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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3년이 국내 반도체 시장 골든타임인 이유 [스페셜리스트 뷰]

산업 일반

바야흐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의 시대다. 생성형 인공지능인 ‘OpenAI’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등장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함과 동시에, 인간의 삶을 한층 더 안락하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AI 반도체 설계 기업인 엔비디아 ▲시스템 반도체 제조사 TSMC ▲AI용 메모리인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의 선두 주자인 SK하이닉스 ▲반도체 장비 기업인 한미반도체 등은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반면, 한때 전통의 강자였던 인텔의 몰락과 글로벌 1위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의 부진은 업계의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韓 반도체, 반전의 기회는 지금이다삼성전자는 1974년 12월 6일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이날을 기준으로 지난해 말은 한국 반도체 산업 50주년이었다. 그러나 기념식은 조촐하게 치러졌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 반도체를 이끄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전영현 부회장은 주주와 임직원들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회복하고 품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 실적을 보면 SK하이닉스가 23조5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15조1000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AI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엔비디아의 공식 승인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적자 상태인 파운드리 산업의 시장 점유율은 8.1%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결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월 말, 9년 만에 부활한 삼성 임원 교육에서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직접 언급하며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을 강조했다. 이는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다.본 글에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골든타임이 향후 3년이라는 전제하에, 경영·기술·산업 생태계의 세 가지 관점에서 견해를 제시하고자 한다. 3년으로 설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첫째, AI 반도체 기술 수요의 승부처가 향후 3년 안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OpenAI를 비롯한 인프라 기반의 AI 기술 투자의 방향성은 2027년 말에 결정된다. 이러면 엣지 컴퓨팅·온디바이스 AI의 어떤 제품군이 주류로 자리 잡을지 윤곽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 시기는 다양한 기술들이 각축을 벌인 끝에 과점 형태로 재편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둘째, 향후 3년이 삼성전자 중심의 파운드리 산업이 좌초할지, 혹은 TSMC와 겨룰만한 기업으로 성장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금이 마지막 반전의 기회일 수 있다.셋째, 현재 메모리 반도체 기준으로 약 2.5년에서 3년 정도의 기술 격차를 보이는 중국이 본격적으로 추격해 올 가능성이 커지는 시기가 향후 3년이기 때문이다. 그 격차를 유지하거나 다시 벌려야만 한국의 메모리 주도권이 유지될 수 있다. 반도체 승부수, 세 가지 관점을 보라이처럼 골든타임인 향후 3년 안에 국내 반도체 산업이 승부를 보려면 세 가지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 첫 번째 관점은 반도체 기업의 경영 패러다임 변경이다. 국내 반도체는 1960년대의 미국이나 1970년대의 일본보다 늦어진 약 20년 후에나 관련 사업에 착수했다. 후발주자로서 추격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1974년 1월 26일 삼성에 인수된 한국반도체의 사업은 답보상태였다. 그러다 1983년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도쿄선언’을 통해 사업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이 회장은 일본이 미국에게 이긴 유일한 산업이 반도체임을 알고 있었다. 이에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그룹의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라고 주문했다.이후 용인시 기흥구에 반도체 생산단지 1라인 조기 착공에 돌입했다. 1987년 초 전자산업 수요 감소로 반도체 사업 자체의 위기감이 고조됐던 시기에도 이 회장은 생산단지 3라인 투자를 지시했고 결국 이는 결실을 맺었다. 이와 같은 주문들이 현재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 성공을 이끌었던 원동력이었던 셈이다. 이후 10년 만인 1993년, 국내 반도체는 디램(DRAM)분야 세계 1위에 오르며 현재까지 메모리 분야 1등을 지키고 있다. 보통 반도체는 ‘설계’와 ‘생산’, 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삼성과 인텔은 설계와 생산을 모두 내부에서 처리하는 종합 반도체 회사를 표방했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기업 내부에서 모두 운영하는 것은 내부 기술 협력이 가능할 때의 이야기다. 다른 회사들은 쉽지 않은 일인 셈이다.하지만 시간이 흘러 제품군이 PC에서 모바일, 그리고 AI까지 확대되는 시점에서 한 회사가 모든 반도체의 설계와 생산을 장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각 분야에서 모두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인텔은 삼성전자와 달리 모바일 부문에서 반도체 사업의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1등 기업으로 올라섰다. 당시 인텔의 최고경영자(CEO)는 기술에는 문외한인 사람이었다. 결국 CEO의 의사결정 실패로 위기에 몰린 셈이다.종합 반도체 회사에서 설계와 생산을 나누는 방식을 창안한 곳은 TSMC다. 특히 TSMC에는 여러 반도체 설계회사들이 몰렸다. TSMC가 반도체 설계 특화 회사로 올라선 배경이다. 자연스레 TSMC는 반도체 시장 장악에 성공했다. 하지만 몇 가지 사건에서 보듯 설계 분야에 있어 삼성전자의 성과는 요원하다. TSMC와 삼성이 애플 아이폰 생산으로 경쟁하던 지난 2014년, 삼성은 설계 분야의 핵심 기술 기업인 ARM의 기술까지 내재화하려는 전략을 세웠지만, 실패했다. 결국 아이폰 생산 수주를 TSMC에 내어주는 단초를 제공하게 됐다. 또한 삼성전자는 모바일 반도체 설계 기업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설계의 핵심을 알아내고자, 퀄컴의 기술을 삼성 모바일폰 설계에 활용했다. 그리고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핵심 부품인 코어까지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몽구스 프로젝트’를 극비에 운영했지만 2019년 결국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두 번째 관점은 생산에 있어서 ‘삼성전자는 모두의 적, TSMC는 모두의 친구’라는 일갈을 냉정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고객과 경쟁하지 않는 TSMC는 설계 회사의 기술 보안을 위해 생산 라인을 따로 지정하고, 내부 직원의 정보 유출마저 강력히 단속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핵심 기술을 제외하면 고객이 요청하는 정보에 대한 문서가 체계화돼 있고, 고객 대응 조직이 상당히 두터운 편이다.반면 삼성전자는 이미 선단 공정의 첨단 기술 문제나 수율이라는 생산성 문제에 뒤처져 있음에도 내부 기술보안 정책을 기준으로 정보 공개에 서툴거나,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이유로 대응이 늦은 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업의 개념에 대한 성찰이 요구됨을 보여준다.세 번째 관점은 반도체 산업 생산체계에서 상생협력의 기조를 재수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 후발주자로 제품 개발에 집중하며 반도체 생산을 위한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를 해외에서 주로 조달하는 방식으로 운영했었다.국내 대기업들은 주로 수입 대체를 위한 협력사를 양성해 국산화를 달성하는 전략을 썼고 이는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특히 일부 산업의 경우 완전 국산화를 달성할 수 있었다.