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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재테크 성공 노하우] 상태·디자인보다 브랜드가 중요하다

[명품 재테크 성공 노하우] 상태·디자인보다 브랜드가 중요하다

버킨(Birkin) 핸드백이 유명한 에르메스 매장에서 고객이 쇼핑을 하고 있다.

#1. 10월 말 결혼하는 예비신부 김혜진(28)씨는 결혼예물로 보석세트를 줄이는 대신 698만원짜리 ‘샤넬 2.55 빈티지’ 미디엄 사이즈 가방을 사기로 했다.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 만난 그는 “같은 값이면 가치가 떨어지는 다이아몬드반지보다 샤넬 가방이 낫다”며 “맘껏 들고 다니다 중고로 팔아도 산 가격보다 비싸게 받을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재테크가 어디 있겠느냐”고 활짝 웃었다. 그는 “요즘 결혼하는 친구들은 귀금속보다 명품 가방을 여러 개 사는 것으로 예물을 대신한다”고 덧붙였다.

#2. 올해 초 이선영(가명·20대 후반)씨는 2007년 200만원 후반대에 구입한 샤넬 클래식 캐비어 핸드백을 400만원 초반대에 팔았다. 명품 중고 가게에 위탁판매 수수료 명목으로 약 30만원(팔린 가격의 18%)을 제공한 후 이씨가 손에 쥔 돈은 320여만원. 3년 넘게 사용하던 가방을 팔아 오히려 돈을 번 것이다. 샤넬이 지난 4년간 똑같은 모델의 가격을 계속 올리면서 이씨가 구입한 제품 값이 백화점 매장에서 579만원으로 치솟았다. 이씨의 가방을 팔아준 중고 명품가게 아임코코 강수진 대표는 “(디자인 등이 변하지 않는 일부 라인의) 새 제품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중고 명품숍에선 몸값이 더욱 높아진다”며 “지금도 샤넬 핸드백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말했다.

이른바 ‘샤테크’가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샤테크란 샤넬과 재테크의 합성어다. 샤넬 핸드백 가격이 해마다 오르기 때문에 중고로 팔아도 돈이 남는다는 뜻에서 붙여진 말이다. 실제로 샤넬은 지난 5월 가방 가격을 평균 25% 올렸다. 샤넬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 사이즈 제품은 463만원에서 579만원으로 116만원 올랐다. 2.55 빈티지 점보 미디엄 사이즈 제품은 558만원에서 698만원으로 140만원 인상됐다. 2007년만 해도 2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었던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 사이즈는 디자인 등이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3년간 네 번의 가격 인상을 거치며 현재 500만원대로 올랐다. 강수진 대표는 “적금을 깨서 명품을 구입해 몇 년 쓰다가 되팔아 차액을 챙기는 사람을 여럿 봤다”며 “경기가 나빠지면서 대량으로 명품을 구입해 재테크하는 사람이 몇 년 전보다 줄긴 했지만 명품은 여전히 괜찮은 투자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시계·반지·목걸이 재테크도 늘어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한국 명품시장은 2006년 이후 해마다 12% 정도 성장해 지난해 45억 달러 규모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맥킨지는 한국 가계소득 중 명품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로 일본의 4%를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루이뷔통과 프라다 등의 국내 매출은 10년 새 무려 10배 넘게 늘었다. 2000년 382억원이었던 루이뷔통코리아 매출은 지난해 4273억원을 기록했다.

명품 소비가 늘어나면서 구입 형태도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에서 많이 샀지만 요즘에는 국내보다 20~30% 저렴한 해외로 나가는 원정 쇼핑족도 적지 않다. 증권사에 다니는 이지은(33)씨는 7월에 여름휴가를 맞아 일주일간 프랑스를 다녀왔다. 휴가도 즐기면서 에르메스의 베스트셀러 상품인 버킨25 핸드백을 6200유로(약 942만원)에 구매했다. 이씨는 “국내에서는 1199만원에 팔리는데 프랑스에서 257만원이나 싸게 샀다”고 말했다. 명품 가방의 경우 프랑스 현지와 국내의 가격차가 200만~300만원에 이른다. 현지에서 약 10%가량의 세금 환급까지 받으면 국내와의 차액은 350만원으로 벌어진다. 현지에서 사면 100만~150만원에 이르는 비행기 값을 뽑고도 남는다. 국내에 없는 새 상품도 접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렇다 보니 에르메스와 샤넬 명품 밀반입도 급증하고 있다. 세관이 7월 18일부터 8월 31일까지 인천공항에서 면세범위(400달러 한도)를 초과한 명품 핸드백 적발 건수는 총 5385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579건보다 18% 늘어난 것으로 인천공항 개항 이래 최다 기록이다. 세관 측은 “일부 명품 브랜드 가격이 계속 오르다 보니 명품가방 밀반입도 덩달아 늘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명품업체가 가격을 해마다 10~20%씩 올리면서 명품 재테크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심지어 중고 제품이 현재 판매가보다 높은 가방도 눈에 띄었다. 중고 명품업체 구구스에 따르면 가로 35㎝ 기준 N-S급(새 상품이지만 개봉한 상태) 버킨백은 1300만원대 중반부터 1500만원대 중반까지 거래되고 있다. 올해 출시된 ‘에르메스 블랙 벌킨 35’ N-S급은 구구스 압구정점에서 1540만원에 나와 있다.

