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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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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위, 카카오에 ‘역대 최대’ 과징금…회사 “행정소송 검토”

IT 일반

카카오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로부터 국내업체 중 역대 최대 과징금인 151억4196만원을 부과받았다. 개인정보위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익명으로 입장할 수 있는 공개된 대화방) 관리 미흡으로 약 6만5000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점을 문제로 삼았다. 회사 측은 “행정소송을 포함한 다양한 조치 및 대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란 입장이다.개인정보위는 카카오에 과징금 151억4196만원과 과태료 78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전일 열린 제9회 전체 회의 의결에 따라 이런 내용의 처분 결과가 공표됐다.개인정보위 측은 “지난해 3월 카카오톡 오픈채팅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불법 거래되고 있다는 언론보도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여부를 조사했다”며 “해커는 오픈채팅방의 취약점을 이용해 참여자 정보를 획득했고, 카카오톡의 친구 추가 기능과 불법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이용자 정보를 확보했다. 이들 정보를 ‘회원일련번호’를 기준으로 결합해 개인 정보 파일을 생성해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카카오는 오픈채팅 서비스를 ‘익명 채팅’이라고 홍보했다. 오픈채팅방 ID와 회원 일련번호로 구성한 임시 계정을 통한 메시지 송수신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채팅과 오픈채팅을 이용하는 이용자에 같은 회원 일련번호가 부여됐다. 특히 2020년 8월 이전에 생성된 오픈채팅방은 참여자 임시 ID의 암호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임시 계정을 통해 회원 일련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구조였던 셈이다.카카오는 이에 대해 “회원 일련번호와 임시 ID는 메신저를 포함한 모든 온라인·모바일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정보”라며 “숫자로 구성된 문자열로 그 자체로는 어떠한 개인정보도 포함하지 않아 개인 식별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업자가 생성한 서비스 일련번호는 관련법상 암호화 대상이 아니므로 이를 암호화하지 않은 것은 법령 위반으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해킹 프로그램 대응 미흡” vs “해커 행위가 왜 우리 과실”2020년 8월 이후엔 임시 계정에 대한 암호화가 이뤄졌지만, 취약점은 여전했다. 오픈채팅방 게시판에 암호화된 임시 ID를 입력하면 암호화가 해제됐기 때문이다. 평문으로 임시 ID가 노출되면서 회원 일련번호 확인이 가능했다.개인정보위 측은 “카카오톡 서비스 설계·운영 과정에서 회원 일련번호와 임시 ID가 연계오픈채팅의팅의 익명성 훼손과 개인정보 노출될 가능성있었다”며”며 “카카오는 이에 대한 검토와 개선 조치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오픈채팅방 게시판의 보안 취약점 점검과 개선소홀했다”고 지적했다.카카오는 지난해 사고 발생 이후 모든 오픈채팅방 참여자의 임시 ID를 암호화했다. 그러나 개발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카카오톡 전송방식을 분석한 공개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로 여전히 ‘이용자 정보 추출’이 가능하단 지적이 제기됐다. 회사는 그런데도 개인정보 유출 등 피해 가능성에 대한 검토와 개선 조치가 미흡했다는 게 개인정보위 판단이다.카카오 측은 다만 “오픈채팅 서비스 개시 당시부터 해당 임시 ID를 난독화해 운영 및 관리했다”며 “2020년 8월 이후 생성된 오픈채팅방에는 더욱 보안을 강화한 암호화를 적용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개인정보위는 카카오가 ▲오픈채팅 서비스 설계·구현 과정에서의 과실 ▲카카오톡 전송방식을 분석해서 만든 해킹 프로그램에 대한 대응조치 미흡 등의 사유로 개인정보 보호법의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개인정보위 측은 “회사는 지난해 3월 언론보도 및 개인정보위 조사 과정에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이용자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며 “그런데도 유출 신고와 이용자 대상 유출 통지를 하지 않았고 이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전했다. 개인정보위는 이에 따라 카카오에 시정 명령을 내리고 이용자를 대상으로 유출을 통지하라고 했다.카카오 측은 이에 대해 “개인정보위에 적극적으로 소명했으나 이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되어 매우 아쉽다”며 행정소송 등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또 “개인정보위가 지적한 ‘해커가 결합해 사용한 다른 정보’는 카카오에서 유출된 것이 아니다”라며 “해커가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자체 수집한 정보라 회사의 위법성을 판단할 때 고려돼선 안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2024.05.23 19:07

3분 소요
9분 멈춘 카카오톡, 장애 원인은 ‘네트워크 오류’…“10.15 ‘악몽’ 떠올라”

