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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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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함은 ‘오프로드’로, 속도는 ‘서킷’으로…제네시스가 美서 내놓은 해답

자동차

제네시스 브랜드(이하 제네시스)가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에서 ‘미래 전동화 전략’과 ‘모터스포츠 비전’을 동시에 공개했다. 제네시스는 15일(현지시간) 브랜드 복합문화공간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에서 전동화 오프로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엑스 그란 이퀘이터 콘셉트’와 하이퍼카 ‘GMR-001’ 실차 디자인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럭셔리 SUV의 끝판왕 ‘엑스 그란 이퀘이터 콘셉트’이번에 공개된 ‘엑스 그란 이퀘이터 콘셉트’는 제네시스의 전동화 라인업 확대를 예고하는 럭셔리 오프로더 SUV 콘셉트다. 정제된 디자인과 험로 주행 성능을 겸비한 것이 특징이다. 디자인은 제네시스의 철학인 ‘역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을 기반으로, 세련된 캐빈과 C-필러, 분할형 테일게이트 등을 통해 차별화된 SUV 실루엣을 구현했다.실내는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구조로 설계됐다. 빈티지 카메라의 다이얼을 연상시키는 원형 디스플레이와 회전식 좌석, 모듈형 수납 공간 등이 오프로드 주행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루프랙, 비드락 휠, 휠 클래딩 등 아웃도어 기능도 강화됐다.루크 동커볼케 제네시스 최고 디자인책임자(CDO)는 “엑스 그란 이퀘이터 콘셉트는 우아함과 강인함, 편안함과 탐험정신이 공존하는 SUV”라며 “오프로드 성능과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럭셔리가 적절한 조화를 이뤄 실제 오프로드 주행 시 아름다운 자연과 마주하는 여정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전 무대 향한 ‘GMR-001 하이퍼카’ 제네시스는 이날 모터스포츠 전용 하이퍼카 ‘GMR-001’의 실차 디자인 모델도 처음 공개했다. 앞서 제네시스는 지난해 12월 두바이에서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출범과 함께 1:2 스케일 모델을 선보인 바 있는데, 이번 실차 공개로 내구 레이스 실전에 한 발 더 다가선 행보다.‘GMR-001’은 제네시스의 두 줄 디자인을 전면부터 측면까지 일관되게 적용했고, 아치형의 파라볼릭 라인과 공기역학적 구조, 고성능 냉각 시스템으로 설계됐다. 여기에 한국적 미학을 담은 리버리(도색)도 처음 공개됐다. 밝은 오렌지에서 짙은 붉은색으로 이어지는 도색은 속도감을 상징하며, 차량 측면에 강조된 한글 ‘마그마’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루크 동커볼케 CDO는 “GMR-001 하이퍼카는 레이싱카로서의 성능과 효율은 살리면서도 제네시스의 DNA를 놓치지 않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며 “모든 디자인 요소에 고성능 차량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제네시스의 의지와 한국적 정체성을 반영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GMR-001 하이퍼카는 오는 2026년 ‘월드 인듀어런스 챔피언십’(WEC)을 시작으로, 2027년에는 북미 ‘웨더텍 스포츠카 챔피언십’(WTSCC) 등 글로벌 내구 레이스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날 함께 공개된 전용 레이싱 슈트도 제네시스의 고유 디자인인 지-매트릭스(G-Matrix) 패턴을 반영해 브랜드 일체감을 높였다.현대모터스포츠 법인장이자 마그마 레이싱 총감독인 시릴 아비테불은 “GMR-001과 슈트 공개는 제네시스 모터스포츠 도약의 전환점”이라며 “브랜드의 정체성과 레이싱 헤리티지를 동시에 쌓아가겠다”고 밝혔다.한편, 제네시스는 오는 18일부터 열리는 ‘2025 뉴욕 국제 오토쇼’(New York International Auto Show)’에 참가해 이번에 공개된 콘셉트카와 하이퍼카 실차 모델을 포함한 주요 차량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2025.04.16 19:00

3분 소요
LG이노텍, 구미 사업장에 추가 6000억 투자...고부가 카메라 모듈 생산 기지로 활용

산업 일반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 및 플립칩 볼 그리드 어레이(FC-BGA) 양산라인 확대를 위해 경북 구미 사업장에 6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LG이노텍은 경북 및 구미시와 60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투자는 4월부터 2026년 12월까지다. 구미 사업장의 신규 설비투자 등에 활용해 FC-BGA 양산라인을 확대하고 고부가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기로 했다. 2022년 LG이노텍은 이미 구미시와 투자 협약을 체결하고 1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투자로 LG이노텍은 연면적 23만㎡에 달하는 구미 4공장을 인수했다. 이후 신사업인 FC-BGA의 생산 거점으로 활용 중인 ‘드림 팩토리’(Dream Factory)를 새롭게 구축했다. 또한 모바일용 카메라 모듈 생산라인도 확대했다.LG이노텍은 ‘드림 팩토리’를 AI∙로봇∙디지털 트윈 등 최신 IT 기술이 접목된 최첨단 스마트 팩토리로 구축했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빅테크 고객에 공급하는 PC용 FC-BGA 양산에 본격 돌입했다. 올해부터 FC-BGA 추가 고객 발굴을 하고 유리기판(Glass Core) 등 차세대 기판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LG이노텍은 2022년 조 단위 투자에 이어 6000억원의 추가 투자를 통해 카메라 모듈 글로벌 1위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계획이다. 또한 광학솔루션사업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부가 카메라 모듈은 구미 공장으로 생산라인을 옮기게 된다. 기존 레거시(Legacy) 모델용 제품은 베트남 공장에서 계속 생산하게 된다.특히 이번 LG이노텍의 투자로 구미 지역에 대규모 신규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번 LG이노텍의 추가 투자는 구미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구미시는 LG이노텍과 지역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구미는 LG이노텍 핵심사업의 기반이 되는 전략적 요충지인 만큼, 구미 지역사회와 협력회사들이 동반 성장하며 최고의 고객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투자를 지속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5.03.25 21:04