구구스 관계자는 “애초 매장 판매가(1230만원)보다 20%가량 비싼 가격”이라며 “색깔과 가죽에 따라 가격에 차이가 있지만 N-S급보다 한 단계 낮은 특A급도 평균 1300만원대에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명품의 중고 가격이 더 비싼 건 공급량보다 수요가 더 많기 때문이다. 중고 명품시장은 철저히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구입하기 어려운 일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아 중고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최근에는 명품 시계나 반지와 목걸이 등 주얼리로 재테크를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제품 상태, 사이즈, 부속품 등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까르띠에, 불가리, 티파니 같은 명품 브랜드의 중고 제품은 몇 년 쓰고도 적어도 50~70% 수준까지 받을 수 있다.

명품 재테크라고 모두 성적표가 좋은 건 아니다. 중고 명품가게 탑스의 김중화 대표는 “제품의 상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시계라면 롤렉스·브레게 등 인지도 높은 브랜드 제품을 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들 제품은 상태가 좋다면 3~5년 정도 사용했던 것도 구매가의 60~70%까지 받고 팔 수 있다. 반면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제품은 아무리 상태가 좋아도 구매가의 50%를 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중화 대표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디자인은 유행에 따라 자주 바뀌므로 명품 재테크를 할 경우 디자인보다 브랜드를 따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수입 방식에 따라서도 명품 재테크의 수익률이 달라진다. 구찌·페라가모 등의 제품은 여러 업체가 ‘병행 수입’ 하는 방식으로 국내에 들여온다. 그러다 보니 이들 브랜드 제품은 매장뿐만 아니라 인터넷·TV홈쇼핑 등 여러 유통 채널에서 다양한 가격으로 팔린다. 새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구입할 수 있어 좋지만 이걸 중고로 팔려는 사람 입장에선 그만큼 가격과 희소성이 떨어진다. 한 명품 중고 가게 주인은 “아무리 상태가 좋아도 병행 수입되는 제품은 높은 가격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에르메스·샤넬처럼 독점 판매하는 해외 브랜드들은 중고 명품가게에서 몸값이 높다. 특히 신제품을 주문하려면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2~3년 걸리는 에르메스 제품은 구매가격의 최대 80~90%까지 받고 팔 수 있다.



독점 판매 브랜드 수익률 높아1000만원을 주고 구입한 에르메스 백을 1년 동안 쓰다 올 초 900만원에 판 서진숙(가명·50대)씨가 그런 사례다. 서씨의 가방을 판매 대행한 김중화 대표는 “에르메스 백은 구하기 어려워 일단 들어오면 높은 값을 쳐서 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서씨처럼 1~2년 정도 핸드백을 사용하다 구매 가격과 거의 비슷하게 받고 팔 수 있어 다시 신상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들 가운데는 에르메스 단골이 많아 다른 사람보다 비교적 빨리 새로운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명품을 되팔 때는 언제 파느냐도 중요하다. 가방의 경우 계절에 따라 고객들이 찾는 색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고 명품가게 오창석 대표는 “가을, 겨울에는 어두운 색상이 잘 나가고 봄, 여름에는 화사한 색상을 찾는 손님이 많다”며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색상을 맡겼다가 팔리지 않아 낭패를 보는 사람이 가끔 있다”고 설명했다.

명품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 받는 건 가격이 꾸준히 오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브랜드로 재테크에 나섰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직장인 심은지(27)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지난해 봄 재테크 목적으로 공항 면세점에서 100만원 중반대인 명품 브랜드 미우미우 사첼백을 사려다 말았다. 이 가방은 탤런트 김태희가 드라마에서 들고 나온 후 이른바 ‘김태희 백’이라 불리며 인기를 모았다. 심씨는 면세점에서 구입해 1~2년가량 쓰다 되팔면 이익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천공항 면세점 직원도 “가격이 더 오를 것이니 빨리 사는 게 이익”이라고 부추겼다. 심씨는 그러나 다른 브랜드 제품에 끌려 그걸 구입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론 전화위복이 됐다. 미우미우는 다른 명품 브랜드와 달리 가격 인상폭이 크지 않았다. 미우미우 영업부 오동준 차장은 “원가가 계속 오르기 때문에 해마다 한 번 정도 가격을 올리긴 하지만 다른 브랜드처럼 인상폭이 크진 않다”고 말했다. 심씨는 “여름에 공항에서 확인했더니 가격 인상폭이 크지 않아 사지 않길 잘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짝퉁을 구입해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 직장인 김성은(29·가명)씨는 재테크 목적으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찌 보스턴백을 60만원에 구입했다. 김씨는 “구찌가 샤넬, 에르메스처럼 중고 가격이 높은 명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명품 가격이 계속 오르기 때문에 1년 정도 들다 팔 생각으로 샀다”고 말했다. 1년 후 그는 가방을 팔기 위해 중고 명품가게를 찾았다. 그런데 짝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익은커녕 손해를 본 것이다. 김중화 대표는 “매장에서 산 제품이라고들 하지만 가짜로 밝혀져 황당해 하는 고객을 여럿 봤다”며 “아무리 매장에서 구매하더라도 보증서·고유번호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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