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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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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바꾸고 자동차 내걸었다…면세업계, 내국인 공략 ‘반격’

유통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직격탄을 맞았던 면세업계가 엔데믹에도 업황 회복에 난항을 겪고 있다. 휴가철 성수기를 맞았음에도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 매출이 급감하면서다. 유커의 의존도가 높았던 면세점들은 이제 내국인 해외여행객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명을 바꾸거나 자동차와 해외 한 달 살기를 경품으로 내거는 등 반격에 나선 모습이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현대면세점으로 변경했다. 법인명도 기존 현대백화점면세점에서 ‘현대디에프’로 바꿀 예정이다. 사명을 교체한 이유는 면세사업의 전문성을 높이고 명칭을 친근하게 부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현대면세점은 사명 변경과 함께 경쟁력 있는 브랜드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면세점 인천공항점은 이달 말 제1여객터미널(T1)에 펜디를, 제2여객터미널(T2)엔 구찌 부티크를 유치한다. 연말에는 생로랑과 발렌시아가 부티크가 각각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에 문을 열 예정이다. 무역센터점은 연말까지 생로랑·쇼파드·펜디·발렌시아가 등이 순차적으로 입점한다. 동대문점은 데이지크·파넬·마뗑킴·마리떼프랑소와저버 등 K패션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킨다.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전 임원의 급여 20%를 삭감하고 전사적 인력 구조 조정에 나선 것이다. 올해 하반기 희망퇴직 실시 및 직무 전환·성과 향상 교육 등을 진행해 경영 효율을 높이고 수익 구조를 안정화할 방침이다. 가장 많은 점포 수와 인력을 보유한 롯데면세점은 다시 물 들어올 때를 대비해 기초 체력을 아껴두겠다는 의미다.매장 면적 축소도 결정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잠실 월드타워점 전체 매장 면적 1만3113㎡의 35%를 차지하는 타워동(4599㎡)을 없애기로 했다. 타워동 매장은 2017년 중국인 관광객 증가, 월드타워 방문객 증가에 오픈했으나 경영 효율화를 위해 축소를 결정했다. 이외에도 성수기 프로모션으로 롯데면세점은 환율 보상 및 마일리지 2배 적립 이벤트와 경품 행사를 진행해 고객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면세업계는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내국인들이 본격적으로 해외여행에 나설 것으로 보고 이달부터 파격적인 경품을 내건 이벤트를 마련했다. 현대면세점은 여름휴가(7~8월)와 추석(9월) 그리고 10월까지 이어지는 해외여행객 수요를 잡기 위해 이달 1일부터 10월 말까지 약 5억원 규모의 경품을 내건 ‘현대 면세 쇼핑데이’를 진행한다. 면세점 구매 고객에게 경품 이벤트에 응모할 기회를 부여해 추첨을 통해 1등에겐 GV80을 제공하며, 현대자동차 캐스퍼(2명)를 증정한다. 신세계면세점은 연중 최대 행사인 ‘신세계로 체크인’을 이달 5일부터 다음 달까지 진행한다. 경품 행사에 1등으로 당첨하는 고객에게는 작년 ‘하와이 한달 살기’에 이어 올해에는 이달 26일부터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것과 관련해 ‘파리 한 달 살기’ 비용을 지원한다. 신라면세점 또한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신라면세점은 내달 12일까지 서울점, 제주점, 인천공항점과 온라인점에서 행사 기간 내 50달러 이상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현대자동차의 캐스퍼 일렉트릭·신라스테이 숙박권·브랜든 여행용품 패키지 세트 등을 제공한다. 최근 국내 면세점 이용객 수와 매출은 느리지만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면세점 외국인 이용객 수는 전년 동월(51만명) 대비 60.4% 증가한 약 82만명이었다. 외국인 매출은 같은 기간 9381억원에서 9852억원으로 약 5% 증가했다. 내국인 이용객은 161만명, 매출은 269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9.6%, 23% 늘었다.면세업계 관계자는 “내국인 이용객이 지난해 성수기 대비 늘었지만, 예전에 비해 내국인 객단가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경품 증정 등 내국인 관광객 수요를 잡기 위해 업계에서 일전에 안 하던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인 관광객을 붙잡는 게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보니 내국인 비중에 포커스를 두고 업셀링 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면서도 “다양한 시도들이 있겠지만 당분간 단기적인 반전이 있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2024.07.12 06:00

