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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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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잡은 1세대 바이오벤처의 저력…리가켐·펩트론 잇따라 '딜' 체결

바이오

국내 '1세대 바이오벤처'가 글로벌 제약사와 잇따라 굵직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 상당수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1세대 벤처로 불리는 기업들은 기술력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14일 업계에 따르면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L1CAM을 표적하는 항체-약물 중합체(ADC) 후보물질 LCB97을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L1CAM은 여러 암세포에서 발현하는 단백질이다.오노약품공업은 이번 기술이전 계약으로 ADC 연구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L1CAM을 표적하는 ADC 후보물질의 수가 적어 오노약품공업이 LCB97을 기술도입했다고 보고 있다.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오노약품공업과 ADC 플랫폼 '컨쥬올'을 활용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오노약품공업은 컨쥬올을 활용해 새로운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공동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기술이전 규모는 LCB97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하는 건만 최대 7억달러(약 9435억원)에 달한다. 계약금과 연구개발(R&D), 판매에 따른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포함한 규모다. 매출에 따른 기술료(로열티)는 별도로 받게 된다.시장에서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가 다른 기업과도 플랫폼 기술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씨젠과 이뮤노젠, 시나픽스 등 ADC 플랫폼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에 잇달아 인수되며, 플랫폼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 많이 남지 않아서다.다른 1세대 바이오벤처 펩트론도 비만치료제로 유명한 일라이 릴리와 플랫폼 기술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펩트론의 장기지속형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 '스마트데포'를 일라이 릴리에 공급하는 계약이다.시장에서는 일라이 릴리가 새로운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에 스마트데포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만치료제는 통상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데, 스마트데포를 적용하면 투여 기간을 한 달에 한 번으로 늘릴 수 있다.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라이 릴리는 14개월여의 기술 평가 기간을 거쳐 2025년 말 임상 1상 결과를 확인하면 본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1세대 바이오벤처가 글로벌 제약사와의 계약 체결 소식을 연달아 발표하자 두 회사 주가도 급등했다.펩트론 주가는 일라이 릴리와의 플랫폼 기술 계약 체결 소식 발표 하루 뒤인 8일 직전 거래일 대비 25.39% 오른 6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오노약품공업과의 기술이전 계약 체결 소식을 공시한 10일 9.50% 오른 12만3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사들도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목표 주가를 줄상향했다. DS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목표 주가를 16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메리츠증권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목표 주가를 15만원에서 17만원으로 올렸다.

2024.10.15 06:00

2분 소요
제약·바이오업계 신성장동력은 3세대 바이오의약품?

바이오

지난 2년간 제약·바이오를 비롯한 헬스케어 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점철된 시기였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제약·바이오 업계에 기회가 되기도 했지만 산업의 주목도와 글로벌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본래의 사업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고 평가받는다. ━ 코로나19에 크게 자란 제약·바이오, 성장세 이어간다 2022년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래 투자에 집중하고 그 결실도 일부 피어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을 통칭하는 ‘3세대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추세다. 다만 국내 기업에 한정했을 때 전문가들은 당장 2022년 3세대 바이오의약품에서의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기존 합성·바이오의약품 신약개발 등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기회가 됐다. 화이자 등 코로나19 백신 개발기업들은 엄청난 이익을 손에 쥐었다.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바이오 시밀러’ 기업인 셀트리온은 코로나19 단일클론 항체치료제인 렉키로나를 개발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승인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위탁생산하며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공급망에서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수년전까지 ‘내수 시장’ 위주였던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을 전반적으로 봐도 한단계 더 글로벌화 됐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바이오·헬스 분야의 수출액은 전년(138억6000만 달러) 대비 12.1% 늘어난 155억41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성과는 수출액 증가뿐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이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을 일깨웠다고 평가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 동력화를 통해 글로벌 산업 패권 경쟁에서 위상을 정립했다. 또 범부처 제약·바이오 산업 정책 효율성을 제고하고, 기초연구에서 제품화까지 제약·바이오 산업 가치사슬 전반의 경쟁력 연계 강화도 이뤄졌으며 혁신 자원을 공급할 수 있는 ‘기초·원천 단계 혁신적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도 확대했다. 선진국의 고령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제약·바이오 산업은 성장할 수밖에 없는 산업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은 내년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Evaluate Pharma)는 2021년 전 세계 처방의약품 매출을 전년 대비 14.3% 늘어난 1조310억 달러로 추정했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 등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2022년엔 2021년의 기저효과로 성장폭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4.3% 성장해 1조75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란 게 이벨류에이트파마의 전망이다. 2022년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의 수출 성장은 글로벌 성장폭보다 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산업연구원은 ‘2022년 경제산업전망’ 보고서에서 2022년 제약·바이오(바이오·헬스 분야)의 수출액을 전년 대비 6.4% 늘어난 165억3900만 달러로 예상했다. ━ ‘3세대 바이오 의약품’ 공략 나선 바이오업계 2022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세포·유전자 치료제(CGT)를 비롯한 3세대 바이오의약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세대 바이오의약품이란 현재의 화학합성의약품(케미칼 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의약품을 통칭하는 단어로 쓰인다. 