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17

'이러려고 기부했나'…성금 유용해 뱃속 불린 324곳, 정체는

정책이슈

공익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공익법인 324곳이 적발됐다. 이들은 기부금을 활용해 몰래 주상복합 아파트를 사들이는가 하면 '상품권 깡'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10일 국세청에 따르면 공익법인 의무를 불이행한 324곳을 적발해 증여세 250억원을 추징했다고 발표했다. 공익법인은 불특정 다수를 위해 종교와 사회복지, 의료, 문화를 비롯한 공익사업을 하는 곳을 뜻한다. 종교단체와 사회복지법인, 의료법인 등이 대표적이다.이들 공익법인의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 기부금 총액은 2023년 16조원으로 전년(14조4000억원)에 비해 1조6000억원 불어난 것으로 파악됐다.기부금을 비롯한 출연재산에 대해 증여세를 면제받고 있다. 하지만 기부금을 공익목적으로 활용하지 않을 경우 증여세를 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하지만 기부금 부정 사용하는 등의 형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공익중소법인지원팀을 전담부서로 두고 이 같은 공익법인의 세법상 의무 위반 여부를 검증하고 있다.한편 공익법인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사들여 '상품권 깡'에 나서거나 귀금속을 쇼핑한 이사장 등도 이번에 적발됐다. 국세청은 해당 이사장이 기부금을 사적 유용한 만큼 증여세를 추징했다.창립자 집안이 이사장직을 세습하고 있는 한 학교법인은 매달 1000만원, 수년 동안 수억원대의 허위급여를 전 이사장에게 지급해서 적발됐다. 국세청은 근무하지 않고 급여를 받은 전 이사장은 급여 전액을 가산세(세율 100%)로 추징했다.다른 공익법인은 기부금으로 주상복합 아파트를 사들인 뒤 창립자 가족에게 무상으로 임대해 적발되기도 했다. 국세청은 공익법인의 수천만원의 증여세를 추징했다.국세청 관계자는 "공익자금을 사유화하거나 계열사 지원에 나서는 불성실 공익법인에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회계 부정이나 사적 유용이 확인된 공익법인의 경우 3년 누적 사후관리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03.10 20:05

2분 소요

국제 이슈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이하 ‘아베’)를 피격한 야마가미 데쓰야(41 이하 ‘야마가미’)가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심취한 종교단체와 아베가 연관된 것으로 생각해 살해했다”고 진술했다’고 일본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9일 교도통신·마이니치·아사히·NHK 등 일본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야마가미는 8일(현지시간) 오전 11시 30분쯤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를 벌이던 아베를 총기로 저격해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야마가미가 경찰 조사에서 “내가 한 일이 맞다”며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고 나라현 경찰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아베에게 불만이 있어 죽이려고 했다"며 “정치 신념에 따른 원한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사건 장소에서 유세가 열리는 정보를 얻게 된 경위에 대해 야마가미는 “자민당 홈페이지에서 아베가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거리 유세를 하는 사실을 알게 돼 전철로 현장에 도착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야마가미는 또한 특정 종교단체를 거론했다. 그는 “어머니가 종교단체에 빠져 과도한 기부를 하는 등의 가정생활이 엉망이 됐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그는 그 종교단체의 간부 이름을 언급하며 “이자를 노릴 생각이었다”며 “하지만 (간부를 해치는 것이) 어려워 아베가 (그 종교단체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야마가미가 지칭한 해당 종교단체 간부는 사건 현장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검은 테이프로 감은 사제 총을 압수했다. 이어 야마가미 자택 압수수색에서도 사제 총 몇 정과 화약류도 압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2002∼2005년 해상자위대에서 임기제 자위관으로 근무했을 때 소총의 사격과 해체·조립을 배웠다고 한다. 자위대 근무자는 크게 자위관과 자위대원으로 나뉜다. 자위관은 계급을 단 군인 지위이며 자위대원은 자위대 기관에서 일하는 군무원·민간인 등도 포함한다. 전쟁을 할 수 없도록 막은 일본 헌법의 특수성 때문에 자위관은 군인도 민간인도 아니며 경찰과 비슷한 신분이다. 야마가미는 또한 2020년에 교토부에 있는 창고에서 지게차 운전 일을 하다 올해 5월 퇴직해 현재 무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베는 8일 오전 11시 30분쯤 피격돼 헬기로 병원에 긴급 후송됐으나 과다 출혈과 심폐 정지로 이날 오후 5시 3분경 숨졌다. 박정식 기자 tango@edaily.co.kr

2022.07.09 10:51

2분 소요
[산지브 카그람 선더버드 | 국제경영대학원 학장] “글로벌 비즈니스의 특전사 키운다”

산업 일반

미국 최초의 글로벌경영 대학원…세계 누비며 도전 즐기는 인재에 적합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변화를 요구한다. MBA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10년 전 모델로는 기업과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하기 어렵다. 글로벌화와 기술, 융합적인 사고에 답이 있다.” 산지브 카그람 선더버드 국제경영대학원 학장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는 세계화와 초국가주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데이터 혁신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개발공학 학사, 정치경제학 석사,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경영대학원과 케네디스쿨에서 교수를 지냈고, 워싱턴 주립대의 국제개발센터 교수이자 설립이사로 활동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글로벌 투자회사인 스케일링 임팩트를 설립해 기업가로도 활동했다. 멕시코 몬테레이 공대, 인도 타타 인스티튜드 오브 사이언스, 싱가포를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대학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지난 6월부터 미국 최고의 글로벌 연구대학원인 선더버드 국제경영대학원 학장으로 활동 중이다. 10월 10일 오후 한국 선더버드 동문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카그람 학장을 만났다. 그는 “변화는 새로운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지 연구하며 인재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글로벌 리더십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전망하나.“10대 아들이 두 명 있는데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않는다. 자신이 원할 때 인터넷에 접속해 연락을 주고 받으며 정보를 나눈다. 지구 반대편 소식을 듣는 데 1초도 걸리지 않는 세상이다. 글로벌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리더에게 글로벌 마인드가 필요하다. 내가 사는 지역과 조직에만 매달려서는 부족하다. 세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다양한 영향을 주고 받는다. 다른 대륙에서 벌어진 사건이 내가 속한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야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 인류가 공통적으로 직면할 문제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 필요하다. 환경문제나 이민, 자연재해에 대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글로벌 시대를 이끌 수 있다. 나아가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극대화해야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리더가 될 수 있다.” ━ ‘글로벌·혁신’이 성공 요인 MBA 프로그램의 위상이 예전보다 떨어졌다는 평가가 있다. 10년 전에 비해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그리고 미래 MBA는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 예상하는가.“기존 MBA는 2차와 3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정 산업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숙련된 경영전문가를 배출했다. 개인의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인데, 기존 금융과 전통 제조업에 필요한 인재를 제공해왔다. 지금은 산업 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있다. 새로운 산업 분야가 예고 없이 나타난다. 전문성을 복합적으로 연결해 활용하는 융합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우리 대학에서 한 가지 분야만 아는 전문가가 아니라 언제든지 학습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기술이 바뀌면 기업이 원하는 인재도 변할 수 있다. 성공적인 인재상은 무엇이라고 보는가.”글로벌과 혁신이 성공의 요인이다. 지금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있다. 기술을 이해하고 복합적인 문제 해결능력이 있는 인재다. 변화를 피할 수 없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변화에 더 잘 적응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경직된 사고방식을 버리고 유연하게 변하는 상황에 대처할 줄 알아야 글로벌 시대에서 성공적인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선더버드는 어떤 대학이며 어떤 인재를 키우고 있는가.“1946년,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설립된 학교다. 전쟁을 겪으며 미국은 글로벌 인재의 중요함을 느꼈다. 애리조나주 공군기지에 세운 미국 최초의 글로벌 스쿨이다. 선더버드는 기지 이름이었다. 당시 학생들은 항공기 격납고에서 수업을 받으며 글로벌화에 대해 공부했다. 지금도 미국 최고의 글로벌 교육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명문 프로그램이다.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이 우리 졸업생을 더욱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한국에도 약 800명의 동문이 사회 곳곳에서 활약 중이다.”선더버드의 교육 방식이 궁금하다.“주위에선 우리가 글로벌 비즈니스의 특전사를 키운다고 말한다. 우리 학교 출신을 비행기에서 낙하산으로 세계 어디에든 뿌려 놓아도 살아남을 것이란 농담도 있다. 그만큼 적응력과 생존력이 강하다. 우리는 학생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효율적인 문제 해결 방식을 찾는 데 집중한다. 우리는 언어 프로그램을 다시 부활시켰다. 언어는 문화적 도구다. 다른 문화를 더욱 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실습을 중요하게 여긴다. 경험보다 나은 스승은 없다. 다양한 환경을 설정하고 창의적인 방법을 찾도록 돕는다. 그리고 데이터 분석 능력을 집중적으로 키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정보가 힘이다. 찾고 이용하고 분석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융통성 있는 사고 능력을 강조한다. 예전엔 파이낸스나 마케팅 전문가를 키우면 됐다 하지만 바뀐 시대에서는 업종의 경계를 뛰어넘으며 융통성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커리큘럼에서 가장 강조하는 내용들이다. 학생들이 무슨 일을 할지 스스로 파악해야 한다. 참고로 우리 학교가 소속된 애리조나주립대학은 미국 US뉴스월드앤리포트가 선정한 가장 창의적인 학교 1위이고 우리 학교는 국제분야 최고의 MBA 7위, 그리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국제부분 동문 역량 1위 대학이다.” ━ 업종 경계 뛰어넘어 융통성 발휘해야 어떤 학생이 선더버드에서 행복할 수 있다고 보는가.“전통적·보수적 사고방식을 가졌으면 어렵다. 페이스북이나 그랩 같은 회사를 창업하길 원한다면 우리 프로그램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특히 글로벌 사업을 생각한다면 추천해주고 싶다. 한 나라나 지역이 아니라 세계를 누비며 새로운 도전을 원하는 인재라면 선더버드에서 아주 행복할 것이다.”당신의 이력이 독특하다. 본인의 경험이 글로벌화 전문가로 성장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나는 인도계 아프리카인이다. 증조할아버지가 1800년대 말 인도에서 우간다로 이민을 갔다. 철도 건설 노동자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열심히 일해서 큰 성공을 거뒀다. 1970년 우간다에서 제법 부유한 집안이었는데, 독재자 이디 아민이 정권을 잡고 모든 재산을 몰수 했다. 1973년 나는 이탈리아 난민촌에서 지냈는데, 미국 종교단체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올 수 있었다. 13살부터 장사를 시작했고, 운이 좋게 스탠퍼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그때 룸메이트가 한국 출신이라 서울도 방문했었다. 왜 이디 아민 같은 독재자가 나왔는지, 왜 우리 가족이 난민 생활을 했는지 항상 고민하며 살았다. 어떻게 해야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는지,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가 어떤 방식으로 협력해야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의 문제를 푸는 게 인생의 목표다. 선더버드가 인재를 키우는 목적과 같다. 그래서 이곳에서 행복하게 연구하며 인재를 키우는 중이다.”

