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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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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변수 우려에도 일본 투자 계속할 만한 이유

재테크

연초 한국 주식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일본 주식시장의 분위기는 딴판이다. 일본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닛케이 평균주가 지수(NI225)가 3만7000을 돌파하는 등 1989년에 기록했던 역사적인 고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이처럼 일본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새로운 일본 개인저축계좌(NISA) 제도를 도입해 주식시장을 외면하던 개인투자자를 다시 시장에 끌어들인 데 있다. 특히 18세 이상의 성인이면 누구나 상장주식 및 투자신탁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 영향으로 지속해 줄어들기만 하던 개인투자자들의 지분율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주춤해지자마자 개인투자자가 자리를 메운 셈이다. 도쿄증권거래소가 지난해 3월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일본 기업들에 요구한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다양한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들이 일본 시장에 진입한 것도 시장의 흐름을 바꾼 요인으로 작용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표적으로 삼는 일본 기업의 시장 가치가 2022년 1170억 달러(약 156조2184억원)에서 지난해 2520억 달러(약 336조4704억원)로 불어날 정도다. 불황이 지속되는 동안 많은 기업이 현금을 확보할 목적으로 배당 등 주주 보상을 줄여왔지만, 이제는 그 흐름이 확연히 바뀐 듯하다.일본 증시에 봄날이 찾아온 더욱 근본적인 요인은 ‘아베노믹스’로 기업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된 것을 들 수 있다. 엔화 가치가 주요 통화 중에서 가장 저평가된 데다, 최근 발생한 인플레이션으로 실질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2분기 일본 법인기업의 이익은 31조6000억엔(약 280조40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본 주식시장이 정점에 도달했던 1989년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 주가는 아직 역사적인 고점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기업 이익은 이미 역사상 최고치를 넘어선 셈이다. 결국 가파른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일본 주식시장은 아직 저평가 국면에 머무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日 중앙은행 정책 전환·트럼프 당선은 변수위와 같은 요인을 고려하면 일본 증시의 미래는 매우 밝다. 다만 시장의 미래를 무작정 낙관하기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첫 번째 걸림돌은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 전환 가능성이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치는 데에 ‘수익률 곡선 통제’(Yield Curve Control·YCC) 제도를 도입해 시장 장기금리의 상단을 0.5% 혹은 1.0% 수준에서 억제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이 덕분에 글로벌 투자자들은 저금리의 엔화로 돈을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에 나섰고, 이는 다시 엔화 약세를 강화했다.만약 일본 중앙은행(BOJ)이 금리를 인상하고 YCC 정책을 종료한다면, 갑작스러운 엔화 강세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본이 2000년 금리 인상 이후 가혹한 불황을 겪었던 것을 떠올려 보면, 일본 중앙은행이 정책을 일거에 바꿀 가능성은 작다.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제로금리 가능성이 유력하며, YCC의 상단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정도가 일본 통화당국이 할 수 있는 정책 변경의 최대치라고 생각된다.두 번째 걸림돌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가능성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가능성이 부각할 때 엔화 약세가 지속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2019년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던 역사를 보면 엔화 가치 지속적인 하락은 쉽지 않다. 문제는 이런 기대가 일거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주식시장은 엔 환율에 민감하게 움직이기에 앞으로 미국 정치 지형 변화를 두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부동산투자신탁·내수 기업 등 분산 투자 추천그런데 사실 이 두 가지의 약점 모두 엔화 자산 입장에서는 나쁜 뉴스가 아닐 수 있다. 바로 일본 수출 기업의 주식만 사지 않으면 될 일 아니겠는가?일본 중앙은행이 수년 내로 금리를 대폭 인상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이에 도쿄를 비롯한 일본 부동산시장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와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 가능성 등으로 엔화 강세가 나타난다면, 이는 주식시장의 수급 여건을 개선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엔화 강세에 대한 베팅 속에 잠시 주춤했던 글로벌 투자자금이 유입될 수 있어서다.따라서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일본 주식시장은 앞으로도 괜찮은 투자처라고 판단된다. 특히 수출주 이외에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과 내수 기업에 대한 분산 투자 전략을 쓰면 어떨까. 시장 변동성 확대 위험을 일정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춘욱 대표는_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고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명지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한국금융연구원을 시작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 투자운용팀장,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쳐 현재는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로 일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 및 금융 분야, 국제 경제 전망을 아우르는 전문가로서 각종 미디어의 1순위 인터뷰 대상자로 손꼽혀 왔다.

2024.02.17 08:01

4분 소요
“3만7000! 아리가또 닛케이”…日증시, 34년 만에 황금기인 비결은

글로벌

일본 주가지수가 나날이 승승장구하면서 역대 최고점 돌파마저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 증시 투자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거둔 일본 증시 투자자인 ‘일학개미’들이 웃음 지었다. 이 같은 일본 증시 호황세는 일본 금융당국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문과 적극적인 가계 투자 유도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지난 13일 닛케이 평균주가 지수(NI225)는 전 거래일(9일) 대비 2.8% 오른 37963.97에 장을 마쳤다. 이 지수는 지난 9일 34년 만에 3만7000을 돌파한 데 이어 3만8000을 넘보고 있다. 거품 경제가 최고조에 달했던 1989년 12월 29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3만8915) 도달도 턱밑까지 왔다. 일본 주가지수는 다른 국가의 주요 증시와 비교해봐도 성적표가 뛰어나다. 2월 14일 오전 9시 42분 기준 지난 1년 동안 닛케이 지수는 36.53% 상승했다. 이는 나스닥 종합주가지수의 상승률인 30.9%를 웃돈 수치다. 반면 코스피는 같은 기간 불과 5.64% 오르는 데 그쳤다.기간을 5년으로 늘려봐도 마찬가지다. 나스닥 지수가 5년 새 109.51% 오르는 동안 닛케이 지수는 80.5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유럽의 주가지수인 유로 스톡스50(44.68%)의 성장 폭보다도 컸다. 이 기간에도 코스피는 19.03% 상승에 그쳤다.“PBR 높여라” 당국 불호령에 호응한 증시이런 일본 증시 강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일본 당국의 적극적인 기업 가치 제고 요구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순자산비율(Price Book Value Ratio·PBR)이 1 이하인 상장기업 약 3300개를 대상으로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결과를 내지 못하면 상장폐지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PBR이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이다. 쉽게 말해 회사가 보유한 자본 대비 시가총액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따라서 회사가 들인 자본과 시장에서 인정하는 값어치가 같을 경우 PBR은 1배가 된다. PBR이 1보다 낮다는 건 해당 기업이 증시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는 얘기다.또한 지난달 15일 도쿄증권거래소는 개별 상장기업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을 통해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기재한 기업들의 명단을 공표했다. 선언적으로만 기업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직접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의지를 밝히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PBR 1 이하 공시 대상 기업 3300여 곳 중 1115곳이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주주를 위한 경영 개선계획을 적거나 적을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공표는 앞으로 매월 이뤄질 예정이다.아울러 지난해 6월에는 자기자본이익률(Return On Equity·ROE)이 자본비용보다 높고 PBR이 1을 초과하는 기업에게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JPX 프라임 150 지수’가 신설됐다. 이 기준치에 부합하지 않아 일본 시총 1위인 도요타와 주요 금융사들이 해당 지수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공적연금과 기관투자자에게 JPX 프라임 150 사용을 요청하고 있다.“NISA, 평생 비과세”…세제 혜택 대폭 확대더 나아가 일본 정부는 증시 부양을 위해 가계소득 증대를 목표로 가계 금융자산을 은행 예적금에서 금융투자상품으로 이전하는 계획도 밝혔다. 그간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중 절반 이상은 은행 예적금에 묶여 있어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이 흘러가지 않아 기업 투자가 위축됐다. 실제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기준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중 54%가 은행 예적금에 가입돼 있었고, 금융투자상품 보유 비중은 19%에 불과했다. 이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정책의 핵심은 일본 개인저축계좌(NISA)의 세제혜택 대폭 확대다. 바로 지난달부터 출시된 신(新)NISA는 연간 비과세 납입 한도를 기존 120만엔(약 1064만원)에서 360만엔(약 3194만원)으로 3배 확대했다. 비과세 적용기간도 일반형 기준 최대 5년에서 무기한으로 연장했다. 비과세 총 투자 한도도 1800만엔(약 1억5972만원)으로 기존의 2배 이상 늘렸다. 사실상 개인투자자가 NISA로 버는 돈에 대해선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는 의미다.또 일본 정부는 개인연금계좌(iDeCo)의 납입한도를 상향하고 가입요건을 완화키로 했다. 확정기여(DC)형 기업연금 가입자의 iDeCo 월납입 한도를 1만2000엔(약 11만원)에서 2만엔(약 18만원)으로 상향했다. 여기에 기업연금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iDeCo를 가입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가입 연령도 65세 미만에서 70세 미만으로 확대했다.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일본 시장 강세는 NISA 제도 변화에 따른 소액 투자 활성화와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등이 영향을 미쳤다”며 “일본의 대미 수출이 구조적으로 대중 수출 규모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증시 강세는 좀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닛케이 지수는 2024년 연간으로 추가 상승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일본 정부가 금융정책 정상화를 앞두고 증시 부양을 위한 정책 도입이 연이어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4.02.17 06:00