인슐린과 호르몬, 전통방식의 백신 등이 1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여겨지고, 동물세포를 이용한 항체, 단백질 등의 의약품이 2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의약품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 2세대 바이오의약품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게 3세대 바이오의약품이다. 세포·유전자치료제와 mRNA백신, DNA·RNA치료제 등이 여기 해당한다. 3세대 치료제는 이미 일부 상용화되고 있다. 세포치료제 분야에선 ‘꿈의 항암제’라고 불리는 킴리아 등 다수의 신약이 나왔고, mRNA 방식으로 만들어진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우리 사회에 혁혁한 공헌을 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 역시 3세대 바이오의약품에 최근 집중하기 시작했다. mRNA 방식의 백신 개발에 나선 바이오벤처만 10곳이 넘는다. 세포치료제 분야에선 2021년 증시에 입성한 바이젠셀과 녹십자랩셀, 셀이 합병해 출범한 GC셀 등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GC셀은 T세포 치료제인 ‘이뮨셀LC’를 이미 상용화 한 회사인데, 합병을 통해 NK(자연살해) 세포치료제 연구를 본격화, 대량생산이 가능한 세포치료제 연구에 나설 방침이다. T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는 강력한 면역반응으로 인해 우수한 항암효과를 나타내지만 환자 개인별로 제조해야하는 자가(Autologous)세포치료제로 대량생산에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NK세포 치료제는 타인의 세포를 사용해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포치료제와 함께 ‘유전자치료제’도 주목받는다. 잘못된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바꾸거나 치료 효과가 있는 유전자를 재료로 하는 치료제를 뜻한다. CAR(키메릭항원수용체·면역 요법에 활용하기 위해 유전학적으로 조작된 세포 수용체) T세포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대표적이다. 2019년 성분오류가 드러나며 이른바 ‘인보사 사태’를 일으켰던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도 유전자 치료제에 속한다. 인보사는 당시 식약처로부터 허가 취소 됐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도전하며 부활에 도전하고 있다. FDA로부터 임상 재개 허가를 얻었고 2022년 무릎골관절염을 대상으로 미국 임상 3상을 전개할 계획이다.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를 더해 업계에선 CGT(Cell·Gene Therapy)라고 부른다. CGT 시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의약품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현재 임상 개발 중인 바이오 의약품 중 약 50%를 차지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는 GCT가 2025년까지 연평균 25% 성장해 현재 가장 큰 바이오 의약품 시장인 항체 치료제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에서 국내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주목받는다. 삼성과 SK, CJ 등 국내 대기업은 3세대 바이오의약품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SK그룹의 CDMO 통합법인인 SK팜테코는 2021년 3월 프랑스의 유전자·세포치료제(GCT) CDMO 전문회사 이포스케시를 인수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기반을 둔 GCT 생산 전문 바이오 의약품 CDMO 업체인 ‘CBM’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CJ헬스케어를 매각하며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손을 떼는 것 같았던 CJ그룹도 최근 GCT CDMO회사인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했다. CDMO 분야의 대표주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직 인수 등에 대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mRNA 백신과 GCT 분야에 진출한다는 계획은 수립한 상태다. 3세대 바이오의약품만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제약·바이오업계의 성장동력이라고 볼 순 없다. 특히 아직 제약·바이오 영역에서 글로벌 주요 플레이어가 아닌 국내 기업들에겐 케미칼과 항체바이오의약품 등에서도 충분한 성장 기회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2022년에는 코로나19라는 ‘블랙홀’에 집중됐던 상황에서 벗어나 국내 기업들이 주력하던 항암분야와 희귀질병 치료제, 중추신경계질환 치료제 등에서 연구개발(R&D)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해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 미국 시장 진출 가능 신약 기대감 높아 실제 2022년 제약·바이오 최대시장인 미국 시장 진출 기대를 모으는 의약품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는 가장 기대를 모으는 신약이다. 국내에선 이미 승인을 받은 이 약은 현재 단일요법과 병용요법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2022년 하반기 경 FDA 긴급사용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미국 스펙트럼사에 기술수출한 폐암 신약 ‘포지오티닙’은 최근 FDA에 시판허가를 신청하며 2022년 초 승인이 기대된다. 바이오벤처들은 2022년 준비에 한창이다. 코로나19로 큰 돈을 쥔 글로벌 빅파마가 적극적으로 신약후보물질 라이선스-인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서다. 이밖에 SK바이오팜이 전 세계에서 판매 중인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는 위드코로나로 인해 대면마케팅이 본격화하며 매출이 본격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우리나라가 가장 강점을 가진 ‘바이오시밀러’ 분야 역시 추가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약가 인하 압박과 후발주자들의 합류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의 악재가 있지만,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바이오시밀러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환경은 우호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대표주자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 적응증을 확대하며 이런 시장 상황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제품 매출이 본격화하는 건 2023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미국에서 특허가 만료되는 휴미라와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가 기대주다.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은 아일리아와 프롤리아 등 특허만료를 앞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도 개발 중이다.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빠른 개발을 통한 시장 선점과 저렴한 공급가라는 강점으로 시장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22.01.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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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테크의 혁신 행보,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조원경의 알고 싶은 것들의 결말(38)]