반도체 설계도는 이미지에 불과할 뿐, 반도체는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인 원자를 조절해야 할 정도로 극단적인 미세 공정을 통해 만들어 내야 한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방해하기 위해 글로벌 장비사의 수출 금지를 전략으로 세웠듯이, 장비가 없다면 유려한 설계도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만큼 반도체 제조에서 장비업체가 중요하다는 얘기다.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이후 국내에는 소부장 업체들이 생겨났으며 국산화 비율이 상승했다. 하지만 2023년 산업연구원의 통계를 보면 장비 국산화는 22%, 소재 국산화는 34%에 그친다.또한 반도체 장비 기업은 ‘슈퍼을’의 위치에 있다. 국내 장비회사들은 독자적인 기술력 개발이 어려운 상황에서 때로는 글로벌 장비사와 특허소송에 휘말리기도 하며, 장비의 단가를 낮추는 전략적 도구로 오용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결국 전략적 협력을 통해서 글로벌 1등 기업들과 함께 과점의 형태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살아남는다. SK하이닉스는 소재 회사를 중심으로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수출 규제 항목이었던 극자외선용 감광액(PR, Photo resist)을 SK머티리얼즈에서 국산화에 성공했고, HBM의 핵심소재 EMC(Epoxy Molding Compound·반도체 방습·발열을 하는 탄소 물질) 관련 일본회사와 독점적 계약을 맺고 경쟁력을 확보했던 것도 대표적인 사례다.또한 대만의 사례도 눈에 띈다. 대만은 산업 정책상 반도체 장비 기업을 양성하는 것보다는 글로벌 회사의 장비 구매 방식을 활용했다. 구매 이후 품질 보증기간이 끝난 뒤 장비 유지보수와 개조개선 회사를 자국 내에서 양성해 ‘장비사 수입대체’ 방식을 피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전략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 인재와 기본기최근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해 모든 기업이 발 벗고 나서는 상황에서 ‘국내 1등 기업’이라는 타이틀은 더 이상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아니다. 기술로 창업에 성공한 이들이 새로운 세대로 등장한 상황에서는 여전히 사업의 의사결정 방향이나, 세부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재무 담당자에게 기술인력이 허락을 받는 의사결정 방식은 개편돼야 한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스탭 조직과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기술부서의 의사결정 구조 및 권한 배분 방식도 변경돼야 한다.결국 기술에 대한 면밀한 존중이 필요하다. 또 기술 인력을 중시해야 한다. 故이병철 회장은 1976년 상공회의소 기고문에서 ‘인재 확보와 양성을 못하는 것은 부실 경영만큼 기업인의 범죄’라고 강조했다.수율을 중심으로 하는 반도체 제품 생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의 ‘현재’가 무너진다. 수율은 투입 수에 대한 완성된 양품(良品)의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쉽게 말해 불량률의 반대어다. 수율은 특히 반도체의 생산성, 수익성 및 업체의 성과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다른 산업과 달리 반도체 수율은 특정 연구개발 조건을 바꾼다고 해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연구소에 천여개에 달하는 공정 조건을 만들면, 제조센터에서 수많은 장비로 동일한 공정 결과를 구현해야 수율 확보가 가능하다. 말하자면 수천대의 장비가 똑같이 움직일 때만 가능하다는 얘기다.현재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의 모든 반도체 기업들은 90% 이상 동일한 글로벌 장비를 쓰고 있다. 왜 같은 장비를 쓰는데 수율에서 차이가 있을까?삼성전자는 반도체 핵심 제작 신기술을 먼저 개발하고도, 수율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TSMC 추격에 실패하기도 했다.수율 문제는 단품 중심 경영에서는 이익 창출의 문제겠지만,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비즈니스 기회 창출과 연결되는 핵심 사항이다. 이 문제는 천재급 인재를 데려와도 해결되는 부분이 아니다. TSMC는 어떻게 수율을 확보한 신규 제품을 꾸준히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이는 결국 기술의 기본기를 강조하고 존중했다는 데 있다. 최근 반도체 칩을 이어 붙이는 ‘패키지 공정’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HBM의 성공과 실패에는 패키지 공정 개발을 단시간에 추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품 개발 중심 기술 임원들의 오판이 작용했다.TSMC가 삼성전자에게서 애플 수주를 빼앗아 올 때도 패키지 공정의 진일보가 있었다. 이후 TSMC는 패키지 공정마저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설계 회사들은 고비용을 지불해야 함에도 TSMC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SK하이닉스 또한 상대적으로 전략적 움직임보다는 기술 인재들을 존중했고, 설계와 제품 중심이 아니라, 공정과 장비기술 및 웨이퍼 공정과 패키지 공정의 수평적 위계를 통해서 미세공정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 반도체, 안정된 생태계 확보돼야최근 대기업에서는 시니어 인력들을 ‘뒷방 늙은이’라고 힐난하면서 그들의 숙련을 고임금의 저성과자로 간주하며 쫓아내기 바쁘다. 생태계 확보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모욕을 감내하며 버티고 있다. 대기업은 인력 순환의 정점이 돼 산업 인력 양성소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들어간 인재들은 대기업이라는 온실에서 중산층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천천히 썩어가고 있다.국내에서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결국 기술 유출의 혐의를 받으며 해외 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생긴다. 반면 중견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의 절반이 중고신입으로 1년 만에 퇴사하는 등 인력난을 겪는다. 중견기업의 신입 직원들은 1년 전후로 다닌 경력을 없애더라도 취업시즌이 되면 대기업 신입 채용에 눈길을 돌린다. 대기업이 최종 종착지가 돼버린 지금, 산업 생태계 확보 및 중견기업 이하 처우 개선은 국가 차원에서 돌아봐야 하는 문제다. 반도체 산업협회의 2022년 통계에 따르면, 2030년까지 반도체 인력은 약 30만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양성되는 방식으로는 약 7만7000명 정도가 부족한 실정이다.특히 대기업들은 ‘계약학과’ 방식으로 우수 인력들을 미리 확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반도체 계약학과의 경우 실제 현장과 동떨어진 수업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약학과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어 인재 확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반도체 장비는 정밀한 ‘기계 설계’와 ‘가공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우수 기계공학 전공자들이 필요한 분야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에서 화학 반응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음에도 유관된 전공에서 관련 지식체계를 습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기술인재 양성 대학인 폴리텍 대학은 최근 반도체 전공을 강화하고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에서도 반도체 학과가 생겨나고 있지만 여전히 숙련 기술직에 대한 선호도는 낮다. 정부가 인력 양성의 미스매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연한 정책을 펴야 할 때다. 또한 반도체 생태계 안에서 더 취약한 위치에 놓인 기업들에게 두터운 지원이 필요하다. 반도체 수율의 핵심적인 기능은 아주 작은 볼트·너트의 품질에 달려 있다. 체결과 구동의 미묘한 품질 변화가 곧 기술력이다.그렇지만 볼트·너트 등 값싼 소모품을 제조하는 기업들은 매우 영세하다. 국가 단위에서 반도체 신기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개발 지원은 당연한 과제이지만 기술의 근간을 이루는 정밀 기계 공업, 소재의 순도에 영향을 미치는 정밀 화학 공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 회사를 위한 기술 인프라 확보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향후 반도체 미래 3년에 가장 단단한 뿌리며 줄기가 될 것이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 산업은 기술 인재의 존중과 중요 기술에 대한 재정의가 시급히 요구된다. 또 생태계 확보를 위한 전 국가적 노력은 몇몇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두텁게 쌓아가야 한다. 한국 반도체의 명운이 걸린 앞으로의 3년을 위해 이제 하루에 한 걸음씩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해야 할 때다.