4분 소요
日 상장기업 배당액 144조 전망…전망치 상회

국제 경제

일본 상장기업의 배당액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내년 3월 결산하는 일본 상장기업의 배당액이 15조7000엔(한화 약 143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닛케이는 기업 약 2350곳의 이달 중순 시점 예상 배당액이 9월 말 전망치보다 4000억엔(약 3조7000억원) 올라 이같이 집계됐다고 전했다.닛케이는 “조사 대상 기업 중 14%에 해당하는 약 330곳이 예상 배당액을 올렸다"며 가격 인상이 이어진 식품, 생산 능력이 회복된 자동차,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수요가 늘어난 철도 등 다양한 업계가 배당액을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아울러 상장기업 주식 중 20% 정도는 개인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배당으로 가계에 흘러가는 돈이 약 3조엔(약 27조4000억원)이 될 것으로 닛케이는 예상했다. 이는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0.5%에 해당한다.닛케이는 “상장기업은 배당액뿐만 아니라 순이익도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관측된다”며 “기업이 좋은 실적을 내서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면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 등을 활용한 개인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2023.12.25 13:49

1분 소요
셀트리온헬스케어, 유럽서 램시마SC 유지 치료 임상 3상 결과 발표

바이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 크론병 및 대장염학회(ECCO·European Crohn’s and Colitis Organisation)에서 램시마SC(성분명 인플릭시맙)의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했다고 6일 밝혔다.이번 임상은 임상 참여자에게 정맥주사(IV) 제형의 램시마를 투여한 후 램시마SC의 유지 치료가 위약(가짜약) 대비 효능과 안전성을 나타내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첫 번째 임상에는 중등도 및 중증의 크론병 환자 343명이 참여했다. 램시마IV를 투여받은 환자를 나눠 각각 램시마SC와 위약을 투여했다. 54주차에 이들을 비교한 결과 1차 평가지표인 임상적 관해는 램시마SC가 62.3%, 위약이 32.1%로 나타났다. 내시경적 반응에서는 램시마SC가 51.1%, 위약이 17.9%로, 대조군 대비 통계적으로 높은 유효성 결과를 확인했다. 램시마SC 유지 치료로 인한 새로운 안전성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두 번째 임상은 궤양성 대장염 환자 43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임상에서도 램시마SC로 유지 치료를 한 임상 참여자들은 위약 투여군 대비 1차 평가지표인 임상적 관해에서 높은 효능과 안전성을 보였다. 새로운 안전성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두 임상에 모두 참여한 뉴욕 마운트 시나이 이칸 의대의 장 프레데릭 콜롬벨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 높은 치료 효능을 보이는 램시마SC의 강점을 추가로 확인했다”며 “램시마SC는 집에서 자가 투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서도 이점을 나타낸 만큼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셀트리온헬스케어는 첫 번째 임상 결과를 온라인 구두 발표로, 두 번째 임상 결과를 포스터로 공개했다. 램시마SC의 높은 혈중농도와 낮은 면역원성의 상관관계를 확인하는 임상 1상을 사후 분석한 결과도 포스터로 발표했다.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 환자 유지 치료 시 인플릭시맙 IV 및 SC와 베돌리주맙(Vedolizumab) IV 및 SC의 효능 비교 평가를 위한 네트워크 메타 분석’ 등 3건도 포스터로 공개했다.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이번 행사에서 환자의 치료 편의성과 높은 효능, 안전성을 입증한 램시마SC 연구 결과를 다수 발표했다”며 “이를 통해 램시마SC에 대한 의료진과 환자의 처방 선호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2023.03.06 19:39

