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언제나 똑같은 또 한편의 힙합 신화

언제나 똑같은 또 한편의 힙합 신화

New Star, Old Story

더 게임’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제이시온 테일러(25)는 총알 다섯 발을 맞은 적이 있다. 굉장한 얘기같지만 사실 힙합계에서는 아주 진부한 스토리일 뿐이다. 키가 1m96cm인 테일러는 캘리포니아 콤턴(많은 래퍼들을 배출한 동네로 유명) 출신으로 NBA 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부족한 등록금을 채울 요량으로 마약을 팔다 워싱턴주립대학에서 퇴학당했다.

“총을 맞아 혼수상태에 빠질 때까지 내게는 마약이 전부였다. 이웃 사람들이 죄다 그렇게 살았다. 총탄 몇방처럼 인생을 제대로 변화시켜 주는 것도 없다. 퇴원 후 동생을 시켜 드레·스누프·N.W.A.·큐브 등 옛날 앨범을 전부 사오게 했다. 그리고 곧 내 노래를 썼다. [여기서 판에 박힌 얘기 또 하나!] 마약을 팔아 번 돈으로 녹음비를 충당했다.”

그리고 찾아온 행복한 결말. 아니, 행복의 시작. 그는 닥터 드레의 애제자가 됐다. 1월 말에 출시한 데뷔 앨범 ‘더 다큐멘터리’(The Documentary)는 벌써 올해의 블록버스터가 될 조짐이 다분하다. 싱글 ‘How We Do’는 지난해 말부터 라디오 방송을 탔다. 참신한 가사와 ‘더 게임’의 당당하고 정확한 발음이 어우러진 이 완벽한 클럽믹스는 게스트이자 공동 프로듀서인 ‘50 센트’의 랩으로 더욱 힘을 얻는다.

앨범은 쿵쾅거리는 갱스타랩들로 채워지며 ‘드레는 빈민가에 있던 나를 발견했지/ 나는 한 손에 총을 쥐고 그 물건을 팔고 있었지’라고 노래한다. 이 노래는 웨스트 코스트 랩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래도 좀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면 메리 J. 블라이지가 참여한 생동감 넘치는 ‘Don’t Worry’를 들어보라. 하여간 이 음반은 발매 첫주에만 50만장이 팔렸으니 순위 차트의 톱5 자리는 떼어놓은 당상이다.

그러나 타일러는 이 모든 게 아직도 잘 실감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랩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진짜 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2001년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그와 동생은 ‘더 게임의 노래모음집’을 만들었다. ‘모음집’은 콤턴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저 동네 사람들이나 들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드레가 나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한편 그는 아직도 농구에 미련이 많다. “하지만 지금 내게 주어진 기회나 일이 싫다는 말은 아니다. 장학금을 놓친 게 아직도 후회스럽지만, 그렇다고 주춤거리고만 있지는 않는다.” 농구를 못하게 된 것에 안타까운 위로가 필요한가? 아니, 전혀.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시중은행 해외 진출…다음 공략지는 동유럽 되나

24대 은행 해외법인 순익…신한 ‘맑고’ KB ‘흐림’

3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파행...노조, 기자회견 예고

4쿠팡 PB 상품 우선 노출했나...공정위 심의 하루 앞으로

5일동제약 우울장애 치료제 '둘록사'...불순물 초과로 회수 조치

6‘오일 머니’ 청신호 켠 카카오모빌리티…사우디 인공지능청 방문

7‘레녹스 합작법인’ 세우는 삼성전자가 노리는 것

8고령화에 日 기업 결단...줄줄이 '직책 정년' 폐지

9여름 아직인데 벌써 덥다...덩달아 바빠진 유통업계

실시간 뉴스

1시중은행 해외 진출…다음 공략지는 동유럽 되나

24대 은행 해외법인 순익…신한 ‘맑고’ KB ‘흐림’

3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파행...노조, 기자회견 예고

4쿠팡 PB 상품 우선 노출했나...공정위 심의 하루 앞으로

5일동제약 우울장애 치료제 '둘록사'...불순물 초과로 회수 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