2분 소요
LG이노텍, 구미 사업장에 6,000억 추가 투자

산업 일반

경북도와 구미시는 25일 구미시청에서 LG이노텍과 6,000억 원 규모의 MOU를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 김장호 구미시장, 문혁수 LG이노텍 대표과 관계자들이 참석했다.이번 협약을 통해 LG이노텍은 구미 사업장에서 반도체 기판의 일종인 FC-BGA(플립칩 볼 그리드 어레이) 양산라인을 확대하고, 고부가가치 카메라 모듈 생산을 위한 신규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LG이노텍은 2022년에도 구미시와 총 1조 4,000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지금의 구미4공장을 새로 인수해 FC-BGA 사업과 모바일용 카메라 모듈 생산설비를 확대했다. 특히, 구미 사업장은 AI, 딥러닝, 로봇, 디지털 트윈 등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팩토리로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에 납품하는 PC용 FC-BGA의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했다. 이번 추가 투자를 통해 LG이노텍은 FC-BGA 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아울러 LG이노텍은 올해부터 유리기판(Glass Core) 등 차세대 기판 기술 내재화에도 속도를 내며, FC-BGA사업을 조 단위 사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또한, 주력 사업인 카메라 모듈 사업의 경우 범용 제품은 원가 경쟁력이 높은 베트남 공장에서, 고부가 부품은 구미사업장에서 생산하는 이원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중앙과 지방정부는 기업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 지원하는 서비스 기관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경북도 역시 기업 중심의 정책을 펼쳐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 성장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03.25 19:28

1분 소요
작년 연평균 기온 사상 처음 14도 넘어…‘14.5도 신기록’

ESG

2024년은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이 사상 처음 14도를 돌파하면서 ‘압도적으로 뜨거웠던 해’로 기록됐다.1일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작년 평균기온은 14.5도로 2023년 13.7도에 이어 2년 연속 ‘1973년 이후 연평균 최고 기온’ 신기록을 썼다. 1973년은 기상관측망이 대폭 확충돼 각종 기상기록 기준이 되는 연도다.2024년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한 해 평균기온이 14도를 넘었다. 작년 평균기온은 평년(1991∼2020년 평균) 연평균 기온(12.5±0.2도)을 2도나 웃돌았다.지난해 일 최저기온과 일 최고기온 연평균 값도 역대 1위를 찍었다. 작년 평균 최저기온은 9.9도로 10도에 육박했다. 평균 최고기온은 19.7도에 달했다. 최저기온과 최고기온도 신기록을 경신했다.작년 열두 달 중 평균기온이 평년기온보다 낮은 달은 단 한 달도 없었다. 특히 늦더위가 이어진 9월은 평균기온(24.7도)이 평년기온(20.5도)보다 4.2도나 높았다. 그나마 예년 기온에 근접했던 5월도 평균기온(17.7도)이 평년기온(17.3도) 보다 0.4도 높았다.지난해 더위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꼽힌다.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 순위 상위 10위 중 1998년(5위)과 1990년(10위)을 제외하고 모두 2000년 이후인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2020년부터 작년까지 5년은 역사상 제일 뜨거웠던 5년이라고 평가된다. 연평균 기온이 역대 1위인 2024년과 2023년(2위), 2021년(4위), 2020년(7위) 등 4개년이 10위권에 들 정도로 기온이 높았고 그 중 가장 시원했던 2022년도 연평균 기온 순위가 11위로 나타났다.지난해는 지구 전체가 뜨거운 해였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에 따르면 작년 1∼11월 평균 지구 표면 기온이 1991∼2020년 평균보다 0.72도 높았다. 연구소는 작년 지구 기온이 사상 처음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아 역대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 확실하다고 관측했다.

