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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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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에 방산‧조선까지 신사업 ‘지휘’

CEO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 부회장은 한화그룹의 주요 사업 전략을 ‘지휘’하고,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한화 전략부문 대표에 오르면서 태양광 사업뿐만 아니라 방산과 조선 등의 사업을 이끌고 있다. 재계에선 김 부회장에 대해 “국내 오너가(家) 3세 중에서 꾸준하게 경영 능력을 입증해 온 인물”이란 얘기가 많다. 한화그룹 임직원 사이에서 신망이 두텁고,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한다고 알려져 있다.재계 등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지난 2010년 한화그룹에 입사한 이후 태양광 사업 확장을 주도했다. 한화그룹 안팎에서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의 ‘처음이자 현재, 미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태양광 사업 초기에는 영업손실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올해 들어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어, 김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난해 한화 전략부문 대표에 오르고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아버지인 김승연 회장을 대신해 그룹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인식된다.특히 올해에는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에 한화그룹을 대표해 동행하는 등 김 부회장의 존재감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3조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인 ‘솔라 허브’를 구축하고 있으며, 올해 한화그룹에서 새롭게 출범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경영 정상화도 꾀하고 있다. 지난 6월에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한 이후 제13회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에 꾸려진 한화오션 부스를 찾기도 했다. 한화오션 경영 정상화에 힘을 실어준 행보라는 해석이다.재계에선 “김동관 부회장이 이른바 ‘통 큰’ 결단으로 한화그룹을 성장시킨 김승연 회장을 닮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버지인 김승연 회장이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이라면 김동관 부회장은 부드러운 리더십”이란 평가도 있다. 올해 김승연 회장의 최측근인 금춘수 부회장이 한화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김동관 부회장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는 진단이다. 그간 태양광 사업 등을 통해 경영 능력을 입증한 김 부회장이 태양광과 방산, 조선 등을 아우르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23.08.28 15:20

2분 소요
글로벌서 빛나는 ‘태양광’…업계 1위 굳히기

CEO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한화의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 부회장의 리더십 하에 한화솔루션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1983년생인 김 부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김 부회장은 2010년 한화에 차장으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 한화솔라원 영업담당실장, 한화큐셀 전무 등을 두루 거쳤다. 2020년 10월에 한화솔루션 대표를 맡았고, 2022년 8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솔루션은 2022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022년 연결기준 매출 13조6539억원, 영업이익 96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7%, 영업이익은 30% 증가한 것이다.김 부회장은 올해 태양광 관련 대규모 투자도 단행하면서 태양광 1위 굳히기에 나섰다. 올해 초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총 3조2000억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2024년까지 잉곳·웨이퍼·셀·모듈 등의 현지 생산을 위한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 ‘솔라 허브’를 구축할 예정이다. 한화솔루션이 2024년 말 솔라허브 구축을 마치면 현지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은 모두 8.4GW로 늘어난다. 이는 실리콘 전지 기반 모듈을 만드는 태양광 업체 가운데 생산능력으로는 북미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한화솔루션은 2022년까지 미국 주택용 및 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각각 5년, 4년 연속으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해당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해 북미 태양광 시장 내 1위 지위를 굳건히 하겠다는 복안이다.앞서 지난 4월 김 부회장은 미국 조지아주 달튼 한화솔루션 태양광 모듈 공장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기도 했다. 당시 김 부회장은 “클린 에너지 솔루션을 통해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며 “솔라 허브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태양광 밸류체인 생산 라인을 미국 내에 구축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2023.08.28 11:55

2분 소요
김동관 부회장 승진, 한화 경영권 승계작업 빨라지나 [경영승계 가속화하는 재계3세들③]

부동산 일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김동관 체제’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한화그룹의 경영승계 작업도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화그룹은 지난 8월 29일 김동관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주요 내용을 포함한 9개 계열사 대표이사에 대한 내정 및 승진 인사를 발표했다. 김동관 신임 부회장은 기존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에 더해 ㈜한화 전략부문·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이사도 함께 맡게 됐다. 1983년생인 김 부회장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한화그룹에 입사한 뒤 고속 승진을 거듭해왔다. 2010년 한화그룹 회장실 차장을 거쳐 2015년 한화큐셀 상무·전무, 2019년 부사장, 2020년 한화솔루션 사장에 올랐다. 사장이 된 지 2년 만에 다시 부회장직에 오른 것이다. ━ 힘 실은 한화그룹 장남… ‘김동관 체제’ 굳히기 한화그룹은 이번 김 부회장의 승진이 사업재편과 중장기 전략사업 추진에 대한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한그룹은 “김동관 부회장이 지금까지 한화솔루션/전략부문 대표이사, ㈜한화/전략부문 부문장,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스페이스허브 팀장을 맡아 사업경쟁력 강화, 미래 전략사업 발굴 및 투자 등을 적극 추진해온 점과 검증된 비즈니스 전략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을 바탕으로 사업전략 추진에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 점 등을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한화그룹 내 김 부회장의 존재감이 더욱 더 커질 것이란 관측과 함께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김승연 회장이 한화그룹의 미래사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분야를 김 부회장이 이어 받아 청사진을 그려 나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린에너지, 우주항공사업의 중장기 전략 추진과 전략적 투자 등에 있어 김 부회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해외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방산사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안정적 수익구조를 만드는 데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미 한화그룹의 3세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이루어져 왔다고 보고 있다. 최근 한화그룹이 2년 만에 단행한 사업구조 재편을 두고도 이러한 해석이 나왔다. 그룹의 지주사격인 ㈜한화가 한화건설을 흡수합병하기로 하고,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보유하고 있던 방산과 정밀기계 부문을 맞교환하면서다. 앞서 한화건설은 지난 6월 27일 만기가 2년 남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잔여분을 조기 상환하면서 ㈜한화의 완전 자회사가 됐다.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한화건설의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2000억원의 RCPS를 상환한 것을 두고 관심이 고조됐다. 이러한 움직임에 그룹의 3세 승계를 위해 (주)한화가 한화건설 흡수합병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주)한화로의 편입 전 지분구조를 깨끗이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김 부회장이 에너지·석유화학 등 주력 사업과 그룹 전반을 총괄하고,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금융 사업을, 삼남 김동선 상무가 호텔·리조트·유통 사업을 맡는 방식으로 한화그룹의 승계 구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해왔다. ㈜한화가 건설을 흡수합병하면 한화생명 최대주주로 올라 금융계열사 지배구조가 단순해진다. 향후 금융사를 계열분리하거나 중간 금융지주사로 전환해 김동원 부사장이 맡게 될 시 지분 정리가 수월해질 수 있다. 이에 더해 지주사전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됐다. 한화그룹의 금융부문 지주사격인 한화생명은 내년 부채를 원가에서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을 앞두고 있었다. IFRS17 적용시 한화생명의 최대주주인 한화건설은 한화생명 부채 때문에 지주사 전환 의무(총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액 비율 50% 초과) 대상이 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화건설은 금융지주회사가 되고, 공정거래법상 건설업 영위가 어렵게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 사업재편 두고 ‘승계 가시화’ 시선…지분 확보 관건 하지만 이번 흡수합병으로 한화생명이 (주)한화의 직접 자회사가 되면 지주사 전환 의무가 사라지게 된다. 한화건설보다 총자산 규모가 더 큰 (주)한화는 한화생명의 지분가치 비율이 50%를 하회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화가 한화생명으로부터 직접 수취하게 되는 배당금이 확대되면 향후 3세들이 김 회장으로부터 (주)환화 지분을 상속받는 데 필요한 재원 확보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 부회장을 비롯한 3세가 가지고 있는 (주)한화 지분은 약 8%정도다. 아울러 한화그룹은 최근 계열사 3곳에 분산돼있던 방산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하는 사업재편을 단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을 맡게 된 김 부회장이 이를 전두지휘하게 되면서 승계를 앞두고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와 관련한 통합 시너지를 제고해야 하는 김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번 사업재편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도약하는 전기가 마련되었다는 평가다. 다만 김 부회장이 지분 확보를 위해 움직여야만 승계 작업이 본격화되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한화 지분은 김승연 회장이 22.65%, 김 부회장이 4.44%, 차남과 삼남인 김동원·김동선이 각각 1.67%를 보유 중이다. 재계에선 김 부회장이 지분 50%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있는 한화에너지를 ㈜한화와 합병하거나 김 회장의 지분을 증여 혹은 상속 받는 등의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한화그룹 측은 이번 김 부회장의 승진과 사업재편 등으로 승계작업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다소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사업재편이라는 것이 꼭 승계작업을 위해서라기보다 회사의 발전적인 방향을 위해서 이기도 하다”며 “김동관 부회장의 승진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본인의 역량과 성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승진 인사가 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한화솔루션/전략부문, (주)한화/전략부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전략부문은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사업 추진과 사업재편 진행 등 사업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이라며 “김 부회장은 각 사 전략부문 대표이사로서 중장기 전략 수립,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 투자 우선순위 조율 등을 수행하며 책임과 역할을 다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2022.09.17 14:00

