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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업계 신성장동력은 3세대 바이오의약품?

[2022 경제대예측 - 한국 경제 향방③] yes 60%

 
 
2021년 10월 28일 오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국내 생산 모더나 백신이 출하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2021년 10월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제약산업 전시회'(CPhi korea2021) 모습.
지난 2년간 제약·바이오를 비롯한 헬스케어 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점철된 시기였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는 제약·바이오 업계에 기회가 되기도 했지만 산업의 주목도와 글로벌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본래의 사업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고 평가받는다.
 

코로나19에 크게 자란 제약·바이오, 성장세 이어간다

2022년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래 투자에 집중하고 그 결실도 일부 피어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을 통칭하는 ‘3세대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추세다. 다만 국내 기업에 한정했을 때 전문가들은 당장 2022년 3세대 바이오의약품에서의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기존 합성·바이오의약품 신약개발 등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 기회가 됐다. 화이자 등 코로나19 백신 개발기업들은 엄청난 이익을 손에 쥐었다.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바이오 시밀러’ 기업인 셀트리온은 코로나19 단일클론 항체치료제인 렉키로나를 개발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승인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위탁생산하며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공급망에서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수년전까지 ‘내수 시장’ 위주였던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을 전반적으로 봐도 한단계 더 글로벌화 됐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바이오·헬스 분야의 수출액은 전년(138억6000만 달러) 대비 12.1% 늘어난 155억41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성과는 수출액 증가뿐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이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을 일깨웠다고 평가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 동력화를 통해 글로벌 산업 패권 경쟁에서 위상을 정립했다. 또 범부처 제약·바이오 산업 정책 효율성을 제고하고, 기초연구에서 제품화까지 제약·바이오 산업 가치사슬 전반의 경쟁력 연계 강화도 이뤄졌으며 혁신 자원을 공급할 수 있는 ‘기초·원천 단계 혁신적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도 확대했다.
 
선진국의 고령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제약·바이오 산업은 성장할 수밖에 없는 산업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은 내년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Evaluate Pharma)는 2021년 전 세계 처방의약품 매출을 전년 대비 14.3% 늘어난 1조310억 달러로 추정했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 등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2022년엔 2021년의 기저효과로 성장폭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4.3% 성장해 1조75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란 게 이벨류에이트파마의 전망이다.  
 
2022년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의 수출 성장은 글로벌 성장폭보다 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산업연구원은 ‘2022년 경제산업전망’ 보고서에서 2022년 제약·바이오(바이오·헬스 분야)의 수출액을 전년 대비 6.4% 늘어난 165억3900만 달러로 예상했다.
 

‘3세대 바이오 의약품’ 공략 나선 바이오업계

2022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세포·유전자 치료제(CGT)를 비롯한 3세대 바이오의약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세대 바이오의약품이란 현재의 화학합성의약품(케미칼 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의약품을 통칭하는 단어로 쓰인다.
 
인슐린과 호르몬, 전통방식의 백신 등이 1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여겨지고, 동물세포를 이용한 항체, 단백질 등의 의약품이 2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의약품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이 2세대 바이오의약품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게 3세대 바이오의약품이다. 세포·유전자치료제와 mRNA백신, DNA·RNA치료제 등이 여기 해당한다.  
 
3세대 치료제는 이미 일부 상용화되고 있다. 세포치료제 분야에선 ‘꿈의 항암제’라고 불리는 킴리아 등 다수의 신약이 나왔고, mRNA 방식으로 만들어진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우리 사회에 혁혁한 공헌을 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 역시 3세대 바이오의약품에 최근 집중하기 시작했다. mRNA 방식의 백신 개발에 나선 바이오벤처만 10곳이 넘는다. 세포치료제 분야에선 2021년 증시에 입성한 바이젠셀과 녹십자랩셀, 셀이 합병해 출범한 GC셀 등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GC셀은 T세포 치료제인 ‘이뮨셀LC’를 이미 상용화 한 회사인데, 합병을 통해 NK(자연살해) 세포치료제 연구를 본격화, 대량생산이 가능한 세포치료제 연구에 나설 방침이다.
 
