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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블로그? 소비자 찾아가라!

비즈니스블로그? 소비자 찾아가라!



본격화한 블로그마케팅 지난 5월 치즈 신제품 ‘유기농 맑은치즈’를 출시한 서울우유는 다음달인 6월부터 주부 포털사이트 아줌마닷컴에 블로그를 개설했다. 제품의 TV 광고에 대한 소감이나 제품을 먹는 자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 이벤트를 열어 참여한 소비자들에게 추첨을 통해 제품을 보내줬다. 김원규 서울우유 치즈마케팅 담당 계장은 “치즈는 유아·어린이들이 주로 먹는데, 구매자들은 주부다. 그래서 주부 포털에 블로그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6월부터 11월까지 약 2만명의 주부들이 유기농 맑은치즈 블로그를 방문했다.블로그를 직접 운영한 김계장은 “주부들이 제품에 대한 개선점이나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판촉물 아이디어를 적극 제안해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주부들은 전국의 수많은 유통업체에 제품이 진열된 모습까지 사진으로 올려줬다. 덕분에 서울우유는 세밀한 시장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두산 주류BG(사업부)는 지난 10월 싸이월드에 올해 리뉴얼한 전통주 브랜드 ‘청하’의 미니홈피를 만들어 쏠쏠한 재미를 봤다. 미니홈피를 오픈한 지 7주 만에 100만명의 네티즌이 미니홈피에 다녀갔던 것이다. 비용 절약과 마케팅효과 모두 자체 사이트(청하닷컴)만 있을 때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김운성 청하 브랜드 매니저는 “올 5월 청하닷컴만 있을 때는 고객 1인당 광고비로 800~1,000원 정도 사용했지만 블로그를 개설한 뒤 1인당 광고비가 300원 미만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두산은 또한 자체 사이트에 고객을 유입하는 관문으로 블로그를 활용하고 있다. 김차장은 “청하 미니홈피를 보고 청하닷컴에 오는 고객들도 급증하고 있다”며 “청하닷컴에는 소수의 마니아들만 찾아와 홍보가 어려웠다. 그러나 블로그에는 다수의 타깃 고객층에게 제품을 노출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달 만에 100만명 모은 미니홈피 외식업체 아웃백스테이크도 지난 10월부터 싸이월드에 미니홈피를 만들어 좋은 성과를 얻었다. 한달도 안 되서 방문객 100만명을 돌파했고, 12월10일 현재 약 180만명이 다녀갔다. 미니홈피를 통해 아웃백에서 식사하는 사진 올리기, 아웃백 관련 단어 만들기 등 온라인 이벤트를 벌여 참여자에게 식사권이나 샐러드 교환권을 나눠줬다. 장석현 아웃백 마케팅 매니저는 “싸이월드 이용자와 아웃백 고객층이 겹쳐 기획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100만명 정도 오면 성공이라고 봤는데 기대치를 훨씬 넘었다”며 “포털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온라인 광고를 할 때 한달에 5,000만원쯤 드는데, 미니홈피는 집객효과가 더 뛰어나면서도 이용료는 월 3,000만원이라 가격 대비 효과도 좋다”고 말했다. 블로그가 붐을 일으키면서 블로그를 활용해 마케팅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기업들이 많다. 싸이월드가 운영하는 이른바 ‘브랜드 미니홈피’는 12월6일 현재 총 93개다.(이벤트 종료된 것 포함) 두산의 청하, 아웃백스테이크 같은 브랜드는 물론, ‘말죽거리 잔혹사’ 같은 영화도 미니홈피를 이용한다. 주부 포털 아줌마닷컴도 ‘비즈블로그’를 운영한다. 서울우유의 유기농 맑은치즈를 비롯해 빙그레의 발아현미우유, 애경의 남성용 화장품 포춘 등이 주부들과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이 블로그를 이용한다.싸이월드와 아줌마닷컴의 경우, 일찌감치 블로그의 사업성을 눈여겨보고 기업용 상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일찍이 국내에 블로그 문화를 전파했던 네이버에는 공식적인 기업용 블로그가 없다. 블로그를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방침 때문이다. 그럼에도 네이버 블로그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이들은 있다. 노유승 ING생명보험 보험설계사도 그런 이들 중 하나다. 노씨는 지난 9월부터 네이버에 블로그를 만들어 보험영업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노씨는 “초기에는 블로그에 묵묵히 자료만 올렸다. 보험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130건 정도 올리고, 네이버 지식검색 코너에 보험 관련 질문이 나오면 부지런히 답글을 달았다. 답글이 400여건쯤 될 정도로 DB가 쌓이면서 검색 결과에 내 글들이 걸리기 시작했다. 그 글을 보고 연락하는 예비고객들이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다”고 말했다. 노씨의 블로그 영업 실적은 나름대로 알차다.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석달 동안 40여명에게 이메일이나 전화를 받았고, 그중 4명과 계약을 한 것이다. 10%의 성공률이다. 지금도 하루에 한 번쯤 연락이 온다. 검색사이트 블로그라서 게시물이 검색 화면에 뜬다는 점을 잘 활용한 것이다.

