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외주도 이제 비용보다 품질
인도 아웃소싱 서비스 업체들 값싼 노동력 의존에서 벗어나 악명 높은 ‘밑바닥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요즘 서비스 산업계에서는 업무를 바닥권 국가들(인건비가 극도로 저렴한 인도 같은 나라)이 아니라 제대로 수행할 능력이 있는 나라들로 이전하는 경향이 커져간다. 이 새로운 경쟁의 목표는 가장 경쟁력 있는 외주 서비스 업체를 찾는 일이다. 급속한 현대화가 진행되는 인도 기업들이 이 분야에서도 여전히 선두에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웃소싱 시장에 수많은 새로운 경쟁자와 서비스가 등장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인도의 그런 위상이 훨씬 더 돋보인다. 컨설팅업체 AT 키어니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부터 폴란드와 브라질까지 55개국이 다국적기업들의 “해외 외주 업무”를 수주하려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기존의 콜센터와 후선 지원(back-office) 업무 서비스부터 컨설팅, 법률, 의료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정보기술(IT)과 연구개발(R&D) 같은 신규 서비스까지 망라한다. IBM 같은 서방 대기업들마저 (주로 개발도상국에) 독자적인 외주 사업부를 설립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시장조사 업체인 IDC의 예측에 따르면, IT 서비스의 해외 아웃소싱 시장 규모는 2011년 378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의 두 배 이상이다. 그러나 인도의 선두자리를 빼앗을 새로운 경쟁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인도의 외주 수익은 10배 늘었다. 일각의 추산에 따르면, 인도 기업들은 여전히 전 세계 IT 외주 사업의 80% 이상을 떠맡는다. 인도 경제가 여전히 탄탄한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면서, 인도의 일류 기업들(예컨대 와이프로, 타타 컨설턴시 서비시스, 인포시스)은 외주 시장 자체의 확대 속도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더 빠르게 성장해 간다. 그런 기업들의 시장가치는 각각 200억 달러가 넘는다. 10년 전만 해도 주식시장에 상장도 안 된 기업들이었다. 과거 서방 기업들은 급여 수준이 훨씬 낮은 가난한 나라들에 고액의 급여를 받을 만한 일자리를 “수출”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시장은 훨씬 더 복잡하며, 인도 기업들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번창한다. 인도의 IT 대기업 인포시스 최고경영자인 난단 닐레카니는 이렇게 말했다. “ 이제 현명한 기업들은 해외 외주를 단순한 비용 절감 방법이 아니라 사업 자체를 변화시키는 전략의 일환으로 생각한다. 고객은 이제 단순히 100명의 인건비 차원이 아니라 특정한 사업 성과를 얻으려고 돈을 지불한다. 따라서 인도 기업들은 자사 노동력의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컨설팅 사고방식을 지닌 직원들을 더 많이 채용했다. 물론 거기에 수반되는 위험은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인도 기업들이 선두를 고수하는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대체로 인도는 여전히 가난한 후진국이지만 선도적인 기업들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한때는 미국이나 영국의 거대한 다국적기업들의 IT 분야 잡무를 공손하게 수주하는 일만으로도 기뻐했지만, 지금은 인도 기업들 자체가 다국적기업이 됐다. 그들 회사 직원들의 능력은 빠르게 향상됐다. 서방의 우량 고객사들에 보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을 갖췄다는 얘기다. 그동안 인도 기업들이 서방 고객사들에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는 점도 일종의 자산이다. 미래의 계약을 따내는 데 유리한 입장이 됐다. 해외에서 보다 정교한 서비스를 받으려는 기존 고객이나 신규 고객들이 우선적으로 인도를 고려한다는 뜻이다. 인도 소프트웨어서비스 기업 협회의 키란 카르닉 회장은 이 문제를 간단명료하게 표현했다. “비용은 여전히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지리적인 여건의 중요성도 다시 부각된다. 인도의 외주 업체들은 고객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자신들의 강점을 유지한다. 서방세계에 전초기지들을 설립하는 방식이다. 