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세 시대 열리는 증권업계] ⑤
책무구조도·상법개정안 본격 시행
성과보수·내부거래 통제 강화 압박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증권업계가 2·3세 경영 체제로 빠르게 교체되는 가운데 ‘책임경영’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7월 3일 시행된 책무구조도와 상법 개정안은 ▲임원별 내부통제 ▲위험관리 책임을 명문화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다. 자산 5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 23곳이 제출 대상에 포함되면서 2·3세 경영자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리테일·자산관리(WM)·투자은행(IB)·트레이딩·상품·디지털·전산·보안 등 핵심 업무별 최종 책임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의사결정·집행·사후점검 흐름을 구조도로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준법·감사 부서에 집중됐던 내부통제의 초점이 사업부 책임 임원으로 이동하면서 ▲영업권한 위임표 ▲적합성·적정성 기준 ▲이해상충 차단 절차 ▲사후 모니터링 체계가 재정비되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주요 업무에 대해 최종 책임자를 사전에 특정하는 제도다.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도 불린다. 과거 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CEO)·준법감시인에게 포괄적 책임이 귀속되던 관행에서 벗어나 영업·리스크·상품판매·정보기술(IT)·데이터·사이버보안 등 단위 업무별 책임 임원을 문서로 지정·공시하는 방식이다.
증권사 기준으로는 2023년 말 자산 5조원 이상 대형사 23곳이 대상이다. 이들 회사는 7월 2일까지 책무구조도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7월 3일부터 제도가 효력을 가지며 변경 시 재제출 의무가 부과된다. 구조도에는 조직도와 별개로 ▲업무 범위 ▲최종 책임자 ▲보고 라인 ▲위험식별·평가·통제 절차 ▲위반 시 조치·책임소재가 포함된다. 금감원은 제출 서류의 적정성 점검과 현장검사를 병행한다.

세대교체 속 커지는 ‘책임경영’ 압박”
상법 개정의 취지는 이사회 독립성 강화다. ▲사외이사 비중 확대 ▲감사위원 분리 선임 ▲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분리 권고 등으로 권한과 감시의 분리 원칙이 강화됐다. 이에 따라 대규모 내부거래와 신규투자 및 인수합병(M&A), 보수정책 등 중대 안건은 이사회 사전심사와 사후평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책무구조도상 책임자와 이사회의 역할 분담이 명확히 기록돼야 한다. 보수체계는 이연(성과급이나 보너스를 한 번에 다 주지 않고 몇 년에 걸쳐 나누어 지급하는 제도)·환수(지급한 성과급이나 보너스를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다시 회수하는 제도) 장치 중심으로 조정되는 추세다. 증권업 특성상 성과급 비중이 높고 단기성과 민감도도 크다. 최근 시장 호황 국면에서 일반 임직원이 CEO 보수를 추월하는 사례가 증가한 만큼 ▲다년가중 수익성 지표 ▲위험조정 이익 ▲소비자보호 지표 ▲내부통제 위반 감점 등 비재무 핵심성과지표(KPI)를 보수 산식에 포함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구조도에는 ▲보수 결정 권한자 ▲적용 KPI ▲이연·환수 조건 및 절차가 기재된다.
그룹 내부거래와 이해상충의 사전차단도 핵심이다. ▲특수관계인 거래의 공정가액 산정 근거 ▲외부 검증 방법 ▲정보장벽 운영 ▲딜 리뷰위원회 구성·의결 요건 등의 항목이 구조도에 반영된다. 모회사·자회사 겸직 임원에 대해서는 역할 충돌 최소화를 위한 보고 라인 분리와 안건 회피(Recusal) 규정이 명문화된다.
디지털·인공지능(AI) 확대에 따른 모델리스크와 사이버위험 관리 항목도 신설됐다. 알고리즘 추천·자동매매·퀀트 전략에 대해 ▲모델 개발·검증·배포 분리 ▲변경관리 승인 ▲데이터 편향 점검 ▲성능 모니터링 ▲장애·침해 사고 보고 타임라인을 책임자 단위로 기록한다. 중요 외주·클라우드 사용 시 제3자 위험평가와 계약상 통제권 확보 여부도 포함된다. 소비자보호 거버넌스는 판매 전·중·후 전 과정으로 확장됐다. ▲상품승인 절차(제조·유통 분리) ▲적합성·적정성 체커 ▲설명의무 준수 관리 ▲민원·분쟁 데이터의 실시간 대시보드화 ▲반복 민원 원인 분석·개선계획 수립 책임자가 구조도에 지정된다. 고령 투자자·퇴직연금 가입자 보호를 위한 과다위험 노출 경보 임계치와 자동 감속 장치도 문서화한다.
실무 이행 과제도 구체화됐다. 첫째, 프런트·미들·백 경계가 겹치는 업무에서 최종 책임자 기준을 기능·중요도·통제가능성으로 표준화해야 한다. 둘째, 위탁판매·자문·플랫폼 제휴 등 외부 파트너 연계 업무를 구조도 범위에 편입하고 점검 주기를 설정해야 한다. 셋째, 내부 사고 발생 시 경영진 책임 단계(감점→보류→환수→인사조치)와 보고 기한을 사전 합의해야 한다. 넷째, 구조도 변경 관리(주요 인사·사업 변동 시 자동 갱신)를 시스템화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시행 이후 현업 임원이 내부통제를 본인의 업무와 책임으로 인식하는 긍정적 변화가 확인됐다”며 “다만 업권 전반이 책무구조도 기반 내부통제 체계 구축의 초기 단계에 있어 실효성 확보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즉, 책무구조도는 지배구조 보고서나 조직도의 보완물이 아니라 내부통제의 운영문서다. ▲최종 책임자 지정 ▲권한·보고·감시의 구분 ▲위반 시 조치까지 사전에 합의·기록함으로써 책임소재 불명확성과 사후 분쟁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증권사는 높은 레버리지와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만큼 책임 회로의 선이 더욱 촘촘해야 한다는 의견이 업계 안팎에서 줄곧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2·3세 체제의 핵심 평가지표는 속도가 아니라 검증 가능성”이라며 “책무구조도를 통해 권한·책임·보상·리스크를 한 장에 정렬하고 이사회와 현업 간 점검 사이클을 짧게 돌리는 회사가 규제 신뢰와 밸류업 프리미엄을 동시에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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