2025.01.01 13:51

2분 소요
아이폰 17 프로, 후면 카메라 디자인 바꾼다...유저 반응은 '싸늘'

IT 일반

내년 가을 출시 예정인 애플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아이폰17 프로'의 후면 카메라 디자인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IT매체 맥루머스는 중국 웨이보 팁스터 디지털챗스테이션(Digital Chat Station)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면서 아이폰17 프로의 렌더링 이미지를 공개했다.공개된 이미지를 보면 카메라 모듈은 상단에 위치하며 길쭉한 타원형이다. 아이폰17 시리즈는 구글 픽셀과 유사한 후면 카메라 디자인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이날 애플 공급망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아이폰 17 프로용 프레임 사진에서도 후면에 직사각형 카메라 컷아웃을 확인할 수 있다. 추후 같은 디자인으로 채택될 지는 미지수지만, 변경된다 하더라도 카메라 성능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한편 해당 디자인을 두고 누리꾼들은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변화를 바라긴 했는데 더 못생지면 어쩌냐, 시대를 역행하는 디자인이다"라는 부정적 반응과 "당장은 별로지만 악세서리를 사용하기에는 좋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2024.12.13 17:22

1분 소요
제네시스,  GV70 부분 변경 디자인 공개...내년 1분기 판매

자동차

제네시스 브랜드(이하 제네시스)가 2일 ‘GV7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이하 GV70 전동화 모델)의 내·외장 디자인을 공개했다.지난 2022년 3월 국내에 처음 출시된 GV70 전동화 모델은 G80 전동화 모델, GV60에 이은 제네시스의 세번째 전기차다. 이날 공개된 제네시스 GV70은 브랜드 디자인 철학인 ‘역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 아래 정교한 디테일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GV70 전면부는 새로운 형상의 크레스트 그릴과 더불어 와이드한 느낌을 주는 범퍼 디자인, 정제된 인테이크 그릴 패턴을 바탕으로 전동화 SUV만의 세련된 감성을 구현했다.아울러 제네시스의 상징인 두 줄 헤드램프에는 마이크로 렌즈 어레이(MLA) 기술을 적용해 첨단 기술과 우아한 디자인의 조화를 완성했다.측면부는 무광 다크 그레이 색상의 20인치 신규 휠을 추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19인치 휠의 색상을 변경해 강인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선사한다는 평이다.후면부는 방향지시등 위치를 범퍼에서 리어 콤비램프로 올려 시인성을 높이고 두 줄 디자인을 적용해 전·후면 통일성을 확보했다. 또한 리어 스포일러에 위치한 보조제동등(HMSL)의 형상을 직선화하고 보조제동등 아랫부분에 디지털 센터 미러(DCM)와 빌트인캠 기능의 두 카메라를 통합한 모듈을 적용했다.신규 외장 색상인 세레스 블루(유·무광)를 추가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다.GV70 전동화 모델의 실내는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인 한국적인 ‘여백의 미’와 타원형 요소 중심의 인테리어 테마를 계승했다. 제네시스는 GV70 전동화 모델에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하나로 합친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 터치 타입 공조 조작계를 탑재해 첨단 이미지 느낌을 강조했다.부착된 원톤 색상의 새로운 스티어링 휠에는 제네시스 신규 엠블럼이 적용됐다.이외에도 뱅앤올룹슨(Bang & Olufsen)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해 최고 수준의 사운드를 제공하며 스피커 커버를 리얼 알루미늄으로 마감해 내장 디자인 디테일도 더욱 높였다.GV70 전동화 모델은 새롭게 적용된 전기차 전용 내장 색상인 ‘아이시 블루·글레이셔 화이트 투톤’을 포함해 총 3가지의 내장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제네시스는 2025년 1분기 중 GV70 전동화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상세 가격과 사양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2024.12.02 09:51

2분 소요
잡기 힘든 ‘반도체 기판’ 원자재 불량…LG이노텍, AI로 난제 해결

테크