전문가 칼럼

━ 한국의 바이오주 하락이 어디까지일까? 단돈 몇천원 하던 신풍제약이 20만원을 넘더니 3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셀트리온의 주가도 반토막이 났다. 그나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제약사를 고객으로 둔 위탁생산 기업으로서 황제주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이 기회에 글로벌 바이오의 역사를 보자. 미국 바이오벤처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제넨텍(Genentech) 이야기다. 이 회사는 1976년 MIT 출신의 벤처캐피탈리스트 로버트 스완슨(Robert Swanson)과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 출신 유전공학자 허버트 보이어(Herbert Boyer)가 공동 설립했다. 세계 최초의 생명공학(바이오테크) 회사라고 하겠다. 보이어는 유전자를 잘라 다른 유전자에 결합시킨 후 다시 세포에 집어넣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개발했다. 이후 1976년 벤처 투자가인 로버트 스완슨과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상업화하기 위해 제넨텍을 설립했다. 제넨텍은 1978년 인슐린, 1979년 인간 성장호르몬 같은 바이오 의약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대학 실험실에만 있던 많은 학자를 비즈니스 세계로 나오도록 유도했다. 지금까지 항암 항체치료제 ‘리툭산’, ‘허셉틴’, 천식치료제 ‘졸레어’ 같은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개발하며 급성장했다. 2009년 타미플루로 익숙한 로슈(Roche))의 자회사로 468억 달러(약 54조원)에 인수되었다. 제넨텍은 연간 매출액의 20~25%를 바이오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 평균 10년 이상의 기간과 수백에서 수천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성공확률이 1만분의 1 정도에 불과하지만 일단 개발에 성공하고 나면 그 수익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성공한 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높은 주가수익비율(PER)를 받는 게 정당화되는 이유다. ━ 미국 바이오주를 바라보는 부러운 눈 제넨텍이 던지고 글로벌 바이오테크가 실행하는 화두는 무엇일까? 우선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이다. 이때문에 혁신적 성과를 달성하는 미국 바이오주를 바라보는 시선은 부러움에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픈 이노베이션은 상상의 이론에서 실현이라는 현실의 장(場)으로 바이오테크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았다. 비교할 수 없는 개발 기간 단축, 혁신적 개발 비용 감소, 자사가 실현할 수 없는 소비자의 욕구를 글로벌 빅파마(big pharmaceutical company, 대형제약사)와 제휴하거나 빅딜을 성사시키면서 충족한다. 2020년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지속됐지만 글로벌 빅파마의 성장세는 지속되었다. 그중에서 돋보이는 것은 역시 미국시장이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이는 산학연 클러스터에 있다. 미국 바이오테크의 눈부신 성장은 개방형 혁신 때문이다. 대표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를 조성으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과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에 조성된 바이오 클러스터가 주축이다. 예를 들어 보스턴의 경우 굴지의 글로벌 연구소와 학교가 집중되어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옥스퍼드는 케임브리지대 등 교육기관과 생어연구소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명과학 연구기관, 존슨앤존슨, 화이자 등 대표적 제약사가 모여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 가운데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이제 단순 신약의 시대를 넘어 유전자 편집의 신약으로 바이오테크의 혁명적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2024년 반도체와 자동차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위상은 미약하고 바이오주의 높은 주가는 정당화가 어렵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2026년이 되면,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이 37%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글로벌 바이오제약 산업 2021 프리뷰 및 2026 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향후 움직임을 이같이 전망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0년에는 바이오의약품의 비중이 30% 수준인데, 이는 2026년에 3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26년에는 매출 상위 100대 제품의 57%가 바이오의약품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상위 100대 제품에서 바이오 약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상승해왔다. 지난 2012년에는 38%, 2020년에는 52%로 그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은 바이오의약품의 가격이 높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제약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여전히 미국시장은 독보적이지만, 대다수를 차지하던 주요 8개국(미국, 일본,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위주에서 떠오르는 제약 신흥시장이 부각되고 있다. 이른바, ‘파머징(파마+이머징)’ 국가의 비중 증대가 예상된다. 한국은 브라질, 인도, 러시아에도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 신약개발 통한 성장 사례로 바이오테크 육성해야 전통적 제약회사가 의약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면, 바이오테크는 혁신적 치료제 개발에 초점을 두고 그 성장성이 상상 이상이다. 우리의 바이오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산학연 클러스터를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실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4대 과기원과 각지역별 거점 대학의 생명공학과와 제대로 연계해서 무늬만 바이오가 아닌 제대로 된 한국형 제넨텍을 육성할 수는 없을까? 매출에서 신약 비중이 낮고, 마케팅 및 판매 비용이 큰 전통적 제약산업 위주에서 벗어나 신약개발로 고도성장하는 사례를 반드시 이룰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바이오테크 발전이 성장과 일자리 조성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전체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 비중이 점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바 이러한 조류는 합당하다 하겠다. 신약 개발을 위한 핵심기술은 무엇인가? 그 가운데 유전자가 핵심으로 있다. 유전자 가위, 유도만능 줄기세포, 유전자 편집 기술 적용(CAR-NK, CAR-T) 항암제 관련 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성인의 피부나 혈액 같은 이미 어른이 된 자기 자신의 세포를 거꾸로 되돌려 미분화 상태의 세포로 역분화시킨 것으로,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타인의 난자를 사용하는 데 따른 윤리적인 문제가 없다. 여기에 환자의 유전자와 일치해 차세대 재생의학의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면역 효능을 한층 강화시킨 뒤 환자에게 투여하는 형태의 항암제 개발에 세계가 다투고 있다. ━ 유전자 가위, 생명과학계의 화두로 떠올라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운명이다. 늙음으로 인한 죽음은 자연의 섭리일지라도, 갑작스럽게 특정 질병에 걸린다면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예고 없는 이별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유전자를 교정하면 사람이 걸리는 대부분의 질병을 통제할 수 있을까? 특정 질병에 취약하거나, 질병이 포함된 유전자 문제를 개선함으로써 질환을 정복할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유전자 연구 분야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 있다. 바로 ‘유전자 가위(gene scissor)’다. 노벨상을 받고, 네이처 등 세계적 의학 권위지 등에서 잇따라 해당 기술에 주목하면서 유전자 가위 기술 연구는 생명과학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자연스레 투자시장에서도 유전자 가위 기술과 관련된 기업들로 시선을 돌리게 됐음은 물론이다. 현재 한참 개발 중인 기술이 몇 년 후 질병 해결에 특별한 역할을 하게 된다면 관련 기업의 가치도 천정부지로 치솟게 될 것이다. 유전자 교정은 미리 특정하게 조작된 인공 제한효소가 유전체에서 특정한 DNA 구간을 절단한 후 이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원하는 유전자를 짜깁기하듯이 빼거나 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1세대와 2세대를 거쳐 현재 3세대까지 나왔다. 1세대 징크핑거 뉴클레이즈(ZFN), 2세대 탈렌(TALEN), 3세대가 크리스퍼 캐스9(CRISPR CAS9)다. 3세대 크리스퍼 캐스9는 앞선 기술보다 정확도가 높고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이전 세대보다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해 다양한 개발 분야에 널리 사용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는 평가다. 사이언스(Science)는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2015년 최고 혁신기술로 꼽았으며, 네이처와 네이처 메소드 역시 이를 중요 실험기법으로 소개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절단해 유전체 교정을 가능하게 하는 RNA 기반의 인공 제한효소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 변이로 생기는 유전병이나 에이즈와 같은 바이러스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도구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활용 범위는 혈우병 유전자 교정 실험부터 유전자 변형 작물까지 빠르게 확대돼 왔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근육량을 늘린 돼지를 개발한 것은 이미 유명한 사례다. 영국 정부가 인간 배아의 유전자 교정 실험을 최초로 허가하면서 더욱 크게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가위가 잘못 작동해 교정이 필요한 위치가 아닌 엉뚱한 위치를 자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안전한 유전자 교정 치료법 개발을 위해서는 유전자 가위의 정확성 확보가 큰 과제로 남아 있다. 환자의 유전자를 편집해 암세포에 대한 면역 능력을 높이거나, 선천성 질병이 있는 유전자를 교정하는 것은 얼마나 바람직한가. ※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울산 경제부시장이다.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심의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 경제부시장