IT 일반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17일 오후 2시 9분 일부 이용자의 메시지 송수신과 PC 버전 접속이 차단되는 오류를 일으켰다. 카카오톡 접속 문제로 인해 카카오페이 서비스 진입에도 오류가 발생, 결제 실패를 겪은 소비자도 다수였다.#카카오에 따르면 해당 현상은 네트워크 오류로 인해 발생했다. 회사는 장애 감지 후 긴급 점검을 진행했다. 9분 만에 서비스는 정상화됐지만, 불편을 겪은 소비자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대규모 장애가 나타난 지 불과 3달 만에 다시 서비스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엔 ‘또 먹통 카카오’나 ‘10월 15일 겪은 영업 중단의 악몽이 떠올랐다’는 식의 반응이 다수 올라왔다.카카오는 앞서 2022년 10월 15일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의 대다수 서비스가 ‘접속 불가’ 등의 장애를 일으키는 사고를 냈다.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가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진 127시간 33분이 필요했다. 정부 조사 결과 데이터센터 간 이중화 조치 미흡으로 인해 서비스 복구 시간이 길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는 이후 ‘1015 피해지원 협의체(이하 협의체)’ 구성하고 대응에 나섰다. 재발방지대책의 경우 지난해 12월 7일 발표됐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절치부심으로 만들었다는 재발방지대책이 나온 지 한 달 만에 또 대규모 서비스 장애가 나타난 것”이라며 “안일한 운영이 지속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카카오는 이후 ‘서비스 장애 피해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 5일 ‘전 국민 마음 패키지’를 지급을 시작했다. 서비스 장애에 대한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지급한 ‘전 국민 보상’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이뤄지기도 했다. 보상으로 지급한 카카오메이커스 쿠폰과 톡서랍 플러스가 마케팅 효과를 노린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 무료 서비스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지급한 이모티콘도 외설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이날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를 겪은 한 게임개발사 직원(32)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카카오톡을 통해 자료를 전송하는 식으로 협력사와 업무를 진행했는데, 지난해 먹통 사태 후 다른 메신저로 갈아탔다”며 “카카오톡을 계속 이용했으면 또 업무에 차질이 나타날 수 있었던 셈”이라고 했다.카카오 관계자는 “네트워크 오류로 9분간 카카오톡의 일부 이용자의 메시지 수발신이 원활하지 않은 현상이 발생했지만, 긴급 점검을 통해 모두 정상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2023.01.17 16:09

2분 소요
[속보] 카카오톡, PC 접속 장애·메시지 송수신 오류…“장애 10분 후 정상 운영, 원인 파악 중”

IT 일반

카카오톡이 17일 오후 2시 10분께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PC버전 접속이 제한되고, 스마트폰을 통한 메시지 전송 역시 장애를 일으켜 불편을 겪었다는 소비자 반응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했다.카카오 측은 “일부 전송에 오류가 나타났으나 오후 2시 20분께부터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정확한 원인은 파악 중”이라고 했다.

2023.01.17 14:33

1분 소요
카톡 ‘먹통’ 당일 앱 사용시간 ‘반토막’…라인·티맵 이용률은 ‘껑충’ [그래픽뉴스]

산업 일반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가 1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먹통이 됐던 지난 15일 카카오톡의 총 사용 시간이 전날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 T, 카카오지도,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들도 사용 시간이 일제히 떨어졌다. 이 서비스들은 판교 SK C&C 화재로 지난 15일 오후 3시 33분 정도부터 메시지 송수신이 되지 않는 등 장애를 일으켰다. 이에 네이버 메신저 앱 ‘라인’과 ‘네이버 지도’, 티맵모빌리티의 택시 호출 앱 ‘우티’와 내비게이션 어플 ‘티맵’ 등의 사용자는 빠르게 늘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18일 모바일인덱스 집계에 따르면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15일 총 사용시간(구글 안드로이드, 애플 iOS 합산)은 1041만여 시간으로, 전날 1873만여 시간보다 44.41%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일 활성 사용자(DAU)는 3430여만명으로 1.75% 줄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대리, 바이크, 킥보드 등 서비스 앱인 ‘카카오 T’의 15일 총 사용 시간도 전날보다 38.17% 급락했다. 카카오맵은 22.68%, 카카오버스도 42.14% 떨어졌다. 포털 서비스 ‘다음’ 앱도 사용 시간이 23.83% 줄었다. 카카오페이(-56.12%), 카카오페이지(-50.72%)에서도 사용 시간 감소가 두드러졌다. 카카오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경쟁사 앱들은 반사 이익을 누렸다. 라인은 일일 총 사용 시간이 지난 14일 9만2000여 시간에서 15일 19만2000여 시간으로 108.28% 급증했다. DAU도 96만6000여 명으로 하루 사이 118.34% 늘었다. 네이버 앱은 사용 시간이 11.69% 올랐고, 네이버 지도는 41.02%, 네이버 시리즈는 15.32%씩 증가했다. 우버와 티맵모빌리티의 합작회사인 우티는 사용 시간이 1만5000여 시간으로 353.51%, DAU는 14만7000여 명으로 230.72% 폭증했다. 티맵도 사용 시간이 20.51% 늘었다. 텔레그램은 15일 오히려 사용 시간이 10.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명함 관리 앱 ‘리멤버’가 지난 15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진행한 ‘카톡 대체재는?’ 설문에서는 라인이 58%(1174명)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이어 텔레그램(26%), 그 외(11%), 왓츠앱(5%) 순이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10.22 11:00

2분 소요
증권가 “카카오, 서비스 중단 사태에 주가 급락 불가피”

