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ment] 해외 자산 투자법 - 한국판 와타나베 부인이 뛴다
[Investment] 해외 자산 투자법 - 한국판 와타나베 부인이 뛴다
서울 서초동에 사는 주부 최영옥(45)씨는 요즘 주가보다 환율을 더 자주 챙겨본다. 엔화가 달러화에 비해 약세를 보일 거란 전망에 ‘베팅’했기 때문이다. 그가 선택한 금융투자 상품은 외환(FX·Foreign Exchange)마진 거래. 서로 다른 두 국가 화폐 간의 환율 방향을 예측해 투자하는 상품이다. 최씨는 “은행 예금이나 국내 채권은 금리가 낮고, 주식시장도 횡보하는 것 같아 과감하게 외국 돈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최씨 같은 주부들을 증권가에서는 ‘한국판 와타나베 부인’이라 부른다. 와타나베 부인은 일본에서 10여년 전부터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해외 자산에 눈을 돌려 수익을 내고 있는 일본 주부를 일컫는 표현이다.
투자 수익과 환차익을 노릴 수 있는 해외투자 상품이 각광받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않고 저금리가 고착화되자 해외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유진관 글로벌사업팀장은 “해외 자산 투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서울 강남의 ‘큰 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전업주부나 회사원, 대학교수 등 투자자의 면면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관심을 갖는 상품은 투자 성향마다 다르다. 고수들은 FX마진·통화선물처럼 환율 차이에 따라 수익이 나는 상품에 투자한다. 글로벌 산업 동향을 잘 아는 제조업 임직원 중에는 애플·구글 등의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은행 이자의 두 배 수익이 가능한 해외 채권을 사는 주부도 많다.
해외투자 상품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환차익과 환차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외국 돈을 갖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 때 환차익을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달러당 원화 가치가 1000원일 때 달러를 보유했다가 1100원이 됐을 때 원화로 바꾸면 100원(10%)의 환차익을 얻게 된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부동산에 투자했던 국내 부자들 중에는 부동산 가격 하락에도 환차익 덕분에 손실을 피한 경우가 있다. 1000원대이던 원화 가치가 1500원대로 급락했을 때 부동산을 팔아 원화로 바꿔 환차익을 냈기 낸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은 예외적일 수 있다. 당시 원화 가치가 상승(환율 하락)했다면 부동산 가격 하락에 환차손까지 이중손실을 피할 수 없었을 터이다.
강남 부자, 교수, 주부, 회사원 등 면면 다양FX마진 거래의 원리도 마찬가지다. 투자를 원하는 통화의 가치가 하락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 한국에서는 현재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주 거래되는 미국 달러, 영국 파운드, 유로, 엔, 호주 달러, 뉴질랜드 달러, 캐나다 달러, 스위스 프랑 등 8개의 통화 중 2개의 통화에 한꺼번에 투자할 수 있다. 다만, 원화는 거래 대상이 아니기 대문에 거래를 원하는 다른 통화로 환전해야 한다. KR선물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거래량이 많고 변동성이 크지 않은 통화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소개한 최영옥씨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최씨는 엔·달러에 투자했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80엔일 때 10만 달러를 투자한 뒤 향후 엔화 가치가 81엔으로 떨어졌다면 10만엔의 차익이 생긴다. 달러 가치는 그대로 10만 달러이지만 엔화가치는 810만 엔이 됐기 때문이다. 10만 엔을 달러로 바꾸면 약 1200달러의 수익을 낼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FX마진 시장의 거래대금은 6654억달러로 2010년(4699억달러)보다 41.6% 증가했다. 거래는 FX마진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물회사나 증권사를 통해 할 수 있다. FX마진의 또 다른 특징은 소액으로 몇 배에 달하는 금액을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증거금 1만 달러를 내야 최소 거래단위인 10만 달러로 FX마진에 투자할 수 있다. 원래 증거금은 5000달러였지만, 금융감독원이 투기성이 강하고 과열 소지가 있다는 판단 하에 3월 5일부터 증거금을 1만 달러로 올렸다.
환차익을 노리는 상품에는 해외통화선물도 있다. 미래 특정 시점의 예상 환율을 기초 자산으로 삼아 설계한 상품이다. 국내에서는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 등 해외 선물시장에 상장돼 있는 상품을 거래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사업부 표윤미 차장은 “FX마진은 만기가 없는 데 비해 통화선물은 매달 만기가 있고, 증거금 비율이 FX마진보다 낮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할 수 있는 선물 종류가 적고 거래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는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현대선물 방안직 대리는 “FX마진이나 해외 통화선물은 변동성이 매우 큰 고위험 상품이기 때문에 철저한 학습을 한 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덜 위험한 환차익 상품을 찾는 개인투자자는 통화선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간접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어 거래가 편리하다. 달러당 원화 가치가 약세일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KOSEF 미국달러선물 ETF’와 반대로 원화 강세 때 수익이 나는 ‘KOSEF 미국달러선물 인버스 ETF’ 두 종류가 있다.
