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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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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UP|강성수 한화손해보험 대표] 연임 발판으로 금융플랫폼·ESG 강화 나선다

CEO

2020년 취임 이후 적자이던 한화손보를 흑자로 전환시키며 구원투수 역할을 해낸 강성수 한화손해보험 대표가 연임에 성공했다. 올해부턴 통합 금융플랫폼을 구성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외형성장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보는 지난달 24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2년의 임기를 마친 강 대표를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추천했다. 강 대표의 연임은 오는 18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임추위는 “강 대표는 재무전략 전문가로서 해당 분야의 풍부한 경험과 안목을 보유했으며 금융업 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고려할 때 대표를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경험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강 대표는 1998년 한화증권에 입사한 뒤 한화건설 재경팀 부장,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전무를 역임하며 그룹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한화손보 재무담당 전무와 한화그룹 재무담당 부사장을 지내고 2020년 한화손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앞서 한화손보는 강 대표가 취임하기 직전 연도에 69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보이며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같은 해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RAAS)에서도 금리 리스크와 보험영업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경영관리대상에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1년도 안 돼 2020년 당기순이익을 884억원 흑자로 전환시켰고, 지난해에는 1559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금감원의 경영관리대상에서도 지난해 연말 벗어났다. 한화손보는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생명을 필두로 한화투자증권 등과 함께 통합 금융플랫폼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카카오톡 등 외부 플랫폼을 이용해 보험 가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제휴사를 확장할 방침이다. ESG에도 방점을 찍는다. 최근 한화손보는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하고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조항과 이사회·감사위원회의 규정과 책임 등을 명확히 했다. 이와 함께 자동차보험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롯데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과 함께 손해사정합작법인(히어로손해사정) 출범도 준비 중이다. 윤형준 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2022.03.1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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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횡령엔 ‘엄벌’ 배임은 ‘참작’할 듯