증권 일반

지난 주말 데이터센터 화재로 주요 서비스가 중단된 카카오의 하방 압력이 더욱 커졌다. 증권가는 이번 사태 이후 단기 급락이 불가피하다며 카카오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을 권고했다. 앞서 지난 15일 오후 카카오톡이 임대해 사용하는 SK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톡‧카카오T‧카카오페이지‧카카오페이 등 카카오의 서비스 대부분이 중단됐다. 화재 진압 이후인 16일까지도 카카오T, 페이, 페이지 등 카카오톡 로그인을 사용하는 서비스들이 정상화 되지 못했다. 이번 서비스 중단 사태의 여파로 카카오는 17일 개장 직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오전 9시 53분 현재 카카오는 전 거래일 대비 7.88% 하락한 4만7350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카카오는 개장 직후 낙폭을 확대하며 4만65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증권가는 카카오를 비롯한 카카오그룹주의 주가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서비스 중단에 따른 매출액 감소와 사용자 보상 등으로 4분기 실적 전망이 더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톡 송수신 중단은 10시간 정도였지만 16일까지 비즈보드 광고 판매가 중단됐고 모빌리티와 선물하기, 페이지 등도 1~2일 분량의 매출이 발생되지 못했다”며 “정액제로 판매되는 웹툰이나 이모티콘, 멜론 등은 사용자들에게 무료 사용권 등 보상을 제공할 것으로 보이며, 4분기 매출액이 최대 1~2%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카카오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39.4배로, 시장상황 악화 시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이 남아있다”며 “이익 성장 역시 둔화되고 있는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 주말 동안 나타난 서비스 장애와 관련 매출 감소, 보상 등은 4분기 실적의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카카오 국내 사업의 전체 일매출인 약 150억원 이상이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카카오톡의 유저 이탈 가능성이 존재하고, 카카오 브랜드의 이미지가 하락했다”며 “카카오를 둘러싼 단기적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번 서비스 중단 사태를 계기로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기존 10만6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크게 낮췄다. 경기 둔화로 인한 톡비즈 매출 성장률 둔화 및 주요 자회사의 지분가치 하락 및 할인율을 적용한 결과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올해 3분기 1665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기존 컨센서스(1899억원)를 하회하는 수치”라며 “이번 사태로 카카오톡 개편을 통한 매출 성장 과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진 않겠지만, 광고와 커머스 영역 확장에 불필요한 제동이 걸린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박경보 기자 pkb23@edaily.co.kr

