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중국 인플레이션 없으면 괜찮아

중국 인플레이션 없으면 괜찮아

▎지방선거 이후 4대강 관련주의 주가 추이가 주목 받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4대강 관련주의 주가 추이가 주목 받고 있다.

지방선거가 주식시장에도 때아닌 후폭풍을 몰고 왔다. 4대강주, 남북경협주, 수도권광역급행철도주 등이 새로운 테마로 떠올랐다.

이런 현상은 매우 일시적이다. 선거 이후 주식시장은 더 큰 그림으로 봐야 한다. 지금 주식시장은 어디쯤 와 있고 또 어디로 가고 있을까? 세상이 늘 그렇다지만 요즘만큼 증시에서 서로 다른 두 얼굴이 또렷하게 공존했던 경우도 드물었던 것 같다.

요즘 상황은 이렇게 대조적이다. 우선 경기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금융 시장에서의 위험 강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역별로 신흥국은 국가 부채나 환율 등 제반 경제여건이 꽤 안정돼 있는 반면 선진국은 안팎으로 온통 불안투성이다.

그중에서도 미국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양호하지만 유럽은 갈수록 태산이다. 유동성과 신용경색도 한 배에 탄 두 얼굴이다. 풍부한 시중 유동성과 낮은 금리만 보면 증시에 돈이 물밀듯 들어올 듯하지만 곳곳에 깔린 신용위험을 보면 주식이 아직 위험하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난류·한류 뒤섞이는 상황이처럼 지금 증시는 난류와 한류, 고기압과 저기압이 서로 부딪치는 형국이다. 따라서 지금 주식시장에 별안간 세찬 소나기가 퍼붓고 천둥 번개가 치다가 갑자기 쨍 하고 해가 뜨는 것을 이상하게 볼 일은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국가경제든 산업경기든 개별종목의 주가 흐름이든 다 같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에 상황이 불안정하다.

물론 추후 일정 시간이 흐르고 나면 세계 경기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 갈 것이다. 여타 다른 나라들이 아시아 신흥국 쪽을 닮아갈지, 아니면 그 반대로 중국이나 아시아 신흥국이 유럽과 기타 선진국의 경기 둔화를 뒤쫓아 갈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지만 말이다. 이런 복잡한 세상일수록 투자자들은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세상이 혼탁할수록 기본에 충실한 것이 결국 옳았다는 것을 우리는 익히 잘 알고 있다.

주가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기업 실적(경기)과 주식의 구매력(금리)이 아니던가. 이런 면에서 필자의 결론은 ‘상황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쪽이다. 하반기 이후 우리 기업과 증시를 둘러싼 경영환경과 금융여건을 따져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실물 경기에 관한 것인데 이번 세계 경기는 결국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을 거쳐야 꼭지를 찍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즉 본격적인 지구촌 경기 하강은 지금 세계 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 경제가 무너지면서 촉발될 확률이 높은데 그 경착륙은 인플레에서 발단이 될 개연성이 높다. 그런데 현재 상황으로 봐서 경기가 정점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다소 여유가 남아 있는 듯하다.

다시 말하면 금융위기를 수습하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 풀어놓은 돈들이 아직은 신용팽창, 즉 금융회사들의 대출로 충분히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선진국의 수요 압력이 약하기에 중국의 경기 과열이나 물가상승 부담은 예상보다 낮고 또 지연되고 있다. 전 세계 수요가 아직 충분히 부풀어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 경제를 무너뜨릴 직접적 위협 요인이 아직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요즘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미국 경제와 미 금융시장, 그리고 달러화가 안정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가 어느 한 대륙이나 어느 한두 국가의 문제 정도는 일단 흡수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이나 중국의 재고가 줄고 공장 가동률이 좀 더 오르고 실업률이 떨어지는 연말께면 설비 투자에 대한 욕구와 신규 고용에 대한 욕구가 한층 높아져 돈이 돌면서 경기가 좀 더 강하게 튀어 오를 것이다. 비록 향후 몇 달간 글로벌 경기선행지수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뒤따라오는 산업활동 등 동행지수와 고용지표 등 후행지표의 수준이 좀 더 올라오면 주요국의 경기 예고지표는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둘째, 유동성이나 금융위험과 관련된 문제들인데 지금까지 주식시장을 지배했던 풍성한 유동성은 어느 정도 계속 유지될 것이고 위험요인들은 줄 것 같다. 무엇보다 이번 유럽 사태는 각국의 출구전략을 좀 더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비록 하반기 중 출구전략, 즉 정책금리 인상이 있더라도 급격한 정책 변화를 예상하기는 어렵다.

