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등기 이사도 똑같은 권한·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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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임원제도 도입’ 격론의 쟁점은 무엇이었나. “대부분의 개정위원은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는 것에는 찬성했지만 도입을 강제하느냐, 도입하는 회사의 범위를 제한하느냐, 이사와 겸직을 허용하느냐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일부 임원은 집행임원을 강제하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강제하는 것이라고 반대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개정위원 간에 열띤 논의를 벌였고, 위원회 결정안이 나오기까지 쉽지 않았다. 집행임원제도가 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라왔던 초기엔 지금보다 훨씬 이상적인 모델을 놓고 논의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사회의 과반수가 사외이사로 구성된 회사는 집행임원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이사와 집행임원은 겸직할 수 없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집행임원도 겸직이 안 된다’ 등이었다. 그러나 여러 위원으로부터 반발이 있었다. 회사의 지배구조를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우리 기업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결국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 이후 정착되도록 기업의 자율에 맡기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제도 도입 여부는 개별 회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임의사항으로 한층 완화돼 만들어진 것도 이런 과정을 거친 결과다.” 이에 따라 이사와 집행임원의 겸임이 가능하고 대주주가 대표집행임원을 맡을 수도 있게 됐다. 대주주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은 여전히 열려 있는 셈이다. 그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재계 일부에서는 집행임원제가 도입되면 집행임원과 이사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구성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 우려 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일본 기업인 소니의 경우에도 이사의 일부는 집행임원을 겸임하고 있고 우리도 겸임을 허용하고 있다. 경영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해 겸임을 허용한 것이다. 집행임원제도의 도입 여부와 효율적인 운용을 위한 방법 선택은 기업의 몫이다.” 유명무실한 법 개정이 될 우려는 없을까. 양 팀장은 인터뷰 내내 상법 개정은 “규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비등기 임원들은 엄격히 말해 이사도 아니고 사원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다. 우리 상법은 사실상 이사로서 근무하면서 등기되지 않은 사람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 소송이 일어났을 때 법적 근거도 없다. 한 비등기 임원의 퇴직 문제로 회사 내 소송이 제기됐을 때 논란이 됐다. 법원이 난감해 하다 결국 그 비등기 임원을 사원으로 판결한 적이 있다. 정식 등기이사가 아니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면 비등기 이사가 회사의 업무집행기관으로 인정받고 현행 등기이사와 같은 정도의 권한과 책임을 지게 된다. 대표집행임원은 제3자와의 거래에 있어서도 현행 대표이사와 같이 회사를 대표하는 권한과 책임을 지게 된다. 현실적으로 상장회사의 약 78%에서 비등기 임원이 활용되고 있었지만 상법에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그는 집행임원제도의 도입은 그동안 충분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사외이사제를 보완하기 위한 배경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대표이사 중심으로 이끌어 가는 이사회에 속해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물론 사외이사가 제대로 정착된 기업도 있겠지만 현행 대표이사 체제에서는 대표이사의 의지에 따라 이사회의 결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하는 회사는 대표이사 대신 대표집행임원을 두어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이사회+대표이사’ 체계에서 ‘이사회+대표집행임원’ 체계로 바뀌게 된다. 대표집행임원은 대표이사와 달리 이사회가 선임하는 집행임원이기 때문에 이사회를 대표하는 대표이사와는 다른 것이다. 결국 이사회가 원칙적으로 감독기능만 하는 이사들로 구성되면 사외이사의 감독 역할도 강화될 것이다. 물론 집행임원제도가 제대로 정착됐을 때를 가정하고서다.”