2022.10.17 10:24

2분 소요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 - 자신만의 게임에서 승리하라

산업 일반

5년 전, 전 세계에 모바일 메시징 열풍을 일으켰던 한국 최고의 벤처사업가 김범수는 현재 막강한 경쟁자에 둘러싸여 위협을 받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영하의 날씨로 추운 1월의 어느 날, 요즘은 게임하는 사람만 드나든다는 서울의 지하 PC방을 찾았다. 환하게 밝힌 형광등 아래로 청소년 5명이 고성능 컴퓨터 앞에 옹기종기 모여 게임에 몰입하고 있었다. 머리 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K팝 노래는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에서 닌자와 싸우거나 FIFA에서 골을 넣는 소리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전자레인지로 데운 핫도그를 한 입 베어 물거나 한국에서 스마트폰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쓴다는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대화할 때 빼고는 게임을 멈추지 않았다. ━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인터넷 벤처사업가 창문 하나 없이 토끼굴 같은 PC방에서 게임과 스마트폰 채팅에 몰입한 아이들은 청록색 명품 바지를 입고 악어가죽 신발을 신은 PC방 한 쪽 구석의 남자를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염소수염을 기른 남자는 아이들보다 스무살은 족히 넘어 보였다. 한국 최고 부자 중 1명인 그는 지금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외계인 군대의 공격을 막느라 여념이 없었다. 보아하니 처참하게 지는 중이었다.“인터뷰 하느라 그래요”라고 ‘브라이언(Brian)’ 김범수(48)가 농담을 했다. 컴퓨터 스크린에서 그의 왕국이 불타 무너지고 있었다.영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다른 제국을 건설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실력이 퇴보할 수밖에 없었다. 카카오톡은 모바일앱에 열광하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앱이다. 카카오톡의 무료 메시징 서비스는 문자를 완전히 대체해 버렸고, 한국에서 사람들이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변혁시켰다. 한국 5000만 인구 중 4분의 3이 김범수의 작품을 이용한다. 해외 사용자 수는 1080만 명이다.차분하고 조용한 그는 한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인터넷 벤처사업가로 꼽힌다. 삼성이나 현대처럼 특정 가문이 경영권을 가진 재벌이 모든 권력과 부를 독점하는 한국 문화에서는 좀처럼 이루기 어려운 업적이다. 그는 IT 선도 기업 1개도 아니고 2개를 맨손으로 일궈냈다. 처음 시작한 벤처회사는 한게임이다. 인터넷 카페 사업으로 시작했다가 온라인 게임 개발업체로 성장시켰다. 이후에는 검색 포털과의 합병을 통해 한국의 구글이라 할 수 있는 네이버로 새롭게 탄생했다.다음에 설립한 주식회사 카카오(Kakao Corp.)는 메시징앱이 채팅 그 이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엄청난 깨달음을 전 세계에 알려줬다. 메시징앱은 게임이나 쿠폰, 스티커 등의 각종 가상재화를 판매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플랫폼이 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에 카카오는 한국 제 2의 온라인 검색엔진 다음(Daum)과 합병하며 시가총액 74억 달러의 다음카카오(DaumKakao)로 변모했다. 포브스 추산에 따르면, 2014년 카카오의 매출은 3억1900만 달러, 수익은 1억2000만 달러였다. 김범수가 보유한 지분 39%의 가치는 29억 달러에 달한다.“브라이언 김은 모바일 메시징앱의 진정한 대부”라고 초기 카카오에 투자했던 굿워터 캐피탈(Goodwater Capital)의 에릭 김은 말했다. 그는 카카오 이사회 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브라이언은 메시징 서비스를 게임이나 온라인 쇼핑, 미디어, 결제 등의 다양한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다.”위대한 아이디어일수록 인터넷처럼 빠른 속도로 도용되기 마련이다. 미친 듯이 복제되기 시작한 카카오톡은 현재 같은 아이디어를 도입해 신속하게 움직인 대기업에 포위됐다. 일례로 카카오톡의 최대 해외투자자 텐센트(Tencent)가 시작한 위챗(WeChat)은 월간 활동 사용자(MAU) 4억6800명을 기록하며 중국 시장을 독점했다. 김범수의 이전 회사 네이버가 개발한 라인(Line)은 일본에서 1억70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시장을 장악했다. 그리고 이들을 모두 넘어서는 왓츠앱(WhatsApp)이 있다. 2014년 3월 페이스북이 220억 달러에 인수한 왓츠앱은 아직 게임이나 이모티콘을(혹은 어떤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데도 서구시장을 장악했다. 왓츠앱의 사용자 수는 무려 7억 명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톡의 글로벌 사용자 수는 지난 해 5% 가까이 감소했다는 자료가 발표됐다. 김범수는 자신이 개척한 글로벌 산업에서 주도권을 뺏기고 말았다. 걱정을 해야 할 것 같은데도 그는 조급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시장조사기관 랭키닷컴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톡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앱이다. 닐슨(Nielsen)은 한국인이 카카오톡을 하루 평균 33분 사용한다고 집계했다. “다른 어떤 국가에서도 보지 못한 보급률”이라고 김범수가 말했다. 카카오톡 플랫폼을 사용자와 더욱 밀착시키기 위해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 택시를 예약하는 ‘카카오택시’ 등의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해 사용자가 계속 카카오톡과 연결되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 달동네 원룸에 살던 아이 자수성가하다 카카오는 그동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했다. 동남아시아에서 저렴한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시장 기회를 포착한 건 카카오뿐이 아니다. 