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15

코스닥 입성 앞둔 데이원컴퍼니 “글로벌 K-에듀 콘테츠 기업 목표”

증권 일반

“K-컨텐츠 세계화, 다음은 K-에듀 콘테츠입니다.”이강민 데이원컴퍼니 대표는 10일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코스닥 상장을 통해 본질적인 컨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일본과 북미 시장에서 확인한 성공 공식을 전 세계로 확대해 나가 명실상부 글로벌 성인 교육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회사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점이 콘텐츠 비즈니스와 유사하다”며 “저희는 교육 회사기보다는 ‘교육 컨텐츠 회사’라고 말할 수 있다”며 회사 비즈니스 핵심으로 컨텐츠에 방점을 찍었다. 교육계의 엔터테인먼트…‘컨텐츠’ 방점 실제 데이원컴퍼니는 업계 최초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프로듀싱 체계를 도입해 ‘컨텐츠 인하우스 프로듀싱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강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컨텐츠의 높은 품질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마치 영화에서 배우 캐스팅 하듯이 저희는 강사들을 캐스팅해서 제작에 들어간다”며 “그렇게 해서 저희가 컨텐츠를 시장에 판매했을 때 팔리면 돈을 벌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 인하우스 프로듀싱 팀에서 회사에 약 100여명의 기획자들이 처음에 트렌드를 먼저 분석하고, 그 트렌드 안에서 어떤 수요가 있을지 예측을 한다”며 “그 수요를 캐치할 수 있는 주제와 커리큘럼에 대해 직접 기획하고, 그리고 그 기획의 내용에 맞춰서 후보가 될 수 있는 연사군들을 섭외한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엔터 업종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많이 제작해 봤자 1년에 5개 이상 제작하기 쉽지 않다”며 “저희는 월 한 80~100개 정도의 컨텐츠를 신규 제작해서 론칭하고 있기 때문에 흥행에 대한 확률과 통계로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데이원 컴퍼니의 자체 보유 경쟁력은 ▲컨텐츠 인하우스 프로듀싱 시스템 외에도 ▲고객 데이터 기반 마케팅 ▲컨텐츠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OSMU) 전략 등이 있다. 이를 통해 국내외 성인 교육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구축해 왔다. 마케팅의 경우 고객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고객의 니즈에 최적화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 니즈에 최적화된 컨텐츠를 제공한다. 또한 기존 제작된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컨텐츠 OSMU를 통해 B2B(기업간 거래), B2G2C(기업과 소비자와의 거래를 결합시킨 형태의 전자상거래)등 다양한 유형으로 확장하며 컨텐츠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AI로 비용 절감…글로벌 확대 집중 강 대표는 데이원컴퍼니의 핵심 성장 전략으로 인공지능(AI)과 글로벌 시장 공략을 꼽았다. 강 대표는 “AI를 통한 상당한 수준의 매출 발생을 이루고 비용 절감 효과도 실현 중”이라며 “AI를 통한 번역‧자막, CS, B2B 등에서 비용 절감효과를 통해 전사 영업이익률이 1.5%~2.5%P(포인트) 즉각적 개선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데이원컴퍼니의 AI 강의 콘텐츠를 통한 매출 비중은 2023년 1월 7.2%에서 2024년 9월 33.1%로 약 5배 급증했다. 또한 AI 번역 시스템과 AI 챗봇을 활용해 기존 번역 비용 및 CS 채널 운영 비용을 각각 90% 이상 절감했다. 데이원컴퍼니는 K-팝, K-뷰티의 성공에 이어 K-에듀 컨텐츠의 글로벌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 대표는 “상장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글로벌”이라며 “2021년 큰 기대 없이 런칭했던 일본 서비스에서 5억원 정도 매출이 나기 시작했고, 2022년 100억원, 2023년 135억원으로 급성장 한 이후 2024년에는 150~160억원정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처럼 미국 일본에서도 똑같이 콘텐츠 하나 론칭할 때마다 그 콘텐츠의 수익성 맞춰서 광고비를 집행하고 비용을 집행하고 있다”며 “현재 글로벌 사업부는 흑자다 보니까 이 성장세를 좀 더 밀어올리는 데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데이원컴퍼니는 이번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교육 컨텐츠 시장 확대에 집중할 방침이다. 현재 일본과 대만에 현지 법인 설립을 완료했다. 향후 미국과 인도네시아에 추가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법인 설립 이후에는 국내에서 검증된 컨텐츠 프로듀싱 시스템과 마케팅 등의 노하우를 현지 법인에 그대로 이식해 글로벌 교육 컨텐츠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흑자 전환‧자본잠식 해소 고무적 데이원컴퍼니는 2013년 설립된 글로벌 성인 교육 컨텐츠 기업이다. CIC(Company In Company) 제도를 도입해 신속하고 유연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했다. 주요 CIC로는 ‘패스트캠퍼스’(디지털 및 실무 스킬), ‘콜로소’(직업 스킬), ‘레모네이드’(외국어 학습), ‘스노우볼’(IT 부트캠프)이다.설립 이후 적자를 보였던 데이원 컴퍼니는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데이원컴퍼니는 지난해 매출 1166억원으로 전년(1040억원) 대비 12.1% 성장했고, 영업이익도 11억원으로 지난해 103억원 손실에서 흑자전환했다. 특히, 자본잠식 해소로 데이원컴퍼니의 상장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번에 상장을 준비하면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모두 보통주 전환했기 때문에 RCPS와 자본 잠식 효과가 다 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데이원컴퍼니는 기업국제회계기준(K-IFRS)에서 부채로 평가받는 RCPS를 보통주로 전환해 재무구조를 건전화하고 IPO에 속도를 내왔다. 다만 회사는 테슬라(이익 미실현 기업 상장) 트랙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계획이다. 해당 제도는 적자 기업이라도 성장성이 있다면 코스닥 상장을 허용해 준다. 공모가 산정 역시 이익미실현 기업이 활용하는 주가매출액비율(PSR)을 활용해 몸값을 책정했다. 또 데이원컴퍼니는 이익미실현 특례로 풋백옵션 의무부여 대상이다. 풋백옵션은 상장 이후 일정 기간 내에 주가가 공모가의 90%를 밑돌면 일반청약 투자자가 공모가의 90%의 가격으로 주관사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다. 일반투자자 입장에선 공모주 손실률이 최대 10%로 제한되게 된다. 데이원컴퍼니는 이번 상장에서 136만1000주를 공모할 계획이며 희망 공모가는 2만2000원~2만6700원이다. 공모 규모는 299억원~363억원이며 상장 후 시가총액은 2984억원~3622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수요예측은 1월 6일~1월 10일까지 5일간 국내외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진행된다. 일반 청약은 1월 15일~16일 양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며 공동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2025.01.10 17:46

4분 소요
숨은 AI 고수 찾아라…패스트캠퍼스 AI 공모전 ‘GALA’ 연다

테크

성인 교육 스타트업 데이원컴퍼니의 사내독립기업(CIC) 패스트캠퍼스가 AI 공모전 ‘GALA’(Generative AI Learning Awards)를 개최한다고 25일 밝혔다. AI 기술을 실생활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재야의 고수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춘 공모전이다. 일상에서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높이거나 퀄리티를 향상하는 사례와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심사하게 된다. 공모 부문은 ▲ChatGPT 활용 사례 ▲AI를 사용한 이미지와 영상 작품 ▲AI를 활용한 서비스 등 총 3개 부문이다. 심사는 AI 분야를 선도하는 전문가들인 주재걸 카이스트 부교수, 변사범 플러스엑스 고문, 강수진 더 프롬프트컴퍼니 CEO 등이 맡는다. 부문별 대상 수상자에게는 각 500만원의 상금과 수상 인증서가 수여된다. 최우수상은 200만원, 우수상은 100만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본선 진출자에게는 GPT Plus 6개월 지원금이, 특별상 수상자 30명에게는 Apple AirPods 4세대가 제공된다. 아울러 참가자 전원에게 패스트캠퍼스 50% 할인 쿠폰이 증정된다.공모전 작품 접수는 12월 15일까지 할 수 있다. 1차 심사 후 12월 23일 본선 진출작이 발표되고, 2차 심사는 12월 23일부터 1월 19일까지 진행된다. 최종 수상작은 1월 31일 발표될 예정이다.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은 패스트캠퍼스 웹사이트 내 AI 공모전 홈페이지에서 신청 서류를 다운로드해 전용 이메일로 접수하면 된다.이번 공모전은 AI에 관심있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개인과 팀 단위 지원도 가능하다. 팀 구성에 인원 제한은 없다. 이번 공모전은 동일 인물의 중복 지원과 참여가 가능하고 응모작 수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신해동 패스트캠퍼스CIC 대표는 “AI 기술이 우리 일상의 필수 요소가 된 지금, 실생활에서 AI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혁신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이번 공모전을 기획했다”라며 “이번 공모전이 AI 활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더 나아가 AI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2024.11.25 09:28