3분 소요
현대백화점면세점, ‘현대면세점’ 사명 바꾼다

유통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사명을 ‘현대면세점’으로 변경하고 재도약에 나선다. 사명에서 백화점이란 단어를 떼어내 면세사업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들이 더 쉽고 친근하게 부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현대백화점면세점은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현대면세점으로 변경한다고 9일 밝혔다. 법인명도 기존 현대백화점면세점에서 ‘현대디에프’로 바꿀 예정이다.현대면세점과 현대디에프라는 상표권은 현대아산이 보유하고 있었다. 사명과 법인명 변경을 위해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달 현대아산과 상표권 양수도 관련 계약을 체결했고, 이달 초 특허청에 상표권 권리이전 등록을 신청했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새롭게 선보이는 BI(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온·오프라인 매장과 광고 등에 활용될 방침”이라며 “국내외 고객들이 부르고 떠올리기 쉬워져 자연스럽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현대면세점은 사명 변경과 함께 경쟁력 있는 브랜드 유치는 물론, 국내외 마케팅도 강화해 사업 경쟁력 제고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우선 점포별 특색에 맞는 명품 및 K패션 브랜드 유치에 적극 나선다. 인천공항점은 이달 말 제1여객터미널에 펜디가, 제2여객터미널엔 구찌 부티크가 오픈할 예정이다. 또한 연말까지 생로랑과 발렌시아가 부티크가 각각 제1여객터미널과 제2여객터미널에 문을 열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인천공항점은 이미 운영 중인 루이비통, 샤넬 등을 포함해 총 22개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게 돼, 국내 면세업계 최고 수준의 명품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무역센터점은 연말까지 생로랑, 쇼파드, 펜디, 발렌시아가 등이 순차적으로 오픈 예정이며, 동대문점은 데이지크, 파넬, 마뗑킴,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K패션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켜 개별 관광객을 공략할 예정이다.이와 함께 현대면세점은 여름 휴가(7~8월)와 추석(9월) 그리고 10월까지 이어지는 내국인 해외여행객 수요를 잡기 위해 마케팅도 강화한다. 대표적인 것이 5억 원 규모의 경품을 내건 ‘에브리데이 현데이(EVERYDAY HYUNDAY)’다.10월 말까지 현대면세점 온라인몰과 시내면세점에서 100달러·300달러·500달러·1000달러·2000달러 구매 고객에게 각각 1회·3회·5회·10회·20회 경품 이벤트에 응모할 기회를 부여한다. 추첨을 통해 1등에겐 제네시스 GV80을 제공하며, 현대차 캐스퍼(2명), LG 올레드 EVO(3명) 등 총 5,555명에게 경품을 증정한다.현대면세점 관계자는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진출 등 사업 확장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며 “지속적인 도전과 혁신으로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더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2024.07.09 10:36