2분 소요
[우주 향하는 일본 스타트업] 우주 쓰레기 치우고 소행성 광물도 채취

스타트업

우주산업 2030년 700조원 규모 전망...日 정부 JAXA 통해 기술·자금 뒷받침 일본 스타트업들이 우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 주로 정보통신기술(ICT)에 몰려있는 것과는 달리 일본 스타트업들은 블루오션인 우주산업을 노려 신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테슬라 등 미국의 대형 ICT 기업들도 우주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펼치고는 있다. 그러나 중장기 비전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사업 목적이 구체적이지는 않다. 이에 비해 일본 스타트업들은 초소형 위성을 통한 통신망 공유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앞세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주 비즈니스가 하드웨어 개발 경쟁에서 최근에는 위성을 쏜 이후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로 초점이 바뀌고 있다”며 “관 중심의 우주산업이 우주 데이터 확보를 시작으로 민간 중심 체제로 많이 바뀌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이런 보도가 나온 것은 최근 일본에서 우주의 통신망과 데이터를 활용한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대한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총액은 2791억엔(약 2조8294억원)으로 2012년 대비 4.3배나 늘었다.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2013년부터 벤처투자 펀드를 설립했다. 대기업이 이 펀드에 적극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일본은 최근 ‘제4차 벤처 붐’이란 말이 돌 정도로 스타트업 시장이 뜨겁다. ━ 일본에선 지금 ‘제4차 벤처 붐’ 이런 가운데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우주 개발 기업을 지원하기 시작하며 2016년부터 스타트업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주 개발은 기술장벽이 높고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 스타트업에는 적합하지 않은 업종이다. 그러나 JAXA가 적극적으로 기술 지원에 나서며 부담을 낮췄다. 과거 군사 목적으로 기술 개발이 이뤄졌던 것과는 달리, 민간 부문에서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JAXA의 지원 속에 우주 개발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위성 발사 비용도 크게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한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3000억~5000억원이 든다. 지구의 물체를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내는데 1㎏당 약 5000만원의 비용이 든다. 10t의 인공위성이라면 5000억원이 필요하다.높은 비용에 비해 우주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가치는 통신망 확보와 기후정보 획득 정도에 불과하다. 공공기관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 우주 개발에 나설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JAXA는 민간 스타트업과 초소형 인공위성을 공동 개발했고, 수익사업 개척도 스타트업에 맡겼다. 초소형 위성은 고도 500∼1500㎞ 저궤도를 도는 500kg 이하 위성을 말한다. 무게에 따라 마이크로위성(10∼100kg)·나노위성(10∼1kg)·피코위성(1kg 이하) 등으로 나뉜다. 개발 기간이 짧고 개발비용이 저렴해 저궤도 위성 이동통신과 우주 과학 실험 등에 많이 쓰인다.일본의 이런 전략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일본 벤처기업 액셀스페이스가 위성 개발 비용을 10~100분의 1 수준, 개발 기간도 반 이하로 줄인 인공위성 ‘WNISAT-1’을 시장에 선보이는 등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초소형 로켓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서다. 9월 11일에는 직장인·학생이 만든 사단법인 ‘리만새트(Rymansat)스페이스’가 자체 제작한 초소형 위성 ‘RSP-00’을 발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초소형 위성 개발이 일반화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달 표면 조사 계획을 내세운 아이스페이스라는 스타트업이 100억엔(약 1014억원)의 투자금을 모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세계 우주 분야 벤처기업 자금조달액 중 가장 많은 규모이며, 지난해 일본 전체 벤처기업 중 세 번째로 많다.하드웨어 토대가 마련되기 시작하면서 통신망 확대, 데이터 비즈니스 등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도 꿈틀대고 있다. 우주 개발 벤처회사 사쿠라인터넷은 지구 관측 위성을 통해 취득한 이미지 정보에 기존의 지역 정보를 결합해 농수산업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지표면 온도와 기후 변화 등을 측정하는 한편, 농수산물의 상태를 평가해 수확 시기를 결정하는 식이다. 액셀스페이스도 지구 관측 시스템인 액셀글로브를 개발했다. 아마존 웹 서비스와 결합해 위성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관리하고 이를 공공데이터화 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위성 사진으로 세계 석유 탱크나 선박의 동선 등을 분석해 석유·물류의 수급 상황과 이에 대한 판단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비즈니스도 준비 중이다.기존 통신사업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일컫는 사물인터넷(IoT)과 세계를 휘감는 온라인 체제, 초연결사회 진입 등을 위해서는 위성 통신망이 깔려 있어야 한다. 미국위성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위성 서비스의 2016년 매출액은 1277억 달러(약 143조원)로 2012년 대비 13% 늘었다. 위성 TV 및 통신 서비스 확대로 매년 3~4%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스페이스앤젤스네트워크는 글로벌 우주시장 규모가 2030년 6000억 달러(약 672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수요 증가에 맞춰 액셀스페이스는 2022년까지 50개의 초소형 위성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도 위성을 활용한 인터넷 통신망 확대를 목표로 스타트업에 전방위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위성이 태양광을 받아들여 지구로 보내는 태양에너지 전송 사업도 구상 단계에 있다.일본항공우주공업회에 따르면 2016년에만 세계에서 160개 이상의 위성이 새로 궤도에 진입했다. 이에 발맞춰 미쓰비시중공업은 JAXA와 공동으로 개발한 초소형 위성의 발사체 ‘H3’ 로켓의 비용을 50억엔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성능 높고 가격을 내린 차세대 발사체가 2020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컴퓨터는 정부 주도로 개발됐는데 1950년대 미국 IBM의 등장으로 대중화됐다”며 “우주 장비 산업도 당장 정부 수요에 의존하고 있지만 민간의 성장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초소형 위성 쏘고, 안테나 공유 이런 가운데 우주 쓰레기를 치우는 스타트업도 생겼다. 현재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 쓰레기는 약 5조8000억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 개발이 시작된 지난 50년 간 우주로 발사된 위성과 기계, 운용상 방출된 부품, 폭발로 생긴 파편 등이다. 이들 쓰레기는 총알보다 7~10배 빠른 초속 7km 이상의 속도로 돌고 있어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실제 2009년 용도 폐기된 러시아 군용 통신위성 잔해가 미국 인공위성에 충돌한 바 있다. 이에 아스트로스케일은 자석을 이용해서 우주 쓰레기를 수거해 대기권에서 태우는 인공위성 ‘ELSA-d’를 일본 중소기업들과 협업해 제작에 착수했다. 내년 발사가 목표다. KOTRA 일본 후쿠오카무역관은 보고서에서 “우주 쓰레기를 방치할 경우 30년 후 위성방송·일기예보·GPS 등 우주 공간을 활용한 서비스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우주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현재 유망 비즈니스로 많은 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안테나 공유 서비스 역시 새로운 비즈니스로 주목받고 있다. 2016년 설립된 벤처기업 인포스텔라는 인공위성을 운영하는 기업·기관을 상대로 안테나 공유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지상의 안테나가 위성과 통신하는데, 지구의 자전 때문에 안테나와 위성이 실제 수신할 수 있는 시간은 수십 분에 불과하다. 안테나는 위성과 통신하는 짧은 시간을 제외하곤, 하루 중 대부분 시간은 작동하지 않은 채로 있다. 이에 인포스텔라는 스텔라스테이션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세계의 안테나를 묶고 클라우드 방식으로 공유하는 체계 구축에 나섰다. 안테나 설치에 많게는 수억원의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기업으로서는 많은 통신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된다. 인포스텔라에는 현재 소니와 유럽 에어버스그룹 등 글로벌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다.일본 우주 벤처 업체 아이스페이스는 내년에 달에 우주선을 쏘아서 2020년 달 표면에 특정 기업의 로고가 쓰여진 옥외 광고판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지구에서도 보일 정도 크기의 거대 광고판을 달에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일본항공(JAL)과 도쿄방송 등이 투자자로 참여해 현재까지 1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아이스페이스는 구글이 후원하는 민간 최초 달 탐사선 프로젝트 ‘루나X프라이즈’에 참여하고 있다.소행성 등에서 광물을 채취하는 비즈니스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계획은 테슬라를 필두로 한 미국 기업들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이르면 5년 후에 이런 비즈니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대부분 나라가 가입한 우주조약은 특정 국가의 행성 점유권을 금지하고는 있다. 그러나 미국과 룩셈부르크 등 일부 나라가 이를 허용하고 있고, 일본도 이런 법개정을 준비 중이라 조약이 무력화될 가능성도 나온다. ━ 日 정부 “우주산업 2030년 2배로 키울 것” 일본 정부는 우주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5년 간 민관 합동으로 1000억엔(약 1조119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우주 벤처기업에 투자·대출할 계획이다. 일본정책투자은행(DBJ)과 산업혁신기구(INCJ)가 자금을 집행한다. 또 JAXA와 벤처기업 간에 연구인력·기술 교류도 추진한다. 일본 정부는 민간기업의 우주 사업 참여를 늘리기 위해 2016년 ‘우주활동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현재 112억 달러(약 12조원) 규모의 일본 우주산업 규모를 2030년 대 초까지 2배로 키우는 ‘우주산업 비전 2030’도 마련했다. 더불어 민간기업이 발사한 인공위성에 사고가 생겨 손해배상이 필요할 경우 일정액 이상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018.08.26 15:03

