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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창업 다이어리(23) 야구선수 출신 CEO 박철순]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온 ‘불사조’

[스타 창업 다이어리(23) 야구선수 출신 CEO 박철순]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온 ‘불사조’

한국에서 프로야구가 출범했던 1982년. 그때 한 시즌 최다 연승(22승) 기록 수립, 원년 MVP, 숱한 부상에도 불구하고 불사조처럼 마운드로 돌아오고야 말았던 선수가 있다. 바로 박철순(52)씨다. 많은 야구팬은 1997년 서울 잠실야구장과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든 그의 은퇴식을 가장 감동적인 장면으로 손꼽는다. 그렇게 아쉬움을 남기고 사라졌던 그가 ‘불사조’라는 별명답게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야구 글러브가 아닌 골프 클럽을 손에 쥐었다. 그는 LCD 모니터 부품과 골프 관련 스포츠용품을 제작하는 (주)모든테크와 스포츠용품을 판매하는 알룩스포츠의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다. 선수시절 부상 때문에 접했던 다양한 기능성 스포츠용품들을 은퇴 후 자연스럽게 사업 구상으로 연결시켰다. 일본에서 치료받으면서 만난 골프 클럽 제작자를 통해 골프와 관련한 사업 아이디어도 얻었다. “기능성 스포츠용품이나 골프 용품은 대부분 외국 제품을 많이 사용합니다. 국내 기술력이 외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데도 그러니까 안타깝더라고요. 소비자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국산 브랜드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 싶었죠.” 그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나선 사람은 박철순 회장의 고교 후배이자 (주)모든테크의 대표이사인 김백선(40)씨다. 당시 김 대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던 중이었다. 한 모임에서 만난 그들은 윈-윈 전략으로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은 그들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팬들은 사업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지금껏 쌓아온 이미지에 나쁜 영향이 미칠까 우려했다. 김 대표도 이런 걱정 어린 시선과 마주쳐야만 했었다. ‘운동선수를 사업에 끌어들여 어쩔 셈이냐’ 같은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졌지만 2003년 5월 박철순씨는 과감히 (주)모든테크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김 대표와 함께 본격적으로 스포츠용품 사업을 준비해 나갔다. 3년간의 노력 끝에 2005년에 알룩스포츠(www.alrook.com)를 설립하고 기능과 디자인을 접목한 은나노 음이온 발생 골프 전용 팔찌 ‘N.S.P.A(Nano Silver & Pearl Anion)’를 출시했다. 음이온은 일반적으로 자율신경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 노화방지,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알룩스포츠는 음이온을 발생하는 금속에 실리콘 펄 밴드를 부착해 항균, 항취 기능을 높인 것이 특징. 음이온이 발생하는 금속 부분은 99.9%의 은과 백금보다 고가인 팔라듐과 로듐, 금 등의 순서로 4회 이상 도금해 금속 알레르기의 걱정을 덜었다. 현재 국제 특허도 출원한 상태다.

오전 6시30분이면 벌써 출근
“저희 제품은 시중에 나와 있는 것들에 비해 디자인적 요소가 뛰어납니다. 이제 기능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잖아요. 소비자들은 기능이 같다면 좀 더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을 선호합니다. 스포츠용품도 트렌드를 따라야겠죠.” 음이온 팔찌의 가격은 5만6000~30만원으로 타사 제품에 비해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색깔과 디자인이 다른 30가지 종류의 제품을 갖추고 있어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 골퍼들을 위해 출시한 제품이지만 직장인들의 구매율도 높다. “제품 출시 당시 중국산 저가 음이온 팔찌에 대한 문제점이 터져 나왔습니다. 저를 비롯해 직원들, 지인들 모두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매출이 증가하더군요. 소비자 앞에서 직접 테스트를 하고 제품의 차별화와 특성을 적극적으로 알렸더니 저희 제품을 안심하고 구입하셨습니다.” 음이온 팔찌는 국내 메이저급 온라인 쇼핑몰과 전국의 스포츠용품 매장을 통해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다. 3월에는 골퍼들의 집중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준비한 아로마 목걸이와 기능성 이너웨어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너웨어는 특허 출원한 음이온 발생 실리콘을 섬유에 첨가한 차세대 스포츠웨어다. 원단에 황토를 첨가한 속옷도 있다. 골프 클럽도 개발 중이다. 일본 메이저 골프 클럽 제조업체와 제휴, 외국 제품에 뒤지지 않는 국산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경기도 의왕시 고천동에 위치한 알룩스포츠의 건물 3층에는 초고속 카메라를 설치해 스윙을 분석하는 스윙 분석실도 마련했다. 명실상부한 국내 명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박철순 회장은 회사에서 가장 먼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사람이다. 출근 시간은 오전 8시30분까지이지만 6시30분~7시 사이면 어김없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다. 독특한 습관도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반드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업체와 조직에 대한 예의다. 이것은 선수시절부터 이어온 습관이다. “야구장에서 선수는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관객과 야구장에 머리를 숙입니다. 경기를 하는 야구장과 찾아준 팬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것이죠. 그것이 기본 예의입니다.” 그는 직원들에게 항상 기본을 강조한다. 한없이 부드러운 그이지만 기본을 지키지 않는 직원에게는 가차없이 불호령이 떨어진다. 직원 모두가 기본에 충실하며 꾸준히 노력한 결과 (주)모든테크의 지난해 매출액은 116억원, 영업이익은 5억5000만원을 기록하며 관련 업계에서 꾸준히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건물 2층에 마련된 박 회장의 방에는 특별한 액자가 걸려 있다. 다름 아닌 영구 결번된 그의 등번호 21번이 새겨진 야구 유니폼 액자다. 영구 결번은 뛰어난 실력과 인격을 갖춘 선수의 등번호를 다른 선수가 사용하지 않는 관습이다. 야구선수에게는 그야말로 ‘꿈’ 이상인 셈이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액자를 바라보며 수없이 반복된 좌절과 영광을 항상 되새긴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는다. 불사조는 제2의 성공을 위해 다시 한번 날개를 활짝 펼쳐 힘찬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박철순 의 스포츠용품 사업 TIPS

기본 원칙에 충실하라
운동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 자세다. 기본기를 충실히 다져야 발전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스포츠용품 사업도 마찬가지다. 중국산 저가 팔찌 같은 악재가 있었지만 우리는 손님들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 제품을 만들어냈다. 결국 손님들은 우리에게 등을 돌리지 않았다.

제품에 과학적 기능과 디자인을 입혀라
은나노 음이온 실리콘 펄 밴드, 아로마 펜던트 목걸이, 기능성 이너웨어 같은 알룩스포츠 제품은 모두 제품에 첨단 과학의 기능과 세련된 디자인을 입힌 첨단 상품들이다. 손님들은 평범한 기능만으로는 더 이상 만족하지 않는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모양은 지루할 뿐이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 나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을 선호한다는 걸 잊지 말자.

매스티지(mastige·대중적인 명품)을 지향하라
기능성 스포츠용품과 골프용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비교적 가격에 민감하지 않다. 이들은 명품 브랜드를 선호한다. 희소성이 있는 명품은 쉽게 사들인다는 얘기다. 우리는 이 고급 손님층과 그 아래에 있는 손님층을 모두 다 대상으로 하는 매스티지, 즉 대중적인 명품을 내놓았다. 일반 손님층도 잡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명품 브랜드보다는 폭이 더 넓은 손님층을 타깃으로 삼는 게 중요하다. 알룩스포츠는 국내 브랜드의 명품 스포츠용품 업체로 커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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