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의 정력제 전복찜, 숙종은 오골계 즐겨

고려 말과 조선의 임금에게 올린 밥상의 높임말이 수라상(水刺床)이다. 백반(흰 쌀밥)·홍반(팥물을 이용해 만든 붉은 쌀밥)과 12첩(12가지 반찬)이 오른 수라상이 왕의 평상식이라면 전복찜·타락죽·붕어찜·전약 등은 보양을 위한 특식이다. 왕실의 식사 메뉴는 내의원이나 수라간에서 짰다. 왕실 조리사인 숙수(熟手)에 의해 새로운 궁중 요리가 개발되기도 했다. 이들 왕실 음식은 18∼19세기에 민간에 전해졌다.
타우린 풍부한 전복‘조선의 식치(食治) 전통과 왕실의 식치 음식’이란 논문을 낸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김호교수는 “조선의 왕들이 여름 보양식으로 즐겨 먹은 것은 전복찜이다. 전복은 제주 등 바닷가에서 나오지만 콩기름·들기름등 기름장에 넣으면 상하지 않게 한양까지 가져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복은 조선시대 궁중 요리에 두루 쓰였다. 전복은 저지방(지방 함량 1% 미만)·고단백(13~15%) 식품이다. 말린 것엔 단백질이 100g당 56g이나 들어 있다. 타우린·아르기닌·메티오닌 등 술 깨고 간을 보호하는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함유된 조개다. 전날 과음한 왕이 전복찜 등을 숙취 해소 음식으로도 즐겼을 법 하다.
특히 타우린은 전복 100g당 약 1.8g 들어 있다. 어패류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전복을 쪄서 말렸을 때 표면에 붙은 흰 가루성분이 타우린이다. 타우린은 혈압과 혈중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간·심장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 건강에도 이롭다. 그래서 전복의 옛 별명이 천리광(千里光)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전복찜은 왕의 정력을 높이는 스태미나 음식으로도 요긴했다. 실제로 전복엔 남성 정액의 주된 성분인 아르기닌이라는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예부터 중국에선 전복·해삼·상어지느러미·물고기 부레를 최고의 강장식품으로 꼽았다.
동물성 식재료로 만든 타락죽죽도 조선 왕실의 대표적인 식치(食治) 음식이다. 잣죽·개암죽·검은 깨죽·들깨죽·밤죽·홍시죽·콩나물죽·백죽 등 다양한 죽들이 수라상에 올랐다. 죽을 왕에게 올리는 시간도 늦은 저녁에서 새벽까지 구애를 받지않았다.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왕의 밥상에 가장 자주 오른 죽은 타락죽(駝酪粥)이었다. 죽은 대부분 잣·밤 등 식물성 식재료를 쓰는데 반해 타락죽과 양죽은 예외였다. 우유와 소의 위(胃) 등 동물성 식재료를 사용해 보양식으로 삼았다.
왕실에선 타락죽을 원기를 돕고 비위를 조화롭게 하는 음식으로 여겼다. 타락(駝酪)은 말린 우유를 뜻한다.타락죽은 쌀을 곱게 갈아 체에 받쳐 물을 붓고 된죽을 쑤다가 우유를 넣고 몽우리 없이 풀어 따끈할 정도로만 데운 음식이다. 식성에 따라 소금이나 꿀을 곁들여 먹었다. 얼핏 이탈리아 음식인 ‘리조또’와 닮았다. 동국세시기엔 “궁중 내의원에서는 시월 삭일부터 정월 보름까지 왕에게 우유락
을 진상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유락이 곧 타락죽이다.
임금이 고열에 시달리거나 비위를 보할 필요가 있을 때 식힌 타락죽을 올렸다.특히 왕실의 상(喪) 등 고기를 먹을 수없는 애도기간에 자주 올랐다. 채식만으론 채우기 힘든 동물성 단백질등 영양분을 제공하는 음식으로 활용했다.
붕어는 오장을 보한다조선 왕실에선 구선왕도고, 붕어찜·붕어구이, 소의 위(양)를 삶거나 찐 것들을 보양식으로 자주 이용했다. 인조가 얼굴빛이 검고 목소리가 불분명한 증상을 보이자 신하들이 적극 권장한 음식이 구선왕도 고(九仙王道)다. 구선왕도고는 9가지 약재를 쪄서 가루를 만든 뒤 이 가루로 만든 떡이나 죽을 말한다. 소화가 잘 된다는 이유로 떡보다는 죽이 선호됐다. 동의보감엔 ‘구선왕도고가 비장과 위장을 도와서 소화가 잘 되게 하고 입맛을 나게 하며 신장의 기운을 도와 원기를 회복하고 면역력을 높인다’고 적혀 있다.
붕어찜도 조선 왕실의 대표 보양식 중 하나다. 붕어찜은 흰죽과 ‘환상의 커플’을 이뤄 수라상에 올랐다. 궁중의궤엔 궁중의 대연회 메뉴에 붕어찜이 31차례나 포함됐다고 기록돼 있다. 재료로는 붕어·연계(닭)·꿩·쇠고기·표고·석이버섯 등이 사용됐다. 붕어도 황토를 먹고 자란 황색 붕어의 약효를 최고로 쳤다.