6분 소요
포브스 선정 뉴욕 올스타 레스토랑

산업 일반

수십 년 전만 해도 요식업계의 사막과 같았던 미국. 그나마 있던 오아시스 몇 개는 죄다 뉴욕에 몰려 있는 미식의 불모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뛰어난 레스토랑이 빠르게 증가하며 창의적 미식의 중심지가 되어가고 있고, 빅애플은 명실공히 식도락가의 유토피아로 자리를 잡았다. 포브스 미디어 CEO 마이크 펄리스, 에디터 랜달 레인, 기고가 리처드 낼리, 미디어 전문가 모니 베글리와 킵과 팀 형제로 이루어진 포브스 레스토랑 평가단이 풍미 넘치는 뉴욕의 먹거리를 어디에서 맛볼 수 있는지 알려준다. 스타일 넘치는 레스토랑 아스카(Aska)에서는 뉴욕에서 가장 영혼이 고양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가격은 높지만 평생 단 한 번일 수 있는 경험을 원한다면 아테라(Atera)에서 18개 코스 요리가 나오는 정식을 예약하자. 화려한 미식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예약은 ‘하늘에 별 따기’지만 럭셔리 다이닝을 경험하고 싶다면 블루힐(Blue Hill)도 가치가 있다. 셰프이자 철학자인 댄 바버(Dan Barber) 특유의 뉴아메리칸 쿠킹은 열렬한 팬 층을 거느리고 있다. 열정적이고 노련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퍼 세(Per Se)는 여전한 매력을 자랑한다. 콜럼버스 서클 타임워너 건물 4층에 자리한 아름다운 레스토랑은 정식 메뉴로 끝없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며, 이에 어울리는 와인과 완벽하게 페어링해준다. 마레아(Marea)의 이탈리안 해산물 요리는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다. 피스타치오와 바질이 들어간 판나코타(panna cota)와 치즈 셀렉션 또한 입에서 살살 녹으니 메인으로 배를 다 채우지 말고 좀 비워둘 것. 널찍한 공간과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델 포스토(Del Posto)는 차원이 다른 럭셔리를 선보인다. 애피타이저는 비범하고, 메인 코스는 마법과 같은 레스토랑 분위기에 잘 맞는다. 바타드(Bâtard)는 완벽 그 자체다. 코스 요리가 나올 때마다 레스토랑 여기저기서 “아”하는 탄성이 흘러 나온다. 굴곡 없이 뛰어난 프랑스- 미국 퓨전 요리를 세련되면서도 절제된 편안함 속에서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토크빌(Tocqueville)이 제격이다. 그리스의 풍미가 들어간 레스토랑 아브라 매디슨(Avra Madison)은 그리스 주부라면 누구나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훌륭하다. 특히 그릴에 구운 문어 요리는 황홀할 정도다. 울프강 퍽(Wolfgang Puck)이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컷(CUT)은 남성적이면서 세련된 분위기에 적나라하게 야한 사진을 걸고 벽에 네온사인을 건 독특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선보이는데, 벌써 뉴욕 최고급 스테이크하우스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에그프라이를 곁들인 크림 시금치 등의 사이드 요리도 훌륭하기 때문에 반드시 먹어볼 것. 르쿠쿠(Le Coucou) 셰프 다니엘 로즈(Daniel Rose)는 새롭게 해석한 프랑스 클래식 요리를 창의적 담음새로 선보이면서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전면 통유리와 화이트 브릭월로 꾸며진 우아한 실내는 개방된 ‘L’자 모양을 하고 있어서 분주한 주방이 홀에서도 눈에 들어온다. 외관을 싹 바꾸고 아름답게 다시 태어난 베누아(Benoit)도 있다. 벽 색깔은 펄이 들어간 은은한 회색으로 바꾸었고, 조명은 안락하고 로맨틱하다. 무엇보다 메뉴가 이전보다 황홀해졌다. 프랑스 패밀리 레스토랑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로 돌아가 제대로 맛있는 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더 시몬(The Simone)이 있다. 모모푸쿠 코(Momofuku Ko)는 좀 더 넓은 장소(40석)로 이전해서 예약이 조금 수월해졌다. 고급음식과 대중음식, 프랑스와 일본, 한국요리의 색이 강하게 들어간 동양과 서양 퓨전요리를 선보이는 12 코스 이상의 정식 요리는 힘들게 한 예약을 제대로 보상해준다. 음료와의 독창적인 페어링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더 세실(The Cecil)에서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미국 음식문화에 영향을 받아 혼미할 정도로 감칠맛 나는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아이 피오리(Ai Fiori)에서는 말 그대로 완벽한 파스타 코스부터 육즙이 감칠맛 나는 구운 송아지 요리까지, 제대로 된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인다. 1+1을 즐길 수 있는 카본(Carbone)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맛있는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할리우드에 온 듯한 매장에서 즐길 수 있다. 일류 이탈리안 식당 주눈(Junoon) 또한 반드시 들러봐야 할 장소. 안니사(Annisa)에서는 무화과 피넌시어(Fig Financier)를 비롯해 최대한 많은 디저트를 먹어보도록. 물론 나머지 메뉴에서도 장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 스페셜(SPECIAL) ABC 코치나(Cocina) - 훌륭한 라틴 음식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매장 분위기도 좋다.아메리칸 걸 카페(American Girl Cafe) - 0대 초반 소녀라면 마음에 쏙 들 카페최고의 바비큐: 블루 스모크(Blue Smoke)/ 힐 컨트리(Hill Country)/ 홈타운(Hometown)/ 존 브라운 스모크하우스(John Brown Smokehouse)/ 마이티 퀸스(Mighty Quinn’s)불스아이 버거: 베드포드 앤 코(Bedford & Co.)/ 빌스 바 앤 버거(Bill’s Bar & Burger)/ 블랙 아이언 버거(Black Iron Burger)/ BRGR/ 브린들 룸(Brindle Room)/ 브루클린 다이너(Brooklyn Diner)/ 버거 조인트(Burger Joint)/ J.G. 멜론(Melon)/ 미네타 태번(Minetta Tavern)/ 쉐이크 쉑(Shake Shack)/ 더 스파티드 피그(The Spotted Pig)/ 우마미 버거(Umami Burger)카사 아피치(Casa Apicii) - 유명 캘리포니아 셰프 케이시 레인(Casey Lane)이 LA 요리의 영향을 받은 이탈리아 메뉴를 선보인다. 창의적이고 아름답게 마련된 아이템들이 신선하다.센터 바(Center Bar) - 콜럼버스 서클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바는 독창적 칵테일과 매혹적인 메뉴를 즐길 수 있는 활기 넘치는 ‘센터’다.첨리스(Chumley’s) - 옛 모습을 찾은 웨스트 빌리지의 대표적 스피키지 바. 정통 아메리칸 바의 메뉴를 선보이며, 도서관 테마의 데코는 기분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준다.E.A.T. - 둘러보는 재미가 있는 델리아이 소디(I Sodi) - 정통 투스카니 스타일의 메뉴를 옛스럽고 세련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다. 네그로니 칵테일을 7가지 종류로 서빙하며, 어디에도 빠지지 않을 훌륭한 와인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초콜릿 케이크는 반드시 먹어보길.일릴리(Ilili) - 레바논 음식을 사랑한다면 놓칠 수 없는 레스토랑.킨스 스테이크하우스(Keens Steakhouse) - 885년부터 육식주의자들이 모여 고기 조각을 남김 없이 먹어 치운 역사적 맛집라투시(L’Artusi) - 이탈리안 타파스에 관한 모범 답안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레스토랑. 조 비고리토(Joe Vigorito) 셰프는 단순한 미학을 가진 요리에 한 줄기의 날카로운 창의성을 가미해 이탈리아 요리를 위대하게 만드는 법을 알고, 이를 모든 메뉴에서 완벽하게 구현한다.라 쉰느(La Chine) - 최고급 중식 레스토랑. 북경 오리 요리와 쿠민 양고기 요리 등 최고로 화려하게 만들어 낸 중국 정통요리를 맛볼 수 있다. 이곳에만 오면 정통요리를 탁월하게 요리하고 구현하는 능력이 괜한 실험과 혁신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하게 된다.라 바라(La Vara) - 스페인과 유대, 무어 요리가 은혜롭게 뒤섞인 메뉴를 맛보자.페트로시안(Petrossian) - ‘캐비어의 왕’이 선보이는 매혹적 요리들완벽한 피제리아: 디 파라(Di Fara)/ 지나 라 포르나리나(Gina La Fornarina)/ 조스(Joe’s)/ 케스테(Kesté)/ 마르타(Marta)/ 피자 비치(Pizza Beach)/ 프린스 스트리트 피자(Prince Street Pizza)/ 로베르타스(Roberta’s)/산 마테오(San Matteo)폭폭(Pok Pok) NY - 식도락 마니아가 (합법적으로) 뿅 갈 수 있는 탁월한 태국 음식점더 폴로 바(The Polo Bar) - 승마를 테마로 하는 레스토랑. 요리 수준이 탁월해서 낙마할 일은 없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 유명인이 여전히 자주 출몰하는 명소.폰디체리(Pondicheri) - 매끈하게 세련된 인테리어를 즐기며 창의적인 인도 퓨전 요리를 맛볼 수 있다.로티세리 조젯(Rotisserie Georgette) -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위치한 식당으로 치킨 요리가 정말 맛있다. 디저트도 반드시 먹어볼 것.세달스(Sadelle’s) - 베이글(은 뉴욕 최고 수준)을 비롯한 베이커리 정통 메뉴부터 프렌치 토스트, 스코틀랜드식 연어 요리에 이르기까지, 결코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세인트 앤셈(St. Anselm) - 밀레니엄 세대가 즐기는 ‘피터 루거’식 레스토랑. 거리를 마주보는 윌리엄스버그 매장은 소박한 규모를 가지고 있는데 매장에 둔 그릴조차 세련되게 연출했다. 슈라이너(Shriner) 배너가 뒤쪽 벽에 걸려 있고, 훌륭한 수준의 여러 와인을 드래프트 통에서 따라 먹을 수 있다.언타이틀드(Untitled) - 인테리어와 주변 환경이 멋들어지게 어울린다. 휘트니 뮤지엄의 1층에 유리벽으로 사방을 둘러싼 레스토랑에서는 하이라인(High Line)의 끝부분이 보인다. 메뉴 종류는 다양하지 않지만 맛이 뛰어나다.업랜드(Uplandb) - 캘리포니아와 이탈리아 요리의 영향을 받은 메뉴는 푸짐하고 맛이 좋아서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화이트 골드 버처스(White Gold Butchers) - 여성 정육 도살업자 2명과 에이프릴 블룸필드(April Bloomfield)가 관리하는 레스토랑. 레스토랑 안쪽에 정육점을 두고 고기를 자체 조달한다. 클래식(Classics) 새로 생긴 클래식 카테고리에서는 오랜 기간 올스타 레스토랑으로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며 뉴욕이 ‘세계 미식의 수도’로 명성을 굳히는데 일조한 레스토랑을 담았다. 포시즌스(The Four Seasons)는 파크 애비뉴 280번지에 재개장 하고, 노부(Nobu)는 2017년 초 브로드웨이 195번지에 있는 파이낸셜 디스트릭트 중심지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유니언 스퀘어 카페(Union Square Cafe)는 지난 12월8일 이스트 19번가 101번지에 재개장 했다.