2025.04.19 10:00

9분 소요
증권사 CEO 줄줄이 연임 성공…‘안정’ 택했다

증권 일반

올해 증권가 주주총회에서 주요 증권사 대표들이 대거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해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호실적을 거둔 데 이어, 올해 역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존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임기가 만료 예정이었던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지난달 열린 증권사 주주총회에서 대부분 연임이 확정됐다. 우선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지난달 12일 제2차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최고경영자(CEO) 최종 후보로 단독 추천되며 연임이 결정됐다. 김 대표는 지난해 증권업계 최고 실적을 올린 공을 인정받으며 사실상 연임이 확실시 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1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2837억원, 순이익은 1조112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3.3%, 86.5%로 급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성공한 미래에셋증권 역시 지난달 2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김미섭, 허선호 각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두 대표는 지난 2023년부터 공동 부회장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임추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2023년 취임 이후 지난해 인도 증권사 ‘쉐어칸’을 성공적으로 인수했다. 허 부회장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해외주식 잔고와 연금자산 각 40조원을 넘기는 등 경영역량을 검증 받았다. 교보증권은 지난달 25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석기 대표의 세 번째 연임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박봉권 대표와 함께 2인 각자대표 체제로 계속 회사를 이끌게 됐다. 이 대표는 지난해 ‘랩신탁 돌려막기’ 사태로 인해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예고되면서 연임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의 제재 수위가 예상보다 낮았고, 교보증권이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 두드러진 실적 성장을 기록하면서 연임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5.6% 증가한 1163억 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77% 증가한 1195억 원으로 집계돼 중소형사 중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 부국증권은 지난달 27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박현철 대표이사 사장을 재선임했다. 박 대표는 2019년 첫 임기를 시작한 데 이어 네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박 대표는 취임한 이후 투자은행(IB) 부문을 중심으로 부국증권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며 체질과 수익성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최근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제고해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인정받았다.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도 연임에 성공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달 2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서 대표의 재선임 의안을 가결했다. 서 대표는 재임 중 IBK금융그룹 내 시너지 등을 통해 수익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IBK투자증권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8.8% 증가한 956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455억원으로 전년 대비 45.4% 늘었다. 중소형 증권사 실적 악화 불구 체제 유지 이밖에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 ▲김원규 LS증권 대표 ▲전우종·정준호 SK증권 대표 ▲황준호 다올투자증권 대표 등이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이 확정됐다. 앞서 해당 중소형 증권사들은 지난해 부진한 실적 성적표를 받은 탓에 대표들의 연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컸었다. 하지만 경영 안정화를 위해 수장 교체보다는 연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18.2% 증가한 388억903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9억6601억원으로 전년 대비 87.4% 줄었다. 실적 부진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증가와 토스뱅크 지분 계정대체이익 인식에서 기인했다. 한화투자증권 측은 한 대표가 재임 기간 보여준 성과와 리더십, 사업 추진력 등을 고려하면 회사의 발전에 지속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LS증권과 SK증권의 실적 부진 역시 부동산 PF 충당금 부담 여파가 컸다. LS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이 각각 166억원과 218억원으로 전년 대비 42.0%, 34.3% 줄었다. 김 대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및 배임 방조 혐의로 사법 리스크가 겹쳐 연임이 불투명했었다. SK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1089억7000만원, 당기순손실 796억6000만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PF 부실 여파로 위기에 직면했던 다올투자증권은 당초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를 신임 CEO로 내정했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임 대표가 돌연 한양증권 대표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히자, 다올투자증권은 지난달 17일 임추위를 열어 황 대표를 최고경영자 후보로 추천했다.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 이번 CEO들의 연임 결정은 CEO 교체 칼바람이 불었던 직전 인사 시즌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 2023년 말에는 미래에셋그룹 창립 멤버이자 7년간 증권부문 CEO였던 최현만 회장이 용퇴하며 증권업계 세대교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장수 CEO로 꼽혔던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4연임),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5연임)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밖에 박정림 KB증권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 홍원식 하이투자증권(현 iM증권) 대표, 김신 SK증권 대표 등이 사임했다. 특히 올해는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글로벌 증시에 미칠 영향을 두고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은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경영진을 유임시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증권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리더십보다는 검증된 경영진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려는 전략이 반영된 것”이라며 “지난해 주요 증권사들이 증시 변동성 확대 등 악조건 속에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한 점 등도 대표 연임에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2025.04.0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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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임직원 짬짜미…기업은행서 882억원 부당대출 적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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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에서 발생한 부당대출 사고액이 당초 알려진 240억원보다 600억원가량 더 많은 882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882억원에 달하는 기업은행 부당대출에는 전현직 임직원을 포함해 다양한 이해관계자 20여명이 연루됐고, 관련자들이 대거 금품과 골프접대 등을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25일 금융감독원이 배포한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최근 금감원 검사사례’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에서 적발된 전·현직 직원 연루 부당대출 사고액은 882억원, 사고 건수는 58건이다. 기업은행이 지난 1월 공시한 사고액은 239억5000만원이었다.기업은행에서 14년 근무했던 퇴직 직원 A씨는 현직 직원인 배우자, 입행 동기, 사모임 등을 통해 친분을 형성한 다수 임직원과 공모하는 방법으로 7년 동안 785억원(51건)의 부당대출을 받거나 알선했다. 사고 기간은 2017년 6월부터 2024년 7월까지로, 대출관련 증빙, 자기자금 부담 여력 등을 허위로 작성했음에도 심사역인 은행 임직원은 이를 묵인하고 공모해 부당대출을 내줬다.A씨의 배우자인 심사센터 심사역은 A씨가 허위 증빙 등을 이용해 쪼개기 대출을 통해 자기자금 없이 대출금만으로 토지를 구입할 수 있도록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 64억원의 부당대출을 취급·승인했다. 또 A씨는 자금조달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해 공사비 목적으로 59억원을 부당대출 받았다.또 A씨는 본인소유 지식산업센터에 은행 점포를 입점(임대차)시키기 위해 고위 임원 B씨에게 부정 청탁을 한 정황도 적발됐다. 실무 직원의 반대에도 B씨는 4차례 재검토를 지시, 점포를 A씨 소유 건물에 입점시켰다. A씨는 점포 개설 후엔 B씨의 자녀가 A씨 소유 업체에 취업한 것처럼 가장해 2년간 급여를 지급했다.A씨는 이처럼 다수 임직원에게 골프접대를 제공하면서 일부 임직원 배우자를 직원으로 채용했다. 기업은행 부당대출 관련자 8명은 배우자가 A씨가 실소유주인 업체에 취업하는 방식 등으로 15억7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가 있고, 부당대출 관련 임직원 10명을 포함해 23명이 국내와 필리핀 등 해외에서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고 금감원은 밝혔다.기업은행은 이같은 사실을 제보를 통해 확인했음에도 금융 사고를 허위·축소·지연 보고하고, 금감원 검사 중 자체조사 자료를 고의로 삭제한 사실도 적발됐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8월 제보를 받고 9∼10월 자체조사를 통해 여러 지점과 임직원이 연루된 부당대출, 금품수수 등 금융 사고를 인지했지만, 12월에야 금감원에 보고했다.기업은행의 지난 2월 말 기준 부당대출 잔액은 535억원으로, 이 중 17.8%인 95억원이 부실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5.03.2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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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주주총회 키워드…이사선임‧내부통제‧연임

