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손보면 특허문제 해결될 일”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침해 공방전은 지난해 4월 시작됐지만 1년이 넘은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은 9개국, 40여건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6월에 네덜란드에서 3G통신 표준 특허를 인정받으며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듯했다.

그러나 같은 달 미국에서 벌어진 소송에서 ‘갤럭시탭 10.1’과 ‘갤럭시넥서스’가 연이어 미국 내 판매금지 조치를 당하며 전세가 역전됐다.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6월 29일 갤럭시 넥서스가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애플이 제기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구형 모델이어서 영향이 적었던 갤럭시탭10.1과 달리 갤럭시 넥서스는 삼성의 최신폰이다. 갤럭시 넥서스 판매를 못하게 되면 삼성은 1~2개월 내에 1억 달러(1150억원) 이상의 매출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구글이 적극 나서 애플의 칼날을 피할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구글 대변인은 7월 5일(현지시간) “최신 운영체제(OS) 젤리빈(안드로이드4.1)을 적용한 갤럭시 넥서스를 판매할 것”이라며 “특허 침해와 관련한 문제는 해결했다”고 밝혔다. 갤럭시 넥서스는 현재 미국 내 판매가 중단돼 있다. 법원은 7월 4일 삼성이 제출한 판매금지 집행 유예 요청도 기각했다. 그러나 구글 측이 재빨리 대응했다.

디자인, 터치방식 공방과 차원 달라애플이 갤럭시 넥서스에 주장한 특허 침해는 통합검색, 밀어서 잠금 해제 기능, 터치스크린 문자 입력 기능, 데이터 태핑 등 네 가지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된 통합검색 특허는 컴퓨터 시스템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보편적인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이 특허권은 애플의 음성인식 통합검색 기능인 ‘시리’와 연관돼 있다. 사용자가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스마트폰이 전화번호나 인터넷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이번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명령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에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특허기술 공방이 주로 디자인이나 터치 방식과 같은 사용자 환경(UI)에 국한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애플이 만약 이 특허권을 인정받게 되면 삼성은 물론 구글의 검색사업 전반에도 타격을 줄 수 있어 이번 특허전쟁에서 핵심 쟁점으로 평가된다.

‘밀어서 잠금 해제’ 기능은 핸드폰 잠금 상태를 해제할 때 손가락으로 밀어 넘기는 방식을 말한다. 그동안 해외 법원은 이와 유사한 기술인 바운싱(터치 스크린에서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기는 기술), 포토 플리킹(손가락으로 밀어 사진을 넘기는 기술), 두 손가락 드래그(화면에서 보이는 콘텐트 위에 새로운 콘텐트 창이 열렸을 경우 이를 두 손가락으로 이동시키거나 조작할 수 있는 기술) 등의 특허기술에 대해서도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이 때문에 밀어서 잠금 해제 기능은 애플이 안드로이드에 특허소송을 낼 때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다.

터치스크린 문자 입력 기능은 일명 ‘단어 자동완성 기능’이라고 불리는 시스템이다. 이는 단어를 입력하면 자동 교정 혹은 자동 완성 기능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공식 명칭은 단어 추천 기능을 제공하허와 함께 모바일 검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구글의 모바일 검색 앱에서도 이 특허에서 규정하는 기능이 사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문제가 된 ‘데이터 태핑’ 특허는 일종의 자동 링크 연결 기능이다.이 기술을 이용하면 문서에 포함된 전화번호와 이메일 등에 자동 연결이 가능하다. 현재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기기는 이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보편화된 기술이다. 이 때문에 데이터 태핑 특허는 애플과의 법정공방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가처분 판결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항소심을 계속 진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7월 2일, 삼성전자가 미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을 상대로 제기한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 집행 정지 요청이 기각된 터라 갤럭시 넥서스에 대한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삼성전자는 판매금지와 상관없이 항소심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법원이 갤럭시넥서스의 판매금지 집행 정지 요청까지 기각할 경우 본안 소송에서 삼성전자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이 주장한 특허침해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그는 “현재 애플과 진행 중인 소송만 40여건에 달하는 만큼 이번 건만으로 특별한 대응책을 마련하진 않았다”면서 “3G통신 표준특허를 비롯해 통신특허에 강점을 가진 만큼 이 분야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 가지 특허권 중 데이터 태핑과 밀어서 잠금 해제 기능은 대부분의 스마트폰들이 적용하고 있는 기능이다. 자동 단어 완성 역시 보편화된 기술이다. 따라서 본안 소송에선 특허권 침해 여부보다는 특허권 자체의 효력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는 부분에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특허공방에서 한가지 변수가 되는 것은 애플이 가리키는 특허 침해가 구글의 기술로 만든 사용자환경(UI)이라는 점이다.

이번에 특허 침해 판결을 받은 갤럭시 넥서스는 구글이 기획하고 삼성전자가 만든 제품이다. 지난해 10월 새 운용체계인 안드로이드 4.0 버전(제품명 아이스크림샌드위치)과 함께 공개된 스마트폰인데, 애플은 이 스마트폰의 UI가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갤럭시S3는 애플 특허 피해갈 듯루시 고 판사는 판결문에서 “애플의 음성인식기능 시‘ 리’ 통합검색 특허가 유효하고 (갤럭시 넥서스에 의해) 침해 당했으며 이 특허가 시

리 기능의 핵심이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구글의 주력 기술인 검색기술이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갤럭시 넥서스는 ‘레퍼런스폰(기준폰)’이다. 레퍼런스폰은 특정 운영체계를 단말기로 만들면서 제조사나 앱을 만드는 업체들에게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제품이다.

즉, 갤럭시 넥서스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능을 보여주기 위한 표본으로 제작한 제품인 것이다. 이번 판결로 큰타격을 입는 건 삼성전자가 아닌 구글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나 구글이 재빨리 대처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애플이 7월부터 미국에서 본격 판매될 ‘갤럭시S3’에 대한 판매 금지도 요청할 방침이어서 삼성전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세너제이 법원의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판결에서 구글의 최신 안드로이드 OS인 통합 검색 기능이 문제가 됐던 만큼 동일한 OS를 탑재하고 있는 갤럭시S3 역시 판매 금지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한 특허 전문가는 “이번과 같은 특허침해 논란을 피하기 위해 구글과 삼성이 소프트웨어(SW)를 업데이트할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이 기술이 적용된 구글 검색창은 간단한 업데이트로 수정이나 삭제가 가능해 갤럭시S3는 애플 특

허를 피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 측은 “갤럭시 S3와 갤럭시 넥서스는 다른 제품 인만큼 이번 판결에 따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