LG이노텍이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재의 불량을 잡아낼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 개발해 현장에 적용했다. 반도체 기판 원자재 불량을 AI로 검수하는 기술이 현장에 적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LG이노텍은 원자재 입고 시점에 불량 여부를 판독하는 AI 검사 기술을 개발했다고 9월 25일 밝혔다. 불량 원자재 투입을 사전에 걸러내는 ‘원자재 입고 검사 AI’는 현재 LG이노텍 제조 현장에 접목된 상태다.LG이노텍 측은 “소재 정보·AI 영상처리 기술을 융합해 ‘원자재 입고 검사 AI’의 개발에 성공했다”며 “고부가 반도체 기판 제품의 품질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회사는 이 기술을 ‘무선주파수시스템인패키지’(RF-SiP) 공정에 도입했다. 최근에는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공정에도 확대 적용했다.그간 반도체 기판 원자재 불량은 공정 투입 전 육안 검수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불확실성이 높은 데다 담당자의 역량에 따라 원자재 검수 정도가 달라지는 구조다. 이는 반도체 기판 제품의 고사양화되면서 품질 신뢰성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공정에 기인한 불량 원인을 모두 개선해도, 신뢰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때문이다.반도체 기판을 구성하는 핵심 원자재(PPG·ABF·CCL 등)는 유리섬유·무기 혼합물 등이 혼합된 형태로 입고된다. 기존에는 원자재 혼합 과정에서 공극(空隙·입자 사이 틈)이나 이물질 등이 생겨도 제품 성능 구현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회로 간격 축소 등 기판 제품 사향이 고도화되면서, 공극의 크기나 이물질 양에 따라 불량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기존 맨눈 검사 방식으로는 원자재의 어떤 부분이 불량 요인인지 파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뜻이다. 쿠키를 구울 때 반죽의 기포는 물론 소금·설탕의 분포 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것과 비슷하다.LG이노텍은 업계 난제로 떠오른 ‘원자재 불량 검수’를 해결하기 위해 AI 기술에 주목했다. ‘원자재 입고 검사 AI’는 양품에 적합∙부적합한 소재 구성을 형상화한 데이터 수만 장을 학습했다.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 기판 원자재의 구성 요소 및 불량 영역 등을 1분 만에 정확도 90% 이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원자재 로트(Lot∙생산공정에 투입되는 동일한 특성의 원자재 단위) 단위를 품질 편차를 시각화해 보여주기도 한다.LG이노텍은 이를 통해 불량 원자재가 공정에 투입되는 일을 원천 차단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AI 머신 러닝을 통해 양품에 최적화된 소재 구성을 시각∙정량∙표준화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AI가 시각화해 보여주는 품질 편차 정보를 기반으로 소재 설계를 변경, 공정 투입 전 원자재 로트의 품질을 양품에 적합한 수준으로 균일하게 만드는 일도 가능해졌다.LG이노텍 관계자는 “‘원자재 입고 검사 AI’ 도입으로 불량 원인 분석을 위해 소요되던 시간이 기존 대비 최대 90% 줄었고, 불량 원인 해결을 위해 추가 투입되던 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LG이노텍은 기판 분야 고객사 및 협력사와 함께 원자재 관련 데이터를 상호 공유하는 ‘디지털 파트너십’을 구축한 상태다. 이를 기반으로 원자재 입고 검사 AI의 판독 기능을 지속 고도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카메라 모듈 등 이미지 기반으로 원자재 불량 검출이 가능한 광학솔루션 제품군에도 ‘원자재 입고 검사 AI’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노승원 LG이노텍 전무(CTO)는 “이번 ‘원자재 입고 검사 AI’ 도입을 계기로 제품의 다양한 불량 원인을 사전에 파악하여 차별적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LG이노텍만의 독보적인 AI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최고 품질의 제품을 최소의 비용으로, 최단 시간에 생산할 수 있는 디지털 생산 혁신을 지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4.09.25 18:44