은행

국내 주요 금융사들은 이달 말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올해 이들 금융사들의 주주총회 키워드는 ‘사외이사 선임’, ‘내부통제 강화’, ‘연임’ 으로 정리된다. 다만 사전에 공시된 회의 안건에 대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반대의견을 권고하는 점은 눈여겨봐야할 변수다. 26일 ‘슈퍼 주총데이’…사외이사 진용 수술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5일 하나금융이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어 26일에는 KB·신한·우리금융이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금융사들의 주주총회 안건에서 눈여겨볼만한 점은 금융지주들이 사외이사 진용 수술에 나섰다는 것이다.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금융에서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는 23명이다. 이 가운데 9명이 교체되고 14명이 유임된다. 금융사들은 내부통제 전문가를 영입하고,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등 다양성을 강화했다.특히 지난해 금융사고로 홍역을 치렀던 우리금융은 대대적인 이사회 개편에 나선다. 우리금융은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5명 중 4명을 교체한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이영섭‧이강행‧김영훈‧김춘수 이사를 추천했다.우리금융의 이번 사외이사 지명은 ‘내부통제’에 방점이 찍혔다. 새롭게 추천된 이영섭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강행 전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김영훈 전 다우기술 대표, 김춘수 전 유진기업 대표는 금융·리스크 관리 등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인물들이란 평가를 받는다.KB금융은 임기 만료 사외이사 6명중 2명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임기 2년의 신임 사외이사 후보에는 차은영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김선엽 이정회계법인 대표이사가 추천됐다. 경제‧회계 분야 전문역량을 제고하면서, 여성 사외이사 비율도 기존과 동일한 42%를 유지했다.신한금융은 임기 만료 사외이사 7명 중 2명을 교체한다. 신한금융은 양인집 어니컴 회장과 전묘상 일본 스마트뉴스 운영관리 총괄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재일교포 출신이 참여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에도 역시 신임 추천된 사외이사가 모두 일본통이다. 전묘상 후보자는 재일교포 3세이자 일본에서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했다. 양인집 후보자는 손해보험 대표이사와 하이트진로 해외사업총괄사장을 지낸 데다 주일한국기업연합회 회장을 맡아온 경영전문가다.하나금융은 임기 만료 사외이사 5명 중 1명이 교체된다. 신임 사외이사 후보에는 서영숙 전 SC제일은행 전무가 추천됐다. 하나금융은 여타 금융지주와 비교해 이사회 변화의 폭이 작은데, 이는 그룹 지배구조의 안정성에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내부통제위원회 신설…함영주 회장 연임 등 안건주주총회 주요 이슈 중 하나는 ‘내부통제’다. 금융지주들은 모두 내부통제위원회 신설 관련 정관 변경을 주총 안건에 올렸다. 내부통제위원회는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경영진 감시와 견제 등 금융사 내부통제 전반을 감독하는 이사회 보조 기구다. 금융사들은 지난해 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해야 한다. 금융사들은 분기 배당 기준일 관련 법률 및 한국상장사협의회 표준정관 개정 내용을 반영해 분기배당 관련 정관도 변경한다. 구체적으로 3‧6‧9월 말부터 45일 이내의 이사회 결의로 배당기준일을 정해 분기배당을 할 수 있고 기준일을 정한 경우 2주전 공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올해 금융권 수장 자리는 큰 변동은 없지만,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연임이 결정될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함 회장의 ‘검증된 리더십’을 강조하며 주주들의 찬성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오는 26일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카카오뱅크 또한 회의에서 윤호영 대표의 재선임 안건을 의결한다. 지난 2016년부터 카카오뱅크를 이끈 윤 대표가 5연임에 성공할 경우 국내 은행권 최장수 CEO 반열에 오르게 된다.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반대’ 의견 걸림돌 될까이 가운데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명목으로 하나·신한·우리금융지주의 이사 선임 안건을 반대했다. 우선 하나금융에 대해선 함영주 사내이사를 포함해 이승열·강성묵 사내이사 등 기존 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놨다.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부실 감독 책임이 있고, 소비자에게 심각한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에서다. 신한금융의 이사진 재선임과 관련해서도 반대 권고를 내렸다. 라임펀드 사태, 채용비리 사건 등에 대해 감시·견제 등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ISS는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비상임이사 재선임에 대해 심각한 책임 실패를 보여준 이사를 이사회에서 해임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반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ISS나 글래스루이스 등 의결권 자문사의 리포트는 주로 해외 주주가 참조할 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리포트가 아니다”라며 “대부분의 해외 주주가 주주가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자체적인 판단을 내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금융지주 주총 안건이 ISS의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매년 통과될 수 있었고, 올해 역시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2025.03.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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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네파‧영화엔지니어링까지…MBK, 인수기업 줄줄이 ‘빨간불’