2018.10.21 15:45

4분 소요
그들만의 음식 ‘할랄’에 세계가 군침

산업 일반

다음 중 할랄 식품인 것은? ①라면 ②떡볶이 ③양념치킨. 정답은 모두 다일 수도 있고, 모두 다 아닐 수도 있다. 라면의 경우 스프 원료로 쓴 사골분말이 할랄식으로 도축한 소에서 나온 것이 아니거나 면을 튀길 때 돈지(돼지고기 기름)를 썼다면 할랄 식품이 아니다. 그러나 할랄 방식으로 도축된 소에서 나온 우지(소고기 기름)로 튀기거나 동물성 성분 대신 소고기 맛이 나는 향만 첨가했다면 할랄 식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떡볶이와 양념치킨 역시 성분을 모두 따져 할랄 범위에 드는 재료만으로 만든 음식이라면 할랄 식품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같은 음식이어도 원료와 도축 방법에 따라 할랄과 비할랄로 나뉜다. 실제로 국내 식품 업체가 출시한 라면 등 일부는 할랄 인증을 획득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지를 중심으로 판매 중이다.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을 뜻한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모든 식품·제품을 가리킨다. 그중 할랄 식품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말한다. 곡물·채소·과일 등 모든 식물성 음식과 생선·조개 등 모든 해산물이 포함된다. 소·양·닭 등 육류는 이슬람교도가 알라에게 기도한 뒤 단칼에 도살하는 방식으로 도축된 것만 먹을 수 있다. 이와 반대 개념인 하람(Haram)은 ‘금지된 것’을 뜻하는데 비할랄 방식으로 도축되거나, 도축 전 죽은 동물의 고기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이슬람교에서는 돼지·개·피·알코올(술)을 금하는데 이런 재료들이 식품 제조 과정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검증하면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있다.2013년 기준 1조2920억 달러(약 1400조3000억원)에 달하는 할랄 식품 시장 규모는 세계 식품 시장의 약 20%를 차지한다. 관련 업계는 2019년께 2조537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전 세계 18억 명에 달하는 무슬림 인구의 소비력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까다로운 인증 과정을 거치는 할랄 식품이 곧 깨끗하고 안전한 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며 해외에선 일반 소비자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이 커지다 보니 할랄산업에 뛰어든 기업 가운데 비무슬림 글로벌 기업도 다수를 차지한다.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는 전 세계 85개 공장에서 150여 가지 할랄 인증 제품을 생산·판매한다. 전 세계 할랄 식품 시장의 80%를 글로벌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호주·대만 등 비무슬림 정부에서도 이미 할랄을 ‘산업’으로 인식하고 시장 선점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할랄 농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6억8000만 달러에 불과해 세계 시장의 0.1%가 채 안 된다. 그나마 국내 업체 가운데 120여 개 식품 업체가 430여 품목에 대해 할랄 인증을 획득한 것은 고무적이다. 해외 할랄 시장에는 라면·과자·커피 등 가공제품 위주로 수출하고 있고, 롯데리아와 비비큐·델리만쥬 등 국내 외식 업체 39곳(총 169개 점포)이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식품 업계에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할랄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 우유·제과업계도 무슬림 시장 공략 풀무원은 2013년 생라면 브랜드 ‘자연은 맛있다’로 국내 라면 최초로 ‘JAKIM(자킴)’ 인증을 획득한 후 이슬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자킴 인증은 이슬람 국가의 할랄 허브(HUB)를 목표로 범 정부 차원의 정책을 실시하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발급하는 인증이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만큼 발급 절차가 까다롭다고 알려졌다. 풀무원 측은 “자킴 인증을 받기 위해 제품의 원재료는 물론 생산공장과 이슬람 현지 시장 반응까지 전 과정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원재료의 생산·운송·저장 등 전 과정에 대해 돼지고기 DNA 검사를 실시했다. 생산공장 역시 철저하게 관리해 이슬람 율법에서 금한 개·고양이 등의 접근을 차단하는 등 교차 오염을 막아 제품의 신선도와 안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김태현 풀무원 해외식품담당 팀장은 “애초 할랄 인증 획득에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느라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며 “돼지고기나 알코올 등 하람 성분은 포장이 완료된 상태라도 할랄 제품과 혼재가 불가능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할랄 인증 마크를 달고 2013년 11월부터 말레이시아로 수출을 시작한 풀무원 제품은 출시 1년 만인 지난해 말 약 10배 가까운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할랄 라면’의 선전에 풀무원은 앞으로 김과 떡볶이 등 간편식 제품의 할랄 인증 작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연내에 말레이시아를 넘어 인도네시아로의 진출도 준비 중이다.2013년 3월 자킴 인증을 획득한 CJ제일제당은 현재 재인증 심사 절차에 들어갔다. 햇반·조미김·김치 3개 품목 43개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연내에 제품을 추가할 계획이다.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은 현재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수출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인도네시아와 중동 지역에도 할랄 인증을 받은 한식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한식 자체가 아직 현지인에게 생소한 제품이지만 할랄 인증을 통해 믿을 만한 식품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려 했다”며 “한류의 영향으로 한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현지인의 구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우유·제과 업계도 연이어 할랄 인증을 받고 무슬림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최근 서울우유와 빙그레는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정식 수출업체로 등록돼 올 상반기에 처음 유제품을 수출할 예정이다.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와 아이스크림 등 7종의 제품이 자킴 인증을 받았다. 크라운제과와 롯데제과 역시 과자류 제품에 할랄 인증을 받아 제품군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12년 바게트 등 60여 제품에 할랄 인증을 받은 SPC그룹은 올해 말레이시아에 첫 매장을 열 계획이다.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 1400만여 명 중 무슬림 관광객은 약 75만 명으로 추산된다. 방한 관광객을 종교에 따라 집계한 자료가 없어 출신 국가별 무슬림 인구 비율을 따져 낸 통계 수치로, 실제로는 그보다 적을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서울 이태원 일부 식당과 슈퍼마켓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할랄 고기를 취급하는 곳은 거의 전무하다. 이에 방한 무슬림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해산물이나 채식 전문점 등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유목 생활을 하는 이슬람 문화의 특성상 육류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높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에서 손님이 오면 고급 일식집에 주로 가는데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며 “다들 불고기나 삼계탕 등 한식을 맛보고 싶어 하는데 할랄식 고기가 아니다 보니 먹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학여행 차 한국을 찾은 말레이시아 고등학생들이 현지에서 가져온 음식만으로 끼니를 때웠다는 웃지 못할 사연도 있다. ━ 인증 비용 비싸 중소업체는 울상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예 한국을 찾는 무슬림 관광객을 대상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업체도 있다. 아워홈은 이슬람 유학생이 많은 국내 한 대학에 할랄급식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오는 7월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할랄 도시락과 뷔페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9월경 인천국제공항 아워홈 푸드코트에 할랄 코너를 여는 등 방한 무슬림을 먼저 공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아직 할랄식품을 판매·유통하는 데 제약이 없다. 다만, 식품위생법상 할랄 인증마크는 부착할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할랄 확산을 위해 인증마크 표시를 제한한 식품위생법 조항의 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복잡한 할랄 인증 절차도 국내 업체가 넘어야 할 산이다. 할랄 인증기관도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정부기관을 비롯해 종교단체와 사설업체 등을 합하면 전 세계 수백여 곳에 달한다. 국가마다 공신력을 인정해주는 기관에 차이가 있어 특정 기관에서 할랄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전 세계 이슬람 국가에 진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내에서 현재까지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곳은 한국이슬람중앙회(KMF)가 유일하다. 인증을 받기 위한 서류 작업 등에 최대 2년이 걸리고, 비용이 최대 수천만원까지 들어 중소 식품업체는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할랄산업 활성화 토론회’에 참석한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정부에 인증 절차와 비용 지원, 통합 정보망 구축 등을 요구했다. 할랄 시장 선점이 시급해진 상황에서 국내 업체 간에도 관련 마케팅이나 인증 정보를 비밀에 부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대해 한국할랄산업연구원 노장서 연구원은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최근 동남아 국가들이 국가 차원에서 할랄 인증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 우리 기업들 간에 ‘무슬림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할랄 인증을 받은 뒤에도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꾸준한 마케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청 등과 함께 오는 8월 7~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할랄 엑스포 코리아 2015’를 연다. 이 자리에는 국내외 100여 개 업체가 참가해 할랄 관련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다. 엑스포 조직위원회 맹우승 이사는 “민간에서 개별 기업이 갖고 있는 할랄 시장 공략 노하우를 공유해 이를 DB(데이터베이스)화할 계획”이라며 “정부 각 부처와 민간기업에 분산된 정보를 한데 모아 할랄 산업의 저변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5.05.25 10:32