지금까지 카카오는 이용자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옥외광고와 TV광고에 1500만 달러의 돈을 지출했다. 그러나 텐센트나 네이버처럼 자금이 두둑한 기업과 대비해 즉각적인 효과는 거의 없는 편이다.“지금 시점에서 채팅앱은 엄청난 리스크 게임”이라고 메신저앱 킥(Kik)의 CEO 테드 리빙스톤(Ted Livingston)은 말했다. 북미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킥의 다운로드 횟수는 2억 회가 넘는다. “모든 기업들이 숟가락을 들고 서로의 영역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앞으로는 다른 업체의 사용자를 뺏어오는 기업이 성장을 주도할 것이다.”기업의 부가 부모에서 자식으로 상속되는 경우가 많은 경직된 한국 사회에서 김범수처럼 1세대 기업인이 자수성가하는 스토리는 결코 흔하지 않다. 펜 공장 노동자였던 아버지, 초등교육밖에 받지 못하고 호텔 메이드로 일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5명 중 장남이었던 김범수는 부모님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동안 서울 달동네의 방 1개짜리 아파트에서 할머니, 형제자매들과 함께 생활했다.그러나 그는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었고 목표의식과 의지가 매우 강했다. 힘을 주는 글귀를 적으며 자신을 채찍질한 그는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했고 1986년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 대학교에서 그는 친구 컴퓨터 서버를 통해 초기 BBS(bulletin board system)에 접속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인터넷과 연결된 세상을 처음 알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졸업 후 삼성 IT 서비스 사업에서 5년간 열심히 일하던 그는 첫 닷컴 버블이 일어나자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가족과 친구에게서 긁어모은 18만4000달러로 온라인게임 및 PC방 사업을 시작했다. 한게임을 세워 온라인 포커 게임과 고스톱을 개발한 그는 자신의 PC방을 찾은 손님을 대상으로 게임의 반응을 살폈다. 3개월이 지나자 한게임의 사용자 수는 100만 명으로 늘었다. 파트너가 필요했던 그는 삼성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이해진을 찾았다. 네이버 의장이 검색 사이트 네이버를 막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이들은 싸이가 노래에서 열심히 외쳤던 강남의 한 바에서 ‘핵폭탄주(맥주에 위스키를 넣어 반드시 원샷)’ 5잔을 함께 마신 끝에 합병을 성사시켰고, NHN 주식회사(현 네이버)가 탄생했다.김범수와 이해진은 6년간 최고경영자 업무를 나눠서 수행했다. 한국 정부가 야후, 구글 등의 미국 검색 엔진을 견제하는 동안 네이버는 한국의 유력 검색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서비스는 검색에서 게임, 이메일 등으로 확대됐다. 덕분에 네이버는 한국에서 방문 횟수가 가장 많은 웹사이트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05년 7월 김범수는 실리콘밸리로 거점을 옮겼다. 미국 게임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노력을 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고 2년 후 그는 NHN을 완전히 떠났다. 한편으로 그는 한국 벤처 사업가 지원을 위해 자비를 투자해서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아이위랩(IWILAB)을 세웠지만, 투자 성과는 계속 좋지 않았다. 2007년 여름이 되자 그는 10년간 일만 했으니 가족과 함께 팔로알토에서 안식기를 가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이 때 아이폰이 등장했다. 2007년 출시된 아이폰은 즉각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가족을 위해 아이폰 4대를 구매했다. “(아이폰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간 그는 아이위랩 직원들을 한국으로 데려와 정직원으로 고용했다. 이들은 미국에서 가져간(아이폰이 한국에서 정식 판매되기 시작한 건 2009년 11월이다)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를 연구하며 앱을 개발하기 시작했다.처음 개발한 앱은 트위터와 유사한 SNS, 그룹 메시징 서비스, 2명이 무료로 채팅을 할 수 있는 카카오 등 3개였다.당시만 하더라도 한국의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문자 송수신료를 지불했다. 2009년 6월 이동통신회사 문자 전용 SMS 서버를 사용하지 않고 데이터 커넥션을 통한 무료 문자 메시지를 선보인 왓츠앱은 한국에서도 빠르게 사용자를 늘리고 있었다. 왓츠앱에 영감을 받은 김범수는 2010년 3월 카카오톡을 출시했다. 출시 즉시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 1위로 올라간 카카오톡은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 9월에는 이용자 수가 100만 명을 기록했다. “이통사가 SMS를 무료로 제공했다면 그렇게 큰 성공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김범수는 말했다. ━ 카카오톡, 한국 최고의 메시징 서비스로 성장 4주 뒤 200만 명으로 늘어난 사용자 수는 12월 500만 명을 기록했다. 무료 서비스와 그룹채팅을 제공한 카카오톡은 연간 사용료 99센트를 책정한 왓츠앱을 누르고 한국 최고의 메시징 서비스로 성장했다. 2011년 4월 사용자 수가 1000만 명에 육박하면서 친구들이 다 쓰니까 나도 쓸 수밖에 없는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났다. 덩치가 너무 커져서 네이버톡(Naver Talk), 갤럭시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설치된 삼성 메시징앱 등 국내 경쟁 서비스도 카카오톡에 대항할 수 없게 됐다.이제는 수요에 발맞추는 게 주요 과제였다. 데이터 처리를 위해 매주 서버를 추가해야 했는데 중국에서 서버가 도착하려면 3주가 걸렸다. 트래픽 폭증으로 시스템이 다운되는 걸 막으려면 프로필 사진 업로드처럼 중요도가 떨어지는 서비스를 잠시 중단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도 김범수는 특유의 여유를 잃지 않았다. “지난 11년간 브라이언이 정신 없이 바빠 보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김범수가 NHN을 통솔하던 시절 직원으로 일하다가 그에게서 투자를 받아 벤처사업을 시작한 조이 리(Joy Lee)는 말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음에도 다수의 한국 투자자는 카카오톡 투자를 거절했다. 