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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전원주택 그나마 관심

꼬마 전원주택 그나마 관심

2012년 새해를 맞으며 정부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저마다 상‘ 저하고(上低下高)’를 전망했다. 부동산 경기가 상반기엔 주춤하지만 하반기엔 살아난다는 것이다. 이런 전망처럼 상반기 부동산 시장은 대체로 냉기가 돌았다. 집값은 4년째 내림세를 유지하고, 치솟던 전셋값도 보합세를 보였다.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재개발·재건축시장은 얼어붙었고 토지시장은 경기도 하남시, 충남 연기군 등 대규모 개발계획이 있는 일부 지역 외에는 조용했다. 오피스텔·LH 단지 내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만 홀로 인기몰이를 했다. 그렇다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파트 분양시장 지역별 온도차 클 듯전반적인 주변 여건은 좋지 않다. 유럽 재정위기, 1000조원 규모의 가계부채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주택 거래량(1~4월)은 14만869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줄었다. 5월은 6만8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20.2% 줄었다. 올 들어 월평균 20~50%씩 감소세다.

아파트 분양시장도 부산 등 지방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냉기가 돌았다. 기존 주택거래가 실종되면서 새 집에 대한 관심도뚝 떨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도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 거래가 위축된 데다 장마·휴가, 런던올림픽(7월), 대통령 선거(12월) 등 장애물이 적지 않다. 하지만 5~6월 인천과 서울 강남 등지에서 청약 1순위 마감 단지가 나오며 반짝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서서히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전국에서 14만 5000여 가구가 분양된다. 특히 수도권 주요 신도시가 대거 분양에 나선다. 7월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서 중소형 4000여 가구가 쏟아지고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는 알파돔시티 주상복합아파트 등이 나온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입지여건이 좋은 지역의 값싼 아파트에는 청약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탄2신도시의 경우 신도시 지정 6년 만에 첫 분양이 이뤄지는데 5·10 대책으로 중소형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3년에서 1년으로 확 줄었다. 동탄1신도시 시세보다 가격도 저렴한 데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개발 호재가 있다. 판교 알파돔시티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3㎡당 300만원 이상 저렴할 것으로 기대돼 벌써부터 청약통장이 불법 거래가 이뤄지며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방에서는 충남 세종시와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분양 열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부산 등 상반기 분양 열기가 뜨거웠던 지역에서도

신규 분양이 줄을 이어 청약 열기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은 특히 청약 가능지역이 ‘도’ 단위로 확대됨에 따라 분양 열기가 확산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지방에 아파트 공급이 크게 늘어나 미분양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지방에만 12만5000여 가구가 공급됐고 올해도 최소 9만여 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2년간 21만여 가구가 쏟아지는 것이다.이는 지난 2007~2010년까지 4년간 총 공급 물량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미분양 악몽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특히 지방 광역시와 도는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거나 근접했다.그러나 세종시나 혁신도시 아파트 분양시장은 활

기를 띨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충북·대구·경남혁신도시는 하반기 첫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고 올 말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하는 세종시도 아직까지는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출구전략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재개발·재건축시장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호되게 홍역을 치르고 있는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도, 전주, 부산 등 구역해제 바람이 번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데다 서울시가 재건축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높이고 규제를 강화하면서 분위기는 더 가라앉고 있다.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임대주택 건립 여부에 따른 재개발 용적률 법적 상한 허용, 1대1 재건축 면적 증가 범위 확대 등의 처방이 나왔지만 되레 하락세를 부추겼다는 평이다.





출구’ 안 보이는 재개발·재건축 시장현재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대상 지역은 사업이 본격화한 곳도 급매물이 속출한다. 서대문구 북아현 뉴타운의 경우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1-3구역 전용 84㎡형 입주권 시세는 두 달 새 5000만원 떨어졌지만 매수 문의도 없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하반기는 분위기가 더 냉랭해질 것으로 보인다. 뚜렷한 호재가 없는 데다 재개발 구역 해지가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구역 재정비 방안을 마련하고 예정구역 해지를 원하는 주민 의견이 과반을 넘으면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과 지역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빠르면 9월쯤 예정구역을 해지할 방침이다.