블로그로 보험 영업도 그러나 블로그 마케팅이 언제나 성공만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푸르덴셜생명보험은 자사 라이프 플래너(LP·보험설계사)들을 소개하는 사이트 ‘마이LP닷컴’에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과 LP들의 관계를 돈독히 하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찾는 고객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여러 LP들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면 게시물들의 조회수는 대부분 10~30회에 불과하다. 기존 고객뿐 아니라 예비 고객들도 찾지 않는다. 문종원 푸르덴셜생명 LP는 “블로그를 통해 고객들과 관계를 만들고 싶었지만 고객들이 잘 찾아오지 않는다. 고객들이 생소한 사이트를 굳이 찾아갈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타깃 소비자가 많은 사이트가 아니면 블로그마케팅 효과가 적다는 얘기다. 미국의 ‘성난 암소’(raging cow) 블로그도 실패 사례로 꼽힌다. 이 암소는 매일 자신의 블로그에 ‘목장 안 인테리어 감각이 형편없다’ ‘목장 주인이 젖을 짤 때 우유를 흘리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식의 글을 올렸다. 누군가가 암소인 척한다는 것을 짐작하면서도 미국인들은 이 암소에 열광했다. 사실 이 암소는 음료업체인 닥터페퍼·쎄븐업사의 신제품 유가공음료 ‘성난 암소’의 캐릭터였다. 블로그도 이 회사가 운영했다. 닥터페퍼·쎄븐업은 제품 출시에 앞서 블로그로 주목을 끌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 사실이 알려지자 뜻밖에 ‘성난 암소’ 불매 운동이 일어나 블로그는 문을 닫았다. 미국 소비자들이 사랑한 것은 온라인 상의 성난 암소 캐릭터였지, 유가공 음료가 아니었던 것이다. 소비자들은 순수하게 애정을 보냈던 캐릭터가 상업적인 용도임을 알고 화를 냈다. 블로그마케팅은 기업과 소비자가 솔직하게 커뮤니케이션할 때 통한다는 점을 환기시키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소비자 관심사 읽어야 박정현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요즘 소비자들은 자신과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기업이 관여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특정 제품 동호회가 생기는 것이 그 예”라며 “블로그마케팅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브랜드 커뮤니티를 확대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이민훈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기업들은 블로그마케팅에 나설 때 어떻게 해야 효과를 볼지 사전에 꼼꼼히 전략을 세우지 않고 일단 사람을 모으는 일에만 신경을 쓴다”며 “블로그마케팅 효과를 보려면 그보다는 제품의 브랜드 파워에 의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도록 유도하는 소비자클럽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성공 사례1
두산은 청하 브랜드를 리뉴얼하면서 미니홈피를 만들어 광고비용을 50% 아끼고 소비자 노출 효과는 두배 높였다. 또한 미니홈피에 온 소비자들을 청하 사이트로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데도 성공했다.

성공 사례2
서울우유는 신제품 유기농 맑은치즈를 출시하면서 주부 포털 아줌마닷컴에 블로그를 만들어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주요 구매층인 주부를 성공적으로 공략한 덕분이다. 주부들은 입소문도 내주고 생생한 시장 정보도 알려줬다.

실패 사례
미국의 음료회사 닥터페퍼·쎄븐업은 신제품 유가공음료 ‘성난 암소’(raging cow·그림) 출시 전략으로 캐릭터를 의인화한 블로그를 운영했다가 낭패를 봤다. 상업적 캐릭터임을 숨겼다가 뒤늦게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속았다는 마음에 불매운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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