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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의 육수와 면발에 더위 싹~

비장의 육수와 면발에 더위 싹~

시원한 육수에 쫄깃한 면발로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여름철 별미인 냉면. 함흥식 · 평양식을 두고 최고를 가리던 대결구도에 최근엔 중국냉면까지 가세했다. 새콤달콤한 양념과 화려한 고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담박한 육수에 구수한 메밀면의 평양냉면, 눈물나도록 매운 양념장에 쫄깃한 면발의 함흥냉면, 이국적인 맛과 화려함을 보여 주는 중국냉면까지. 자신의 입맛에 맞는 냉면으로 여름철 무더위를 잊어보자.


평양면옥
평양 ‘대동면옥’후손의 30년 손맛

담박하다 못해 심심한 육수, 끈기는 없지만 구수한 메밀면. 원조 평양냉면 그 맛이다. 동치미를 섞지 않고 사태 · 차돌박이 · 설깃 · 양지머리 등 소고기 특수부위를 2시간30분 정도 고아 만든 육수가 특징이다. 간장 없이 소금으로 간을 해 ‘맹물’로 착각하는 손님도 있다. 그래서 돼지고기를 육수에 넣고 40분 정도 삶아내 옅은 갈색 빛을 입혔다.

다 끓인 육수는 불 끄기 전 · 식기 전 · 식은 후 · 차게 한 후 등 모두 4번에 걸쳐 기름기를 제거해 그릇 바닥이 또렷이 보일 만큼 맑다. 겨울에는 햇메밀을 사용할 수 있지만, 여름은 저장메밀을 써 끈기와 맛이 그만큼 떨어진다. 이를 보강하기 위해 메밀껍질을 그만큼 더 벗겨 낸다. 60㎏짜리 1포대 중 실제 사용하는 것은 30㎏ 수준. 따라서 메밀면을 삶아 낸 물인 면수의 맛과 향이 일품이다. 메밀면에 애착을 갖는 사람이라면 따끈한 온면을 시키는 것도 좋다.



연변냉면
과일 넣고 국자로 먹는 독특한 냉면

흔히 알려진 중국냉면이 육수에 얇고 가는 밀가루 면을 말아먹는 것과는 달리 연변냉면은 메밀에 10여 가지 곡물가루를 섞어 만들어 평양식 냉면과 흡사하다. 연변냉면은 중국으로 이주한 한국인들이 개발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면은 메밀과 도토리 전분을 섞어 뽑고, 육수는 소고기와 한약재를 함께 넣어 끓여낸 것이 특징. 메밀의 찬 성질을 보완해 줘 소화도 잘 되고 더위로 잃은 기력을 회복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명.

중국산 은이버섯을 비롯해 고기완자 · 메추리알 · 게살 · 등 육 · 해 · 공을 망라한 재료를 고루 쓴 것은 물론 수박 · 토마토등의 과일을 얹어 화려하게 장식했다. 먹는 방법도 특이해 국자에 면 · 육수 · 고명을 적당히 얹어 한입에 들이킨다. 입안을 꽉 채우는 포만감에 이어 재료 간의 조화가 맛깔스럽다. 물냉면엔 배와 소고기를 갈아 만든 다대기를 곁들이기도 한다.



함흥곰보냉면
군더더기 없는 매운맛과 육수의 조화

한국전쟁 당시 함흥에서 피난 온 냉면기술자 내외가 광장시장 맞은편 좌판에서 시작한 것이 벌써 48년째다. 함흥곰보냉면이라는 이름은 간판 하나 없이 장사하던 시절, 주인 내외 모두가 곰보라는 데서 단골들이 붙여준 이름. 주방장은 여전히 곰보 내외의 후손이 맡고 있다. 육수는 사골과 잡뼈를 뽀얀 국물이 우러날 정도로 장시간 고아낸 후 기름기만 제거하고 대파 · 양파 · 무 · 생강 등을 넣어 재탕하면서 느끼한 누린내를 없앤다.

고구마 전분으로 면을 뽑아내므로 면수는 따로 내지 않는다. 끓는 물에 면이 가장 맛좋게 익는 타이밍을 맞춰 내는 것과 차가운 물에 얼마나 잘 헹궈 쫄깃한 상태를 유지하느냐가 명가의 노하우다. 눈물 나도록 매운 비빔면의 짜릿함과 뜨거운 육수의 절묘한 조화, 절반 정도 남은 비빔면에 육수를 말아 먹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매화
화려한 고명과 야채즙 첨가한 건강면

매화의 중국냉면 역사는 해방 전 시할아버지가 경영했던 명동 ‘금락원’에서 시작된다. 그 뒤를 2대인 시어머니가 이어오다 지난해엔 3대인 며느리가 손맛을 전수받았다. 여름철 간편식이지만 이곳에선 육수부터 면 · 고명까지 고급화했다.보통 간장, 소금, 설탕에 약간의 향신료를 곁들이는 게 일반적인 중국냉면 육수지만 여기서는 소고기 · 닭고기 · 해물을 고은 후 몇 가지 향신료가 첨가된 육수를 쓴다.

또 시금치겲?등 야채즙을 첨가해 얇고 쫄깃한 건강면을 개발했다.고명도 오향장육 · 오이채 · 당근채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우 · 해삼 · 갑오징어 · 해파리 등 다채롭다. 보양식으로도 손색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5,000원이라는 가격이 싸게 느껴질 정도.



[지역추천냉면집]


명동함흥냉면
유난히 입 안 가득 침샘을 고이게 하는 함경도식 냉면. 양념장의 매콤함이 코끝을 자극할 때마다 들이키는 소꼬리 육수가 일품이다.
02-776-8430 / 09:30∼22:00 / 물냉면 · 비빔냉면 · 회냉면 섞기미 5,500원,
홍어회 수육 1만6,000원, 수육 1만6천원 / 명동 유투존 후문 뒷길 맞은편 상가 뒤


대원옥
메밀 함량이 높은 면발 덕에 식후에도 입안에 메밀 향이 풍긴다. 평양식 냉면답게 면발이 굵고 부드럽다. 육수 역시 담백하고 시원한 것이 특징, 돼지고기 수육과 콩나물 무침이 별미다.
031-255-7493 / 11:00∼21:00 / 물냉면 비빔냉면 5,000원 / 수원 팔달문(남문)에서 서울 방면으로 300m 직진 백내과 맞은편 삼익피아노 뒤


필동면옥
연하디 연한 고기 맛이 입안에 느껴질 듯한 육수. 그 안에 메밀 향을 다치지 않게 끌어 내는 맛이 좋다. 오래오래 씹을수록 그 맛의 깊이가 점점 더해가는 게 매력적이다.
02-2266-2611 / 09:00∼21:00(매월 둘째, 넷째주 일요일 휴무) / 물냉면 비빔냉면 6,000원, 만두 6,000원, 수육 1만3,000원, 제육 8,000원, 사리 3,500원 / 충무로 역 2번 출구 10m 직진 대한극장에서 행복웨딩홀을 끼고 좌회전 50m 직진 삼거리에서 좌회전 5m 직진


화원
토종닭으로 1차 육수를 뽑은 후 마늘, 대파, 당근 등을 첨가해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살리는 게 포인트. 먹기 전 마늘 · 참기름 · 땅콩버터를 첨가하면 느끼한 맛을 잡을 수 있다.
02-323-2010 / 11:00~21:30(매월 첫째, 셋째 일요일 휴무) / 중국냉면 6,000원 / 홍대입구역 하차, 서교호텔 뒤 서교쇼핑을 끼고 우회전 1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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