▶모기업 주주가 자회사의 임원을 대상으로 소송할 수 있는 ‘이중대표소송 도입’도 기업을 옥죄는 법이라는 논란이 많다. 다른 나라에선 사례가 없다는데…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 “집행임원제 도입과 마찬가지로 이 조항 역시 위원들 간 논쟁이 있었다. 기업의 자율성을 규제하는 또 하나의 족쇄라는 주장과 자회사 이사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적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결국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모회사가 과반수를 출자한 비상장 회사인 자회사에서 위법행위가 발생한 경우는 주주인 모회사가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사실상 거의 없으므로 모회사의 주주에 의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었다. 또한 모회사의 주주가 승소하더라도 자회사에 이익을 남겨두는 것이므로 자회사로서도 불리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 상법에는 경영권 방어장치가 미비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처하기 위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법 개정은 아예 논의가 되지 않았나. “(전적으로 사견임을 밝혀둔다) 상법은 기업 경영진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다. 건강한 인수합병은 시장경제 하에서 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권장될 필요도 있다. 일반 주주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진짜 정부에서 경영권 방어를 해주길 원하는지 말이다. 그리고 여태껏 외국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을 성공시킨 예는 드물다. 국내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해 취약하다고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만을 위해 독단적 제도를 만들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단 전경련 소속 개정위원이 도입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내놓은 적은 있었다.” 그의 말대로 이번 개정 상법에 ‘경영권 방어’를 위한 법은 따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의결권 제한 주식 범위를 넓히고 자기 주식 취득을 완화시킨 조항은 재무관리의 자율성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간접적으로 지원해 주는 장치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정 상법 시안에서 눈여겨볼 것은 ‘최저자본금제도의 폐지’ ‘주식 종류의 다양화’ ‘법정준비제도 개선’ 등 전체 기업환경 개선 분야”라며 “여론이 집행임원제도와 이중대표소송 도입, 경영권 방어 등 일부 대기업에만 적용 대상인 법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안타깝다”는 말도 전했다. ‘기업 경영의 IT화’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양 팀장은 이 조항의 추진 배경으로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들었다. “절차를 간소화해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이자는 의도가 가장 강했다. 또 우리가 IT 강국인데 상법에 IT를 접목할 수 있는 제도가 없어서 이번 기회에 도입한 것이다. 소액주주들에게도 이익일 것이다.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주총에 대한 본인 의사를 표현할 수도 있고 기업 공시도 수시로 볼 수 있다.”
▶주식회사 설립 시 현행 5000만원인 최저자본금제도 폐지는 어떻게 논의됐나. “상법은 일반법이다. 5000만원 미만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는 규정이 이미 소상공인 및 소기업인 지원에 관한 특례법으로 시행되고 있었다.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는 2000만원 이상이면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고 만들어져 있다. 특별법 하에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을 상위법인 상법에서 규제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구시대 법들도 이번 개정에서 많이 삭제된 것으로 아는데…. “우리 상법은 일본 상법을 많이 참고해 만들어졌는데, 일본에서는 오래전에 폐지한 제도들이 우리 상법에는 아무런 검토 없이 잔존하는 것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이미 50년대에 액면·무액면 주식 병행 발행을 규정했던 것이다. 액면 주식이란 1주 금액이 정관과 주권에 표시되는 주식인 데 비해 무액면 주식은 액면 금액이 없기 때문에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량의 총주식에 대한 비율로 주식의 가치를 판단하게 된다. 그런데 일본은 2001년 6월 액면 주식 제도를 버리고 무액면 주식으로 통일했다. 우리는 이번 개정에서야 무액면 주식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이 밖에 일본이 93년 폐지한 사채발행한도, 2001년 폐지한 법정준비제도 개선 등도 구시대 법으로 분류돼 이번 개정으로 개선했다"
상법 연혁 ※ 제정 : 62년 1월 20일. 법률 제1000호 ※ 주요 개정 제2차 개정(84.4.10. 법률 제3724호) 수권자본 비율 4대 1로 완화, 주식회사 최저자본금액 법정, 주식 액면가 인상, 명의개서 대리인제도의 일반화 등. 제6차 개정(95.12.29. 법률 제5053호) 발기인 축소, 주주총회 의사 정족수 제한 철폐 등 제7차 개정(98. 12. 28. 법률 제5591호) 회사합병 절차의 간소화, 주식 최저액면액 인하 및 주식 분할제도의 도입, 주주제안권 신설, 소수 주주권 행사요건의 완화 제9차 개정(99.12.31. 법률 제6086호) 주식매수 선택권, 감사위원회, 소규모 분할 합병 등 도입 제10차 개정(2001.7.24. 법률 제6488호)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제도의 도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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