2분 소요
[개발자 영입 전쟁] 삼성·LG vs 네카라쿠배? 업종 불문, 이 전쟁의 승자는…

IT 일반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여기에 중견기업까지, 개발자 인재 영입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 실력 있는 개발자를 두고 웃돈을 얹은 연봉에 각종 보너스와 스톡옵션으로 러브콜을 보내면서 서로 뺏고 빼앗기는 형국이다. 개발자 인재 쟁탈 경쟁에 큰 불이 붙은 건 올해 초다. 넥슨이 지난 2월 개발자 연봉을 큰 폭으로 인상한 이후 개발자 이탈을 우려한 수많은 기업의 릴레이 연봉 인상 러시가 벌어졌다. 대형 IT기업들은 수백명 규모의 개발자 채용으로 맞불을 놨다. 그런데도 여전히 산업 곳곳에선 ‘개발자 부족’을 호소 중이다. 거의 모든 분야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신하고 있는 가운데 개발자를 찾는 수요가 압도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다. 기업들은 두둑한 연봉과 성과급을 약속하고 있지만, 인력 공급이 이를 뒤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네카라쿠배, 당토직야’는 최근 개발자 구인난을 잘 드러내는 신조어다.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 직방, 야놀자의 앞글자를 딴 신조어다. 이들은 개발자를 채용하기 위해 좋은 대우와 높은 연봉을 책정한 기업들이다. 규모 제한 없이 수시로 개발자를 채용하기로 유명하다. 문제는 이 개발자 전쟁이 단기간에 종전 선언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 청년들이 극심한 실업난에 빠져 힘겨워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들의 개발자 수요가 넘친다면 공급도 그만큼 늘어나기 마련인데, 개발자 영입 전쟁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왜일까. 이노베이션아카데미에서 개발자를 양성 중인 한 멘토의 설명을 들어보자. 이노베이션아카데미는 정부가 세운 개발자 교육기관이다. “기업이 개발자 구인난을 겪고 있다면 개발을 배운 인력을 속속 채용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업이 원하는 개발자는 개발 실력도 출중할 뿐만 아니라 소통 능력까지 갖춘 고급 인재다. 교육기관에서 양성한 신입 개발자의 역량과 산업이 원하는 능력의 괴리가 크다.” 한국엔 개발자를 양성하는 루트가 꽤 다양하다. 첫 손에 꼽히는 건 컴퓨터 관련 ‘전공자’다. 대학 커리큘럼을 거치면 각종 프로그램 언어를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꼭 컴퓨터 관련 학과를 나와야만 개발자가 되는 건 아니다. 요즘 문과 출신 개발자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런 비전공자는 국비로 지원하는 코딩 교육으로 발을 디딘다. 정부에서 지원을 받기 때문에 교육비 부담이 적고, 기간도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짧다는 장점이 있다. 요샌 ‘부트캠프’도 인기다. 부트캠프는 일반 민간기관에서 운영하는 개발 학습 과정을 의미한다. 유명한 부트캠프는 교육비가 웬만한 대학 등록금을 뺨치는데도 수강생이 몰리고 있다. 국비 지원보다 교육이 체계적이고 실무에 적합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있단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요샌 유튜브를 통한 온라인으로 독학하는 개발자도 적지 않다. 이런 다양한 과정을 거친 ‘초보 개발자’는 유명 기업의 프론트엔드(앱에나 웹 화면에 노출되는 모든 기능을 총괄) 개발자나 백엔드(서버 등 화면 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을 개발) 개발자로 성장하길 꿈꾸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이들은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한국의 차가운 채용 현실과 그대로 맞닥뜨리고 만다. 뽑아 주는 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경력 개발자와 신입 개발자 간 채용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은 당장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의 개발자를 원하지만, 교육과정에서 막 배출된 인재는 이런 실무능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각각의 교육기관이 아무리 ‘실무’를 중점에 내세워도 마찬가지다.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루더라도 기업마다 지향점이 제각각이고 분야를 어떻게 고르느냐에 따라 업무 스타일도 다를 수 있어서다. 대학의 경우, 현장에서 사용되는 개발 도구를 수급하고 가르칠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각 기업이 ‘러브콜’을 보내는 우수 개발자는 사실상 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개발 업무는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되고, 개발자마다 역량 차이가 큰 만큼 핵심 개발자의 가치만 더 오르고 있다. 기업이 신입 개발자를 뽑아 숙련 개발자로 키우는 건 더 큰 부담이다. 개발자의 초봉 수준이 높아진 데다 이직이 잦은 업계 특성상 실력을 보지 않고 채용하기는 어렵다. 미국계 한 IT기업의 인사담당자는 “개발자 초봉이 5000만~6000만원에 형성돼 있는데 이 역시 어느 정도 개발 포트폴리오를 쌓은 올드루키에 해당하는 얘기”라면서 “아무런 경력도 없이 코딩만 배운 개발자에게 그만한 연봉을 안겨주는 회사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기업은 쓸 만한 시니어 개발자를 원하는데, 정작 주니어 개발자가 시니어로 성장할 만한 경력을 쌓을 회사는 많지 않다는 얘기다. “다 경력직만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냐”는 취업난을 풍자한 옛 예능 프로그램의 유행어가 개발자 업계에 가혹하게 적용되고 있던 셈이다. ━ 취준생의 기본 스펙이 된 코딩 역량 그나마 능력을 갖춘 개발자는 개발자 문화가 정착하고 연봉과 대우도 우수한 ‘네카라쿠배, 당토직야’에 몰리고 있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에서 백엔드 개발자를 담당하다 스타트업의 CTO로 이직한 한 개발자는 “네카라쿠배엔 실력 갖춘 시니어 개발자가 다수 모여 있어 영특하고 잠재력 높은 주니어 개발자가 성장하기에도 좋은 환경”이라면서 “‘좀 한다’는 인재가 유명 빅테크에만 몰리다 보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업계는 구인난이 아니라 아예 개발 인력의 씨가 마르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삼성·LG 같은 전통의 대기업도 개발자 구인난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 역시 소프트웨어 사업 확대를 외치며 개발자를 채용하곤 있지만, 하드웨어로 글로벌 시장을 누빈 기업이다 보니 고급 개발인력이 1순위로 꼽는 지망은 아니다. ‘네카라쿠배, 당토직야’에 밀린다. 이 때문에 ‘개발자 붐’으로 양산된 초보 개발자는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유지‧보수하는 일반 하청 IT 기업으로 흘러들어 가기 일쑤다. 서로 다른 환경이나 업무를 관리하게 쉽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하며 수정하는 SI(시스템통합)나 누군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모니터링하며 관리하는 SM(시스템관리)를 주로 담당하게 된다. 이쪽 업계는 고액의 연봉을 꿈꾸기 어렵다. 야근 문화도 여전하다. SI나 SM 업무를 담당하다 유명 빅테크로 이직하는 게 쉽지도 않다. 빅테크 개발자처럼 주도적으로 서비스 운영에 참여한 경험도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개발 역량을 늘릴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은 프로그램 개발을 ‘지독한 지식 노동’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력에 따라 업무 성과가 그대로 드러나는 분야인 만큼, 개발 능력을 항상 갈고닦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문제는 미디어가 조명하는 개발자의 화려한 면만 보고 뛰어드는 취업 준비생들이다. 개발자 수요가 넘쳐나고, 미래가 유망하다는 이유로 진입했다간 낭패 볼 공산이 크다. 결국 기업들이 ‘개발자 구인난’을 호소하는 건 잘난 개발자가 시장에 많이 있지도 않은 가운데 육성할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벌이는 요란한 개발자 전쟁의 민낯이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1.12.09 13:00

5분 소요
‘공유오피스 1위’ 패스트캠퍼스, 상장 재도전?…일부 상품 사용료 최소 21% 인상

IT 일반

국내 1위 공유오피스업체 ‘패스트파이브’가 일부 상품가격을 적어도 21%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이 주로 찾는 상품에 한해 처음으로 정가를 밝힌 것이지만, 실질적인 인상 효과가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에선 다음 해 상장을 앞두고 실적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패스트파이브는 이달 초 공개한 ‘패스트파이브 거점오피스 서비스 소개서’에서 ‘오피스 타입’ 상품 가격을 1인당 65만원이라고 밝혔다. 독립 사무공간을 제공하는 ‘프라이빗 오피스’ 가격(최소 37만원)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패스트파이브 측은 “계약 인원·기간에 따라 평균적으로는 45만~55만원선에서 사용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45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인상률은 21.6%다. 이에 패스트파이브 측은 “지점에 따라 기존에도 인당 사용료가 70만원이 넘는 곳이 있다”며 “요금을 인상한 게 아니라 정가를 처음 밝혔을 뿐”이라고 답했다. 거점오피스는 본사 밖에 만든 오피스를 뜻한다. 보통 직원들이 근처에 많이 살거나 접근성이 좋은 거점에 만든다고 해서 ‘거점오피스’라고 부른다. 재택근무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사무실 분산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또 거점오피스를 공유오피스업체 지점에 두면 기업으로선 서울 중심지에 있는 사무실을 비교적 싼 값에 쓸 수 있다. 즉시 입주가 가능한 것도 매력으로 꼽힌다. 이런 장점 때문에 스타트업뿐 아니라 CJ그룹이나 롯데칠성 같은 대기업들이 공유오피스를 찾고 있다. 이런 흐름에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건 지점을 가장 많이 보유(36개)한 패스트파이브다. 지난해 11월 패스트파이브는 전체 입주 인원에서 50인 이상 기업에 소속된 인원수가 35.3%라고 밝혔다. 그 전해(16%)보다 약 19%포인트 높아졌다. 사용료를 대폭 올리는 이유로 스타트업계에선 상장 일정을 든다. 다음 해 상장을 준비하는 패스트파이브 입장에선 올해 확실한 실적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코스닥) 상장을 위한 요건으로 최근 사업연도에 ▶매출액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법인세차감전사업이익·당기순이익 실현 등을 내걸고 있다. 패스트파이브는 지난해 7월 상장에 도전했다가 5개월 만에 일정을 연기한다고 밝혔었다. 요건을 맞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난해 패스트파이브는 매출 607억원에 영업손실 29억원을 냈다고 공시했다. 그 전해보다 모두 개선됐지만 거래소 눈높이엔 모자랐다. 지난해 12월 박지웅 패스트파이브 의장은 “성과를 좀 더 끌어올려서 (상장을) 재추진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패스트파이브 측은 사용료 인상이 상장 때문은 아니라고 밝혔다. 최근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상장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패스트파이브는 지난 6월 티에스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7개 투자사로부터 300억원을 유치했다. 그러나 스타트업계에 정통한 다른 관계자는 “패스트파이브가 이미 시리즈E 라운드까지 끝낸 터라 추가로 벤처캐피탈 투자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유치한 투자액에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상장밖에 길이 없는데, 오피스 임대업이 수익을 높일 구석이 결국 사용료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2021.11.24 18:03