2021.12.22 10:00

6분 소요
[빅파마의 혁신 동반자 ‘K바이오’] 글로벌 제약사 3곳 중 1곳, 국내서 오픈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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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곳에서 2019년 13곳으로 늘어… 해외 진출 돕고 헬스케어까지 협업 확대 글로벌 빅파마들이 혁신의 역량을 외부에서 빌리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국내로 확대하고 있다. 2000년대 국내 바이오벤처 붐 이후 20년이 흐른 현재, 국내 바이오·제약 기술 경쟁력이 빠르게 성장한 데 따른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발굴한 후보 물질에 개발 역량을 지원하면서 신약 개발 기간 단축 및 신약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은 후보 물질 탐색에 5년, 임상을 확인하는 데 3년이 걸린다”면서 “제품화에 모두 13~15년이 걸리는데, 오픈이노베이션은 모두에게 윈윈이 된다”고 설명했다.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2019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회원사 44곳 중 13곳(29.5%)이 국내 제약사 및 의료기관, 연구기관 등과 함께 신약 개발 오픈이노베이션을 진행 중이다. 2016년 KRPIA 회원사 41곳 중 9곳이 국내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을 추진했던 것과 비교하면 4곳이 늘었다. 특히 오픈이노베이션의 형태가 변하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전임상 테스트, 임상시험 모니터링, 환자 모집 등 비핵심 분야에 머물렀던 협업 형태가 최근 내부 연구원과 동일한 신약 연구개발 플랫폼을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했다. ━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에 잇단 러브콜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다. 2014년 이미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협업을 시작한 국내 오픈이노베이션 1세대로, 2018년에는 동아ST와 면역항암제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오픈이노베이션을 본격화했다. 동아ST는 투자 대비 가장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신약 후보 물질 탐색에 연구 역량을 기울이는 회사다. 아스트트라 제네카는 연구를 진행 중인 면역항암제에 대한 선도 물질 및 후보 물질을 도출하는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를 동아ST에 맡겼다.아스트라제네카는 또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 강화를 위해 합작사 ‘아키젠바이오텍’을 세우기도 했다. 아키젠바이오텍 자본금은 1억4000만 달러 규모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동 투자했다. 지난해 6월엔 국내 바이오산업에 5년간 7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레이프 요한손 아스트라제네카 회장은 “한국은 바이오 헬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혁신은 협력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덴마크 제약사 레오파마는 지난해 ‘레오 오픈이노베이션 랩’을 열고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 및 연구기관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레오 오픈이노베이션 랩은 이른바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으로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보유한 화합물(Molecules)을 레오파마가 가진 전문 평가시스템을 통해 신약으로 개발이 가능한지 측정해 제공한다. 가치가 인정되면 기술 협업 등 협력 논의를 진행한다. 레오파마 관계자는 “가능성 있는 후보물질의 경우에는 초기 연구를 무상으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글로벌 제약사가 이처럼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과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신약 개발 물질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특히 제약사 ‘퀀텀 점프’의 수단으로 불리는 신약 개발에 오픈이노베이션은 필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자금과 개발 기술을 갖춘 글로벌 제약사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후보 물질을 찾는데 속도를 내면서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계법인 딜로이트의 제약업계 오픈이노베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 개발 성공률이 자체 개발보다 3배가량 높았다.유한양행 등 국내 제약사들의 오픈이노베이션 성과가 속속 나오는 것도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을 키우고 있다. 유한양행은 국내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이 개발한 항암물질 ‘레이저티닙’을 가져와 전임상과 초기 임상을 진행해 폐암 치료의 최대 복병으로 꼽히는 ‘뇌 전이’를 막을 수 있는 신약으로 만들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의 성공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국내의 바이오·제약 산업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면서 “유한양행은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바이오테크에 레이저티닙을 약 1조4000억원에 이전했다”고 말했다.글로벌 제약사들은 국내 바이오·제약 시장을 후보 물질 발굴의 새로운 창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국내 바이오벤처 붐 이후 생존한 회사들이 20여년 이상 기술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후보 물질 개발 등에 오랜 시간 R&D 투자를 진행해 자금 투자가 필요한 이른바 열린 오픈이노베이션 시장이 됐다. ━ 판매역량 발휘해 해외진출 지원도 글로벌 제약사들은 최근 해외 진출 지원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는 유한양행이 신약을 개발한 뒤 판매를 위한 기술 이전에 나선 것과 달리 제품화 이후 판매까지 해결할 역량을 갖췄다.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적인 아스트라제네카가 해외 진출 지원에 부문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김상표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대표는 ‘제약바이오 기업 중국 진출 지원 간담회’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신약 개발만이 아니라 오픈 파트너십 신념에 입각해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해외에도 진출할 수 있게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글로벌 제약사들은 아울러 국내에서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헬스케어 산업으로까지 넓히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의 ‘화이자 에센셜 헬스 디지털 오픈 이노베이션’ 공모전이 대표적이다. 한국화이자제약은 공모전을 통해 의료 서비스 제공 환경 구축을 위한 헬스케어 솔루션을 함께 개발할 소규모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스타트업 로드쇼 ‘비바 테크놀로지’에 협력사로 참가할 국내 스타트업을 공모하기도 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2020.07.0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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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득진 기자의 ‘대한민국 다음 밥상’(3) 쎌바이오텍 프로바이오틱스 ‘듀오락’] 유산균 종주국 덴마크서 수위 다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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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바이오틱스 매출 600억원 중 절반은 수출로 5년 내 유산균 활용한 대장암 치료제 개발 계획 휴대전화·반도체가 수출 회복을 이끌고 있지만 ‘투톱’으론 급변하는 세계 시장에 대응하기 어렵다. 