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너무 방심했어!” 현대자동차의 베라크루즈 광고에는 이처럼 독일과 일본 자동차 업계 사람들이 긴장하는 모습이 나온다. 현대차가 LUV(럭셔리용 스포츠 차량)라는 신조어까지 써 가면서 만들어낸 베라크루즈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프리미엄급을 석권하고 있는 독일과 일본의 자동차 개발자들을 과연 광고처럼 긴장시킬까? 베라크루즈를 타면서 눈에 띈 것은 확 줄어든 소음이었다. 이제껏 국내의 어떤 SUV(스포츠용 차량)보다 소음이 작았다. 고속 주행시에는 휘발유 차와 거의 차이가 없었고, 저속이나 시내 주행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다.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V6 3.0 승용디젤엔진은 240마력의 강력한 파워를 발산해 에쿠스보다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날렵하고 순발력 있게 움직였다. 240마력은 SUV의 대명사인 그랜드체로키(218마력)나 아우디 Q7(233마력)보다 높다. 그동안 한국차들이 편의장치와 인테리어, 혹은 디자인에서 세계 명차들을 따라잡았던 반면 엔진 성능에서는 여전히 한 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베라크루즈는 이를 상당 부분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속 100km에서 200km까지는 자유롭게 가속과 감속을 할 수 있었다. 140km 이상의 고속 주행에서 앞차를 추월하는 데도 엔진 소음은 거의 늘지 않았다. 탱크 같은 덩치와 어울리지 않을 정도였다. SUV지만 승용차 수준의 정숙성을 갖췄다는 현대차의 주장에 수긍이 갔다. 대형 SUV답게 실내 공간은 넉넉했다. 1열 2열은 웬만한 대형차보다 넓었고, 3열 시트도 어른이 탈 수 있을 만큼 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에어컨 시스템도 각 열마다 독립적으로 온도를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EBD-ABS를 기본장착한 17인치 대형 디스크 브레이크는 급제동에도 큰 무리 없이 차체를 세웠다. 사이드 및 커튼식 에어백은 측면 충돌에도 승객을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후방 충돌시 목이 젖혀짐으로써 생기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액티브 헤드레스트를 적용하는 등 안전장치도 수입차와 비교해 손색이 없었다. 현대차는 베라크루즈의 경쟁 상대로 외국의 유수 SUV를 지목했다. 실내 편의장치는 좋은 것을 다 모아놓은 듯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프로젝션 4등식 HID 헤드램프는 야간에도 최대한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밝았다. 전동식 테일게이트(승용차 트렁크에 해당하는 문)는 손에 짐을 들고 있을 때 리모컨으로 열 수 있어 짐 싣기에 편리했다. 야간 운전시 뒤차가 비추는 전조등의 반사를 줄여주는 전자식 룸미러와 전자식 사이드 미러도 장거리 야간 운전에 도움이 됐다. 엔진성능, 정숙성, 안전, 편의 장치, 공간 등 베라크루즈는 해외 유수의 차들을 긴장시킬 만했다. 하지만 현대차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스며있는 스타일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아쉽다. 현대 로고를 보지 않고도 현대스타일이라고 느낄 수 있는 디자인 컨셉트는 부족해 보였다. 수십 종의 SUV가 돌아다니는 미국 시장에서 고객이 단번에 베라크루즈를 구분해 낼 수 있을 정도의 특징을 갖췄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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