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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왕국’ 투르크메니스탄을 가다] 국내선 왕복 항공료가 3달러

[‘가스왕국’ 투르크메니스탄을 가다] 국내선 왕복 항공료가 3달러



김일성을 벤치마킹한 나라?태양을 따라 회전하는 금으로 도금한 동상은 개인 우상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대졸 학생 평균 임금은 월 80달러. 공무원 기준이다. 많지 않은 외국계 기업에 취직하면 월 150~300달러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대학을 졸업해 최고 직장인 공무원이 돼 봐야 연간 소득이 1000달러가 안 된다. 이렇다 할 제조업이 없는 투르크메니스탄에는 실업자도 숱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자료에 따르면 실업률이 60%에 달한다(사실 제조업이 발달해 있지 않고, 도시화가 안 된 나라에서 실업률 통계는 경제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가족노동, 자가고용 등 잠재 실업자가 많기 때문이다). 숫자로만 보면 먹고살 일이 막막한 국가처럼 보인다. 하지만 투르크메니스탄의 수도 아슈하바트는 의외로 깨끗하고 번듯했다. 사람들도 궁핍해 보이거나 굶주림에 지쳐 있는 모습이 아니다. 곳곳에 한국의 주상복합을 뺨치는 아파트가 있었고, 도로도 시원하게 닦여 있었다. 아슈하바트의 도로는 중앙아시아 어느 도시보다 깨끗하고 시원스럽게 뻗어 있었다. 서민 아파트까지도 집집마다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가 달려 있었다. 최소한 ‘이곳 사람들이 먹을 걱정은 벗어났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어떻게 1인당 국민소득이 1091달러(EIU 자료)인 나라가 이렇게 풍족할 수 있을까?

▶대통령궁 주변의 정부청사 거리는 대리석 바닥과 분수가 있는 정원으로 호화롭다. 돈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서점에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주체사상이 담긴 책인 『루흐나마』가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강력한 사회통제로 놀이문화가 부족해 집집마다 위성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이런 의문은 투르크메니스탄에 하루만 머물면 금방 없어진다. 일단 전기료, 가스료, 수도료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무료에 가깝다. 기름값도 마찬가지다. 1달러면 휘발유 60ℓ를 채울 수 있다. 이러니 한 달 내내 자동차를 몰아도 5달러 정도면 충분하다. 자동차가 없는 사람은 어떻게 살까? 시내버스는 1달러면 500번을 탈 수 있는 티켓을 살 수 있다. 하루에 두 번 탄다고 치면 1년에 1달러 정도의 차비가 드는 셈이다. 고물 버스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2003년부터 버스가 벤츠로 바뀌고 있었다. 비행기 역시 마찬가지다. 투르크메니스탄 국민에게 국내선 왕복표 값은 3달러에 판매된다. 비행기도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는 여전히 러시아제 일류신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투르크메니스탄 항공은 2004년부터 보잉 757 등 최신 시리즈로 교체하고 있다. 국제선 역시 싸다. 아슈하바트∼런던 간 왕복표가 300달러에 불과하다. 다른 물가도 마찬가지다. 투르크메니스탄인들의 주식인 밀가루 역시 50kg 한 포대에 3달러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1달러면 한 가족이 한끼를 먹을 수 있는 빵 20개를 살 수 있다. 교육비도 공짜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이다. 유치원은 한 달에 2달러면 다닐 수 있다. 심지어 대학생의 경우 한 달에 50달러씩 학교에서 용돈까지 준다. 세금도 없다. 원가를 감안하지 않은 가격으로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더 희한한 것은 길거리에 나와 거리를 쓸고 있는 사람에게는 10년이 지나면 정부가 집을 준다는 사실이다. 일자리는 없고, 공짜로 집을 주기에는 기준이 없어지기 때문에 일종의 ‘공공근로’를 10년간 하면 집을 주는 제도다. 이 때문에 국민소득이 비슷한 아제르바이잔이나 그루지야 등과 비교해 보면 투르크메니스탄의 생활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정부가 각종 보조금과 재정지출을 통해 ‘공짜경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환율이다. 장부상 공식 환율은 1달러에 5200마나트로 고정돼 있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은 2006년 2월 현재 2만4200마나트에 달한다. 보통 2만2000~2만5000마나트를 오가는 시장 환율 때문에 달러 표시 국민소득은 정부 발표 통계와 달리 실제 구매력에서는 5배가 높다. CIA도 팩트북(fact book)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의 구매력 기준 국민소득을 6100달러로 평가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이 이처럼 이중 환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국제 금융기구의 개입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중 유일하게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을 수용하지 않았으며 1999년 말에 이미 주재원을 철수시키기까지 했다. 후진국 개발 지원 단체인 EBRD 역시 현재 민간 분야에 대한 지원을 보류하고 있다. IMF가 개입하고 이를 지렛대로 서방이 경제와 사회개혁을 요구할 경우 정권이 위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출로만 연간 48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오일 달러를 벌어들이는 덕분에 투르크메니스탄 경제는 내부적인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외형적으로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2002년부터 매년 10% 내외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거리에도 새로운 건물들이 끊임없이 올라가고 있다. 특히 아슈하바트 중심가는 정부 청사와 고급 아파트들이 줄줄이 공사 중이다. 건물들의 디자인도 다 다르다. 외장은 모두 대리석으로 하고 있다. 이런 고급 건물들의 경우 프랑스 건설회사들이 도맡고 있다. 현지에서 면화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폴 김은 “고급 아파트에 입주할 만한 사람이 없어 먼저 지은 아파트도 입주가 덜 됐는데 건물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슈하바트를 세계에서 제일 멋있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야심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수요층 부족이라는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건설은 현재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가장 매력적인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5%에 이른다. 소비시장도 팽창 중이다. 사회 분위기가 경직돼 있고, 서구식 문화에 대해 정부에서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쇼핑센터나 백화점 같은 화려한 쇼핑 공간은 없다. 하지만 생필품 위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이렇다 할 유흥거리가 없어 TV 등 가전기기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삼성전자, 소니, 테팔 등의 가전제품을 독점 수입하는 누르무라드 아이도프는 “올해 900만 달러 정도였던 삼성전자 매출액이 내년에는 1200만 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전제품 시장은 지난해 2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이 지역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제품도 벌써 LCD TV등 고급 시장으로 가고 있다. 한 호텔에서는 메르세데스 벤츠 신차 발표회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의 론칭쇼 못지 않은 수준과 규모였다. 국가 수출액의 83%를 차지하는 오일 달러로 각종 문제를 덮고 있지만 정상적으로 경제가 돌아가진 않는다. 체제 우선, 권력 우선인 국가의 특징상 경제는 정치를 위협하지 않는 정도에서만 용인된다. 우선 시장경제가 안 된다. 옛 소련 시절의 유물인 ‘비르자’ 제도가 여전히 있다. 국가상품원자재거래청(state commodity & raw material exchange)이라는 일종의 수출입 허가청 같은 곳이 있다. 여기서 기업 간 교역 조건에 대해 일일이 심사하기 때문에 자율적인 사적 계약이 어렵다.

