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일러스트:김회룡·aseokim@joongang.co.kr | 단순히 돈을 빌린 뒤 이를 갚지 못하는 것은 민사상 청구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사기의 ‘고의’, 즉 아예 처음부터 갚지 않으려는 불순한 의도나 이에 대한 개연성이 없었다면 형사적인 책임은 원칙적으로 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실생활에서 많이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그 대금을 갚지 않는 경우다. 신용카드사나 전문적인 채권추심 업무 담당자는 연체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을 가하는데, 거기서 빠지지 않는 게 바로 ‘사기죄’로 고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용카드의 경우에도 일반적인 채무 불이행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갚지 않으려는 마음을 먹고 신용카드를 과다 사용한 경우(또는 갚지 못할 상당한 가능성을 인식한 채 사용한 경우)에만 사기죄가 성립된다. 그동안 우리 법원에서는 신용카드의 과다 사용에 대해 민사적인 책임은 별론으로 치더라도 형사적인 책임까지는 묻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형사적으로 사기죄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례가 계속 나오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갚을 능력이 없는 데도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대금을 연체한 것은 사기죄에 해당돼 형사 처벌 대상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는 신용카드 대금을 갚지 않은 것은 사기가 아니라는 지난해 11월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 8월 22일 대법원 2부(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신용카드 대금 5350만여원을 갚지 못해 사기 혐의로 기소된 장모(33·여)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는데,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카드 회사에 대금을 성실히 갚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한다”며 “이미 과다한 채무가 있었는데도 계속 물품을 구입하고 현금서비스를 받은 것은 범죄 의도를 갖고 카드사를 속인 행위”라고 밝혔다. 대구지법 형사항소4부 역시 지난달 27일 카드대금 1300여만원을 갚지 않아 사기죄로 기소된 김모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2004노1637)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을 취소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일시적인 자금 경색 등의 이유가 아니라 과다한 채무 누적 등의 이유로 사용대금을 결제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가맹점이나 현금자동지급기 등의 인적·물적 도구를 통해 직접 카드 사업자에 대해 이른바 무전취식의 경우처럼 결제 의사와 능력이 있는 듯한 기망 행위로 사용대금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편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러한 유형의 사기 범행은 범인과 카드 사업자 사이에 가맹점이나 현금자동지급기 등이 인적 또는 물적 도구로서 개재한 것일 뿐 그 법적 성질이 일반의 대출금 사기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카드 연체도 그 규모나 연체 기간, 구체적인 연체 행태 등을 참작해 단순한 민사책임 외에 형사 책임까지 부담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POINT □ 카드 연체의 경우에도 그 규모나 연체 기간, 구체적인 연체 형태 등에 따라 민사책임 외에 '사기죄' 의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 □ 최근 우리 법원은 카드 연체에 대한 형사책임을 점점 넓게 인정하는 경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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