결국 김범수는 자신의 돈을 투자할 수밖에 없었고, 그의 카카오톡 보유지분은 80%로 늘어났다.2011년 3월 카카오가 첫 주요 해외시장 일본에서 발판을 마련하고 있을 때다. 태평양 연안에서 45마일 떨어진 곳에서 진도 9.0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과 쓰나미로 1만6000명에 달하는 사람이 목숨을 잃고, 전기와 수도가 끊기면서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전화가 되지 않고 트래픽 폭증으로 SMS 네트워크도 다운되자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와이파이와 3G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은 덕분에 카카오톡 서비스는 전과 다름없이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김범수의 오랜 지인이자 NHN 공동설립자였던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지진이 강타했을 때 도쿄에 있었다. 서울 경영진과 오후 화상회의를 하고 있던 그는 지진으로 건물이 흔들리자 책상 밑으로 피했다. 엄청난 비극을 알지 못했던 그와 동료는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이해진이 인터뷰를 거절했기 때문에 직접 들은 말은 아니지만 지진 후 그는 일본에서 채팅 서비스를 시작하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서울에는 그를 도와줄 동료가 많았다. “당시에는 다들 카카오톡과 비슷한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김상헌 네이버 CEO가 말했다. 두 달도 안 되어 네이버는 새로운 메시징앱 라인(Line)을 테스트했고, 6월에 바로 서비스를 시작했다.라인은 카카오톡의 성공요인이었던 채팅 및 그룹 메시징 기능 다수를 비슷하게 가지고 있었다. 카카오톡의 노란색·갈색 말풍선을 흰색과 초록색으로 바꾸는 등 로고까지 비슷했다. 그러나 카카오톡에는 없는 게 라인에는 있었다. 바로 한국 최대 인터넷기업이 퍼붓는 엄청난 마케팅 예산이었다. 네이버는 다운로드 횟수를 늘리기 위해 TV 및 옥외광고에 수백만 엔을 쏟아 부었다. 효과는 놀라웠다. 2012년 9월 라인의 다운로드 횟수는 6000만 회를 돌파했다. 라인의 성공으로 네이버 주가가 뛰면서 이해진은 억만장자가 됐다. ━ ‘디아블로 3’를 즐기는 열혈 게이머의 새 구상 “6개월~1년의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임계점에 도달했을 것”이라고 김범수는 아쉬운 듯 말했다. “직원이 20명밖에 없었는데 삼성, 라인 등의 대기업과 경쟁해야 했다. 다른 시장으로 직원 2명을 보내면 사업에 큰 지장이 생길 수도 있었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 CEO의 분석은 조금 다르다. 라인의 모기업은 일본에서 10년간 사업을 하며 일본 문화와 사람에 대해 경험을 쌓았지만, 카카오는 그러지 못 했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무료 서비스를 중요시했기 때문에 무료 문자에 초점을 뒀다. 그러나 이제와 생각해보니 일본에서는 무료 문자가 그리 먹히지 않았던 것 같다. 스마트폰 이메일을 이미 (무료 메신저처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라인은 ‘무료 통화’로 마케팅을 했다. 당시 우리는 통화 서비스를 론칭하지 않은 상태였다.”실수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최악의 실수는 중국이었다. 카카오는 의도치 않게 세계 최대 인터넷 시장 중국에서 훨씬 강력한 경쟁자를 키워주고 말았다. 2012년 4월까지 자본금 2400만 달러를 외부에서 차입한 카카오는 다시 한 번 자금 모집에 나섰다. 김범수와 당시 CEO였던 딘 송(Dean Song)은 중국 최대 데스크탑 메신저 서비스 QQ 메신저를 운영하는 텐센트와 만남을 가졌다. 카카오는 이전 해 모바일 메신저앱 위챗을 시작한 중국 거대 기업으로부터 사업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카카오에 6500만 달러를 투자한 텐센트는 김범수의 뒤를 이어 카카오의 제 2대 주주가 됐다.6월 김범수는 선전에 있는 텐센트 본사로 가서 창업주이자 CEO인 억만장자 포니 마(Pony Ma)와 회의를 가졌다. 둘은 함께 채팅 서비스의 미래를 논하고 화이트보드에 아이디어를 적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그는 포니 마가 모바일 메시징의 잠재력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당시 위챗은 규모가 아주 작았고 트래픽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경쟁업체는 너무 많았다”고 그는 말했다. “마는 메시징이 온전한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다.”그러나 카카오톡이 성공 가능성을 몸소 보여주며 상황이 반전됐다. 2012년 7월 소셜게임 애니팡이 성공하면서 카카오의 매출액이 무섭게 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텐센트는 카카오의 모든 전략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시장 규모가 크다는 점 하나만으로 텐센트는 카카오의 모델로 카카오보다 10배나 많은 실사용자를 확보했다.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을 중국으로 가져가는 대신 모방으로 같은 게임을 개발해 자신들이 직접 판매했다”고 김범수는 말했다. “친밀했던 관계가 어색해졌다.”카카오가 중국에서 직접 게임을 판매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다음카카오와 텐센트의 갈등은 계속됐다. “3개 업체는 각자 자국 시장을 장악했다”고 킥의 테드 리빙스톤은 말했다. “카카오가 불리해진 건 한국 시장이 가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언젠가 김범수는 중국과 일본에서 위챗, 라인과 정면 승부를 해야 할 것이다. “지난 2년간 우리는 (동남아시아에서) 아주 경쟁적으로 마케팅을 했다”고 수염을 쓰다듬으며 그가 말했다. “그러나 시장 선점효과가 워낙 막강해서 극복이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는 ‘새로운 전략을 누가 먼저 찾아내느냐’가 관건이다.”여가 시간이 있으면 아내, 자녀와 함께 ‘디아블로 3’를 즐기는 열혈 게이머 김범수에게 카카오가 그렇게 될 것 같냐고 물었다.“어려운 게임이죠.” 그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RYAN MAC 포브스 기자