2017.01.26 09:04

6분 소요
이석재 AB자산운용 대표

CEO

AB자산운용은 채권투자 명가로 손꼽히는 세계적인 투자 회사다. 이석재 AB자산운용 대표는 채권형펀드 상품을 가지고 외국계 운용사 최초로 월지급식 펀드를 국내에 선보였다. “매월 돈을 주는 펀드가 있다고요?” 지난 2010년 11월, 증권사 매장 한쪽에서 펀드 가입 상담을 받던 고객 임철현(60) 씨는 증권사 직원에게 되물었다. 펀드로 이익을 내려면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환매할 때 수익을 한꺼번에 찾거나, 자금 일부를 환매해 꺼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 지점장을 지내고 퇴직했던 임 씨였지만 펀드에 투자해 매월 꼬박꼬박 돈이 들어온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임씨가 반신반의하자 옆에 있던 한 중년 남성이 끼어들었다. “정말입니다. 장기간 꾸준히 분배금이 통장으로 입금됩니다. 해외 신흥국 국채나 선진국 하이일드(고수익·고위험) 채권에 투자하니 원금이 손해날 염려도 크게 줄어요.”5년 전, 월지급식 펀드에 관해 설명하던 그 중년 남자가 바로 지금의 이석재(54) AB(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 대표다. 사무실보다 현장이 좋다는 이 대표는 “당시 증권사 소속 직원은 아니었지만, 국내 최초로 출시한 월지급식 펀드를 직접 알리고 싶었다. 물론 현장 반응도 궁금했었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 대표가 수년간 현장을 누빈 덕분일까? “많은 고객이 AB자산운용이라는 회사를 몰라도 ‘AB 월지급 글로벌 고수익 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은 알고 있다”며 자랑한다. 이 펀드는 2010년 12월에 출시된 ‘AB 월지급 글로벌 고수익 채권펀드(채권-재간접형)(이하 AB월지급식 펀드)’와 같게, 룩셈부르크에 설정된 역외 펀드인 AB 글로벌 고수익 채권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펀드다.2010년 12월 당시 이 대표가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AB월지급식 펀드’를 내놓을 때만 해도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차로 대표되는 IT와 자동차가 시장을 지배할 때였다. 그만큼 국내 성장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에 돈이 몰렸다. ‘전차(電車) 군단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두 업종의 성장세는 대단했다. 2014년 4월 현대차 주가가 먼저 전년보다 두 배 가까운 수준인 24만원을 넘겼고, 삼성전자는 같은 해 8월 60만원대를 바닥으로 2013년 1월까지 150만원을 넘기는 등 최고 주가를 경신할 때였다. 이 대표는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2009년 월지급식 펀드 얘기를 꺼낼 때만 해도 국내 증시가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수익이 비교적 크지 않은 채권형펀드에는 다들 관심이 없었다.” ━ 글로벌 채권형펀드, 월지급식 형태로 내놓아 하지만 2010년에 AB자산운용에 합류한 이 대표는 주식형 펀드보다 안전한 이자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채권형 펀드에 주목했다. 본사인 AB자산운용이 채권 투자로 유명한 세계적인 회사라는 점도 이 대표를 채권형 펀드에 빠져들게 했다. “올해 국내 은퇴자금 시장규모만 30조원에 달하고, 2020년에는 60조원을 넘어선다는 전망도 있다. 은퇴 세대가 쏟아지는 시기와 맞물리면 대안은 장기투자뿐이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글로벌 채권에 투자해 거둔 이자 수익이 앞으로 중요한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됐다.”확신이 섰지만, 이 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고객에게 채권형 펀드가 안전하다는 장점 말고 눈에 띄는 수익을 투자자가 체감할 방법은 없을까? 이 대표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꼼꼼히 살펴봤다. 그 결과 미국과 일본에서는 채권형 상품이면서 수익을 매월 지급하는 월지급식 펀드가 은퇴 세대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일본 펀드시장의 최고 히트상품은 월지급식 펀드였다. 가장 비중이 높아서 주식형 펀드의 두 배에 달했다”고 했다. 실제 한국보다 앞서 저금리를 겪은 일본의 경우 월지급식 펀드 설정액은 2000년대 초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1년 말 일본의 월지급식 펀드 순자산액은 33조2000억 엔으로 공모형 주식펀드 순자산액의 약 76%를 차지했다. 현재는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 등의 도입 등의 영향으로 순자산 대비 비중은 약 60%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투자금액은 변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일본에서 월지급식 펀드가 인기를 끈 건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치고,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일정한 수입이 필요한 은퇴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후설계 자금을 마련하기에 이만한 상품이 없었던 것. 이 대표는 “한국 경제도 일본·대만과 같은 흐름을 거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월지급식 펀드의 급격한 성장세를 점쳐볼 만했다”며 당시 펀드를 구상한 생각을 들려줬다. 주변에서 상품을 우리나라에 내놓기에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는 “우리나라는 공적연금도 충분하지 않다. 50~60년대 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는 시점부터 월지급식 펀드 시장이 커질 것을 확신했다”며 강조했다.이 대표는 곧바로 자료를 모아 금융당국을 찾아갔다. 그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들려줬다. “상품이 안전하고,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보다 사회구조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이에 따른 수요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그리고 소비자에게 어떻게 안전망을 제시할 수 있는지 등도 꼼꼼히 설명하며 수차례 설득했다.” 금융당국을 수차례 오가며 설득에 나선 지 1년 만에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자신감을 얻은 이 대표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우선 증권사를 비롯한 판매사 관계자부터 만났다. 상품 출시에 의욕적이었던 그는 “판매사 전산팀까지 일일이 다 만났다. 매월 펀드 운용 상황을 공개하고, 고객에게 올바른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기 위해서였다. 물론 실무는 실무진에게 맡겼지만, 우선 내가 나서서 세부적인 것까지 꼼꼼하게 챙겼다”고 펀드 출시에 열정을 쏟았던 당시를 기억했다.AB월지급식 펀드가 출시되자 이 대표 스스로 영업 전선에 발 벗고 나섰다. 처음 출시할 때 영업 전담 인력은 세일즈 매니저 3명이었지만 이 대표가 힘을 보탠 것. 덕분에 신상품 출시에 필요한 금융당국 설득, 판매사 확보, 판매담당 직원 교육, 전산 업무 점검 등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을 이 대표가 직접 총괄하게 됐다. 밤낮없이 일하며 그는 현장에서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 펀드 출시와 영업 등 모든 과정 총괄 상품 출시 한 달 후인 2011년 1월부터 한국 기업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출시 6개월 후 국내 출시 월지급식 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 3월까지 매달 300억 안팎의 자금이 유입됐고, 4월부터는 매달 600억 이상의 뭉칫돈이 몰려들었다. 이 같은 인기에 그해에만 28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들어왔다. 월지급식 상품뿐만 아니라 다른 채권형 상품에도 자금이 몰려 2013년 4월에는 전체 운용자산규모만 3조원에 달했다. 외부기관에서도 이 대표의 노력을 알아챈걸까? 같은 해 해외 펀드평가 기관인 아시아 에셋 매니지먼트가 주간하는 ‘가장 혁신적인 상품-한국’으로 AB월지급식 펀드가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 같이 현장을 누비던 세일즈 매니저를 찾는 전화가 빗발쳤고, 이들 3명은 서로 얼굴 한번 못 볼 정도로 바빴다. “하루에 수백억원의 자금이 들어온 적도 있었다. 정신이 없었다. 직원부터 불러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할 정도였다”며 웃었다.매달 분배금이 꼬박꼬박 입금된다는 소문에 세계적인 글로벌 운용사가 해외 채권에 투자해 고수익을 거둔다는 얘기까지 더해지자 구름처럼 자금이 모여들었다. 직원에게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던 이 대표였지만 그에 못지않은 긴장감도 느끼고 있었다. 2013년 미국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양적 완화(QE)가 진행 중이었고,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재정 문제로 연방정부 폐쇄까지 결정하게 된 소식 등등 그가 신경 써야 할 사건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주요 선진국 경제 정책이나 상황이 해외 채권형 펀드 수익에 큰 영향을 끼치는 탓이기도 했다. 그도 나름대로 준비에 나섰다. “투자자들이 불안해할만한 상황이 생기면 뉴욕 본사와 실시간으로 회의를 준비할 태세를 갖추고자 했다.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한국 투자자들을 위한 분석 정보도 꼼꼼히 챙겼다.”이 대표의 철저한 대비에도 불구하고 2013년 하반기부터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8월 1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월지급식 펀드의 자금은 지난 2년간 1조1093억원이 순유출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지난 13일까지 2375억원이 빠져나갔다. 2013년 3조원을 넘어섰던 운용자산규모는 1조2000억원 수준(2014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떨어졌다. 이 대표는 “2013년 5월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의 출구전략 얘기 등으로 주식·채권 등의 자산이 동반 하락했다. 통상 경기 회복 중에는 시중 금리가 오면서 채권의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수익이 나빠질 것을 우려한 고객들이 상당수 이탈했다”고 했다. 이탈 고객 대부분이 플러스 이익을 거두고 나갔지만 이 대표는 “상품 설명에 열을 올리며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던 노력의 성과가 순식간에 사라지더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 대표는 AB월지급식 펀드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어떻게 되느냐? 는 물음에 그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AB의 글로벌 고수익 채권 펀드는 기업의 신용 리스크와 관련이 높다. 미국 경제가 좋아졌다는 뜻인데 우리가 투자한 1000개 항목 중 65%가 미국 채권이다.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올해 국내 증권업계도 이 점에 공감하며 이 대표를 거들고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4월 AB월지급식 펀드를 비롯한 외국계 운용사의 월지급식 펀드 8개 상품을 추천했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상품마케팅본부 상무는 “일본·대만에서 월지급식 인컴(income·소득)펀드는 이미 펀드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금리보다 훨씬 높은 연 5~6%의 인컴을 꾸준히 지급하고 있어서다. 저금리·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도 곧 일어날 변화”라고 설명했다. ━ 3저에 빠진 한국, 월지급식 펀드가 대안 저성장과 노령화 등 사회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 월지급식 글로벌 채권펀드가 투자 대안이라는 소리다. 자금 유출로 느꼈던 아쉬움도 잠시, 이 대표는 변화에 대비할 채비에 나서기 시작했다. 우선 고객·직원과의 소통부터 챙겼다. 판매사·은행·증권사 지점 등을 직접 방문하고, 최근 고객이 관심 두는 투자 트렌드와 상품에 갖는 생각 등을 들어보는 등 ‘현장’을 뛰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장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과거 미국 메릴린치에서 세일즈 매니저로 일한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메릴린치 본사에서 자산관리 매니저가 고객의 자산을 투자받는 데 무려 2일간 한 고객을 붙잡고 상담했다. 그만큼 정교하고 안전한 투자에 나서려는 조치였다. 고객의 투자 성향·취향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나이 지긋하신 자산매니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타사 직원과의 소통도 그에겐 중요한 일이다. 세일즈 매니저가 가지 않는 지방을 주로 다닌다는 이 대표는 지방 증권사 지점을 방문했던 얘기를 들려줬다. “청주에 있는 한 증권사 지점이었다. AB자산운용의 대표라고 하니 믿지 않았다. 혼자 다니는 대표가 어디 있느냐는 핀잔까지 들었다”며 웃었다. 이 대표는 지방에 있는 증권사 지점도 자주 방문한다. “지점을 기습 방문해 타사의 젊은 직원에게 커피 한잔을 청한다. 초면의 어색함만 사라지면 회사 얘기부터 경제 얘기까지 술술 나온다. 인생 선배로서 조언도 해준다”고 했다. 또 신문의 부고란까지 꼼꼼히 살펴보며 목포에 있는 타사 직원 상갓집까지 새벽에 달려간 얘기까지 들려줬다. 그에게서 현장을 대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특히 이 대표는 현장을 다니다가 생각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시정해야 할 문제점들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그는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사무실로 돌아와 미국 본사와의 회의를 열어 제안하거나 해법 찾기에 노력한다”고 덧붙였다.최근 들어 이 대표가 고민하는 주제는 교육이다. 주로 현장 직원과 투자자를 위한 교육이다. 이 대표가 세일즈 매니저와 함께 판매사 직원을 교육하거나 투자자를 위한 소규모 미팅을 열어 세계 경제 정보를 교환한 것만 올해로 1000번이 넘는다고 한다. 무슨 얘기를 주로 나눴을까? “미국 금리 인상 문제, 양적완화가 끼칠 영향을 묻는 말이 많이 쏟아지더라. 금융계 용어 자체가 어려운 데도 투자 방향성과 연계해 보려는 투자자의 노력에 감탄이 절로 나올 때가 많았다”고 했다.이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AB 투자 대학’도 만들 계획도 세웠다. “단순한 상품 설명회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했다. “채권이 무엇인가부터 투자자들과 공유하는 수준 있는 교육에 나설 예정”이라는 그는 “세계적으로 490조원에 달하는 채권 자산을 운용 중인 본사 AB자산운용의 강점을 살려 우리나라에 장기 투자문화를 뿌리내리도록 하고 싶다. 우리네 은퇴세대가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바지하고 싶다”고 했다.- 글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5.08.2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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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는 왜 나만 물까