내년 상반기까지도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역사적으로 여전히 낮은 초저금리로 자국의 경제를 운영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 상반기에 글로벌 증시를 위협했던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험은 하반기에는 다소 수그러들어 악재로서의 위력이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국·중국·유로랜드의 공조에서 드러났듯이 유로화 가치의 하락은 이제 누구도 보고만 있기 어렵다.

남유럽 문제는 대륙 간 공조까지 끌어내 풀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수습의 노력이 진행되는 하반기 중 유로화에 대한 투기적 매도 요인도 현저히 줄 것이다. 남유럽 국가 중 규모가 가장 큰 스페인의 국채 만기 도래 금액이 7월을 정점으로 크게 줄어 이후 내년 3월까지는 이 지역에서 대규모 국채 상환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5월의 글로벌 주가 조정에는 실물 경기가 보여주는 것에 비해 연초 이후 주가가 너무 빨리 오른 것에 대한 기술적 조정의 의미가 깔려 있다. 저금리를 토대로 한 이른바 금융장세에서 본격적인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중간에는 늘 조정이 수반되는데 이번 주가 조정도 이와 같은 의미를 품은 듯하다.



한국 증시는 상승 탄력 높아하반기 주가 조정의 기간과 폭은 역시 글로벌 유동성과 실물경제의 회복강도라는 두 가지 변수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실물경제는 아직 신뢰성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중장기 방향성 면에서는 긍정적이어서 주가의 하방 경직성을 보장할 것이다. 한편 금융 여건은 몇 차례 돌출 악재들의 시험을 줄줄이 받을 가능성이 커 주가의 상승 탄력을 억제할 것이다.

7월 스페인 국채 만기 테스트를 극복하고 여름을 지나면 위안화 절상 이슈가 떠오를 것이고 가을로 가면서 각국의 출구전략 압박이 증시를 억누를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분명한 것은 아시아 신흥시장, 특히 중국과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 탄력이 높고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점이다.

여전히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의 내수 확장과 그에 따른 내구 소비재의 보급 확대가 이번 경기의 핵심주제다. 여타 국가들의 경기회복 지연과 금융 불안, 실물경제의 회복탄력 둔화가 오히려 중국 경제의 확장기간을 연장해주는 아이러니가 이번 경기 사이클의 이면에 숨어 있는 그림이다.

따라서 이번 사이클에서 지켜야 할 투자전략은 어쩌면 단순할지도 모른다. 즉 첫째는 중국의 인플레이션이고, 둘째도 중국의 물가와 자산가격 거품 여부다. 여기에 혹시 더 하나가 있다면 새로운 내구 소비재에 대한 기술혁신과 구매력이다. 중국 문제는 글로벌 경기의 틀, 경기의 외형적 흐름에 관한 것이고 내구재는 그 안에 담는 내용, 즉 경기의 콘텐트에 관한 것이다.

신흥국은 자동차와 TV가, 선진국의 경우는 모바일 기기가 각각 소비를 이끌 것이다. 하반기 증시에서도 이들 업종의 투자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중국 경제와 IT(정보기술) 모바일 혁신은 아무리 봐도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테마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지구촌 주가의 운명을 쥐고 있는 이번 장세의 절대적 변수다.

하반기 중 난기류의 심술로 주가가 일시에 크게 흔들린다면 이를 피하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이를 피하지 못한다 해도 이들 내구 소비재 업종의 손실을 다시 만회할 기회는 또 올 것이다. 만약 현금을 쥐고 이들 업종을 좀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면 그것은 썩 괜찮은 행운일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인뱅 혁신 해외서도 통할까…카카오뱅크 동남아 공략 눈길

2밸류업 공시 시작됐는데…‘저평가’ 금융지주 주가 우상향 언제쯤

3국내 카드 시장, 컨택리스 대중화 언제쯤

4시중은행 해외 진출…다음 공략지는 동유럽 되나

54대 은행 해외법인 순익…신한 ‘맑고’ KB ‘흐림’

6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파행...노조, 기자회견 예고

7쿠팡 PB 상품 우선 노출했나...공정위 심의 하루 앞으로

8일동제약 우울장애 치료제 '둘록사'...불순물 초과로 회수 조치

9‘오일 머니’ 청신호 켠 카카오모빌리티…사우디 인공지능청 방문

실시간 뉴스

1인뱅 혁신 해외서도 통할까…카카오뱅크 동남아 공략 눈길

2밸류업 공시 시작됐는데…‘저평가’ 금융지주 주가 우상향 언제쯤

3국내 카드 시장, 컨택리스 대중화 언제쯤

4시중은행 해외 진출…다음 공략지는 동유럽 되나

54대 은행 해외법인 순익…신한 ‘맑고’ KB ‘흐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