2015.03.28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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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통신업계, 데이터 수익 늘리기 고심

IT 일반

무료 애플리케이션 제작업체와 잇따라 손 잡아…문자·음성 수입 감소는 감수 “스마트폰 시대에는 유저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런 시점에서 세계로 시야를 넓히는 라인과 손잡는 의미는 크다”. 일본의 통신사업자 KDDI의 다카하시 마코토 전무가 2012년 7월 ‘라인(LINE)’과의 업무 제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얘기다.KDDI는 자사에서 판매하는 월 정액 390엔의 애플리케이션 무제한 서비스 ‘au 스마트패스’ 라인업에 라인을 추가했다. 음성통화 수입의 감소 등으로 일본 내 통신사업자들의 계약 1건당 수입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무료 통화 서비스와 라인과 같은 무료 문자 애플리케이션은 통신사업자에게 골치 아픈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왜 KDDI는 라인과 손을 잡은 것일까?KDDI, 라인과 손잡고 상승세라인은 NHN의 일본법인 NHN재팬이 제공하는 스마트폰용 무료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다. 한국 1위인 ‘카카오톡’과 비슷한 개념인데 회원끼리 국내외에서 각종 문자 메시지와 메일 등을 무료로 보내고 받을 수 있다. ‘아시아판 페이스북’으로 불리는데 일본어와 영어·중국어 등 10개 국어로 서비스되고 있다.NHN재팬에 따르면 라인은 서비스 개시 13개월 만인 2012년 7월에 이용자 수 500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1월 중 1억명에 도달할 전망이다. 일본 이용자만 4000만명에 달한다. 트위터 등이 5년 만에 1억명에 도달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다. 사용자가 늘면서 기업들도 홍보 수단으로 라인을 이용하기 시작했다.KDDI에 먼저 제휴 의사를 밝혀온 것은 라인을 운영하는 NHN 재팬이었다. NHN 입장에서는 KDDI의 스마트폰 사용자뿐만 아니라 기존 휴대전화에서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는 사용자들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KDDI 신규 비즈니스 추진본부 치바 요시노부 과장은 “KDDI 역시 유저의 이용빈도가 높은 라인을 예전부터 주목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KDDI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확대와 함께 스마트패스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통신사업자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단지 회선을 파는 수준에 머무는 ‘토관화(土管化)’를 가장 경계한다. 다양한 콘텐트를 확보해 수입을 늘리는 것이 눈앞의 경영 과제다. KDDI에게 스마트패스는 토관화 회피를 위한 비장의 카드라고 할 수 있다. 급성장하는 라인과 손을 잡음으로써 스마트패스의 회원 수 확대를 도모하려는 목적이 있다.2012년 9월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라인 덕에 스마트패스에 가입하는 이용자도 증가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았다’는 게 KDDI측의 설명이다. 스마트패스의 회원은 2012년 11월 말 기준으로 30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 3월에는 5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KDDI가 무료 통화 애플리케이션과 손을 잡은 것은 라인이 처음은 아니다.2010년부터 스카이프와 제휴한 서비스 ‘Skype au’를 제공하고 있다. 당시 KDDI는 스마트폰의 발매가 늦어져 NTT도코모나 소프트뱅크에 고객을 빼앗기고 있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서비스를 모색하던 중 눈을 돌린 것이 스카이프다. 스즈키 사네히로 고객사업본부 부장은 “세계적인 브랜드 파워가 있어, 선진적인 이미지를 어필하는데 최적이었다”고 말했다.서비스 도입 후에는 국제전화나 법인 수요를 중심으로 사용자 수를 늘렸다. 다나카 타카시 사장은 애초 스카이프를 ‘금단의 어플’이라고 표현했지만 우려했던 음성통화 수입 감소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라인과 같은 무료 통화, 문자 애플리케이션과 제휴하려는 경향은 다른 통신사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사실 라인 등이 등장하기 전부터 음성통화 수입은 계속해서 감소해왔다. 소프트뱅크의 영향이 컸다. 2007년 소프트뱅크는 가입자끼리라면 월 정액 기본사용료 980엔으로 오전 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화이트플랜’을 출시했다. 화이트플랜으로 소프트뱅크의 가입자 수는 크게 늘었지만 동시에 음성 통화 가격 경쟁도 치열해졌다. KDDI가 같은 내용의 플랜으로 추격에 나섰고 NTT도코모 역시 월 정액 1480엔으로 가입자간 24시간 무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기에 라인 등이 등장하면서 통신사업자들은 ‘음성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한 모습이다.NTT도코모 경영기획부 모리 켄이치 담당부장은 “줄어든 음성 수입은 데이터 수입의 증가로 메우고 싶다”고 말했다. NTT도코모의 경우 한 고객이 일반 휴대전화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꾸면 월 평균 1700엔 가량 데이터 요금 수입이 증가한다고 한다.라인 등의 인기가 스마트폰으로의 이행을 부추겨 데이터 수입을 신장시키길 기대하고 있다. NTT도모코는 토관화를 피하기 위해 스마트폰이 다리 역할을 하는 새로운 수익원도 개발하고 있다.음악이나 동영상, 게임, 통신 판매를 전담하는 사이트 ‘d마켓’을 강화하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NTT도코모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다(게임은 모든 통신사 가능). 모리 부장은 “타사 스마트폰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도 큰 무리는 없으리란 생각”이라며 사용자 확대에 대한 의욕을 내비친다. 소프트뱅크도 무료 통화, 문자 애플리케이션 등 스마트폰과의 친화성이 상당히 높다. 소프트뱅크 산하의 야후 재팬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 일본법인에 출자했다. 소프트뱅크도 제휴를 검토할 방침이다.통신사업자로서는 골치 아픈 문제도 있다. 데이터 통신 비용의 증가다. NTT도코모에 따르면 2012년 1월 발생한 통신장애 요인 중 하나가 무료 통화, 문자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한다. 무료 통화와 문자 애플리케이션은 사용자가 조작하고 있지 않아도 제어 신호를 빈번하게 발신하는데 통신사업자들이 급증하는 신호를 전부 처리하기란 쉽지 않다. 이후 네트워크 설비를 늘려 이와 같은 장애 우려는 없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다.“일본서도 제2의 조인 나올 수 있다”하지만 정보통신종합연구소 오가와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제어신호에 대한 대처가 문제시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의 SK텔레콤은 한국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카카오톡 대책으로 ‘스마트푸시’라 불리는 기술을 도입했다. 삼성 등과 함께 개발한 기술이다. 애플리케이션의 제어 신호를 강제적으로 억제해 네트워크에 걸리는 부하를 경감시키는 역할을 한다.통신사업자가 연합해 비슷한 무료 통화, 문자 애플리케이션을 투입하고 전면 승부에 나설 움직임도 보인다. 한국 통신 3사가 출시한 ‘조인’이 대표적이다. 음성통화 기능은 없으나, 기종에 상관없이 문자 송수신이나 파일 공유가 가능하다. 이미 스페인이나 한국 등에서 통신사업자들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본에서도 가능성이 충분하다. 사용자가 수천만 명을 넘어서고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된 무료 통화, 문자 애플리케이션. 통신사업자로서는 어떤 애프리케이션과 손을 잡을 것인지 중대한 기로에 섰다.