산업 일반

━ IT’S ALL IN THE GENES Mosquitoes really do prefer some people to others, say scientists.Have you ever wondered why some people wake up covered in mosquito bites while others are untouched? Doctors studying malaria transmission have revealed that it is all in the genes.The way we protect ourselves against diseases like malaria could be revolutionised by the discovery that how attractive we smell to mosquitoes and other disease-transmitting insects may be genetically based.New research from the 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 (LSHTM) and other centres shows that, for the first time, there is a genetic reason why mosquitoes bite some people more than others, likely to be caused by our genes’ control over our body odor. People who are less attractive to mosquitoes produce natural repellents that ward them off.“By understanding the genetic basis for variation between individuals, we can develop new ways to control mosquitoes better as well as the diseases like malaria which they transmit. And develop new ways to repel them,” said Dr James Logan, senior lecturer in medical entomology at LSHTM.The battle against mosquito-transmitted diseases is an urgent one. Malaria, carried by the female Anopheles Gambiae mosquito, killed an estimated 534,000 people in 2013, says the World Health Organisation.“Once we find out which genes might be involved,” says Dr Logan, “it may allow us to identify new repellents, and detect individuals who are most at risk of being bitten, and therefore disease. Then possibly develop a drug, like a pill, which would up-regulate the production of natural repellents by the skin, revolutionizing the way we protect ourselves against mosquito bites.”Teams at LSHTM, the Universities of Nottingham and Florida ran trials using 18 identical and 19 non-identical female twins.“Identical twins are genetically identical and non-identical twins show genetic differences. If attractiveness is down to our genes, we would expect to see a high correlation between the identical twin pairs and a lower correlation between the non-identical twin pairs. And this is exactly what we found,” says Dr Logan.Female mosquitoes need protein-rich blood for the energy required to mate and lay eggs. They display preferences for the smell of certain people when they choose whom to bite. However, these are not solely genetic. Pregnant women are more attractive to mosquitoes than their non-pregnant counterparts and people with a greater body mass also appear more prone to bites.More than 430,000 African children under the age of five died from malaria in 2013. An estimated 1.3 billion people worldwide risk contracting various forms of the disease.The list of famous people who have contracted malaria or died from it includes Alexander the Great, Genghis Khan, Oliver Cromwell, Lord Byron, Mother Teresa of Calcutta, Michael Caine, five Popes and Christopher Columbus. ━ 모기는 왜 나만 물까 질병 옮기는 곤충 유인하는 체취 유전자 때문... 말라리아 등 예방할 수 있어어떤 사람은 자고 일어났을 때 모기에 물린 자국이 많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은지 의아한 적이 있었는가? 말라리아 감염을 연구하는 의사들은 그 이유가 유전자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질병을 옮기는 모기나 다른 곤충을 유인하는 체취가 유전자 때문이라는 발견으로 이제 말라리아 같은 질병에서 우리를 보호하는 방법에 혁명이 일어날지 모른다.영국 런던 위생열대의과대학원(LSHTM)과 다른 여러 연구소가 공동 실시한 이 연구는 모기가 특정인을 더 많이 무는 이유가 유전자에 있다는 것을 처음 밝혀냈다. 유전자가 체취에 관여함으로써 그런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모기에게 덜 물리는 사람은 피부에서 모기를 쫓아내는 자연 방충물질을 분비한다.LSHTM의 위생곤충학 교수 제임스 로건 박사는 “유전자에 근거한 개인 차이를 이해함으로써 모기를 통제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라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 같은 질병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지 모른다.”모기가 옮기는 질병 퇴치가 가장 시급한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3년 감비아 얼룩날개모기(아노펠레스감비아) 암컷이 매개체인 말라리아로 숨진 사람이 약 53만400명에 이르렀다.로건 교수는 “앞으로 어느 유전자가 체취에 관여하는지 알아내면 새로운 방충물질을 개발하고, 모기에 물려 병에 걸릴 위험이 가장 큰 사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다음 피부에서 분비되는 자연 방충물질 분비를 촉진하는 약을 개발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모기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LSHTM, 영국 노팅엄대학, 미국 플로리다대학의 연구팀은 일란성 쌍둥이 여성 18쌍과 이란성 쌍둥이 여성 19쌍을 대상으로 시험했다. 모기가 들어 있는 튜브 안에 그들이 손을 넣자 일란성 쌍둥이들은 모기에 물리는 횟수가 자신의 쌍둥이 형제·자매와 비슷했다. 반면 이란성 쌍둥이들은 물린 횟수가 자신의 쌍둥이 짝과 20~50%가량 차이가 났다.로건 교수는 “유전자가 일란성 쌍둥이는 100% 똑같고 이란성 쌍둥이는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모기의 선호가 유전자 탓이라면 일란성 쌍둥이 사이에선 모기에 물리는 상관관계가 밀접하게 나타나고 이란성 쌍둥이 사이에선 드물게 나타날 것이다. 우리 시험 결과처럼 말이다. 일란성 쌍둥이들만 모기에 물리는 횟수가 비슷하다는 것은 유전자에 모기를 끌어당기는 어떤 요소가 들어있다는 뜻이다. 체취와 관련된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에 의해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취에 따라 모기에 잘 물릴 수도, 덜 물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암컷 모기는 교미와 산란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단백질이 풍부한 혈액을 선호한다. 그 모기는 채취에 따라 누구의 피를 빨지 선택한다. 그러나 반드시 유전자만 관련 있는 건 아니다. 임신부는 다른 사람보다 모기에 더 잘 물린다. 또 모기는 체질량 지수가 높은 사람도 선호한다.2013년 아프리카의 5세 미만 어린이 43만 명 이상이 말라리아로 사망했다. 전 세계의 13억 명이 말라리아나 다양한 형태의 모기 매개 질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말라리아를 앓았거나 말라리아로 사망한 유명인 중에는 알렉산더 대왕, 칭기즈칸, 17세기 영국 정치인 올리버 크롬웰, 영국 시인 바이런, 테레사 수녀, 영국 배우 마이클 케인, 교황 5명,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롬부스 등이 있다.- 번역 이원기