산업 일반

CJ 이재현 회장 징역 4년 선고 … SK 최태원·효성 조석래 등은 기대 반 우려 반 ‘조세범죄는 국가의 조세질서를 어지럽히고 조세정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범죄다. 이는 일반 국민의 납세의식에도 악영향을 끼친다…(중략)…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능적이고도 은밀한 방법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개인금고에 편입해 관리하면서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비자금 조성과 관리방법이 회사 운영에 불가피한 일로 평가할 수 없고 조성 금액도 603억원에 달해 엄벌이 불가피하다. 다만 일부 차명재산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보유했던 것으로 보이고 2006년 이후 비자금 조성을 중단한 점을 참작했다.’ 재판부가 밝힌 이재현(54) CJ그룹 회장에 대한 양형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용관)는 2월 14일 1657억원의 탈세·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일부 조세포탈 혐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재판부는 “이 회장의 사회적 유대관계 및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도주 우려가 없고, 현재 구속집행이 정지돼 있는 상태”라며 법정구속 하지는 않았다.이 회장의 지시를 받아 해외 비자금 조성관리 업무를 총괄한 신동기(58) 부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성모(48) 재무담당 부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CJ “최악의 상황 면했다”CJ그룹은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분위기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아 감형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실형을 피하지는 못했다. 비자금 조성이 회사 운영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은 CJ 측이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6년에서 형량이 줄었다는 점과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구속을 피한 건 위안거리다. 남은 재판에서 형량이 줄어들 여지도 남아있다.이재현 회장의 1심 선고는 앞서 열린 김승연 회장과 구자원 회장의 재판으로 관심이 컸다. 두 재판의 처벌 수준이 비교적 가벼운 편이어서 정부의 ‘대기업 봐주기’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이 실형을 받으며 다소 균형을 유지하는 모양새가 됐다. 과거 논란이 됐던 배임죄에는 다소 관대한 처벌을, 횡령이나 탈세·사기성 어음발행 등 죄질에 따라서는 엄중하게 처벌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경제 위기라는 점은 감안하되 죄질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평가하겠다는 법원의 의지가 읽히는 판결이라는 평이 많다.이제 관심사는 법원이 이런 기조를 유지할지 여부다. 법원은 최근 재판 결과로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제개혁연대 등의 시민단체는 재판 결과에 반대하는 공식성명을 냈다. ‘3-5(징역3년, 집행유예 5년)룰 재판’의 부활을 우려하는 여론도 있다. 반대로 창조적인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재벌 총수들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서는 곤란하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김승연 회장과 구자원 회장의 재판을 무조건 ‘솜방망이 처벌’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김승연 회장의 경우 사익을 취하지 않았고,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건강상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감안해 감형을 받았다. 배임죄의 근거가 됐던 ‘계열사를 동원해 다른 계열사를 지원한 행위’가 위법한 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 정부에서는 ‘대기업 계열사의 부실은 자율적으로 처리하라’는 지침도 있었다.김 회장 재판을 계기로 재계에서는 ‘고무줄 식 배임죄 적용이 창의적 경제활동을 막는다’는 불만이 나왔다.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구자원 회장은 ‘허위 재무제표 관련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과 건강 악화를 고려해 감형을 받았다. 부자(父子)가 함께 처벌을 받은 것과, 일부 피해 보상을 마무리했다는 것도 참작이 됐다. 대신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던 차남 구본엽 LIG엔설팅 고문은 징역 3년을 선고해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하는 태도를 보였다.앞선 재판 득이냐 실이냐일단 재계에서는 그간 법원이 유지했던 ‘재벌 엄벌’의 분위기가 완화된 것만으로도 반기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2009년 대법원에서 양형 기준이 나오고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 범죄 사실로만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실형을 받았다”며 “판결문에 경제적 기여도를 참작한다는 말이 등장한 것만으로도 총수가 재판 중인 대기업은 숨 쉴 틈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대기업 총수 재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전경련 회장단과 간담회를 하고 경제활성화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자연스럽게 앞으로 남은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2월은 대기업에 운명의 한 달이라 불릴 만큼 재벌 총수들의 재판이 많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이석채 전 KT회장(검찰 기소) 등이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2월 이후에도 조석래 성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 회장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잇단 재판에서 계속해 재벌 총수가 실형을 면한다면 취임 초기 경제민주화를 주장했던 박 대통령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다른 재판에만 엄중한 잣대를 가했다가는 법의 형평성 논란이 생긴다. 법원은 정의를 지키면서 경제까지 고려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다.이제 여론의 시선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로 향한다. 최 회장은 SK텔레콤과 SK C&C 등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창업투자사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465억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2월 말로 예정된 대법원 판결이 2심과 동일하게 내려지면 실형을 피할 수 없다. SK그룹 관계자는 “일주일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김승연 회장이 집행유예로 감형돼 기대감이 컸지만 이튿날 이재현 회장이 실형을 받아 불안이 커졌다.한 법조계 관계자는 “앞선 재판이 득으로 작용할지 실로 작용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엄중처벌을 강조하던 법원의 태도가 다소 부드러워 진 것은 분명하다. 반대로 이를 경계하는 여론의 압박이 거세 법원이 다음 판결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SK그룹은 노심초사 재판 날짜만 기다리고 있다.

2014.02.1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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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소버린 쇼크’ 1년 무엇을 남겼나

