상 그려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를 처음 들은 대중가요 기성 전문가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한마디로 “이게 무슨 가요야”라는 표정들이었다. 전문가들이 준 점수는 10점 만점에 7.8점이었다. 소설가 박민규가 출연했을 때 문학계도 그랬다. 박민규는 30여 편의 단편을 신춘문예에 지원했지만 예심을 통과한 것은 밖에 없었다. 박민규 소설은 기존 소설의 문법과 달랐다. 문장은 자기 맘대로 끊어졌다 이어졌고, 주제는 안드로메다까지 늘어났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소재도 문법도 대중없었다. 하지만 문학 소비자들은 달랐다. 2003년 발간된 두권의 소설 과 에 열광했다. 그제야 신춘문예에서 낙마한 작품들이 다시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소설가 이외수는 “대한민국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인 사건 하나를 지목하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박민규라는 작가의 출현을 지목하겠다”고 말했다. ━ 왜 ‘나’는 프리타가 됐나 박민규의 소설집 는 대중에게 인기몰이를 시작한 2003년 여름부터 2005년 봄까지 각종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 10편을 수록했다. 10편을 고른 것은 추앙하는 지미 핸드릭스가 데뷔 앨범에 10곡을 담았던 것을 흉내 낸 것이라고 한다.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 는 출퇴근 지하철에서 승객들을 열차 안으로 미는 푸시맨 아르바트생의 이야기다. 애초엔 2004년 가을호에 실렸다.‘나’는 상고 졸업반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오후엔 주유소에서, 밤에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나의 편의점 알바일을 주선해주는 형이 있는 데 일명 ‘코치’형이다. 코치형이 이번에 주선해 준 일은 ‘푸시맨’이다. 시간당 3000원짜리 고급일이다. 이제 하루에 3개의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버지는 시간당 3500원짜리 일을 하시고, 어머니는 청소일을 한다. 할머니는 아프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요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푸시맨 일이 어느정도 손에 익었었던 8월의 어느날, 열차에서 튕겨나온 아버지를 만난다. 아버지를 열차에 억지로 쑤셔넣고 나서 나는 왠지 모를 허무감에 빠졌다. 여름방학이 끝났지만 다시 푸시맨을 해야 했다. 어머니가 쓰러졌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회사는 날로 어려워져간다고 했다. 내가 계속해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는 도리가 없다. 겨울 어느날 아버지가 사라진다.고정적인 직업 없이 2~3개의 겹치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사는 사람들을 일본에서는 ‘프리타’라 부른다. 프리타는 ‘프리 아르바이타(free arbeiter)’를 줄인 일본식 영어 합성어다. 원래 프리타는 새로운 문화현상이었다. 일본 경제가 한창 좋던 1980년대 말, 기업에 종신고용돼 평생토록 일하기보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서 남는 시간에는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청년들을 칭했다. 하지만 1990년대 시작된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의미가 바뀌었다. 정규직 일자리를 잡기 힘들어지면서 아르바이트의 의미가 달라진 것이다.‘나’는 전형적인 프리타다. 아침에는 푸시맨, 오후에는 주유소, 밤에는 편의점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번다. 푸시맨은 시간당 3000원, 주유소는 1500원, 편의점은 1000원을 받는다. 코치형에게 사준 250원짜리 카프리썬은 편의점 알바 인생의 25분이다. 콜라와 오예쓰를 사느라 쓴 1500원은 푸시맨 인생의 30분에 해당한다. 나는 편의점에서 받는 1000원은 적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1시간에 1000원어치보다는 일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사장은 말한다. “그러면서 세상을 배우는 게야.”편의점 일이 ‘열정페이’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있다.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이란 노동자에게 주어야하는 최소한의 법적 임금을 말한다. 근로자가 1명 이상인 모든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면 모두 적용된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따지지 않는다. 최저임금제는 1988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는 최저임금제 실시 근거가 있다. 하지만 당시 한국 경제가 최저임금제를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계속 미뤄졌다. 70년대 중반 지나친 저임금은 사회문제로 비화됐다. 정부는 행정지도에 나섰지만 저임금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저임금을 해소하고 노동자에 대해 일정수준 이상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주기 위해 법적 장치를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86년 최저임금법이 제정공포됐다. 최저임금제는 헌법에 의해 보장받고 있다. 87년 개정된 헌법 제32조1항을 보면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최저임금제를 최초로 도입한 나라는 뉴질랜드다. 1894년의 일이다. 미국은 대공황 때던 1938년 도입했다. 독일은 금융위기 때던 2009년 도입했다. 금융위기 전까지 독일은 굳이 최저 임금이 필요없는 나라였다. ━ 최저임금제, 다양한 사회적 목표 달성에 기여 전통 경제학은 최저임금제를 좋아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제가 오히려 실업을 불러와 노동자 간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반론을 편다. 경제학적으로 보자면 최저임금제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주는 제도다. 실제보다 높은 임금을 주니 노동자들은 서로 일을 하려한다. 반면 비용부담이 커진 기업은 고용을 꺼린다. 노동공급은 늘어나는데 노동 수요는 감소하니 노동은 초과공급 상태가 된다. 기업이 초과 공급된 노동자를 해고하면 비자발적 실업이 늘어난다. 실업이 장기화되면 일하는 노동자와 일하지 않는 노동자 간 소득격차가 크게 확대된다.기술과 경험, 노하우가 풍부한 숙련노동자는 충분한 보상을 받기 때문에 최저임금제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 문제는 비숙련노동자의 경우다. 단순반복업무를 하는 비숙련 노동자의 노동은 가격에 민감하다. 때문에 최저임금제로 임금이 높아지면 자신은 잘리고 금세 다른 사람으로 대치될 수 있다.하지만 최저임금제에 대한 우려는 경제학 교과서의 이론일 뿐이고, 현실은 좀 달라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용전망 2015’를 보면 “최저임금은 분배와 빈곤에 미치는 영향 외에도 공정한 임금보장, 노동자 착취예방, 세입 증대 등 다양한 사회적 목표 달성에 기여했다”며 “합리적인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19대 대선에 나온 대선후보들이 저마다 시급 1만원 최저임금 공약을 내건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7년 4월 최저임금은 6470원이다.다시 소설로 돌아가 보자. 화자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2004년의 최저임금은 얼마였을까. 최저임금위원회 자료를 찾아보니 2004년 8월까지는 2510원, 9월부터는 2840원이 적용됐다. 시간당 1500원을 주던 주유소와 1000원을 주던 편의점은 최저임금제를 위반했다. 최저임금을 위반한 사용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문다.돈을 주지 않으려는 편의점주와 나는 몸싸움을 벌인다. 편의점주는 급기야 나를 고발하겠단다. 이때 나선 사람이 코치형이다. 코치형이 작은 목소리로 얘기하니 편의점주는 군소리 없이 돈을 던져준다. 청년들의 열정페이를 당연시하던 편의점주가 왜 순순히 밀린 임금을 내놨을까. 혹시 코치형이 편의점주에게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고지한 것은 아닐까. 작가 박민규에게 물어보면 왠지 이렇게 답할 것 같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2017.05.1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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