동의보감은 붕어를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어서 위(胃)의 기운을 고르게 하고 오장을 보한다’고 예찬했다.효종 때 신하들은 지금으로 치면 채식주의자였던 중전에게 붕어찜을 권했다. 그러면서 “비위를 보하고 원기를 회복하는 성약(聖藥)”이라고 치켜세웠다. 중전은 양(소의위)은 고기여서 거부했지만 붕어찜은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차게 굳혀 먹는 전약과 족편조선 왕실의 겨울철 대표 보양식은 전약과 족편이었다. 동지에 내의원에서 소의 다리를 고와 여기에 대추고(膏)·마른 생강(白薑)·정향(丁香)·계심(桂心, 계수나무 껍질)·청밀(淸密, 꿀)·후추 등을 넣어서 전약(煎藥)을 만들어 진상했다. 전약은 차게 굳혀서 먹는 음식이다. 묵보다는 더 쫄깃한 맛이 난다. 궁중에선 겨울에 혹한을 이기고 몸을 따뜻하게 보하는 음식으로 이용됐다.보혈·지혈·안태(安胎, 임신 유지)를 돕는다고 봤고 악귀를 물리치는 주술적 효능도 함께 기대했다.
‘동물성 묵’으로 통하는 족편(足片)도 즐겼다. 족편은 조리 원리와 조리법이 전약과 닮았다. 쇠머리·쇠족·쇠꼬리·쇠가죽 등에 물을 붓고 푹 고은 뒤 차게 하여 굳히면 완성된다. 족병(足餠)·우족교(牛足膠)·교병(膠餠)이라고도 한다. 조선의 반가에선 겨울에 설음식·잔치음식으로 즐겼다.
전약과 절편은 둘 다 조선시대 사람들에게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는 데 유용한 음식이었다. 특히 쇠머리·쇠족엔 콜라겐이 풍부하다. 궁중잔치에선 족편을 반듯하게 떡처럼 썰어놓았다. 족병이란 별명을 얻은것은 이래서다.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은 “우족(牛足)을 써서 만든 족편은 조선 최고의 접대음식 가운데 하나였다”며 “중국에서 사신이 오면 족편을 달이느라 소를 많이 잡다 보니 왕에게 진상하는 것 외엔 소 잡는 것을 금지하라는 지시가 내려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검은색 음식 즐긴 숙종검은색 식품도 조선 왕실의 보양식으로 꼽힌다. 특히 검은색 음식을 즐겼던 왕은 숙종이다. 환갑 때 세상을 뜬 숙종은 조선 왕의 평균 수명(25명)이 46세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장수한 편이다. 숙종은 어릴 때 천연두를 심하게 앓고서도 거뜬히 소생했다. 그 뒤 여러 질병을 앓았지만 이겨냈다. 그가 챙겨 먹었던 보양식은 검은콩·검은깨·오골계·흑염소 등 검은 식품이다.
특히 건강한 오골계를 골라 그 속을 비운 뒤 흑염소 고기·검정콩·검은깨를 넣고 두 시간쯤 푹 고아 고기와 국물까지 먹었다고 전해진다.오행(五行)과 한방에선 검은 색을 신(腎)의 기운을 높여주는 색깔로 친다. 한방에서 신의 기운이란 생식기를 포함해 생체 에너지를 뜻한다. 흑염소 수컷은 한 마리가 100마리의 암컷과 관계를 맺는다고 하여 일찍부터 성기능 강화에 사용됐다.
조선 궁중에선 오골계 외에 잉어·자라·붕어를 넣고 푹 고아 용봉탕을 만들었다. 용봉탕의 용봉(龍鳳)은 용과 봉황이다.실제론 잉어(용), 수탉(봉)이 대신한다. 잉어 대신 자라를 넣기도 했다. 수탉을 사용한 것은 죽지 않는 전설의 새인 봉황(鳳凰)에서 봉(鳳)은 수컷, 황(凰)은 암컷이기 때
문이다.
누런 닭고기도 보양식으로 자주 애용됐다. 닭고기는 소의 양과 함께 위를 보하고 입맛을 돋우는 식품으로 간주된다. 닭고기는 만두로 만들어 먹기도 했다. 수라상을 멀리한 말년의 숙종에게 미음과 함께 닭고기·꿩고기를 소로 넣어 만든 만두가 진상됐다. 도요새 고기도 보양식으로 이용됐다.
인조가 설사 등의 증세를 호소하자 수라상에 산약죽과 함께 도요새 고기를 올렸다는 기록(승정원일기)이 전해진다.영조는 소식, 고종은 자극적인 음식 피해 왕실에서 즐겨 마셨던 약차는 인삼차와 ‘금은화차’(金銀花茶)였다. 인삼차는 원기회복용 약차였다. 평소 식사를 하기 전엔 미음으로 비위를 보호하면서 기혈을 보할 목적으로 인삼차를 올렸다. 금은화차는 열기를식혀주는데 효과적인 약차다. 침을 맞은 후 우황가루를 섞어 임금께 올렸다.
왕실의 여름용 음료로는 생맥산과 청서육화탕의 인기가 높았다. 식의들은 임금에게 여름엔 너무 찬 것을 먹거나 마시지 않도록 주의시켰다. 보양을 위해 개고기를 권하지는 않았으나 사슴 피(鹿血)나 사슴꼬리(鹿尾)는 허용했다. 특히 영조는 사슴 꼬리를 즐겨 먹었다.
식생활 면에서 모범을 보인 조선의 왕은 영조와 고종이다. 영조는 하루 다섯 번이던 수라를 세 번으로 줄이는 등 장수의 비결인 소식(小食)을 실천했다. 대신들과 회의 도중에도 식사 때가 되면 수라부터 받을 만큼 식사시간도 규칙적이었다.
밥도 잡곡밥을 더 좋아했다. 당쟁을 없애기 위해 탕평책을 실시한 것이 그의 큰 업적이다. 탕평채는 이를 논의하는 자리에 올랐던 음식이다. 삼짇날(음력 3월3일)의 절식(節食)인 탕평채는 녹두묵에 고기볶음·미나리·김 등을 섞어 만든 묵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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