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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시간은 땀 흘려야 살 빠진다!?

매일 1시간은 땀 흘려야 살 빠진다!?

건강과 관련한 문제에서 또 하나의 환상이 깨졌다. 전문가들은 정상 체중을 유지하거나 불어난 체중을 적정한 수준으로 줄이는 방법으로 식이요법과 운동을 추천해 왔다. 하지만 체중 유지의 두 기둥 중 하나가 처참히 무너져내렸다. 미국 의학회 저널에 실린 하버드 의대의 한 연구 결과 때문이다.

13년 동안 중년 여성 3만4079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체중이 불지 않은 그룹은 미 연방정부의 권장대로 한 번에 30분씩, 일주일에 다섯 번(일주일에 2시간 반) 운동한 사람들이 아니라 일주일에 7시간씩 운동한 사람들이었다. 이제 헬스클럽들은 입구에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의 문’이란 문구를 써 붙여야 할 듯하다.

‘이 문으로 들어오는(들어와 걷고 뛰는) 자여, 모든 희망을 버릴진저….’ 하루 1시간씩 매일 운동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브리검 여성병원과 하버드 의대의 전염병 학자 이-민 리 박사(싱가포르 출신)가 이끄는 연구팀은 한번 체중이 늘면 감량과 감량 상태의 유지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래서 연구팀은 체중 증가를 예방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연구에 참가한 모든 여성이 정상적인 식사를 했다(체중 감량을 위한 식이요법을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체중이 늘지 않은 유일한 그룹은 하루에 적어도 1시간 동안 운동한 그룹이었다. 그들은 13년 동안 매일 운동을 했다.

“이만큼 했으면 하루나 이틀쯤 쉬어도 되겠지”라는 딴 생각을 품고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절망한 부분은 그 다음이다. 일주일에 3시간 반~7시간(연방 정부의 권장운동량보다 많은 양이다) 운동한 여성들의 경우 체중이 평균 2.6kg 늘었다. 일주일 운동 시간이 권장량인 2시간 반이 채 안 되는 여성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해 권장운동량을 지켜도(실상 그 두 배나 운동을 해도) 체중이 늘었다는 얘기다. 체중이 2.3kg보다 적게 늘어난 그룹은 체질량지수(BMI) 25(예를 들면 신장 167cm에 체중이 70kg인 경우로 과체중이 아니다) 미만에서 시작해 하루에 중간 강도의 운동을 적어도 1시간 동안 한 여성들이었다.

연구팀이 내린 결론은 꽤나 절망적이다. “일주일에 중간 강도의 신체활동을 7시간 동안 한 여성들에 비해 2시간 반 미만이나 2시간 반~7시간 동안 한 여성들의 체중이 훨씬 더 많이 늘었다. 운동을 적게 한 두 그룹(2시간 반 미만 그룹과 2시간 반~7시간 그룹) 사이에는 차이가 없었다.”

연방 정부의 권장운동량보다 두 배나 더 많은 운동을 한 그룹과 권장량의 절반밖에 운동을 하지 않은 그룹(운동량으로 따지면 네 배나 차이가 난다) 사이에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었다는 말이다. 당장이라도 헬스클럽 회원권을 취소하고 싶게 만드는 연구 결과다. 연구팀의 말을 한 가지 더 소개하자면 이렇다.

“첫째, 일단 과체중이 되면 그땐 이미 때늦은 듯하다. 신체적 활동(적어도 연구 참가자들이 행한 수준의 활동)만으로 체중 증가 폭을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정상 범위의 BMI를 유지하고 체중 증가를 막으려면 하루 1시간의 강도 높은 신체적 활동이 요구된다.” 2009년 이후 나온 다른 여러 연구에서도 운동의 비만 예방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과학계에서 형성 중인 새로운 여론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운동이 체중 감량에 이렇게 비효과적인 이유가 뭘까? 아직 확실한 해답은 알 수 없지만 몇 가지 가설은 이렇다. 운동을 하면 갈증이 나서 단 음료를 찾게 된다(그래서 게토레이를 들이켠다). 운동을 하면 배가 고프다(그래서 더 먹는다).

운동을 하고 나면 그만큼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그래서 또 더 먹는다). 운동을 했기 때문에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그래서…). 이런 식이다. 사람들은 또 ‘운동을 하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져서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열량 소비가 늘어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별로 그렇지 않다.

흥미롭게도 미국 의학연구소는 2002년의 한 연구에서 ‘과체중이나 비만을 예방하려면 하루에 1시간(일주일에 7시간) 동안 중간 강도의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쩌면 연방 정부는 이 연구 결과를 본 뒤 그 기준으로 권장 운동량을 제시할 경우 사람들이 너무 벅차다고 여겨 운동을 포기할까 봐 권장량을 낮춰 발표했는지 모른다.

이해할 만한 일이다. 리와 동료들은 2008년 발표된 연방 정부의 권장운동량(일주일에 2시간 반)은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병의 위험을 낮추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열량 섭취 제한 없이 체중 증가를 미리 막는 데는 충분치 않다”고 결론 지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체중 증가를 막으려면 적게 먹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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