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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CHT] 바다의 포뮬러1 서해 바람을 가르다

[YACHT] 바다의 포뮬러1 서해 바람을 가르다


한국의 바다가 요트로 출렁이고 있다. 해양 스포츠의 꽃 요트의 세계로 들어가 세계 일주의 꿈을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바다를 향한 새로운 도전이 펼쳐질 것이다.
지난 6월 8일 경기도 화성에서 열린 코리아매치컵 대회 현장.

지난 6월 8일부터 12일까지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에서 2011 코리아매치컵이 열렸다. 코리아매치컵은 독일·포르투갈·브라질·한국 등 세계 10개국에서 순환 경주로 진행되는 월드매치레이싱투어(WMRT: World Match Racing Tour) 중 하나다. WMRT는 세계 3대 요트대회로 바다의 포뮬러1(F1)이라고 불린다. 세계대회 상위권 선수들만 선장(스키퍼)으로 참가할 자격이 주어지는 단거리 경주다. 그만큼 박진감이 넘친다. 코리아매치컵은 총상금 3억원으로 WMRT 대회 중 가장 많아 세계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세계 각국에 생방송으로 중계돼 홍보 효과도 남달랐다.

올해 우승자는 스웨덴의 비욘 한센. 결승전에서 프란체스코 브루니(이탈리아)에게 3대2 승리를 거두고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한센은 지난 5월 열린 독일 경기에서는 우승을 차지한 브루니에게 패배를 당했다. 이후 2연승하며 2대2를 만든 한센은 이번에 진행된 마지막 5차전에서 귀중한 결승점을 따내 우승했다.

코리아매치컵에서 선수들은 한국 업체가 건조한 11m짜리 동일한 요트를 이용했다. 예선전에선 한 팀이 다른 모든 팀과 한 번씩 겨루는 라운드 로빈(round robin) 승점 방식으로 총 8개 팀이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전은 두 팀씩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5전3승제다.



요트는 기록경주 아닌 순위경주결승전에선 거리가 짧기 때문에 단시간에 정교한 기술로 바람 방향을 읽고 배를 다루는 경험을 정확히 구사해야 한다. 팀원 5명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만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예선전에서 승점 6.5점, 5위로 통과한 한센은 준준결승에서 전년도 코리아매치컵 우승자인 매튜 리차드(프랑스), 준결승에선 이언 윌리엄스(영국) 등 강력한 우승 후보들을 물리치는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이언 윌리엄스는 ISAF(국제요트연맹) 세계 랭킹 3위로 참가 선수 중 가장 랭킹이 높았다. 프랑스매치컵 우승자이자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데미안 이엘은 10위로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그만큼 선수단 간의 신경전과 전력 탐색전이 심했다. 한센은 경기가 끝난 후 “매우 기쁘다. 2012년 세계 챔피언을 목표로 팀을 구성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독일 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코리아매치컵 우승이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센은 대회 우승상금으로 7500만원, 2위를 차지한 브루니는 5100만원, 3위 윌리엄스는 4200만원을 챙겼다. 한국팀(스키퍼 김성욱 27세)은 1승을 얻는 데 그쳤지만 윌드매치레이싱 경력 2년 만에 거둔 승점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예선전 1위를 했던 뉴질랜드의 루벤 선수를 이기고 따낸 값진 1승이다.

이번 대회에선 조석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의 썰물 때 경기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로 인해 요트가 암초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해 두 번이나 재경기를 하는 등 운영상의 문제점도 노출됐다. 특히 일반인에겐 요트 경기 자체가 생소해 보였다. 바다에선 경기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지만, 보트쇼를 참관하는 관광객들에게는 그저 바다에 떠 있는 한 폭의 멋진 그림으로만 인식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일부에선 요트 경기를 배경으로 가족과 사진 찍기에 바빴다. 향후 요트에 대한 상식이 높아지면 세계 3대 스포츠 경주가 우리 앞바다에서 개최되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게 될 것이다.



보트쇼는 단순한 ‘SHOW’가 아니다최근엔 한국에서 국제보트쇼가 연이어 개최돼 눈길을 큰다. 지난 5월엔 경남 창원에서 대한민국 국제 보트쇼가 열렸고, 여의도 벚꽃축제 기간에 서울마리나에서도 제1회 서울보트쇼가 열렸다. 지난 6월엔 ‘위대한 도전 바다가 미래다’라는 주제로 제4회 경기국제보트쇼가 개최됐다. 아시아에선 요코하마·두바이·상하이에 이어 네 번째, 세계 40번째로 국제인증(IFBSO)을 받은 명실상부한 보트쇼다.

경기국제보트쇼의 경우도 그 잠재력이 남다르다. 올해 33개국 366개 업체가 참여해 현장계약 금액만 600억여원(5500만 달러)에 달하는 등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 미국 내 18개 보트쇼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해양제조업연합회(NMMA)와 협력방안을 협의했고, 세계 5대 보트쇼인 제노아보트쇼를 개최하고 있는 이탈리아 해양산업협회(UCINA)와 공동업무협력을 위한 MOU를 맺는 등 실속도 챙겼다. 또 현대씨즈올, 푸른중공업, 그린오션라이프 등 해양레저 기업들이 순수 국내 기술로 보트 선체와 해상 엔진을 선보였다. 현대요트는 호주 유명 요트 생산업체인 해인즈와 제휴를 맺어 우리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에 청신호를 밝혔다.