2분 소요
번뜩이는 아이디어 찾아라…유튜브도 지상파도 스타트업 오디션 열었다

IT 일반

오후 6시 이후 병원에 갈 수는 없을까. 멀리 사는 부모님이 치매인지 아닌지 알아볼 순 없을까.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투자사가 발 벗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국가발전 프로젝트 공모전’에 모집된 아이디어 중 서류 심사를 통과한 24개 아이디어를 방송에 공개하고 있다. 지난 8월 29일 SBS ‘대한민국 아이디어리그’는 첫 방송을 시작으로 국가·경제·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아이디어를 소개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이 화제를 모으는 것은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의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CCO,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이승건 토스 대표, 이나리 헤이조이스 대표,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파트너가 심사위원으로 출연했기 때문이다. 실제 사전평가에서 공동 1위를 차지한 ‘닥터 나이트(Dr.Knight)’는 이승건 토스 대표로부터 “발표자가 창업한다면 직접 투자할 의향이 있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라면 창업가가 혁신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닥터 나이트’는 병원이 운영되지 않는 저녁시간에 가벼운 질병에 대해 의료 처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역시 사전평가 공동 1위의 ‘사소한 통화’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CCO 등에게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 서비스는 자식이 부모와 영상통화를 하며 특정 질문을 하면, 답변과 녹화영상을 분석해 치매 여부를 진단하는 아이디어다. 국내에서 치매 진단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검사법인 K-MMSE 검사와 영상통화를 합쳤다. 미디어 스타트업 ‘EO’도 스타트업 서바이벌 오디션 ‘유니콘 하우스’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일까지 온라인 접수를 했고, 지난 8일 예선 참가 30개팀의 발표가 열렸다. 2개월 동안 멘토링과 미션을 수행한 후 5팀을 선정해 최종 피칭을 한 후 우승자를 선정하게 된다. 오디션에서 우승하면 상금 5000만원을 가져간다. 우승 상금은 구글 플레이가 지원한다. 이 오디션의 특징은 스타트업 참가자와 투자사가 한 팀이 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과 팀을 이뤄 프로그램에 참여할 투자사는 패스트트랙아시아와 네스트컴퍼니, 퓨처플레이, 소풍벤처스 등 4곳이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 성인교육 플랫폼 패스트캠퍼스 등을 설립한 투자사다. 네스트컴퍼니는 야놀자에 데일리호텔을 매각한 신재식 전 CEO가 대표로 있다. 퓨처플레이는 기술 중심 스타트업에, 소풍벤처스는 사회·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투자사다. 김태용 EO 스튜디오 대표는 유니콘 하우스 홍보 영상을 통해 “지상파는 대중성과 정부의 지향점을 반영해서 사업성보다 스토리텔링이 좋은 스타트업 팀을 선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력 있는 인재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들겠다”고 했다.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는 방송 출연이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와 방송 프로그램에 노출되면 사업 아이템을 소개할 기회도 늘어난다. EO의 유니콘 하우스에 출연한 소풍벤처스 관계자는 “스타트업 종사자가 모두 시청하는 유튜브 채널에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소개할 수 있어, 초기 스타트업은 ‘유니콘 하우스’ 참여가 후속 투자를 끌어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유튜브 콘텐트를 통해서 투자사가 초기 스타트업에게 사업 방향성을 제시하고 사업 아이템을 다듬는 과정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IR(기업투자)와 엑셀러레이팅 과정이 재밌는 콘텐트로 탄생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비췄다. 선모은 인턴기자 seon.moeun@joongang.co.kr

2021.09.21 15:30

3분 소요
'온라인 사수'에 지갑 여는 직장인들…현직자 만나 일·생활 고민 나눠

IT 일반

“이것만 알면 빠른 퇴근. 워라밸을 완성하는 엑셀 필수 스킬!” 두 달 전 인사팀으로 부서를 옮긴 스타트업 직원 이수연(29)씨는 매일 새벽 회사로 출근한다. 임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할 때 활용하는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히기 위해서다. 그는 업계 1위 기업에서 일했다는 전직 인사팀장의 '족집게' 강의도 결제했다. 주요 기능을 활용해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면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광고 문구에 혹했다. 건강관리 서비스업체에서 영상마케팅을 담당하는 박민석(27)씨도 온라인 재능공유 플랫폼에서 영상 촬영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외주제작업체에서 촬영감독으로 일하는 강사와 매주 저녁 1대 1로 만나 일명 실전 기술을 배운다. 김씨는 "간단한 영상을 직접 촬영해야 할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카메라 조작이나 영상 구도에서 부족함을 느꼈다"며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트렌드에도 민감하다고 생각해서 지금 강사를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패스트캠퍼스와 탈잉, 클래스101 등 온라인 교육 및 재능공유 플랫폼에서 '온라인 사수'를 찾는 MZ(밀레니얼+Z)세대 직장인이 늘고 있다. 이들은 전문 프로그램이나 노하우를 전문가에게 직접 교육받을 수 있고, 쉽게 만나기 어려운 현업 전문가와 1대 1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패스트캠퍼스 온라인 사수 카테고리를 살펴보면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국내 유명 기업 출신 전·현직 임직원이 강사로 나섰다. 업계 1위 기업에 소속된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와 만나, 업무 비결을 얻으려는 직장인도 있다. 업무 성과를 높여 처우가 좋은 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서다. UX(사용자 경험) 리서치 업무 담당자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윤모(26)씨는 최근 인프런·패스트캠퍼스 등 10만원짜리 온라인 실무 교육 콘텐트를 2개 결제했다. 윤씨는“이 직종이 잘 알려지지 않다 보니 직무 정보를 얻기가 어려웠다”며 “대기업 계열사의 현직 종사자가 정리한 리서치 방법론과 툴킷(tool kit)도 준다고 해서 바로 결제했다”고 했다. 온라인 사수 찾기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고용불안 등에 따른 직장인들의 자기계발 열풍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영향을 끼쳤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 5월 직장인 12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4.5%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기계발을 한다고 답했다. ‘고용 불안감으로 인해 자기계발 필요가 늘어남’(56.1%, 복수응답), ‘퇴직 이후 또는 N잡을 준비하는 계기가 됨’(30.2%) 등의 응답이 많았다. 이밖에 ‘집콕 등으로 인해 자기계발에 투자할 시간이 많아짐’(33%), ‘모임 축소 등으로 자기계발에 투자할 비용이 생김’(17.7%) 등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시간과 금전적 여유를 꼽는 응답도 많았다. 온라인 사수에게 배우는 것은 업무 능력뿐이 아니다. 최근에는 사회생활에 대해 조언하는 온라인 멘토도 등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자 직장 상사와 얼굴을 맞대고 소통할 기회가 줄어든 신입사원이나 1~2년차를 대상으로 한 강의다. 재능강의 플랫폼 탈잉에서는 애경그룹 최초 여성 임원인 유세미씨가 사회초년생이 알아야 할 조직생활을 강의 형태로 소개한다. 국내 광고회사 2년차 사원 김규희(27)씨는 “사회생활을 가르쳐줄 사람이 마땅하지 않고 사수의 지시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강의를 신청했다”고 강의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회사에 다녀보니 일 자체보다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어렵다”며 “직장 선배와 의사소통에서 갈등이 있는데, 해결방안을 당사자에게 물을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선모은 인턴기자 seon.moeun@joongang.co.kr