4분 소요
기업 맞수 열전 [1] 한화큐셀 VS OCI

산업 일반

라이벌(rival)은 ‘하나 밖에 없는 물건을 두고 싸우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에서 나온 단어다. 재계에서 라이벌의 존재는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기업의 혁신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포브스코리아가 준비한 ‘기업 맞수 열전’ 첫 번째 주자는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화큐셀과 OCI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태양광 사업 대표주자로 꼽히는 한화큐셀과 OCI. 두 기업은 의외로 닮은 점이 많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이끌어가는 리더라는 점,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이들이 창업주의 3세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OCI 이우현(47) 사장과 한화큐셀 김동관(32) 상무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외 태양광 시장을 이끌어가는 리더이자 태양광산업의 맞수로 평가받는 이유다. 2015년 현재 태양광 산업계의 기상도는 ‘흐림 뒤 맑음’이다. 수많은 태양광 사업체가 위기 속에서 파산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진 덕분이다. 이제 살아남은 기업들은 수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따먹을 수 있게 됐다. 재계 3세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태양광 기업 한화큐셀과 OCI도 위기를 이겨낸 덕분에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 큰 영향을 줬다. 그동안 태양광 업체들은 정부의 보조금으로 사업을 확대했다고 보면 된다.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정부 보조금이 깎이거나 삭감됐다. 당연히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양광 부품은 공급과잉 상황이었다. 태양광 산업의 핵심 기초소재로 꼽히는 폴리실리콘이 대표적 사례다. 2011년 6월, 폴리실리콘 1kg의 가격은 54달러였다. 같은 해 12월 폴리실리콘 가격은 29.9달러로 폭락했다. 2012년 12월에는 15.5달러까지 내려갔다. 올해 5월에 들어서야 16달러로 조금 회복됐다. 잉곳, 셀 등의 부품가격도 폭락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서재홍 부장이 “과거의 영광을 다시 경험하기는 힘들 듯 하다”고 토로할 정도다.태양광 부품 공급과잉으로 국내·외 태양광 기업은 줄 도산했다. 2013년 3월 수익성 악화로 파산한 중국의 선텍(Suntech)에 이어 2013년 7월에는 셀과 모듈을 제조 판매하던 독일의 코너지(Conergy)가 정부 보조금 중단 및 부품가격 하락으로 파산했다. 미국의 퍼스트 솔라, 중국의 LDK 등도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한국에서도 웨이퍼와 셀을 생산 판매하는 넥솔론이 2014년 8월 누적된 영업손실 등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투자를 계속한 기업은 살아남았다. 바로 한화큐셀과 OCI다. 두 기업은 이제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태양광산업 시장 상황도 좋아지고 있다. 공급과잉이 완화되면서 원가경쟁력을 가진 상위 기업들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 “그동안 태양광발전을 주도했던 유럽의 비중은 감소하고,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의 신흥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서재홍 부장은 분석했다. 태양광 사업의 부진 속에서도 미래 사업성을 보고 고집스럽게 투자한 그룹 총수의 노력과 재계 3세의 경영능력이 결합한 결과다. 재계 3세대인 김동관 상무와 이우현 사장은 태양광 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추후 승계 작업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태양광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너지 사업을 통해 김동관 상무와 이우현 사장의 위상은 커질 것 같다”고 평가했다. ━ 수직계열화로 어려움 이겨낸 김동관 상무 현재 한화의 성장 축은 한화생명으로 대표되는 금융, 그리고 한화케미칼로 대표되는 석유화학과 방산산업이다. 태양광이라는 새로운 축이 더해진 것은 故 김종희 창업주의 장남 김승연 한화 회장의 결정이자 미래를 내다보는 한 수로 회자된다. 2010년 8월 김 회장은 솔라펌홀딩스를 인수하면서 태양광 사업에 진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품의 공급과잉으로 태양광 사업 성적은 매년 적자였다. 그래도 김 회장은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김 회장의 투자가 없었다면 다른 대기업처럼 태양광 사업은 지속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김승연 회장의 결정으로 시작한 태양광 사업은 현재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상무가 진두지휘하고 있다.하버드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한 김동관 상무는 2010년 1월 한화 회장실 차장으로 입사했다. 2011년 12월 한화솔라원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태양광 사업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2013년 8월, 2012년 독일 태양광 기업 큐셀을 인수해 만든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으로 옮겼다. 김 상무는 적자투성이의 한화큐셀을 1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으면서 재계의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2014년 9월 한화솔라원으로 복귀한 후에는 그해 12월 발표된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의 합병 작업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의 합병으로 한화큐셀의 태양광 셀 생산 규모는 3.28GW에 이르러 세계 1위의 태양광 셀 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됐다.애초 태양광 사업은 김 상무와 별 상관이 없는 분야였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후 한화 회장실에 입사했을 때 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수업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높았다. 이런 외부 예상과 달리 김 상무는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김 상무는 태양광 사업의 전문가로 불린다”는 한화큐셀 관계자의 말처럼, 태양광 사업의 전반적인 내용을 꿰뚫고 있다. 심지어 적자가 이어질 때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해외 시장을 개척했다. 임직원이 달랑 1명이었던 일본 지사에 가서 매출을 올리는 전략을 함께 만들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지금 일본에만 영업지점이 5개로 확대됐고, 인력만 100여 명으로 늘어났다. 기술센터까지 만들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태양광 사업 전반을 챙기느라 김 상무는 지금도 매월 해외 출장을 나간다고 알려졌다. 김승연 회장의 고집스러운 태양광 사업 투자는 김 상무의 경영능력과 합쳐져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김 상무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내놓은 대안은 폴리실리콘부터 태양광 발전 사업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장기적인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다운스트림 시장(태양광발전 사업)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지난 5월 31일 한화그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의 통합 이후 2015년 1분기에 영업이익 480만 달러(약 48억원) 흑자를 냈다. 지난 4월 20일에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전력회사인 넥스트에라 에너지에 총 1.5GW 모듈을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태양광 업계 단일 공급계약으로 사상 최대규모다.김동관 상무가 수직계열화로 태양광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면, 이우현 OCI 사장은 규모의 경제로 위기를 이겨내고 있다. OCI(전신은 동양화학, Oriental Chemical Industry)는 1959년 ‘마지막 개성상인’으로 불리는 창업주 고(故) 이회림 회장이 소다회를 만들던 동양화학을 인수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OCI는 태양광 산업의 핵심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제조 분야에서 글로벌 Top 3를 차지하고 있다.OCI가 태양광 사업에 나선 것도 창업주의 장남인 이수영 OCI 회장의 결단 때문이다. 이 회장은 2008년 상용 폴리실리콘을 양산하면서 태양광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당시 기업 내부의 반대가 많았다. 시장 전망은 좋았지만, 초기 투자금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OCI 관게자는 “1만 톤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려면 투자금이 1조원이 든다”고 설명했다.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가 폴리실리콘 제조다. 2015년 8월 현재 OCI가 한해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규모는 5만2000톤에 이른다. ━ OCI 이우현 사장, 규모의 경제로 흑자 전환 성공 폴리실리콘 제조판매에 뛰어든다는 결정을 내린 이수영 회장의 선견지명은 탁월했다. 당시 경영실적이 이를 확인해준다. 폴리실리콘 사업을 시작했던 2008년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26%가 상승한 5900억원이나 됐다. 하지만 이 회장도 폴리실리콘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 회장은 위기에 굴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투자를 이어나갔다. OCI 태양광 사업을 이끄는 이 회장의 장남 이우현 OCI 사장은 규모의 경제를 추진하면서 수익성을 높여나가고 있다.,이우현 사장은 서강대 화학공학을 전공한 후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케미칼 전문 기업의 후계자이기 때문에 화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사장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바로 OCI에 결합하지 않았다.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톤, 체이스 맨해튼 뱅크 등의 금융계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05년 8월 당시 동양제철화학 전략기확본부장으로 입사,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직책은 전무였다. 2009년 OCI 사업총괄 부사장을 거쳐 2013년 OCI 대표이사사장 자리에 올랐다. OCI 태양광 사업은 이우현 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6월 18일 미래에너지포럼에서 이 사장은 “태양광 발전 가격경쟁력이 갖춰졌다. 앞으로 15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발전원은 태양광과 풍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OCI가 선점한 폴리실리콘 시장에서 2011년 초반처럼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어렵다. 다만 폴리실리콘 생산규모 5만2000톤을 확보하면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졌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장이 성과를 낼 수 있는 밑거름인 셈. OCI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태양광 업계의 구조조정이 이뤄졌다.OCI는 폴리실리콘에서 세계 3위 생산 규모를 자랑하기 때문에, 버틸 여력이 생겼다. 수요공급이 좋아지고 있고, 규모의 경제를 이뤘기 때문에 OCI는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 이우현 사장은 태양광 사업 분야에서 영업이익 445억원의 흑자를 냈다. 폴리실리콘 제조원가 절감으로 이뤄낸 성과다.이 사장은 태양광발전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2년 7월 OCI Solar Power와 샌 안토니오시 전력공급 회사인 CPS Energy는 400MW 규모의 ‘태양광발전 전력 공급계약’을 계약했고, 2016년 말까지 건설을 마치기로 했다. 지난 6월 이 계약의 여섯 번째 프로젝트인 11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기공식이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에서 열렸다. 이 외에도 한국에서 서울시 등 지자체와 협력해 400MW급 태양광발전소를 건립 중이다.한국태양광산업협회 서재홍 부장은 “OCI는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고 이를 팔아서 시드머니로 삼는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폴리실리콘 분야에서 선두에 나서고 있고, 태양광발전 사업의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서 앞으로도 괜찮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07.27 18:12

