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계] 요리를 알면 경영이 보인다① 송로버섯과 돼지 이야기 비즈니스 식탁서 해볼만
- [현장중계] 요리를 알면 경영이 보인다① 송로버섯과 돼지 이야기 비즈니스 식탁서 해볼만
부자들이나 성공한 기업가들은 식사하면서 일 얘기를 하지 않는다. 요리와 와인을 말하고 세상을 평한다. 그렇게 웃고 담소한다. 그들에게 식사는 탐색과 커뮤니케이션의 시간이다. 사업 이야기는 그 다음에 이루어진다. 세련된 비즈니스의 전형이지만 한국의 CEO들에게 부족한 점이다. 이에 「이코노미스트」는 송희라 세계미식문화연구원장과 함께 ‘음식평론 CEO 과정’을 12회 연재한다. 세계 경제의 중심지 월스트리트에서 식사는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한 끼니가 아니다. 그들에게 식사는 비즈니스다. 부유한 고객과 마주 앉은 전문가는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판단 대상으로 삼는다. 그들은 식사 습관에서 성격까지 알아낸다. 월스트리트맨에게는 부자 고객과 식사 속도가 같아야 하며 무엇보다 음식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말이 별로 없는 부자와 한정된 시간에 최대한 표현을 많이 해야 하는 자산관리 매니저, 이들 사이에는 일 얘기가 오가지 않는다. ‘담소’라고 할 만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테이블 위 음식들과 함께 놓인다. 진검승부가 찰나에 이루어지듯 부자와 전문가들의 ‘진짜 대화’도 짧다. 식사를 통해 상대방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말보다 행동이 진실한 법이다. 한국 경영자들에게 부족한 것은 이런 비즈니스형 식사는 월스트리트에서만 통용되는 게 아니다. 시간이 돈인 경쟁사회에서 식사 시간은 자신이 가진 경쟁력의 품질을 결정한다. 글로벌 비즈니스에 완전하게 노출된 한국 경영자들에게도 식사는 더 이상 ‘먹는’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몇 분간의 의례적인 인사가 끝나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우리 현실이다. 글로벌 비즈니스와 동떨어진 ‘우물 안 비즈니스’다. “서양요리를 코스로 먹을 경우 길면 3시간까지 갑니다. 일 얘기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이럴 때 나오는 얘기 주제들이 골프·와인 등인데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가라면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도 중요하죠. 특히 요리에 관한 스토리를 알고 있다면 금상첨화지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3대 진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송로(松露·Truffle)버섯은 훈련된 돼지를 이용해 찾아요. 주로 떡갈나무 숲 땅속에 있는데 냄새를 맡은 돼지가 땅을 파서 찾아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얘기를 들으면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만 모르는 얘기를 할 때는 귀를 기울입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죠.” 송희라 세계미식문화연구원장의 말이다. 그런 점에서 9월 29일 저녁 서울 광장동에 위치한 국내 최초의 6성급 호텔인 W호텔 ‘나무’ 레스토랑에서 진행된 ‘음식평론 CEO 과정’은 주목할 만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이 개설한 국내 최초의 이 학습 과정에는 바쁜 목요일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40여 명의 경영자가 신청했다. 이날 진행자는 국내 음식평론가 1호로 평가받는 송희라 원장. 그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분들과 식사해 보면 그들이 받는 사회적 존경에 비해 테이블 매너가 한마디로 형편없다는 것을 느낀다”며 “해외에 나가면 격에 맞는 행동을 해야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교육받을 기회도 없었을 뿐 아니라 회사에 신경 쓰고 일하다 보니 ‘아무렇게나’ 행동한다는 게 습관화됐다는 것이다. 송 원장은 “한국 경영자들의 테이블 매너는 평균 70점 정도”라며 “해외의 성공한 기업가들은 자연적이고 세련된 식사를 한다”고 말했다.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나무’ 레스토랑에서 시작된 음식평론 과정의 첫 시간. 주방장 매튜 찰스 울포드가 준비한 음식의 주제는 ‘아시아의 따뜻함’이었다. 폭넓은 몸매가 인상적인 울포드는 태국과 싱가포르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일급 주방장. 