3분 소요
지역에서 20년 생존한 비결은 ’기술력’과 ‘신뢰’ [이코노 인터뷰]

CEO

지난해 매출은 230억원 정도. 50여 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는 대전에 본사를 둔 이 기업은 2005년 창업 이후 20여 년 동안 투자 한번 받지 않아도 꾸준하게 성장했다. 특히 일반 기업이 뚫기 어렵다는 방산 분야에서 매출의 70% 정도를 올릴 정도로 이 기업은 ‘강소기업’으로 꼽힌다. 통신과 방산을 두 축으로 하는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이지만 대표와 기업의 실력을 알기에 투자를 받으라는 요청을 수도 없이 받았다. 그런 그가 얼마 전 40억원 정도의 투자를 처음으로 받았다고 한다. “빠른 성장에 대비하려면 인력과 기술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올해 100억원 규모의 두 번째 투자를 유치하려고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의 이력도 재미있다. 포스텍(포항공대) 3기로 전자전기 전공으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그가 20년 넘게 활동하고 있는 지역은 포항이나 서울이 아닌 대전이다. 대전 본사에서 만난 서원기 넥스윌(nextwill)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국방과학연구소 등 대전에 연구소가 많고 기술 관련 협업을 하기가 좋아서 여기에 뿌리를 내렸다”면서 웃었다. 박사 학위를 마치고 2000년 서울에 있는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기업에서 일한 시기는 1년도 채 안 된다. “대전 벤처기업에서 디지털방송 장비 개발 및 정부 프로젝트를 한번 맡아보면 어떠냐”는 지인의 제안에 대전에 내려와서 일하면서 대전과 인연을 맺었고, 창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매출 70~80% 방산 분야에서 기록서 대표는 2005년 넥스윌을 창업한 후 인터뷰나 언론 홍보를 전혀 하지 않았다. 기업 간 거래(B2B)·기업과 정부 간 거래(B2G) 기업이라는 특성도 있었지만, 기술 개발 외에는 외부 활동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넥스윌이 아는 사람은 잘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전혀 모르는 기업인 이유다. 넥스윌의 두 축은 방산과 통신이다. 특히 방산 분야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외부에 잘 나타나지 않는다. 넥스윌은 방산 분야에서 광대역 디지털 무선 기술을 기반으로 전자전 및 레이더 송수신 기술을 주력으로 하고 있고, 통신 분야에서는 5G 중계기 및 네트워크 장비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서 대표는 “매출의 70~80%가 방산 쪽에서 나오는데 우리는 방산 대기업과 일하는 티어원(Tier 1)이다”고 설명했다. 광대역 디지털 수신기 기술을 기반으로 천궁II·KFX21 등의 AESA 레이더 송수신 모듈 개발 및 양산을 하고 있으며, VIP 경호 차량 및 무인기에 들어가는 디지털재머(전파방해장치) 관련 핵심기술도 국방과학연구소 등과 함께 개발하고 있다. 서 대표는 “전투기에 장착해 레이더의 위협 신호를 탐지하고 분석하는 광대역 디지털수신판과 군 항공정찰기용 디지털 수신판 등과 관련한 국가 핵심기술 개발에 참여 및 제품을 개발해 납품하고 있다”면서 “넥스윌의 장점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개발 및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이다. 경쟁사는 부품 하나, 솔루션 하나 이렇게 개발하지만 우리는 솔루션부터 하드웨어까지 모두 개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대로 넥스윌의 사업 내용을 보면 조그마한 기기판부터 서버와 같은 크기의 다중대역 채널화 수신장치 등의 모듈까지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고 있다. 넥스윌이 제작한 제품 가격은 낮게는 수백만원대부터 수억원에 이르는 기기까지 다양하다. 서 대표가 요즘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방산 분야의 레이더 기술을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가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은 소형 드론이다. 서 대표는 “뉴스를 통해 드론으로 적을 타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텐데, 앞으로 소형 드론으로 개인정보 및 프라이버스를 침해하는 일들이 많아질 것이다”면서 “주요 관공서에서는 안티드론 시스템 장착이 의무화됐는데, 곧 민간에서도 안티드론 시스템을 원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민간에서 개인정보 및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서 보안용 감시 카메라(CCTV)를 사용했다. 하지만 CCTV로 드론을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드론을 효과적으로 감시하려면 필수적으로 고감도 레이더 기술이 필요하다. 소형 드론 감시가 절실해지는 시기가 곧 올 것이라고 서 대표는 예측한다. 그는 “CCTV의 화질이 아무리 좋아도 공중에서 집이나 기관을 엿보는 드론에 대응하기 어렵다. 공중에 있는 드론을 확인하는 데는 레이더 기술이 꼭 필요한데, 우리는 관련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산 분야의 기술을 민간 시장에서 활용할 방법이 별로 없었는데, 소형 드론이 넥스윌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다. 통신 분야에서 HFR과 SK텔레콤 적용 5G 중계기 등을 함께 개발하여 양산하고 있다. 무선 주파수 기술을 기반으로 했고, 디지털 무선 주파수 기술을 기반으로 고속·광대역 시스템을 구현 및 신호처리 기술이 주력이다. 특히 디지털 무선 주파수(DRF) 기술을 기반으로 광대역 디지털 수신기 및 위상배열 안테나를 이용한 디지털 빔포밍 등의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서 대표는 곧 다가오는 6G 시대 및 오-란(O-RAN·Open Radio Access Network Alliance)을 대비하고 있다. 그는 “통신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게 O-RAN인데, 개방형·지능형 무선 접속망을 개발하기 위한 표준화 플랫폼이다”면서 “통신사는 6G나 O-RAN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우리의 디지털 무선주파수나 중계기 기술을 가지고 있는 넥스윌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넥스윌의 기업부설연구소와 연구개발부문 인력이 전체 인력 중 75%를 차지하고, 연구개발 인력의 35% 정도가 석·박사 학위를 고 있을 정도로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 대표는 “경쟁사 대비해서 석·박사 비중이 우리가 높다”며 웃었다. 2년 내 상장 도전 20여 년 동안 소리소문 없이 성장하고 있지만, 그를 아는 이들은 여전히 “네가 사업을 하게 될지 상상도 못 했다”는 말을 하곤 한다. 서 대표 역시 “엔지니어였던 내가 넥스윌을 지금까지 운영할지는 전혀 몰랐다”면서 “뒤돌아 생각해 보면 여기까지 온 것은 ‘신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넥스윌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 그는 무조건 마무리해서 약속을 지킨다. 손해가 나도 마찬가지다. 넥스윌에 맡긴 프로젝트는 어떤 상황이 와도 마무리를 해주면 3~4년 후에 프로젝트를 맡긴 기업이나 그 기업의 소개를 받았다면서 연락해 오기 마련이다. “우리가 홍보나 영업 없이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기술력과 약속을 지키는 신뢰 덕분이다”라며 웃었다. 서 대표의 올해 목표는 매출 300억원이다. 2년 후 상장하는 게 그의 장기 목표다. 그는 “투자를 받은 이유는 인력 충원과 새로운 기술 개발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넥스윌은 이번 투자 유치로 시즌 2를 시작하게 됐다. 신성장동력을 만들어서 상장까지 가는 게 나의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2024.08.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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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 이끌고 노력이 정상으로 밀어올렸다…원용기 명장 [대한민국 명장]②