산업 일반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과거 MBK가 인수한 기업이 경영악화에 빠진 사례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투자금 회수를 위한 핵심 자산의 매각, 고배당 등의 악순환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훼손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용평가사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가 발행한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로 강등했다. 이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자 한기평과 한신평은 신용등급을 A3-에서 디폴트 단계인 ‘D’로 일제히 추가 하향조정했다.업계에서는 MBK 주도의 잇따른 자산 처분이 홈플러스의 경쟁력 저하를 촉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MBK는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 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 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았다. 이때 발생한 차입금을 갚기 위해 그동안 홈플러스가 보유한 점포 등 부동산을 순차적으로 유동화했다.결국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반복되면서 자본이 급감했다. 이런 영향에 2024년 11월 말 기준으로 홈플러스 부채비율은 1408.6%로 크게 악화했다. 총 차입금은 5조4620억 원으로 차입금의존도가 60.3%에 달했다. 현금성자산을 제한 순차입금은 5조31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말 대비 1194억 원 늘었다. 아웃도어 브랜드 업체 네파 역시 MBK의 무리한 인수 이후 실적 악화에 빠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네파는 한 해 100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는 우량 아웃도어 브랜드였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파는 2023년 기준 1054억728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네파는 MBK 인수 시점인 2013년에는 1052억1500만원의 이익을 내고 있었지만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MBK는 2013년 당시 지분 94.2%를 9970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5000억 원 가량은 특수목적법인(SPC)의 금융 채무로 조달했는데, 이후 SPC와 네파가 합병하며 네파가 인수 금융 채무 원리금을 부담하게 됐다. 이에 따라 네파는 MBK 인수 이후 이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네파가 2023년까지 부담한 이자 비용만 2708억원에 달한다. 2013년 34%이던 부채비율도 2023년 231%로 급등했다. 문제는 MBK가 네파의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고배당 정책을 시행했다는 점이다. MBK는 인수 직후인 2013년 8월부터 배당을 시작해 2013~2021년까지 총 833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MBK는 회사가 순손실 등을 기록하며 실적이 좋지 못했던 2017~2021년에도 보유 우선주에 대해 주당 평균 4만7000원 수준의 배당을 총 204억원 집행하기도 했다. 이는 액면가 500원의 9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철제 구조물 제조사 영화엔지니어링의 경우 기업회생을 신청한 홈플러스와 닮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MBK가 2009년 10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영화엔지니어링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강구조물 시공능력 평가 6년 연속 1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었다. 하지만 무리한 해외수주에 따른 운전자금 소진, 원청기업의 플랜트사업 수익성 저하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경영난에 직면했다. 결국 2016년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MBK는 2017년 회사 지분을 496억원에 연합자산관리(유암코)로 매각하며 손실을 겪었다.일각에서는 MBK의 경우 부실기업을 개선하는 사모펀드의 긍정적인 기능과 역할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는 MBK식 기업경영의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며 “빚으로 기업을 인수하고 투자금과 빚을 갚다 보니 기업의 경쟁력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025.03.0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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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하게 일만 했는데...‘취임 1주년’ 정용진 “갈길 멀어, 더 혁신”

유통

2025년 3월 8일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취임 1주년’이다. 독하게 일만 한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은 고강도 혁신을 통해 신세계그룹의 재도약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점포 방문객 증가와 실적 개선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낸 것이 대표적이다.그럼에도 정 회장은 아직 갈길이 멀다고 판단한 모습이다. 그는 취임 1주년을 앞두고 1위 사업군의 초격차 지배력과 개선 사업군 완전 정상화를 주문했다. 본격적인 신세계그룹 성장의 시대를 열기 위함이다.투 트랙 전략으로 성장 페달 밟는다5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본업 경쟁력을 한층 극대화해 내실 있는 성장 페달을 밟기 위한 계획을 밝혔다.성장 전략은 ‘투 트랙’으로 나뉜다. 이마트, 스타벅스 등 시장을 리드하는 계열사들은 초격차 시장 지배력을 위해 뛴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와 건설 등 정 회장이 지난 한 해 부실 요소를 덜어내는 데 힘쓴 사업군은 올해 완전한 경영 정상화로 확실한 성장 기틀을 완성한다.선봉장은 이마트다. 앞서 지난달 정 회장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의 이마트 지분 10%를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와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 바 있다.이마트는 지난달 문을 연 트레이더스 마곡에 이어 푸드마켓 고덕을 상반기 중 오픈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트레이더스 구월도 오픈 예정이다. 최대 상권인 수도권에만 올해 3개의 매장을 선보이는 것이다.정 회장은 “경기가 안 좋고 시장 상황이 혼란스러울수록 우리의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 경쟁자가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지배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이마트는 올해 3곳에 이어 2027년까지 신규 점포를 3곳 이상 열 계획이다. 신규 부지도 5곳 이상 확보해 점포 신설을 구상 중이다. 이는 대부분 트레이더스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그룹이 지난 2010년 처음 선보인 트레이더스는 현재 창고형 할인점 국내 1위(매장 수 기준)다. 정 회장은 트레이더스가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린 결정적 한 방이었다고 보고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물론 ‘점포 수’ 증가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매장을 ‘일부러 가고 싶은’ 접점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신세계그룹의 핵심 미션이다. 이마트가 푸드마켓 등 차별화 매장을 지속적으로 늘려온 이유다. 지난해 대구에 1호점을 선보인 푸드마켓은 상반기 중 고덕점도 오픈한다. 이마트는 매장 리뉴얼을 통한 ‘몰 타입 전환’도 계속 확대할 방침이다.지난해 연매출 3조원을 넘어선 스타벅스도 초격차 지배력 확대를 지속한다. 스타벅스 매출 규모는 신세계그룹 내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다음이다. 올해는 100곳 이상의 점포를 새로 열고, 스페셜 스토어 확장에도 힘쓸 계획이다. 정 회장은 “한국만의 테마를 가진 ‘한국의 스타벅스’들이 ‘스타벅스의 한국’을 만들어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위험 요소 제거...완전 정상화 원년으로정 회장은 위험 요소를 제거한 사업군의 완전 정상화도 모색한다. 지난해 승진한 정 회장이 지체 없이 힘을 쏟았던 업무가 이커머스, 건설 등 부실 사업군 재정비다. 신세계건설 대표 경질과 SSG닷컴 및 지마켓 수장 동시 교체, CJ그룹과의 협업을 통한 물류 경쟁력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정 회장은 올해를 다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완성하는 ‘완전 정상화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지난해 첫 연간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달성한 SSG닷컴은 수익성 개선과 물류 경쟁력 강화를 가속한다. SSG닷컴은 CJ대한통운이 보유한 전국 700여개의 물류 인프라를 통해 배송 범위를 빠르게 확장 중이다.지마켓은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글로벌 플랫폼과 시너지 창출에 나선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기업결합신고서가 제출된 상태다. 공정위의 심사 마무리 후 현물 출자에 대한 법원 인가를 마치면 JV 설립이 마무리될 예정이다.해외 기업과의 JV 설립, 물류 전문 기업과의 전략적 협업은 격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신세계그룹의 새로운 도전이다. 정 회장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면 고정관념을 뒤집는 발상이 필요하며 특히 외부와의 적극적인 협업은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상장 폐지를 계기로 보다 효율적인 경영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한 신세계건설은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수립 전략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신세계건설 재건을 위해 그룹 계열사 간 유기적 조율을 이끌었다. 특히 회장 취임 직후 경영전략실 허병훈 부사장을 건설 신임 대표로 임명하며 회사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실천했다.이마트24는 지난해 3~4분기 연속 영업손실이 개선된 흐름을 올해도 이어간다는 목표다. 이를 위한 결정적 무기는 ‘노브랜드’다. 관련 상품 도입 점포는 평균 일매출이 전체 점포 평균 대비 38% 높게 나타났다. 올해 말까지 노브랜드 점포를 2500개, 내년 4000개까지 확대해 전체 점포의 60% 이상에서 노브랜드 상품을 판매한다는 게 이마트24의 계획이다.이 외에도 성장을 위한 성과 중심의 수시 인사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정 회장은 “고객 만족이라는 그룹의 본질적 가치를 높이고 성장을 위한 가속 페달을 밟기 위해 신상필벌에 입각한 인사는 필수”라며 “변화와 도전으로 성과를 낸 조직 구성원에는 합당한 보상을 하며 계속 혁신을 독려하겠다”고 강조했다.