2분 소요
“올리브영이 면세점에”…자체 PB매장 오픈, 해외 소비자 공략

산업 일반

이제 올리브영을 면세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CJ올리브영이 면세점에 자체브랜드(PB) 매장을 내고 해외 소비자 공략에 나선다. CJ올리브영은 15일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에 PB 전용 매장 ‘올리브영관’을 연다고 14일 밝혔다. 올리브영이 오프라인 면세점에 매장을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매장에는 바이오힐보, 웨이크메이크, 라운드어라운드, 필리밀리 등 7개의 올리브영 PB 브랜드가 입점한다. 현대백화점면세점 측은 2030 고객 비중이 높은 동대문점의 상권 특성을 반영해 MZ세대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화장품 브랜드를 강화하고 K-뷰티 쇼핑의 메카라는 입지를 다진다는 설명이다. 약 6평 규모의 매장 내에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설치해 중국 유명 인플루언서인 ‘왕홍’을 비롯한 셀럽들의 라이브 방송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은 160개 이상의 국내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며 K-뷰티 쇼핑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이번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을 최초 오픈을 비롯해 앞으로도 다양한 인기 신규 뷰티 브랜드들을 선보여 K-뷰티 세계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편 CJ올리브영은 헬스앤뷰티(H&B) 시장에서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올해 안에 IPO(기업공개)를 진행하고 상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올리브영 누적 매출은 1조5176억원, 영업이익은 697억원으로 집계됐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실적을 전년 대비 13% 증가한 2조4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2022.03.14 12:42

1분 소요
“김포·김해공항에 빅4 免 총출동”…면세업계, ‘위드코로나’ 훈풍 부나

유통

코로나19 여파로 움츠러들었던 국내 면세업계가 다시금 활기를 찾고 있다. 김포·김해국제공항면세점 사업자 입찰이 다가오면서 국내 빅4 면세기업인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이 모두 사업자 입찰 설명회에 나섰다. 먼저 사업자 선정을 펼치는 김해공항은 9월 8일에 설명회를 열었고, 오는 10월 8일에 입찰 신청을 마감한다. 김포공항은 9월 29일에 설명회를 열었고 10월 26일까지 신청 사업자를 받는다. 이번 신청을 통해 롯데면세점은 사업장 지키기, 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는 사업 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이미 김해공항과 김포공항에 매장을 운영하는 롯데면세점은 입찰 참여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포공항에 주류·담배 구역에서 운영하는 신라면세는 김포 사업장 지키기와 더불어 새로운 판로인 김해공항 사업권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계 후발주자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다각적으로 입찰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도 국내 면세기업이 김포·김해공항 면세사업 입찰에 관심을 보이는 데는 매출액과 상관없이 고정적으로 임대료를 내야 하는 인천공항의 최소보장액과 달리, 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김해·김포공항 면세사업은 매출에 비례해 임대료를 지급하는 영업요율 형태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기존 인천공항과는 상권이 완전히 분리되는 김해공항의 미래 사업성에 대한 기대도 한몫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김포공항은 인천공항과 인접해있어서 매출이 나뉘지만, 김해공항은 독립적인 경남권 판로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사업장이다”라며 “코로나19로 현재는 국제선이 인천공항에 몰려있지만,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향후 김해국제공항 역할이 커질 것을 생각하면 5년 운영권이 달린 이번 입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롯데·신세계 온라인, 현대百 MD 강화하고 신라는 중국 공략 입찰에 앞서 국내 면세기업은 올해 상반기부터 매출액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던 면세업계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02억원을 기록했고, 신라면세점은 888억원, 신세계면세점은 423억원이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189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동기간 375억원 적자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적자를 줄였다. 면세업계에서 펼치고 있는 각기 다른 전략도 눈에 띈다. 먼저 롯데면세는 ‘온라인 플랫폼’ 강화다. 롯데면세는 지난 7월 롯데인터넷면세점 플랫폼을 개편했다. 스토리텔링형콘텐트를 추가하고 쇼호스트가 등장해 물건을 실시간으로 소개하고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도 더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홈페이지 이용자가 감소했기 때문에 이번 온라인 리뉴얼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며 “사용자 수가 많으면 개편 중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위기를 기회로 삼는 셈으로 코로나19 상황에 이전에는 강행하지 못한 온라인 플랫폼을 전체적으로 리뉴얼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라면세는 국내 시장을 넘어 중국 시장 공략한다. 신라면세는 지난 7월 중국 하이난성하이요우면세점과 업무협약을 맺고 합작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번 업무협약으로 신라면세는 하이요우면세점과 상품 소싱, 시장 개발, 인적자원 교류, 상품 공동 개발 등을 함께할 계획이다. 신세계면세점은 매장 철수와 축소 등으로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7월 강남점을 철수하고 부산점은 3월부터 매장을 축소해서 운영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줄이는 반면 온라인 플랫폼 확장 전략을 펼친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온라인몰 SI빌리지에서 업계 최초로 면세품 판매를 시작해, 올해는 SSG닷컴 내 면세 제품만 판매하는 ‘SSG DUTYFREE’ 공식 점포를 열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후발주자인 만큼 공격적인 매장 오픈이 전략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에만 동대문점과 인천공항점을 잇따라 개점하고 올해에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 위치한 현대백화점면세점 인천공항점에 샤넬 부티크 매장을 오픈하는 등 규모 확장을 통한 입지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이번에 오픈한 샤넬 부티크 매장은 122평에 달하는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며 “사업장 확장 및 MD 경쟁력 강화에 힘써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 아직 훈풍 일러, 대부분이 수익률 낮은 보따리상 매출 반면 아직 코로나19 여파로 면세업계가 회복하는데 있어서 최소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면세업계 상승세에 기대감은 있지만,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현실”이라며 “올해 매출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대부분이 중국 보따리상이 구입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대량으로 할인품목만을 사가는 보따리상의 매출은 수익률이 낮다”며 “매출액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고 내부사정을 토로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2021.10.05 16:44