현재 서울은일반 재개발·재건축 정비예정구역 552곳 중 271곳만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나머지 281곳은 아직 정비예정구역으로 남아 있고 이중 167곳은 아직 추진위도 설립되지 않았다.구역 해제가 시작되면 개별적으로 소형주택을 짓거나 낡은 주택을 고칠 수 있게 되지만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들인 비용 배분등의 문제가 남아 거래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 속도가 빠른 재건축 단지도 전세난에 대한 우려로 이주가 조심스럽다. 철거를 앞둔 단지간 속도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사업이 순조로워도 재개발이나 재건축은 완공까지 상당기간 자금이 묶이기 때문에 투자 부담이 크다”며 “현재로서는 뚜렷한 호재가 나올 것 같지도 않아 쉽게 시장이 살아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부동산 시장에서 홀로 인기를 끈 상품은 수익형 부동산이다.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은 분양하는 단지마다 사람이 몰렸다. 최근 대우건설이 서울 강남보금자리지구에 분양한 푸르지오 시티는 평균 24대, 최고 5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공급된 판교역 SG리슈빌도 104실 모집에 2324명이 몰려 평균 2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LH 단지 내 상가에도 뭉칫돈이 흘러 들었다. 4월 서울 서초보금자리지구에 공급된 LH 단지 내 상가 11개는 54억원이 몰리며 평균 150%의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수익형 부동산 인기는 하반기에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인기를 받쳐주는 큰 요인인 1~2인 가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배후임대수요가 든든하다. 주택시장이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하는 데다 주식시장이 불안정한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 한다. 아직까지 집값은 오를 기미가 없고 주식시장도 불안해 수익형 부동산을 대신할 투자 상품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착 가라앉은 경기도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호황기 투자자는 위험 부담이 커도 수익이 높은 성향이 있지만 불황기에는 수익이 낮아도 안정성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5년 후 5000만원의 수익보다는 안정적으로 매월 50만원을 손에 쥐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공급물량이 넉넉해 선택의 폭도 넓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 조사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수도권에만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1만 3000여 실(가구)가 쏟아진다. 서울 강남권에만 2000여 실이 공급 될 예정이다. 올 초 높은 청약 성적을 거뒀던 강남보금자리지구에 대상산업, 신영이 각각 495실, 690실을 8월 공급한다.

전용면적 20~50㎡ 소형이며 분양가는 앞서 분양한 단지와 비슷한 3.3㎡당 1000만원 선으로 예상된다. 택지지구는 아니지만 LH가 분양하는 도시형생활주택 2개 단지(임대)도 하반기 나온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47가구(전용 27~41㎡),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22가구(전용 17~26㎡)를 짓는다. 청약 열기가 뜨거운 충남 세종시에도 오피스텔 공급 소식이 있다. 7월 우석종합건설은 소형 오피스텔 289실을 분양한다.





땅 투자 매력도 떨어져최근 인기만큼이나 부쩍 늘어난 공급량에 대한 우려도 있다. 올 상반기 서울·수도권에 공급된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은 1만9000여 실. 지난해는 3만 여실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공급이 몰린 지역의 경우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되면 자칫 공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수급상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LH 단지 내 상가는 지역간 차이가 큰 만큼 옥석 가리기를 잘 해야 한다. 서울 강남권 보금자리지구나 충남 세종시에 공급된 상가는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하며 ‘완판행진’을 했지만 인천 영종지구나 경기도 성남시 단대지구 등은 주인을 찾지 못하는 상가도 적지 않았다.

하반기 LH는 17개 지구에 147개 상가를 공급할 예정이다. 서울 강남보금자리지구에서 809가구를 배후수요로 둔 6개 상가가 10월 나온다. 입주가 한창인 경기도 수원시 광교신도시는 공급물량이 넉넉하다.

6개 단지에서 31개 상가가 9월과 11월 공급된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에서도 2개 단지에서 31개 상가가 나온다. 상가정보 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가구수가 많더라도 상가 비율이 높으면 자칫 공실이 생길 수 있고 임대료가 낮게 책정돼 투자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며 “LH 단지 내 상가는 평균 100가구당 1개점포 꼴로 상업시설이 조성돼 안정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전국 땅값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5월 땅값은 4월보다 0.11% 올라 2008년 10월 고점 대비 0.54%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하지만 거래는 잠잠하다. 5월 토지거래는 18만5679필지, 1억7392만 ㎡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6.3%, 2.4% 줄었다. 광개토개발 오세윤 사장은 “통계상으로는 땅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실제 거래는 많지 않기 때문에 토지시장이 살아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땅 투자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고성장 시대에 땅 투자가 인기를 끈 것은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에 땅을 사놓고 기다리면 땅값이 쑥쑥 올랐기 때문인데 요즘은 계획되었던 개발도 취소되는 경우가 많아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미 토지시장은 2006년 하반기 부동산 매매 때 등기부등본에 실거래가를 의무적으로 기재하게 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여기에 정부가 한국토지정보시스템(KLIS)과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RTMS)이라는 프로그램을 상시 가동하며 감시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시세차익을 노린 ‘묻어두기’식 투자가 어려워진 것이다.

세종시 등 굵직한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은 아직까지 투자자의관심을 끌고 있다. 12월 대선에 앞서 공약으로 제시될 경기부양책도 변수로 꼽힌다. 땅 규제 완화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다.전원주택시장은 크기가 작아 비용 부담이 적은 꼬마주택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주5일제 수업 전면 시행으로 전원주택에 관심이 커지면서 3000만원 이하의 비용으로 장만할 수 있는 소형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컨테이너 하우스, 이동식 목조주택, 카라반 등 소액으로 마련할 수 있는 다채로운 상품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오세윤 사장은 “비용 부담이 적고 관리가 편해 가족과 여가시간을 보내려는 40대~50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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