6분 소요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할랄’] 2700조원 할랄 시장 잡아라

산업 일반

국내외를 막론하고 ‘할랄(Halal)’ 바람이 거세다. 아랍어로 ‘(신이 허락하여 인간에게) 허용된 것’을 뜻하는 할랄은 무슬림(이슬람교 신자)들의 삶 전반에 적용되는 이슬람 율법이다. 그러나 이제는 비무슬림 국가에서도 하나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 약 23%를 차지하는 18억 무슬림 인구가 2030년께 22억명으로 늘고, 구매력 또한 커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국내에선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때아닌 할랄 열풍이 불고 있다. 일찍이 성공 가능성을 예측한 국내 식품 업계에선 할랄 인증 작업이 한창이다. 식품을 넘어 화장품·의약품·관광 등 각종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할랄산업의 규모는 2000조원 대에 이를 전망이다. 다음 중 할랄(Halal) 식품인 것은? ①라면 ②떡볶이 ③양념치킨. 정답은 모두 다일 수도 있고, 모두 다 아닐 수도 있다. 라면의 경우 스프 원료로 쓴 사골분말이 할랄식으로 도축한 소에서 나온 것이 아니거나 면을 튀길 때 돈지(돼지고기 기름)를 썼다면 할랄 식품이 아니다. 그러나 할랄 방식으로 도축된 소에서 나온 우지(소고기 기름)로 튀기거나 동물성 성분 대신 소고기 맛이 나는 향만 첨가했다면 할랄 식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떡볶이와 양념치킨 역시 성분을 모두 따져 할랄 범위에 드는 재료만으로 만든 음식이라면 할랄 식품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같은 음식이어도 어떤 원료를 써서 만들었느냐, 어떤 과정을 거쳐 도축을 했느냐에 따라 할랄과 비할랄로 나뉜다. 실제로 국내 식품 업체가 출시한 라면 등 일부는 할랄 인증을 획득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판매 중이다. ━ 세계 식품 시장의 20% 차지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을 뜻한다.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모든 식품·제품을 가리킨다. 그중 할랄 식품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들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말한다. 곡물·채소·과일 등 모든 식물성 음식과 생선·조개 등 모든 해산물이 포함된다. 소·양·닭 등 육류는 이슬람교도가 알라에게 기도한 뒤 단칼에 도살하는 방식으로 도축된 것만 먹을 수 있다. 이와 반대 개념인 하람(Haram)은 ‘금지된 것’을 뜻하는데 비할랄 방식으로 도축되거나, 도축 전 죽은 동물의 고기가 대표적이다. 이밖에 이슬람교에서는 돼지·개·피·알코올(술)을 금하는데 이런 재료들이 식품 제조 과정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검증하면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있다.2013년 기준 1조2920억 달러(약 1400조3000억원)에 달하는 할랄 식품 시장 규모는 세계 식품 시장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2019년께 2조5370억 달러(약 275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전 세계 인구의 약 28%를 차지하며 18억명에 달하는 무슬림 인구의 소비력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까다로운 인증 과정을 거치는 할랄 식품이 곧 깨끗하고 안전한 식품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며 해외에선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이 커지다 보니 할랄산업에 뛰어든 기업 가운데 비무슬림 글로벌 기업도 다수를 차지한다.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는 전 세계 85개 공장에서 150여 가지 할랄 인증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전 세계 할랄 식품 시장의 80%를 글로벌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호주·대만 등 비무슬림 정부에서도 이미 할랄을 ‘산업’으로 인식하고 시장 선점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할랄 농식품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6억8000만 달러(약7300억원)에 불과해 세계 시장의 0.1%가 채 안 된다. 그나마 국내 업체 가운데 120여 개 식품 업체가 430여 품목에 대해 할랄 인증을 획득한 것은 고무적이다. 해외 할랄 시장에는 라면·과자·커피 등 가공제품 위주로 수출하고 있고, 롯데리아와 비비큐·델리만쥬 등 국내 외식 업체 39곳(총 169개 점포)이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식품 업계에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할랄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 한국의 할랄 농식품 수출액 세계 시장의 0.1% 풀무원은 2013년 생라면 브랜드 ‘자연은 맛있다’로 국내 라면 최초로 ‘JAKIM(자킴)’ 인증을 획득한 후 이슬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자킴 인증은 이슬람 국가의 할랄 허브(HUB)를 목표로 범 정부 차원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발급하는 인증이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만큼 발급 절차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풀무원 측은 “자킴 인증을 받기 위해 제품의 원재료는 물론 생산공장과 이슬람 현지 시장 반응까지 전 과정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원재료의 생산·운송·저장 등 전 과정에 대해 돼지고기 DNA 검사를 실시했다. 생산공장 역시 철저하게 관리해 이슬람 율법에서 금한 개·고양이 등의 접근을 차단하는 등 교차 오염을 막아 제품의 신선도와 안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김태한 풀무원 해외식품담당 팀장은 “애초 할랄 인증 획득에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느라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며 “돼지고기나 알코올 등 하람 성분은 포장이 완료된 상태라도 할랄 제품과 혼재가 불가능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할랄 인증 마크를 달고 2013년 11월부터 말레이시아로 수출을 시작한 풀무원 제품은 출시 1년 만인 2014년 말 약 10배 가까운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할랄 라면’의 선전에 풀무원은 앞으로 김과 떡볶이 등 간편식 제품의 할랄 인증 작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연내에 말레이시아를 넘어 인도네시아로의 진출도 준비 중이다.2013년 3월 자킴 인증을 획득한 CJ제일제당은 현재 재인증 심사 절차에 들어갔다. 햇반·조미김·김치 3개 품목 43개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연내에 제품을 추가할 계획이다.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은 현재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 수출하고 있고, 이를 발판으로 인도네시아와 중동 지역에도 할랄 인증을 받은 한식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한식 자체가 아직 현지인들에게 생소한 제품이지만 할랄 인증을 통해 믿을 만한 식품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려 했다”며 “한류의 영향으로 한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현지인들의 구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우유·제과 업계도 연이어 할랄 인증을 받고 무슬림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최근 서울우유와 빙그레는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정식 수출업체로 등록돼 올 상반기에 처음 유제품을 수출할 예정이다. 빙그레는의 바나나맛 우유와 아이스크림 등 7종의 제품이 할랄 인증을 받았다. 크라운제과와 롯데제과 역시 과자류 제품에 할랄 인증을 받아 제품군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2012년 바게트 등 60여 제품에 할랄 인증을 받은 SPC그룹은 올해 말레이시아에 첫 매장을 열 계획이다.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 1400만여 명 중 무슬림 관광객은 약 75만명으로 추산된다. 방한 관광객을 종교에 따라 집계한 자료가 없는 탓에 출신 국가별 무슬림 인구 비율을 따져 낸 통계 수치로, 실제로는 그보다 적을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서울 이태원 일부 식당과 수퍼마켓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할랄 고기를 취급하는 곳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이에 방한 무슬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해산물이나 채식 전문점 등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목 생활이 기본이 된 이슬람 문화의 특성상 육류에 대한 선호도가 훨씬 높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에서 손님이 오면 고급 일식집에 주로 가는데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며 “다들 불고기나 삼계탕 등 한식을 맛보고 싶어하는데 할랄식 고기가 아니다 보니 먹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학여행 차 한국을 찾은 말레이시아 고등학생들이 현지에서 가져온 음식만으로 끼니를 떼웠다는 웃지 못할 사연도 있다. ━ 풀무원 라면 출시 1년 만에 매출 10배 뛰어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예 한국을 찾는 무슬림 관광객을 대상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업체도 있다. 아워홈은 이슬람 유학생이 많은 국내 한 대학에 할랄급식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오는 7월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할랄 도시락과 뷔페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워홈 관계자는 “9월경 인천국제공항 아워홈 푸드코트에 할랄 코너를 여는 등 방한 무슬림을 먼저 공략해 해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아직 할랄식품을 판매·유통하는 데 제약이 없다. 다만, 식품위생법상 할랄 인증마크는 부착할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측은 할랄 확산을 위해 인증마크 표시를 제한한 식품위생법 조항의 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복잡한 할랄 인증 절차도 국내 업체가 넘어야 할 산이다. 할랄 인증기관도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정부기관을 비롯해 종교단체와 사설업체 등을 합하면 전 세계 수백여 곳에 달한다. 국가마다 공신력을 인정해주는 기관에 차이가 있어 특정 기관에서 할랄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전 세계 이슬람 국가에 진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내에서 현재까지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곳은 한국이슬람중앙회(KMF)가 유일하다. 인증을 받기 위한 서류 작업 등에 최대 2년이 걸리고, 비용이 최대 수천만원까지 들어 중소 식품업체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4월 국회에서 열린 ‘할랄산업 활성화 토론회’에 참석한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정부에 인증 절차와 비용 지원, 통합 정보망 구축 등을 요구했다. 할랄 시장 선점이 시급해진 상황에서 국내업체 간에도 관련 마케팅이나 인증 정보를 비밀에 부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대해 한국할랄산업연구원 노장서 연구원은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최근 동남아 국가들이 국가 차원에서 할랄 인증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 우리 기업들 간에 ‘무슬림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할랄 인증을 받은 뒤에도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꾸준한 마케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한편,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오는 8월 7~9일 ‘할랄 엑스포 코리아 2015’가 열린다. 이 자리에는 국내외 100여 개 업체가 참가해 할랄 관련 정보를 공유할 계획이다. 엑스포 조직위원회 맹우승 이사는 “민간에서 개별 기업이 갖고 있는 할랄 시장 공략 노하우를 공유해 이를 DB(데이터베이스)화할 계획”이라며 “정부 각 부처와 민간기업에 분산된 정보를 한데 모아 할랄 산업의 저변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2015.05.16 19:12