3분 소요
남들 움츠릴 때 공격적 출점 ‘깜짝 실적’…정지선 ‘뚝심경영’ 통했다

산업 일반

7일 오후 서울 광희동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제품에 달러로 표기된 가격표만 아니면 여느 백화점 매장과 다르지 않았다. 넓은 매장을 지키는 점원 수가 손님 수보다 많아보였다. 건물 6층부터 13층까지 이어진 면세점에는 300여 개가 넘는 브랜드가 들어섰다. 그러나 손님이 드문드문 보이는 곳은 화장품을 판매하는 12층뿐이었다. 국내 브랜드 화장품을 판매하는 한 매장의 점원은 “주말에도 비슷한 분위기”라며 “손님이 많진 않지만 중국인 고객이 제품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6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6.3% 증가했다고 6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832억원으로 52% 신장했다. 당기순이익은 558억원으로 133.8%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통업계가 부진한 상황에서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것. 현대백화점 측은 백화점과 면세점 등 신규매장 출점이 실적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동대문 두타몰에 시내 면세점을 오픈했다. 두산그룹이 운영하던 두타 면세점 자리를 인수한 것. 현대백화점은 2019년 11월 시내면세점 입찰 당시 유일하게 인수전에 참여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면세사업이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 보따리상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이들을 잡기 위한 수수료 경쟁이 치열하던 때였다. ━ ‘면세 빅3’ 포기한 자리에 들어가 코로나 사태에 오픈 과도한 출혈 경쟁으로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면세 빅3(롯데·신라·신세계)’마저 뛰어들지 않을 때 현대백화점이 유일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대백화점은 앞서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보유했지만 단일 점포인 탓에 운영상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대백화점은 동대문점을 확보해 원가 경쟁력과 구매 협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무역센터점의 적자 폭이 해마다 늘어나는 상황에서 추가 손실 위험도 적지 않았다. 동대문-명동 상권을 중심으로 20~30대 중국인 관광객을 공략한다는 계획 역시 인근에 면세점을 보유한 호텔신라와 신세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우여곡절 끝에 단독 입찰에 성공했지만 오픈 시점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 2월. 그러나 현대백화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3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연이어 진출하며 면세사업을 확장했다. 현대백화점이 입점한 1터미널 DF7(패션·기타) 구역은 원래 신세계면세점이 있던 자리다. 업계 관계자는 “이 구역은 현대를 포함해 롯데·신라·신세계 등 4개사가 모두 입찰에 참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던 곳”이라며 “현대백화점은 후발주자로서 인천공항 진출을 위해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상황에서 면세사업을 확대하는 현대백화점을 두고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위기 속에 신규 사업 추진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협력업체 등의 피해를 고려해 개점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 예정대로 개점했다”며 “어려운 시점에 사업을 시작했지만 신규 점포를 확보하면서 기존보다 매입단가를 낮추고, 교섭력을 끌어올려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 신규 점포 3곳에서 순매출 370억원 기록 ━ 면세점만이 아니다. 