2021.08.28 18:55

3분 소요
[문정현의 부동산 투자 길라잡이] 오피스, 공실 늘어도 투자는 역대 최대

재테크

해외투자금 유턴, 투자경쟁 가속화… 수익률 하락세인데 매매가 상승세 2020년 3분기 서울 오피스 임대시장은 8.3%의 공실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재확산으로 주요 기업이 오피스를 축소·통폐합한데다 2012년 2분기 이후 가장 많은 공급면적인 14만평이 공급되면서 전 분기 대비 3.3%포인트 상승했다. 서울 여의도권역에 11만평 파크원 타워 1,2와 2만평 KB국민은행 신관이 들어서면서 서울 오피스 전체의 공실률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서울을 주요 권역별로 살펴보면 도심권역은 2분기에 이어 대규모 오피스가 공급됐다. 이에 따라 공실률도 소폭 상승해 9.3%를 기록했다. 임대인에게 귀속되는 제반 비용을 환산한 환산임대료와 함께 관리비도 소폭 상승했다. 이는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인근에 있는 을지한국빌딩 등의 임대기준가 변경의 주요인이 됐다.강남권역은 팍스타워·큰길타워 등 대규모 오피스 공실이 해소돼 전 분기 대비 소폭 하락한 3%의 공실률을 기록했다. 지속적인 정보통신(IT) 업종의 입주가 공실을 해소했다. 3분기에는 대규모 오피스를 중심으로 임대료와 관리비의 상승폭이 두드러져 환산임대료와 관리비가 동시에 상승했다. ━ 3년 연속 오피스 10조원 이상 거래 2012년 2분기 이후 가장 많은 신규 공급이 이루어진 여의도 권역은 약 14만평의 공급으로 전 분기 대비 10.4%포인트 상승한 15.4%의 공실률을 기록했다. 공실률 증가는 대규모 오피스에서 주로 나타났는데, 신축 오피스를 제외한 겨우는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의도권역의 공실 증가를 야기한 파크원 타워1,2에는 최근 NH투자증권이 17개층을 사용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동시에 유진기업과 계열사 등이 계약을 체결해 공실률 상승을 일부 해소했다. 여의도권역 역시 환산임대료와 관리비가 동시에 상승했고 일부 보증금이 인상되기도 했다.대부분 서울 주요 권역에 위치했으며 기존 고객층 외에도 견고한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어 지금 당장 공유오피스의 공실 문제를 이야기하기에는 시기상조다. 국내 공유 오피스 패스트캠퍼스가 최근에 공실 규모를 약 5% 미만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얘기 한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다.2020년 3분기는 역대 최대 거래 규모를 기록한 의미 있는 시점이다. 이번 분기에는 총 17개 동이 거래됐으며 거래금액만 무려 약 4조6887억원에 이른다. 전 분기의 두 배에 해당하는 규모면서 4분기 거래 예정인 물건들이 정상적으로 종결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3년 연속 10조원 이상의 연 거래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번 분기 거래의 대부분은 도심권역에서 이뤄졌다. 이와 더불어 주요 권역별로 평당 거래가가 새롭게 경신됐다. 도심권역의 신한L타워와 강남권역의 코레이트타워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시장에서 거래가 진행 중인 대규모 오피스가 다수 존재해 평당 거래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오피스의 수익률을 나타내는 지표인 자본환원율(Cap.rate)을 살펴보면 전 분기와 비슷한 수준인 4%대를 기록했지만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자본환원율이 하락한다는 뜻은 반대로 얘기하면 오피스의 가격이 상승한다는 의미다. 임대 수익은 큰 변화가 없는데 코로나19 등의 대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한정돼 있는 오피스 물건의 거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다.지금과 같은 코로나 팬데믹에는 영화관·호텔·대형할인점보다 오피스가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한다. 쉽게 얘기하면 오피스로 투자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또한 기업의 유동자금 확보를 위한 매각 물건까지 시장에서 거래되다 보니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오피스 시장은 활황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사태가 회복된다 해도 리테일 등의 자산이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을 감안하면 오피스 투자는 당분간 지속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많은 사람들이 전체적인 경기가 코로나 사태로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규모의 거래금액이 예상되고 평당 거래가가 경신되는 현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국내외 연기금 등의 주요 투자자가 우리나라 오피스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부터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오피스는 실물 경기가 변해도 그 지표가 즉각 반영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쉽게 얘기하면, 경기가 불안정해도 기업들이 오피스를 당장 떠나기보다는 면적을 줄이는 방안인 감평을 실행하므로 안정적인 임대수요가 기본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이로 인해 안정적인 임대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코어 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실사 등 출장이 필요한 해외 투자가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이 여파로 호텔업·유통업 등이 불황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인 오피스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게 된 점도 다분하다. 이 같은 이유들이 평당 거래가의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힌다. ━ 경기부진 여파로 안정적 자산에 수요 쏠려 대규모 오피스는 자가 사옥을 보유하고 싶은 대기업군을 제외하는 경우엔 해외 투자자, 국내외 연기금, 공제회 등 대부분 기관투자자로 이뤄진다. 기관투자자는 간접투자기구를 이용해 펀드·리츠 등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데, 3분기에도 약 60% 이상이 간접투자기구를 통해 거래가 됐다. 이런 간접투자기구를 구성하는 펀드는 109건이 설정됐으며 리츠는 15건이 영업인가를 얻었다.펀드의 경우 코로나로 인해 해외 투자에 제한이 많았음에도 설정금액이 전 분기 대비 소폭 상승하는 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눈 여겨 볼만하다. 리츠의 경우 현대해상 강남사옥을 인수하기 위한 상품과, 인천에 위치한 물류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한 상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동시에 이지스자산운용은 공공주택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개발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에 리츠를 인가 받았다. 이러한 간접투자상품은 올해 4분기에도 계속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상업용부동산 관리 서비스 기업인 백경비엠에스의 컨설팅 팀장이다. 부동산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미국부동산자산관리사(CPM)와 미국상업용부동산중개자문(SIOR) 자격을 갖고 있다. 정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부동산 컨설팅을 수행하고 행복건축학교에서 예비건축주 강의를 하고 있다.

2020.11.22 15:39

4분 소요
[김유경의 STARTUP INNOMATE(7) 패스트트랙아시아 박지웅 대표] 사람·아이디어·자본 결합해 회사 만드는 ‘컴퍼니빌더’