7분 소요
[ISSUE] 경영 전면에 나선 3세들 - 이젠 성적표로 실력 보여줄 때

산업 일반

2012년 주요 그룹 인사가 마무리 되며 주목 받는 젊은 경영인들이 있다. 오너 일가의 차세대 리더들이다. 경영 전면에 나선 3세들은 신사업과 해외 영업, 그룹의 주요 사업을 맡았다. 올해 이들은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것이다. 2011년 6월 9일 인도네시아 리포 치카랑에서 한국타이어 신공장 기공식이 열렸다. 60만㎡(18만1800평) 규모의 공장에서는 북미와 중동지방으로 수출되는 타이어를 생산한다. 이날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행사 내내 만족한 표정이었다. 신공장 프로젝트는 조 부사장이 기획부터 착공까지 전 과정을 진행한 사업이다. 경영자로서역량을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 그는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매달렸다. 오너가 직접 발품을 팔며 세밀하게 챙긴 탓에 직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일했던 직원의 말이다. “(부사장님의) 추진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새벽까지 고민하는 날이 많았고 마무리 될 때까지 쉬지 않고 (직원들을)쪼셨어요. 본인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그만큼 강했던 것 같아요.”조직에서 그는 소탈한 스타일의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함께 일했던 본사 직원들은 조 사장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이다. ‘보고를 하면 핵심을 빠르게 파악한다’ ‘통계나 숫자에 현혹되지 않고 정곡을 짚어 내곤 한다’는 것이다. 사원들에게 스스럼이 없고 조직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지난해 12월 6일 그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의 영문 타이틀은 CSO(Chief Strategy Officer)로 조직의 전략을 총괄 관리한다. 한국타이어 측은 승진 배경에 대해 “인도네시아 신공장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기업의 글로벌화를 이끌었다”며 “경영 시스템을 안정시켰고 사회공헌 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았다”고 설명했다.미국 보스턴대학을 졸업한 조 사장은 1998년 한국타이어에 입사한 이후 광고홍보팀장·마케팅본부장·경영기획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다.태양광 ‘열공’ 하는 김승관 실장작년 12월 15일 한화그룹 인사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승관 회장실 차장이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이날 인사에서 그는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승진했다. 2010년 1월 한화 회장실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신입사원 연수를 마친 직후 김 회장과 함께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다. 김 회장은 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대표 CEO를 만나는 자리에서 “여러 명망 높고 훌륭한 분들과 만나 기쁘다. 주요 이슈들에 대해서는 아들이 이야기할 것”이라며 김 실장을 소개한 바 있다. 이후 김 회장은 주요 경영현장 방문 시 늘 김 실장을 대동했다.2010년 5월 제주에서 한국 전경련·일본 게이단렌·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2차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 김 회장은 김 실장을 대동해 각국에서 모인 60여명의 경제인에게 인사를 시켰다. 11월 열린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에서는 환영 만찬 때부터 김 실장이 김 회장을 수행했다. 이때부터 재계에서는 김 회장이 김동관 실장을 후계자로 점 찍고 경영 수업을 시키는 것이란 말이 돌았다.이번에 김 실장이 경영에 참여한 한화솔라원은 태양광 전문 기업이다. 한화그룹이 2010년 8월 인수한 세계 4위 태양광 기업 솔라펀파워홀딩스가 모체다. 재계에서는 한화의 결정에 다소 의외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금 태양광 산업은 경기가 불투명한 상태다. 공급 과잉으로 인해 공장 가동률을 줄이거나 투자 계획을 보류하는 기업도 많다. 이런 때 한화가 태양광 산업 야전사령관으로 김 실장을 임명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이 어려운 사업을 맡겨 경영 능력을 시험하려는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김 실장은 의욕에 넘쳐 있다. 지금 김 실장의 사무실에는 칸막이가 없다. 직원들과 소통하며 조금이라도 일을 빠르게 배우기 위해서라고 한다. 주 1~2회 점심시간을 쪼개 직원들과 함께 피자를 먹으며 태양광 산업을 공부하고 있다. 한화솔라원의 주력공장은 중국 상하이에 있다. 김 실장은 수시로 중국에 달려가 현안을 챙기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땐 매일 새벽 종로의 한 어학원에서 중국어를 공부한 다음 8시에 여의도 63빌딩으로 출근하고 있다. 그와 가까운 관계자는 “해외 출장 중에도 비행기 안에서 중국어 교재를 손에서 떼지 않는다”고 전했다.업계에서는 태양광 사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만 김 실장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해외 시장 변화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며 “솔라원은 일괄생산체제를 갖춘 기업으로 글로벌 태양광 사업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화솔라원은 태양광 모듈 조립 등 생산뿐 아니라 프로젝트 개발 및 파이낸싱까지 통합사업군을 구축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2012년은 창업100년의 미래 비전을 여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태양광 등 신사업에 지속적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실장이 진두지휘 하는 만큼 각종 사업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문성욱 부사장 해외서 승부신세계에서는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의 남편인 문성욱 이마트 부사장이 새로운 사업을 맡았다. 그는 신설된 해외사업총괄을 맡아 이마트의 해외 사업을 전담하게 됐다. 문 부사장은 2004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장을 거쳐 2005∼2008년 신세계I&C 전략사업담당 상무를 지냈다. 2011년 5월 신세계 I&C에서 이마트로 옮기면서 중국 사업을 맡아왔다. 이마트의 해외사업을 총괄하게 된 문 부사장의 숙제는 베트남 시장의 성공적인 진출과 침체에 빠진 중국 이마트 사업을 활성화하는 일이다.이마트는 지난해 7월 합자법인을 설립해 베트남에 진출했다. 이마트는 10억 달러를 투입해 하노이에 1호점을 개장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하노이·호치민·하이퐁·껀터 등 베트남 전역에 52개의 매장을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베트남은 해외 유통기업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곳이다. 먼저 진출한 롯데마트도 2호점 이후 매장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문 부사장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신세계는 롯데와 다르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베트남에 가서 매장 개설 대상 부지를 물색하기도 했다.침체에 빠진 중국 사업에 대한 해결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마트는 지난해 11월 중국 내 27개 점포 중 6개 점포를 매각했다. 이마트 중국 매장은 현지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2004년부터 적자를 내는 상태다. 2010년에도 이마트 중국법인은 910억원의 적자를 냈다.문 부사장이 해외사업을 총괄하게 된 것은 어려운 상황과 관련이 있는 듯 하다. 해외 사업은 국내와 달리 시장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유통업의 특성상 새 점포를 내려면 정확한 판단과 결단이 필요하다. 초기 투자가 많기 때문에 전문경영인이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신세계는 문 부사장이 오너십을 발휘해 해외 사업을 활성화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2011년 5월부터 해외 사업을 실질적으로 문 부사장이 담당했다”며 “업무 지식이 풍부한 만큼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범LG가인 LS그룹 인사(12월8일)에서도 뉴페이스가 등장했다. LS그룹의 공동 창업주인 고(故)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외아들 구자은 LS니꼬동제련 부사장이 LS전선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LS니꼬동제련에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일했던 그는 LS전선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구 사장은 지난 1990년 미국 시카고대 MBA를 마친 후 LG와 LS그룹 계열사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LG와 GS그룹은 오너 일가라도 현장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는 전통을 갖고 있다. 구 사장도 LG정유(현 GS칼텍스)에 입사해, LG전자를 거쳐 계열분리 이후 LS전선에서 근무하며 전무로 승진했고, 2008년 LS니꼬동제련으로 옮겨 2009년 부사장이 됐다.LS그룹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구태회·구평회·구두회 명예회장 등 3형제가 2003년 11월 LG그룹에서 독립해 만들었다. 이들은 그룹 출범 직후 일선에서 물러나 아들들에게 기업 경영을 맡겼다. 이후 LS그룹은 사촌형제 간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LS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구두회 명예회장이 별세한 후 사촌형제 간 공동경영 차원에서 구자은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지난해 12월 7일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오너가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인물이 있다. 김재열 사장이다. 인사에서 그는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에 임명됐다. 그의 부인은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그룹 안에서 비중이 높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석유·화학플랜트 수주가 크게 늘면서 매출과 이익, 시가총액이 급증했다. 2011년 3분기까지 매출액은 6조1673억원으로 2010년의 연간 매출액 5조2189억원을 넘어섰다.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고, 임직원 수도 최근 5년 사이 3배 이상 늘어났다.삼성엔지니어링은 김 사장의 글로벌 경영 역량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MBA 출신인 김 사장은 영어 등 여러 외국어에 능통하고 국제 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해외서 영토를 확장하는데 김 사장의 해외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삼성 측은 “김 사장은 제일기획 글로벌 전략과 제일모직 경영기획총괄을 역임해 글로벌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물”이라며 “삼성엔지니어링을 초일류 기업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밝혔다.