투르크메니스탄은… *면적: 488,100㎢(남한의 약 5배, 80%가 사막) *주요 자원: 석유, 천연가스, 황, 소금 *인구: 500만~600만 명 *인구 증가율: 1.83% *인종 구성: 투르크멘 89%, 우즈베크인 5%, 러시아인 4%, 기타 6% *종교: 이슬람 89%, 동방정교 9%, 기타 2% *문맹률: 1.2% *수도: 아슈하바트 *독립일: 1991년 10월 27일 *대통령: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99년 12월 99.5%의 지지율로 종신 대통령에 당선) *GDP: 140억 달러(CIA), 67억 달러(EIU) *1인당 GDP: 2800달러(CIA), 1091달러(EIU) *구매력 기준 1인당 GDP: 6100달러(CIA) *경제성장률: 4%(EIU), 11%(IMF), 21.4%(정부 발표) *물가상승률: 10% *주요 산업: 천연가스, 오일, 석유제품, 면직물, 식료품 *오일 생산량: 하루 20만 배럴(2003년) *가스 생산량: 하루 540억㎥(2004년) *경상수지: 5억2000만 달러 흑자 *주요 수출품: 가스, 원유, 석유화학제품, 면화, 면직물 *주요 수입품: 기계 공구류, 화학제품, 음식료품 *주요 수출국: 우크라이나, 이란, 터키, 이탈리아 *주요 수입국: 미국, 러시아, UAE, 우크라이나, 터키, 독일, 프랑스 *환율: 1달러=5200마나트(공식), 1달러=2만4000마나트(비공식) *인터넷 사용자: 3만6000명 *공항: 39개
예를 들어 면화를 수출하려고 하면 면화농가에서 kg당 1달러에 판다고 외국 기업과 계약했더라도 당국에서 ‘이건 2달러는 받아야 한다’고 판단하면 거래는 무효가 된다. 시장 위에 국가가 있는 셈이다. 부패가 만연한 것은 당연하다. 각종 인·허가, 거래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업 진출을 모색하는 한 사업가는 “우리와 합작할 수 있는 한국의 기술 있는 업체를 소개해 달라. 어차피 한국 업체가 직접 들어와 사업할 수는 없다”고 말할 정도다. 막대한 오일 달러에도 불구하고 정부 주도의 경제, 복잡한 사업 인·허가 제도, 이중 환율 등으로 외국 업체들이 진출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사회 통제도 심하다. 현지에서 만난 미 대사관 관계자는 “모든 e-메일을 감시하고 있다. ‘대통령(president)’ ‘정부(govern ment)’ 등의 단어가 들어간 메일은 집중 감시를 받는다”고 말했다. 입국 때도 경찰과 세관원이 가방을 일일이 열어서 확인한다. 초청장과 비자가 없으면 입국 자체가 불가능하다. 공짜 교육인 학교에서는 대통령이 썼다고 주장하는 두 권의 『루흐나마』를 매주 교과서처럼 읽는다. 여기에는 ‘부모를 공경하라’ ‘국가에 충성하라’ 등 도덕적인 내용 위주다. 이런 기괴한 모든 현상들은 니야조프(후에 투르크멘바시로 이름을 고쳤다. 투르크메니스탄인의 아버지라는 뜻이다) 현 종신 대통령 때문에 생겼다. 3개의 TV 채널이 모두 그의 업적을 방송하는 데 여념이 없다. 아슈하바트 외곽에 있는 산에는 ‘위대한 대통령 투르크멘바시’ ‘대통령의 건강 산책로’ 등의 글귀가 산 중턱에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외국 정상이 오거나 대통령이 특정 지역을 방문할 때는 빨간 꽃을 든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환영인파로 나온다. 개중에는 우는 학생도 있다. ‘김일성을 벤치마킹했다’는 외국 언론의 평가가 전혀 근거 없다고 할 수 없다. 컬트적인 개인 취향에도 불구하고 니야조프의 자원외교는 상당히 힘이 있다. 특히 미·러·중 등 어느 국가에도 치우치지 않는 것이 최근의 몸값을 더욱 올리고 있다. 한국인에겐 생소한 국가지만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 대사관은 다 들어와 있다. 터키 대통령과는 1년에 한 번씩 만날 정도다. 주변 강대국의 장관들은 에너지 때문에 수시로 방문한다. 중국은 이미 여러 방면에 진출해 있다. 공산품은 물론이고 휴대전화 통신사업자, 광케이블 건설 등 다양한 산업에 진출해 있다. 프랑스와 터키는 건설, 미국·일본·모로코·말레이시아 등은 오일 회사가 진출해 있다. 독재와 큰 정치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이미 열강들의 진출 러시는 시작됐다.


