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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하려면 얼마 있어야 해?”

“경매하려면 얼마 있어야 해?”

경매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경매하려면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재테크를 해야 하는데 총알이 부족하니 경매는 엄두를 못 내겠다고 한다.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는 주식이나 펀드 쪽으로 눈을 돌린다. 과연 경매는 ‘있는 자’만의 재테크인가?

보통 부동산 투자 하면 억대 목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경매물건 중에는 수천만원으로 투자할 수 있는 매물이 많다. 전체 경매물건 가운데 감정가 기준으로 1억원 미만의 매물이 60%를 차지한다.

경매물건 중 절반 이상을 수천만원으로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서민형 다세대 주택, 소형 점포는 물론이고 일반 매매시장에서 거래되는 것보다 작은 덩어리의 땅도 많다.

이를테면 한 부동산을 여러 명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가 그중 한 사람의 지분이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있다. 혹은 토지 없이 건물만 나오거나 반대로 건축물이 포함되지 않은 채 대지만 경매 대상인 경우도 있다.

정모씨는 서울 송파구 마천동의 방 2개짜리 연립주택을 9700만원에 낙찰 받았다. 2개 동 모두 24가구로 구성된 연립으로 5호선 마천역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 집은 대지권 없이 건물만 경매에 나온 것이 특이했다.



돈을 부르는 ‘짝짓기’

주위 사람들은 반 쪽짜리 집을 골치 아프게 뭐 하러 샀느냐고 핀잔을 줬지만 정씨는 마냥 즐겁기만 했다. 정씨는 현장 조사과정에서 그 집이 거여·마천 뉴타운 구역에 속한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 아니라 대지권이 없어도 조합원 자격이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른 연립주택처럼 대지와 건물이 짝을 이룬 온전한 물건이라면 4억5000만원가량에 거래됐겠지만 건물만 경매 대상이어서 싸게 낙찰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정씨는 잔금을 치른 후 싱크대와 도배, 장판 등에 200만원을 들여 집 내부를 단장하고 세를 놓았다. 지하철 역에서 가깝고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어 초등학생 자녀를 둔 세입자가 마음에 들어 했다. 보증금 8000만원에 합의하고 도장을 찍었다. 정씨는 낙찰하고 두 달 만에 투자금의 상당부분을 회수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반 년 후 정씨는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대지 지분 소유자인데 함께 팔아 금액을 잘 나눠 가지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각각 반 쪽씩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제3자에게 함께 팔게 되면 현재 시세인 4억5000만원을 제대로 받을 수 있기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 제안을 받아들였다.

정씨는 수개월 후 순조롭게 대지권자와 협조해 집을 팔았고 1년 남짓 만에 투자금은 두 배가 됐다. 정씨는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하자 있는 부동산을 적은 돈으로 낙찰 받아 하자를 없애고 가치를 높였다. 능력 있는 요리사가 평범한 재료를 독특한 아이디어로 요리해 진수성찬을 만든 것과 같다.

그렇다면 금액대별 투자 전략을 알아보자. 투자자금 5000만원 이하는 직장생활 3~5년 차 젊은 샐러리맨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금액대다. 사회 초년병을 벗어나 결혼 준비를 하면서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수천만원으로 투자할 수 있는 대상으로 구도심, 수도권의 재개발·뉴타운 호재가 있는 지역의 소형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이 적당하다.

재개발·뉴타운 지역에 투자하면 향후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재테크와 내 집 마련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보유자금이 5000만원이 안 될 때는 대출 받아 전체 매입금액을 1억원으로 불려 투자하는 것이 좋다.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은 경락잔금대출이 낙찰가격의 60~70%까지 가능하다.

경락잔금대출이란 낙찰 받은 부동산을 담보로 낙찰잔금을 대출 받는 것을 말한다. 낙찰 받은 부동산에 1순위 저당을 설정하고 잔금 납부기한 내에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유리하다. 응찰하는 날 최저가의 10%를 내고 낙찰 받은 뒤 45일 안에 나머지 90% 잔금을 납부해야 한다.



토지 투자엔 무리한 대출 금물


경락잔금대출을 신청해 잔금을 치르고 낙찰 받은 집에 전세를 들여 전세보증금으로 대출금을 갚으면 큰돈이 없어도 충분히 경매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경매시장에서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은 인기가 많은 편이다. 재개발·뉴타운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와 적은 돈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물건은 경쟁률이 높고 낙찰가가 만만치 않게 높다. 5000만원 이하의 소액투자는 큰 시세차익을 기대하거나 바로 큰 수익을 내겠다고 생각하기보다 앞으로 가격이 상승할 지역에 적은 돈으로 부담을 최소화해 선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여윳돈이 5000만~1억원인 경우 본인이 주택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재테크 전략을 달리하는 것이 좋다. 만약 무주택자라면 역세권 주거용 오피스텔,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재개발·뉴타운 지역의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에 투자하는 것이 적당하다. 반면 이미 주택이 있는 경우는 소형 점포 또는 적절한 규모의 토지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소형 점포는 은행 금리보다 높은 연 7% 이상의 월세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이 적당하다. 상가는 평균적으로 감정가의 절반 가격에 낙찰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개별성이 분명한 종류인 만큼 상가는 옥석에 따라 1층에 목 좋은 상가는 낙찰가가 좀 더 높고 그 외의 곳은 3분의 1 가격에 낙찰 받을 수도 있다.

이때 무조건 싸다고 응찰할 것이 아니라 상권과 유동인구 등을 잘 고려해야 한다. 토지 투자는 임대수익보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하는 것이므로 단기투자보다 2~3년 이상 장기로 묻어둬야 유리하다. 따라서 토지 투자에 무리한 대출을 끌어다 쓰는 것은 금물이다. 여윳돈으로 장기적인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만큼 이자부담이 크면 부동산을 유지하는 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여윳돈이 1억~3억원이라면 서울 강북권 또는 수도권의 중소형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이 적당하다. 아파트는 연립주택이나 다세대주택보다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거주와 투자를 겸해서 하는 것이 좋다. 거주를 목적으로 유찰이 많이 된 아파트를 싸게 낙찰 받으면 그 아파트에 살다가 부동산 가격이 회복되는 시점에서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

수도권 주거용 부동산은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으로 3년 보유, 2년 거주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무주택자가 주택에 투자할 때는 절세 차원에서라도 가능한 한 낙찰 후 직접 살면서 비과세 요건을 채우는 것이 좋다. 임차해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불황으로 아파트 경매 물건이 많아진 올해를 내 집 마련의 기회로 삼아 적극적으로 공략해보자.

‘Auction(옥션)은 Action(액션)’이란 말이 있다.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통찰력을 갖는 동시에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실천에 옮기는 행위가 수반돼야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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