2015.06.15 16:29

5분 소요
<b>(Free MP3)</b> 미국 대중음악의 혁명 전사는?

산업 일반

━ THE REAL MUSICAL REVOLUTION It’s the emergence of hip-hop and rap in the nineties, not rock.The Beatles and the Rolling Stones, two groups often thought to have revolutionized music in the US, were merely jumping on the bandwagon of an already established trend, according to a recent study of American pop music.The study found that it was the emergence of hip-hop and rap in the nineties that caused the biggest revolutionary shift in the modern history of pop music, rather than the explosion of rock music in the sixties.Researchers at Queen Mary University and Kings College in London set out to track musical evolution using quantitative scientific analysis. Using samples from 17,000 songs in the US Billboard top 100 chart from between 1960 and 2010, the authors write that they studied the songs as a “fossil record,” asking “questions a paleontologist might ask: Has the variety of popular music increased or decreased over time? Is evolutionary change in popular music continuous or discontinuous? And, if it is discontinuous, when did the discontinuities occur?”By using big data analysis to sort songs into specific categories based on chord structures and tonal properties, songs were automatically grouped into “topics”. The topics could then be tracked over time, to see how musical trends changed, diversified or converged.Looking at specific revolutions in musical tastes, the researchers took the Beatles’ first US number one, “I Want to Hold Your Hand,” released in 1963 and thought to have sparked a rock revolution in US pop music, and set it in context with other songs also released around that time.The researchers found there were already other popular songs with the same topic. “Their evolutionary trajectories were all established before 1964,” the authors write, “Implying that, while the British may have contributed to this revolution, they could not have been entirely responsible for it.”And by following the trends, the researchers found that it was the emergence of hip-hop in the nineties, rather than rock in the sixties, that ushered in the biggest change in the popular music landscape.Using this categorization, the authors could also track the rise and fall of entire genres. The “slow death of jazz” for example, was observed by the 75% drop in the occurrence of the topic synonymous with popular jazz acts between 1960 and 2010.The least diverse era of music was in 1986, which the researchers attribute to the sudden popularity of drum machines and samplers. But they dismiss theories that music has become homogenized in recent years.“Contrary to current theories of musical evolution... we found no evidence for the progressive homogenisation of music in the charts and little sign of diversity cycles within the 50 year time frame of our study,” they write. “Instead, the evolution of chart diversity is dominated by historically unique events: the rise and fall of particular ways of making music.”“No doubt some will disagree with our scientific approach and think it’s too limited for such an emotional subject but I think we can add to the wonder of music by learning more about it,” said the paper’s lead author, Matthias Mauch.“We want to analyse more music from more periods in more countries and build a comprehensive picture of how music evolves.”The report’s authors warn: “Those who wish to make claims about how and when popular music changed can no longer appeal to anecdote, connoisseurship and theory unadorned by data.” ━ 미국 대중음악의 혁명 전사는? 1960년대 록이 아니라 1990년대 힙합과 랩…1986년 드럼 머신과 샘플러 유행으로 다양성 떨어져영국 록밴드 비틀스와 롤링스톤스는 미국 대중음악에 혁명을 일으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미국 대중음악에 관한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이 두 그룹은 당시 이미 형성됐던 시류에 편승했을 뿐이다.이 연구는 미국 대중음악의 현대사에서 가장 큰 혁명적 변화를 일으킨 사건은 1960년대 록 음악의 폭발적인 인기가 아니라 1990년대 힙합과 랩의 등장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영국 런던에 있는 퀸 메리대학과 킹스 칼리지의 연구팀은 과학적 정량분석을 이용해 대중음악의 진화 과정을 추적했다. 연구의 저자들은 “1960~2010년 US 빌보드 톱100 차트에 오른 1만7000곡을 ‘화석기록’으로 삼아 고생물학자가 던질 법한 질문을 중심으로 연구했다”고 썼다. 대중음악의 다양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했는가, 감소했는가? 대중음악의 점진적 변화는 연속적인가 단속적인가? 만약 단속적이라면 중단은 언제 일어났는가? 이런 질문들이다.빅데이터 분석을 이용해 화음구조와 음색의 특성을 바탕으로 노래들을 유형 별로 분류한 결과 자동적으로 ‘주제’에 따라 그룹이 지어졌다. 그 주제들을 다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추적해 음악 경향이 어떻게 변화하고 다양화되고 결집되는지를 연구했다.비틀스가 1963년 발표한 ‘I Want to Hold Your Hand’는 미국 차트에서 최초로 1위를 차지하면서 미국 대중음악에 혁명을 일으킨 곡으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음악적 취향의 혁명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 이 곡을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다른 곡들과 비교했다.그 결과 같은 주제의 다른 인기 곡들이 이미 나와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 노래의 진화적 궤적은 1964년 이전 확립됐다”고 연구의 저자들은 썼다. “비틀스가 이 혁명에 일부 공헌했을지는 모르지만 전적으로 그들 때문에 일어난 변화는 아니라는 말이다.”연구팀은 이런 경향을 추적한 끝에 미국 대중음악에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온 사건이 1960년대 록 음악의 등장이 아니라 1990년대 힙합의 출현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연구팀은 또 이런 범주화를 이용해 장르별 흥망을 추적했다. 예를 들어 ‘재즈의 점진적인 사망’은 1960~2010년 인기 재즈 그룹들이 애용하는 주제가 75% 감소했다는 사실로 알 수 있었다.미국 대중음악의 다양성이 가장 떨어졌던 시기는 1986년이었다. 연구팀은 드럼 머신(드럼 소리를 내는 전자 악기)과 샘플러(샘플링을 통해 표본화된 소리를 임의로 재생·출력할 수 있는 장치)의 갑작스런 유행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음악이 동질화됐다는 이론에는 동의하지 않았다.“대중음악의 진화에 관한 현재의 이론들과 반대로 우리는 각종 차트에서 음악의 동질화가 진행 중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저자들은 썼다. “또 우리가 연구 대상으로 삼은 50년 동안 다양성의 순환에 관한 조짐은 거의 없었다. 그보다 차트 다양성의 진화는 음악을 제작하는 특정 방식의 출몰과 같은 역사적으로 특이한 사건의 지배를 받는다.”연구의 주 저자인 마티아스 마크는 “우리의 과학적 접근방식이 이런 감성적인 주제를 연구하기에는 너무 제한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음악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됨으로써 그 경이로움을 배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더 많은 나라와 더 다양한 시기의 노래들을 분석해 음악이 어떻게 진화하는지에 관한 포괄적인 그림을 완성하고 싶다.”연구의 저자들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경고했다. “대중음악이 언제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한 주장을 펼치고 싶은 사람들은 이제 더는 개인적 진술이나 일부 전문가의 의견, 데이터에 근거하지 않은 이론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번역 정경희