세포치료제 전문기업 바이젠셀 연구원이 연구하는 모습. [사진 바이젠셀]
 
T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는 강력한 면역반응으로 인해 우수한 항암효과를 나타내지만 환자 개인별로 제조해야하는 자가(Autologous)세포치료제로 대량생산에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NK세포 치료제는 타인의 세포를 사용해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세포치료제와 함께 ‘유전자치료제’도 주목받는다. 잘못된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바꾸거나 치료 효과가 있는 유전자를 재료로 하는 치료제를 뜻한다. CAR(키메릭항원수용체·면역 요법에 활용하기 위해 유전학적으로 조작된 세포 수용체) T세포 치료제인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대표적이다. 2019년 성분오류가 드러나며 이른바 ‘인보사 사태’를 일으켰던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도 유전자 치료제에 속한다. 인보사는 당시 식약처로부터 허가 취소 됐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도전하며 부활에 도전하고 있다. FDA로부터 임상 재개 허가를 얻었고 2022년 무릎골관절염을 대상으로 미국 임상 3상을 전개할 계획이다.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를 더해 업계에선 CGT(Cell·Gene Therapy)라고 부른다. CGT 시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의약품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현재 임상 개발 중인 바이오 의약품 중 약 50%를 차지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는 GCT가 2025년까지 연평균 25% 성장해 현재 가장 큰 바이오 의약품 시장인 항체 치료제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SK팜테코가 인수한 프랑스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생산 기업 이포스케시의 생산시설 모습. [사진 SK(주)]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에서 국내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주목받는다. 삼성과 SK, CJ 등 국내 대기업은 3세대 바이오의약품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SK그룹의 CDMO 통합법인인 SK팜테코는 2021년 3월 프랑스의 유전자·세포치료제(GCT) CDMO 전문회사 이포스케시를 인수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기반을 둔 GCT 생산 전문 바이오 의약품 CDMO 업체인 ‘CBM’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CJ헬스케어를 매각하며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손을 떼는 것 같았던 CJ그룹도 최근 GCT CDMO회사인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했다. CDMO 분야의 대표주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직 인수 등에 대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mRNA 백신과 GCT 분야에 진출한다는 계획은 수립한 상태다.
 
3세대 바이오의약품만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제약·바이오업계의 성장동력이라고 볼 순 없다. 특히 아직 제약·바이오 영역에서 글로벌 주요 플레이어가 아닌 국내 기업들에겐 케미칼과 항체바이오의약품 등에서도 충분한 성장 기회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2022년에는 코로나19라는 ‘블랙홀’에 집중됐던 상황에서 벗어나 국내 기업들이 주력하던 항암분야와 희귀질병 치료제, 중추신경계질환 치료제 등에서 연구개발(R&D)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해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미국 시장 진출 가능 신약 기대감 높아

실제 2022년 제약·바이오 최대시장인 미국 시장 진출 기대를 모으는 의약품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는 가장 기대를 모으는 신약이다. 국내에선 이미 승인을 받은 이 약은 현재 단일요법과 병용요법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2022년 하반기 경 FDA 긴급사용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미국 스펙트럼사에 기술수출한 폐암 신약 ‘포지오티닙’은 최근 FDA에 시판허가를 신청하며 2022년 초 승인이 기대된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 [사진 유한양행]
바이오벤처들은 2022년 준비에 한창이다. 코로나19로 큰 돈을 쥔 글로벌 빅파마가 적극적으로 신약후보물질 라이선스-인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서다. 이밖에 SK바이오팜이 전 세계에서 판매 중인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는 위드코로나로 인해 대면마케팅이 본격화하며 매출이 본격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우리나라가 가장 강점을 가진 ‘바이오시밀러’ 분야 역시 추가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약가 인하 압박과 후발주자들의 합류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의 악재가 있지만,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바이오시밀러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환경은 우호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대표주자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시밀러 적응증을 확대하며 이런 시장 상황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제품 매출이 본격화하는 건 2023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미국에서 특허가 만료되는 휴미라와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가 기대주다.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은 아일리아와 프롤리아 등 특허만료를 앞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도 개발 중이다.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빠른 개발을 통한 시장 선점과 저렴한 공급가라는 강점으로 시장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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