7분 소요
‘에코 다잉(eco-dying)’ 수목장 각광

산업 일반

수요 늘면서 추모공원은 쉼터로 변모 관리비·면적 꼼꼼히 따져봐야 서울 서초구에 사는 이종길(75)씨는 11월 5일 아들과 함께 경기도의 한 추모공원을 찾았다. 2년 전 사별한 아내를 만나기 위해서다. 아내의 유골함 옆 자리는 일찌감치 자신의 몫으로 남겨뒀다.“처음엔 고향인 충북의 선산을 묏자리로 봐뒀어요. 부모님도 그 쪽으로 모셨죠. 하지만 서울에 살다 보니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고 늘 죄송한 마음이 들었어요. 큰아들 내외는 호주로 이민을 갔는데 제가 죽으면 산소 관리도 어려울 것 같아 아내와 일찌감치 이곳(납골당)에 오기로 약속했죠. 나중에 애들 편하라고…. 집에서 오는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한 달에 두세 번은 꼭 보러 옵니다.” 이날 만난 김선혜(52)씨는 “세 달 전에 부모님의 묘소를 이곳으로 옮겨왔다”고 말했다. 그는 “납골당이라고 해서 어두침침할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공원처럼 잘 꾸며져 있어 이장을 결심했다”며 “가족과 나들이 오는 기분으로 부모님을 자주 찾아 뵐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다.웨딩홀 분위기 내는 추모공원매장에서 화장 위주로 장묘 문화가 바뀌면서 추모공원도 변화의 바람을 맞았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장례 정보프로그램인 ‘e 하늘 장사정보’에 등록된 추모공원 수는 전국 210여 곳에 달한다. 화장 후 봉안시설을 갖춘 추모공원은 흔히 봉안당·납골당·묘원·추모의 집 등의 명칭을 쓴다. 유골함을 보관하는 장소라는 점은 과거와 변함이 없지만 업체 수가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급화·차별화 전략을 쓰는 사례가 늘었다.경기도 광주의 ‘분당 스카이캐슬 추모공원’은 유명 연예인들이 안치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고급 시설을 지향한다는 업체 설명처럼 고급 마감재와 화려한 조명을 쓴 건물 내부는 추모관이라기보단 웨딩홀 분위기에 가깝다. 1만4200㎡(약 4300평) 부지에 들어선 5층 높이 건물엔 2만기의 유골함을 수용할 수 있다. 건물 바깥도 연못과 분수대를 비롯한 휴식 공간을 마련해 유족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이곳의 전진 사장은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면서 추모공원 역시 가족끼리 손잡고 올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을 반영해 추모관 분위기를 밝고, 따뜻하게 꾸미려 애썼다”고 말했다. 그는 “본인이 직접 추모관을 둘러보고 미리 계약하는 손님도 늘었다”며 “생전에 내 죽음을 스스로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와 경계가 맞닿은 이곳은 ‘교통의 요지’라는 점을 강조해 손님을 끌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30분, 강남·분당에서 20분 거리라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전 사장은 “계약자의 90% 이상이 서울·경기 등 인근 지역 주민”이라며 “대도시 인구는 많은데 반해 추모공간이 부족한 것을 감안해 입지를 선택때 대중교통과 고속도로와의 연계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화장률이 80% 가까이 되는데 현행 장사법 상 60년 후에는 반드시 화장을 해야 한다는 점에 비춰 봤을 때 추모관에 대한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납골당에서 더 나아가 자연장을 택하는 사람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자연장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잔디나 나무·화초 등의 자연물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방법이다. 묘지에 매장하거나 화장해 봉안하는 방법은 환경파괴 문제가 있지만 자연장은 환경친화적이면서 공간 활용성을 높이는 게 장점이다.비용도 200만~300만원 정도로 평균 500만~600만원의 비용이 드는 납골당에 비해 저렴하다. 또한 한번 골분을 안장하면 반환이나 이장이 허용되지 않아 영구적이다. 골분을 바다·산·강 등에 뿌리는 산골장도 새로운 장례 형태다. 바다장을 비롯해 고인이 즐겨 찾던 산의 등산로에 골분을 뿌리는 방식 등이 있다. 실제로 인천 앞바다에서만 매년 1000건 이상 바다장이 치러진다.서울시는 2003년 5월 산골장사시설인 공원형 추모시설을 마련했다. 서울시립장묘문화사업단에 신청해 산골인 명부 작성 등 절차를 거쳐 승화원(화장장) 옆 유택동산에 산골장을 하면 추모의 숲에 안장할 수 있다. 나무·꽃이 어우러진 수목공원을 만들어 그곳에 골분을 뿌리고 추모단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방식이다. 아직은 낯선 바다장도 어느덧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 했다.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201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연장(수목장)·수목장림에 대한 선호도가 81%에 달했다. 높은 선호도에 비해 실제로 자연장을 이용하는 이들의 비율은 3%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인식 부족과 미비한 시설 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정부는 새로운 장묘문화를 도입하기 위해 시설 확충에 나섰다. 경기도 양주시는 내년 상반기에 4000기 규모의 자연장을 개장한다고 11월 5일 밝혔다. 시는 옛 공동묘지 4959㎡에 16억원을 들여 잔디장을 비롯해 부대시설·관리동 등을 조성 중이다.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자연장(수목장)·수목장림은 20여 곳. 그중 국가가 운영하는 곳은 경기도 양평군의 하늘숲추모원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서울·인천 등 전국 15여개 지자체가 운영 중이다. 그밖에 공공·재단법인과 종교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10여개 업체가 보건복지부에 등록돼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허가를 제대로 받지 않은 사설 업체가 전국적으로 수십 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국립 수목장림 분양률 97% 달해자연장 중 대표적인 것이 수목장이다. 수목장은 말 그대로 나무 밑에 골분을 묻는 것을 뜻한다. 수목장은 1999년 스위스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친환경적인 장례문화로 알려지면서 독일·일본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졌다. 국내에 수목장이 소개된 건 2004년 무렵이다. 이후 ‘에코 다잉(eco-dying)’으로 각광 받으며 점차 증가 추세다.정부는 2005년 국토 면적의 1%(매년 여의도 면적의 1.2배에 달하는 900ha가 추가로 잠식)에 달하는 묘지 수를 줄이고, 화장률 증가 추세에 대비하기 위해 수목장 활성화를 위한 장사제도를 도입했다. 수목장은 2008년 5월 26일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자연장(수목·화초·잔디 등)과 수목장림(산림)으로 구분된다. 현재 자연장은 묘지로 분류돼 보건복지부가, 수목장림은 숲으로 분류돼 산림청이 각각 담당해 이원화된 형태를 띠고 있다.하늘숲추모원은 10ha(10만㎡) 규모에 1만9420개 골분을 안치할 수 있다. 2009년 5월 개원 후 지금까지 97%의 분양률을 기록했다. 수목장은 가족목과 공동목으로 나눈다. 가족목은 가족끼리 한 나무를 분양 받는 식이다. 공동목은 불특정한 이들과 함께 안치되는 방식이다. 가격은 1인당 사용료(15년 기준)가 각각 232만5000원(가족목), 73만5000원(공동목)으로 가족목이 비싸지만 가족목 선호도가 90%가 넘는다. 이곳에서도 가족목은 일찌감치 분양이 완료됐다.권병석 하늘숲추모원장은 “수요는 가족목이 월등히 높은데도 공공 수목장 중 가족목을 갖춘 곳은 이곳과 의왕시뿐”이라며 “가족목은 평균 3~4기를 안치하는 반면 공동목은 나무 한 그루당 10기 이상 안치할 수 있어 지자체에선 좁은 면적에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 되레 공동목을 늘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사설 업체들 가운데는 국가와 지자체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수요를 악용하기도 한다. 국립수목장의 경우 안치기간이 최대 60년이다. 지자체 자연장(수목장)은 평균 30~40년까지 이용 가능하고, 대부분 지역 주민만 이용할 수 있다. 일부 사설 업체는 평생 관리를 약속하거나 지역 주민에 제한을 두지 않는 방식으로 고객을 끈다. 경기도의 한 사설 업체 운영자는 전화 상담 중 “국립을 이용하면 최대 60년까지밖에 안치할 수 없다”며 “5~10년 단위로 관리비만 지불하면 우린 평생 관리를 책임진다”고 분양 홍보를 했다.그러나 사설 수목장 업체가 부도를 내거나 폐업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만한 법적 근거는 아직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업자들은 ‘평생 관리’로 소비자를 현혹해 우후죽순으로 수목장 시설을 짓고, 영업자들은 ‘일단 분양하고 보자는 식’으로 계약서를 쓴다. 고덕기 명지대 가정의례학과 교수는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업체가 수목장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업체가 부도가 나거나 자연재해로 유골이 유실된다고 해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좁은 공간에 나무를 빽빽이 심어 면적에 비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기도 한다. 권병석 원장은 “국립 수목장림은 1ha 당 200주를 심어 나무 한 그루 당 평균 15평의 면적을 제공하는 반면 일부 사설 업체는 1200주 이상 심어 평균 면적이 2~3평에 불과하다”며 “단위 면적에서부터 차이가 나는데도 비용은 국립보다 높게 책정해 턱없이 높은 가격에 분양한다”고 지적했다.상조회사의 리베이트 문제도 자연장의 정착을 막는 걸림돌이다. 과도한 리베이트는 이미 납골당을 비롯해 장례 비용을 부풀리는 문제점으로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상조회사가 장례용품이나 납골당 사용료에 대한 정확한 가격을 제시하지 않고, 정보를 독점해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비싼 값을 청구하는 것이 고착화돼 있는 실정이다.박태호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은 “장례를 치르기 전엔 관심을 갖지 않다가 막상 상이 닥친 후 다급히 결정하다 보니 (돈을) 상조회사가 달라는 대로 줄 수밖에 없다”며 “장례를 치르는 가족들은 혹시 고인에게 누가 될까 흥정조차 안 한다”고 말했다.납골당 사용료의 평균 40~60% 가량이 브로커의 수수료 몫으로 돌아간다는 게 업계 측의 정설이다. 수목장은 도입 초기 사용료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10~20% 수준의 비교적 저렴한 수수료가 형성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 수록 브로커들이 몰려 몇 년 새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졌다.사설 수목장 폐업 리스크에 무방비또한 국가나 지자체 운영 수목장으로 연계되면 별도의 수수료를 챙길 수 없는 탓에 브로커들이 유족들에게 사설 수목장이나 납골당을 강권하기도 한다. 박 실장은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잦은 우리나라 환경에서 수목장이 최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자리를 잡기도 전에 수수료 문제로 발목 잡혀선 안 된다”며 “음성화된 브로커 문제를 해결하고, 가격을 적정선에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장묘문화는 선진화되는데 불법적 관행이 오히려 이를 후퇴시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2013.11.11 15:34

