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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겹수육·문어숙회, 막걸리에 ‘딱’

오겹수육·문어숙회, 막걸리에 ‘딱’

‘음식점엔 몇 명이 어울려 가야 알맞을까?’ 누구나 한두 번쯤 고민했을 내용이다. 우선 혼자는 ‘영 아니올시다’다. 나 홀로 밥 먹는 사람을 측은지심으로 보는 대한민국 땅에선 더욱 그렇다.

둘은 어떤가? 혼자보다는 낫지만 이 역시 신통치 않다. 물론 두 사람이 은밀한 이야기를 나눌 목적이 있다든지 남녀 간에 보다 발전적인 관계(?)를 모색해가는 과정이라면 모를 일이다.

그렇지만 ‘그 집의 맛있는 메뉴를 즐긴다’는 단순한 목적만 따진다면 둘만의 식사도 ‘꽝’ 수준에 가깝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 수가 적으면 그만큼 맛볼 수 있는 음식의 가짓수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집에서 탕수육 한 접시만 시켜도 두 사람의 배가 빵빵해지니 또 다른 메뉴를 맛보는 건 꿈꾸기조차 힘들어진다. 이럴 때 값을 낮추고 양을 줄인 ‘소(小)’자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음식점을 찾는 게 쉽지 않다.

그러니 적어도 서너 명이 어울려야 그 집의 메뉴 몇 가지를 맛볼 수 있다. 최근 반가운 맛집 한 곳을 발견했다. 혼자는 이 집 역시 마찬가지지만 둘만 되면 쏠쏠하게 몇 가지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서울경찰청 건너편 광화문시대 오피스텔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김씨도마’가 그곳이다.

메뉴판을 펴는 순간 입맛을 당기는 메뉴가 확확 눈에 들어온다. 오겹살수육·문어숙회·빈대떡·메밀묵·전유어 등. 딱딱 떨어지는 안줏감이다. 게다가 멸치랑 닭 국물로 끓인 국수 등 선주후면(先酒後麵)에 맞춘 식사거리도 좋다. 한 페이지를 더 넘기니 진천의 향토문화재 등록 58호인 막걸리까지 등장한다.

벌써 목젖을 타고 군침이 막걸리처럼 꿀꺽꿀꺽 넘어간다. 그중 가장 시선을 잡은 메뉴는 도마육어(肉魚)다. 오겹살 돼지고기 수육이랑 문어숙회가 함께 나온다. 값은 3만원. 각각 주문할 경우엔 6만원인데 배가 부르지 않으면서 반값에 두 가지를 맛볼 수 있어서 얼른 주문했다.

다음은 술. 향토문화재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막걸리를 주문하자니 한 주전자(1만원)는 부담스럽다. 종업원에게 반 주전자도 가능하냐고 묻자 ‘오케이’란다. 반값(5000원)에 막걸리도 가능해진 것이다. 이 집 막걸리 잔도 재미나다. 엄청나게 큰 1960~70년대 주발과 대접이다.

어디서 구했는지 주석이 섞인 양은 재질이란다. 반쯤 부어서 벌컥벌컥 마시다 보니 ‘알딸딸’은 당연지사다. 껍질까지 달린 오겹살 수육의 쫄깃쫄깃한 맛, 500원 동전 크기의 문어숙회의 차진 맛, 둘 다 나무랄 것이 없다.

콩가루를 섞어 반죽한 면을 진한 멸치 국물에 끓인 도마국수까지 먹고 나면 ‘다음에 올 땐 메밀묵과 빈대떡, 그리고 비빔국수’를 기약하게 된다.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고 정갈한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건 반가우나 신발을 벗어야 하고 식탁 간격이 좁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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