2025.03.0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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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폐업 상조사’ 위드라이프 피해자 집단 고소

유통

회원 2만5000명으로부터 약 500억원의 선수금을 받아 운영되던 중상위권 상조회사 위드라이프가 경영난을 이유로 폐업하면서 소비자 피해를 양산했다. 노후·사후를 준비하기 위해 묵묵히 월 납입금을 지불하던 소비자들의 핑크빛 미래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문제는 모든 피해자가 구제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상조업계에서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크루즈 여행·웨딩·해외 유학 등 비(非)상조 상품을 선택한 이들이다. 이런 피해자는 한둘이 아니다. 위드라이프 피해자들은 결국 집단 소송에 나섰다.최소 피해액 수십억...무너진 가족과의 미래가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위드라이프 회원 30명은 오일록 대표와 이 회사 전(前) 임원 3명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기 김포경찰서에 고소했다. 이 가운데 18명은 개인적으로 위드라이프 경영진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나머지 12명은 지난달 10일 위드라이프 경영진들의 사기 혐의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오 대표 거주지 관할인 하남경찰서는 위드라이프 폐업 신고 직후부터 관련 조사를 진행해 왔다. 전국에서 피해자들이 개인적으로 접수한 고소 건만 40건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집단 고소 접수 이전부터 전담팀을 꾸려 오 대표 등에 대한 범죄 혐의가 없는지 살펴온 것으로 알려졌다.‘위드라이프 피해자 모임’ 카페를 운영하는 심재용 씨는 “회원 수가 2만5000명에 달하는데도 피해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며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환불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은 이를 지연하거나 접수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지적했다.피해자 측은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고객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상조 및 비상조 상품을 판매한 점 ▲회사의 재무 상태가 악화된 사실을 경영진이 인지하고 있음에도 이를 숨기고 신규 가입을 유도했다는 점 등이 의도적인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위드라이프 피해자 대리인 이정준 변호사(법률사무소 더엘)는 “사기 혐의가 성립하려면 기망 행위와 처분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위드라이프의 경우 이를 충분히 충족한다”고 주장했다.특히 피해자 측은 과거 머지포인트 사태와 이번 위드라이프 건이 유사하다고 본다. 2021년 불거진 머지포인트 사태는 운영사가 고객들에게 포인트를 판매하면서도 회사의 재정 상태가 악화된 사실을 숨겼고, 결국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이 변호사는 “위드라이프 역시 고객의 선납금을 정당한 운영이 아닌 부정한 방식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경영진이 폐업 직전까지도 신규 회원을 모집하며 재정을 회복할 의도 없이 수익을 극대화하려 했다”고 주장했다.위드라이프 측은 업무 중지 결정 당일까지도 청산을 생각한 적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오 대표는 “위드라이프는 공제조합에 예치금 80억원 정도가 있는 회사”라며 “당시 10억원 남짓의 유동성 경색이 있어 공제조합에 선제적 조치를 제안하려고 했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절차를 밟지 못했다”고 설명했다.위드라이프 측은 이번 사태의 피해 규모액이 최소 20억~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오 대표는 “가장 문제가 된 분들은 비상조 상품 가입자”라며 “공제조합 보상을 못 받는 분들이 5000~6000명 정도 되는데, 이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다른 상조사와 업무제휴를 하고 쿠폰을 발행하는 등 나름의 노력도 했다”고 말했다.이에 이 변호사는 해당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위드라이프가 주장하는 20억~30억원이라는 피해 금액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위드라이프의 회원이 2만5000명인데, 어림잡아도 전체 피해 규모는 최소 수백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위드라이프를 단체고소한 고소인 30인의 피해 금액은 1인당 1000만원꼴로 추산된다. 이어 “설령 일부 피해자들이 공제조합을 통해 보상을 받았다고 해도, 이는 가해자로부터 직접 변제를 받은 것이 아니라 제3자로부터 보상받은 것이므로, 범죄로 인한 피해 규모에서 이를 단순히 차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개정 이전 할부거래법에 따르면 상조사는 소비자로부터 받은 선수금의 50%를 예치기관 또는 공제조합을 통해 보전해야 한다. 업체가 폐업할 경우 소비자들이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다만 비상조 상품은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이후 할부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비상조 상품도 예치 의무가 생겼지만, 적용 시점이 2022년 2월이다. 위드라이프 사태로 피해자가 양산된 이유다. 외형 커지는 상조 시장...속은 여전히 부실업계에서는 위드라이프 폐업 사태를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 시장 건전성 강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해 분기마다 사업자의 주요 정보 변경 사항을 공개하고 있다. 또한 상조 납입 통지 제도를 통해 소비자가 매년 한 차례씩 자신의 납입액·횟수 등을 인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그럼에도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 필요성이 나오는 것은 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 탓이다. 프리드라이프·보람상조·교원·대명 등 선수금이 1조원 이상인 대형사들과 달리 영세업체들은 경영난에 허덕이다 폐업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243곳에 달하던 상조사는 지난해 말 기준 78곳으로 축소됐다.위드라이프의 경우 2만5000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한 중상위 상조사임에도 단기간에 부채가 급격히 늘면서 휘청거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위드라이프의 부채는 2016년 67억4873만원에서 2023년 277억5588만원으로 7년 만에 약 210억원 증가했다.피해자들은 상조사도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심 씨는 “상조업계는 금융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면서도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금융감독원 등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며, 상조회사의 폐해와 사각지대가 얼마나 심각한지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업계 관계자는 “영세 상조사의 경우 지인에게 소개를 받는 형태로 영업해 회원을 늘린다”며 “과거보다 업체들이 많이 줄었지만 시장을 위해 좀 더 구조조정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2025.02.20 05:59