한국경제에는 새로운 먹거리, 그 다음의 밥상이 절실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차세대 세계일류상품’(향후 7년 안에 세계 시장 점유율 5위 이내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에 주목하는 이유다. 한국의 신성장 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과 기술·상품을 연재한다. 사람의 장에는 약 1㎏에 달하는 100조 마리의 미생물이 존재한다. 그중 유산균 등 건강에 유익한 미생물을 ‘프로바이오틱스’라고 부른다. 이 유익균들이 힘을 잃게 되면 대장암·대장염·과민성대장증후군·크론병(만성염증성장질환) 등 대장 질환 발병률이 높아진다. 최근 제약사들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개발이 화두다. 지난해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약 1400억원으로 연간 10%씩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관련 제품 시장은 지난해 약 36조원 규모로 추산된다.쎌바이오텍은 덴마크의 크리스찬한센·다니스코, 프랑스의 로셀, 일본 모리나와 함께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에서 ‘다섯 손가락’에 드는 기업이다. 특히 유산균 종주국인 덴마크에서 자체브랜드 ‘듀오락’으로 1위 경쟁이 치열하다. 6월 7일 경기도 김포시 쎌바이오텍 본사에서 만난 정명준 대표는 “유럽의 경쟁회사들은 유산균 원료만 생산·공급하는데 반해 우리는 원료개발, 완제품 생산, 판매 등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가격경쟁력이 있다”며 “5년 내에 유산균 기술을 적용한 대장암치료제를 개발해 바이오의약품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듀오락은 현재 43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쎌바이오텍 창업주인 정명준 대표는 국내 바이오벤처 1세대이자 손꼽히는 유산균 전문가다. 연세대 생물학과, 서울대 미생물학 석사를 거쳐 덴마크왕립공과대학교대학원에서 생명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덴마크에서 프로바이오틱스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고 국내로 돌아와 1995년 쎌바이오텍을 설립했다. 당시 국내엔 ‘프로바이오틱스’라는 개념 자체가 낯선 상황이었지만 그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건강기능식품에 동물 임상을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연구·개발(R&D)을 진행해 왔다. ━ ‘다윗과 골리앗’ 콘셉트로 종주국 겨냥 그렇게 10년을 버티자 국내에서도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치료약이 없는 대표적 질병인 아토피·오티즘(자폐증)·크론병(만성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힘을 얻으면서다. 정 대표는 “일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의약품보다 더 과학적이고 품질 또한 우위에 있다”며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4~5년 내에 유럽 수준의 소비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쎌바이오텍은 회사 이름보다 ‘듀오락’이라는 브랜드가 더 유명하다. 듀오락은 ‘듀얼(이중) 코팅된 유산균(lactic acid bacteria)’을 의미한다. 쎌바이오텍의 경쟁력 역시 ‘다양한 균주’와 ‘이중 코팅’이다. 정 대표는 “40여개국에 수출하면서 현지인 체질에 맞추다보니 자연스레 균주가 20종까지 늘었다”며 “모두 세계 특허를 받은 이중코팅 기술을 접목했다”고 말했다.CJ제일제당·일동제약 등 대기업 유산균 제품을 제치고 국내 시장 1위를 차지한 정 대표는 수출을 염두에 두고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스토리텔링을 기획했다. 바로 유산균 종주국인 덴마크에서 한판 붙어 시장의 인정을 받는 것이었다. 그는 “이중코팅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장까지 살아가는 생존율이 100배 이상 좋다는 것을 덴마크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 받았다”며 “한국과 달리 제품에 표기도 가능해 이를 앞세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현재 듀오락은 덴마크 시장점유율 2위다.지난해 쎌바이오텍은 듀오락 브랜드를 앞세워 매출 583억원, 영업이익 216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각각 18%, 15% 상승한 수치다. ‘듀오락’의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 신규 제품 출시와 제품 리뉴얼 등을 통해 이룬 성과다. 올해도 신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에 먼저 선보인 유산균 화장품 ‘락토클리어’의 반응이 특히 좋다. 정 대표는 “여드름 원인균을 박멸하는 특정 유산균 숙주를 찾아내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다”며 “화학 화장품을 사용하게 되면 피부 미생물을 죽이게 되는데 유산균 화장품은 그 문제점을 해결한다”고 자신했다. 최근엔 영유아를 위해 액상 형태의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신제품 ‘듀오디-드롭스’도 선보였다. 올들어 국내에서는 올리브영, 싱가포르에서는 왓슨스·가디언·유니티 등 드럭스토어에 진출하며 유통 채널을 다각한 것도 눈에 띈다. 그는 “바이오기업은 현금 창출과 연구개발이라는 두 개의 물레방아가 돌아가야 한다”며 “제품 개발을 통해 현금을 계속 창출해야 연구개발에 투자 여력이 생긴다”고 말했다.쎌바이오텍은 최근 바이오의약품기업으로 변신에 도전하고 있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가 대장암 치료제 후보 물질인 ‘P8’ 개발이다. 정 대표는 “염증성 장질환과 대장암을 치료하는 단백질을 유산균을 통해 전달하는 기술을 5년 내에 개발할 것”이라며 “1차 임상시험을 위해 올 연말쯤 임상시험승인신청서(IND)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에 따르면 치료 단백질의 유전정보를 특정 유산균을 통해 대장까지 전달하고, 장에 정착한 유산균이 증식하면서 치료 단백질이 합성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청 등 정부에서 지원받은 36억원과 회사자금 36억원 등 모두 72억원이 투입된다.정 대표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일종의 ‘카세트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어느 테이프든 카세트에 넣으면 소리가 나는 것처럼, P8이 대장암은 물론 췌장암 등을 예방하는 물질을 담는 일종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P8 물질에는 쎌바이오텍이 보유한 4중코팅 기술이 접목된다. ━ 바이오기업 ‘영속성’ 위해 규제 풀어야 정 대표는 바이오 기업의 영속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생물 관련 기술은 돈만 투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유능한 개발자들이 오랜 시간 연구하고 축적한 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쎌바이오텍의 직원 300명 중 연구인력 박사급만 12명이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알렉산더 플레밍이 개발한 초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은 100년 가까이 시장에서 효능을 보이고 있다”며 “이것이 IT나 소프트웨어, 엔터산업과 다른 바이오의 힘”이라고 강조했다.국내 바이오 기업의 영속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 여건을 조성하고, 각종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대표는 “바이오산업은 정부 정책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제품이 유행하면 그 원료를 수입해 섞어서 비빔밥처럼 내놓는 풍토로는 절대 경쟁할 수 없다. 히든챔피언이나 수출주도형 기업에 대해 정부가 연구개발비를 지원해 주어야 하며, 원천기술 확보에 대한 마케팅 여력을 늘려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2017.06.2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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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 업계에선 지금] 구글처럼 … 업무도 출퇴근도 알아서