2012.01.2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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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0대 그룹 승부수] 한화그룹 - ‘미래의 오너’까지 태양광 사업에 투입

산업 일반

지난해 말 한화그룹의 김승연(60) 회장은 깜짝 발표를 했다. 장남인 김동관(29) 그룹 회장실 차장을 전체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는 계열사인 한화솔라원의 기획실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2010년 1월에 입사한 김동관 실장은 지금까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 관련 보고를 받고 투자 결정에도 관여해왔다. 그러나 그룹 안팎에서는 뜻밖의 인사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외에서 태양광 사업이 위기에 빠져 있기 때문이었다.태양광 사업의 중심지인 유럽이 재정위기로 흔들리고 있는데다 중국에서도 공급 과잉 후유증을 앓고 있어서다. 한화솔라원은 태양전지에 들어가는 웨이퍼와 모듈의 가격이 급락해 지난해 3분기까지 55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자금력이 탄탄한 대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란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상황이 이런데도 김 회장이 인사를 한 건 현장에서 직접 경영 경험을 쌓고 돌파구를 마련하라는 뜻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화의 한 임원은 김동관 실장의 인사를 보고 “사자가 자기 새끼를 절벽에 떨어뜨리는 것 같다”고 표현했 다. 김승연 회장도 어린 나이에 경영을 맡았다. 선대 회장(김종희) 타계로 가업을 이어받았을 때 나이가 김동관 실장과 똑같은 29세였다. 김 회장은 “한번 고생해 보라”며 격려했다는 후문이다. 김승연 회장은 신년사에서도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잡은 태양광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회장은 태양광 사업이 여의치 않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위기를 더 큰 기회로 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태양광 사업의 기틀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한화그룹의 두 축은 제조업과 금융업이다. 둘 다 내수 중심이다. 김승연 회장이 태양광 사업으로 눈을 돌린 건 그런 배경에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던 김 회장은 인수 작업이 불발에 그치자 태양광 사업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한화그룹은 이미 한화케미칼의 폴리실리콘, 한화솔라원의 웨이퍼·셀·모듈, 한화솔라에너지의 태양광 발전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창원에 국내 최대 태양광발전소 준공한화의 태양광 사업은 2010년 1월에 한화케미칼 울산 공장에서 30MW 규모의 태양전지를 생산·판매하면서 막이 올랐다. 같은 해 8월에 한화케미칼이 모듈 기준 세계 4위 규모인 중국의 ‘솔라펀파워홀딩스’를 4300억원에 인수하면서 사업 기반을 다졌다. 그 후 회사 이름을 ‘한화솔라원’으로 바꾸고 현재 400MW 규모의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다. 연간 셀 생산 규모는 900MW, 모듈 생산 규모는 1.3GW다. 중국 난퉁경제기술개발지구에 2단계에 걸쳐 2GW 규모의 태양전지와 모듈 생산설비를 갖출 계획이다.지난해 4월에는 태양광 발전 사업을 전담하는 ‘한화솔라에너지’를 설립했다. 한화솔라에너지는 북미·유럽 등에서 현지 파트너와 공동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유망 업체의 인수 합병과 지분 투자를 한다. 한화솔라에너지는 지난해 11월 창원 한화테크엠 공장 지붕에 2.24MW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루프톱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했다. 한화솔라에너지가 출범할 무렵 한화케미칼은 연간 1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여수 국가산업단지에 짓기로 결정했다. 이 공장에서 폴리실리콘을 자체 생산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자체 생산해 경기 변동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13년 하반기에 가동을 시작해 2014년부터 연간 5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한화케미칼이 폴리실리콘 사업에 뛰어들면서 한화그룹은 폴리실리콘에서부터 잉곳-웨이퍼-태양전지(셀)-모듈-태양광 발전에 이르기까지 태양광 제조 관련 모든 분야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뤘다.김승연 회장이 태양광 사업에 쏟는 열정이 남다르지만 사업 환경을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업황이 급격히 악화하자 태양광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는 기업이 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불거졌다. 경기 침체 우려와 재정위기 여파로 유럽 각국이 태양광 보조금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태양광 수요가 위축되는데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세계 태양광 모듈기업이 생산능력을 과도하게 늘리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졌다. 이에 따라 태양광 모듈가격이 35~40% 하락했다. 폴리실리콘 가격도 OCI를 비롯한 선두권 기업 정도만 겨우 버틸 수준으로 급락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솔라엔에너지가 지난해 2분기 태양광 업체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국내 업체 중 가장 큰 태양광 생산 규모를 가지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매출액은 1분기 1억3700만 달러에서 2분기에 7500만 달러로 뚝 떨어졌다.그나마 대기업이나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버티고 있다. 반면 많은 중소기업은 자금난에 허덕여 매각 절차를 밟고 있지만 그마저도 인수자가 없는 곳이 부지기수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시장이 다소 살아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워낙 공급과잉 상태라 재고가 줄어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기업과 경쟁하려면 모듈가격 하락이 불가피해 수익률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현재 폴리실리콘에서부터 발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당분간 투자가 불가피해 한화그룹으로선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태양광 시장 회복되면 원가 경쟁력으로 승부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박재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PVC와 태양광 업체들이 가동률을 낮추고 있는 지금의 태양광 업황은 바닥”이라면서 “사이클 업종의 특성상 가동률 축소와 업계의 구조조정 이후 살아남은 업체는 다시 호황을 누리는 만큼 한화에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최규동 한화케미칼 기획부문장은 “지금 태양광 시장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분명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시장이 회복되면 경쟁의 키는 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면서 “기술을 보유한 회사의 지분 인수와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해 태양광 산업이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분석하면서 ‘빛을 잃어가는 태양광 시장’이라고 표현했다. 태양광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한화가 어둠 속에서 빛을 볼지 관심거리다.

2012.01.1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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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대 그룹 경영 전략] 어려운 경제환경, 공격 투자로 돌파한다