2015.05.18 16:02

6분 소요
FEATURES NUCLEAR DISASTER -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 이슈

2011년의 사고를 재조명한 신간 ‘후쿠시마, 핵재앙 이야기’ 알려지지 않았던 문제들을 깊이 있게 파헤쳐 최근 비영리 사회운동 단체 ‘우려하는 과학자모임(UCS)’이 책 한 권 분량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를 재조명한 내용이다.‘후쿠시마, 핵재앙 이야기’는 3인이 공동 저술했다. UCS의 원자력 안전프로젝트 책임자이자 17년간 원자력 엔지니어로 일한 데이비드 로크봄, UCS 글로벌 안전 프로그램의 선임 과학자 에드윈 라이먼, 펜실베이니아주 도핀의 스리마일 섬 사고에 관한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신문의 취재를 이끌었던 수전 스트래너헌 기자다(그 기사로 신문은 1980년 지역 종합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로크봄과 공저자들이 엮어내는 스토리는 마치 스릴러처럼 치밀하고 빠르게 전개된다. 그러나 내용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벌써 속편 발행 이야기가 거론된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원전 설계의 약점과 운영 및 규제 감독의 오랜 결함을 드러냈다”고 저자들은 썼다. “일본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지만 이는 일본의 핵사고가 아니었다. 우연찮게 일본에서 발생한 핵사고였을 뿐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초래한 문제들은 원자로가 가동되는 곳 어디에든 존재한다.”책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뛰어넘어 더 깊숙이 사고를 파고든다.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사실과 분석을 추려봤다.1 지진 후 후쿠시마 원전의 초기 가동 중단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진짜 문제는 쓰나미였다.도호쿠 지진은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46분(일본 시각)에 시작됐다. 오후 2시47분 후쿠시마 제1원전의 첫 원자로가 자동으로 폐쇄되기 시작했다. 센서에 지진이 감지된 뒤였다. 진짜 문제는 45분가량 뒤에 시작됐다. 2차 쓰나미가 밀어닥쳤다. 첫 쓰나미는 4m 높이였다. 원전 방파제에 튕겨나갔다. 하지만 2파(波)는 15m 높이였다. 방파제를 가볍게 넘어섰다. 해수펌프를 결딴내고 문을 박살내고 원전의 전력시스템을 덮쳤다. 배전반과 비상 예비 발전기들이 물에 잠기며 발전소 정전이 발생했다.발전소 정전은 원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사고 중 하나다. 원전 규제 당국자들 사이에선 주지의 사실이다. “냉각수의 안정적인 공급에 필요한 펌프 및 밸브를 가동할 전력이 끊어진다. 그렇게 되면 방사성 연료가 과열되고 남아 있는 물이 끓어오르며 노심 용융이 가차없이 진행된다.”2 쓰나미가 얼마나 강했을까? 남극에서 뉴욕 만한 면적이 떨어져나갈 만큼 강력했다.“쓰나미는 진앙지 남쪽 대략 1만2900㎞ 거리의 남극을 강타했다. 그때까지도 130㎢ 이상의 빙붕이 떨어져 나갈 만큼 힘이 남아 있었다. 맨해튼의 2배에 달하는 면적이다.”3 정전 초기 몇 시간 동안 심각한 의사소통 문제로 인해 복구작업이 차질을 빚었다.“(원전 내) 호출 시스템이 먹통이 됐다. 원전 운영사 도쿄전력(TEPCO)이 일부 모바일 기기 용으로 제공한 배터리는 한 시간짜리뿐이었다. 재충전할 방법이 없었다. 복구대원들이 종종 간단한 사항을 보고하기 위해 비상대책본부까지 돌아가야 했다. 시간 낭비에 위험하기까지 한 절차였다.” 4 일본의 거대 원자력 관료체제도 문제당시 일본의 54개 상업용 원전은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NISA)의 규제를 받았다. 문부과학성도 원자력 발전을 장려하는 한편 방사능 모니터링을 담당했다. 일본 정부 내 독립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기반기구도 있다. 또한 일본의 현청들도 자체적으로 방사능 모니터링과 대피작업 조율을 담당했다. “이론상으로는 모두 의무와 책임이 명확한 듯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실제론 시스템이 뒤죽박죽인 것으로 드러났다.”5 원전 붕괴 사고 후 피난민 신세가 됐다고? 형식주의 관료행정을 각오하라.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주거를 잃은 모든 가구에 100만 엔(약 1040만원)을 지불하겠다고 2011년 4월 발표했다. “그러나 급전이 필요한 난민의 경우엔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쿄전력은 3가지 양식을 작성해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그중 하나는 56쪽에 달했으며 156쪽짜리 안내 소책자가 딸려 있었다. 혼잡한 대피소에서 생활했던 난민 중 다수는 생활비 지출을 입증하는 영수증을 제출해야 했다. 진료기록과 임금손실 증빙서류도 제출하도록 요구받았다.”6 비난과 손해배상 청구를 모면하려는 도쿄전력의 노력은 곧 코미디의 경계를 넘나들었다.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48㎞ 가량 떨어진 한 골프클럽 소유주들이 링크가 방사능에 노출됐다며 도쿄전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도쿄전력은 기발한 반론을 펼쳤다. 코스에 떨어진 방사능 물질은 ‘땅 주인의 것이지 도쿄전력 소유가 아니다.’ … 그들은 또한 골프코스의 방사능 수치가 학교 운동장의 허용기준치에 미달하므로 위험 요소가 아니라고도 주장했다.”7 일본 정부는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에 관해 어정쩡한 입장을 보였다.에다노 유키오 당시 관방장관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후쿠시마에서 유출된 방사능 양을 두고 국민 앞에 나가 이렇게 말했다. “‘건강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 그 표현은 두 가지 상반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방사능이 무해하다는 의미, 또는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라는 의미다.”8 문제가 더 심각할 수도 있었다. 후쿠시마의 작업자들이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제대로 한 덕분에 그런 상황을 모면했다.사용후핵연료저장조는 원자로에서 제거한 방사능 연료봉을 저장하는 곳이다. 미국의 많은 원자로에선 핵연료저장조가 가득 찼다. 원전에 사고가 일어나거나 테러 공격이 있을 경우 큰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후쿠시마 관계자들은 예방적인 차원에서 ‘건식저장’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용후 연료봉을 콘크리트와 강철 통 안의 금속 용기 안에 넣고 봉인한다. 그리고 수동냉각(자연대류로 냉각)으로 연료의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연료가 방사능을 배출하지 않도록 물을 공급하는 데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후쿠시마의 건식저장된 사용후 핵연료 집합체 408개가 지진으로 굴러 다녔으며 일시적으로 쓰나미의 물결 속에 잠겼다. 하지만 그밖에 다른 피해는 없었다. 저장조의 사용후 연료와는 달리 건식저장된 연료는 즉각적인 위협이 아니었다. 소방호스로 물을 뿌리거나 헬리콥터로 물을 쏟아 부어서 식힐 필요가 없었다. “후쿠시마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로크봄, 라이먼, 스트래너헌이 썼다. “하지만 잘한 일에서도 마찬가지로 배울 점들이 있다.”

2014.02.2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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