2013.01.2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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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 선호 기업은] 자영업 아이템 들고 벤처캐피털 찾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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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창업과 벤처 열풍이 뜨겁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도 활기를 띠고 있다. 벤처캐피털협회는 2011년 벤처캐피털의 신규 투자액이 1조 2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취업난 속에 청년 창업을 독려하는 정부의 의지도 한 몫 했다. 정부가 벤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만든 모태펀드 덕에 투자 재원 자체가 늘어났다.사업 초기 단계의 벤처기업이 투자를 유치하기에 좋은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그렇다고 벤처캐피털이 아무 기업에나 투자하진 않는다. 창업자들이 쏟아내는 e메일 속에서 옥석을 가리기에 바쁘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돈줄을 붙잡을 수 있을까.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VCNC는 지난해 10월에 벤처캐피털인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에서 1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막 서비스를 시작한 새내기 SNS 업체로선 꽤 큰 돈을 받은 것이다. 시작은 한 통의 메일이었다. VCNC의 박재욱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고 있던 지난해 초, 학교 선배의 소개로 소프트뱅크벤처스 관계자에게 연락했다. 사업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조언도 얻기 위해서였다. 박 대표와 4명의 공동 창업자가 함께 모바일과 웹에서 작동하는 ‘비트윈(Between)’이라는 폐쇄형 SNS를 구상한 상태였다. 사업 내용을 들어본 소프트뱅크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서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벤처 업계 인맥, 적극 활용할 것벤처캐피털의 구미를 당기게 할 아이디어가 그냥 툭 튀어 나온 건 아니다. 박 대표와 공동 창업자들은 1년에 걸쳐 시장조사와 모의 프로젝트를 계속해왔다. SNS가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로까지 대두되는 요즘, 두 사람만의 비밀 커뮤니티를 원하는 젊은 연인이 많을 것이라고 봤다. 박 대표는 “엄청나게 준비를 했는데도 막상 벤처캐피털의 심사역과 임원 8명 앞에 서니 압박감이 심했다”고 말했다. 30분의 프레젠테이션 뒤 1시간 반에 걸쳐 질문이 쏟아졌다. 진땀 나는 순간이었다. 그 결과 투자심의위원회 구성원이 만장일치로 동의해 10억 원을 투자 받았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 반이 지난 비트윈은 최근 가입자 수 14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주로 창업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 벤처를 지원하는 벤처캐피털은 투자를 원하는 기업이 사업계획서를 보낼 수 있도록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메일 주소를 공개해 놓는다. 그러나 메일로 연락한 기업 중에는 사업계획서가 부실하거나 벤처 투자에 적합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실제 투자를 받는 확률은 극히 낮다고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이 입을 모은다. 더구나 한 심사역 앞에 매일 수십통의 메일이 오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도 밀리게 마련이다. 오히려 투자 심사를 담당하는 심사역이 벤처 관련 세미나를 비롯한 각종 업계 모임에 참석해 인맥을 넓히고 유망한 기업을 물색하는 경우가 많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임지훈 책임심사역은 “인맥을 통해 직접 알게 된 사람이나 지인에게 소개받은 사람은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벤처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이라도 업계 모임을 통해 벤처캐피털 관계자와 안면을 트는 게 크게 어렵지는 않다고 한다.사업계획서는 두괄식으로 간략하게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사업 계획을 들을 심사역이 투자할 만하다고 생각하면 벤처 기업인에게 궁금한 점을 묻거나 보완할 점을 지적하는 등 미팅을 통해 협의하는 기간을 가진다. 스타트업 벤처는 경험이 풍부한 벤처캐피털로부터 조언과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도 한다.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벤처캐피털은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종 결정을 내린다. 회사 경영진이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벤처캐피털 관계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다. 심사역을 비롯한 투자 결정권자들의 회의를 거쳐 투자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보통 스타트업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털은 1억~10억 원 규모를 투자한다.벤처캐피털은 어떤 회사에 주목할까. 사업 아이템을 볼 것 같지만 실상은 달랐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람을 제일 중요하게 본다”고 말한다. 임 심사역은 “사업 아이템은 사실 대동소이하다”며 “얼마나 사업에 대한 확신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회사를 이끌고 나가는 힘든 과정을 견뎌낼 재량이 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 IT전문지가 지난해 2월 엔젤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투자결정 때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5%가 ‘CEO의 자질과 역량’을 꼽았다.IT벤처는 기술자나 개발자가 회사를 설립하거나, 비슷한 분야를 전공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공동 창업을 많이 한다. 이들이 가진 기술적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지도 관건이다. 본엔젤스의 강석흔 이사는 “IT 벤처는 속도가 관건이기 때문에 우수한 개발자들이 신속하게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며 “팀 창업일 때는 구성원의 기술력과 수준을 본다”고 설명했다.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시장에서 급부상한 ‘틱톡’은 사람만 보고 투자해 대박을 터트린 대표적인 사례다.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는 김창하 틱톡 대표의 능력을 높게 평가해 사업 계획도 내놓기 전에 본엔젤스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처음 이 대표가 카카오톡과 비슷한 틱톡을 들고 나오자 주변 사람들은 모두 의아해했다. 그러나 빠른 송수신과 안정적인 서비스 속도를 바탕으로 시작 5개월 만에 다운로드 횟수 1000만건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또 하나, 벤처캐피털은 해당 사업이 노리고 있는 시장이 얼마나 큰 성장 잠재력을 가졌는지 본다. 반대로 말하자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극소수의 사용자를 타깃으로 하거나 기업이 차지할 수 있는 파이가 작다면 투자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스톤브릿지캐피탈의 박지웅 수석심사역은 “장애 요인이 있어 성장하지 못하는 시장에 대해 벤처가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시장의 개척자로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벤처캐피털은 기본적으로 고위험 고수익을 표방한다. 투자한 기업 중 몇 개가 기대만큼의 기업 가치를 올리지 못하더라도 이른바 대박을 터트려 시장을 확대해나가는 다른 기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식이다. 한국벤처투자 엔젤지원부의 구형철 차장은 “벤처는 생계형 창업과 달리 시장성이 있고 세계 시장까지 노릴 수 있는 수준의 아이템이어야 투자자 입장에서도 M&A나 기업공개(IPO)를 통한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벤처와 벤처캐피털의 만남은 결국 설득의 과정이다. 창업자가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강 이사는 “장황하게 긴 사업계획서보다 짧게 요약된 두괄식의 계획서가 더 설득력 있다”고 조언한다. 4~5장 분량의 간략한 사업계획서를 쓰면서 핵심 가치와 사업의 본질을 뽑아내고 객관적으로 자신의 계획을 통찰하는 한편, 단순하지만 강력한 설득 논리를 내세우라는 것이다.박미소 이코노미스트 기자 smile83@joongang.co.kr

2012.01.3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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