산업 일반

국내 10대 그룹의 매출 총액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80%에 이른다.10대 그룹은 매출의 80%를 수출로 번다. 이들의 실적이 한국경제의 성적표고,경영 기조가 한국경제의 방향타나 마찬가지다. 그동안 10대 그룹은 과감한 투자로 위기를 기회로 바꿔 왔다. 올해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코노미스트 취재 결과 국내 10대 그룹은 어두운 경제전망에도 투자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내실을 기하면서 전략적인 투자를 확대한다는 게 주요 그룹의 공통된 목소리다. 그룹별 2012년 경영전략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2012년 10대 그룹 신년사에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위기’였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볼 수 없었던 ‘침체, 불황, 불확실, 급변, 어려움’ 등의 단어도 눈에 확 띌 만큼 늘었다. 국내 10대 그룹 총수들이 그만큼 올해 경제를 어렵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본지는 매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자산총액 상위 10개 그룹의 신년사 전문을 분석해 왔다. 신년사 전문을 입수해 어떤 단어가 많이 쓰였는지 분석하는 방식이다(올해는 검찰수사 여파로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SK그룹은 제외했다. 정준양 회장이 신년사 대신 새해 구상 프레젠테이션을 한 포스코는 보도자료로 대체했다).‘위기’는 ‘재정위기’ ‘경제위기’ 등을 포함해 22회 쓰였다. ‘침체’ ‘불황’ ‘둔화’ 등의 단어를 포함하면 37회 등장한다. 불확실한 세계경제 전망을 대변하듯 ‘불확실·불안정·격변·급변(13번)’ 등의 단어도 많이 쓰였다. ‘어려운(12회)’도 심심찮게 등장한 말이었다. ‘어려운’ 앞뒤에는 ‘경영환경·경제여건(19회)’이 붙었다.매년 신년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글로벌’은 21회 쓰였다. ‘성장·신성장(20회)’ ‘고객·고객가치(20회)’도 10대 그룹 총수들이 강조하는 화두였다. ‘미래(18회)’ ‘변화·혁신(17회)’ ‘대비·대처(15회)’ ‘도약·약진(13회)’ ‘차별화(12회)’ ‘투자(12회)’도 많이 쓰였다.특히 ‘사회적 책임·사회공헌’ ‘동반성장·공생발전’이 예년에 비해 부쩍 늘었다. 각각 21회, 20회 쓰였다. 이밖에 ‘기술·연구개발(11회)’ ‘지속적·영속적(11회)’ ‘역량·핵심역량(10회)’ ‘인재(9회)’ ‘도전(9회)’ 등도 여러 차례 등장했다. 2010년 신년사를 장식했던 ‘그린·녹색’은 지난해에 이어 올 10대 그룹 신년사에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10대 그룹의 2012년 신년 출사표를 요약하면 이렇다. “세계경제 앞날이 불확실하고 경영환경은 어렵지만, 내실을 다지며 미래에 대한 투자로 성장을 이어가겠다.”본지가 취재한 국내 10대 그룹의 2012년 경영전략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그룹이 아직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대부분 투자를 늘리거나 적어도 올해 수준은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내실을 기하면서 신성장 동력에 집중 투자한다는 것도 공통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10대 그룹의 올해 투자 규모는 120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43조원을 투자했던 삼성그룹은 올해도 사상 최대 투자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그룹 차원의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삼성 안팎에서는 투자 규모가 5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월 2일 신년 하례회에서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봐서는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해 다른 기업도 투자를 많이 하도록 유도를 하는 게 좋지 않느냐”고 말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2011년 삼성그룹 매출은 185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은 2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잠정치대로라면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31% 늘어난 것이다. 삼성은 이 여세를 몰아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헬스케어·바이오 분야 등 신수종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분야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10대그룹 신년사 ‘위기’ 단어 가장 많이 등장현대자동차는 올해 경영 기본방향을 ‘내실 다지기’로 잡았다. 정몽구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보다 내실 있는 경영 활동을 통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토요타, GM 등 경쟁사의 공격 경영이 예상되는 가운데 무리한 물량 증대보다는 품질 경영으로 제값을 받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60만대를 판매하는 등 2009년 이후 3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을 했던 현대차는 올해 판매 목표를 700만대로 잡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7자가 갖는 상징성을 감안해 긴장감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는 소폭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는 연구개발(R&D)에 전년 대비 10.9% 늘어난 5조1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 중 90%는 친환경 미래차와 고효율 신차 개발에 집중한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최태원 회장, 최재원 부회장의 검찰수사 여파로 새해 경영 계획 수립에 고심했던 SK그룹은 1월 5일 파격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SK그룹이 밝힌 투자 규모는 19조원. 지난해 투자액(9조원)의 두 배가 넘는다. SK는 지난해 인수한 하이닉스에 약 4조원, 시설부문에 약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R&D와 자원개발에는 각각 1조8000억원, 2조원을 투자한다. SK그룹의 올해 경영 슬로건은 ‘SK 4.0’이다. 그룹 관계자는 “1980년대 유공, 1990년대 한국이동통신에 이어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한 SK는 제3의 도약을 꿈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SK는 올해 반도체와 고부가가치 제품 투자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내실·질적 성장’도 주요 화두LG그룹의 화두는 ‘변화’다. LG그룹은 주력인 LG전자,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저조한 실적을 내면서 그룹 내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구본무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책상에 앉아서 자료만 놓고 판단하는 관리자가 아닌 몸소 흐름을 알고 판을 짤 수 있는 사업가가 되어 달라”고 말했을 정도다. LG그룹은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는 LG화학을 기초 동력으로, 스마트폰 시장에 재도전하는 LG전자와 롱텀에볼루션(LTE) 고객 유치전에 뛰어든 LG유플러스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LG전자는 옵티머스 LTE 스마트폰에 ‘올인’할 계획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옵티머스 LTE 스마트폰은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상품이고, 전 계열사 생산품이 부품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서 “LG그룹 전체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2011년 안정적인 성장을 한 롯데그룹은 올해 ‘해외시장 확대’에 승부를 건다. 롯데의 주력 사업인 할인마트·백화점·편의점 등은 국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다. 세계 경제가 불황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것도 롯데로선 악재다. 롯데그룹은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109% 성장한 해외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러시아,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마트와 백화점을 공격적으로 늘려나가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사업 다각화를 통해 탈출구를 모색한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12월 8일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기존 사업을 튼튼하게 유지해 경영 효율을 높이면서 인접사업으로 분야를 적극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매물로 나온 하이마트를 롯데그룹이 인수할 것인가도 관심 거리다.포스코는 위기극복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정준양 회장이 들고 나온 카드는 ‘패러독스(역설) 경영’. 최고 품질의 제품을 가장 낮은 가격에 공급해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가 쉽게 반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좀 더 긴 호흡으로 안팎의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사와 영업이익률 격차를 현재보다 2% 포인트 이상 더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뿐 아니라 마그네슘·리튬·티타늄 등 모든 소재를 공급하는 종합소재기업으로 거듭나는 기반을 만든다는 게 기본 전략”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올해 철강시황 악화 전망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해 국내외 생산벨트 확장에 주력할 계획이다.그룹별 전략사업 윤곽 드러나현대중공업은 올해 경영 키워드를 ‘혁신과 도전’으로 삼았다. 조선 산업 불황이 점점 깊어지고 있지만, 투자를 줄이지 않겠다는 것이 현대중공업 입장이다. 올해 투자 목표는 지난해와 비슷한 2조2000억원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시가총액이 40%나 줄 만큼 조선산업 한파 영향을 받았지만, 매출과 수주는 오히려 늘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11척의 드릴십을 수주하는 등 특수선 분야에서 선전했기 때문이다.현대중공업은 올해도 매출과 수주 목표를 전년보다 올려 잡았다. 수주 목표는 305억 달러, 매출 27조5000억원이다. 그룹 전체 매출 목표는 64조원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일반상선 수요는 부진하겠지만, LNG, LPG, 드릴십 등 특수선과 육해상 플랜트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건설장비, 전자장비 분야의 해외 생산거점을 늘려 글로벌 경영체계를 확고히 할 방침이다.GS그룹의 올 경영 핵심전략은 ‘안정 속 도전’으로 요약된다. GS는 그동안 낮은 부채비율과 현금 동원력으로 인수합병(M&A) 시장의 다크호스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하이마트, 현대오일뱅크, 대한통운, 대우조선 인수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확실한 미래사업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GS그룹은 올해 대형 M&A가 없다는 판단 아래 튼튼한 실탄을 바탕으로 에너지 부분 투자를 늘릴 방침이다. 정유·유통 등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신재생에너지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지주사인 GS가 보유한 GS칼텍스 주식 전부를 물적 분할해 설립한 GS에너지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GS에너지는 2차 전지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와 양극재, 탄소 소재, 플라즈마 방식 폐기물 처리기술 등 GS칼텍스가 보유 각종 연구개발 부문을 양도받아 본격적으로 사업 나설 계획이다. GS그룹의 올해 투자 목표는 지난해보다 48% 늘린 3조1000억원이다.한진그룹의 올해 경영 기조는 ‘수익성 있는 성장’이다.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조양호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지난 수년 간 지속된 변화의 바람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강력한 체질개선과 혁신을 통해 성장의 질적 개선을 도모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이 내실경영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주력인 대한항공 상황이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저가항공사의 거센 도전 속에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대한항공 측은 “올해 항공기는 투자는 전년 대비 30% 줄어든 1조5600억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장거리 노선을 확대하고,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화물운송분야에서는 다양한 노하우와 운송품질관리에 주력, 서비스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사활을 걸고 키우고 있는 태양광 사업에 ‘올인’한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는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을 전담하는 한화솔라원과 한화솔라에너지를 중심으로 태양광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태양광 사업에 대한 김승연 회장의 의지는 재계에서도 유명하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는 장남인 김동관 그룹 회장실 차장을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으로 승진시켰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태양광 제조·R & D 분야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고, 한화금융네트워크의 금융 노하우를 효과적으로 접목해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투자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1조7000억원 또는 소폭 늘 것이라는 게 한화그룹 측 설명이다.김태윤 이코노미스트 기자 pin21@joongang.co.kr

2012.01.0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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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사업 영토 넓히는 기업들 - 오너 가족과 핵심 측근, 총수 특명 받아 진두지휘