산업 일반

그들은 남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묵묵히 한 자리에서 15년 이상 일했다. 분야도 다양하다. 한복생산부터 제빵·금형·석공예·용접 등 한국 사회가 움직이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지만 흔히 말하는 3D 업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들은 일이 어려워도 편법 대신 원칙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맡은 바를 끝까지 해낸 장인들이다. 그들에게 한국 사회는 '대한민국 명장'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기꺼이 부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창간 40주년을 맞이해 꽃보다 아름다운 명장의 인생사를 담은 '대한민국 명장' 시리즈를 시작한다. 대한민국 명장은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38개 분야 92개 직종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기술을 보유한 이들 중에서 중에서 대통령 명의로 선정된 기능인을 말한다. 지금까지 699명이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됐다. <편집자주> 어떤 형태로도 변형할 수 있고 녹슬지 않는다. 또 썩지 않는데 값도 저렴하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찬사를 받았던 플라스틱이 이제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며 가장 ‘위험한’ 발명품’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그런데도 매년 사용이 줄지 않는 건 그만큼 플라스틱이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이다.“플라스틱은 필요악(必要惡)입니다.” 원용기 사출금형 명장(비즈엔몰드 대표)은 이렇게 말한다. 잘 활용하면 인류를 풍요롭게 하는 좋은 기술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환경오염의 주범이 될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라는 뜻이다. 원 명장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또 그 말의 무게가 가볍지 않은 것은 그만큼 플라스틱에 대한 이해가 남다르기 때문이다.그는 2011년 대한민국 사출금형 명장에 이름을 올렸다. 사출금형이란 플라스틱을 녹여서 뽑아내는 것을 말한다. 정교하게 만든 틀에 액체로 녹인 플라스틱을 주사액처럼 밀어 넣으면 굳어진 플라스틱이 틀 모양대로 떨어져 나온다. 이를 사출금형이라고 한다. 설명은 간단하지만 원료의 배합·압력의 세기·금형의 섬세함 등 세밀하고 정교한 작업을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어야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대한민국 명장은 산업현장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 기술을 보유한 기술자를 말한다. 원 명장은 국내 최고 사출금형 기술자라는 뜻이다. 당시 나이 38세, 역대 최연소였다. 원 명장을 인천 서구 가좌동에 있는 비즈엔몰드 공장 사무실에서 만났다. "돈은 없지만 재능을 40년 기부하겠습니다"17년 6개월. 그가 사출금형 부문 명장으로 도전할 때 쌓은 경력이었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과연 이것만으로 명장이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엔지니어를 시작할 때부터 명장 제도가 무엇인지는 알았어요, 하지만 (명장으로 선정될 때까지도)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죠.” 그는 명장으로 도전하면서도 명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만큼 젊은 사람이 명장이 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도전했다. 떨어지면 다시 준비하면 된다고 자신을 독려했다.“보통 일 년에 35명가량 명장을 선발합니다. 분야마다 한 사람씩 뽑죠. 하지만 매년 모든 분야에서 명장이 뽑히는 것은 아니에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심사위원이 보기에 실력이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선발하지 않기도 합니다. 제 기억에 당시(2011년) 선발된 명장은 9명이었습니다.”대한민국 명장은 서류 전형·기능심사·인터뷰를 거쳐 선발한다. “그때는 서류전형에 내는 서류 양에 제한이 없었습니다.” 원 명장은 자신의 경험·실적·특허 등 다양한 자료를 정리해서 책처럼 만들어 제출했다고 했다. 자격증을 인정받으려면 복사본 한 장을 내면 되는데, 그렇게 정리한 자료가 300페이지 이상이었다고 했다. 서류를 제출하러 간 날, 서류 검토 작업을 하던 직원이 혼잣말로 “봉사점수 빼곤 다 되네”라고 하는 소릴 들었다고 했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그 한마디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2007년부터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인 국가표준 개발 작업에 참여했다. 매뉴얼을 만들고 학생 모듈 교재도 썼다. 사실상 사출 금형 교과서 만드는 일을 한 셈이다. 대학원에서는 관련 논문도 냈다. 이런 작업이 서류 심사를 통과하는 데 도움이 됐다.봉사점수는 사실 재능기부를 얼마나 했느냐를 따진다. 기업 컨설팅을 해보고 싶었던 그는 컨설턴트 자격증 땄는데, 이게 명장이 되는 데 도움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개인적으로 공부했지만, 자격증을 가지고 식당·문구점·학원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을 무료로 컨설팅해 줬습니다. 열심히 참여했다고 상도 받았죠. 문득 이런 일들이 떠올라 명장 심사처에 이런 일도 봉사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봉사점수가 채워졌다. 나이가 아니라 기술과 실적을 봐달라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기능 심사를 받았다. 기능심사는 심사위원이 현장에 직접 나와 평가한다. 창업한 지 1년 조금 넘었을 무렵이었다. 회사는 작았고, 장비도 특별하지 않았다. 자신 있는 부분이라면 누구보다 정밀한 작업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밀링·방전·연마… “제가 만들었던 금형들이 다른 데서는 하기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심사위원이 원 명장의 금형 만드는 과정을 보고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이걸 만들어내고 있네요.”그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사출금형의 다양한 분야 숙련공이 될 수 있었던 건 회사의 요구 덕분이었다. 대부분의 엔지니어가 보통 한 분야에서 수십 년은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회사는 그에게 한 분야를 마스터하고 다른 분야에서 일해주길 원했다. 현장 엔지니어·품질 개선 제안·연구소 업무 등 이런 과정을 거쳐 개인 특허와 회사 특허도 냈다.마지막 관문은 인터뷰였다. 산업인력공단을 찾은 그에게 심사위원이 던진 한마디는 “너무 젊은데, 후보자 기술이 우수하고 다른 후보자들보다 낫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습니까”였다. 