IT 일반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 민족’으로 급성장중인 기업 ‘우아한형제들’의 서울 송파구 석촌동 사무실 입구에는 초록색 현수막이 대문짝 만하게 걸려 있다. 적혀 있는 문구는 간단하다. ‘1. 퇴근할 땐 인사하지 않습니다’와 ‘2. 휴가에는 사유가 없습니다’가 전부다. 각각의 문구 아래에는 ‘퇴근할 때 눈치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맙시다’ ‘휴가 신청 시 사유는 묻지도 말하지도 않습니다’라는 부연설명이 붙어 있다. 성호경 홍보팀장은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2016 새마음 캠페인”이라며 “성장이 빠른 벤처기업의 특성상 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구성원들은 마땅히 누려야 하는 개인시간을 부담없이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LG전자도 벤처기업 시스템 벤치마킹 유연근무의 원조는 대기업이나 금융사가 아니다. 굳이 원조를 따지자면 미국의 대표적 IT기업인 구글이 강력한 후보 중 하나 일 것이다. 유연근무를 대변하는 자유로운 출퇴근은 구글을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이미지다. 구글이 뿌린 씨앗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받아 안은 업권도 벤처·중소기업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유연한 조직의 출범을 선언했을 때 내세운 것 역시 벤처기업 벤치마킹이었다. 벤처·중소기업이 국내유연근무의 시발점이 된 건 업권 특성상 재택근무나 출퇴근 시간의 조정 등 유연한 근무가 가능하다는 이유가 크다.우아한형제들의 기업문화를 좀 더 들여다보자.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4.5일제’ 근무 시스템을 도입했다. 월요일 출근시간을 오후 1시로 늦춰 말 그대로 4.5일만 근무하면 되도록 했다. 토요일과 일요일, 월요일 오전을 더해 2.5일은 휴무다. 적당히긴 여행을 떠났다 올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이면 자녀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줄 수도 있고, 혼자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곁들여 한가로이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수도 있다.‘지만가’라는 제도도 있다. ‘지만(저만) 집에 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줄임말이다. 본인·배우자·자녀와 양가 부모님 생일, 본인 결혼기념일에는 오후 4시에 퇴근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다. 임신 사실이 확인되면 그 때부터 출산 휴가 전까지 매일 2시간 일찍 퇴근 또는 2시간 늦게 출근할 수 있다. 임신부의 남편은 아내의 산전검사일에 재택근무를 할 수 있고, 출산 전 후 2주 동안은 출산휴가도 갈 수 있다. 학부모인 직원들은 자녀의 입학식·졸업식·운동회 등에 별도의 연차를 사용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다.다른 벤처·중소기업에서도 유연근무 시스템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서울 사당역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IT업체 코마스 직원들은 전체 회의가 있는 월요일만 정상 출근하면 된다. 나머지 요일은 본인이 알아서 출퇴근하고 알아서 업무를 본다. 회사 업무 특성상 밤이나 주말에 일하는 직원이 많아 그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도입한 제도다. 이 회사의 주요 고객사인 금융권 등의 서버 관리작업을 하려면 주말이나 야간에 일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덕택에 오전 운동을 하고 10시 이후에 천천히 출근하는 직원들도 많다고 한다.한샘개발 콜센터의 여성상담사들은 초등학생 자녀들의 방학기간에 3개월 동안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방학 때는 자녀가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육아지원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시행한 제도다. 자녀를 둔 모든 상담사가 혜택을 받는 건 아니다. 2년 이상 근무하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상담사만 3개월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상담사는 육아에 대한 고민없이 근무를 계속할 수 있고, 회사 역시 우수인력의 이직을 막는 효과를 거두게 됐다. 이 제도 시행 이후 5%에 달하던 이 회사의 이직률은 2%로 낮아졌다.정보보호컨설팅 업체인 트리니티소프트는 2013년 본사 사옥을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경기 안양으로 옮기면서 유연근무 시스템을 도입했다. 직원들이 장거리 출퇴근을 하게 되면서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린 끝에 취한 조치다. 먼저 직원 전체의 근무시간을 7시간 30분으로 단축한 후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출근은 오전 8~10시 사이에, 퇴근은 오후 4시30분~6시30분 사이에 자율적으로 하면 된다.번역 업체인 파인글로벌은 3년 동안 근무했던 직원이 결혼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게 된 것을 계기로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했다. 전체 직원의 70%가 여성인 이 회사는 재택근무도입으로 숙련된 근로자의 이직을 막을 수 있었고, 직원은 경력단절을 피할 수 있게 됐다.이유식 제조 업체인 에코맘의산골이유식은 직원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맞춤형 유연근무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컴퓨터만 있으면 업무가 가능한 온라인 마케팅 담당 직원은 재택근무를 하고, 유통관리 담당 직원들에게는 시차출퇴근제를 적용하는 식이다. 재택근무 직원은 일주일에 이틀만 출근하면 된다.화장품 제조 업체인 지엠홀딩스는 원격근무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일주일에 1~2일은 자택 등 외부 컴퓨터에서 사내 메신저에 접속해 업무협의를 진행한다. 컴퓨터시스템 개발 업체인 한국비투아컨설팅도 출산·육아·자녀 진학 등 시기를 맞은 직원의 퇴직을 예방하기 위해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업무를 지시하고 관리한다.벤처기업에서 시작해 이제는 큰 기업이 된 업체들도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의 틀에 박힌 업무문화를 거부한다. 바이오벤처 1세대 기업인 메디포스트도 선구적으로 유연근무 시스템을 도입했다. 오전 8~10시 사이에 출근하면 되는 시차출퇴근제, 주 40시간 근무 요건만 채우면 되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했다. 모바일 그룹웨어를 활용한 결재시스템인 스마트워크 시스템도 시행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는 여직원이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 등을 사용할 때도 전혀 눈치를 보지 않는다. 여성인 양윤선 대표가 출산 후 경력 단절을 좋지 않게 생각해 육아휴직 등을 권장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 생산성·직원 만족도 모두 높아져 네이버의 책임근무제도 대표적인 유연근무 시스템이다. 네이버는 2014년부터 출퇴근 시간을 없앴다. 인사, 총무, 복리후생 관련 결재도 70%는 직원 본인의 전결로 이뤄진다. 휴가도 상사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마음껏 갈 수 있다. 카카오는 3년 근속할 때마다 1개월 간의 안식휴가를 준다. 급여가 정상적으로 나올 뿐 아니라 200만원의 휴가비까지 별도 지급된다. 유연근무를 도입한 업체와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라고 한다.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유연근무 실시로 생산성과 직원 만족도가 향상됐다”며 “기업 이미지도 개선돼 이직률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우수인재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고용노동부는 중소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을 적극적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최근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중소기업에게 원격·재택근무 등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규모는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지만 한 기업당 1600만원 정도를 지원 중인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2016.08.13 09:57