산업 일반

2011년 여러 기업이 M&A 등을 통해 신 사업에 진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유럽 재정 위기가 신 사업 진출의 모멘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룹의 신 성장동력에는 오너 가족과 핵심 측근이 전진 배치된 게 특징이다. 지난 10월 27일 삼성서울병원 사내 인트라넷에는 ‘윤순봉 탐구생활’이라는 교육프로그램이 개설됐다. 윤순봉 삼성서울병원 사장이 직원들과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비전을 공유하기 마련한 이 프로그램은 △신입사원 윤순봉, 나는 누구인가 △성을 쌓는 자 vs 길을 만드는 자 △변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 △헬스케어 3.0 건강 수명 시대의 도래 등 총 7편으로 제작됐다.윤 사장은 첫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혁신을 하는 것이 아니고 혁신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라며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예고했다. 삼성그룹 5대 신수종 사업의 하나인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의지와 책임감을 나타낸 것이다.전진 배치 된 삼성 윤순봉, 한화 김동관삼성그룹이 의료와 헬스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1년 4월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한 데 이어 11월 중순 미국의 심장질환검사기기업체인 넥서스(Nexus)를 인수했다. 2010년 국내 엑스레이기기 업체인 레이, 초음파의료기기 업체 메디슨을 인수한 데 이어 M&A를 통해 해외 바이오·의료장비 업체를 확보한 것이다.삼성이 이처럼 의료기기 업체 인수에 나선 것은 그룹 차원에서 의료기기를 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발광다이오드(LED)·바이오 제약과 함께 미래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헬스케어 분야에 10년간 1조2000억원을 투입해 연 매출 10조원을 올린다는 계획이다.삼성의 헬스케어 사업 키는 그룹에서 ‘혁신 전도사’로 불리는 윤순봉 사장이 잡았다. 윤 사장은 삼성그룹 비서실 재무팀,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조정실장, 그룹 전략기획실 홍보팀장 등을 거쳐 삼성석유화학 대표를 지냈다. 삼성경제연구소 근무 당시 이건희 회장의 ‘신 경영’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황이 어려운 계열사로 투입될 때마다 ‘턴어라운드’를 만들어낸 인물이기도 하다.그의 공식 직함은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사장 겸 의료사업 일류화 추진단장. 이름이 꽤 긴 데서 그의 관할권이 넓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병원 경영뿐만 아니라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에서 병원과 계열사 간 협력을 지원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삼성의료원과 삼성전자 헬스 부문,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의료·헬스 사업의 협업 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이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전자, 삼성서울병원을 중심으로 베트남, 터키, 아랍에미리트 등 아시아와 중동 지역에 병원 패키지 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윤 사장의 계열사 조율 기능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그룹회장실 차장에게 ‘태양광 특명’을 내렸다. 김 차장은 지난 12월 15일 한화솔라원 이사회에서 기획실장으로 임명됐다. 미국 세인트 폴 고등학교와 하버드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김 차장은 2010년 1월 회장실 소속 경영기획실로 입사했지만 뚜렷하게 맡은 업무는 없었다. 이번 보직 발령으로 사업 전략을 짜고 직접 집행하는 등 최전방에 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앞길이 순탄치는 않다. 재정 위기를 맞은 유럽의 태양광 수요 감소와 중국산 부품의 공급 과잉으로 태양광 중간재·완제품 가격이 반 토막 난 상태다. 이 때문에 LG화학을 비롯한 태양광 업체들은 생산설비 증설 등 향후 투자 계획을 취소하거나 잠정 보류해놓고 있다. 한화솔라원 역시 2011년 2분기 연속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업계에서는 이번 김 차장의 전면 배치를 한화그룹이 태양광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한다. 한화는 폴리실리콘(한화케미칼)-웨이퍼·셀·모듈(한화솔라원)-태양광 발전(한화솔라에너지)의 수직계열화를 2013년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핵심은 제조와 보험인데 둘 다 성장 한계가 뚜렷한 내수 사업”이라며 “김 회장이 태양광 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이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김 차장은 오너십을 활용해 각 계열사로 흩어져 있던 태양광 사업을 총괄해 난관 돌파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이번 인사를 놓고 ‘김승연 식 자녀 경영수업’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종희 선대회장이 일찍 타계한 까닭에 29세에 그룹 총수에 오른 김 회장의 의중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이론’이 아닌 ‘현장’에서 경영수업을 시키려 한다는 것이다.한진·현대차 오너 일가 신 사업 눈길그룹의 신 성장동력 발굴과 함께 오너 일가에 대한 배려 차원의 신 사업 진출도 눈길을 끈다. 한진그룹의 마리나 사업 진출과 현대차그룹의 생명보험업 진출이 그것이다. 사업의 성공 여부와 함께 향후 형제·남매간 그룹 분할에 있어 신 사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대한항공이 인천시와 함께 진행하는 인천 왕산마리나 사업은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가 맡게 됐다. 대한항공은 지난 11월 3일 “왕산마리나 조성 사업을 위해 60억원을 들여 왕산레저개발을 설립하고 조현아 대한항공 전무가 대표를 맡는다”고 밝혔다.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인 조 전무는 현재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장과 기내식사업본부장을 겸하고 있다. 호텔사업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의 대표도 맡고 있다. 이번 왕산레저개발 대표에 오르면서 해양·레포츠 사업까지 아우르게 된 셈이다.왕산마리나 사업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의 왕산해수욕장 인근 공유수면 9만8604㎡를 매립해 요트 300척 규모의 계류시설과 해상방파제, 클럽하우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요트 경기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며, 대한항공이 전체 사업비 1500억원 중 1333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인천 연고 기업이 많지 않아 대한항공이 인천 아시안게임 지원에 나서게 됐다”며 “이후 경인 아라뱃길과 연결이 가능하고 정부 또한 마리나 사업 육성 의지가 높아 활용 가치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조 전무의 마리나 사업 담당을 두고 “신 사업 진출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향후 그룹 분할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호텔, 관광 서비스 부문 사업을 넓혀 장녀 조현아 전무에게 주고 주 사업인 물류를 장남 조원태 전무에게 물려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전무가 호텔·레저·관광 등 연관성 있는 사업 분야를 이끌어 왔기 때문에 마리나 사업의 대표이사로 선임됐을 뿐”이라며 “후계구도나 그룹 분할 이야기는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고 말했다.현대차그룹이 녹십자생명보험을 인수한 것을 두고도 “그룹 분할을 염두에 둔 신 사업 진출”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월 21일 녹십자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녹십자생명 지분 89.4%를 2283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모비스·기아차·현대커머셜이 각각 37.4%, 28.1%, 28.1%씩 지분을 인수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녹십자생명 인수는 보험 업계 선두가 되겠다는 것보다는 그룹 내 금융 포트폴리오 완성 측면이 강하다”며 “이번 인수로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HMC투자증권에 이어 보험사까지 거느리게 돼 은행을 제외한 금융 전 부문을 아우르게 됐다”고 말했다.일각에서는 ‘딸을 위한 재산분배’ ‘사위 챙기기’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녹십자생명의 지배주주가 될 현대커머셜을 정몽구 회장의 둘째 딸인 정명이 고문과 남편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실제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태영 사장은 2001년 업계 7위인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해 이름을 현대카드로 바꿔 업계 2위권으로 올려놓았다. 정 사장은 현재 현대카드뿐 아니라 캐피탈·커머셜 대표도 맡고 있는 등 HMC투자증권을 제외한 현대차그룹 금융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또 녹십자생명은 자동차 산업과는 시너지를 내기 어렵지만 현대카드·캐피탈·커미셜 등 금융회사들과는 연계 비즈니스가 가능해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SK와 현대그룹은 주춤신 사업 진출은 물론이고 경영 공백이 우려되는 대기업도 있다. 하이닉스를 인수해 반도체 사업에 진출했지만 총수가 검찰 수사를 받느라 이렇다 할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는 SK그룹과 제4이동통신 사업 진출 과정에서 혼선을 빚다 결국 포기한 현대그룹이 그 경우다.최근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로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당장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사업과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SK그룹은 2011년 M&A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면서 정유와 통신 위주의 내수 기업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SK그룹의 주 성장동력이던 통신사업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하고 최태원 회장이 공을 들였던 중국 사업도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2012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를 검토했던 SK그룹의 사업 계획은 보류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2~3년간 하이닉스의 수익성 유지와 신규 투자가 하이닉스 인수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최종 결정권자인 그룹 총수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라고 분석했다. 재계에서는 수사가 일단락되면 어떤 식으로든 SK그룹의 사촌간 계열 분리가 가속화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촌인 최신원 회장은 SKC 계열사를, 최창원 부회장은 SK케미칼·SK건설·SK가스 3사를 실질적으로 관장하고 있다.제4 이동통신 사업 참여를 놓고 우왕좌왕 했던 현대그룹도 당분간 신 사업 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등 해운업이 주력인 현대그룹은 차세대 사업으로 이동통신을 검토하고 제4 이동통신(IST 컨소시엄)에 참여하려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제4 이통 사업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해 현대그룹과 같은 대기업을 끌어들여 사업 안정성을 높이려 했다.하지만 현대그룹은 그룹 내 통신전문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다른 컨소시엄 업체들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신 사업을 추진한다면서 2대 주주로 참여하려 한 것도 그룹 내 교통정리가 안 된 상태라는 걸 보여주었다. 이 같은 내부 사정은 사업 참여-불참-재 참여-다시 불참이라는 행보로 나타났고, 결국 현정은 회장은 불참을 지시했다. 현대그룹은 신뢰도에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대기업 322개, 중소기업 689개 등 전국 1011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2년 설비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평균 4.1%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 같은 조사(6.1%)보다 2% 포인트 감소한 수치. 그러나 ‘2012년 투자를 2011년보다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61.4%였다. ‘시설 개선 필요’와 함께 ‘미래 대비 선행투자’ ‘신규 사업 진출’을 투자 확대 이유로 꼽았다. 어려울수록 기업의 인프라를 활용한 공격 경영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2011.12.27 18:01

