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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CSR 활동엔 특별한 게 있다

그들의 CSR 활동엔 특별한 게 있다

삼성, KT(IT 서포터즈), CJ(저단백질 햇반), 코레일. 이코노미스트가 신년특집으로 실시한 착한 기업 관련 설문조사에서 분야별 1위에 오른 기업들이다. 이들의 사회공헌 활동엔 과연 어떤 특별함이 숨어 있을까?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일등 기업들의 뼈를 깎는 노력과 숨은 애환을 살펴봤다.



CSR 최우수 기업 삼성

▎한 노인에게 IT 교육을 하고 있는 IT 서포터즈.

▎한 노인에게 IT 교육을 하고 있는 IT 서포터즈.


어디선가 무슨 일 생기면

‘삼성맨’ 나타나


매년 2월만 되면 전국 삼성자원봉사센터가 북적거린다. 헌혈하기 위해 몰려든 삼성 임직원 때문이다. 이런 진풍경은 14년째 이어진다. 삼성그룹 사회적 책임(CSR) 활동의 컨셉트는 사회문제 해결이다.

임직원 헌혈캠페인도 이런 맥락에서 출발했다. 1996년 초, 동절기만 되면 피 부족 사태가 확산되자 헌혈 캠페인 개최를 전격 결정했던 것. 2009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신종플루 영향으로 헌혈이 감소하자 삼성은 긴급 헌혈 캠페인을 벌였다. 여기엔 무려 1만여 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삼성 계열사 가운데 헌혈 캠페인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곳은 에스원이다. 매년 임직원의 40%가 헌혈에 참여한다.

업무 특성상 평소엔 24시간 출동대기 상태에 있기 때문에 다른 자원봉사활동에는 참여하기 힘들다. 대신 헌혈만큼은 본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탄탄한 전문 봉사인력, 삼성의 자랑이런 전국적 CSR 활동이 가능한 것은 삼성 특유의 탄탄한 인력 시스템 덕분이다. 사회공헌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그룹에만 12명, 관계사까지 포함하면 375명에 이른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 사회복지사도 별도로 뽑았다. 인력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해외 연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삼성 CSR 활동의 슬로건은 해피 투게더다. 다 함께 행복하게 살자는 거다. 이 회사의 CSR 활동이 지역 밀착형으로 전개되는 이유다. 삼성의 CSR 중점 사업인 소년·소녀 가장 지원, 희망+네트워크, 희망의 작은 도서관 사업 모두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 회사의 CSR 활동으로 지역이 활성화한 사례도 있다.

바로 희망의 작은 도서관 사업이다. 이는 농산어촌에 있는 200명 이하의 초등학교 도서관을 리모델링하는 거다. 그런데 도서관을 고치자마자 농촌 학교로 도시 학생들이 전학오기 시작했다. 삼성 사회봉사단 관계자는 “학생들에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려던 것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그 학교의 학생도 늘어나니 내심 마음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삼성 사회공헌사업은 올해 옷을 갈아입는다. 해피 투게더가 아닌 새로운 슬로건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사회봉사단 최석진 부장은 “보다 내실 있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다”며 “내년에는 우리 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인지도 1위 KT ‘IT 서포터즈’

IT 봉사단 덕에

인터넷 깨친 중국인


중국인 장림씨는 충북 청주시에서 다문화 강사로 활동 중이다. 강의 내용은 인터넷과 IT활용이다. 3년 전에 결혼해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의 삶이 변한 계기는 KT ‘IT 서포터즈’였다. IT 서포터즈는 IT 도우미 역할을 하는 KT 직원을 말한다. 가족의 권유로 청주 이주여성 인권센터에서 교육을 받던 중 마침 센터를 방문한 IT 서포터즈에게 인터넷 활용 교육을 받게 된 것이다.



IT 서포터즈, 다문화 가정 위해 뛴다그의 IT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인터넷으로 얻은 정보 덕분에 한국과 중국 문화를 이해하게 되면서 부부 갈등도 줄었다. 요즘은 IT 교육 강사로도 나선다. 장림씨의 소원은 한국인과 중국인이 서로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그럴듯한 인터넷 카페를 만드는 거다. KT가 IT 서포터즈 활동으로 도운 사람은 100만 명에 달한다.

2007년 2월에 창단한 IT 서포터즈가 불과 3년 만에 올린 실적이다. 하루 평균 1000여 명에게 봉사한 셈이다. 비교적 짧은 기간임에도 IT 서포터즈의 인지도가 높은 것은 전담조직 때문이다. 매년 선발되는 400명의 IT 서포터즈는 1년 동안 오로지 봉사활동에만 전념한다. 월급은 기존 수준으로 지급된다.

그렇다고 누구나 봉사단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IT기술 경력이 최소 10년 이상 되는 베테랑급만 가능하다. KT는 내년에 IT 서포터즈 활동을 보다 강화할 방침이다. 이 회사의 허정주 과장은 “지금까지 정보격차 해소에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실생활의 편의를 높이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다문화 가정을 위한 지원도 대폭 늘린다. 허 과장은 “다문화 가정이 우리 사회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이들 가정에서 IT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면 강사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도 열어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적합도 1위 CJ 저단백질 햇반

▎코레일의 해피 트레인 행사.

