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룰을 지켜야 경기도 살고 인기도 살아난다. | 2002년 7월13일 울산 문수경기장에 운집한 관중은 3만9천2백42명! 그 후, 3개월이 지난 10월16일 선두를 다투는 울산 현대 대 성남 일화의 경기를 보기 위해 문수경기장를 찾은 관중은 2천5백32명에 불과하였다. 월드컵의 성공을 등에 업고 뜨겁게 달아올랐던 K리그 인기가 어느 사이에 차갑게 식어버린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냄비근성 탓으로 돌리는 사람도 있고, 심판판정에 불복하고 경기장 난동까지 불사하는 감독과 선수를 탓하는 사람도 있다.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는데 싸움만 보고 온 다음부터는 경기장을 찾고픈 생각이 싹 가실 것이다. 어렵게 맞이한 한국 축구 중흥의 기회를 어떻게 해서라도 잘 살려야 할 축구협회의 고질적인 병폐도 한몫을 하였다. 한국 스포츠계에는 누구보다도 솔선수범을 해야 할 당사자들이 오히려 발전을 저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축구·야구·농구 하나씩 예를 들어보자. 필자는 히딩크 감독의 능력을 인정하고 그를 존경하지만, 만약 그가 한국 사람이었다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룰 수 있었을까 하는 질문엔 “No”라고 대답하고 싶다. 히딩크가 대표팀을 자기 뜻대로 이끌 수 있도록 축구계에서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간섭하다 성적이 부진하면 감독 흔들기를 시작했을 것이다. 차범근 감독이 처음 국가대표팀을 맡았을 때에는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과학적 축구를 구사하는 감독’이라며 찬사를 보내다 결국 징계까지 하며 쫓아내지 않았던가? 박항서 감독도 희생양이 되었다. 박감독 능력이 얼마나 좋은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축구협회 전문가들이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을 했다면 그의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 아닌가? 그런데 감독이 되자마자 흔들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계약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감독과 상의 없이 전횡을 휘두르다 감독의 반발을 사기에 이르렀다. 언론을 통해 불협화음을 접한 축구팬들은 ‘또 고질병이 시작됐구나’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에서 축구대표팀이 우승을 못했어도 그리 놀라지도 않았다. 얼마 전 스포츠신문에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KBS는 KBO와 77억원에 독점중계 계약을 맺으면서 정규리그 동안 지상파로 30회 이상 생방송을 중계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하면 중계권료의 두 배인 1백54억원을 위약금으로 주기로 한 계약이었다. 그런데 정규시즌 종료를 코앞에 둔 10월 중순까지 15회 정도 중계하는 데 그쳐 위약금을 내야 할 위기에 처했다는 내용이었다. 눈길을 끈 내용은 최근 KBS 간부로부터 양해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KBO 관계자의 말이었다. 그러면서 방송사를 상대로 위약금 청구소송을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난처해했다고 한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대표격인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KBO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작년에도 계약내용보다 중계횟수가 3회 정도 미달되었는데 그냥 넘어갔다고 한다. 일반 가정에서 아파트 전세계약을 할 때도 계약이 이행되지 않으면 위약금을 청구하는데, 명색이 한국 방송의 대표와 프로야구의 대표가 한 계약이 그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프로야구가 예전의 인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마케팅과 선수 연봉계약에서부터 시작하여 프로야구 제도에 이르기까지 경제원리가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KBO가 이를 주도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가고 있다. KBO가 30회 이상 중계 조건을 계약에 넣은 것은 지상파 방송을 통해 야구경기를 가능하면 많이 중계하게 함으로써 야구의 인기를 조금이나마 회복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방송사에 이런 제약을 부과하였으니 중계권료를 약간은 디스카운트해 주었을 것이다. 조건이 있으면 그에 상응한 양보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그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면, 그리고 가만히 앉아 있다면 손해를 보고도 가만히 있겠다는 것이다. 프로야구 이익을 위해 가장 열심히 뛰어야 할 KBO가…. 2002/2003년 시즌 개막을 앞둔 프로농구계가 한참 시끄러웠다. 