산업 일반

지난 1월30일 SK(주) 황두열 부회장이 기업설명회에서 지배구조개선안을 발표하고 있다. "SK는 소버린 때문에 이제 두고두고 괴로울 겁니다.” SK그룹 한 고위 임원의 말이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SK그룹은 요즘 3월 중순에 있을 SK㈜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비상사태다. 물론 소버린 때문이다. SK그룹은 지주회사 격인 SK㈜의 지분 14.99%를 가지고 있는 소버린이 과연 어떤 맘을 먹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 SK는 지난해 4월 정체불명의 증권사인 크레스트가 SK㈜의 주식 8.64%를 확보, 1대주주로 부상하면서부터 노심초사해 왔다. 지분 매집에 나선 지 불과 15일 만에 SK㈜의 지분 14.99%를 확보한 크레스트는 이후 SK그룹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게 됐다. SK로서는 ‘황당’ 과 ‘당황’ 그 자체였다. 매출 규모 50조원이 넘는 한국의 3대 재벌그룹이 불과 1천7백억원이라는 돈에, 그것도 정체불명의 유럽 중소형 펀드에게 그룹의 지배권을 내맡기게 된 상황까지 왔기 때문이다. 1천7백억으로 50조 그룹 장악 SK㈜는 SK텔레콤은 물론 SKC·SK해운·SK네트웍스 등 주요 계열사를 모두 지배하고 있다. 한마디로 소버린은 1천7백억원이라는 금액으로 SK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게 됐다. SK도 이에 맞서 그룹을 방어하기 위해 지난 1년간 SK㈜ 주식을 매집했다. 그 결과 주가가 올라 소버린이 보유한 지분의 평가이익만 6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실익을 챙겼다. 일단 SK㈜ 3월 주총에서 SK 측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26일 마감된 주주명부에 따르면 SK 측의 우호지분이 36.77%, 소버린 측의 우호지분이 20.73%다. 나머지는 외국인 지분과 소액주주지만 일단 이번에는 큰 변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3월 주총 이후다. 주총 이후에도 계속 외국인들이 연합해 경영권 분쟁을 시도할 경우 SK는 또다시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문제는 지난해 3월 5천원대였던 주식이 지금은 4만4천원까지 올랐다는 것. 산술적으로는 한주당 9배의 돈이 들어간다. SK 사태를 보는 재계의 느낌은 남다르다. SK 임원도 말했듯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천문학적인 돈이 경영권 방어에 들어가게 된다. 재계가 소버린 쇼크에 대해 지분율 확대로 대처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현대자동차 주식 1백61만주(지분율 0.74%)를 매입했다. 이에 따라 정회장의 지분율은 4.82%로 높아졌다. LG전선그룹은 이미 지분상 계열분리 요건이 충족됐는데도 구자홍 전 LG전자 회장, 구자명 극동도시가스 사장 등 40여명의 특수관계인이 LG전선 주식 2백81만주(0.99%)를 추가로 사들여 보유지분을 28.11%로 늘렸다. 이외에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이 지분을 늘렸다. 세계를 무대로 경영권 방어해야 그간 M&A의 무풍지대로 인식됐던 한국의 재벌그룹이 SK 사태를 겪으면서 상황을 달리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재계는 SK 사태를 계기로 지배구조를 보다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소버린이 강조한 지배구조 개선과는 반대로 반응하고 있는 셈. 때문에 일부에서는 “소버린 때문에 재벌의 지배구조가 더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M&A 컨설팅 업체인 프론티어 M&A의 황호승 대표는 “이제까지 한국에서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한 곳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였다”고 전제한 뒤 “이들은 자본이 없기 때문에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소버린 등 해외펀드는 스스로 자금을 가지고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파고들기 때문에 상당히 위협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재벌도 사실상 세계를 상대로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 그룹의 재무담당 임원은 “지난해 소버린 사태 이후 재무담당자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세력이나 펀드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로 떠올랐다”고 얘기할 정도다. 한 외국계 투자회사의 대표는 “해외의 중소형 펀드들 중 신흥시장의 법률문제나 지배구조 문제만 전문적으로 관찰하는 펀드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법률적 문제와 지배구조만 개선하면 몇 배의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재계도 이런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최근 법무팀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LG·SK·현대자동차 등 4대 그룹을 비롯해 국내의 주요 기업들은 최근 법무 관련 부서의 규모를 늘리거나 최고 책임자의 직급을 파격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LG는 지난해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김상헌 법무팀 상무를 부사장으로 전격 승진시키는 등 사실상 법률전문가 전진배치에 들어갔다. 삼성도 현재 40명에 달하는 법률팀의 전문인력을 추가 보강하는 방안을 점검 중이다. 현대·기아차와 SK 역시 법무팀을 강화하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 효과도 있어 소버린 사건을 계기로 주요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선진국형으로 개선되는 효과도 있다. 지난 1월30일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한 SK㈜는 물론이고 SKT·KT·포스코 등 많은 기업들이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오너의 지배권을 위해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는 다른 기업들 역시 사실상 SK와 비슷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밖에 없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SK그룹의 한 임원도 “자의적이진 않지만 이미 SK그룹은 다시 과거 재벌 체제로 돌아가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곽수일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SK 외 다른 기업도 이번 사태를 보고 경각심을 많이 가졌을 것”이라면서 “특히 국내 자본뿐 아니라 해외펀드들도 기업경영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한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곽교수는 “이번 사태가 재벌들의 지배구조나 경영 형태 자체를 변화시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소버린의 목표가 지배구조 개선이 아니라 이윤 추구인 이상 언제든 적절한 이윤만 달성되면 지배구조 개선과 관계없이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2004.02.13 00:00