7분 소요
그룹 총수들의 후계자 교육

산업 일반

기업은 만들어 키우기도 힘들지만 수성(守城)이 더 힘들다. 대기업 총수들이 평생을 바쳐 키운 회사를 이어받을 후계자 교육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폭넓은 현장 경험과 해박한 경제 · 경영 지식을 바탕으로 전문경영인 못지않은 능력을 키우는 게 후계자 교육의 관건이다. 몇 년 전 일이다. 국내 한 이미지컨설팅 회사에 한화그룹 비서실 사람들이 비밀리에 찾아왔다. 당시 한화 측은 이미지컨설팅 회사에 “김승연 회장 일가를 미국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처럼 만들고 싶다”고 주문했다. 김 회장은 실제 ‘현대판 귀족’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배경이 좋다. 한국화약 설립자인 부친 고(故) 김종희 회장으로부터 그룹을 물려받은 데다 장인은 서정화 전 내무장관이다. 게다가 경기고, 미국 멘로대 경영학과, 드폴대학원 국제정치학과 졸업이라는 화려한 학력까지 붙어 있으니 그럴 만하다. ▶김승연 회장(오른쪽)과 막내아들 동선 씨 그는 회장 자리에 오른 뒤에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과 유엔한국협회 회장, 한미교류협회 회장 등을 지내며 정 · 재계 입지를 착실히 다져왔다. 자신의 세 아들 역시 미국 하버드대와 예일대, 승마명문학교인 태프트스쿨(고교)에 보내며 ‘한국판 케네디가’를 실현하는 듯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꿈은 최근 자식을 ‘위한’ 보복 폭행 사건이 세간에 불거지며 빛이 바래고 말았다. 이번 사건을 두고 많은 재계 관계자들은 김 회장이 29세란 어린 나이에 그룹의 대권을 물려받은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젊은 나이에 회장에 오르면서 머리는 항상 올백 스타일로 다니고, 누구도 자신의 말에 토를 다는 것은 용납지 않았다. 회사에선 이렇게 ‘제왕적 권위’를 유지한 그였지만 자식에 대해선 과잉보호가 유별났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젊은 나이에 부친을 여의고 험한 세파를 스스로 헤쳐나가며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제대로 된 경영수업 없이 그룹을 맡으며 생긴 김 회장의 권위의식과, 김 회장 자신의 빗나간 자식 사랑이 빚은 최악의 결과였던 셈이다. 대기업 총수들은 후계자 교육을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신이 평생을 바쳐 키운 회사가 후계자의 한순간 실수로 기업 이미지는 물론, 존폐까지 위협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총수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자녀들에게 경영수업을 혹독하게 시키고 있다. ▶전문가들과 토론하며 현장과 기술 체득 삼성 전문가들과 토론하며 현장과 기술 체득 삼성가에서는 집에서 가족들끼리 식사할 때도 넥타이를 맬 정도로 반듯함을 중시한다. 그래서인지 이건희(65) 삼성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39) 삼성전자 전무도 예의 바르고, 특히 여러 사람의 의견을 많이 듣고 새길 줄 아는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천재론’을 주창해온 이 회장은 외아들 이재용 전무를 최고의 엘리트를 키우기 위해 오래전부터 공을 들여왔다. 이 전무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과정을,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대학에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접할 수 있는 인문학을 익힌 뒤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배우는 게 좋겠다는 이 회장의 뜻을 받아들인 것이다. 세계적인 인재 사관학교로 불리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리더십 개발센터(크로톤빌 연수원)’에서 최고위 리더십 교육과정도 수료했다. 이 전무의 입사 동기들까지 그 덕에 최고의 교육과정을 수료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다른 그룹 총수들이 후계자를 주요 계열사에 두루 거치게 하며 일을 맡기는 방식으로 경영수업을 시킨 것과는 달리 이 회장은 유능한 전문경영인들로 하여금 이 전무에게 멘토링하도록 했다. 학원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가정교사를 두는 방식이다. 그룹 내 담임교사는 바로 윤종용 부회장이다. ▶(위) 윤종용 부회장(가운데)과 이재용 전무(아래) 이 전무와 최지성 사장(오른쪽) 서울 태평로 삼성플라자 식당가에서 이 전무와 윤종용 부회장이 함께 담소를 나누며 거니는 풍경이 자주 목격되는 것도 그래서다. 재무와 관련해선 삼성 전략기획실 김인주 사장이 멘토링하고 있다. 김 사장은 제일모직 경리과 출신으로 각 계열사 재무구조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재무 전문가다. 이 회장은 이 전무가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할 때부터 “경영자는 기술자가 아니지만 현장과 기술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선친인 고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그런 가르침을 받아 반도체 사업을 일으켜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다. 이 회장은 현장과 기술을 체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전문가들과의 토론’이란 점도 아들에게 알려 줬다. 이 전무가 경영기획실 상무 때부터 국내외 사업장을 돌게 하면서 경영진과 토론하도록 한 것도 그래서다. 이 전무에게는 살아있는 경영수업이었다. 이 회장은 이 전무가 글로벌 인맥을 쌓도록 많은 기회를 줬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박람회(CES)에서 삼성전자 전시관을 방문한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회장을 안내하는 역할도 이 전무에게 맡겼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부당증여 문제가 아니었다면 이 회장은 훨씬 더 일찍 이 전무를 후계자로 전면에 내세울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이 회장은 이 전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최소화하면서 그룹 전반에 걸쳐 제대로 경영수업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느라 고심했다. 그리고 올해 들어 이 회장은 한 가지 방법을 찾아낸 듯하다. 지난 2월 이 회장은 아들을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시키면서 ‘CCO(Chief Customer Officer · 고객담당 최고책임자)’란 타이틀을 줬다. 이 전무는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와 협력 중인 소니 · 인텔 같은 세계 유명 정보기술(IT) 기업을 비롯한 해외 대형 유통업체 등과 커뮤니케이션을 책임지게 된다. 삼성SDI · 삼성전기 등을 포함한 그룹 계열사 간 업무를 조정하면서 그룹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이 회장은 이 전무에게 이 직책을 맡기면서 “고객과 실무 기술자, 연구소를 더 깊이 알도록 하는 매진하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수십 명의 사내 최우수 인력이 이 전무를 보좌하고, 각 사업총괄과 해외지사 · 법인도 이 전무의 업무를 지원하도록 했다. 이 전무가 자유롭게 능력을 발휘할 수 COO기구를 부회장 직속의 독립조직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이 전무는 윤 부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면 된다. 이 회장이 구상하는 이 전무의 경영자 모델은 아마도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아닌가 싶다. 이멜트 회장도 이 전무와 비슷한 나이에 CCO를 맡았다. ▶"책임 부담 없이 그룹 전체를 읽어라" 현대 “책임 부담 없이 그룹 전체를 읽어라” 정몽구(69) 현대차 회장은 아들 정의선(37) 기아차 사장을 CEO 자리에까지 올려놓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권력’을 주지 않고 있다. 실제 정 사장이 재량권을 가지고 무엇을 결정하도록 한 것은 아직까지 아무것도 없다. 사업이란 늘 리스크(위험)가 따르게 마련인데 굳이 아들에게 그런 부담을 감수하도록 할 이유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정 사장이 전면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룹 내에서 누구라도 정 사장에 관해 언급하는 것조차 극도로 꺼린다. 그래서 기아차 노사협상이든 투자설명회(IR)든 사장 선에서 할 일이라도 전문경영인인 조남홍 사장이 도맡아 한다. 모든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은 정 회장이 내린다. 정 회장에게 정 사장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다. 어떤 아버지도 외아들을 벼랑에 떨어뜨려 그 능력을 실험하지는 않는다. 정 회장은 정 사장이 그룹의 전 계열사를 돌며 업무를 익히도록 훈련시켜 왔다. 구매부터 국내 영업, 기획,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하도록 한 것이다. 최근 충남 당진 출장이 잦은 것으로 봐서 현대제철을 맡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좌) 정몽구 현대차 회장(우) 정의선 기아차 사장 지난해 기아차 실적이 최악의 상태로 치닫자 정 사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회장 1인 의사결정구조에서 전문경영인인 조 사장에게조차 책임을 묻기 힘든 실정이다. 때문에 기아차가 홀로서기를 제대로 하려면 정 회장의 영향권에서 조속히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정 회장이 정 사장에게 미국 조지아주 공장이나 슬로바키아 공장 등 주로 해외 프로젝트를 맡겼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은 단기간에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지난번 슬로바키아 공장 준공식 때도 정 사장은 아버지 그늘에 가려 아무 말도 못하고 구석에서 자리만 지키다 서둘러 귀국했다. 가부장적 현대가에서는 ‘밥상머리 교육’은 필수다. 부자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함께 살며 밥도 같이 먹는다. 정 사장은 아주 사소한 결정이라도 아버지께 여쭤 결정한다. 정 사장이 젊은 나이에도 그룹 내에서 겸손하고 예의가 바르다는 평을 듣는 것도 그래서다. 한 임원은 “재벌 2세란 생각이 안들 정도로 공손하다”고 칭찬했다. 임원 시절, “언제쯤 사장이 될 것 같느냐”는 질문에 그는 “제가 빌 게이츠인 줄 아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공손하지만, 아버지만큼 남자다운 면모도 있다. 한때 그는 “남자가 할 일은 사업과 운동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회사를 물려받으면 책임까지 함께 받는 것" SK “회사를 물려받으면 책임까지 함께 받는 것” 고 최종현 회장은 2세 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킨 대표적인 총수로 평가받고 있다. 장남인 최태원(47) 회장은 1992년 선경 경영기획실 부장으로 입사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최태원 회장은 그룹 핵심 부서인 기획실에서 근무하면서 부친이 정립하고 다듬은 ‘SKMS’라 불리는 SK 경영관리체계를 배웠다. 