7분 소요
'ART 윤' 송추 희망가

산업 일반

미술·오페라·문학 등 예술 장르를 두루 섭렵한 윤영달 회장은 재계에서 ‘아트경영 전도사’로 불린다. 과자란 맛을 넘어 즐거움과 꿈을 제공하는 매개체며, 과자 속에 문화와 예술을 담아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지론에서다. 젊은 시절 기계공장을 경영하며 죽을 고생한 경험과 크라운제과 부도 경험을 겪으며 한층 성숙해지고 강해진 그는 송추 아트밸리에서 원숙한 아트경영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제과 전문그룹인 크라운해태의 윤영달(65) 회장은 월·수·금요일마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으로 출근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서울 남영동 본사 사무실보다 이곳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다. 선친이 지내던 이곳의 별장에 낙천재라는 이름으로 사무실까지 만들었다. 8월 말 현판식을 했다. 일요일에는 손자를 데리고 들를 때도 많다. 서울에서 오가는 시간이 아까워 아예 이곳으로 이사할 생각도 한다. 산과 계곡을 낀 천혜의 자연 속에 예술 작품과 공연 관람, 문화 체험 등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공간인 ‘아트밸리’를 만들기 위해서다.아트밸리는 윤 회장이 여생 동안 매달릴 역작이다. 송추 유원지 부근 500만㎡의 땅 가운데 330만㎡(옛 100만 평)를 가꾸고 꾸미는 대역사다. 큰 산 사이로 계곡이 흐르는 지세인 이곳은 장흥 아트파크의 70배,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의 7배에 이르는 광활한 땅이다. “아트밸리에 오면 할 일이 많아 가슴이 설렌다”는 그는 ㈜아트밸리라는 회사를 만들어 자신의 꿈과 희망으로 공간을 채우고 있다.가파른 산길을 다니려고 차도 지난해 말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로 바꿨다. 9월 6일 올 들어 30번째 열린 조각가의 날 행사가 끝난 오후에도 아트밸리 여기저기를 둘러보느라 분주했다. 국악 명인들의 쉼터인 팔각정을 지을 자리에서는 굴착기 기사와 직접 이야기를 나눈 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계곡 따라 이어진 오솔길은 휠체어 산림욕장으로 만들겠다며 앞장서서 걸으며 길을 안내했다. 야외 공연장 부지도 건너편에 지을 계획이라고 설명하는 그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욕심껏 채우려면 적어도 30년은 걸리겠지…”라고 안타까워하면서도 들뜬 모습이었다."골프장 짓자"는 회유와 압력 이겨내“제법 모양새를 갖췄다”는 말에 그는 “시작도 하지 않았다”며 진척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혀를 찼다. 지난해부터 팔각정을 만들 계획을 세웠지만 허가 받는데 오래 걸려 전기 공사만 1년 넘게 걸렸다고 한다. 뭔가 고칠 게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바꾸는 불 같은 성격을 고려하면 답답할 만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어느 단계에 이르면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5년 정도 지나면 빨라지리라고 봤다.그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는 원칙을 세웠다. 신진 조각가 10여 명이 입주한 작업실과 크라운해태의 국악오케스트라 락음국악단의 연습실은 유원지 초입부터 쭉 늘어선 모텔 가운데 5곳을 사들여 개조해 꾸몄다. 고객 체험장을 겸한 회사 연수원도 이미 개발돼 있는 공간을 활용해 만들었다. 크라운해태 직원들이 직접 만든 조형물을 곳곳에 배치한 예술 산책로이자 산림욕장 격인 낙락도(樂樂道)와 동락도(同樂道) 역시 산자락을 따라 이어진 기존 도로나 오솔길을 가꿔 조성했다. 이 땅은 윤 회장의 선친이 30여 년 전 매입했다. 윤 회장은 이곳에 골프장을 짓자는 제안을 숱하게 받았다. 그는 1998년 크라운제과가 부도나기 전까지만 해도 골프를 즐겼다. 핸디캡 싱글을 자랑했다. 그러나 그는 제안을 한사코 거절했다.2007년 봄 무렵 산길을 다듬고 조형물을 설치하기 시작한 그는 갤러리처럼 꾸민 이곳의 아트 숍&레스토랑 건물에서 월요일마다 조각가를 만나 점심을 먹고 토론을 벌인다. 현대미술에 조예가 깊은 그가 왜 유독 조각에 꽂혔을까? 그는 “과자나 조각이나 모두 3차원이라 통하는 구석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송이나 영화에서는 이제야 3차원이 유행이지만 조각은 애초 3차원이었다”고 조각 예찬론을 폈다. 특히 회화만큼 알아주지도 않고 만들기도 쉽지 않아 미술계에서 찬밥 신세라 더욱 애착을 느낀다(※그가 민간기업으론 유일하게 국악단을 만들고 시인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을 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각 영역에서 중요하지만 소외된 부문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취지다. 어느 예술 장르를 선택하고 특정 부문에 집중하는 선택 후 집중 효과도 노렸다).올 들어 30번째 열린 9월 6일 조각가의 날 행사 때는 멕시코의 유명 조각가인 세바스찬 에스컬터를 초청했다. 철재와 콘크리트로 60m가 넘는 대형 작품을 많이 만드는 작가로 유명하다. 윤 회장이 중학교 동창에게 세바스찬을 소개 받았을 때 “이 사람이다” 싶었던 건 지난여름 크라운해태가 주관했던 해운대와 경포대의 조각전이 떠올라서다. 대다수 작품의 크기가 너무 작아 멀리서 보면 눈에 띄지도 않았다. 크게 만들려면 돈이 많이 들고 운반도 어려우니 아예 작게 만든 사람이 많았다. ▎윤영달 회장이 크라운해태 직원들과 아트밸리에서 조형물을 감상하고 있다. 윤 회장은 “세바스찬처럼 대형 조각품을 만드는 작가도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크라운해태 영업 조직에서 작품을 운송하고 설치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세바스찬과 토론 자리에서는 아트밸리 입주 작가와 국내 초청 작가들에게 질문하도록 독려했다. 윤 회장은 “어떻게 하면 돈을 버냐, 마케팅 전략이 뭐냐고 물어보라”며 분위기를 이끌었다.직원 손으로 아트밸리 가꿔그는 이미 150회를 넘긴 조각가의 날 행사를 올 초부터 크라운해태 임원이 주관하도록 했다. 10여 명의 임원이 매주 조각가를 직접 섭외하고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윤 회장은 점심 식사와 토론 때만 참석한다. 조덕원 Art-CRM 실장은 “회장이 진행 방식을 바꿔 임원이 조각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 회사 임원은 아트밸리를 꾸미고 가꾸는 일에도 앞장서야 한다. 축대를 만드는 돌을 나를 때는 잡역부나 다름없다. 윤 회장은 “여기 와서 막노동 좀 하면 (회사를 다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깨나 할 겁니다”라며 껄껄 웃었다.크라운해태 직원도 예외가 아니다. 공병을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병 아트’와 목재를 조각해 목마(木馬)를 만드는 ‘목마 체험’ 등을 진행하는 간이공간을 직원들이 직접 만들었다. 돌을 나르고 길을 다지는 건 다반사다. 그뿐만 아니다. 주말마다 부서별로 돌아가며 각종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사이비 종교단체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교주’ 격인 윤 회장은 단호했다. 지식은 기본적인 내용을 빼고는 굳이 많이 알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감성의 시대라는 지론이다. 특히 감성에서 비롯되는 창의성은 머리가 아니라 손끝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그런 확신에서 직원들을 사정없이 내몰았다. 윤 회장은 “간혹 엉터리로 시간 때우는 사람이 있기에 강제로 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굴착기 한 대면 직원 수백 명이 하는 일을 잠깐이면 할 텐데 굳이 왜 힘들게 직원들을 시키겠느냐고 되물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듯 요즘은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많아 흐뭇하다고 전했다. 뮤지컬, 연극, 시 낭송 등으로 구성된 모닝아카데미와 목조공예, 병 아트, 박스 아트 등과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듣고 보면서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직접 제작하고 체험해 봐야 감성과 창의력이 달라진다고 확신했다. 아트밸리는 윤 회장이 주창하는 이런 아트경영의 본산이자 집약판이다. 크라운해태 임직원의 감성과 소통의 장이자 조각·국악인이 대중이 만나는 특별한 공간이다. 