4분 소요
[재계]“경영권 안정” “오너 입김 강화”

산업 일반

일러스트:박용석 “이제 국내 시중은행 중 해외 자본이 대주주가 아닌 곳은 우리은행밖에 없다. 머지않아 우리은행도 민영화되면 외국계가 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외국계 펀드나 은행이 국내 시중은행의 대주주가 되면 사실상 한국 기업들의 장부가 다 노출되는 것이다.” 최근 재벌기업 오너들이 주력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과 관련해 국내 그룹의 한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특히 몇몇 사모 펀드나 은행업 경험이 없는 해외 펀드마저 국내 은행업에 진출하면서 이런 위기감은 더해지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의 실질적인 대주주들이 외국계 은행이나 펀드들이고, 이들 중 상당수는 사모 펀드나 투자은행의 형태로 기업 인수·합병과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분석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최근 대기업 총수들이 앞다퉈 지분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 기업들, 장부 노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8월에 현대자동차 주식 70만주(지분율 0.32%)를 산 데 이어 지난 10월27일 또다시 91만주(0.42%)를 매입했다. 이에 따라 정회장의 지분율은 4.82%로 높아졌다. LG전선그룹이 이미 지분상 계열분리 요건이 충족됐는데도 구자홍 전 LG전자 회장, 구자명 극동도시가스 사장 등 40여명의 특수관계인이 LG전선 주식 2백81만주(0.99%)를 추가로 사들여 보유지분을 28.11%로 늘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올 들어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화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입, 지난해 말 12.95%였던 지분율을 22.69%로 끌어올렸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도 지난 5월 코오롱 주식 59만여주를 매입, 지분이 13.15%에서 16.75%로 높아졌다. 아직까지 오너들의 지분 매입에 대해 기업들의 공식적인 반응은 “경영권 안정을 위한 일상적인 활동이다”는 정도다. 급박한 위험이나 구체화된 어떤 액션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한 예방 조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동안 M&A의 무풍지대로 여겨왔던 대기업들도 소버린의 SK㈜ 지분인수를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때까지 재벌 그룹은 재계라는 울타리 안에서 M&A의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 전경련이나 재계 모임을 통해 대기업끼리 우의를 다져놓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내에서 M&A 이슈는 대부분 코스닥이나 벤처기업 같은 소규모 기업에 한정됐다. 대기업의 경우 상속 때를 제외하면 지분 변동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해외 자본의 국내 투자 여건이 개선되고, 증시가 개방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SK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국내 대기업의 요주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칼라일이나 론스타 같은 대형 펀드나, 골드만삭스나 UBS 같은 큰 투자은행이 아니라 소버린 같은 중소형 펀드들이다. SK그룹의 고위 인사는 “그룹 재무팀이나 국내 전문가들도 대부분 대형 펀드의 동향만 체크했지 소버린 같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펀드는 상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SK그룹은 소버린이 SK㈜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 알려진 후에도 소버린이 어떤 회사인지, 본사는 어디인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34%는 돼야 안정권 때문에 재계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세계 도처에 수많은 펀드들이 한국 기업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자유로워진 금융거래로 국내 기업 인수에는 사실상 큰 걸림돌이 없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주식시장에서는 적은 돈으로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다. 