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기택 코코호도 대표 - 손님·가맹점주 모두를 섬긴다

한 할아버지가 코코호도 매장을 찾았다. 그는 손자가 밥은 안 먹고 호두과자만 먹는다며 걱정을 늘어놨다. 초등학생인 손자는 호두과자로 유명한 지역을 묻는 학교 시험문제에 ‘코코호도 미금역점’이라고 답을 써냈다고 한다. 할아버지에게는 푸념이었겠으나 장사하는 사람으로서는 이만큼 기분 좋은 이야기가 있을까. 코코호도 권기택(58)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며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맛있게 먹어준다니 너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호두과자는 대표적인 휴게소 음식이다. 추운 날씨에 한 입 베어 물면 따뜻한 온기와 달달한 향이 전해진다. 지금은 쉽게 맛 볼 수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호두과자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나 맛볼 수 있었다. 권 대표 역시 일부러 휴게소를 찾아 사다 먹을 정도로 호두과자 마니아였다. 건축업을 하던 그에게 전환기가 찾아온 것은 2000년 대 초반. 당시 그는 군인들을 위한 선교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어떤 선물을 준비할까 고민하던 차에 호두과자를 좋아한다는 소리를 듣게 됐다. 며칠 밤을 새워 직접 만든 호두과자를 들고 군부대를 찾았는데 맛있게 먹는 모습 보고 ‘진짜 맛있는 호두과자’를 만들어 보겠다고 직접 나섰다.
“기왕이면 가장 좋은 재료를 넣어 호두과자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손에 밀가루 한 번 묻힌 적 없으니 잘 되겠습니까. 막연히 아이디어만으로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 보는데 쉽지 않더군요. 대충 만들 수는 있겠는데 다시 먹고 싶을 만한 맛은 아니더라고요. 1년 정도 지나니 조금씩 맛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용인시 풍덕천동에 그만의 호두과자 연구소를 열었다. 이곳 저곳에서 선물용으로 전해주다 보니 다시 찾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2003년 7월 인테리어 가게 한 켠에 본점을 시작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멀리서 차를 몰고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이 종종 있었다. 이들 중 프랜차이즈 전환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권 대표는 “처음에는 맛에 자신이 없어 꺼렸지만 강북에서 찾아온 한 손님이 그 동네 사는 사람들이 호두과자를 먹고 싶을 때 꼭 여기까지 와야 하느냐며 따져 묻는데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브랜드 이름을 정하는 일부터 맛을 유지할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까지 꼼꼼히 따져 사업을 진행해 나갔다. 이름을 코코호도로 정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사업 초기 호두과자점을 내겠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은 ‘천안’ ‘옛날’ 등의 이름을 권했다. 하지만 권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로드숍에서 판매하는 만큼 과거와도 철저히 단절해야 한다고 판단한 그는 브랜드 이름을 부르기 쉬운 코코호도로 지었다. 호두가 표준어지만 ‘ㅗ’ 발음이 이어지는 느낌을 살리려고 ‘호도’를 썼다.
고급 재료와 깔끔한 인테리어에 브랜드 인지도까지 쌓이면서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견과류가 장수음식으로 주목 받기 시작한 것도 한 몫 했다. 최근에는 아침식사 대용으로 호두과자 두 세알을 먹는 젊은 여성이 크게 늘었다. 아이들 간식용으로도 인기 만점이다. 평소 코코호도를 자주 찾는다는 주부 이주연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데다 칼로리가 높지 않아 즐기는 편”이라며 “코코호도는 설탕을 많이 넣지 않고 호도의 씹히는 맛도 있어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계약 때 리모델링비 500만원 지원코코호도의 호두과자에는 캘리포니아산 호두의 4분의 1 조각을 통째로 넣는다. 개발 당시 권 대표가 ‘식어도 맛있는 호두과자’와 함께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다. 휴게소 등에서 판매하는 호두과자는 대부분 호두 분말을 사용한다. ‘호두과자에 왜 호두는 없냐’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권 대표는 “세계 호두 품종 중 캘리포니아 산 호두가 호두과자에 가장 적합하다”면서 “유기질과 무기질, 오메가3 함유량도 가장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코코호도만의 서비스 정책도 성공 비결이다. 코코호도는 포장지로 천연 펄프를 사용한다.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들어 놓고 인체에 해로운 포장지로 감쌀 수 없지 않느냐는 권 대표의 고집 때문이다. 커피 가격 역시 마찬가지. 코코호도의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가격은 1500원이다. 다른 커피전문점보다 더 비싼 원두를 사용하지만 가격은 저렴하다. 호두과자와 함께 커피를 찾는 고객이 있어 준비하는 것일 뿐 커피로 이윤을 남길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커피 역시 일종의 서비스 상품인 것이다. 그는 “재료비를 아끼고 서비스를 덜하면 수익이 더 생길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다시 한 번 가게를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장기적으로 더 큰 이익”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절대 무리하게 가맹점 수를 늘리지 않는다. 제품 광고는 하더라도 가맹점 모집광고를 하지 않는 이유다. 현재 코코호도는 전국 220여개의 가맹점이 운영하고 있는데 가맹점별 매출은 관리하지만 전체 매출(2011년 기준 약 400억원)은 굳이 따지지 않는다. 외형상의 규모를 자꾸 생각하다 보면 욕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체 매출을 묻자 그 자리에서 가맹점 매출을 더해 알려줄 정도다. 그는 “지난해보다 더 잘해야겠다고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가맹점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더 중요하다”며 “그러면 본사도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맹점과의 적절한 거리 유지 또한 코코호도만의 강점이다. 권 대표는 직원들에게 가맹점으로부터 식사 대접을 받지 못하도록 한다. 그는 “프랜차이즈는 본사와 가맹점, 고객 모두가 성공해야 하는 사업”이라며 “본사는 거드는 역할일 뿐 절대 지위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코코호도는 가맹점과 4년에 한 번 재계약을 맺는데 이 때 필요한 리모델링 공사 비용 중 500만원을 본사가 지원한다. 초기 계약에서 받은 가맹비 500만원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다. 재계약 때 가맹비를 추가로 받는 일부 프랜차이즈와 다른 점이다.
코코호도 여의도 중앙점을 운영하는 유호종 씨는 2007년 5월 가게를 열어 지난해 본사와 재계약했다. 이 과정에서 유씨는 권 대표의 말대로 본사로부터 리모델링 비용 500만원을 지원받았다. 유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프랜차이즈에 비해 양심적으로 사업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무리하게 점포수를 늘리려고 하지 않는 것도 가맹점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신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2007년 미국법인을 열었는데 현재 LA지역과 하와이 등 총 5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이 역시 속도조절 중이다.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현지인이 있었지만 권 대표는 무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미국인에 맞게 맛을 바꾸겠다고 해 거절했다”며 “우리의 맛으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천천히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하는 호두과자 재료는 모두 한국에서 가져다 쓰고 있다. 맛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장원석 이코노미스트 기자 ubiquitous8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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