게다가 크라운해태 과자를 사서 신청할 수 있는 아트블록을 쌓으면 누구라도 병 아트 등의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윤 회장의 아트경영은 해태제과 인수와 멜라민 파동, 아토피 사태 등에서 비롯됐다. 윤 회장은 회사의 명운을 걸고 해태제과를 인수했다.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난 크라운제과가 불과 몇 년 만에 덩치가 훨씬 큰 해태제과를 인수하겠다고 했을 때 다들 터무니없다고 했다. 그런 해태제과를 마침내 2005년 1월 품에 안았지만 노조의 반발이 극심했다. 2005년 파업 사태 등으로 해태제과의 매출이 뚝 떨어졌다. 4000억원대는 너끈히 올렸지만 그해 2400억원대에 그쳤다.당시 회사 본사 앞은 물론 윤 회장 집 앞에서도 1인시위가 이어져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다. 윤 회장은 그때 집에서 평소 관심이 있던 현대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하다 보니 괜찮은 듯해서 직원들에게도 전파해야겠다고 여겼다. 크라운과 해태 두 회사가 공유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고객에게도 도움이 되는 게 뭘까를 고민하던 그는 2004년 12월 크라운제과의 사내 교육 프로그램으로 출발한 강연 행사인 모닝아카데미를 확대 개편했다. 한가족이 된 두 회사 임직원의 이해와 협력을 도모하고 지성과 감성의 충전소로 발전시킬 목표를 세웠다. 마케팅·리더십·인사경영 등 비즈니스 교육은 물론 미술·문학·음악 강의도 더했다.아토피 사건과 멜라민 파동 등은 아트경영이 한층 진화하는 촉매제가 됐다. “아토피 사건이나 멜라민 파동 때 우리 말을 전혀 믿지 않아 당황했다”는 윤 회장은 고객의 마음에 어떻게 믿음을 심을까를 고민했다. 과자가 공공의 적이 됐을 때 오예스 명화 마케팅과 유럽 미술관 투어 이벤트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한 점을 떠올린 그는 과자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감성 마케팅을 하자고 결심했다. 그는 “과자는 꿈이고 제과사업은 꿈을 파는 일이라 감성이 결핍된 제과사업은 의미가 없다”고 여겼다. 그런 맥락에서 아트경영으로 고객에게 예술과 꿈을 함께 전하기로 했다.오예스 포장 디자인은 예술적으로 꾸몄다. 포장지를 이어 붙이면 작품이 되도록 박스를 만들고 크라운해태 작가의 작품을 엽서로 넣었다. 그랬더니 멜라민 파동이 나기 전에 초코파이 판매량을 앞질렀다. 멜라민 파동이 진정국면에 접어 들었을 때 아트 마케팅을 더욱 강화했다.윤 회장은 내부의 아트경영도 강화했다. 꿈과 감동을 심어줄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면 크라운해태 직원부터 그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봤다. 예술이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되 이론과 실기를 병행해 창의력과 협동심, 애사심 기르도록 했다. 특히 아트밸리를 구심점으로 삼았다. 직원들이 직접 체험관을 짓고, 다양한 조형물도 만들어 낙락로와 동락도를 꾸몄다. 크라운이냐 해태냐 출신을 가리지 않고 부서별로 구획을 정해 정원과 쉼터도 조성했다.아트경영으로 절체절명의 위기 넘겨아트경영 후 뭐가 달라졌을까? 과자 포장지를 활용해 장난감을 만들어 놀 수 있도록 고안했더니 아이들 반응이 좋았다. 국악 공연은 영업점 주인들이 호감을 보였다. 당장 과자 진열이 달라졌다. 쿠크다스라는 과자에는 물결 무늬를 넣어 디자인을 바꿨다. 과자 박스에 명화를 인쇄하는 박스 아트도 신선한 시도였다는 평가다. 여러 개를 쌓으면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도록 꾸며 대형 마트 등에서 인기를 끌었다.직원들도 달라졌다. 윤 회장은 아직 성에 차지 않지만 적어도 뒷다리 거는 사람은 거의 사라졌다고 본다. 과자 디자인이나 포장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창의적으로 변했다는 분석이다. 직원당 아트밸리 체험만 4~5번이 넘다 보니 아이디어 수가 늘었다. 단합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윤 회장은 그러나 “앞으로는 체험 평가도 하겠다”고 채찍질했다. 점수를 매겨 줄을 세우지는 않더라도 형식적인 체험이 되지 않도록 독려하겠다는 것이다.경영 성과도 좋아졌다. 윤 회장이 아트경영에 관심을 보인 2005년부터 그 후 실적을 비교하면 확 달라졌다. 해태제과의 매출은 2005년 5350억원에서 2009년 6125억원으로 늘었다. 크라운제과의 매출은 2005년 3170억원에서 2009년 3474억원으로 크게 늘진 않았지만 업계 평균보다 5~7%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함창민 크라운제과 영업담당 이사는 “아트경영의 성과를 정확하게 따지긴 어렵지만 아트 마케팅으로 진전된 후 제과업계의 평균을 넘는 성장세를 이어왔다”고 설명했다.윤 회장은 “지금처럼 판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었다”고 계곡 너머를 바라봤다. 그의 말처럼 치밀한 계획을 짜서 시작한 건 아니다. 하지만 아트밸리를 백지 상태에서 채워나가듯 아트경영도 끊임없이 수정하고 확장하고 있다.혁신경영->등산경영->아트경영그의 인생경영도 시대별로 우여곡절을 겪으며 진화해 왔다. 크라운제과 창업주인 고(故) 윤태현 회장의 장남인 그는 1971년 회사에 발을 디뎠다. 72년 크라운제과의 히트 상품인 조리퐁을 개발한 그는 중간 도매상 체제를 없애는 유통 혁명도 이뤘다. 우연히 동대문 방산시장에 나갔다가 중간 도매상들이 다른 회사 제품을 소매상에게 권하는 걸 보고 중간 도매체계를 없애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그러곤 직원들과 리어카를 끌고 가게 유리창을 닦아주는 등 소매상을 공략해 전국 유통망을 소매상 중심으로 바꿨다. 이뿐만 아니다. 그는 과자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까지 바꿔놨다.새옹지마라고 시련도 있었다. 선친이 일본 유학을 다녀온 윤 회장의 동생도 경영에 합류시키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1980년대 초 크라운제과를 떠났다.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으로 기회다 싶어 인천에 제과포장 기계를 만드는 한국자동기계를 차려 독립했다. 어려서부터 기계 만지는 걸 좋아해 선택한 업종이었다. 하도 어려워 목을 맬 생각도 했지만 15여 년을 버텼다.그러던 1995년 선친이 다시 불렀다. 사장으로 복귀해 공격적으로 경영했다. 한때 해태제과를 제치고 잠시 제과업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운이 없었던 걸까. 그런 와중에 외환위기가 닥쳤다. 빚을 얻어 몸집을 키웠는데 갑자기 금리와 환율이 급등하고 단기 차입금 상환 요구가 빗발쳤다. 장기 자금으로 많이 돌린 탓에 단돈 2억원을 못 막아 결국 1998년 1월 화의에 들어갔다. 윤 회장은 “나를 살려서 받을지 이 자리에서 죽이고 돈을 날릴지 택하라고 오히려 윽박질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채권단은 그를 믿고 법정관리나 워크아웃보다 조건이 훨씬 나은 사적 화의를 선택했다.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등산경영도 그때 시작됐다. 등산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선 위기 극복 프로그램이자 교육 프로그램이다. 윤 회장은 홀로 산행하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임직원들과 함께 산행하며 단합해 힘을 모았다. 2004년에는 해발 3400m가 넘는 동북아시아 최고봉인 대만의 위산(玉山)을 임직원들과 등정했다. 그 자리에서 윤 회장은 동북아시아 최고 제과기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당시 크라운제과 매출의 두 배가 넘는 해태를 인수하겠다고 했다. 회사 안팎에서 말렸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예전에야 큰 회사가 작은 회사를 먹었지만 지금은 문화 수준이 높고 변화 속도가 빠른 회사가 느린 회사를 먹는 시대라며 설득했다. 그렇게 해태제과를 인수했고 아트경영으로 회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윤 회장은 “바닥을 경험했던 기계공장 경영과 부도 경험이 행운이 됐다”고 말했다. 뭐든 못할 게 없고 두려울 게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뱃심으로 해태도 인수했다”고 덧붙였다. 직원들에게 일단 뭐든지 된다고 보고 되는 길을 찾으라고 하는 것도 그래서다.그는 9월 10일 임직원과 함께 일본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다테야마(立山)로 떠났다. 해발 3000m 넘기 때문에 서너 발만 빨리 걸어도 숨이 차는 곳이다. 그는 “오래 멀리 가려면 서두르지 말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아트경영과 새로운 꿈은 그렇게 무르익고 있다. 