5분 소요
[Company] 유산균 종가 덴마크를 놀라게 하다

산업 일반

덴마크 수도인 코펜하겐의 약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유산균 제품은 ‘악타비스 락토케어’다. 현재 이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9월 덴마크 유산균 토종 기업인 크리스천한센을 제친 이 제품의 시장점유율은 59%에 이른다. 이 제품의 인기 비결은 유산균이 장까지 살아서 가도록 하는 이중코팅 기술이다. 이 기술을 개발한 주인공은 한국 기업인 쎌바이오텍이다.쎌바이오텍은 덴마크의 크리스천한센과 다니스코, 일본의 모리나가, 프랑스의 로셀 등과 더불어 세계 5대 유산균 생산업체로 꼽힌다. 국내에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산균 종주국인 덴마크에서는 유명한 기업이다. 쎌바이오텍은 고농축 유익균 전문 기업이다. 유익균은 유산균과 비피더스균처럼 우리 몸에 좋은 역할을 하는 균을 가리키고, 고농축 유익균은 g당 평균 1억 개가 넘는 유산균이 들어 있는 제품을 뜻한다. 고농축 유익균 제품은 가루나 알약 형태로 판매된다. 셀바이오틱 제품은 경쟁사 제품과 유산균 숫자는 별 차이가 없다. 가장 큰 차별점은 유산균의 80%가량이 장까지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일반 유산균은 몸속으로 들어가면 위산 탓에 10% 정도만 살아남는다.쎌바이오텍은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4세대 코팅기술인 ‘이중코팅’을 개발했다. 단백질과 다당류를 반응시켜 그물처럼 막을 형성해 유산균을 감싸는 기술이다. 위에서 장까지 유산균이 안전하게 도달하도록 만들어 효능을 극대화했다. 쎌바이오텍의 정명준(54) 대표는 “3년간의 연구 끝에 세계 최초로 이중코팅 기술을 개발해 한국과 일본, 유럽에서 특허를 받았다”고 설명했다.정 대표는 국내 바이오벤처 1세대다. 벤처 붐이 일기 전인 1995년 10명의 직원과 쎌바이오텍을 세웠다. 당시 국내 유산균 시장은 100% 수입에 의존하던 시절이었다. 황무지나 다름없던 국내 유산균 시장에 관심을 가진 건 1992년 덴마크 유학시절 때다. 정명준 대표는 연세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생물학과 미생물학을 전공하고 덴마크왕립공과대학에서 유산균 발효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유럽에서 주목 받던 고농축 유익균은 장 기능 개선뿐 아니라 아토피, 여드름, 대장암 예방까지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했다. 정 대표는 거기서 희망을 봤다. 귀국 후 회사를 설립하고 고농축 유익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장까지 사는 유산균 기술 개발회사 출범 후 3년간 매출은 ‘0’원이었다. 기술 말고는 가진 게 거의 없었다. 바이오 사업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성공 사례도 없어 투자할 사람도 드물었다. 매출이 없는 데다 담보마저 없어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것도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친인척과 친구 등의 도움을 받아 겨우 버텼다.그렇게 명맥을 유지하던 사이 기회가 찾아왔다. 1997년 외환위기가 전화위복이 됐다. 외환위기 전 90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2000원까지 오르면서 유산균을 수입해서 쓰던 국내 기업의 부담이 커졌다. 정 사장은 바로 제약회사와 기업 등을 찾아갔다. 이중코팅 기술을 알리고 값도 수입제품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국내 기업이 만든 유산균이라는 이유만으로 꺼리던 사람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외환위기 한파 속에서도 30억원을 벌었다.외환위기 덕에 고비를 넘겼지만 그 후에도 순탄하진 않았다. 내수시장에 전념하기 위해 공장을 짓고 투자에 나섰지만 납품처인 제약사에서 받은 어음에 문제가 생겨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정 사장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게다가 국내 시장 규모가 200억원대로 작아 큰 성장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유산균을 포함한 해외 건강기능식품산업 시장 규모는 22조원에 이르러 도전할 만했다.2002년부터 무작정 바이오 기업이 모이는 전문 전시회인 ‘비타푸드’ 등을 찾았다. 이름도 없는 한국 기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유산균 종주국인 덴마크에서 이름을 알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정 대표는 그래도 꾸준히 전시회에 나갔다. 2006년에는 덴마크에 쎌바이오텍유럽을 설립했다. ‘듀오락’(DUOLAC)’이라는 브랜드도 내놨다. 그렇게 몇 년을 꾸준히 공략하자 슬슬 관심을 갖는 기업이 생겼다. 정 대표가 덴마크에서 유산균 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20년 넘게 덴마크를 오가며 일을 한 것도 도움이 됐다.쎌바이오텍의 덴마크 수출 1호는 ‘듀오락 츄어블 7.1’이다. 하루 2회 간편하게 씹어먹는 정제형 제품으로 직장인을 비롯한 바쁜 일상을 보내는 사람에게 유용하다. 유산균 4종, 비피더스균 2종을 함유하고 있다. 합성감미료는 빼고 자일리톨을 넣었다. 덴마크 사람이 선호하는 맛과 향, 형태를 적용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결국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북유럽 건강기능식품 메이저 회사인 덴마크 브로스테사와 제휴하고 건강기능식품뿐 아니라 의약품 원료와 완제품도 수출하기 시작했다.쎌바이오텍은 현재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유럽을 비롯한 세계 30여 개국에서 올리고 있다. 2009년 158억원, 2010년 18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무역의 날 행사에서 1000만 달러 수출탑상을 받았다. 정 대표는 “한국·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가 정식 발효되면 10%씩 내던 관세가 사라져 매출증가 효과를 볼 것”이라고 기대했다.한·EU FTA로 수혜 기대해외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쎌바이오텍은 국내시장도 다시 공략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B2B 방식으로 영업했지만 앞으론 자체 브랜드도 만들어 B2C로 마케팅 영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암웨이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했지만 자체 판매망도 넓혀 간다는 계획이다. 직접 운영하는 쇼핑몰 듀오락과 병원·약국 등 현재 600여 개인 납품업체 수도 더욱 늘릴 것이다. 한편 ‘유산균바이오테라피’라는 연구회 활동 지원에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의사, 약사, 한의사로 구성된 이 연구회는 500여 곳의 소화기내과 의사가 참여해 학술논문과 임상결과 등을 발표하는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쎌바이오텍은 2007년부터 이 연구회 활동을 돕고 있다.정 대표는 20여 년 넘게 유산균을 연구하며 쌓은 발효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약 개발을 비롯한 신성장동력도 적극 찾고 있다. 우선 유산균에서 추출한 천연 항균물질을 이용한 여드름치료제인 ‘락토페드’를 출시할 예정이다.5년여의 연구개발을 거쳐 지난해 내놓은 락토페드는 유산균을 이용해 여드름의 원인인 애크니균을 제거하는 제품이다. 현재 핀란드와 폴란드에서 판매 중이며 올해 안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시장에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2011.07.1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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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세대 주자들 전면에 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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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 CEO에서 제 이름은 빼주시기 바랍니다. 라이코스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자회사여서 벤처회사도 아니랍니다. 그리고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상장된 지 8년 된 회사라서 더 이상 벤처가 아닙니다.” 이재웅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의 얘기다. 