4분 소요
로킷헬스케어, 완전자본잠식에도 상장 강행…우려 커진다

증권 일반

로킷헬스케어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도 상장을 추진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사 측은 공모자금 조달과 전환사채(RCPS) 전환을 통해 자본잠식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지속되고 있는 영업손실로 인해 재무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로킷헬스케어의 지난해 가결산 기준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745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는 상장을 위해 회계기준을 K-IFRS로 전환하면서 전환사채 관련 부채가 대거 인식된데다, 지속적인 영업손실로 인해 결손금이 누적된 결과다.로킷헬스케어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재생의료 기업이다. 당뇨발 치료 기술을 상업화해 해외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연골·신장 재생 플랫폼은 임상 단계에 있다.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료기기 인증(CE MDR)을 획득했고,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로킷헬스케어는 상장 후 5일 이내에 우선주와 전환사채의 보통주 전환을 진행해 완전자본잠식을 해소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유입될 약 167억원의 공모금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회사는 구체적으로 만약 우선주와 전환사채의 보통주 전환이 이뤄질 경우 자본총계가 기존 -745억원에서 -86억원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제시했다. 여기에 공모자금이 유입되면 자본총계가 79억원이 돼, 완전자본잠식을 해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로킷헬스케어가 만약 상장 이후에도 기존의 영업손실을 이어갈 경우, 자본잠식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지난 3년 간 로킷헬스케어의 결손금이 1000억원 내외에서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다, 매년 수십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까닭이다.기술특례 트랙 밟고 있지만…'자본잠식'엔 면책특권 없어가장 큰 문제는 기술특례 트랙을 통해 상장하더라도 자본잠식에 대한 면책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로킷헬스케어는 지난해 한국평가데이터와 한국발명진흥회로부터 A등급을 받아 기술특례 상장 자격을 획득했다. 이를 통해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과 관련한 요건에서 몇 년간 면책특권을 갖지만, 자본잠식으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에는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다. 즉 상장 후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될 경우, 즉각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자본잠식 상태에서 상장을 진행한 기업이 로킷헬스케어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 기술특례로 상장한 이에이트도 상장 당시 자본총계가 -6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당시 이에이트는 공모자금 226억원을 조달해, 자본잠식을 해결했다. 다만 로킷헬스케어의 재무 상황이 이에이트가 상장할 당시보다 더 크게 악화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결손금 규모나 상장 후 부채비율 개선 측면에서 이에이트와는 큰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공모자금이 유입되더라도 단기적인 재무 안정화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로킷헬스케어가 만약 상장 직후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공모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가능성도 있다.한국거래소, '좀비기업 퇴출' 외치면서 자본잠식 기업 상장예심 승인?로킷헬스케어의 재무 상태가 상장 후 더욱 악화된다면, 한국거래소의 책임론도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초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며 부실기업 퇴출을 예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로킷헬스케어가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해 증시에 데뷔한다면, 거래소의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특히 최근 몇 년간 로킷헬스케어의 감사보고서에서는 계속기업으로서의 의문이 제기됐다. 외부 감사인은 지속적인 영업손실과 자본잠식이 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며, 회사의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거래소가 상장 심사를 승인한 만큼, 상장 이후 로킷헬스케어의 재무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심사 기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로킷헬스케어는 “투자한 기관들에게 RCPS 전환 확약을 받은 상태로, 상장 후 보통주 전환이 이뤄지면 현재 잡혀있는 부채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기타 재무 개선 방안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검토가 진행되고 있어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025.0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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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이사장 “20~30% 디스카운트된 증시 밸류업 통해 회복할 것”