세계적인 보트박람회와 비교하면 아직은 그 역사가 짧다. 미국 뉴욕보트쇼의 경우 107년 역사를 자랑한다. 일본 도쿄 57회, 프랑스 파리 51회, 호주 시드니 43회, 독일 뒤셀도르프 41회, 중국 상하이 15회 등 보트쇼 역사가 깊다. 미국 마이애미보트쇼는 무려 2300개 업체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보트쇼로 해양레저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요트로 꿈꾸는 세계 일주 여행지난 6월 7일 한국 요트 업계에선 또 하나의 기록이 등장했다. 소방관 출신의 윤태근(49) 선장이 한국인 최초로 세계 일주를 완주하고 돌아온 것이다. 그는 혼자서 길이 11m짜리 요트를 타고 한반도에서 출발해 605일 동안 5만7400㎞를 항해했다. 그 도전과 모험 정신에 수많은 사람이 박수를 보냈다.

요트 세계에선 세계 일주를 충족시키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먼저 아프리카 끝단인 희망봉과 남미의 칠레 남단 마젤란해협을 반드시 지나야 한다. 그리고 지구의 허리인 적도선을 넘어 총 2만3000마일, 즉 4만㎞ 이상의 항해를 해야만 세계 일주로 인정한다.

세계 일주를 경주로 하는 스포츠는 요트밖에 없다. 그것은 기록 경주가 아닌 순위 경주다. 종류도 여러 가지다. 먼저 한 사람만 승선해 출항지로 되돌아올 때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물 한 방울도 도움 받지 않는 방데그로브(Vendee Globe) 대회가 있다. 4년에 한 번 개최된다.

여러 명이 타고 주요 항구에 기항하면서 총 5만9700㎞를 9개월 동안 항해하며 구간별 소요시간을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 팀워크 지구 일주 경주(Volvo ocean race)도 있다. 이 밖에 대서양횡단, 태평양횡단, 오사카~시드니 레이스 등 수많은 장거리 경주가 매년 개최되고 있다.

이 경주들은 100여 개국에서 10억 명 이상이 생중계로 지켜볼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고 권위의 요트대회는 어떤 것일까. 1851년 영국 만국박람회 기념으로 빅토리아 여왕이 개최한 첫 대회부터 무려 128년간 미국팀이 우승해 영원히 아메리카스컵(America’s Cup)으로 명명된 대회가 그 주인공이다. 이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이 신생국 미국을 정신적으로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 아메리카라는 선명(船名)의 미국 요트 한 척이 영국 왕실 소속 요트 14척을 모두 격파한 것이다.



세계 최고 요트대회는 아메리카스컵아메리카스컵은 단거리 경주지만 반드시 자국 기술로 제작된 요트로 출전하는 규정이 있다. 따라서 엄청난 자금으로 요트를 설계하며 첨단 과학 기술을 집약하고 우수한 인력을 키우는 등 각국이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펼친다. 2010년 대회에서 15년 만에 우승한 미국의 오라클팀은 1억5000만 달러를 투입해 무려 20층 높이인 68m짜리 돛대를 단 요트를 만들어 출전했다. 선수와 스태프 등 팀 인원만 200명이 넘는다. 1983년 호주가 우승함으로써 미국의 연승 항해는 막을 내렸으나, 1992년까지 28차례 대회 중 27회를 미국이 우승했다. 차기 대회 장소는 전회 우승국 바다에서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최근 뉴질랜드 대회에선 바다가 없는 스위스팀이 우승한 후 스페인에 5000억원을 받고 경기 개최권을 팔았다. 아메리카스컵 대회는 3조~4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스위스 덕분에 스페인은 세계 최고의 축제를 즐기면서 57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했고 1조7000억원의 경제효과를 봤다고 한다.

2013년 34회 샌프란시스코 아메리카스컵엔 한국팀(Team Korea)이 9번째로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해양 선진국에 비해 요트 역사는 160년이나 뒤졌지만 한국팀의 도전 정신은 남다르다. 한국팀이 우승해 우리 앞바다에서 세계 최고의 요트 잔치를 구경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2013년 본선 참가를 위해서는 72피트(21m)급 요트를 우리 기술로 한국에서 제작해야만 한다. 선수단 훈련과 지원인력 120여 명, 그리고 요트 제작을 위해 최소한 1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의 투자를 애타게 찾고 있는 중이다.

과거 LG가 글로벌챌린저 요트경주에 광고스폰서(약 90억원)를 해 1위를 한 경험이 있다. 4년 뒤엔 삼성이 200억원을 투자해 한 팀을 사서 후원한 적도 있다. 당시 선두를 달리다 경쟁 요트의 환자를 살리려고 되돌아가는 바람에 승리는 놓쳤지만 그 인간애가 널리 알려졌고 삼성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런 점에서 요트는 해양강국임을 인정받고 국격을 높이는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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