그는 이코노미스트가 이번에 실시한 ‘올해의 CEO’ 선정과 관련, 벤처 부문 CEO 후보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는 e-메일 답변을 보내왔다. 그는 지난 9월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직을 사임하고, 다음이 2004년 인수한 미국 라이코스 경영에 전념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이 대표에 앞서 김범수 NHN 창업자 역시 올 8월 현장에서 물러났다. 김 대표는 ‘한게임’ 창업자로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현 NHN CSO(전략총괄담당)와 함께 ‘NHN 신화’를 일군 인물이다. 김범수 대표는 벤처투자자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벤처인 신지소프트의 최충엽 대표도 올 초 자기 지분을 모두 팔고 회사를 떠났다. 2005년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대표, 2006년 김정주 넥슨 대표의 2선 후퇴로 불기 시작한 벤처업계의 세대교체는 올해 업계 대표 인물인 이재웅, 김범수 대표가 사임하면서 사실상 마무리되는 단계다. 80년대와 90년대 초·중반 벤처를 창업한 1세대들 대신, 90년대 후반과 올해 두각을 나타낸 벤처 2~3세대가 업계를 끌고 가는 모습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들이 올 한 해 벤처시장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는 것도 바로 ‘세대교체’다. 상징적인 사건은 이미 올 초부터 있었다. 지난 2월 한국벤처기업협회 회장으로 선임된 백종진 한글과컴퓨터 대표. 그는 취임하자마자 “벤처 1세대가 키워온 꿈을 벤처 2세대 주자로서 현실화할 것”이라며 ‘벤처 2세대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지난 10월 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벤처 1세대를 지나, 2세대들은 사랑 받는 기술기업이 되기 위한 자정노력을 해 왔고, 새로운 10년을 위한 디딤돌도 공고해졌고, 많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의 취임과 함께 벤처업계 리딩그룹도 많은 변화를 보였다. 양덕준(레인콤 대표), 황철주(주성엔지니어링 대표), 남민우(다산네트웍스 대표)씨 등이 협회 부회장에서 물러났다. 업계 맏형 격인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 장흥순 전 터보테크 회장, 변대규 휴맥스 대표 등은 ‘고문’으로 물러 앉았다. 조현정·장흥순씨는 ‘고문’으로 대신 3명으로 구성된 수석부회장 자리에는 김태희 케이블렉스(케이블모뎀 업체), 김병기 지오인터렉티브(모바일게임 업체), 최휘영 NHN 대표가 대신했다. 이를 포함해 40명으로 구성된 ‘부회장-이사’ 라인에는 전하진 인케코퍼레이션(전 한글과컴퓨터 대표) 대표, 나성균 네오위즈 대표 정도를 제외하면 대중에게 익숙한 이름은 찾기 힘들 정도다. 같은 맥락으로 올해 벤처업계에서는 코스닥 시장에 처음 이름을 올린 벤처 CEO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가장 눈에 띄는 CEO는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대표. 그는 본지가 조사한 ‘올해의 CEO 벤처부문’에서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 변대규 휴맥스 대표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매출 1097억원으로 처음 ‘벤처 1000억 클럽’에 가입한 오스템임플란트는 올 3분기 누적 매출이 99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의 성장을 이뤘고, 최 대표는 코스닥 주식부호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터치스크린 개발·제조 업체인 디지텍시스템의 이환용 대표도 올해 주목 받은 인물이다. 2000년 디지텍을 설립한 이환용 대표는 올해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시켰고, 최근 주가가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한때 지분평가 보유액 600억원대를 넘기기도 했다. 이 회사는 올 3분기에 이미 지난해 매출 253억원을 초과한 284억원(영업이익 91억원)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김종호(케이프), 배병우(인포피아), 이영필(잘만테크), 김경수(넥스트칩), 박지영(컴투스), 홍성민(에스에너지), 윤종찬(비엠티), 강경석(메모리엔테스팅) 대표 등이 올해 코스닥에 첫선을 보이면서 최소 100억원이 넘는 신흥 주식갑부 대열에 합류했다. 신흥 벤처 CEO들만큼 ‘형님 벤처’들도 나름대로 괜찮은 한 해였다. 벤처기업협회가 올 중순 발표한 매출기준 ‘벤처 1000억 클럽’은 총 102곳. 이 중 5000억원 이상을 기록했던 곳은 NHN, 휴맥스, 디에스엘시디 세 곳이다. 올 들어 벤처기업 1885개 늘어 김범수 대표가 떠나고 최휘영 단독대표 체제로 가고 있는 NHN은 올 3분기까지 매출만 6465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매출 5733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올 초 10만원 초반에서 출발한 주가는 최근 25만~3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NHN은 더 이상 벤처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만큼 커버렸다. 하지만 벤처도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근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NHN이 갖는 의미는 크다. 증권가에서는 NHN이 올해 매출 1조원을 넘길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벤처업계 대표 주자인 변대규 대표(휴맥스)는 건재를 과시했다. 3분기 현재 매출은 4028억원. 제품단가 하락과 신규시장 지연으로 현재 실적이 다소 부진한 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변대규 대표는 벤처를 넘어 대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벤처 CEO로 꼽히고 있다. 이승규 대표가 이끌고 있는 LCD용 부품업체인 디에스엘시디는 올해 매출 6000억원(2006년 5781억원)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승규 대표는 최근 수출 6억불탑도 받았다. ‘3000억 클럽’에 속했던 신은선(에스에프에이), 박기점(우영), 김재경(인탑스) 대표 역시 올해 울상 지을 일은 없어 보인다. 특히 휴대전화 부품업체인 인탑스의 경우 매출 4000억원대(지난해 3286억원) 돌파도 기대해 볼 만하다. 3분기 누적매출은 2794억원. 증권가에서는 올 4분기 예상매출을 1100억~1200억원대로 보고 있다. 지난해 2000억원대 클럽에 속했던 최상용(엠케이전자), 서종석(오리엔탈정공)은 올해 ‘3000억 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CEO다. 세대교체와 신흥 CEO들의 활약이 ‘벤처 인물편’의 결산이라면, ‘무사고 속에 돈줄이 말라간다’는 것은 ‘시장 결산’의 요약이다. 올해는 매년 벤처업계를 짓눌렀던 CEO들의 횡령·주가조작 사건이 거의 없었다. 루보와 UC아이콜스 주가조작 사건이 연초 터지기는 했지만, 순수 벤처 CEO가 아닌 작전세력의 범행이었다. 다만 벤처업계에 ‘돈줄’이 막히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특히 새내기 벤처들은 투자자를 찾지 못해 발을 구른 한 해였다. 올 11월 말 현재 벤처기업은 지난해보다 1885개 늘어난 1만4103개다. 2002~2003년 극도의 침체기를 벗어나 2005년부터 벤처 수가 다시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벤처캐피털(VC)이 창업 3년 이내의 벤처에 투자하는 비율은 전체 투자액의 35%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보다는 약간 늘어난 수치다. VC가 안정성향의 투자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를 탓할 수만도 없다는 게 문제다. 백종진 벤처기업협회장은 “현재 벤처투자 상황은 좋지 않고, 엔젤투자는 거의 사라진 상태”라며 “벤처캐피털도 기업공개를 앞둔 벤처에만 투자하고, 더욱이 정부가 조성한 모태펀드를 받은 벤처캐피털도 안전한 투자만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벤처의 부진, 2002~2004년 난립했던 바이오벤처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옥석이 가려지고 있다는 점도 벤처시장의 특징이다. 특히 인터넷 벤처의 경우 ‘히트상품이 아예 없다’고 할 정도로 정체 상태다. UCC 관련 벤처가 뜨기는 했지만, 온라인 게임시장의 경우 최근 2~3년간 변변한 히트작을 못 내고 있다. 인터넷 벤처들이 ‘정신적인 넥타이를 매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푸념은 그래서 나온다.

2007.12.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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