▎코레일의 해피 트레인 행사.


“적자 뻔해도

나눌 수 있다면 OK”
CJ 제일제당 하나로마트 서울영업팀장 윤창민 부장. 그의 첫째 딸은 페닐케톤뇨증 환아다. 단백질을 먹으면 뇌 또는 신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어릴 땐 그나마 괜찮았다. 이런 병을 가진 환아를 위해 특별 제조된 분유가 있었기 때문.

하영이가 정작 밥 먹을 나이가 되자 윤 부장의 가슴은 답답해졌다고 한다. 국내엔 저단백 가공식품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일본 제품을 수입해 먹이려 했지만 이번엔 하영이가 외면했다.



김진수 대표의 결단 “손해 봐도 만들라”윤 부장은 2009년 2월 김진수 대표와의 사내 간담회에서 용기를 냈다. 하영이 질병에 대해 소개하고, CJ가 환아를 위한 저단백 밥을 만들 수 없겠느냐고 간청했다. 김 대표로선 당혹스러운 요구였을지 모른다. 국내에 이 질환을 앓는 환자는 140여 명. 저단백 밥을 개발해 출시해도 손해는 불 보듯 뻔했다.

그런데 김 대표는 뜻밖의 결정을 내린다. “출시하겠다.” 윤 부장에게도 이 사실을 전자우편으로 직접 알렸다. “식품연구소가 제품을 개발만 한다면, 수익성에 상관없이 제품을 출시하겠습니다. 우리의 R&D 역량을 믿고 기다려 봅시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나눔의 철학 때문이었다.

더구나 일반 햇반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력도 가지고 있었다. 기업의 본질과 사회공헌활동의 컨셉트가 맞았다는 얘기다. 이코노미스트의 ‘착한 기업’ 설문조사에서 이 햇반의 적합도가 최고로 나타난 것도 이런 이유다. 제품 개발에 들어간 지 7개월 만에 이 회사는 저단백 햇반 개발에 성공했다.

밥맛은 살리면서 단백질 함유량은 기존 흰밥에 비해 10분의 1로 줄인 즉석밥이다. 이 회사 황재현 과장은 “수익을 생각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 제품이었다”며 “햇반을 꾸준히 찾아주는 고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CSR 활동은 사익보다 공익을 먼저 따져야 한다. 사익을 먼저 생각하면 효율적인 CSR 활동을 전개할 수 없다. CJ 저단백질 햇반이 주는 교훈이다.



공익성 1위 코레일

CSR로 노숙인과

불편한 동거 “끝”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 결과 코레일 CSR 활동의 공익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레일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사회문제 해결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코레일이 가장 먼저 해결하고자 했던 사회문제는 바로 노숙인이었다. “몰아내야 하는 존재로 여기지 말고 끌고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2005년 11월 노숙인 아웃리치(Outreach)팀이 발족할 때 코레일 직원들이 마음속에 새긴 말이다. 사실 코레일 직원과 노숙인 사이에는 묘한 대립관계가 형성돼 있었다. 직원들로서는 노숙인들로 인해 고객으로부터 듣는 불평을 참아내기 힘들었고, 역사(驛舍)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노숙인들로선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코레일은 자발적으로 자원봉사단인 노숙인 아웃리치를 조직했다. 저녁 7시부터 12시까지 2인1조로 노숙인을 위한 지원활동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첫해 활동은 12월에서 3월까지 4개월간 진행됐다.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노숙인 가운데 70% 이상이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있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형편없었던 것이다.

이대로 역에서 쫓겨나 길거리에서 잠들면 동사할 가능성이 무척 높았다. 노숙인 아웃리치는 노숙인에게 필요한 것은 쉼터라고 결론지었다. 노숙인과 상담한 후 가까운 쉼터로 입소할 것을 권유했다. 건강이 안 좋은 노숙인에겐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코레일의 특명 “노숙자와 친해져라”첫해는 서울역에서만 진행했지만 현재는 대전·대구·부산역 등 6곳에서 봉사활동을 전개한다. 조직 규모도 커졌다. 2009년 한 해 424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했다.

‘테마가 있는 열차여행 해피 트레인’도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했다. 계기는 서울시의 아이디어였다. 시에서 노숙인에게 직업훈련을 하고 일자리도 주선할 테니, 코레일에선 한 달 이상 근무한 노숙인에게 기차여행을 시켜주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코레일로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2006년 코레일은 열차 두 칸에 140명의 노숙인을 태우고 안면도로 향했다. 비용은 코레일 직원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사회공헌기금 ‘러브펀드’와 고객이 기부한 철도 마일리지 포인트인 ‘러브포인트’로 마련했다. 2009년에는 노숙인뿐 아니라 다문화 가정, 자활노숙인, 독거 노인, 보육원 어린이 등 사회 소외계층 4150명을 초대해 열차여행을 다녀왔다.

코레일은 또 자활노숙인 열차여행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서울시 노숙인대책반, 노숙인 다시 서기 지원센터 등 아웃리치 관련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성금을 기탁하고 있다.

이 회사 장성식 차장은 “노숙인 아웃리치와 해피 트레인이 보다 좋은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철도와 관련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CSR 활동을 전개하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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