대기업의 한 재무담당자는 “국대 대기업의 자금 담당 임원들의 하루 일과 중 1순위 업무가 외국인의 지분변동을 점검하는 일이다”고 털어놓았다. M&A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최소 우호지분을 합해서 지분율이 34%는 돼야 안정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주총에서 특별결의를 하기 위해서는 전체 지분의 3분의 2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주주가 34%만 소유하면 정관변경과 이사 수 변경 등 경영권을 흔들만한 조치를 막을 수 있다.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들도 오너와 특수관계인·계열사를 통해 최소 34% 이상씩은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출자총액 제한 등과 관련해 의결권 제한 등의 조항이 있어 계열사 지분은 안심할 수 없다. 또 앞으로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제한 조치를 실행할 경우 국내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는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오너들이 개인 지분을 꾸준히 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최근 재벌 오너들의 지분 늘리기에는 정부의 공세에 대한 방어적 성격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월 의결권 승수(의결권 행사 지분/실제 보유 지분)를 들고 나왔다. 즉 실제 지분을 소유한 것에 비해 과도하게 지배권(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공정위가 출자총액 제한 등의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6.1배인 재벌의 의결권 승수를 3배까지 낮추겠다는 것. 하지만 결과는 공정위의 의도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공정위의 의도는 ‘소유에 비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마라’는 것이었는데 기업 측은 오히려 오너의 지분율을 높여 의결권 승수를 낮추고 있는 것. 이를 두고 대기업의 관계자는 “정부가 오너의 지분을 늘리라는 것인지 줄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이처럼 M&A 예방과 정부 정책의 예봉 피하기가 오너들의 지분 매입의 주요 동기이긴 하지만 이외에도 지분 매입을 통해 오너들이 얻는 이익이 더 있다. 일단 오너들의 지분매입을 통해 주가가 올라간다. 정몽구 회장이 매입한 현대차 지분이나 김승연 회장이 매입한 ㈜한화 모두 주가가 올랐다. 주가가 올라갈 경우 지분매입한 대주주에게는 시세차익이 발생한다. 더 중요한 것은 주가가 올라가면서 적대적 M&A의 유인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정광선 한국기업지배구조 개선지원센터 원장은 “적대적 M&A를 하는 주체들은 시세차익을 노리는데, 대주주가 주식을 매입해서 주가를 올려놓으면 적대적 M&A의 유인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할 돈 엉뚱한 데 쓰여 이외에도 대주주가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시장에서 거래하는 유통물량을 줄이는 것도 경영권 방어에 큰 도움이 된다. 성보경 프론티어 M&A 회장은 “유통물량이 줄어들면 대주주가 주식의 움직임을 쉽게 체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당연히 일정량 이상의 물량이 움직일 경우 경고음이 울리고 대주주 측에서 조기에 대응할 수 있다. 이외에도 대주주의 지분율이 올라가면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담보 효과가 높아져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효과도 있다. 경영권이 안정된 주식이 담보가치가 더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너들의 지분 높이기는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너들의 지분 매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정원장은 “오너의 지분이 높아지면 경영권은 안정되겠지만 이는 반대로 말하면 오너의 전횡을 견제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경영권 안정도 좋지만 사외이사 등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를 먼저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지원 JP모건 이사는 “자칫 기업투자로 들어가야할 돈이 오너의 경영권 방어에 들어갈 수 있다”며 “자본의 효율적인 분배를 위해 과연 어떤 지배구조가 바람직한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3.11.14 00:00