현대백화점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데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에도 신규 출점을 계속하는 등 공격 경영을 멈추지 않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백화점 부문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한 494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60억원으로 122.3%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면세점 두 곳 외에도 대전점(6월)과 스페이스원(11월) 등 프리미엄아웃렛 2개 점포를 추가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찍은 올 2월에는 서울 여의도에 ‘더현대 서울’을 개점했다. 현대백화점은 올 1분기 순매출액 중 7.4% 가량에 해당하는 370억원을 이 세 곳의 신규 점포에서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더현대 서울이 개점 한달 동안 올린 매출만 1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라면 현대백화점이 밝힌 연 매출액 목표(6300억원)를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롯데·신세계 등 백화점 업계가 2010년대 초반부터 신규 출점은커녕 점포 수를 지속적으로 줄인 것과 달리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이 오픈 5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1조 매출’을 달성한데 이어 여의도점까지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더현대 서울이 자리한 여의도는 오피스 상권을 중심으로 해 업계 사이에서 ‘유통 무덤’으로 불리던 입지다.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두고 ‘더현대 서울 효과’라고 할 만큼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지만 여의도점이 들어선 파크원이 2016년 입점 공고를 낼 때만 하더라도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당시 신세계가 라이벌로 거론됐지만 비슷한 시기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임차운영사업자 입찰에서 신세계프라퍼티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파크원 입찰을 포기했다. ━ 코엑스몰 입찰 포기하고 들어간 여의도 파크원 ‘대박’ 현대백화점 역시 애경그룹 등과 함께 코엑스몰 쟁탈전에 뛰어들었지만 막판에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파크원에 단독 입찰한 덕분에 더현대 서울은 임차기간 최대 20년으로 장기 계약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연 임차료 역시 300억원 수준으로 낮게 책정돼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졌다. 더현대 서울은 12m 높이의 인공폭포와 3300㎡(1000평) 규모의 정원 등 전체 영업면적의 절반 가량을 휴게공간으로 꾸며 화제를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이 임차료에 대한 부담이 적은 만큼 내부 인테리어에 힘을 줬다”며 “인테리어로 차별화한 덕분에 이를 구경하기 위한 내점객이 늘고,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풀이했다. 현대백화점이 코로나19 사태에도 거침없이 영토를 확장하는 반면 온라인 플랫폼엔 상대적으로 힘을 뺀 모습이다.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면서 유통업계의 촉각은 모두 온라인 시장에 곤두섰다. 이때문에 롯데와 신세계가 각각 롯데온과 쓱닷컴을 필두로 이커머스 시장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자체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홈’을 중심으로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긴 했지만 그밖에 온라인 몰에 대한 확대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투홈 외에 더현대닷컴·더한섬닷컴·H몰 등의 계열사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앞으로도 온라인몰의 외형 확장보다는 차별화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위기에도 기조에 따라 움직이는 정지선 회장의 ‘뚝심경영’이 오히려 코로나19와 같은 큰 위기에 빛을 발했다”며 “이커머스 시장 역시 과열 양상에 합류하기 보다는 기존 사업 방식을 고수하며 M&A 등을 통해 차별화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2021.05.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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