외국 돈으로 은행에 예금하는 외화예금은 고금리를 주는 국가를 주목할 만하다. 외환은행의 경우 호주 달러 예금은 연 5.8%, 뉴질랜드 달러 예금은 연 4.5%를 보장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호주 달러 예·적금 평균 잔액은 미 달러화로 환산했을 때 지난해 말 7900만 달러에서 올해 3월 9000만 달러로 14% 증가했다. 미 달러는 대부분의 은행이 정기예금(연 4%)의 절반 수준인 연 2%를 제공해 금리 매력이 작다.
글로벌 산업이나 기업을 잘 아는 투자자는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해외 주식 직접 투자가 제격이다. 원하는 종목을 실시간으로 거래하는 것이 가능하다. 국내 11개 증권사가 전 세계 20~30개국 주식시장 상장기업의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론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해외 채권시장은 지금
브라질 국채 여전한 인기
박상주 이코노미스트 기자
안정적인 해외 투자를 원한다면 브라질 국채나 중국 화폐인 위안화로 발행되는 위안화표시채권(딤섬본드)에 관심을 둘 만하다. 삼성증권 박경희 UHNW(초고액자산가)사업부 상무는 “브라질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채권은 미국·유럽 중심의 선진국 채권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증권사의 강남 PB센터에서 인기가 좋다. 브라질 국채는 10년 만기로 연 10%대를 제공한다. 여기에서 이자에서 세금과 운용보수를 뺀 연 9%를 쪼개 다달이 받을 수 있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연 900만원의 이자를 한 달에 75만원씩 나눠 받을 수 있다. 브라질 국채의 장점은 또 있다. 한국과 브라질 사이 조세협정에 따라 채권에 대한 이자소득세가 면제된다. 다만 최초 거래할 때 6% 수준의 비교적 높은 금융거래세(IOF)가 부과돼 한번에 목돈을 맡겨둘 수 있는 자산가에게 적합하다. 브라질 국채는 지난해 5월 국내에서 시판된 이래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올해 3월말까지 총 1조7000억원어치가 팔렸다. 브라질 채권에 투자한 채권형 펀드에도 돈이 많이 몰렸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선진국 자금도 브라질에 꾸준히 몰리고 있어 브라질 국채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강세로 풍부한 자원을 가진 브라질 경제 전망을 밝게 봐서다. 지난해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2.7%였다. 여느 남미 국가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다. 브라질 정부가 거품을 막기 위해 해외 자본 유입을 차단하고 물가를 억제하는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브라질은 기준금리를 내리는 등 긴축 완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3월 기준금리는 9.75%로 2010년 6월 이래 처음으로 10%대 밑으로 떨어졌다.
이미 브라질 국채를 쥐고 있는 투자자에게는 호재다. 금리가 떨어지면 국채 가격이 올라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헤알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건 악재다. 브라질 정부가 헤알화 약세 정책을 펴고 있어서다. 헤알화가 원화보다 약세를 보일 경우 자칫 환차손을 입어 수익률이 하락할 수 있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호재와 악재가 섞여 있지만 브라질 국채만큼 매력적인 상품도 드물다”면서 “해외 채권은 10년 정도 장기로 투자하면서 절세혜택까지 노리는 상품인 만큼 헤알화 움직임에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인 ‘딤섬본드’의 인기는 지난해처럼 높지 않다. 딤섬본드는 과거 위안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환차익을 노린 투자자가 많이 몰렸다. 전망도 비교적 밝은 편이다. 계속된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으로 위안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경희 상무는 “위안화가 절상되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딤섬본드의 수익률은 연 4%대다. 삼성증권이 최근 중국 공기업 채권과 위안화로 발행한 일본 기업 채권을 팔아 인기를 모았다.
선진국 비중이 높은 이들 글로벌 채권은 수익률이 2% 정도로 높지 않다. 이런 영향에서인지 해외 채권시장 전반적으로 저수익 안정형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고 고수익 위험형으로 자금으로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국채와 호주 국채도 인기다. 다만, 이들 채권 수익률은 6% 수준인데다 절세효과가 없어 한국의 채권에 비해 큰 매력은 없다. 그러나 포트폴리오를 짤 때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김용희 팀장은 “해외 채권은 금리, 경제상황, 환율에 모두 노출돼 있기 때문에 한 나라에 집중 투자하는 건 위험하다”며 “여러 나라 국채에 투자하거나 여러 국채를 섞어놓은 상품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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