CEO

“90% 이상 첫미팅 때 투자 결정... 생애창업은 필수,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식” 최근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의 혁신, 언택트 시대의 도래 등으로 혁신을 꿈꾸는 창업자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져 이제는 혁신도 경쟁하는 시대다. 이 때문에 최고경영자(CEO)의 역량과 적응력은 창업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민첩한 기업 설립과 탄력적 비즈니스 운영도 기업의 생명인 속도를 좌우한다.이에 이미 설립된 초기 스타트업을 교육시켜 성장을 돕는 엑셀러레이터나 성장 궤도에 진입한 기업에 투자해 스케일업을 돕는 벤처캐피탈(VC)과는 다른 길을 걷는 투자자도 등장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이 사업에 걸맞은 경영자를 영입해 투자와 보육 과정을 통해 기업을 전략적으로 성장시키는 방식이다. 프로그램 제작 시 기초가 되는 코딩이 세팅돼 있듯, 투자·마케팅·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 창업자가 피할 수 없는 고민을 초기에 해결함으로써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다. 이른바 ‘컴퍼니빌더(Company builder)’라 불리는 모델로, ‘스타트업 지주회사’, ‘스타트업 스튜디오’로도 불린다.컴퍼니빌더로 가장 이름을 날린 회사는 독일의 ‘로켓인터넷’이다. 2007년 창업해 세계적으로 약 80개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배달의민족을 사들인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도 로켓인터넷 작품이다. 로켓인터넷은 마치 지주회사와 같은 역할로 세계 각지에 스타트업을 육성, 인수함으로써 자신에게 유리한 산업 생태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손 마사요시(孫正義) 소프트뱅크 회장도 영역별 1위 기업을 모조리 인수하는 ‘군(群) 전략’을 기반으로 스타트업 지주회사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 “딜스로우 50% 이상 확보해도 큰 회사 성장할 것” 국내에서는 ‘패스트트랙아시아’가 이런 모델을 가장 먼저 도입했다. 패스트캠퍼스(교육)·패스트파이브(부동산)·패스트인베스트먼트(투자) 등 자회사를 두고 파트너사를 직접 만들어 성장시키고 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박지웅 대표(전 스톤브릿지캐피탈 투자팀장)과 신현성 티켓몬스터 의장, 노정석 전 태터&컴퍼니 대표가 설립을 주도했다. 이민주 에이티넘 회장,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이은상 한게임 전 대표, 김상범 넥슨 전 이사 등 20여 명이 투자자 및 파트너로 참여했다.패스트트랙아시아는 1년에 스타트업 한 곳 정도를 설립한다. 2016년 SK플래닛에 매각한 헬로네이처, 2017년 딜리버리히어로에 넘긴 푸드플라이를 직접 만들어 엑시트했다. 올해 들어 패스트파이브 상장 추진, 패스트벤처스 설립, 교육 사업 확대 등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지웅 대표는 “예비창업자 발굴을 시작으로 교육, 투자로 이어지는 창업 생태계의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사명에 왜 아시아를 붙였나.회사 설립 당시 미국·중국 진출은 어려워도 아시아권은 충분히 공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서울과 닮은 시장은 국내 소도시보다는 홍콩·싱가포르 등 메가시티다. 국가보다는 도시 단위로 생각하고 있다.기존 VC와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기존 VC는 매출이 발생해야 하니 펀드 운영을 통한 관리·성과 보수에 집중한다. 다만 성과보수는 VC 만기가 돼야 알 수 있어 관리보수 체계를 탄탄하게 가져가려 한다. 그래서 펀드를 계속해서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 또 국내 VC들은 유망한 기술 기업을 만나기 위해 대전에 내려간다고 해도 5~6개 정도 만나고 오는 게 전부다. 딜 소싱 리스트나 뚜렷한 목표 없이 세일즈·마케팅 관점에서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일할 뿐이다.패스트트랙아시아는 어떤 점이 다른가.시드 스테이지에 좋은 기업 투자 기회를 50%만 확보할 수 있다면, 굉장히 큰 회사가 될 것이다. 50% 이상의 딜 스로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교·직장별로 창업동아리 등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유능한 창업팀은 대개 학교나 회사의 인연을 기초로 시작한다. 지난 10년간 유니콘이 됐거나 목전에 둔 회사 창업자를 역추적했다. 풀 마케팅을 통해 이들을 빠짐없이 만나게 하고 있다. 예컨대 대전의 유망 스타트업이 나오는 요충지와 길목을 지키고 있다면 거의 모든 기업을 다 만날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한다.어떤 창업자를 선호하나.운동선수나 게임 캐릭터에 비유하면 힘·지능·민첩성 등 여러 능력이 평탄한 것보다는 확실히 강점 있는 쪽을 선호한다. 돈을 벌고 싶다는 등 모티브가 명확한 게 좋다. 현실적인 부분에서 솔직해야 하고, 꿈과 욕심이 커야 한다.현재 창업 생태계 밖에도 유능한 창업자가 많지 않나.‘스타일난다’의 경우 투자를 하나도 받지 않고도 기업가치 1조원을 달성했다. 그런 회사는 VC와는 인연이 아니며, 애초에 투자 대상도 아니다. 우리는 사업 초기 외부로부터 자본을 조달해 회사를 키우려는 창업자에 집중하고 있다. ━ “시드투자가 가장 큰 지원, 잘 될 회사는 나둬도 잘돼” 페이퍼보다는 직관에 의지해 투자한다는 평가도 받는다.90% 이상 첫 미팅에서 투자를 결정한다. 이 판단은 정형화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작용한다. 창업자의 종합적 느낌과 주관적 판단이 절반 정도 차지한다. 객관화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일종의 감인데, 투자를 계속하면서 훈련된 측면이 있다. 선호하는 사람에 느낌이 존재한다. 나머지 절반은 미래에 대한 창업자의 인사이트와 사업계획, 스토리다. 거기에 설득되면 투자하고, 아니면 그만둔다. 투자를 결정하면 밸류에이션 협상은 강하지 않은 편이다. 투자 여부가 중요한 거지 얼마에 할 것이냐는 중요하지 않다.컴퍼니빌더란 개념은 어떻게 끌어냈나.유럽에서 시작해 미국으로 유행처럼 퍼진 개념이다. 헐리우드의 대형 스튜디오가 여러 프로젝트를 가동하듯, 한 회사가 여러 사업을 운영하는 개념이다. 제품·서비스가 아닌, 회사를 만드는 회사다. 투자사는 투자해서 지분을 취득하는 것이고, 컴퍼니빌더는 사업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박 대표는 스타트업에 어떤 지원·교육을 펼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잘 되는 기업은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잘 한다. 가장 큰 지원은 은행대출도 못 받는 얼리스테이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다만 “기업들이 사업적으로 특정 영역에서 언제든 물어볼 수 있도록 프라이빗 채팅 채널을 만들었다. 다른 기업의 케이스가 궁금한 경우 등 상세한 얘기를 치밀하게 정보 공유를 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투자자로서 강점은 무엇이며, 어떤 책을 좋아하나.결정을 내리는 데 많이 주저하지 않는다. 의사결정이 빠르다. 평소 책은 많이 읽지 않으며, 읽더라도 실용서를 주로 본다. 은 20번 넘게 읽었고, 워런버핏 주주서한 모음집은 주기적으로 본다.현재까지 투자한 회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샌드버드가 독특했다. 한국에서 시작한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개발사인데, 한국에서 미국 고객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파는 것을 보고 놀랐다. 게임의 경우 스팀이나 유튜브 등 플랫폼을 이용해 해외로 나갈 수 있는데, SaaS를 해외에 판매한 것은 처음 봤다. 창업팀은 확신이 서자 모두 미국으로 거처를 옮겼다. 당시에는 굉장히 도발적 발상이었다. 현지 VC의 투자를 받고, 현지 엔지니어를 수십 명 채용했다. 국내 기업이 미국 인사이더 네트워크에 진입한 거의 첫 사례다. 이런 식으로 한국 사람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회사를 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수준과 경쟁력은.압도적으로 높다. 한국 창업자들은 일을 집중해서 굉장히 효율적으로 한다. 열의는 다른 어느 국가와도 비교하기 어렵다. 온라인 강의 등 한국에서 비롯된 비즈니스 모델이 동남아시아 곳곳으로 퍼졌는데, 사업 운용을 보면 한국 회사들이 훨씬 잘한다. 한국이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경제성숙도가 높기 때문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 “신규 비즈니스 쏟아져, 5~10년 뒤 부동산이 가장 큰 변화” 박 대표는 “최근 뾰족한 투자 트렌드는 없지만,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국 영화·드라마·웹툰·웹소설이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콘텐트 비즈니스는 과거 흥행리스크 때문에 잘 투자하지 않았지만, 한국 콘텐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게 증명되면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현실적으로 여행 분야가 확실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고 실제 투자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e커머스처럼 5~10년내 가치사슬이 급격히 바뀔 산업 분야는 무엇인가.부동산이라고 생각한다. 직방·다방 같은 검색·중개 서비스부터 공유오피스·공유주거 등 여러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많이 등장했다. 필지마다 어떤 건물을 세우는 게 좋을지 3D 기술로 보여주는 기술 기업도 나타났다. 부동산은 규모가 크고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다보니 산업적 변화가 많다. 그간 부동산의 중개, 임차인 등이 발품을 팔아야했던 영역이 기술로 많이 대체되고 있다.창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창업은 죽기 전 한번은 해봐야 할 것이기 때문에 주변에 창업을 권하는 편이다.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리스크 때문에 창업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10년 이상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리스크가 거의 없다. 삼성에 입사해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과 창업해서 성공할 확률이 거의 비슷하다. 라이프스타일의 차이지만, 창업을 꼭 불안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20.09.12 15:25

6분 소요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가꾸는 CEO 2인] 창업자의 투자, 투자자의 창업이 성장 비결