토마토로 만든 티(Tea)로 시작된 그의 음식이 차례로 식탁에 놓이고 송 원장의 설명이 이어지면서 식탁은 왁자지껄함으로 덮였다. “이 과정을 꼭 들어보고 싶어 부여에서 3시간이나 달려왔다”는 김동희(72) 부여노인전문병원 원장은 “대한민국에서 이런 문화를 배울 수 있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솔직한 고백으로 좌중의 수긍 어린 웃음을 자아냈다. 송 원장의 테이블 매너 강의가 시작되자 참석자들의 귀가 커졌다. “가장 좋은 식사법은 자연스럽게 식사하는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실수하는 게 양팔을 좍 벌리고 식사하는 건데요. 의외로 이게 잘 안 됩니다. 어려서부터 교육받아야 하거든요. 어깨와 팔이 함께 아래위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손목의 스냅을 이용한 팔놀림을 해야 합니다.” 품위의 온도계 포크와 나이프 송 원장의 컨설팅이 있을 때마다 참석자들의 일사불란한 벤치마킹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관행으로 굳어진 경직된 근육은 혁신의 장애물이었다. 혁신의 어려움은 기업 현장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굳어진 머리와 딱딱해진 혀를 풀고 이제까지 해오던 것과 다른 방식을 배우는 과정은 기업 혁신 이상의 일이었다. 다음은 송 원장의 특강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우선 와인 잔을 부딪치는 ‘토스트(TOAST·건배)’를 할 때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부딪치는 잔에 눈길을 둔다. 토스트는 잔의 부딪침을 통해 만남의 어색함을 해소하는 눈길을 교환하는 것이지 잔의 만남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기회 있을 때마다 잔을 부딪치는데 원래는 시작할 때 한 번만 하는 게 원칙이다. 굳이 멀리 있는 사람과 토스트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수고도 불필요한 행동이다. 특히 와인 잔은 깨지기 쉬워 조심해야 하며 부딪칠 때는 잔의 볼록 나온 볼 부분을 맞대야 소리도 좋다. 숟가락·젓가락을 사용하는 한국인이 자주 실수하는 게 포크와 나이프 사용법이다. 왼손에 포크, 오른손에 나이프를 잡고 고기를 자를 때 포크는 구부러진 안쪽(놓으면 위쪽)이 본인과 접시 바닥을 바라보도록 해야 한다. 말하는 데 열중한 나머지 포크나 나이프로 하늘을 찌르거나 상대방을 겨누는 이들이 간혹 있는데 절대 삼가야 할 행동이다. 가끔 왼손에 포크, 오른손에 나이프를 잡고 고기를 자른 후 오른손으로 포크를 잡고 자른 고기 조각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매너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한국인의 실수는 이 두 도구를 접시 위에 놓을 때 흔히 일어난다. 식사 중 포크와 나이프를 접시 위에 놓아야 할 때는 나이프가 아래로, 뒤집어진 포크가 위로 가게끔 가위표(8시20분 방향·그림1 참조) 모양으로 놓아야 하고 식사가 끝났을 때는 둘 다 4시20분 방향으로 나란히 놓는다. 이때 포크는 아랫부분이 하늘을 향하도록 뒤집어 놓고 나이프의 날은 상대방 쪽이 아닌 안쪽, 즉 포크를 향하도록 놓는다(그림2). 나이프를 놔두고 포크 하나만 사용하다 접시에 놓을 때는 포크 안쪽이 하늘을 향하게 놓는다(그림3). 또 한 가지 유념할 것은 식사하면서 식탁에 팔을 얹는 행동인데 이 또한 삼갈 일이다. 잔을 엎지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식사가 끝난 후에는 괜찮다. 제공되는 핑거볼을 갈증 해소(?)에 이용하거나 손을 세척하는 데 사용하는 이들이 있는데 사실은 손끝만 살짝 담가야 한다. 와인도 마시는 법이 있다 와인은 육감으로 마시는 술이다. 너무 격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와인은 ①눈으로 즐기고 ②색을 감상하며 ③향에 취하고 ④혀로 맛을 본다. 이 중 향이 70%를 차지하고 맛의 역할은 20%쯤 된다. 마시는 법은 ①잔을 잡고 ②잔 위에서 아래로 잠시 내려다본 다음 ③향을 맡아보고 ④흔들어 냄새를 맡는다 ⑤ 소주 한 잔 정도의 양을 마신 후 ⑥입에 머금고 액체가 흘러내리지 않게 산소를 살짝 흡입한다. 산소와 섞인 와인은 독특한 맛을 낸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인간이 친해지기 위한 세 가지로 식사와 목욕, 그리고 잠자기를 꼽는다. 본능을 ‘함께’ 충족시키는 ‘동료’인 까닭에 다른 무엇보다 짙은 친밀감을 단시간에 느낄 수 있다. 인류학자인 마크 밀러는 “음식은 경험을 통해 공유하는 언어이자 문화적 인식”이라며 “요리사가 하는 일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인식 시스템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9월 29일 밤 그 말은 옳았다. 사교 모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40여 명의 참가자는 금세 친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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