그는 인터뷰에 대한 것만 질문해 달라고 답했다. “만약 제 실적이 부족했으면 서류에서 떨어졌을 겁니다. 실력에 문제가 있었다면 기능심사에서 탈락했겠죠. 여기까지 왔다는 건 기준을 넘었다는 뜻 아닙니까” 심사위원이 불쾌하게 느꼈을지도 모를 대답이었다. 그는 무슨 생각에서 이런 대답을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말했다.그러자 다음 질문이 날아왔다. “당신이 명장이 된다면,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부유하게 자란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도 공부하고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사람입니다. 보통 60세에 명장이 되시는 분들은 이 일을 20년 정도 하실 겁니다. 저는 두 배는 할 수 있습니다. 돈으로 기부하라고 하면 못하겠지만, 40년 동안 재능을 기부하겠습니다.” 원 명장은 이 대답을 심사위원이 좋게 평가해 준 것 같다고 했다. 밀려 밀려 사출금형을 배웠다“운이 좋았죠.”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그에게는 힘든 시간이었다고 했다. 원 명장이 7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감전 사고로 손가락 3개가 가슴에 붙은 채 타버리기도 했다. 지금은 붙었던 손가락이 떨어졌지만, 원 명장이 보여준 휘어진 손가락에서는 당시 사고의 아픔을 볼 수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인 18살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그럴 수 없었다. 고등학교도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학업을 마쳤다. 그의 담임은 기술을 배워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 기술이 좋은 건 아니었다. 무료라는 한마디가 그를 잡아끌었다. 그렇게 기숙사가 제공되는 인천폴리텍에 입학했다. 기숙사 비용과 등록금은 무료였지만, 식비는 따로 내야 했다. “고등학교 때 주유소에서 같이 일했던 형님이 용돈을 보내주셨어요. ‘우편환’이라는 건데, 그걸 우체국에 가지고 가면 돈으로 바꿔주거든요. 그 덕분에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인연이었다. 아르바이트하며 만난 형님의 도움은 지금도 갚고 있다고 했다. “보험 일을 하고 계시는데, 제 보험과 우리 회사 보험 모두 그 형님께서 맡아주고 계세요.”그렇다고 사출금형에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솔직히 대학에서 공부를 열심히 안 했어요. 거의 꼴등이었죠. 학교를 졸업하다 보니 성적 좋은 친구들이 먼저 나가고, 밀려 밀려서 (사출금형업체에) 취업하게 됐습니다.” 그는 대기업 1차 밴더에서 일을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IMF 사태가 대한민국을 강타하며 실업자가 급증했을 때도 주문이 많아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주던 탄탄한 회사였다. 기술력도 있었다. 삼성전자 캠코더에서 렌즈를 잡아주는 ‘경통’을 만드는 회사였다.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과 경통 금형도 도맡아서 만들었다. 이곳에서 병역특례를 포함해 17년 넘게 일했다. “친정이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든든한 울타리였다고 할까요. 이곳에서 야간 대학원도 가고, 기능장 시험도 배려해 주셨으니까요.”서른다섯에 그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휘청이던 때였다. 1년만 기다려보라는 대표의 만류로 1년을 보냈지만, 더는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사업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젊어서 실패해도 다시 회사에 취업하면 되지만, 더 나이가 들면 사업도 실패 후 복귀도 어려울 것 같았다”고 원 명장은 말했다. “3년만 (사업)해 보고 올게요.” 그렇게 회사를 나왔다. 10년 동안 적자였지만, 자존심 때문에 돌아갈 수 없었다. 직원들과 같은 월급을 받으면서 오히려 회사가 어려우면 외부 활동으로 번 돈을 재투자했다. 그렇게 버틴 결과 지금은 작지만, 강한 기업을 운영하게 됐다고 했다. 비싸다고 좋은 기계가 아니다원 명장이 말하는 그의 비즈엔몰드는 금형 기술을 바탕으로 쌓아 올린 회사다. 이름도 비즈니스와 몰드(금형)을 결합해 지었다. 본인이 사출금형 명장인 만큼 회사에선 금형을 만들고 사출한다. 금형만 만들기도 하고 사출까지 담당하기도 한다. 제품을 직접 만들어주기도 만들어준다. 주문을 받아 진행하는 사업도 있지만 자체적으로 ‘클리킨스’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제품도 만들어 판매한다. 클리킨스란 클리닉과 스킨을 합친 단어로 피부에 관련된 제품이라는 뜻이다. 특수한 일회용 니들, 타투 관련 반영구 니들이 핵심 제품 중 하나다. 회사가 아니라 자사 브랜드를 알리고 싶었다는 그는 “아예 회사 홈페이지 없애고 클리킨스 홈페이지 만들었다”며 “수출을 위해 중국 직원과 영어와 인도네시아어가 유창한 직원을 뽑아 해외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현재 생산하는 제품 가운데선 마이크로 니들테라피 시스템(MTS) 부품이 있다. 0.2㎜ 두께의 바늘 11개가 촘촘히 박힌 피부 마사지 기구의 일종이다. 바늘이 피부를 자극해 재생 물질을 분비하게 만드는 제품인데, 핵심은 머리카락 굵기의 바늘 11개를 수직으로 세울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량생산을 위해선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원 명장은 기술력으로 이를 구현했다. “사출이라고 하면 고온‧고압으로 수지를 채워 넣는 것인데, 압력 가하면 바늘이 기울죠. 이걸 잘 세워야 하는 게 기술인데 제 전공이 또 금형이잖아요.”원 명장에게 값비싼 정밀 기계를 보유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며 “비싸고 새로운 장비라고 해서 반드시 정밀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기계를 설치하고 부족한 부분은 기술력으로 커버한다는 뜻이다.대한민국 명장도 아들은 마음대로 안 되더라월화수목금금금. 엔지니어로 생활하며 쉬는 시간 없이 일주일을 보냈다. 퇴근 후에도 대학원과 연구소로 향했다. 자기 계발을 위해 아내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렇게 대한민국 이달의 엔지니어상을 받았고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됐다. 외부에서 인정을 받으며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육아와 가사 등 현실의 고단함은 아내에게 돌아갔다. 미안했다.그는 “아들이 사출금형을 배우겠다고 했을 때 아내에게 욕을 많이 먹었다”고 말했다. 명장으로 선발된 이후 마이스터고등학교에도 진로지도를 다녔는데, 함께 데려갔던 아들이 기술을 배우겠다고 했다. 초등학교 땐 수학 영재 소리를 들으며 수학 경시대회에서 상도 받았던 아이가 기술을 배우겠다고 했을 때 물론 아내는 반대했다.원 명장은 만약 아들이 ‘엘리트 코스’를 갈 수 있다고 한다면 허락한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엘리트 코스란 고등학교 전국 기능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대기업에 취업하는 길이다. 