CEO

다음 공동창업자 이택경, 티몬 투자 대박 이끈 박지웅의 커리어 전환기 국내 창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 신생기업(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고, 벤처캐피털이 투자의 대부분을 담당하던 과거와는 달리 개인 투자자인 엔젤투자 규모도 증가하면서 올해 1월 월별 신설법인 수가 1만개를 넘어섰다. 이와 함께 성공한 기업인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고, 투자자 출신들이 스타트업 창업을 하는 역할 바꾸기도 늘어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고 있다. 경영자에서 투자자로, 투자자에서 경영자로 변신한 국내 스타트업계의 대표적 CEO 2명의 사례를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자세히 들여다봤다.포털 다음을 공동 창업한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스스로에게 무척 어려운 시험문제를 냈다. 앞으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궁금했다. IT 외의 다른 서비스로도 자신의 능력을 확장할 수 있을지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이택경 대표는 각기 다른 8개 스타트업에 소규모 앤젤투자를 하는 것으로 자신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고자 했다. IT 기업이 3곳, 바이오 기업 1곳, 심지어 외식업에도 투자했다. 2000년대 초반은 다음의 전성기였다. 이택경 대표가 공동창업하고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던 다음은 커뮤니티·카페 등 당시 존재하던 모든 인터넷 서비스 부문에서 1등을 달리고 있었다. 그는 다음을 창업할 때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게 있었다. ‘다음이 안 망하면 10년만 다녀보고 그 이후에 무엇을 할 지 다시 고민할 것’이었다. “처음엔 연쇄 창업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개인 투자를 해보면서 투자의 매력에 중독됐다. 후배 개발자들을 돕는 일,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일 두 가지를 하고 싶어졌다.” ━ 올해 1월 신설법인 사상 첫 1만개 넘겨 벤처라는 말조차 없던 1995년 창업하면서 다음은 소비자 대상의 B2C와 기업 대상의 B2B 사업을 두 축으로 가져갔다. B2B에서 번 돈을 B2C에 투자하는 식으로 2년 간 회사를 키워갔다. 이들은 3개월마다 새로운 콘텐트 서비스를 만들었다. 첫 서비스는 버츄얼 갤러리, 두 번째 서비스는 패션넷, 이어서 영화 콘텐트 서비스 식이었다. 지금도 영화 예매, 여행과 패션 커머스가 확실한 사업 카테고리를 만들어 많은 기업이 뛰어들고 있는데 이런 카테고리 자체를 이미 20년 전에 만들었다. “우린 인터넷을 화두로 잡았다. 그 안에서 뭐가 뜰지는 몰랐지만, 컴퓨터가 컴퓨팅 머신 역할보단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더 활약할 것이고 그게 인터넷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철학이 있었다.” 기업용 인트라넷 외주 개발로 매출을 올린 지 2년째 되던 해 이택경 대표는 인트라넷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서비스를 생각해냈다. 다음의 최대 히트작이었던 인터넷 무료 e메일 서비스인 한메일은 이렇게 이들의 여섯 번째 서비스가 됐다.이 대표의 자체 시험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투자했던 회사 중 절반이 문을 닫았다. 바이오, 외식업, 애니메이션 제작사 등이었다. 다만 IT회사는 3개 투자해서 2승 1무였다. 한 곳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M&A 됐고, 두 곳은 지금도 영업 중이다. 그중 하나는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기업) 스타트업을 꿈꾸는 수준으로 성공했다. “내가 3대 주주로 있는 한 회사는 온라인광고 쪽에서 2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는데 5~6년 전 모바일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게임 쪽 매출이 크게 늘어 연매출 1000억원을 넘겼다. 상장도 충분히 가능해 보이고, 유니콘도 가능할 것 같다.”이택경 대표는 지금까지 다 합쳐서 100곳이 넘는 기업에 투자했다. 2013년에 시작한 매쉬업엔젤스를 통해서만 70개 기업에 9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 이 대표는 이에 앞서 2010년 성공적으로 회사를 매각한 권도균·장병규 등 1세대 창업자들과 함께 ‘프라이머’라는 스타트업 투자 및 인큐베이팅 회사를 만들었다. 3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프라이머는 지금까지 133개 기업에 투자를 집행했다. 이택경 대표는 2기 대표를 맡았고, 지금도 이 때 투자했던 기업을 관리하고 있다. 프라이머도 매쉬업엔젤스도 또 엔젤투자도 창업자들이 할 때는 단순히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멘토링을 통해 창업 경험을 나누게 된다. 한마디로 일이 많다. 그런데도 이렇게 많은 기업에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기 스타트업에서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에 중독된 거다. 창업자는 자신이 만든 혁신적인 서비스와 제품에 사용자들이 반응해주는 순간에 느끼는 쾌감이 있다. 자신의 가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다음의 영업이익이 제대로 난 건 창업 후 7년이 지난 2003년이었다. 그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전 국민이 많이 써줬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주연이 아닌 조연이지만, 엔젤투자자로서 자문을 해주면서 지원 사격을 통해서나마 투자한 기업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 참 좋고 중독성이 있다. 1세대 2세대 연쇄 창업자들이 투자자로 변신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한다.”이택경 대표를 포함한 대부분의 프라이머 초기 멤버들은 2013년 3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프라이머는 기업가치 5억~10억원 사이의 스타트업에 1억원 미만의 자금을 투입했는데, 기업가치가 10억~20억원대인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부실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매쉬업엔젤스는 이런 스타트업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이택경 대표의 창업자 출신 투자자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이 대표는 “창업가가 꼭 훌륭한 투자자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떤 창업자들은 자신의 성공 방정식만 정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계속 창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업자는 하나만 보면 되지만 투자자는 여러 개를 봐야 하고 회사의 대표로서 조직을 강하게 이끌고 가도 되지만, 투자자는 조연의 입장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창업자 출신 투자자의 장점은 풍부한 경험이고, 단점은 간혹 에고가 강한 경우 투자한 곳 대표를 마치 회사 직원 다루듯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코치로서의 재능과 선수로서의 재능은 따로 있다는 조언이다. “반면에 창업 경험이 없는 투자자들은 창업자의 힘든 점을 잘 느끼지 못 한다. 대표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투자자들이 창업자들의 노고를 이해해 주는 게 필요하다.” ━ 창업자 출신이 이끄는 개인 투자 비율 급증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외연 확장은 이택경 대표처럼 투자에 관심을 갖는 1세대 벤처 투자자들의 자금과 멘토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통계에서도 이 같은 흐름을 엿볼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매달 발표하는 월별 신설법인 통계를 보면 지난해 7월 8316개에서 올해 3월 9226개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고, 지난 1월 1만41개를 기록했다. 이준표 신임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처럼 창업 후 최근 이를 매각하면서 경험과 자금력을 쌓은 이들이 투자계로 다시 돌아오는 움직임도 보인다. 실제로 벤처캐피털 투자금은 꾸준히 그리고 빨리 늘고 있다. 벤처캐피털 투자금은 2015년 2조원을 넘겼다. 한국벤처캐피털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7년 투자금은 2조3803억원으로 2년 간 15% 이상 늘어났다. 특히 올 들어선 신규 투자 증가세가 가파르다. 2018년 4월 벤처캐피털 신규 투자는 9762억원으로 지난해 4월 6012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김범수·이택경 등 1세대 벤처 기업인들이 개인적으로 하던 투자활동을 조직화하면서, 스타트업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숫자와 투자금도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500억원대에 불과했던 개인 투자 규모는 2016년 3배 수준이 넘는 1747억원을 기록했다. 