지난 8월 와이프로는 미국의 기업 인프라 관리 회사인 인포크로싱을 6억 달러에 사들였다. 미국의 고객사들에 지근거리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미국인 인재들을 보다 쉽게 채용하는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와이프로의 세계 IT사업 담당 사장인 수레쉬 바스와니는 지리적 근접성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고객들을 위한] 데이터 센터는 미국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고객들이 안심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나의 모든 서버는… 고객들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시대 흐름을 빨리 읽는 사람이라면 인도의 연쇄 창업 기업가인 사쉬 레디(42)를 주목해야 한다. 비교적 최근 설립된 그의 회사는 벌써부터 직원들을 해외에 배치해 왔다. 레디가 6년 전 아프랩스를 설립했을 때 직원 수는 10명도 안 됐다. 그러나 이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독립적인 소프트웨어 검사 회사인 아프랩스는 직원이 1900명이나 되며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시스코 같은 대기업들이 고객이다. 직원 중 약 400명은 이미 영국과 미국에 상주하면서 훨씬 더 야심적인 프로젝트를 수주할 준비를 갖췄다. 그들의 급여는 서방 세계 수준이다. 레디는 “저렴한 인건비의 외주 서비스만으로는 이제 부족하다”면서 고객들은 자신들의 업무가 가까운 곳에서 처리되길 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리적 근접성이 비용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도의 대기업들이 발전하는 데는 치열한 경쟁도 한몫했다. 세계적인 외국 기업들이 인도의 안마당에까지 비집고 들어왔다. IBM 글로벌 서비시스, 액센추어, 일렉트로닉 데이터 서비시스 같은 외국 기업들은 현재 인도에서 약 10만 명을 고용한다. 또 많은 나라가 특유의 강점들을 내세우며 아웃소싱 시장에 뛰어들었다. 예를 들어 필리핀은 회계 서비스에서 강점이 있다. 필리핀은 회계 분야 대졸자를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모리셔스는 ‘사이버 섬나라’로 이미지를 바꾸는 중이다. 영어와 프랑스어 서비스가 필요한 기업들 사이에서 주목 받는 나라다.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등 유럽연합(EU) 신규 회원국들은 같은 회원국들이 고객의 프라이버시 같은 문제들에서 EU 규정을 위반하지 않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EU 규정은 특정 유형의 업무는 반드시 EU 역내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처하는 인도 기업들의 해법은 간단하다. 새로운 경쟁자들과 가까운 곳에 지사를 설립하는 방법이다. 중부유럽이나 동유럽의 유망한 IT 산업지역에서는 어디서나 인도인들을 보게 된다. 인포시스는 체코 브르노시의 서비스센터에 벌써 250명의 직원(대다수는 현지 채용이다)을 두고 25개 언어로 업무를 처리한다. 그리고 다음달에는 인근 폴란드에서 새 공장의 문을 연다. 로열 필립스 일렉트로닉스와의 2억5000만 달러 규모 합작사업을 추진하려고 설립된 공장이다. 인포시스의 유럽 사업부 책임자인 B G 스리니바스는 이렇게 말했다. “비용 면에서는 중부유럽이 인도 같은 나라들과 경쟁하기 어렵다. 그러나 유럽 고객들의 특정한 외주 수요에는 더 잘 대응할 능력이 있다. 현지의 인재들과 그들의 언어 구사력 덕분이다. 또 같은 시간대에 있기 때문이다.” 인도인들은 애당초의 강점이었던 저비용의 이점도 포기할 생각이 없다. 물론 인도의 화이트칼라 근로자의 급여 수준은 빠르게 올라간다. 그러나 방갈로르의 근로자 임금은 여전히 미국 볼티모어의 근로자에 비하면 10%도 안 된다. 그리고 인도에서는 청년층 인력이 꾸준히 공급되기 때문에 심각한 노동력 부족이나 급격한 임금 인상의 우려도 없을 듯하다. 또 인도는 필요할 경우에는 단순반복 업무를 새로운 아웃소싱 국가들에 발주한다. 예컨대 인도보다 인건비가 훨씬 싼 베트남 같은 나라들이다. 약 10년 전 설립된 사티암 컴퓨터 서비시스는 현재 말레이시아·브라질·중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한다. 앞으로 체코·러시아·베트남·태국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인도의 아웃소싱 수주 사업이 외주 사업으로 확대된 것은 불가피했는지도 모른다. 아웃소싱 게임에서 선두를 고수하려면 그 정도의 유연성은 필요하다. With KATKA KROSNAR in the Czech Repub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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