증권 일반

한국거래소(KRX)가 불확실한 자본시장 환경 안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확고한 정착을 추진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을 추진하고, 미래성장동력 확보에도 나선다. 또 진입‧퇴출 관련 시장관리체계 개선과 함께 불법 공매도의 원천 차단 노력 등을 통해 투자자 신뢰 회복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정은보 KRX 이사장은 11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코리아 프리미엄을 향한 거래소 핵심전략’을 발표했다.이날 간담회에서 정 이사장은 ▲자본시장 밸류업 달성 ▲미래 성장동력 확보 ▲투자자 신뢰 제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4대 핵심전략 및 12개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정 이사장은 “현재의 기업의 현금 흐름 수익성을 기초로 주가를 평가를 해 봤을 때 해외 기업 선진국에 비해서도 한 20~30% 정도 디스카운트 돼 있는 부분들은 밸류업 노력을 통해서 100(%)으로 가보자는 게 밸류업의 기본 취지”라며 “결국은 기업 경영에 투명성이 미흡하고, 개별 소액 주주들에 대한 보호가 미흡한 부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코리아프미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밸류업 프로그램의 확고한 정착을 위해 ▲밸류업 우수기업 선정‧표창 ▲기업 간담회‧컨설팅 확대 ▲밸류업 펀드 투입 증대 등 정책 지원을 확대한다.또 지수사용권을 개방하고 한국물 지수 파생상품의 해외 상장 허용 및 해외 마케팅 강화 등 글로벌 선진지수 편입 노력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올해 6월 파생상품시장 야간거래 도입을 통해 야간시간대 리스크 헤지 등 파생상품 투자자의 편익을 제고하기로 했다.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인덱스‧정보사업 조직역량 강화 등 비즈니스 유닛의 사업체계 정비를 통해 거래소 수익모델 다변화를 모색한다.이러한 일환으로 인공지능(AI) 시대에 부합하는 데이터 생산‧관리‧유통체계 구축과 혁신 지수 라인업 확대를 기반으로 데이터‧인덱스 사업 고도화를 추진한다.신규 투자수요 확대를 위해서는 ▲KOFR-OIS(금융기관 간 하루짜리 초단기 대출금리) 청산 개시 ▲코스닥 150 위클리옵션 및 배출권 선물 상장 추진 등 금융투자상품 라인업 확충한다. 특히 KRX는 부실‧한계기업 퇴출 강화와 IPO 시장 건전성 제고 노력을 토대로 진입‧퇴출 관련 시장관리체계를 지속 개선할 방침이다.이를 위해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하고, 상장폐지 절차 효율화 및 상장폐지종목 투자자 보호장치를 보완할 예정이다. 또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확대 ▲수요예측 참여자격․방법 합리화 ▲주관사 역할․책임 강화도 추진한다. 투자자 보호‧신뢰 회복 노력 아울러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SDS) 도입을 통해 불법 공매도를 원천 차단하는 체계를 마련해 투자자의 신뢰도를 회복할 예정이다. 또한 대체거래소(ATS) 도입과 관련해서는 통합 시장관리 체계를 구축해 안정적‧효율적 거래 환경도 조성한다.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나선다. 해외 주요 거래소의 사업다각화 전략 분석을 통해 대응 방향을 모색해 KRX의 사업영역을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뉴욕‧런던 해외사무소 개소 등을 통해 글로벌 기관투자자 대상의 K-밸류업 홍보 및 마케팅을 강화한다. 또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공시체계 확립을 위해 국제 표준(XBRL2.1)을 적용한 차세대 상장공시시스템 구축 및 영문 공시 번역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미국의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ETF 상품 도입 등 해외 주요 거래소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크할 계획이다.정 이사장은 “최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가상자산 선물에 이어 현물 ETF까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우리도 너무 늦춰지지 않도록 금융 당국과 가상자산 ETF 도입 방안과 구체적 일정 등에 대해 점진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밖에 거래소의 부산 본사 이전 20주년을 맞이해 부산 금융중심지 위상 강화를 위한 방안도 발표했다. KRX는 글로벌 금융인재 육성을 위한 금융 특화 자율형 사립고 설립 추진과 함께, 부산 지역 유니콘기업 육성 지원과 부산 맞춤형 사회공헌사업을 지속 확대할 계획임을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대내외 불확실성 고조 등 올해 녹록치 않은 자본시장 환경에 대응해 한국 시장이 ‘프리미어 자본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전략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2025.02.11 17:47

3분 소요
[단독] 서울시청 앞 프레지던트호텔 팔린다…‘조선호텔’이 위탁 운영 유력

유통

서울시청 앞 프레지던트호텔이 새 주인을 찾는다. 한양대의 학교법인 한양학원이 프레지던트호텔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계 자산운용사 케펠자산운용이 프레지던트호텔 매입을 희망해 이달 초 현장 실사를 거쳤는데, 프레지던트호텔 매입 이후 조선호텔앤드리조트가 위탁 운영 기업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21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학교법인 한양학원은 관광호텔 관련 기업 백남관광을 통해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 매각을 추진한다. 백남관광은 한양학원이 지난해 기준 지분 절반가량을 보유한 기업이다. 한양학원이 백남관광을 통해 프레지던트호텔을 소유, 운영하는 셈이다. 한양학원이 지분을 보유한 한양산업개발(현 HYD한양)이 50여 년 전 백남빌딩을 건설하며, 이 건물 내 프레지던트호텔이 들어섰다.백남관광의 프레지던트호텔 매각 희망가격은 3000억원대로, 시세 대비 높은 편이다. 프레지던트호텔 매입을 희망하는 곳으로는 케펠자산운용이 나섰다. 국내 자산운용사인 블루코브자산운용도 매입을 희망한다고 알려졌다. 현재 현장 실사를 마친 케펠자산운용은 매입 희망가격으로 2000억원대를 제시했다. 백남관광이 제시한 매각 희망가격과 1000억원가량 차이 난다. 프레지던트호텔이 무리 없이 새 주인을 찾으려면 이들이 가격 측면의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위탁 운영 기업으로 조선호텔앤드리조트가 거론되고 있다. 위탁 운영은 소유 기업이 호텔을 경영한 경험이 풍부한 제3자에게 운영을 맡기는 것이다. 매입 희망 기업이 프레지던트호텔을 사들이고, 위탁 운영 기업이 자사 브랜드로 호텔을 운영하는 형태다. 호텔 기업은 위탁 운영을 통해 호텔을 직접 짓지 않고도 브랜드를 판매해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메리어트, 힐튼 등 해외 브랜드는 물론 조선, 신라 등 국내 브랜드도 위탁 운영 사업을 영위한다.프레지던트호텔은 매각과 함께 새 단장도 진행할 예정이다. 1973년 문을 연 프레지던트호텔은 건물 곳곳이 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호텔을 운영하며 객실과 엘리베이터, 배관 등을 보수해 온 만큼 매각 이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칠 가능성이 크다. 프레지던트호텔을 매입하려는 케펠자산운용이 ‘밸류애드’로 성과를 쌓은 자산운용사인만큼 호텔 매입 후 대공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밸류애드는 부동산을 인수한 이후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특정 브랜드를 입점시켜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PF 부실부터 호텔 매각까지한양학원이 프레지던트호텔을 매각하려는 이유는 백남빌딩을 건설한 HYD한양의 유동성 위기가 꼽힌다. HYD한양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2023년 말 기준 당기순손실 496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HYD한양의 부채가 백남관광은 물론 한양학원과 산하 기업의 재무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백남관광이 HYD한양의 지분을, 한양학원이 백남관광의 지분을 보유해 연쇄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백남관광은 이미 HYD한양의 부동산 PF 대출 등에 여럿 지급 보증을 서기도 했다.실제 백남관광은 HYD한양의 실적이 악화하자 들고 있던 HYD한양의 지분을 줄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백남관광은 HYD한양의 지분을 2022년 79.0%에서 2023년 34.8%로 크게 감소했다. HYD한양의 부채로 타격을 입은 백남관광이 추가 타격을 줄이기 위해 지분을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프레지던트호텔 매각 대금도 HYD한양의 부채 여파를 줄이는 데 사용할 공산이 크다. 앞서 한양학원은 자금 마련을 위해 알짜 회사인 한양증권도 매각한 바 있다.

2025.01.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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