전국대회에서 입상하면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고, 세계대회에 나가 메달을 따면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시작한 자신이 흙수저 코스로 성공했다면 아들은 조금 더 빠르고 쉬운 길을 갔으면 하고 바랐다. 그만큼 밑바닥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는 걸 몸으로 알았다. 다행일까 아들은 인천기계공고에 수석으로 들어갔다.수학 영재에서 기능 영재 소리를 듣게 됐다. 문제는 아버지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제가 명장인데, 아들이 제 말을 안 들어요. 아들이 만든 제품을 보면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렇게 고쳐보면 좋겠다고 했더니 ‘학교 선배들은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라며 웃었다. 결국 명장의 아들은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지금은 금형‧기계가공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달러를 벌어야 한다아들 진로는 마음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에겐 세 가지 목표가 있다. 첫째는 ‘원용기’라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명장으로 선발된 이후 그는 전라도 광주인력개발원 과정으로 원용기 명장 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제 자랑인데, 그곳에서 배운 학생들이 자격증을 너무 많이 따줬어요. 너무들 열심히 한 거죠.”두 번째는 창업‧보육 센터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창업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창업 지도사 과정도 만들어서 부회장도 했다. 스스로 창업도 해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아이템 컨설팅을 해주기도 했다. 이제는 보육 전문가로 관련 센터를 만들고 운영해 보고 싶다고 했다.세 번째는 재능기부다. 명장으로 선정될 당시 40년간 재능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이제 13년 지났지만, 아직 30년 가까이 남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금형 기술을 배우는 학생들이 기술‧진로 지도를 요청하면 갑니다. 예를 들어 기능올림픽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도면 그리는 방법을 조언해 주거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에 속해 기부하면서 금형 배우는 후배들에게 1년에 한 번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한다. 그는 “많은 돈은 아니지만 명장회에서도 장학금을 주고 있다”고 했다.“네 번째 목표는 달러를 버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제품을 수출해 판로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그 저변엔 달러를 버는 게 ‘애국’이라는 마음도 있지만, 사출금형 분야에서 한국 중소기업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위기의식도 깔려있다. “그동안 기술 후진국으로 평가받았던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에서도 기술이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잘못하면 몇 년 뒤 대한민국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원 명장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다만 “뿌리 기술이 사라지지 않도록 정부에서도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2024.07.2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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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 2Q 영업익 전년 대비 726.2%↑…“고부가 제품 공급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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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이 고부가 제품 공급량을 늘리며 올해 2분기 시장 전망치를 넘어선 실적을 써냈다.LG이노텍은 2024년 2분기에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매출 4조5553억원, 영업이익 151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6%, 영업이익은 726.2% 증가했다.계절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전방 IT 수요가 개선되면서 광학솔루션 및 기판소재사업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수익성 개선 요인으론 고부가 제품 공급 확대와 내부 원가 개선 활동을 꼽았다.박지환 LG이노텍 최고재무책임자(CFO·전무)는 “디지털 제조공정 혁신과 생산 운영 효율화를 지속 추진해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고부가 제품 중심 사업을 강화해 수익 기반 성장을 꾸준히 이어 나갈 것”이라며 “센싱·통신·조명 모듈 등 전장 핵심부품과 FC-BGA와 같은 고부가 반도체 기판을 앞세워 지속 성장을 위한 사업구조 고도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LG이노텍은 올해 2분기 광학솔루션사업에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3조680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통상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고성능 카메라 모듈 공급 확대로 2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기판소재사업에선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한 378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는 15% 증가했다. 회사 측은 “스마트폰 전방 수요가 개선되면서 무선주파수 시스템 인 패키지(RF-SiP) 등 스마트폰용 반도체 기판 공급이 늘어 호실적을 달성했다”고 전했다. RF-SiP는 사물인터넷(IoT) 및 모바일 통신용 기판을 말한다.전장부품사업에선 4967억원의 매출이 나왔다. 전년 동기 대비 2%, 전 분기 대비 1% 증가했다. 자율주행·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DAS)용 차량 통신 부품의 매출이 증가했다.회사 측은 전장부품사업에 대해선 “제품 구조의 정예화·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역량 강화·플랫폼 모델(커스터마이징을 최소화하는 범용성 제품) 중심의 개발 등을 통해 수익성을 지속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2024.07.2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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