2010.09.13 12:14

10분 소요
[Seoul Serenade] 피부색과 출신 국가에 민감한 사회

산업 일반

나는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태어났다. 1995년 그곳에서 필리핀에 영어를 배우러 왔던 남편과 만났다. 당시 대학원에 다니던 나는 어학원에서 외국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강사와 학생의 신분으로 만났다가 사랑이 싹터 연인 사이가 되고, 부부가 되고, 결국 이듬해 한국에 오게 됐다. 이른바 국제결혼 여성이다.내 한국 이름은 남지희. 한국 국적을 취득한 나는 사랑하는 남편과 11세인 딸을 두고 경남 창원의 어느 지붕 아래 오순도순 살고 있다. 12년 전 한국에 대한 내 첫인상은 밝았다. 청결한 거리, 풍족해 보이는 사람들, 현대식 빌딩과 도로들…. 하루 하루가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 할 만큼 찢어지게 가난한 필리핀의 현실과는 여러모로 대조를 이뤘다.하지만 그 호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우선 한국어를 하지 못해 의사소통과 운신이 불편했다. 그때만 해도 거리에는 영어로 된 이정표가 드물었다. 게다가 사람들은 제3 세계에서 온 외국인에게 냉랭하고 불친절했다. 일부 한국인은 말이 통하지 않으면 짜증을 내고 퉁명스러운 반응부터 보였다.택시를 타면 다른 택시를 이용하라고 떠밀리기 일쑤였다. 그런 상황에서 아기가 먹을 우유 한 통을 사는 일도 내게는 전투처럼 여겨졌다. 그 즈음 나는 “이곳에서 계속 살아 갈 수 있을까”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마치 내 신세가 물 밖으로 내던져진 물고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일터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차츰 안정될 무렵 나는 필리핀에서 줄곧 해왔던 영어강사 일자리를 알아볼 참으로 창원 시내에서 꽤 이름난 영어 어학원에 전화를 걸었다. 내 목소리를 접한 어학원 대표는 금세 호감을 보이며 인터뷰를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작 학원에서 만난 그는 실망하는 얼굴빛이 역력했다.그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백인 여성을 기대하기라도 한 건가? 동남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내 영어강의 능력이 의심 받고, 결국 보수도 백인 강사들보다 30%가량 적은 금액을 제안 받았다. 당시 그 학원에는 원어민 강사 7∼8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예외 없이 하얀 피부색을 가진 외국인들이었다.나는 보수보다는 일단 한국 사회 안으로 뛰어들어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터라 달갑지는 않았지만 학원 측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수강생들의 반응이 좋았던지 두 달 후부터 보수가 조금씩 올랐다. 하지만 내가 그 학원을 떠났던 6개월 후까지 백인 강사들의 보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나는 필리핀의 대학원에서 어학을 전공했고, 현지에서 한국인들에게 영어를 직접 가르쳤다. 결코 능력에서 밀렸다고 보기 어렵다. 단지 선입관 때문에 이곳에서 홀대 받는다고 여겨졌다. 10년 전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정은 요즘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한국의 외국어학원에서 강의하는 필리핀의 후배들에 따르면 백인과 차별대우가 여전하다고 한다.인문학적 소양이나 강의 능력에 차이가 있다면 몰라도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는데도 피부색깔과 출신 국가에 따라 보수에 차등을 둔다는 것은 온당치 않는 일이다. 이처럼 일부 한국인은 ‘차이’를 ‘차이’로 받아들이지 않고 차별과 괄시로 되돌려주는 일이 적지 않다. 필리핀에서 왔다는 이유로 ‘마닐라에도 고층빌딩이 있느냐’ ‘승강기를 아느냐’는 질문을 더러 받았다.심지어 ‘바나나 말고 먹어본 과일이 있느냐’고 비아냥댄다. 어떤 이들은 내가 돈을 벌거나 혹은 특정 종교단체를 통해 한국에 왔는지를 묻는 이들도 있다. 무지에다 무례함까지 더해질 땐 말문이 막힐 뿐이다. 동남아 여성들에게 한국 남성과 국제결혼은 가난을 벗으려는 방편이 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하지만 모든 이가 다 그렇지는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설령 그렇다손 치더라도 뭐가 문제인가?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것은 아름답고 권장해야 하는 거 아닌가? 자신과 2세들의 보다 나은 삶과 미래를 위해 생면부지의 나라에 정착한 외국인 여성들을 손가락질하는 이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묻고 싶다.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국제결혼 가정이 크게 느는 요즘은 이런 무례한 일이 많이 줄었으리라 생각한다. 국제결혼 여성이 늘면서 고령화와 공동화에 직면한 농촌 공동체에는 생기가 감돈다. 그러나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많은 외국인 여성이 한국에서의 결혼생활에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다.내가 직접 만나는 외국인 여성도 상당수는 고달픈 삶과 무수한 난관에 부닥치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아이 양육과 시부모 봉양에 만족하면서 살아간다.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여성에게는 더 나은 삶을 향한 꿈이 환상에 그치기도 한다. 감히 말하자면 사랑 때문에 국제결혼을 한다면 환상이 깨질 일은 좀처럼 없다.그러나 돈 때문이라면 결혼생활은 이내 실망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한국에서의 외국인 여성들의 삶은 유리그릇과도 같다. 별 생각 없이 내뱉는 말 한마디가 이들에겐 일상의 스트레스요, 삶의 고통이 될 수 있다. 한국인들이 그 점을 사려 깊게 헤아린다면 그들의 어깨도 조금은 가벼워질 듯하다.

2008.11.25 12:15

3분 소요
유럽 가톨릭 보루 스페인의 ‘종교 개혁’

산업 일반

30년 전 스페인에서 프랑코 시대가 끝나고 새 헌법이 발효된 지 며칠 뒤 새 정부는 교황청에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정교분리 원칙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가톨릭이 자립하는 날까지 예전처럼 재정 지원을 계속한다는 약속이었다. 재정 지원은 지금도 계속된다. 국고보조, 면세, 세제특혜의 형태로 정부가 교회에 지원하는 돈은 연간 약 50억 유로로 추산된다. 그 돈은 교회가 운영하는 학교 지원, 교회재산 관리, 교도소와 병원의 가톨릭 시설 관리에 쓰인다. 정부는 이제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멀찍이 떼어 놓으려 한다. 국민의 신앙심이 시들해지는 분위기를 이용해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는 2006년 교회의 부가세 납부 면제 조치를 철회했다. 또 납세자들이 교회에 기부한 돈과 그해 교회예산 1억4400만 유로 사이의 차액을 보전해 준다는 다분히 상징적인 정부 보장도 철회했다. 총리는 세속적 색채가 뚜렷한 몇 가지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학교에 성교육을 도입하고, 정부예산으로 사후피임약을 무료 제공하려는 계획 등이다. 어떤 점에서 사파테로의 조치는 서유럽의 방향 전환을 상징한다. 유럽의 종교세계에서 차지하는 이슬람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데 반해 기독교인들은 점점 세속화한다. 각국 정부는 그 두 가지 추세에 대응하려고 애쓴다. 교회의 국고 지원을 삭감하는 한편 다른 주요 종교의 지원을 확대한다. 모든 종교를 고루 지원하면 특정 종교가 공식 인가된 종교라는 지위를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독일은 오래전부터 공립학교의 기독교 교육을 지원해 왔으며 이제는 이슬람을 포함한 다른 종교의 교육으로도 그런 지원을 확대했다. 영국 정부 역시 이슬람 신자들이 운영하는 학교를 국고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성공회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도 있다. 성공회는 여전히 강력한 상징적 지위를 누리며 국고로 지원하는 전체 초등학교의 4분의 1을 후원하지만 권위에 도전을 받고 있다. 예컨대 정부는 다른 종교단체는 배제하고 성공회 주교와 대주교에게 상원의원 26석을 할당하는 현 제도의 개혁을 논의했다. 아일랜드에서는 지난 25년 동안 교회 출석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섹스와 결혼에 관한 가톨릭의 전통적 견해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정부는 공립학교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교회의 결정권을 제어할 방안을 연구한다. 노르웨이 정부는 오래전부터 루터 교회와 국가의 정식 분리를 논의해 온 끝에 조만간 주교 임명권을 교회에 넘길 참이다. 전에는 내각이 주교를 임명했다. 주교는 노르웨이의 다른 성직자들과 마찬가지로 공무원 신분이다. 그리스에서는 동방정교회가 헌법의 보호를 받는다. 그러나 마약, 섹스, 사법제도 개입 등의 교회 스캔들이 이어지자 종교의 정부 내 지위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05년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근 65%가 정교분리를 지지했다. 이민자 증가가 이 같은 추세의 일부 원인이다. 현재 유럽연합에 사는 이슬람 신자가 1600만 명이고 전체적으로 교회 출석률이 떨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정부로선 특정 종교의 특혜조치를 정당화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래서 사파테로는 스페인의 4대 종교(가톨릭, 개신교, 이슬람, 유대교)가 좀 더 동등하게 경쟁할 마당을 만들려고 한다. “역사적으로 유럽의 기독교 왕국이라 불렸던 시대가 끝나간다”고 종교·사회 정책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영국의 두뇌집단 에클레시아의 조너선 바틀리가 말했다. “대규모 이민, 민주주의 성장, 사회의 세속화, 종교단체의 복수화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만인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단일 대형 교회는 이제 없다.” 많은 나라가 거북이 걸음으로 이런 과정을 밟아왔다. 헌법을 고치고 관료주의의 벽과 오랜 역사를 극복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파테로는 비교적 단시일에 교회의 영향력을 단계적으로 축소했다. 엄밀히 말해 스페인에는 국교가 없기 때문이다. 인구의 약 80%가 가톨릭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대다수 국민이 교회에는 어쩌다 한 번씩 세례 등의 기회가 있을 때나 간다. 가톨릭 신자인 사파테로는 교회에 잘 나가지 않으며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신앙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2004년 시작된 총리직 첫 임기 때는 평등사상을 구현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래서 스페인 주교단의 분노를 사는 경우가 많았다. 동성 간의 결혼을 합법화하고 동성애자의 양자 입양권을 인정했으며 이혼절차를 간소화하고 공립학교 교과과정에서 종교교육을 뺐다. 2006년 말에는 심한 논쟁 끝에 마침내 교회의 부가세 면세조치를 없애기로 교회 측의 동의를 얻어냈다. 대신 납세자들이 자발적으로 교회에 기부하는 소득세의 비율을 인상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기로(현재 발효 중) 했다. 사회당의 기독교 정무담당인 카를로스 가르시아 데 안도인은 사파테로가 정치생활과 종교의 분리를 신봉하는 세대의 일원이기 때문에 그런 정책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그의 조치는 일관성 있고 인기 높은 정치목표를 중심으로 좌파를 결집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사파테로가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를 배반했다는 주교들의 비난은 그의 지지자들을 오히려 더욱 결속시킨 듯하다. 최근 마리아 테레사 페르난데스 데라 베가 부총리는 이제 집권 2기를 시작하는 정부는 천주교의 독점적 지위를 끝내는 문제를 계속 연구하겠다고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스페인은 교회에서 더욱더 멀어지는 듯하다. With TRACY MCNICOLL in Paris