5분 소요
[기업들 고민은...]지배구조 ·노사문제 ‘앗 뜨거’

산업 일반

지난 3월10일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 5단체장과 오찬을 위해 손길승 전경련 회장(오른쪽), 박용성 대한상의회장(왼쪽)과 함께 정부 과천청사 내 오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캡션:“웃을 때가 좋았지…” 지난 3월10일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 5단체장과 오찬을 위해 손길승 전경련 회장(우)·박용성 대한상의회장(좌)과 함께 정부 과천청사 내 오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요즘 기업의 고민은 뭘까?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은 이라크 전쟁이다. 전쟁의 향방에 따라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달라지고 한국 경제도 그 영향권 안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라크 전쟁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또 다른 안테나가 가동되고 있다. 안테나가 쫒아가는 신호는 다름 아닌 현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전쟁이야 세계가 다 겪는 경기적 어려움이지만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그 방향이나 강도에 따라 기업의 사활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혁을 국정의 중심축으로 삼는 새 정부의 성격상 재계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아직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부 취임 한달이 지났지만 재계는 아직 노무현 정부의 경제 정책이 무엇인지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다. 예전 같으면 정책방향이나 운용 방식을 파악해 대응책 마련에 여념이 없을 때지만 이번엔 다르다. 실제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9일에, 금감위원장의 경우는 지난달 24일에 결정됐다. 아직도 부처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내기도 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등장한지 한달이 넘었는데 경제를 어떤 식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겠다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같이 급박한 상황에 경제정책의 방향이 아직 불분명하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실제 노무현 정부의 경제팀은 입각하자마자 SK그룹 부당내부거래와 분식회계 수사, 두산중공업의 노사분쟁 등 현안을 처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게다가 카드빚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와 경기 침체 등 전방위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그 중 재계가 특히 주목하고 있는 것은 SK그룹 사태와 두산중공업 사태다. SK사태는 최태원 회장의 구속과 대주주의 주식 담보 제공 각서 등 고강도 조치로 일단 진정국면을 맞고 있다. 하지만 몇몇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번 사태의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가 SK 문제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는 지배구조 문제에 관한한 ‘털어도 먼지 안 난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한화 계열사들이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조직적으로 분식회계에 참여했다는 참여연대 고발에 따라 이미 한화 재무담당 상무를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SK사태로 재계가 바짝 긴장하자 정부 일각에서 ‘속도조절론’을 내세워 일단 한화그룹 수사를 유보시킨 상태다. 일시 유보되긴 했지만 검찰이나 금감위 등에서 다시 칼을 뽑을 경우 해당기업으로선 적잖이 부담 되는 일이다. SK와 한화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일부 시민단체는 삼성그룹도 후계 구도와 관련, 이재용 상무와 임원들에게 계열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한 증여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도 회사가 1백% 보유 중인 LG석유화학 지분 중 70%를 자신과 일가 친척에게 적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팔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어 언제든 본격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시기적으로 상속 문제가 현안이 될 수밖에 없는 일부 그룹의 경우 현정부의 개혁강도와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몇 대에 걸쳐 키워온 기업을 자식한테 물려줄 수 없다는 것을 오너가 받아들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아마 이번 정권과 재계의 최대 쟁점은 상속과 지배구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산중공업 노사문제도 타결은 됐지만 재계로선 불만이 많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두산사태 타결 직후 “두산중공업이 일부 해고자를 복직시키고 불법 행위에 대한 가압류를 철회키로 한 것은 노조의 불법 투쟁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며 이번 사태 해결 방식에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경총은 또 노동계가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가늠하기 위해 이번 사태를 장기간 끌어 온 점에 주목한다며, 올 춘투에서의 노동계 움직임을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막대한 경영손실을 입으면서도 법과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중재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사측의 양보를 이끌어 낸 인상을 받았다”며 정부의 성급한 개입을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지나친 중재 행위는 노사관계에 혼란만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앞으로 노동계의 집단적인 불법행위 등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지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문제가 대기업에 국한된 것이라면 노동문제는 중소기업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경기불황으로 고전하는 중소기업들도 이번 사태 해결 방식을 예의주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도 일산에서 휴대전화 부품을 만드는 한 기업의 사장은 “대기업은 불법 노동행위가 벌어져도 견딜 만한 힘이 있는지 모르지만 중소기업들은 한 차례의 불법 분규가 경영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새 정부는 노조의 불법파업 등에 대해선 적절한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처럼 재계는 이번 두 사태를 보면서 일단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당분간 새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방향을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 정책을 판단할 시기가 아니라고 보기도 한다. 대기업 구조조정본부의 한 임원은 “이제 막 한달이 지난 시점에서 정부의 정책에 대해 논한다는 건 무리”라며 “기업 활동에 큰 지장이야 주겠냐”며 희망섞인 관측을 했다. 하지만 일선 CEO들은 최근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일단은 비관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전문경영인 모임인 ‘한국 CEO포럼’이 지난 3월25일 저녁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2003년 경제와 기업환경에 대한 전망’에 참석한 61명의 CEO들 중 60%가 현 경제 상황을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보고 있었다. 한국 CEO포럼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현정부 하에서 기업환경이 전보다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규 투자계획은 41%가 ‘시장상황에 따라 대폭 수정을 계획 중’이고 18%가 ‘전면 유보하겠다’고 답한 반면 ‘일단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가 41%에 달해 상당수가 최근 국내외 불안정성 증대에 따라 투자계획 조정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새 정부의 집권 초기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44%가 북핵 문제에서 대미 공조체제 약화와 대안 부재를 꼽았다.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정책의 발표가 23%로 뒤를 이었고 성장과 분배 정책에 관한 입장 정리 모호와 노사정책의 불분명성이 각각 15%로 조사됐다. CEO들이 정책의 일관성 부재와 정부의 경제철학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일단 새 정부에 대한 재계의 시각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 일부에서는 “정권 초에 으레 반복되는 일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봤다. 한 대기업 계열사 사장은 “기업인들 사이에는 칼자루 쥐고 있는 정부가 또 기업 길들이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팽배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03.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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