투르크메니스탄 에너지는…

가스 매장량 세계 10%… 파이프라인 끌어오려 강대국 안간힘
투르크메니스탄이 강력한 독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돈의 힘 때문이다. 10조㎥로 전 세계의 10%를 차지하는 천연가스 매장량과 880억 배럴의 석유 매장량이 그 힘의 원천이다. 최근에는 카스피 해상 유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1년에 1개 유전을 시추하기 시작하여 2004년에는 4개 유전을 시추했다. 또 2005년에는 9개 유전을 시추하는 등 유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추설비 투자에도 노력을 기울여 2020년까지 자동식 및 반잠수식 시추 플랫폼 구입에 총 4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을 발표해 놓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천연가스와 원유가 러시아의 파이프라인을 통하여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유통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정치·외교적으로 문제지만 독점적인 유통망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탈피하기 위해 카스피해를 가로지르는 파이프라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터키를 지나 유럽까지 파이프라인을 잇는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인도양과 인도, 중국 등으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 계획도 추진 중이다. 현재 알려진 투르크메니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TAP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이란의 코드쿠이와 투르크메니스탄의 굼다그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의 확장과 우즈베키스탄을 통과하여 중국에 30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가스전 개발 및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도 실행 직전의 단계에 있다. 이 밖에도 투르크메니스탄 전체에서 2개밖에 없는 정유시설인 투르켐바시와 세이디 정유시설의 현대화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 1월 18일 일본의 이토추상사에서 세이디의 오일 정유시설 현대화에 관해 논의했다. 일본은 이 외에도 가스전 개발 등 다양한 에너지 협력에 관해 논의했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의 최대 석유회사인 CNPC의 대표단도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했다. 에너지 협력과 상호 파트너십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정유 플랜트뿐 아니라 섬유, 건설, 운송, 통신기술 등의 다양한 분야에 협력을 증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미 중국은 섬유, 통신, 교통 등 각종 산업 분야에 진출해 있다. 이 외에도 러시아, 미국, 인도 등 주요 강대국들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도 자원 개발 과정에 외국 투자 유치 의사를 밝히고 있어 외국 회사의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투르크메니스탄에 대한 투자는 중앙아시아 5개국 중 카자흐스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외국인 투자 유치 실적을 보이고 있다. 1994년에 경제위기로 주춤했던 투르크메니스탄은 2000년 이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다시 일어섰다. 원유는 2007년, 가스는 2020년께가 최대 생산량에 이를 것으로 보여 당분간 경제는 낙관적이다. 오일과 가스는 각각 전체 수출액 중 26%, 57%(2001년 기준)를 차지하는 투르크메니스탄 경제의 견인차다. 권원순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kwon@hufs.ac.kr


투르크멘바시 대통령은…

▶공공건물마다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다.