소위 뒷돈 파문 때문인데, 이 때문에 서장훈 선수가 7억6천2백만원을 물어내게 됐다고 한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서장훈에게 1천2백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하면서 소속구단인 서울SK 나이츠에 당시 광고모델료 15억5천만원 중 연봉 보전성으로 평가된 7억5천만원을 전 소속팀에게 다시 돌려주라고 했다. 서울SK도 7천5백만원의 제재금을 선고받았다. 결과적으로는 전 소속팀인 SK만 좋게 됐다. 제재금 조금 내고 7억5천만원을 돌려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연봉계약을 하면서 발표한 연봉액보다 더 많은 돈을 뒤로 주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장훈은 광고모델료라고 주장하고 있고, KBL은 그 중 일부는 연금보전성 금액이라는 주장이다. KBL은 국내 스포츠스타의 최고 광고료인 2억원을 기준으로 서장훈의 광고활동 기간을 감안하면 9억원만을 광고모델료로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서장훈은 SK에서 받은 모델료는 SK에서 책정한 금액이고, 그에 따라 광고에 출연했을 뿐이라며 필요하다면 법률전문가에게 적법성 여부에 관한 자문을 받겠다고 대응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문제의 핵심을 스포츠스타의 광고모델료가 국내 톱 모델의 연간 2억원보다 높으냐로 보고 있다. 3억원으로 간주하면 3억원만 돌려줘도 되고, 모델료를 3억7천만원까지 인정해 준다면 연금 보전성으로 평가될 액수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의 핵심은 왜 구단이 뒷돈을 지급하였는가에 있다. 프로농구에는 샐러리 캡이란 제도가 있다. 미국 NBA에도 있는 제도이다. 팀 총연봉이 정해진 상한액을 초과할 수 없다는 제도이다. 재력 있는 팀이 돈을 미끼로 우수선수를 다 데려가면 팀간 전력의 불균형이 나타나게 되고 그러면 경기가 재미없어지기 때문이다. 샐러리 캡이 있으면 아무리 부자 팀이라도 우수선수를 독식할 수 없으니 전력 평준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다. 물론 연봉 상승을 억제하려는 의도도 있는 제도이다. 나름대로 좋은 취지를 지닌 제도인데, 이를 만든 구단이 앞서서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구단이 모여서 만든 KBL이 구단의 뜻을 받들어 샐러리 캡을 만들었는데, 구단이 몰래 규칙을 위반해 온 것이다. 그리고 KBL은 이를 조사하여 벌칙을 주었는데 선수에게만 가혹하게 처벌하여, 규칙을 어긴 구단은 오히려 이득을 보게 된 형국이다. 샐러리 캡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상한액이 적절하게 책정되어야 하고, 둘째는 모든 구단이 철저하게 준수하도록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한국 프로농구에서 이것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 조건 중 최소한 하나는 제대로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KBL 출범 초기에 상한액은 9억원이었다. 작년 시즌에는 10억5천만원이었고, 이번 시즌에는 11억5천만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한 팀에 14명의 선수가 있는데, 이들 연봉 합계가 11억5천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액수로 팀을 꾸리지 못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버렸다. 신문기사에 의하면 3억원에 계약한 이상민의 실제 연봉은 5억원이라 한다. 그러니 서울삼성 선더스로 이적한 서장훈의 연봉은 최소한 7억원은 될 것이다. 남는 4억5천만원으로 나머지 선수들을 꾸려나가기는 불가능하다. 상한액이 적정하게 책정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반론도 있다. 일부 스타급 선수들의 연봉에 거품이 들어갔기 때문이지 샐러리 캡은 적절히 책정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부 선수 연봉에서 거품만 제거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거품은 누가 만든 것인가? 아무리 전후사정을 따져보아도 구단의 잘못된 기업가 정신을 탓할 수밖에 없다. 프로농구의 발전과 구단의 공동이익을 위해 제도를 만들어 놓고, 개별구단이 조금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 몰래 위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너도나도 위반을 하다 보니 모두가 위반을 하는 우스운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두 번째 조건이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산업보다도 비즈니스다워야 할 프로스포츠 산업의 주체가 앞서서 비즈니스 룰을 어기고 있는 예를 보았다. K리그 열기가 너무나 빨리 허무하게 식어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았다. 주체가 되어야 할 연맹이 진정한 비즈니스를 선보이지 않고 아마추어적인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침체된 프로축구의 회복, 프로농구의 진일보를 기대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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