2008.05.27 13:13

4분 소요
[새롭게 부상하는 ‘묘지 테크’] 미리 사두면 금리의 몇 배 수익

산업 일반

▶ 정부가 매장묘 문화를 없애기 위해 납골 장례를 권장하면서 부도탑ㆍ가족납골묘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묘지(墓地) 테크’라는 말이 있다. 집안에서 매장묘·납골당·납골묘·수목장에 쓸 묘지가 나중에 있어야 한다면 가족의 사후(死後)에 당황해 하지 말고 사전(死前)에 좋은 땅을 ‘바가지 쓰지 않고’ 사놓는 것도 경제적으로 의미가 있다. 관이나 수의는 아무리 비싸도 장례가 끝나면 별 의미가 없게 된다. 하지만 묘지는 여전히 남아 있고, 또 관리를 해야 한다. 따라서 누구나 ‘묘 테크’에 나설 필요가 있다. 묘지와 무관한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죽음과 관련된 준비를 미리 하는 이들은 아직 적은 편이다. 그런데 이젠 묘지 자체도 ‘경제적 투자재’의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업계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집이든 묘지든, 선점하면 그만큼 이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죽은 사람과 관련해 투자 개념을 적용한다는 게 동양적 윤리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측면도 있으나 이제는 현실을 냉엄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국내 최대의 납골묘 공원 사업체인 재단법인 ‘시안’의 봉안묘를 알아보자. 이곳에서는 납골묘 대신 어감이 부드러운 봉안묘라는 말을 만들어 쓰고 있다. 아무튼 이 봉안묘 분양가는 철저하게 경제원리에 맞춰서 움직이고 있다. 시안의 권혁만 전무는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이 시안 공원은 공사비·토목비·인건비·땅 구입비만 해도 대략 2000억원이 들어간 대공사”라며 “하지만 일반인들은 이 같은 대규모 투자가 있었다는 것은 잘 모른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재단법인은 분양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 철저하게 경제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1차 분양(약 1100기) 때에는 분양가에서 9%를 할인해주는 정책을 폈다. 이 1차 할인 시기가 지금부터 먼 과거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불과 지난 1월에 있었던 일이다. 그 당시 1차 봉안묘의 분양가는 대략 2730만원(실평수 4평, 공용면적 포함 10평)인데, 여기에 24위의 고인을 모실 수 있다. 고인 1위당 120만원 꼴이다. 참고로 고인 1위 안치시 매장묘의 경우는 500만~1000만원, 납골당의 경우는 300만~500만원 선이다. 분양 거듭될수록 가격은 올라 그런데 이 봉안묘 분양가는 분양이 거듭될수록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 4월의 2차 분양(약 1400기) 때에는 할인율이 5%로 줄었다. 시안 측은 차츰 손님이 늘면서 할인율을 줄였다고 말한다. 9월의 3차 분양(약 1400기) 때에는 아예 할인율을 없앴다. 올해는 일단 이것으로 분양을 마칠 예정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시안 측은 분양가를 일부 단계적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분양가 인상률은 물론 내년에 결정될 것이지만, 내년에 4차 분양(약 3500기) 때에는 기본 분양가에서 5% 인상, 5차 분양(약 500기) 때에는 기본 분양가에서 10% 인상 수준에서 분양할 것으로 보인다. 시안 측은 6차 분양(약 3200기)까지 예정 중이다. 이 같은 분양가의 흐름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경제현상을 만나게 된다. 1차 분양 때와 5차 분양 때를 비교하면 가격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기본 분양가를 100원으로 치면 1차 때의 분양가는 91원이다. 5차 때의 분양가는 110원이다. 그간 분양가가 19원이 오른 셈인데, 이는 가격상승률로 따지면 20.8%로 은행 금리의 몇 배에 달한다. 그 기간은 1년 반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묘지가 필요하다면 미리 매입해두는 것도 묘 테크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꼭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 큰 일이 닥쳤을 때 바가지를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에 의해 봉안묘 서너 개를 미리 사둔 다음에 개인끼리 비어 있는 봉안묘를 거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는 마치 아파트의 분양권을 입주 전에 사고 프리미엄을 받고 되파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묘지를 잘 고르는 것도 훌륭한 묘 테크다. 화장이 대중화되면 될수록 좋은 납골묘나 납골당, 수목장 장소를 고르는 노하우는 더 중요해진다. 먼저 납골묘나 납골당, 수목장 묘지를 미리 마련하려면 사전에 이 같은 곳을 운영하는 이들이 누구인가를 알아봐야 한다. 장사법(장사 등에 관한 법률의 약칭)을 보면 이 같은 납골 사업을 할 수 있는 사업주체는 재단법인이나 교회 절 같은 종교단체가 운영할 수 있다. 개인 땅이라면 경매 위험 크다 따라서 매입 전에 해당 시·군·구의 사회복지과에 문의, 그런 재단법인이 등록돼 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막상 전화를 하면 재단이 아닌 개인업체인 경우도 있고, 또 인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납골 사업체들도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개인업체들에 매장 묘지를 ‘속아서’ 살 수도 있다는 걸 조심해야 한다. 2중, 3중 분양한 묘지를 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서울 서초동에 사는 김모(57)씨는 “묘지를 샀는데 중복 분양한 것이라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중복분양은 업무착오일수도 있다. 하지만 겹치기 분양을 한 다음에 ‘사라지는’ 개인 장지업체도 있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 묘지 소유자의 등기부등본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고인들의 후손은 돈을 냈다고 해도 납골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사용권만 갖고 있어서다. 원칙적으로 이 재단법인은 묘지로 사용되고 있는 땅의 소유권자다. 따라서 재단이 온전하게 소유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만일 등기부등본에 선순위 근저당권 같은 하자가 있다고 하면 그 납골당이나 납골묘는 언제든지 경매 처분될 수도 있다. 다만 재단법인에서 납골시설을 설립한 경우라면 그 땅은 경매 처분이 되었다고 해도 주무관청의 승인이 없으면 소유권 이전이 안 된다. 재단법인의 땅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개인 소유의 땅에 지어진 납골묘나 납골당, 수목장 묘지는 조심해야 한다. 언제든지 경매 처분을 당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얘기다. 최근 수목장 사업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전국의 납골묘 사업자들이 너도나도 수목장 사업을 한다고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대개 납골묘나 납골당 옆에 있는 여유 공간 임야에서 수목장 사업을 하는 식이다. 그러나 수목장 묘지를 돈 주고 마련했어도 그 땅을 후손들이 소유할 수 있는 법적인 안전장치는 현재 없다. 장사법에도 수목장에 대한 규정은 없다. 참고로 수목장이든 납골시설이든 고인을 위해 사용권만 주어진다는 것도 잊지 말자. 물론 후손들은 납골시설이나 수목장 시설을 계속 사용할 수도 있다. 개인 납골묘인 경우 사용권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도 있다. 단 후손들은 관리비를 관리회사에 별도로 내야 한다. 통상 납골묘의 경우 6평(실평수 3평)이면 연 12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재단이 파산 등으로 없어지면 묘지 관리주체가 없어지는 격이라서 납골묘나 납골당, 수목장 묘지 등이 관리부실로 훼손되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묘지를 구할 때 교통 측면도 따져 보아야 한다. 거주지에서 40km 이내가 적당하다. 성묘를 가는 건 1년에 한두 번에 불과한데 그 이상의 거리에 있으면 묘지를 돌보기 어렵다. 주변에 관광지 있으면 금상첨화 입지도 중요하다. 죽은 사람의 집(묘지)도 산 사람의 집처럼 남향을 고르는 게 좋다는 얘기다. 북향보다는 남향이 묘지 관리나 일조량 측면 등에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이왕 묘지를 구하려면 묘지 주변에 유명한 관광 명소, 골프장 등이 있으면 금상첨화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요즘은 성묘가 일종의 가족나들이 같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성묘도 하고 관광도 하는 1석2조형 입지가 환영받는다는 얘기다. 주변 시설도 중요하다. 납골당이나 납골묘를 간다고 치면 사설공원 내부의 휴식공간, 잔디, 관리사무실 등이 상대적으로 잘 꾸며진 곳을 고르는 게 좋다. 묘역 조성지 현장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납골묘나 매장묘를 고를 때에는 집중호우에 대비해 배수시설이 잘 갖춰졌는가도 따져 봐야 한다. 요즘은 우리나라도 이상기후권에 속해 여름철 2~3일에 600~700mm의 집중호우가 쏟아지곤 한다. 이럴 때 배수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으면 묘지 유실 위험이 있다. 또 묘지 구입 전에 반드시 납골묘나 납골당에 직접 가서 보는 것도 중요하다. 팸플릿이나 안내책자로 보는 것과는 분명하게 차이가 있다. 유골함을 안치하는 납골묘나 납골당이 특정 종교에 치우치지는 않았는가를 확인할 필요도 있다. 특히 납골당의 경우 공조 시스템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 시스템이 좋지 않으면 자칫 유골함 내부가 부패하거나 혹은 벌레가 생기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2006.09.25 16:37

6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