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levision] 잭 바우어의 다정한 변신
우리가 기억하는 키퍼 서덜랜드가 아니다.
그가 LA 도심 골목길에서 두 소년과 함께 폭스 TV의 새 시리즈 ‘터치(Touch)’ 첫 회를 촬영 중이다. 체포할 악당도,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무리도 없다. 신경이 예민해 돌봐줘야 할 두 소년뿐이다. 어울리지 않지만 서덜랜드가 그들의 후원자다.
서덜랜드는 게스트로 출연한 13세의 아역배우 말라치 스미스를 ‘자기(sweetheart)’라고 부르며 촬영 틈틈이 연기가 “훌륭하다”고 추켜세운다. 드라마 ‘24’에서 8시즌 동안 연기한 강렬하고 감정을 억제하는 잭 바우어와는 완전 딴판이다. ‘터치’에서 그가 연기하는 마틴 봄은 아내를 잃고 혼자서 언어장애 아들(a mute son)을 키우는 아버지다. 그의 11세 아들 제이크(신인 배우 데이비드 마주즈)는 일종의 더 큰 능력을 통해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그는 세계 각지의 사람과 사건을 연결 짓는 숫자 패턴을 읽어내는 특별한 재능의 소유자다. 마틴은 아들에게서 힌트를 얻어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과 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연관성을 찾아낸다.
‘터치’는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그것을 어떻게 더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배우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서덜랜드는 아버지이자 할아버지로서, 그리고 자식들이 어렸을 때 자신이 느꼈던 무력감 때문에 ‘터치’ 출연제의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현재 45세인 그는 19세 때 첫 결혼을 해서 슬하에 24세의 딸과 아내가 데려온 36세의 의붓딸이 있다. 여섯 살짜리 손자가 방과 후 촬영장에 찾아와 시간을 보낸다.
“내 캐릭터가 역부족을 느낀다는 점에서 어떤 부모든 이 스크립트에 공감하게 된다”고 서덜랜드가 휴식시간에 말했다. “아들의 말문이 열리거나 그를 포옹하는 기적적인 순간은 없다. 하지만 그는 매일 열심히 노력한다. 그의 용기에 존경심이 우러난다. 부모로서 모든 걸 알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그야말로 진실한 순간이다.”
‘24’에서 8번이나 세상을 구했으니 서덜랜드가 또 다른 시리즈에서 어려운 배역을 맡아 반대 방향으로 달린다고 탓할 수는 없다. 2년 동안 방송가를 떠나 영화 2편 ‘멜랑콜리아’와 ‘몬스터 vs 에이리언’, 동영상 서비스 사이트 훌루닷컴의 온라인 시리즈 ‘고백(The Confession)’, 브로드웨이 데뷔작 ‘챔피언십 시즌(That Championship Season)’에 출연했다. ‘터치’의 캐스팅이 시작됐을 때 케빈 라일리 폭스 사장은 그를 먼저 떠올렸다. 봄과 바우어에게 힘과 영웅주의라는 공통분모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도 동의하는 듯하다. 지난 1월 특별 시사회 시청자 수가 1460만 명에 달했다.
“서덜랜드는 배우로서 사람들을 비범함의 영역으로 인도하면서 항상 평범함을 잃지 않으리라는 믿음을 준다”고 라일리가 말했다. “그리고 그 과정의 아주 많은 작은 곳에 긴박감과 공감을 자아낸다.”
서덜랜드가 출연제의를 받아들인 궁극적 요인은 작가 팀 크링의 낙관주의적 이념이었다. “나는 이런 연기를 오래 해왔다”고 이 작품의 제작 책임자이기도 한 서덜랜드가 말했다. “냉소주의는 쉽지만 희망적이 되기는 어렵다. 특히 진부하거나 감상적이거나 달콤한 요소를 빼고는 더더욱 어렵다.”
이런 말을 하는 서덜랜드 자신도 과오를 범한 적이 있다. 공공장소에서 싸움을 하고 4년 전 음주운전으로 48시간 구류를 살기도 했다. 그는 “망신스럽겠지만 자신이 한 일이다. 낙담해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멍청한 짓을 하려고 작정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사람은 실수하게 마련이다. 나는 먼저 내 실수를 인정할 생각이다. 내가 내 자신과 나와 가까운 사람들을 창피하게 만들었다고 말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자신에게 너그러울(cut yourself some slack)” 필요도 있다. 딸들이 스스로를 너무 가혹하게 몰아붙일 때 서덜랜드가 해주는 말이다.
“자신의 인생에 관해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일에 집중하라. 매일 어제보다 더 나아질 기회가 새로 찾아온다(Every day you get a new shot to be better than you were the day before). 노력하라. 항상 뜻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노력하라. 나는 분명 그렇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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