개인투자조합 결성의 경우 2011년 2개 조합에서 9억원을 투자했는데, 6년 만에 각각 10배, 150배가 늘어나 2017년 6월 현재 273개 조합에서 1378억원을 스타트업에 투자했다.이처럼 벤처 투자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개인투자자들이 그간 겪었던 이중과세 문제 등을 어느 정도 해결해주는 법이 생겼다. 2016년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일부 개정법률’, 통칭 엑셀러레이터법이 제정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스타트업 투자가 힘을 받았다. 스타트업 투자와 전문보육(멘토링)을 주업무로 하는 엑셀러레이터는 자본금 1억 이상에 전문 인력 1명만 있으면 펀드를 결성해 운용할 수 있게 됐다. 벤처캐피털은 자본금 50억원과 전문 인력 2명을 보유해야 한다. 개인 투자자나 투자조합은 지금까지 비상장 주식 차익의 40%를 양도소득세로 물어야 했지만, 이를 기존 벤처캐피털 수준으로 크게 낮췄다.또 다른 이유는 성공한 창업자들이 투자자로도 활동하면서 스타트업 투자 선순환을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전신인 NHN 공동창업자이자 카카오 이사회 의장인 김범수는 네이버를 떠나면서 스타트업들에 대거 엔젤투자를 했다. 김 의장이 투자한 기업들 중 한 곳이 매신저 앱 카카오톡 개발사였다. 김범수는 이후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케이큐브벤처스를 세워 사실상 엑셀러레이터 역할을 시작했고, 다른 투자 회사도 세웠다. 어느 정도 성공적인 엑시트를 경험한 창업자들은 대부분 엔젤투자를 병행하거나 직접 전문 투자회사를 만들고 있다. 직접 스타트업 투자를 했던 이들이 창업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크게 줄이는 경우도 창업 생태계 외연 확대에 도움을 주고 있다. 창업과 투자의 간격이 그만큼 줄어들면서 투자의 잣대가 되는 스타트업 기업가치 측정이 과거와는 달리 상당 부분 표준화 됐고 벤처캐피털과의 역할 분담도 비교적 잘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리스트에서 창업자로 변신하고, 최근에는 벤처캐피털 회사를 차리면서 투자도 병행하게 된 박지웅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 티켓몬스터 투자로 만난 박지웅-노정석-신현성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는 벤처캐피털에서 일하면서 티켓몬스터 등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낸 대표적인 투자자 출신 창업자다. 박 대표는 2008년 말 벤처캐피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벤처캐피털은 신입 직원을 거의 뽑지 않는다. 박 대표는 포스코기술투자·미시건벤처투자·IDG벤처스코리아에서 인턴만 3번을 했다. 취업할 때가 되자 한국벤처캐피털협회가 발간하는 회원사 명부를 구해 모든 회사 대표들에게 e메일로 이력서를 보냈다. 2008년 스톤브릿지캐피털에서 연락이 와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될 수 있었다. 박 대표는 “벤처캐피털에서는 딜 하나를 한 사람이 직접하고, 잘 되면 내가 투자한 곳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당시 스톤브릿지캐피털은 전 직원이 4명인 신생 회사였다. 펀드 규모는 7년 만기에 1000억원 정도인데 첫 4년에 투자를 다 끝내야 했다. 박지웅은 처음엔 아무도 투자하지 않았던 곳을 열심히 찾아봤지만 대표 결제가 떨어지지 않았다. 전략을 바꿔 다른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곳에 연락해 추가 투자를 알아봤고 그렇게 해서 투자를 집행한 첫 회사가 교육용 게임 개발사였다. 첫 투자는 실패로 끝났다. 이 회사는 게임 반응이 좋지 않아 회사를 청산해야 했다. 이후 앤써즈·블루홀 등 지금은 성공적인 투자로 분류되지만 당시엔 다들 반대하던 곳에 투자를 하면서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박지웅 하면 생각나는 티켓몬스터 투자는 원래 예정에 없었다. “2009년 10월에 그루폰 기사를 읽었다. 비슷한 아이템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팀을 찾아봤지만 없었다. 당시 그루폰은 티켓 판매와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페이스북에서 유행하던 레스토랑시티와 같은 게임, 엘프 같은 음식점 리뷰 사이트와 그루폰 모델을 동시에 하는 프로젝트를 만들기로 했다. NC소프트에 있던 개발팀을 섭외하고, 출판사에 연락해 함께 조인트벤처를 만들었다. 2009년 9월에서 2010년 1월 사이 일이다. 그러던 중에 그루폰 모델을 준비 중인 신현성 대표를 만났다. 나는 이렇게 4개를 동시에 할 예정인데, 당신은 1개만 하니까 제휴를 하자는 얘기였다. 그런데 우리 팀에서 개발팀·출판사가 모두 빠져나갔다. 신 대표를 찾아가 투자라도 하겠다고 해서 시작된 게 티켓몬스터 투자였다.”박 대표는 티켓몬스터 투자를 통해 잘나가는 벤처캐피털리스트가 됐지만 더 큰 것을 얻었다. 투자자와 창업자, 엔젤투자자로 만난 세 사람의 인연이었다. 티켓몬스터에 엔젤투자를 한 노정석 대표는 보안회사를 상장시킨 후 2008년 블로그 플랫폼회사 테터앤컴퍼니를 구글에, 2014년 데이터 분석기업 파이브락스를 미국 텝조이에 매각하고 현재 리얼리티플렉션이라는 가상현실(VR) 플랫폼 회사를 창업해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고 있다. 투자자와 창업자로 만난 신현성 대표는 2011년 여름 티켓몬스터를 미국 리빙소셜에 매각했다가 이후 다시 지분을 사들여 현재 티켓몬스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 인사이트도 공동 투자자로서 만날 수 있었다.2011년 10월 박지웅·노정석·신현성은 저녁식사 자리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박지웅 대표는 “두 사람 다 아이디어가 많고, 나도 투자만 계속하니까 직접 뭔가를 해보고 싶은 게 생겼다”고 말했다. 셋이서 5억원을 모아 3개 정도 창업을 해보기로 한 이들은 미국 벤처캐피털 인사이트의 투자를 받고, 박 대표가 일하던 스톤브릿지캐피털의 지원도 받게 되면서 판이 커졌다. 2011년 말 패스트트랙아시아 지주회사를 만들었다. 박 대표는 회사의 만류가 심해서 낮에는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저녁에는 창업자로 일해야 했다. 힘이 부쳐 다시 퇴사 의사를 밝혔더니 이번엔 낮에는 패스트트랙아시아에서 저녁에는 스톤브릿지캐피털에서 일하게 됐다. 박 대표는 “투자가 지루해지던 시기였다”며 “티켓몬스터를 매각한 석 달 후 앤써즈도 KT에 매각했고, 투자 일은 원래 반복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티켓몬스터에 투자할 때 창업자 투자자 모두 이 사업은 될 거라고 똑같이 생각했는데, 과정을 만드는 건 창업자 팀의 몫이었다. 투자자는 잘 돼야 조연 중의 조연이다. 무엇보다 티몬 팀이 젊고 자유분방했기 때문에 이들이 함께 재미있게 일하는 게 부러웠다.”박지웅대표가 생각하는 당시의 창업자는 일종의 중재자였다. 노정석·신현성 대표의 의견을 듣고 자신은 이를 조율해 자회사들 의사결정을 하면 되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두 유명한 창업자 간 의견 조율이 쉬울 리가 없다. 결국 6개월 정도가 지나서 박지웅 대표가 직접 나섰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인력 구조조정이었다. 당시 운영하던 두 회사 직원 절반을 떠나보내야 했다. 작은 일에도 관여하는 유럽 액셀러레이터 로켓인터내셔널을 참고했다. “지금은 앞에 패스트가 붙어있는 회사는 다 내가 공동 대표를 맡는다. 실제로 내가 바닥부터 직접 만든 회사에는 사명에 패스트를 넣었다. 패스트가 사명에 안 붙었던 회사들은 초기 기획 정도만 우리가 하고 사람을 찾아서 운영을 그쪽 대표가 하는 식이었다. 앞으로는 사명에 패스트가 붙은 회사만 운영할 생각이다.” ━ “투자자는 차선책 있지만 창업자는 다 걸어야”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지주회사다. 산하에 성인교육 기업인 패스트캠퍼스, 공유 오피스 사업을 하는 패스트파이브, 투자회사인 패스트인베스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박지웅은 지주회사 대표이자 각 자회사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박지웅 대표는 투자를 하다가 창업을 했을 때 “모든 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10개 중 1개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 사업할 때 제일 애매한 것이 사람을 뽑을까 말까를 결정하는 거였다. 자회사 대표를 결정하는 기준을 갖추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너무 똑똑하다는데 내가 잘 몰랐던 사람,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내가 오랫동안 알았던 사람 중에 후자를 선택했다. 사람 비중이 큰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언젠간 아는 사람이 바닥나지 않겠나?) 바닥나고 있다.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으면서도 엄청 똑똑한 사람의 풀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몇 조원짜리 회사를 소수와 함께 오래 하는 식으로 생각을 바꿨다.”박지웅 대표는 경영자, 투자자를 오가는 경우에 차선책이 있는 게 투자라고 정의를 내렸다. 사업에는 다 걸어야 하고 그 뒤는 없기 때문이다. “창업자가 결정을 내린다. 투자자들에게 창업자의 결정은 곧 선행지수다. 경영자는 자신 뒤에 아무도 없는 사람이다.”