사파르무라트 아타예비치 니야조프(Saparmurat Atayevich Niyazov·66). 그는 1985년 이후 투르크메니스탄 최고 실력자로 군림해 왔다. 91년 소련 붕괴 전에는 공화국 당서기로, 그 후에는 대통령으로 지금에 이르고 있다. 고아원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62년 공산당에 입당한 후 고속 승진해 85년 투르크메니스탄 공화국 당서기가 됐다. 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대통령이 된 니야조프는 93년에 ‘투르크메니스탄의 지도자’란 뜻의 투르크멘바시(Turkmenbashi)로 개명했다. 99년에 그는 종신 대통령이 됐다. 니야조프의 개인적인 특별한 취향은 악명이 높다. 카스피해 연안에 있는 ‘크라스노보드스크’라는 도시는 자신의 이름을 따라 ‘투르크멘바시’로 고쳤다. 그 후 몇 개의 학교, 공항도 투르크멘바시로 고쳤다. 모든 화폐에 살아있는 대통령인 자신의 얼굴이 등장한다. 그리고 주요 공공 건물에는 그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다.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 동상이 전국에 세워져 있다. 카라쿰 사막은 물론 아슈하바트에는 금으로 도금한 동상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이 중 하나는 해가 뜨는 방향을 따라 24시간 움직이게 돼 있다. 맑은 날 보면 그 동상은 햇빛을 반사해 마치 스스로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인다. 『루흐나마』라는 자신이 쓴 책을 교과과정에 포함시켰고, 학교에서는 그를 찬양하도록 가르치고 있다. 2004년에는 지방에 있는 도서관을 폐쇄하도록 명령했다. 시골에 있는 국민이 글을 읽을 줄 모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대신 자기 고향마을에는 자신의 어머니를 추모하는 기념관을 건립했다. 여기에는 약 1억 달러의 돈이 투입됐다. 투르크메니스탄 문화 고취를 위해 그는 러시아 문화와 서양 문화를 몰아냈다. 방송에선 오케스트라 등 서양과 러시아 문화를 내보낼 수 없다. 다만 투르크메니스탄 음악만 방송할 수 있다. 2002년 11월 암살 기도 후 반대파나 저항세력의 대규모 구속이 있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암살 기도 자체가 반대파 제거를 위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집에 15m의 담을 쌓는 등 경비를 철저히 했다. 자신의 경쟁자가 될까봐 아들조차 외국에 내보내지 않을 정도로 못 믿는다. 그를 현존하는 최악의 독재자로 평가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기괴한 대통령령 때문이다. 1. 뉴스 진행자에게 화장을 못하게 했다. 이유는 니야조프가 남녀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했기 때문이다. 2. 가수의 립싱크를 금지했다. 3. 2001년, 오페라와 발레 공연을 금지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문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4. 2001년, 젊은 남성이 장발을 하거나 턱수염을 기르는 것을 금지했다. 5. 투르크메니스탄인과 결혼하려는 외국인은 5만 달러를 내야 한다. 6. 2002년, 빵을 ‘초렉(chorek)’에서 자기 어머니 이름인 ‘구르반솔탄 에드제(Gurbansoltan edzhe)’로 바꿨다. 7. 2002년, 연령대를 다시 정의했다. 유년기를 25세까지 늘렸고, 노인층을 85세 이후로 늦췄다. 8. 2004년, 운전면허증에 도덕성 테스트를 추가했다. 9. 2004년, 1만5000명의 공공 의료직원을 해고했다. 간호사, 산파 등이 주요 대상자였다. 10. 2004년, 젊은층이 금니 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11. 2005년, 아슈하바트 외곽에 있는 병원을 폐쇄했다. 만약 아프면 수도로 오면 되기 때문이다. 12. 2005년, 비디오 게임을 금지시켰다. 너무 공격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13. 2006년, 러시아 미디어가 노년층의 3분의 1(10만 명 이상)에게 연금을 중지시켰다고 보도했다.
아슈하바트(투르크메니스탄)=이석호 기자(luk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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