이는 최종현 회장이 미국 유학시절 체득한 시카고 경제학파의 합리적 이론과 한국적 경영현실을 접목한 시스템이다. 최태원 회장을 시카고대로 보내 수학하도록 한 것도 체계적인 경영기법을 이론적으로 탄탄하게 배우라는 취지에서였다. 최태원 회장의 기업관은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의 영향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고 최종현 회장은 경영자의 자발적이고 합리적인 ‘두뇌 회전’을 강조했다. 문과 출신인 아들 최태원 회장이 물리학을 전공한 것도 바로 아버지가 ‘리(理)’를 터득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철학도 인정하지 않았던 고 최종현 회장은 “철학이 없는 것이 바로 내 철학”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철학은 경영자를 자꾸 정해진 틀 속에 가두게 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경영자는 모든 것을 백지 상태에서 새롭게 그려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90년대 초, 갓 입사한 최태원 회장은 아버지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는 일이 잦았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핀잔을 주기 일쑤였다. “네가 생각하고 네가 고민해서 네 실력으로 해결을 해야지, 그걸 왜 내게 묻느냐. 내 대답은 회장의 대답일 수밖에 없는데 너는 회장도 아니면서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 회장실에 자꾸 들어오지 마라.” ▶(좌) 고 최종현 SK 회장(우) 최태원 SK 회장 서운할 정도로 냉정하기는 했지만 아들에게 독립심과 책임감을 일깨워 주려는 꾸지람이었다. 생전 최종현 회장은 아들에게 ‘기업이란 무엇인가, 그룹이란 무엇인가’란 화두를 놓고 토론하기를 즐겼다. 시스템에 의한 경영 방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였다. “기업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경영은 잘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맞다.” 최종현 회장의 기업경영론은 이 한마디로 정리된다. 바로 ‘능력있는 사람이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전에 이렇다 할 후계구도를 그리지 않은 것도 그런 지론 때문이다. 그래서 최종현 회장은 다른 그룹 총수들처럼 사전에 지분을 정리해 2세 경영의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어쩌다 주변에서 지분 정리 얘기를 꺼내기라도 하면 “자기들이 알아서 해야지 무엇 때문에 그것을 내가 해줘야 하느냐”며 호통을 쳤다. 최태원 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 재벌 2세 답지 않게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그 돈으로 중고차라도 구입하면 아버지 최종현 회장은 비서를 시켜 자금 출처를 추적할 정도로 엄격했다. 선친처럼 최 회장 역시 토론을 즐긴다. 생각이 다른 임원이나 직원과 부딪치면 누구든 붙들어 “얘기 좀 해보자”며 앉히고 함께 토론해서 상대의 얘기가 옳으면 “그렇게 하자”고 흔쾌히 결론을 낸다. 최종현 회장은 아들이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배우도록 했다. 최태원 회장이 미국에서 유학을 마친 후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 컴퓨터 회사에 들어간 것도 그래서다. 아버지 회사가 아닌 남의 밑에서 경험을 쌓도록 한 것이다. 그곳에서 그는 1년 반이나 장돌뱅이처럼 컴퓨터를 팔러 다녔다. 한 업체를 방문하러 차를 몰고 3~4시간 달려가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물건 하나 파는 일이 실패와 좌절의 연속임을 체감했다. 나중에 그는 “당시의 경험이 귀국 후 SK의 이동통신사업 진출 구상에 매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남에서 양재까지 뛰어서 출근해!" 신세계 “한남에서 양재까지 뛰어서 출근해!” 얼마 전 만난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은 “재계에서 나만큼 오너로부터 많은 권한을 위임받은 전문경영인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명희(64) 회장이 구 부회장을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아들 정용진(39) 부회장도 그 정도로 신뢰하고 있을까. 지난해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국내 최대 규모의 증여세를 내며 아버지 정재은(68) 명예회장이 지분을 물려준 것을 보면 승계작업이 상당히 진척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회사를 물려 줘도 될 만큼 성장했다고 인정한 것인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경영수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은 정 부회장에게 보통 엄한 어머니가 아니다. 때로는 혹독할 정도로 강한 훈련을 시키기도 한다. 2003년 정 부회장이 이혼 직후 마음을 못 잡고 생활태도가 나태해지자 이 회장은 직접 정신교육에 나섰다. 당시 한남동 집에서 개점을 앞둔 이마트 양재점까지 조깅으로 출근하도록 지시했다. 한겨울 추위 속에도 정 부회장은 몇 개월 동안 그런 극기훈련을 받았다. ▶이명희 회장(왼쪽)과 정용진 사장 물론 아버지 정 명예회장도 엄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긴 하지만, 정 명예회장도 불시에 현장에 나타나 못마땅한 것이 있으면 정 부회장을 불러 야단친다고 한다. 하지만 정 부회장의 경영수업은 어머니 이 회장이 전담하다시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숙명의 라이벌인 롯데를 늘 의식했다. 일본에서 자란 신격호 롯데 회장의 2세들이 현지 유통업계에서 자연스레 선진 노하우를 체득하는 것을 상당히 부러워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러 일본 출장을 자주 만들어 어린 정 부회장을 데리고 다니며 업계 지인들을 만나게 했다고 한다. 초기부터 아들에게 유통 인맥을 만들어주려 공을 들였다. 정 부회장은 틈만 나면 해외로 나가 들여올 만한 것이 없나 열심히 찾고 있는 것도 이 회장의 초기 교육 영향이 크다. 이 회장은 자신이 패션에 대한 전문성을 백화점 사업에 적용했듯 정 부회장이 식품 쪽에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외에서 견문을 쌓게 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서 강점으로 부각된 즉석식품 코너를 기획해 성공적으로 들여놓은 주역도 바로 정 부회장이다. 취미를 사업화하는 것도 이 회장의 영향이 컸다. 이 회장은 “언제나 좋아하는 분야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십수 대의 명차를 수집할 정도로 자동차광인 정 부회장이 이마트에 자동차용품 코너를 신설해 적잖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가르침과 무관하지 않다. ▶직성·능력에 맞게 사업 맡겨야 금호아시아나 적성 · 능력에 맞게 사업 맡겨야 조양호(58) 한진 회장은 장녀 현아(33)씨와 장남 원태(31)씨, 차녀 현민(24)씨 등 1남2녀를 두고 있다.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조현아 상무는 최근 그룹 계열사인 칼 호텔네트워크 등기이사에 올랐다.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조 상무는 대한항공 기내판매팀장을 거쳐 항공과 호텔의 안살림을 맡게 됐다. 활달한 성격에 국제적 감각이 뛰어나며, 항공업무 전반에 대해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남인 조원태 상무보는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다가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밟고 와 승진과 함께 그룹 통신관련 사업을 전담하는 유니컨버스 대표에 올랐다. 광고를 전공한 막내딸 현민 씨는 LG애드를 그만두고 대한항공의 광고선전부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배치는 고 조중훈 회장이 2세들에게 계열사를 맡긴 것과 흡사하다. 조 회장은 자식들의 전공과 성격을 감안해 계열사를 맡겼다. 항공은 공대 출신인 조양호 회장에게, 중공업은 성격이 걸걸한 둘째 조남호 회장에게, 해운 쪽은 사교적인 셋째에게, 증권은 금융 분야를 공부한 막내에게 맡겼다. ▶(좌) 조양호 회장(우) 조원태 상무보 밖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삼남매는 3세 경영체제를 굳히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조 회장은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자식이라고 무조건 경영에 참여시키지는 않을 것이며 전문가적인 자질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조양호 회장은 자녀의 ‘생존력 훈련’에 집중했다. 후계자 자리는 자기가 능력껏 찾아가는 것이지, 주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자녀들에게 “경영자는 시스템 관리자”라고 강조한다. “경험은 그래서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고 조중훈 회장도 자식들에게 어려움을 겪으며 돌파구를 찾는 법을 가르쳤다. 어린 나이에 유학을 보낸 것도 그래서다. 한번은 조 회장이 유럽여행을 떠날 때 부친은 3,000달러를 경비로 줬다. 여행을 끝내고 조 회장은 아버지에게 받은 돈의 절반을 돌려드렸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다니며 1∼2달러짜리 값싼 여인숙에서 묵었던 것이다. 부친은 아들이 돈 쓰는 법을 테스트한 것이다. 박삼구(62) 금호아시아나 회장 아들 세창(32)씨는 지난해 말, 그룹 전략경영본부 이사로 승진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박 이사는 컨설팅업체인 AT커니에서 2년 정도 근무한 뒤 미 MIT에서 MBA를 마쳤다. 박 회장은 아들을 2005년 금호타이어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입사시켰다. ▶(좌) 박삼구 회장(우) 박세창 이사 박 회장의 선친인 고 박인천 회장은 일제시대 때 어린 자식들이 일본말을 쓰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선친과 가장 닮았다는 박삼구 회장은 어릴 때부터 수리에 밝고 매사에 적극적이었다. 박 회장은 유학을 앞두고 타이어와 연관성 있던 석유화학 사업을 해볼 것을 제안했다. 박인천 회장은 자식의 의견을 어리다고 무시하기보다는 의욕과 자신감이 성취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박삼구 회장 역시 박 이사가 금호타이어 재직 시 “글로벌 기업으로 가려면 그에 맞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을 때 의견을 받아들여 일을 맡겼다. 입사 1년 만에 이사로 승진한 것도 그런 성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호가의 가장 큰 가르침은 실력보다는 정직이다. 고 박 회장은 “기업을 맡은 사람은 절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고, 박삼구 회장도 자녀에게 ‘아름다운 기업가’가 될 것을 강조한다. ▶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2007.06.13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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