2018.07.29 11:45

10분 소요
[성인교육시장의 이유 있는 질주] 업무·퇴사·인생까지 학원에서 배운다

Check Report

강좌·학원 늘며 시장 규모 2조원 넘어 … 불안한 ‘사교육 세대’의 과도한 투자라는 우려도 “부산에서 스피치 강사의 퍼스널 브랜딩과 마케팅을 돕고 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가 강의 홍보에 적합하다고 판단해서 운영을 시작한 지 20일째네요. 하루 50~100명 정도 방문하는데 아직 멀었죠.” 백수창(32, 프리랜서 마케터)씨는 7월 7일 오후 8시 홍익대 근처 스터디카페에서 진행된 ‘퇴사학교’의 지식창업론 워크숍에서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날 워크숍은 지식창업론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 대상의 무료 행사. 백수창씨를 포함해 창업하려는 수강생 5명과 퇴사학교 직원 4명이 백씨와 마케팅 아이디어를 교환했다. 퇴사학교 창업자인 장수한 교장(언더독스 스쿨 대표)은 마케팅 타깃을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퇴사학교의 마케팅 페르소나는 대기업에 종사하는 32세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마케팅에서 페르소나는 고객의 성별·나이·직업이나 취향 등을 정성적이고 가시적으로 정의해 타깃 고객을 정할 때 쓰는 용어다. ━ 실무 중심으로 최신 사례 많이 다뤄 백수창씨는 2013년 한국해양대학교 유럽학과를 졸업하자마자 독일에서 취업에 성공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로 30분 거리인 다름슈타트에 있는 구매 대행업체 ‘티마한’이 그의 첫 직장이다. 백씨는 2014년 여름 베트남 호치민에 있는 한국 기업 동진섬유로 이직해 2016년 11월 한국에 오기 전까지 일했다. 신발 원단을 취급하는 영업부서 매니저였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줄곧 해외에서 영업·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마침 귀국할 예정이던 백씨는 해외 영업·마케팅 관련 직무 기술을 가르치는 한국의 교육 업체를 물색했다. 오프라인 직무 교육 업체 패스트캠퍼스는 페이스북 광고를 보고 접했다. 그는 수강료 360만원을 내고 디지털마케팅 스쿨 3개월 과정을 올 4월까지 수강했다. 수업은 주중 5일 간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빡빡하게 진행됐다. 그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대학에서 배운 것과 실무가 많이 달라 답답했다”며 “내가 들은 강의는 강사가 실무진이다 보니 최근의 실제 사례를 많이 다뤘다”고 만족했다. 백수창씨는 올 4월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알게 된 퇴사 학교에서 ‘지식창업론’을 수강했다. “디지털 마케팅은 굉장히 빨리 변하는 분야라서 6개월에 한 번쯤은 단기 강좌라도 들을 예정입니다.”업무·퇴사·창업에 인생까지 학원에서 배우려는 성인이 늘고 있다.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는 직장인이 외부 교육 업체에서 ‘디지털 마케팅’ 수업을 듣거나, 이직이나 창업 등의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는 방법을 ‘퇴사학개론’에서 배운다. ‘대화를 잘 하는 법’ ‘좋은 친구가 되는 법’ 등 일상에서 필요한 요소를 배우기도 한다. 성인 대상의 교육시장 규모는 약 2조원대(IBK투자증권 ‘교육산업’ 보고서, 2013)로 추정된다. 직무 관련이나 인문학 교육시장 규모는 아직 수백 억원대에 불과하지만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성인을 대상으로 직업기술 강의를 하는 학원은 3192개에서 4244개로 33% 늘어났다. 같은 기간 인문학 학원도 543곳에서 606곳으로 12% 늘어났다.성인들이 이와 같은 교육에 참여하는 비율도 크게 높아졌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성인의 직무 관련 평생학습 참여율은 2012년 15.4%에서 3년 만인 2015년 27.7%로 크게 늘어났다. 전체 ‘비형식 교육(비학위 과정)’이 같은 기간 7%포인트 늘어났다. 이 중 직무 관련 교육은 무려 12.3%포인트로 전체 평균보다 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 패스트캠퍼스·퇴사학교·인생학교 서울 등 인기 기자가 직접 청강해본 교육 업체 3곳의 누적 수강생 수만 봐도 이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2013년 시작한 패스트캠퍼스(대표 이강민)는 3년 6개월 만에 누적 수강생 2만 명을 넘겼다. 퇴사학교(교장 장수한) 수강생은 1년 만에 5000명을 넘겼다. 인생학교 서울(대표 손미나)에선 1년 6개월 동안 6500명(올 3월 기준)이 수업을 들었다. 직무 교육 과정은 모비인사이드·DS스쿨 등 페이스북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후발주자가 많다. 인문학 수업을 비정기적으로 하는 곳도 적지 않다.7월 4일 저녁 7시 서울 잠원동의 한 6층 건물에서는 백수창 씨가 들었던 패스트캠퍼스의 디지털 마케팅 수업이 한창이었다. 백씨는 전일제 강의인 ‘스쿨’에서 수강했지만, 이 강의는 직장인 대상으로 이뤄지는 저녁 수업이다. 강사는 현직 대기업 디지털 마케팅 부서장이 맡는다. 수강생 대부분이 수업 시작 30분 전 도착해 강의실은 이미 꽉 차 있었다. 수강생들도 대부분 현재 마케팅 업무를 하는 이들이다. 강사가 수업 중간 교재로 쓰는 자사 전략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가리키며 “파일로 보내줄 순 없지만 꼭 필요한 부분은 촬영해도 좋다”고 하자 수강생들이 일제히 스마트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이처럼 인기 있는 과목은 수강료도 만만치 않다. 패스트캠퍼스에서 가장 비싼 수업은 3개월 동안 하루 종일 진행되는 각종 ‘캠프’들로 3개월에 400만~500만원 대다. 퇴사학교에선 지식 창업 워크숍 등 49만원짜리(2개월) 수업도 여럿이다. 인생학교 서울의 단과 수업은 10만원 미만이지만 올 1월 시작한 연간 패밀리 멤버십은 59만원이다. 임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직장인들이 고가의 직무 관련 수업을 자비로 듣는 것은 투자”라고 설명했다. 젊은 직장인들이 이런 수업을 이수한 것이 노동시장에서 통용되는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면, 교육에 우선적으로 투자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임 위원은 “노동시장·산업구조·기술의 변화 속도가 굉장히 빨라지므로 이를 따라가려면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며 “직장인들은 이런 수업을 통해 학습 시간을 벌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500만원대 수강료에도 재수강률 20% 그간 직장인들이 받는 직무 혹은 인문학 교육은 무료라는 인식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직무교육이나 인문학 강의를 제공했고, 정부도 실직자들을 위해 고용보험의 직업능력개발기금으로 특정 교육과정을 지원했다. 하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업무에 필요한 기술 트렌드도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직장인 대상 교육도 특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강민 패스트캠퍼스 대표는 “필수 커리큘럼과 수강료에 제한이 있는 정부 지원금 과정은 만들 생각이 없다”며 “빅데이터, 데이터 사이언스 과정은 현업에서도 인력이 달리는데, 일반적인 강사료를 지급해서는 수준 높은 강사를 섭외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장수한 퇴사학교 대표는 “새로운 배움에 대한 수요가 분명 직장인 사이에서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그것을 이제 각자가 가진 지식을 공유하는 모델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성인 교육시장의 이 같은 트렌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2년 24개국 16세 이상 65세 미만 성인 15만7000명을 대상으로 직무역량을 조사해 ‘국제성인 역량조사 보고서(PIAAC)’를 발표했다. 직장에서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언어능력, 수리력, 컴퓨터 기반 문제 해결 능력으로 나누어 평가한 사업이다. 한국에선 6667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계획부터 보고서 발표까지 4년이 걸렸다.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과 예비 직장인들은 직장 내 직무역량이 OECD 평균에 비해 낮았다. 특히 한국 성인의 직무역량은 20대 초반에 정점을 나타내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급격하게 낮아졌다. 다른 나라에선 역량이 30~35세에 정점을 나타내고도 완만하게 낮아지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보고서는 한국 성인이 초기 교육을 통해서 얻은 직무역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학습을 통해 이를 개발하지도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사실은 한국 성인들의 평생학습 참여시간이 연 258.9시간으로 OECD 조사국 중 가장 길었다는 것. 대학원과 같은 학위 과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주로부터 학습비용을 지원받는 비율이 40%에 그쳐 조사국가 중에서 가장 낮았다. 그러나 보고서는 오히려 학위와 상관 없는 ‘비형식 학습’이 직무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진단했다.이 보고서가 발간된 2012년 한국의 평생학습 참여율이 15%대에서 5년 만에 27.7%로 가파르게 높아졌고, 최근 직무역량 그리고 문제개발 능력을 키워주는 강좌들이 늘어나는 데는 이처럼 ‘국제적으로 부족한 직무역량’을 키워보려는 직장인들의 불안한 심리가 알게 모르게 반영돼 있다. 앞서 소개한 백수창 씨는 해외 취업에 성공해 일을 하면서도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제 80세까지 일해야 하는 시대인데 언젠가 내가 독립해 내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직무교육 학원을 알아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6개월마다 이런 강의를 들을 것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 교육제도 개혁하지 않으면… 최근 성인 대상 교육 업체들의 공통적인 몇 가지 특징도 이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첫째, 강사의 역량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과거 직무·인문학 교육과는 달리 강의 커리큘럼을 교육 업체가 현업에 맞게 정하고 세부 내용까지 다듬고 나서야 이에 맞는 강사를 섭외한다. 패스트캠퍼스엔 ‘코스 매니저’, 퇴사학교에선 교장 등 내부 강사진, 인생학교 서울에선 런던 본사가 커리큘럼 개발을 전담한다.둘째, 비싼 경우 500만원이 넘는 수강료를 자비로 부담하는데도 재수강자 비율이 낮지 않았다. 패스트캠퍼스는 최근 6개월 간 재수강률이 20%였다. 퇴사학교는 따로 집계를 하진 않지만 3~4개 과목을 한꺼번에 수강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인생학교 서울은 모든 수업을 다 들을 수 있는 연간 패밀리 멤버십에 올 상반기에만 200여 명이 가입했다.셋째, 수강생 간 혹은 강사와의 네트워킹이 활발하다. 업무용 메신저를 개발한 스타트업 잔디는 패스트캠퍼스 창업 캠프를 함께 들은 수강생들이 모여 만든 회사다. 머신러닝 스타트업 솔리드웨어, 회를 배달해주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기업 인어공주해적단 창업자들도 모두 패스트캠퍼스에서 만나 창업한 경우다. 퇴사학교는 수업을 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종종 무료 네트워킹 및 워크숍 이벤트를 진행한다. 인생학교 서울도 강의실과 함께 있는 카페에서 다과를 함께 하며 교류하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네트워킹 결과가 취업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패스트캠퍼스의 모기업 패스트트랙아시아 박수연 매니저는 “지난해 1월 론칭한 전일제 과정 ‘스쿨’ 수강생들은 ‘하이어링 데이(취업 행사)’ 에서 약 20~30%가 취업에 성공하고, 채용 담당 매니저 추천으로 취업하는 경우도 30~40%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강민 대표는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200여 곳의 회사를 돌면서 현업에서 쓰이는 기술을 조사한다”며 “사람을 뽑는 회사가 있으면 우리 수강생을 연결해준다”고 말했다.사교육 세대가 어른이 돼 ‘직장인의 사교육’처럼 직무교육 시장이 커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 간부는 직무교육 무용론을 펼치며 “대기업 직원들은 사내·외 교육은 물론이고 업무를 통해서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며 “강사들과 그 수업을 듣는 대기업 직원들의 시간당 임금을 비교해 봐도 외부에서 자비로 직무교육을 받는 게 업무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임언위원도 “비싼 직무 교육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에게만 교육이 제공된다면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고용보험 기금에서 부담할 수 있도록 제도권 안으로 들여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을 젊은 세대 직장인의 일에 대한 부담,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감의 결과로 설명했다. 곽 교수는 “30대 젊은 직장인들은 학원에 익숙한 세대다. 직장을 갔지만 학원 가서 뭔가를 배우지 않으면 불안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곽 교수는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대학을 안 나오고도 직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정도로 개혁되지 않는 한 사설 직무교육 학교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실제로 인문학 강좌의 인기는 일정 부분 현대인들의 불안함과 초조함에서 나왔다. 인생학교 서울이 서있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인생학교 서울을 운영하고 있는 손미나앤컴퍼니의 손미나 대표는 “우리는 직장·학교·집 어디에서든 수퍼우먼 수퍼 아빠가 안 되면 낙오자가 될 것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며 “사막 같은 세상에서 사람들이 영혼을 식히고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곳이 인생학교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 젊은 직장인 중에 툭 치면 눈물 안 흘릴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손 대표의 말이다.

2017.08.06 10:37

8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