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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의 힘

제주 올레길의 힘

이제 제주도 하면 그 중심에 올레가 자리합니다. 올레는 ‘거리길에서 대문까지 통하는 작은 길’을 의미합니다. 산티아고를 다녀와 도보여행의 맛에 흠뻑 젖은 언론인 서명숙씨가 고향에 내려가 걷기운동을 펼치면서 2007년에 처음 올레길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제가 선택해 걸은 길은 6코스 쇠소깍에서 외돌개 구간입니다. 13개 코스가 있는데 그중 가족의 의견이 모아진 곳으로 선택했습니다. 차를 쇠소깍에 세워두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쇠소깍은 바닷물과 계곡물이 합쳐져 작은 호수를 이룬 곳입니다. 올레길의 초입에서 당황한 것은 대단한 팻말도,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없이 길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하는 파란 화살표와 리본이 유일한 길 안내자 역할을 할 뿐 거리 표시도, 이정표도 변변치 않습니다. 아니 이정표가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올레는 특별한 목적으로 걷는 길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바람소리를 듣고 파도소리를 느끼며 걷는 길입니다. 보이는 경치 하나하나가 사진의 한 장면이 될 것처럼 느껴집니다. 당초 5㎞나 걸을 수 있을까 하고 시작했는데 6코스를 완주했습니다. 16㎞ 정도 된다고 하는군요.

제주 올레는 단순히 작은 길을 걷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올레가 여행의 패턴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빠르게 다니는 여행, 사진 찍는 여행이 아닌 느리게 걷고 생각하는 여행의 유행을 예고합니다. 사실 걷는다고 하면 산을 오르는 정도로 생각하지 여행을 가서 길을 걷겠다는 생각을 못합니다.

그런데 올레길은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여행 패턴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올레길은 많은 숨은 관광지를 발견해내는 역할과 더불어 가장 한국적인 것, 가장 제주적인 것을 발견해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골의 감귤밭, 어촌, 주막 등을 그대로 보여주고 한국인의 군상을 만나게 해줍니다.

올레 여행은 필연적으로 그에 맞는 숙소가 생겨나고 그에 맞는 맛집을 탄생시킵니다. 싼 비행기나 시내버스도 하나의 대안으로 등장합니다. 제주 올레는 하나의 관광상품이 아닌 제주여행을 홍보하고 업그레이드시키는 커다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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